습정 -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나를 지키다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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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이 없는 보물같은 한문학 문헌들에 담긴 전통의 가치를 현대의 언어로 되살려온 고전학자 정민교수님의 신작 습정(習靜)’은 고요함을 익힌다는 뜻이다. ‘침묵고요도 연습이 필요한 것으로 침묵이 주는 힘 고요함이 빚어내는 무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마음의 소식에 귀를 닫고, 공부의 자세를 놓아둔 채 세간의 시비에만 목을 늘이는 동안 내 안에서 슬며시 빠져나간 것들이 있음을 깨우쳐 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정민은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책은 저마다 자기 목소리만 높이고 듣기를 거부하는 소음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침묵과 고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00편의 옛글을 모아 마음의 소식’, ‘공부의 자세’, ‘세간의 시비’, ‘성쇠와 흥망으로 나누어 고요히 자신과 세상을 마주하는 법, 생각의 중심을 잡는 법을 일러주며, 우리사회의 거친 풍경에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습정이란 두 글자에 담아내어 보여주고 있다.

 

1마음의 소식은 세상의 파고에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마음을 지키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차분히 내려놓고 가라앉히다는 뜻의 침정신정(沈靜神定)’'은 명나라 여곤이 신음어(呻吟語)’에서 한 말로 침정즉 고요함에 잠기는 것은 입을 다물고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일렁임이 없이 맑게 가라앉은 상태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번잡한 사무에 응하더라도 마음이 안정돼 있으면 고요함에 들 수 있다는 것으로 엉뚱한 데 가서 턱없이 찾으니 마음이 자꾸 들떠 허황해지니, 가만히 앉아서 차분히 가라앉히는 것이 먼저이고, 고요함은 산 속에 있지 않고 내 마음속에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일에 닥쳐 안절부절 하며 사는 일은 고해(苦海). 바깥으로 쏠리는 마음을 거두어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2부는 늘 반듯한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 공부의 자세. 말을 아껴야 안에 고이는 것이 있다는 득구불토(得句不吐)’, 부족해도 안 되고 넘쳐도 못쓴다는 약이불로(略而不露)’, ‘길은 달라도 도착점은 같다는 수도동귀(殊塗同歸)‘, 깊이는 여러 차례의 붓질이 쌓여야 생긴다는 유천입농(由淺入濃)’ 모두 말은 달라도 결국 의미는 같다.

남에 대해 하는 말에 사람의 그릇이 드러난다는 인품훈유(人品薰猶)’비방은 질투에서 생겨나고, 질투는 이기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다.’는 말로 남에 대해 말하는 태도에서 그 사람의 그릇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아랫사람의 좋은 점을 취해 자신을 발전시키는 사람이 있고, 아랫사람을 무시하고 짓밟아 제 권위를 세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요즈음 시대에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3세간의 시비에서는 공자가 지녀야 할 10가지 마음가짐 작관십의(作官十宜)’, 원망을 풀어 평온을 찾는다는 석원이평(釋怨而平)’, 말이 가장 두렵다 의 가외자언(可畏者言)’으로 예나 지금이나 간수를 잘못해 벌어지는 사달이 꼬리를 물어 큰일을 일으킨다는 것으로 말의 무서움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4성쇠와 흥망에서는 이익 앞에 눈이 멀다. 흉종극말(凶終隙末)’은 세상에서 벗 사이에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는 일을 비유한 말로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의리를 잊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저마다 정의를 내세우지만 실은 서로의 셈법이 있었을 뿐이다.

 

이 책 습정은 세상의 파고에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자신과 마주하는 방법을 네 글자 행간에

담은 책으로 각각의 글은 내면의 깊은 성찰부터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까지 저자의 풍부한 식견과 정선된 언어에 힘입어 사유로 이끈다.

 

마음 간수가 어느 때보다 절박하고 절실한 현대 사회에서 생각의 중심 추를 잘 잡아 날마다 조금씩 쌓아가는 것들의 소중함에 눈을 뜨고, 진실의 목소리에 더 낮게 귀를 기울이자는 교훈을 가져다주는 마음의 양식을 살찌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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