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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불의 집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생각해보면 기스 유스케는 데뷔 후 한 번도 같은 장르의 책을 쓴 일이 없다. 늘 미스터리 소설만 쓰지 않았냐고 반문하기 쉽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장르 내에서도 계속 스타일을 바꿔나가며 쓴 것을 알 수 있다.
검은집은 공포물에 가까웠고,
천사의 속삭임은 의학스릴러였으며
푸른 불꽃은 범죄자 시점으로 진행되는 완전범죄물,
유리망치는 고전적 밀실추리물
신세계에서는 SF
크림슨의 미궁은 살인게임이었다.
대부분 일본에서 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들이었다. 일본의 대표 미스터리작가라는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아베 미유키나 결국은 인간 감정에 집중해서 사랑 때문에 누굴 죽였어, 혹은 악의가 그런 식으로 전파됐어, 라는 식의 이야기를 푸는 데 반해(그러니까 기존의 일본 미스터리는 왜? 라는 질문의 대답에 가깝다) 기시 유스케는 어떻게? 에 집중하는 작가다. 그렇다고 일본의 신본격 작가들처럼 한없이 복잡한 트릭을 쓰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푸는 방식에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다른 일본 미스터리 작가와 달리 허리우드에도 판권을 팔고 있는 것이고....... 아, 기시 유스케 판권 허리우드 메이저제작사에서 사 갔다. 검은집 이후 국내에서 판권을 사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
딴 소리가 길었는데 이번 도깨비불의 집은 유리망치의 연결선상에 있다. 그러니까 고전적 밀실추리물인데, 기시 유스케의 대단한 점은 억지로 밀실추리의 트릭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 그러니까 해답을 들으면 직관적으로 아, 그렇구나 라고 말할 수 있는 트릭을 쓴다는 점과, 탐정이 해답을 찾는 과정을 순서대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보통은 탐정이 입 다물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짠 네가 범인이지? 하거든. 그런데 여기 실린 네 편의 단편은 모두 탐정이 길을 잃고 헤매고 범인을 잘못 추측하는 장면까지 모두 보여준다. 그러니까 독자와 함께 가는 건데.......
엘러리퀸 이후로 이런 방식의 추리소설을 쓴 사람은 거의 본 일이 없다. 왜냐면 쓰기 어렵거든. 그런 면에서 기시 유스케는 뭘 써도 잘 쓰고 훌륭한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