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 사계절 1318 문고 123
김민경 지음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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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게 파편화된 고래가 그려져 있는 표지. 고래는 이 책의 큰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 책의 첫 장은 '이슈메일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그렇다. 바로 <모비딕>의 이슈메일이다. 'Call me Ishmael'이라는, 너무도 위대하고 아름다운 첫 문장으로 유명한 모비딕이다. '나를 이스마엘이라고 불러다오', 혹은 '내 이름은 그저 이스마엘이라고 해 두자' 등과 같이 번역되는 이 문장은 모비딕의 그 쓸쓸하고 외로운 느낌을 드러낸다. 홀로 남겨진, 외롭고 쓸쓸하고 허무한, 모비딕의 현장.

 그러나 이 소설에서 말하고자하는 것이 쓸쓸하고 허무한 죽음은 아니다. 오히려 <모비딕>의 구절을 끊임없이 인용하여 강조하고 있는 것은 남겨진 현장, 남겨진 사람들이다.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하고 자살을 시도했던, 그리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하는 새봄이, 그리고 세월호의 아픔과 슬픔을 겪고 이겨내야하는 사람들. 고래는 그렇기에, 모비딕과 동시에 세월호를 상징하고 있다.


 이 소설은 새봄이를 짝사랑하는 지석이가 새봄이가 선물로 준 모비딕을 읽으면서 시작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전반부는 절반 이상이 모비딕의 인용구, 모비딕에 대한 요약과 읽으면서 진행되는 지석이의 감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는 이게 모비딕 요약본인가 싶을 정도로 모비딕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 없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알게 된다. 모비딕이 비록 이 작품의 아주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모비딕은 이 소설에서 그저 수단으로서 활용될 뿐이다. 이 작품은 모비딕을 통해, 생명력이 넘치는 고래와 바다, 자연 그 자체를 통해 인간의 욕망, 삶과 죽음을 모두 표현한 작품을 통해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 죽음을 겪은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그리고 있다.

 

​ 죽음이 그저 아픔으로 끝나지 않기를, 죽음을 기억하고 가슴에 새기며 하루하루를 감사함으로 채워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책의 곳곳에 구구절절 묻어나 있다. 남겨진 자들의 고통과 아픔이 쉬이 사라질 수는 없다. 죽음이 바뀔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 죽음이 허무하게 끝나지 않도록, 아프고 고통스러워서 가슴에 묻고 잊고 싶어지지 않도록, 그들의 삶을 마음으로 기억하고 오래도록 애도하고 추억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누구나 죽는다. 그렇다고는 해도, 흔히 하는 말처럼 '태어난 김에 산다'는 건 너무 허무하고 덧없지 않을까. 이 책을 계기로 언젠가 문득 뒤돌아보았을 때 나의 삶에 다만 한 발자국씩이라도 의미있는 걸음이었기를, 오늘 하루 의미 있는 소중한 날이 되기를 바란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살게 하는 태양이 어김없이 나를 비추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언젠가 지구의 모든 것들은 고향을 떠나 태양과 함께 우주 사방으로 퍼져서 새로운 별로 태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상상할 수도 없는 50억년 뒤의 일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 한 이 고마운 태양은 나와 이새봄을, 그리고 우리 모두를 변함없이 비출 것이다.

지구는 자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니까. 변함없는 이 사실에 다시 힘이 났다.

나는 웃을 수 있었다. 혼자 있지만 진정 혼자가 아니기에.

나는 걷기 시작했다. 웃으며 걸을 수 있었다.
- P241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지만, 우리 엄마도 엄마만의 고유한 삶을 살다가 가셨구나, 생각하게 됐어.

그 글의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나니까, 가슴속이 마구 흔들렸어.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지진이 일어난 것 같았어.

모든 죽음이 그런 것 같아.

병으로 오래 고생하다가 죽든, 우리 엄마나 세월호 참사로 죽은 사람들처럼 예기치 않게 죽든

각자 고유의 삶을 살다가 간 거구나...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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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찾아서 창비시선 438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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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따뜻하고 다정한 정호승 시인.
작년, 방과후 수업에서 정호승 시인의 시들을 다루면서 아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소개했었다.
소외된 면면에도 연민과 사랑의, 다정한 시선을 보내는, 그런 시들이 많다고.

이번 정호승 시인의 시집 '당신을 찾아서'는, 사랑과 죽음의 너머에서 들려오는듯 하다.
너무나 사랑하지민 더이상은 볼 수 없는 이,
특히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많이 비치기도 하고.
그리고 그 죽음의 너머에서 시인은 단순히 죽음만을 발견하지는 않고 또 한 차원 너머의 새로운 세계를 엿본다.




똑같이 '어떤 대상'의 죽음을 통해 이야기하지만,
<눈사람>에서는 굴러떨어진 눈사람의 머리를 통해,
누군가를 미워하는 사람이 눈사람을 대신 죽여 목이 잘렸다고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시간>에서는 '나의 영혼'을 판매하는 과정을 통해
악마를 더 닮았던, 가난보다 사랑의 죄를 짊어졌던, 나의 삶을 성찰하고 있다.

결국 죽음이란, 다시 돌아올 수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단절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과정.

그런가하면 <당신을 찾아서>와 <겨울 연밭>에서는 사랑하는 당신과의 단절.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영원히 헤메는 안타까움과 고통의 소리.
당신을 향한 영원한 사랑의 이야기.

이 죽음을 넘어선 사랑은 <해미읍성 회화나무의 기도>를 통해 종교적 방향으로 승화한다.
나를 용서한 당신에게, 나를 용서하지 말기를.
영원한 사랑의 맹세인 동시에 더는 배신하지않고 당신만을 따르고 순종하겠다는 언약.

사랑과 죽음, 삶과 그 너머의 어딘가까지.
말을 고르고 골라 쓰인 말의 궤적을 통해 나도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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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첫 심리학 수업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이남석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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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석 작가는 '사랑을 물어봐도 되나요?'라는 책으로 처음 접한 작가이다.
아이들에게 수업시간에 한 학기 한 권 읽기 책으로도 자주 활용하고 있는데,
특히 책 읽는 것을 몹시 어려워하는 남자아이들이 목차를 보고 성적인 내용을 기대하며ㅋㅋㅋㅋ 잘 펼쳐보기 때문에 활용하는 편이다.

사실 이 챡도 표지를 보고 좀 편한 마음으로 잡고 읽기 시작했는데,
웬걸, 생각보다는 쉽지가 않았다...!
오랜만에 교육심리 때 공부했던 각종 심리학이 쏟아지는 기분...
인지주의와 구성주의, 인본주의, 행동주의... 말만 들어도 조금 어려운 친구들을 차례로 소개해주는 책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딱딱하거나 어렵기만 한 책이 아닌게, 어쨌든 '십대를 위한', '첫' 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이해를 돕는 예시들이 너무나 잘 제시되어있다.

프로이트는 사람에게 무의식과 의식이 있고 자아와 초자아와 본능이 각각 있다고 주장했지요.
본능은 생명체로서 가지고있는 기본적인 욕망이에요.
하지만 사람은 사회생활을 해야하니 본능에만 충실하면 안되겠죠?
길거리를 가다가 성욕을 느꼈다고 갑자기 자위를 하거나 성행위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중략)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인간의 존엄성을 고려해서 길거리에서의 자위와 성행위를 사회적 규칙으로 금지합니다.
(중략) 이런 사회적 규범과 관련된 마음의 요소를 초자아라고 해요.
(중략) 자아는 본능과 초자아 중간을 비집고 들어가 싸움을 중재하려고 해요.
무조건 초자아의 말만 듣는게 아니라 본능의 요구도 슬쩍 들어줍니다.
그러니까 성욕이 생기면 잠깐 성적인 상상을 하고 넘어가는 식으로요.
현실에서 사회적 규칙을 어기지 않고도 본능을 조금은 해소하는 방식으로 자아는 움직입니다. (20-21pg)

이외에도 파블로프의 행동주의, 밀그램의 복종실험, 에릭슨의 발달단계 등
유명 이론들을 간략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예시로 설명하고 있고
성격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 행복과 만족 중에서는 어떤 게 더 중요한지 등
아이들이 궁금해할법한, 또 생각해보면 재밌어할법한 질문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도 좋다.

사실 심리학은 분야가 참 방대하기도 하고 어휘도 조금 낯설고 어려운 것이 많아 학생들이 처음 접하면 생각보다 복잡하고 까다롭다고 느끼기 쉬운데,
일상의 예시로 참 쉽게 설명하고 있는게 포인트인듯.
또 그러면서도 이게 '십대를 위한' 책이다보니 곳곳에 위로를 주는 따뜻한 메시지가 있다는게 제일 좋았다.

보통 우리가 실수하는 경우를 다시 살펴볼까요? 꼼꼼하게 분석하면 경우가 모두 다릅니다.
(중략) 예전에는 휴대폰 알람 기능만 믿었다가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서 준비물을 까먹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절대 잃어버리지 말자고 미리 다른 가방에 잘 넣어두었는데 그만 그 가방 자체를 잊어버렸다면요?
'똑같은 실수'가 아니라 실수를 했어도 구체적 조건이 다릅니다.
그저 '준비물을 매번 똑같이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른 방식으로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중략)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는 다른 사람 눈에 매번 중심을 못 잡고 넘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본인은 지난번에 넘어진 것을 참고해서 다르게 도전하는 거예요.
(중략) 여러분도 걸음마를 배울 때처럼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학습된 낙천성'이 있었는데
그런 자신을 잊어버리고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 것이니 과거의 낙천성을 화복하면 됩니다.
(중략) 실수해도 "난 매번 또 넘어지는 사람이구나."가 아니라
"다음에는 다르게 하면 중심을 잡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해보세요. (174-175pg)

우선 나는 이 책을 심리학과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고,
또 지금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는, 또 나는 뭘 해도 안될거야 하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도 권해 주고 싶다.
힘들어하는 친구들은 이 책을 읽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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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피아노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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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Q로 만난 세 번째 작품.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문학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이보다 더 적합한 책이 있을까 싶다.

첫 인상은 '낯설다'는 생각이었다. 마치 피아노를 치듯, 언어가 쏟아져내리고 생각이 달려나갔다. 달려나가는 언어를 잡을 수가 없었다. 앞뒤가 안 맞는 언어들, 분열된 자아와 개념,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걸까, 생각할 시간도 없이 그냥 페이지를 넘겼다.


지금은 언제나 내 뒤에 있고, 여기는 어느새 거기이며,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을 듣고, 생각되기 전에 말해진다.

그러나 좌표는 없고, 인과는 무용하며, 이것과 저것은 흩어진 채 포개져 있다.

더는 설명할 길이 없다. 물론 설명할 필요가 없다.

나는 지금 여기에 이해 없이 있고, 설득할 대상도 없다.  (15pg)


통일 되지 않은 목소리는, 이윽고 죽음에 이르러 통일된다. 그렇다. 이것은 죽음의 이야기이고, 삶의 이야기이고, 죽고 싶지 않은, 동시에 죽고 싶은 이의 고백이다.

총 21장, 한 장 한 장마다 음악을 부제로 하여 달려나가는 이야기는, 모두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이야기였다.


​단언하겠다. 내가 누군가를 죽이겠다고 다짐하면, 죽이는 일을 망설이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나는 나를 죽이고 싶다. 나는 나를 죽이고 싶지 않다.

나는 죽고 싶다.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나는 나를 죽이겠다. 나는 나를 죽이지 않겠다. (27pg)


​상처 받은 영혼. 방황하고 분열된 자아.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고 고통스러운 이유 조차 찾을 수 없어 헤메는 나.

​고통은 쉬이 끝나지 않고, 익숙해질 수 없다. 고통은 고통일 뿐이며, 끝없이 아프다. 아픔에 침잠하는 이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세상 모든 게 아프고 원망스러운 그 마음, 그 절절한 고통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가시밭에 발을 들이면 가시가 발바닥에 박힌다.

견디고 넘어서면 피가 멎고, 상처가 아물고, 더 단단한 발을 갖게 되리라고 말한 세계가 등 뒤에 있다.

가시 박힌 자리가 곪고, 곪은 자리에 다시 가시가 박혀, 썩어가는 발을 견디고 견디다 견딜 수 없어서.

나아갈 것인가. 돌아갈 것인가.

멈춰 서서 왜 아무도 내게 신발 신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는지 물으면,

왜 신발에 대해 묻지 않았는지 되무는 세계가 등 뒤에 있다.

원망하면, 왜 더 일찍 원망하지 않았는지 힐난하는 세계가 있어서,

아픔이 있기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멈춰 서 있으면 가시가 더 깊게 파고드는 줄 알면서도,

앞을 향해 걸으면 구멍난 것이 찢기고 처참해질텐데. (42pg)


​죽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죽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울려퍼진다.

죽고 싶지 않다. 살고 싶고, 잘 살고싶고, 아프고 싶지 않고, 안심할 수 있는 평온한 삶을 살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현실로부터의 탈출구는, 죽음이라는 사실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내게는 그런 것이 필요했다.

이 분열을 중단시킬 수 있는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표지.

그리고 그것을 떠올렸을 때, 웃음과 울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저 견디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나는 우습게도, 죽음을 떠올렸던 것이다. (48pg) 


21장. 21장까지 삶과 죽음의 이야기는 달려나간다. 그 흐름이 빨라서 페이지를 넘기는 손 또한 빨라진다.

사실상 이 이야기는 끊는 것이 불가능하다. 삶과 죽음의 연속체, 그 흐름에 몸을 맡길 뿐.


마치 피아노 곡이 끝을 맺듯, 이 작품은 이윽고 마지막을 여운과 울림을 주며 끝을 낸다.


나는 내가 언제 여기에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것은 너무 오래전의 일이다. (120pg)



 ​이 소설이, 과연 죽음을 갈망하고 스스로의 안에 갇힌 이들에게 충동이 될지, 희열이 될지, 희망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죽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죽음을 갈망한, 살아내기 위한 기록이라는 것이다.

스스로의 이야기를 자동 피아노처럼, 타자화된 기계처럼 흘려보낼 수 있다면,

언젠가는 정말 그걸 오래전의 일로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창비에서 출간하는 올해의 마지막 한국소설, 자동피아노.

내 감상은, 이 이상 인상적이기도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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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머리카락 -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21
남유하 외 지음 / 사계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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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신이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모르는 로봇에게 사실을 알려 주는 게 나쁜가?

진짜 우리 할아버지라면 로이 서비스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저 안들이드를 할아버지와 똑같이 만든다면서 로이 서비스에 대한 기억만 제거한 건 반칙이잖아? (59pg, 로이 서비스 중에서) 


 얇고 가벼운 책. 그러나 쉬이 끝나지 않는 책. 이 책을 읽은 후의 한 줄 결론이다.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은 지난 4회때에도 나름 감명깊게 읽었다. 블로그에 리뷰도 남겼었는데, 로봇과 함께 히치하이킹을 하는 작품인 '마지막 히치하이커'를 포함하여 여러 작품이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4회 작품집이 비교적 가볍고 밝은 내용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번 5회 작품집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자이밀 행성'이라는 곳에서 온 이계인, '자이밀리언'과 지구인의 결합으로 탄생한 아이들,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받는 소수자의 이야기인 '푸른 머리카락'. 이계인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왠지 모를 거부감, 그리고 그런 가운데 다가오는 사람은 그저 호기심과 재미, 웃음거리로만 취급하는 사람들. 이런저런 심리묘사가 사실적이었고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생동감이 있어 전반적으로 작품이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이질감이 드는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다르지 않은, 감정을 가진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 공존하기 위한 소수자의 이야기.

 

이 표제작도 신선하고 재미있었지만 나에게 감명을 준 건 정작 그 다음 작품이었다. 같은 작가의 신작, '로이 서비스'.

이 작품은 죽은 후에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단, 영구한 것은 아니고 6개월까지 한정되어있으며, 홀로그램과 실제 안드로이드 등 서비스의 질에 따라 비용도 다르다.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부모님은 안드로이드를 제작하고, 다인이는 이에 반발심을 가지고 뛰쳐나간다.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기에, 거짓 존재인 안드로이드를 할아버지처럼 대하는 엄마의 모습을 다인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새로 사귄 친구 지호 역시 최근에 병으로 죽은 후 제작된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호의 안드로이드 서비스가 기한만료됨에 따라 살아 움직이던 존재가 고철덩어리로 변해 정지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서 다인이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

할아버지와 함꼐 책을 읽고 싶다.

책을 읽어 주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걷고 싶다...

괜찮아, 아직은 슬퍼하지 않아도 돼. 로이는 할아버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니까. (73pg, 로이 서비스 중에서)


​나라면 죽은 후에 로이 서비스로 죽은 이를 추억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보고싶은 마음을 그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그런 과정에서 마음을 정리하는 것도 이별의 한 방식이 아닐까...

언젠가 미래에 겪을 죽음은 지금의 모습과는 또 다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 다른 작품들도 깊이 있게 생각해봄직한 작품이 많았다.

다 단편 단편으로 이루어져있기에, 아이들과 같이 나누고 토론해보거나 수업시간에 활용하기에도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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