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머리카락 -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 사계절 1318 문고 121
남유하 외 지음 / 사계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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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자신이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모르는 로봇에게 사실을 알려 주는 게 나쁜가?

진짜 우리 할아버지라면 로이 서비스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저 안들이드를 할아버지와 똑같이 만든다면서 로이 서비스에 대한 기억만 제거한 건 반칙이잖아? (59pg, 로이 서비스 중에서) 


 얇고 가벼운 책. 그러나 쉬이 끝나지 않는 책. 이 책을 읽은 후의 한 줄 결론이다.

 한낙원과학소설상 작품집은 지난 4회때에도 나름 감명깊게 읽었다. 블로그에 리뷰도 남겼었는데, 로봇과 함께 히치하이킹을 하는 작품인 '마지막 히치하이커'를 포함하여 여러 작품이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 사회에 대해 생각하게 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4회 작품집이 비교적 가볍고 밝은 내용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번 5회 작품집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자이밀 행성'이라는 곳에서 온 이계인, '자이밀리언'과 지구인의 결합으로 탄생한 아이들,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받는 소수자의 이야기인 '푸른 머리카락'. 이계인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왠지 모를 거부감, 그리고 그런 가운데 다가오는 사람은 그저 호기심과 재미, 웃음거리로만 취급하는 사람들. 이런저런 심리묘사가 사실적이었고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생동감이 있어 전반적으로 작품이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이질감이 드는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다르지 않은, 감정을 가진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 공존하기 위한 소수자의 이야기.

 

이 표제작도 신선하고 재미있었지만 나에게 감명을 준 건 정작 그 다음 작품이었다. 같은 작가의 신작, '로이 서비스'.

이 작품은 죽은 후에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단, 영구한 것은 아니고 6개월까지 한정되어있으며, 홀로그램과 실제 안드로이드 등 서비스의 질에 따라 비용도 다르다.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부모님은 안드로이드를 제작하고, 다인이는 이에 반발심을 가지고 뛰쳐나간다.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기에, 거짓 존재인 안드로이드를 할아버지처럼 대하는 엄마의 모습을 다인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새로 사귄 친구 지호 역시 최근에 병으로 죽은 후 제작된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호의 안드로이드 서비스가 기한만료됨에 따라 살아 움직이던 존재가 고철덩어리로 변해 정지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서 다인이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

할아버지와 함꼐 책을 읽고 싶다.

책을 읽어 주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바닷가를 걷고 싶다...

괜찮아, 아직은 슬퍼하지 않아도 돼. 로이는 할아버지가 아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니까. (73pg, 로이 서비스 중에서)


​나라면 죽은 후에 로이 서비스로 죽은 이를 추억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보고싶은 마음을 그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그런 과정에서 마음을 정리하는 것도 이별의 한 방식이 아닐까...

언젠가 미래에 겪을 죽음은 지금의 모습과는 또 다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 다른 작품들도 깊이 있게 생각해봄직한 작품이 많았다.

다 단편 단편으로 이루어져있기에, 아이들과 같이 나누고 토론해보거나 수업시간에 활용하기에도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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