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신이 미치광이 비춘셩의 제문에 응했느냐고?언제 제 깃털을 도둑맞았는지도 모르는, 자칭 털이 빠진 적이 없다는 몹쓸 놈이 있으니까. 그 고얀 깃털이 자신을 적연에서 깨웠다. 그는 흐리멍덩한 상태로 스스로가 누군지도 떠올리지 못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누군가의 새 냄새에 낚여 관에서 나왔던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언 한마디도 못하는 비춘셩이 뭐라고 중얼대는지 잘도 알아들었겠다!
이내 한쪽 발로 새하얀 산호초 위에 내려선 쉬엔지가 손가락으로 선홍빛 입가를 훔쳤다. 종족 문양과 날개가 서로 꼭 같은 화염의 색으로 번쩍였다. 눈이 부시도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다.만약 그를 하늘로 날릴 캐넌포가 있다면, 지금 바로 금오*를 밀어내고 대신 태양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하늘과 땅이 보이지 않았고 해와 달, 별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광원을 찾을 수 없었고 사람이건 물건이건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서 있자니 과거는 빛이 바랜 듯하고 미래는 안개 속에서 꽃을 보는 것처럼 희미했다. 오직 이 찰나만이 이토록 명료하여, 시간은 흐른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그저 망연해졌다.
쉬엔지는 멍하니 생각에 빠졌다. 영인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누구누구 씨가 그에게 응답해 준다면 자신도 아마 그 자리에서 주화입마에 빠질 것이라고.
그러나 검령은 잊은 게 아니라, 열반술의 힘으로 전생을 봉인했던 것이다. 아름다운 꿈은 적연이 동요할 때마다 산산이 깨졌고, 꿈에서 깨어난 뒤 분골쇄신하기를 30여 차례나 거듭했다. 3천 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되풀이한 것이다.이게 대체 무슨 나날이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