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참으로 무정하구나.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기니.
청혼.
"당신에게는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이 나에게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인데, 당신이 사소하게 여기는 일로, 내 한평생 가장 중요한 일을 이뤄 줄 수 있나요?"
"내가 저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알겠어."
"옛날에 왕휘지라는 사람이 갑자기 흥이 나서 멀리 있는 지인을 보러 갔어. 꼬박 하루나 걸려서 갔지. 그런데 막상 지인의 집 문 앞에 도착하니까 별로 안 보고 싶어진 거야. 그래서 왕휘지는 그 지인을 보지도 않고 다시 집으로 되돌아갔대. 어떤 이가 왕휘지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까, 그가 ‘본승흥이래, 흥진이반(本乘興而來, 興盡而返)’이라고 답했어. 본래 흥이 나서 왔으나, 이제 흥이 떨어졌으니 돌아가는 것이라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서신만으로는 부족해.당신을 보러 가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