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두고 한없이 도망치는 이들에게 상수는 어렵지 않게 감정 이입했다. 사랑의 정념을 이기고 결별과 부재라는 고통을 극복하며 앞에 무엇이 펼쳐질지도 모르는 허허벌판을 목숨을 걸고 달려가야 하는 상태. 상수가 즐겨 빠져드는 상상이었다. 그곳은 단순한 실연의 상태만이 아니라 어딘지 영웅 이야기나 출세담을 연상시켰다. - P9

사랑이 시작하는 과정은 우연하고 유형의 한계가 없고 불가해했는데, 사라지는 과정에서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알리바이가 그려지는 것이 슬펐다. (...) 그렇게 소멸은 정확하고 슬픈 것이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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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랜드 - 여자들만의 나라 Rediscovery 아고라 재발견총서 5
샬롯 퍼킨스 길먼 지음, 황유진 옮김 / 아고라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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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토록 오래된 고대의 정신 세계를 왜 고수하시는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아요. 말씀하신 가부장적 사고는 수천 년은 되지 않았나요?"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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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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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전체가 어깨를 벌리고 숨을 죽인 채 방문자의 기개를 시험하는 기분이었다. 어디 한번 들어와 보시라. - P61

그가 쉬차를 버리지 않았다면 쉬차가 그를 버렸을 터였다. 그것이 삶이 가진 폭력성이자 슬픔이었다. 자신을, 타인을, 다른 생명체를 사랑하고 연민하는 건 그 서글픈 본성 때문일지도 몰랐다. 서로 보듬으면 덜 쓸쓸할 것 같아서. 보듬고 있는 동안만큼은 너를 버리지도 해치지도 않으리란 자기기만이 가능하니까. - P346

윤주는 종종 궁금했다. 사람들은 왜 가만있지 않는지. 안전한 자기 집을 두고 감염의 위험과 무장 군인, 추위와 허기가 기다리는 광장에 모이는 진짜 이유가 뭔지. 이 방에 홀로 남은 지금에야 그녀는 답을 알 것도 같았다. 그들은 ‘누군가’를 향해 모이는 것이었다.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확인시켜줄 누군가, 시선을 맞대고 앉아 함께 두려워하고 분노하고 뭔가를 나눠 먹을 수 있는 누군가, 시시각각 조여드는 죽음의 손을 잊게 해줄 누군가를 만나고자 그곳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윤주에게 그곳은 재형이었다. 그에게로 가고 싶었다. 그가 그리웠다. 밤은 미치도록 길었다. - P404

지난 석 달, 그녀는 박주환의 보호를 받으며 경찰서에서 지냈다. 매일같이 이곳에 들러 꽃을 놓고 재형의 무덤을 돌봤다. 매장 전, 보고 만졌던 그의 마지막 모습을 수도 없이 떠올렸다. 뺨은 희고, 살갗은 축축하고, 몸은 딱딱했다. 젖은 나무를 만지는 것 같았다. 나무처럼 평온해 보였다. 어쩌면 나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인간 없는 세상에 가서. - P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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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기 2 - 완결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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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은 잔잔한 듯하지만 거친 파도와도 같아서 현재의 슬픔도 고통도, 그리고 불안까지도 모두 뒤덮고 휩쓸어 가 버린다. 그래서 그냥 하람을 보고 웃어 버렸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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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 바이 미 - 스티븐 킹의 사계 가을.겨울 밀리언셀러 클럽 2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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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작품은 내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보여드리지 않은 첫 번째 소설이다. 그 속에는 데니 형의 모습이 너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캐슬록의 모습도 너무 많고, 무엇보다 1960년의 모습이 너무 많다. 진실은 언제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진실을 가지고 자신이나 남을 다치게 하면 반드시 피투성이가 되는 법이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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