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곤의 나무를 쏘아보다, 위스키를 꿀꺽 삼켰다. - P13
"다녀왔어." 돌아보며, 어서 와, 라고 말할 때의 쇼코의 웃는 얼굴을 나는 정말 좋아한다. 쇼코는 절대로 반갑다는 듯 달려나오지 않는다. 내가 집으로 돌아오다니 꿈도 꾸지 않았다는 듯이, 놀란 얼굴로 천천히 미소짓는 것이다. 아아, 생각났다, 는 말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나는 내심 안도한다. 내가 밖에 나가 있는 동안, 아내는 나를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 P32
이런 결혼 생활도 괜찮다, 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불현듯, 물을 안는다는 시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 P56
환자가 죽으면, 무츠키는 한동안 멍하게 지낸다. 식욕도 없어진다. 무츠키 자신은, 전문의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반대로 그 환자를 나무라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 선량한 무츠키를 슬프게 만들다니. 물론 잘못된 일이지만, 나는 그 옛날의 불량 소녀들처럼, 그 사람(의 혼)을 체육관 뒤로 불러내어, 슬쩍 쏘아붙이고 싶은 기분이 든다. 죽고 싶으면 너 혼자서 죽어, 무츠키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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