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식이란 이런 것이다. 꽃에 대한 음악을 듣고 싶으면 오선지에 커다랗게 꽃 그림을 그린 뒤 그 그림의 선을 따라 음표를 그린다. 그리고 그 음표대로 피아노를 친다. 나비를 듣고 싶으면 나비 그림. 고양이를 듣고 싶으면 고양이 그림. 그럼 그건 나만의 꽃 음악이 되고 나비 음악이 되고 고양이 음악이 된다. 남들은 그게 무엇에 관한 음악인지 모를 것이다. 왜냐면 그건 나만이 알아보고 들을 수 있는 그림이고 음악이니까. - P135
...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상상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나의 상상에 ‘응‘이라고 대답해준다. - P152
나는 반짝이는 나를 봤다. 내 불행의 시발점. - P162
외우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하나님이란 자가 누구인지 모르니까 우선 그것부터 말해주면 좋을 텐데. - P131
물론 전쟁이나 자살, 사랑, 불행 같은 것들에 주의를 기울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을 때 정중하고 피상적으로 흉내만 냈을 뿐이지요. 가끔, 일상적인 내 생활과 관계없는 사건에 열심인 척 하기도 했지만 이것도 내 자유가 방해받지 않는다면 당연히 끼어들지 않았을 겁니다. 뭐랄까, 이것은 그냥 가볍게 스쳐가는 것이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모든 것이 나를 스치듯이 지나갔지요. - P51
무죄란 사지를 맘껏 펼 수 있는 데 있음을... - P106
나는 나 자신의 우월함밖에는 인정하지 않았고, 바로 이것이 내가 친절을 베풀고 마음의 평정을 누릴 수 있는 동력이었습니다. - P50
그러나 우리가 안전하다는 사실은, 댐이 무너졌다는 외침이 들불처럼 퍼져 나갔을 당시 이스트사이드 주민을 사로잡았던 순도 높은 절망과 기괴한 절박감을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 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