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에 여전히 동하다니, 못쓰겠다. 아, 내가 큰 인물이 되고 싶은 건 아니고, 그저 존경스러워서ㅡ
"당연히 나라를 부강하게 할 만큼 지혜롭고, 적을 위협할 만큼 용맹하고, 한 번 노하면 제후들을 벌벌 떨게 하고 평화로울 때는 천하를 쉬게 할 만한 사람(맹자의 저서 《맹자》)이 돼야 할 것이오."
상대가 배신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과거의 정분을 깨끗이 잘라 버렸다는 뜻이다. 남이 신경 쓰지 않는 것을 혼자 애틋하게 품고 있는 건 선량한 게 아니라 스스로 천대하는 것이다. 그녀는 절대 스스로 자신을 낮추지 않을 생각이었다.
"스스로를 미인이라 칭하다니, 자신감은 높이 살 만하다.""선비를 죽일 수는 있어도 모욕할 수는 없는 법이오."
입만 열면 거짓말인 사기꾼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 자신의 진심을 적나라하게 쪼개어 상대에게 똑똑히 보여 주는 사기꾼도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남자든 여자든, 감정에 있어서는 온갖 방법으로 마음을 감추려 하고 떠보려 한다. 상대에게 자신의 진심을 들키기 싫어서, 먼저 말해버리면 자신이 지는 것이 될까 봐. 오직 눈앞의 이 사람만이, 당당하고 분명하게, 아무런 기교도 수단도 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마구 휘두르는 주먹에 노련한 사부도 맞아 죽는다고, 터무니없게도 이렇듯 거침없고 서툰 고백에 어느새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본래는 보잘것없는 사람도 어떤 순간에는 골짜기의 무지개처럼 눈부시기도 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