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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낭군가 - 제7, 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6
태재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2월
평점 :
울고, 웃고, 좀비 세상에서 그려내는 사회의 모습에 치를 떨며, 그럼에도 속이 시원해지기도 하며,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책,『좀비 낭군가』.
황금가지 출판사와 브릿G에 대해서 처음 안 후 흥미로워서 자주 방문했었고, ZA(좀비 아포칼립스) 문학 공모전도 유심히 봤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함께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었다.
브릿G를 통한 ZA 문학상이어서 그런지 참여한 일곱 작가님의 이력이 특히 눈에 띄었다. IT 노동자, 매거진 에디터, 웹소설 작가, 칼을 쓰는 일을 하는 이, 생태학을 전공한 작가 등. 잊고 있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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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배경으로 진주 남강 민요를 베이스로 한, 이 책의 메인 제목이기도 한 <좀비 낭군가>, 성추행 트라우마에 이를 갈며 망치를 베개 밑에 품고 잠들던 <침출수>.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하며 즐겁게 읽은 <메탈의 시대>, 생존 영화 한 편 뚝딱 본 것 같은 <삼시세킬>, SF와의 기묘한 조화가 인상적인 <화촌>.
인간과 좀비 그리고 구원이라는 결코 얽힐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의 이야기 <제발 조금만 천천히>, 마지막으로 파도와 섬, 동화 같기도 전설 같기도 한 <각시들의 밤>까지.
마지막 작품인 <각시들의 밤> 장아미 작가님 작품은 『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 이후 두 번째인데, 작가님만의 색이 확실하게 보여서 읽는 내내 즐거움이 더해졌던 작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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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침출수> 中
"법원까지 놈을 끌고 간다 해도 별 소득이 없을 거이다. 세상은 양승태가 엉덩이를 만졌을 때 왜 격렬하게 거부하고 항의하지 않았느냐고 외려 도아에게 따질 것이다. 그리고 양승태가 내뱉은 말들은 술김에 내뱉은 농담 정도로 정리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둘 사이에 연애 감정은 없었느냐는 질문이 돌아올지도 몰랐다. 도아가 찾아본 수많은 케이스들이 증명하는 사실이었다. 도아를 도울 사람은 도아 자신밖에 없었다."
"도아가 양승태의 추행에 침묵한 건 이기는 게임을 하고 싶어서였다. 치명적인 강간 상해를 당하지 않는 한 이 나라의 법은 도아가 아닌 양승태의 보호막 구실을 할 터이므로, 확실한 승부를 찾을 때까지 놈과의 싸움을 늦추었던 것이다. 사실 도아는 한순간도 놈을 머릿속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 머리맡의 망치와 수많은 불면의 밤이 그 증거였다."
"도아는 하고 싶은 게 뭐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망할 망치를 머리맡에 두고 살면서부터 인생이 방어적으로 변해버려서 무얼 하고 싶은지 잊고 살았다. 그래서 뭘 하고 싶어 했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를 궁리해야 했다."
: 도아의 이야기가 정말 인상 깊었던 작품, <침출수>. 양승태의 끔찍한 만행과,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 치던 도아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그리고 동시에 도아의 안녕과 미래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던 작품이다. 현실에 분명 존재할 또 다른 도아들의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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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메탈의 시대> 中
"아빠는 내게 항상 사람 좀 되라고 하셨는데 결국 나는 제대로 된 사람도, 제대로 된 좀비도 되지 못했다. 사람과 좀비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발을 걸치고 있었다. 그게 좀비가 되기 전이랑 별반 다를 게 없어 무연하기도 했다."
: 시작은 살짝 의아했으나 뒤로 갈수록 주인공 밸지의 행보를 응원할 수밖에 없던 작품. 홍대를 거니는 주인공의 모습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한참을 읽었다. 그 웃픈 상황이, 엔딩이 정말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영상화가 되어도 꽤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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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작품에도 좋은 문장과 이야기가 많았는데, 글이 이미 지나치게 길어진 탓에 다른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글로 정리해 보아야겠다.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도 충분히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책, 『좀비 낭군가』였다 :)
* 황금가지 출판사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