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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평점 :
가족은 해체되고, 삶은 팍팍하다.
정말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어린 나이에는 세상과도 같은 부모를, 형제를 잃은 그는 생존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꿈, 그건 그의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을 것이다.
돌베개 출판사 전 대표, 임승남 작가의 에세이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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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씨를 말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성시키는 일이었다. 감옥에 한번 들어오고 나면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본격적으로 도둑질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으니 말이다." _p.54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데는 아주 많은 힘이 필요하다. 우리의 뇌는 결국 편한 길을 추구하기에,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싸우는 대상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 자신이기에. 아주 작은 습관조차 바꾸는 게 너무나도 어려운데, 삶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그는 어땠을까. 어떤 노력을 해도 그 지난한 시간을 절대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정확한 이름도, 생일도, 나이도, 글도 모르던 그는 스스로 삶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름을 스스로 짓고, 삶으로 나아가 타인의 삶을 담는 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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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것이 알고싶다나 궁금한 이야기 Y 같은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편인데, 그곳에서 한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길에 버려져 보육원에서 이름을 받았고, 친구들에게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달라 말했다던 사람의. 그는 본인의 불행했던 환경을 탓하며 범행을 정당화하려 했다.
실제로는 그 같은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악이라는 구렁텅이는 사람을 점점 더 깊은 구렁텅이로 끌어들여 벗어나지 못하게 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임승남 작가님의 이런 삶에 더욱더 큰 울림을 받은 2023년의 마지막 날, 마지막 책이었다.
"어떤 인생이라도 지금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싫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면, 그것은 올바른 인간에 대한 갈망과 열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_p.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