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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루카메 조산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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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속 어딘가에 상처를 안고 살고 있다.” _P.163

아주 어릴 적 『달팽이 식당』이라는 책을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조용한 산골 마을에 있는, 손님들에게 마음을 대접하던 작은 공간. 그 『달팽이 식당』의 오가와 이토 작가의 작픔, 『츠루카메 조산원』을 좋은 기회로 함께하게 되었다 :)

2013년에 『트리 하우스』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출간되었으나, 원제 그대로 살려 다시금 우리 곁을 찾은 작품이다.



❤️‍🩹
“어느 쪽이 행복할지, 그건 스스로 결정하는 거야.” _p.29

하루아침에 사라진 남편을 찾아 떠돌던 마리아가
남쪽의 한 섬에서 당도한 츠루카메 조산원.
어릴 적부터 상처로 점철된 삶을 살던 그가 이 조용한 조산원에서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온전한 삶을 살게 된 마리아는
그 남쪽 섬에 찾아온 초기의 목적을 이루고
비로소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간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와 함께일 때 더 나은 사람이 되거든. 그 사람이 좋으면 점점 호감을 사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_p.150



🙏
최근 작년에 신림동에서 있던 한 사건의 1심 결과 소식을 듣고 사건을 다시 보며 마음이 팍팍해짐과 동시에 세상이 잠시 두려워졌다.

그래도, 그럼에도, 그런 세상이어도 『츠루카메 조산원』은 말한다. 타인과 함께하는 삶의 기쁨, 그 아름다움을. 상처를 마주하고, 뒤로한 채 앞으로 나아가라고. 삶을 살아가라고.

잠시 눈을 감고 떠올려본다. 내가 겪었던 팍팍하지 않은 세상을, 사람을. 그들과 함께 나눴던 웃음을.
그리고 그 힘으로 다시금 삶의 빛을 찾는 오늘이다.


“지금 이렇게 모두가 살아 있다는 것이 멋진 게 아닐까? (...) 지금 여기 있다는 자체가 말이야.” _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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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낭군가 - 제7, 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6
태재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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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웃고, 좀비 세상에서 그려내는 사회의 모습에 치를 떨며, 그럼에도 속이 시원해지기도 하며,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책,『좀비 낭군가』.

황금가지 출판사와 브릿G에 대해서 처음 안 후 흥미로워서 자주 방문했었고, ZA(좀비 아포칼립스) 문학 공모전도 유심히 봤었는데 이렇게 책으로 함께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었다.

브릿G를 통한 ZA 문학상이어서 그런지 참여한 일곱 작가님의 이력이 특히 눈에 띄었다. IT 노동자, 매거진 에디터, 웹소설 작가, 칼을 쓰는 일을 하는 이, 생태학을 전공한 작가 등. 잊고 있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
조선을 배경으로 진주 남강 민요를 베이스로 한, 이 책의 메인 제목이기도 한 <좀비 낭군가>, 성추행 트라우마에 이를 갈며 망치를 베개 밑에 품고 잠들던 <침출수>.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하며 즐겁게 읽은 <메탈의 시대>, 생존 영화 한 편 뚝딱 본 것 같은 <삼시세킬>, SF와의 기묘한 조화가 인상적인 <화촌>.

인간과 좀비 그리고 구원이라는 결코 얽힐 수 없을 것 같은 것들의 이야기 <제발 조금만 천천히>, 마지막으로 파도와 섬, 동화 같기도 전설 같기도 한 <각시들의 밤>까지.

마지막 작품인 <각시들의 밤> 장아미 작가님 작품은 『별과 새와 소년에 대해』 이후 두 번째인데, 작가님만의 색이 확실하게 보여서 읽는 내내 즐거움이 더해졌던 작품이었다 :)



🔨
_<침출수> 中
"법원까지 놈을 끌고 간다 해도 별 소득이 없을 거이다. 세상은 양승태가 엉덩이를 만졌을 때 왜 격렬하게 거부하고 항의하지 않았느냐고 외려 도아에게 따질 것이다. 그리고 양승태가 내뱉은 말들은 술김에 내뱉은 농담 정도로 정리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둘 사이에 연애 감정은 없었느냐는 질문이 돌아올지도 몰랐다. 도아가 찾아본 수많은 케이스들이 증명하는 사실이었다. 도아를 도울 사람은 도아 자신밖에 없었다."

"도아가 양승태의 추행에 침묵한 건 이기는 게임을 하고 싶어서였다. 치명적인 강간 상해를 당하지 않는 한 이 나라의 법은 도아가 아닌 양승태의 보호막 구실을 할 터이므로, 확실한 승부를 찾을 때까지 놈과의 싸움을 늦추었던 것이다. 사실 도아는 한순간도 놈을 머릿속에서 내려놓은 적이 없었다. 머리맡의 망치와 수많은 불면의 밤이 그 증거였다."

"도아는 하고 싶은 게 뭐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망할 망치를 머리맡에 두고 살면서부터 인생이 방어적으로 변해버려서 무얼 하고 싶은지 잊고 살았다. 그래서 뭘 하고 싶어 했는지가 아니라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를 궁리해야 했다."


: 도아의 이야기가 정말 인상 깊었던 작품, <침출수>. 양승태의 끔찍한 만행과,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 치던 도아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그리고 동시에 도아의 안녕과 미래를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던 작품이다. 현실에 분명 존재할 또 다른 도아들의 것도.



🎸
_ <메탈의 시대> 中
"아빠는 내게 항상 사람 좀 되라고 하셨는데 결국 나는 제대로 된 사람도, 제대로 된 좀비도 되지 못했다. 사람과 좀비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발을 걸치고 있었다. 그게 좀비가 되기 전이랑 별반 다를 게 없어 무연하기도 했다."

: 시작은 살짝 의아했으나 뒤로 갈수록 주인공 밸지의 행보를 응원할 수밖에 없던 작품. 홍대를 거니는 주인공의 모습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한참을 읽었다. 그 웃픈 상황이, 엔딩이 정말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영상화가 되어도 꽤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
이후 작품에도 좋은 문장과 이야기가 많았는데, 글이 이미 지나치게 길어진 탓에 다른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글로 정리해 보아야겠다.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도 충분히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책, 『좀비 낭군가』였다 :)



* 황금가지 출판사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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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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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해체되고, 삶은 팍팍하다.
정말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어린 나이에는 세상과도 같은 부모를, 형제를 잃은 그는 생존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꿈, 그건 그의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였을 것이다.

돌베개 출판사 전 대표, 임승남 작가의 에세이 『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이는 씨를 말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성시키는 일이었다. 감옥에 한번 들어오고 나면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본격적으로 도둑질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으니 말이다." _p.54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데는 아주 많은 힘이 필요하다. 우리의 뇌는 결국 편한 길을 추구하기에,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싸우는 대상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 자신이기에. 아주 작은 습관조차 바꾸는 게 너무나도 어려운데, 삶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그는 어땠을까. 어떤 노력을 해도 그 지난한 시간을 절대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정확한 이름도, 생일도, 나이도, 글도 모르던 그는 스스로 삶을 개척하기 시작한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름을 스스로 짓고, 삶으로 나아가 타인의 삶을 담는 이가 된다.


🪪
나는 그것이 알고싶다나 궁금한 이야기 Y 같은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편인데, 그곳에서 한 연쇄 살인범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길에 버려져 보육원에서 이름을 받았고, 친구들에게는 다른 이름으로 불러달라 말했다던 사람의. 그는 본인의 불행했던 환경을 탓하며 범행을 정당화하려 했다.

실제로는 그 같은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악이라는 구렁텅이는 사람을 점점 더 깊은 구렁텅이로 끌어들여 벗어나지 못하게 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임승남 작가님의 이런 삶에 더욱더 큰 울림을 받은 2023년의 마지막 날, 마지막 책이었다.


"어떤 인생이라도 지금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싫을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면, 그것은 올바른 인간에 대한 갈망과 열망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_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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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서 교수의 새로 읽는 이야기 동양 신화 - 동양적 상상력의 근원을 찾아서, 중국편
정재서 지음 / 김영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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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나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내 몸 안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같은 궁금증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시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 동양의 신화들.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근원이 될 것만 같은 『정재서 교수의 새로 읽는 이야기 동양 신화』.

2010에 이어 2023년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된 이 책은 정말 '상상력의 원천'이라고 불러도 부족하지 않다. 읽는 내내 시간이 가는 줄 몰랐으며, 그 어떤 판타지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했다. 어쩌면 그 모든 이야기도 시작은 이런 신화였을 테니.


📖
하늘과 땅을 만들고 죽어서는 자연이 되었다는 거인 반고, 흙으로 사람을 만든 여와, 모든 것을 쓸어간 후 다시 시작하는 홍수 신화, 알에서 태어난 영웅과 민족의 시조들, 늑대에서 태어난 소수민족의 시조들, 신비로운 산과 낙원, 무릉도원까지.

중간중간 우리가 흔히 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나 히브리 신화의 모세와 노아, 한국의 주몽 신화 등이 등장하며 그 흥미를 더한다. 서양 신화와 동양 신화의 차이에 대한 부분 또한 :)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민족의 시조는 왜 모두 남자일까'에 대한 답이었다. 성모 마리아처럼 결국 그 영웅과 왕을 신비로운 현상 속에서 낳은 건 여성인데, 시조로 추앙받는 건 그 아들뿐인 아이러니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이에 작가님은 처음에는 모계사회로써 어머니가 시조로 숭배되었을 것이나, 후대로 가면서 남성 중심 사회가 되어 아들이 시조로 부각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단순 신화에 대한 소개를 넘어 작가님의 견해를 엿볼 수 있는 이러한 부분들이 매우 인상적인 책이다.


✒️
무엇보다도 읽는 내내 감탄했던 건, 이 책의 '디자인'. 표지부터 시작해서 이질감 없이 이어지는 내지 디자인. 정말 많은 삽화가 불규칙적으로 등장하는데(네모난 사진부터 누끼컷까지), 무엇 하나 어색하나 불편한 게 없다.

텍스트 박스부터 타이틀, 페이지 넘버링까지 👍
가끔 이런 책을 보면 디자인 욕구가 뿜뿜하다. (현실은 이런 작품 디자인할 일 별로 없고, 디자이너에게는 머리 쥐어짜며 일한 고통의 산물🤣 물론 그만큼 의미 있겠지만)


-
2023년의 마지막 날 아침을 깨워준, 새로운 2024년을 상상력 가득하게 만들어줄 책, 『정재서 교수의 새로 읽는 이야기 동양신화』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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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바게트
실키 지음 / 현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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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페이지를 꽉꽉 채우고 있는 실키 작가 특유의 유머와 그림체, 사회를 보고 담는 시선까지.

예전에 자주 가던 한 카페에서 요상하게 생긴 새들이 나오는, 재치 넘치는 『나–안 괜찮아』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피식 웃게 만드는 그 일러스트들이 계속 마음에 남아있었다.

그러다가 너무나도 좋은 기회에 #현암사 서평단으로 함께한 실키 작가의 신작, 『김치바게트』 :)


📖
프랑스에 거주하는 작가가 담아낸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 차이가 주를 이루는데, 펜데믹 이후 유튜브의 여러 콘텐츠에서도 보았던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곳곳에 녹아있었다.

유럽 여행을 다녀온 많은 이들이 느끼는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찢어진 눈, 원숭이 흉내, 성노동자 취급), 각종 공휴일을 보내는 방식, 그리고 '비건'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마음에 남는다.

나는 플로깅을 하면서 함께 하는 이들 덕분에 비건에 대해 알게되었고, 비건 식당도 종종 찾게 됐다. 원래도 고기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소세지나 햄은 먹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약속이 있지 않는 이상 찾아 먹지 않는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폴로 베지테리언 정도? (사족보행 육류만 먹지 않는 단계)

그럼에도 주위에서 한 마디씩 얹는 말은 참 다양했다.
왜 하냐, 의미가 있냐, 너 하나 그런다고 아무도 안 알아준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겨우 소나 돼지 안 먹고(치킨은 놓을 수 없지), 동물복지 달걀 사 먹고, 오트 우유만 마신다고 해서 이런 소리를 듣다니(+ 텀블러와 빨대 들고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세상 사람들은 참 본인 일 아닌 것에만 관심이 많고, 말을 덧붙이고, 신경쓴다. 타인이 자기 시간과 돈 들여서 하는 일에 왜 본인들이 굳이 힘을 쓰는 건지 🙄


✒️
각설하고, 실키 작가는 온갖 편견과 참견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유의 그림체와 화법, 그리고 유머로. 나도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는, 전하는, 퍼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긴다. 메시지 하나하나를 마음에 새기며.

"나는 네가 아무것도 안 한다는 걸 알아. (...)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네가 그들과 다르다는 걸 어떻게 알겠니?" _『김치바게트』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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