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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평이면 충분하다 - 오래가는 브랜드의 한 끗 차이 입지 전략 센스
우창균 지음 / 블랙피쉬 / 2024년 1월
평점 :
지난 늦여름, 동네에 느낌 있는 펍이 하나 생겼다.
정말 특별한 것 없는 주택가 한 가운데,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그 모습에 눈길이 계속 갔다.
원래는 어떤 공간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 펍은 가을이 채 가기 전에 사라졌다.
다음에 가봐야지, 미루기만 하다가 그렇게.
그리고 그곳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섰다.
이전의 펍과는 꽤 많이 다른 모습의,
동화 속에서 갓 튀어나온 것만 같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상아색 벽돌, 입구를 지키는 아기자기한 소품들,
나무 틀로 만든 것만 같은 창문,
창문 안으로 보이는 사랑스러운 인테리어들까지.
사람들도 그 공간에 반한 걸까?
여전히 뜬금없는 곳에 있는 레스토랑이지만,
새로운 가게는 사람이 제법 많다.
『4평이면 충분하다』를 읽는 동안 그곳이 생각났다. 지금의 동화풍 레스토랑도, 한 계절 만에 사라져 버린 그 전 펍도.
💬
"감동의 대부분은 난생처음 보는 사람이거나, 편견을 갖고 있던 사람에게서 더욱 많이 느낍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이름을 이겨 냈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 지금의 모습을 있게 만든 한 사람의 시작점과 과정 속 진솔한 이야기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지금의 결과물을 얻기까지 과정을 알기란 어렵습니다. 어디서 시작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 수 없습니다."
우창균 작가님은 유퀴즈 이야기를 하며 위와 같은 말을 남긴다. 내가 인상적인 공간들을 보면 항상 궁금해하는 것들을 콕 짚어준다.
'어디서 시작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가.'
그리고 이 책은 단순히 브랜드의 성립을 떠나 쉬이 알 수 없는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까지 함께 다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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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에 적힌 새로운 부동산 용어들이 가득, 그만큼 좋은 공간들도 많이 만났지만 가장 인상적인 파트는 네 번째, 오래된 공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성수나 망원, 연희, 연남을 지나다니면서 항상 궁금했던 '저 오래된 주택을 어떻게 저렇게 탈바꿈할 생각을 했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주는 파트였다.
그런 동네에, 그런 건물과 공간을 만들 수 있었던 건 결국 이거인 것 같다.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이 중요한 법입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알 때 가능성도 더 빨리 알아볼 수 있는 법입니다."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
내가 2년을 넘게 살아도 인지하지 못한 공간을 누군가는 발견해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키워나갈 수 있는 데는 그 '관심'과 '시선'이 가장 중요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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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동네의 아늑한 카페도, 스콘 맛집도, 저 인적 드문 언덕 위에 생긴 유명 카페도. 모두 누군가의 끊임없는 관심과 고뇌, 그리고 용기 속에 탄생했을 걸 생각하면 그 공간들이 더욱 좋아진다 :)
브로드컬리 시리즈만큼의 깊이는 없어 살짝 아쉬웠지만, '부동산'이라는 나에게는 생소한 개념과 브랜드의 만남은 매우 매력적이었던 책, 우창균 작가님의 『4평이면 충분하다』였다.
"그 치열한 걱정과 생각들이 좋은 아이디어, 에티튜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