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20번의 금요일 -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2014~2023년의 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사단법인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 온다프레스 / 2024년 3월
평점 :
D+21, D-3632
2014년 4월 16일, 수요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많은 분들이 이날을 어떤 방식으로든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날짜, 시간, 요일은 잊었을지언정 거대한 배가 서서히 침몰하는 모습, 바닷가에서 오열하는 가족들, 실종자 수색에 너도나도 뛰어든 구조대와 봉사자들까지. 어떤 한 조각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D-514
2022년 10월 29일.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잊을 뻔한 기억도 있다. 친구들을 만나고 귀가하던 길, 어렴풋이 '무슨 일이 생겼나보다'했던 뉴스가 그 아픈 참상을 드러냈을 때가 떠오른다.
📖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정확히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냥 그런, 지나간 10년이었겠지만 결코 그럴 수 없는 이들이 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10주기 공식 기록집, 『520번의 금요일』이다.
유가족을 포함하여 117명과 함께한 148회의 인터뷰가 들어있는 책. 2022년 봄에 시작된 기록이 452페이지에 꾹꾹 눌러 담겨있다. 겨우 452페이지로 모두 할 수 없었을 마음과 사건들이 차고 넘쳤을 게 선연하다.
✒️
"이 기록은 지난 10여 년 세월호의 시간을 되짚어보는 동시에 세월호에 관한 집단기억을 만들고, 우리를 다시 구성하는 첫 걸음인지도 모르겠다. 방금 이 이야기 속에 들어온, 어쩌면 새로운 질문과 마주할 당신과 함께." _p.15
나는 책을 시작하면 목차에서 한참 머물고는 한다. 이 책이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미리보기 같은 느낌이라서 목차를 읽으며 책의 내용을 상상한다.
하지만 미처 목차로 넘어가기도 전에 손이 멈췄다.
간지, 속표지 1과 2, 그리고 그 뒤에는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단원고 희생자와 생존자의 부모님들의 이름이 여전히 누군가의 '아빠', '엄마'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그리고 희생된 아이들의 어린 형제들, 그 배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수많은 활동가들, 10년 사이 세상을 뒤로한 이들의 이름이 이어졌다.
바로 그 다음 장이 목차였는데.
목차로 넘어가지 못하고 책장을 덮었다.
🛳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차마 적을 수가 없다.
책 속의 여러 문장들이 떠오르지만 쉬이 옮길 수 없다. 그렇게 가볍게 옮길 수 있는 말들이 아닌 것 같아서.
결국 현재의 모든 사회적 안전장치들은 피의 역사 위에 세워졌다는 걸 안다. 사건이 벌어진 후에야, 누군가 죽고 난 후에야, 그리고 그걸 많은 사람이 알게끔 1인 시위라도 한 후에야 사회는 움직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회가 너무나도 혼란스러워서 그 피해로 울부짖는 사람 옆에서 그에게 돌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유난이다", "주작이다" 같은 소리를 짖으며 손수 2차 가해자가 되길 자처한다.
-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지만 그 누구한테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 재난참사입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에서는 참사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고, 그 참사의 한가운데 있는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참사를 해결해야 할 국가와 사회로부터 추모와 위로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2차 가해를 당하고 있습니다." _p.403, 수진 아빠 김종기님
잊지 말자. 우리에게는 앞으로 나아가고, 상처 입은 이들에게 온기를 건넬 시간만 세어도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