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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환상의 그림갈 6 - 보잘 것 없는 영광을 향하여,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6년 7월
평점 :

'강함이란..'
올곧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도와주고 자신을 희생하는 정신을 두고 진정한 강함이라고 사람들은 칭송 합니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고 자신보다 강한 사람에겐 비굴함을 들어내는 '란타'와 같은 인간이 아닌, 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강함이란 예를 들어 파티의 리더가 되어 어떻게도 안 되는 사선의 끝에서 파티원을 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생각하고 주변을 확인하여 최선의 길을 선택해 파티원을 생환 시키고 여의치 않을땐 자신이 남아서 파티원의 활로를 개척 할려는 하루히로가 그 범주에 들어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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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크렐름에 온지도 벌써 한달하고 반이 지났습니다. 팀 토키즈와 하루히로 파티가 더스크렐름을 발견 했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많은 파티와 클랜이 새로운 사냥터로 이곳으로 진출 하였고, 하루히로 파티는 여전히 팀토키즈와 함께 동맹을 맺어 이곳에서 사냥에 여념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블린과 코볼트를 잡을때보다 벌이가 좋아 순항을 거듭하던 그들이지만 당연하면 당연하다는 듯 여러 사람이 몰려든 상황에서 트러블은 일어나게 되고 결국 이것이 발단이 되어 더스크렐름의 난위도는 급상승하게 되어 사냥터로 여기에 자리 잡았던 여러 타피와 클랜은 위기를 맞아 갑니다. 당연히 하루히로 파티도 그 중심에 서게 되는데요.
분위기가 바뀐 더스크렐름에 그동안 신기루 존재로 여겨졌던 신장 300m짜리 거신이 눈 앞에 등장 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패닉이 번져가고 이런 상황에서 팀 토키즈를 이끄는 토키무네가 대뜸 떠벌렸던 거신을 쓰러트리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아 레이드를 나서게 되지만 애초에 신장 300m짜리를 어떻게 쓰러트리자는건지 제대로된 토론도 없이 나섰던게 화근이 되어 전원 몰살이라는 상황에 몰리게 됩니다.
'오해에서 비롯된 연민은 하루히로에게 상처를 안깁니다.'
4권에서 메리는 모구조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망가질대로 망가져 길거리에서 겁탈을 당할뻔 하였습니다. 그걸 구해준게 쿠자크이고 이 상황을 하루히로나 다른 이들에게 비밀로하고 싶었던 메리는 쿠자크의 입을 단속하면서 본의 아니게 하루히로로 하여금 밀애로 오해하게 했습니다. 4권부터 시작해서 5권에서도 둘이 비밀의 만남을 가지는걸 종종 목격한 하루히로는 은근히 의식하면서도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식이었지만 그래도 의식을 하였습니다. 힐끔 힐끔 신경이 쓰였습니다. 애써 외면하지만 종종 질투하는 속마음을 보여주는등 자신의 소심함을 극명하게 들어내기도 하여 좀 미간에 주름을 잡히게도 하였지만 한편으로 안쓰러웠습니다.
처음은 그것이 좋아하는 감정인지 몰랐습니다. 그저 파티원으로써 생활하며 시작된 만남은 이성으로써 의식을 가지게 하였고 어느새인가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소심하고 내세울 거없었던 하루히로는 한 발을 내딪지 못하여 그저 속만 태우고 있었고 그러던 차에 쿠자크와 메리가 쐐기를 박는 장면을 연출하게 되면서 하루히로는 그녀를 마음속에서 떠나 보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성으로써 좋아했던 것이라는걸 짝사랑이었다는걸 알게된 하루히로...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고 지금도 오해가 진행중이지만 이런 하루히로를 바라보고 잇으니 착잡하고 안타깝고 때론 화가 납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이젠 늦었지만 리더로써 파티를 이끌어가기 위해 둘의 관계를 확실하게 물어 봤다면 이렇게 가슴 아파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여전히 계속되는 미모링의 대쉬와 안나의 저질스러운 개그'
안나의 가운데 손가락 인사가 이젠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저질스럽고 상스러운 개그를 내뱉으면서도 실은 경험이 없습니다?! 경험은 없지만 지식은 있어서 테크닉은 죽여 줍니다?! 라는등 영문모를 개그를 뱉어내고, 결국 x추 드립까지 나왔습니다. 5권부터 느낀거지만 작품의 색, 그러니까 아이덴디티가 죽어 갑니다. 그동안 란타가 그 자리를 꿰차고 있었긴한데 상스러운 개그만 놓고 보면 안나는 란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랄까요. 나이는 15~6살로 보이는데 어째서인지 팀 토키즈에서 마스코트가 되어 있습니다. 전투엔 거의 참여하지 않고 뒤에서 상스러운 대사로 응원하기도 하는등... 사실 란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지만 미움에서는 란타와 비교가 안될정도로 귀엽습니다.
미모링은 여전히 하루히로에게 대쉬중 입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이런 관계를 이어갈 수 없었던 하루히로는 정중히 거절 합니다. 지금 마음속에는 메리가 있기에... 이젠 메리도 떠나 보내버렸지만, 언젠가 미모링을 생각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서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를 청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좋아하기에 안타깝고 애절하고 가슴아파 눈물을 보이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하루히로는 직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의로 포장된 강함은 악의라는 이를 들어내고'
300m짜리 거신이 더스크렐름과 그림갈을 이어주는 입구를 막아서버렸습니다. 애초에 왜 이렇게 되어 버렸는가... 인간에 의해 절멸에 가까운 사냥을 당하던 자신의 주민을 보호 하기 위해 신(神)은 움직였습니다. 이 신(神)을 죽이기 위해 인간들은 레이드 파티를 짰지만 오히려
인간들이 절멸의 위기에 빠졌습니다. 하루히로 파티와 팀 토키즈는 처절하게 싸워 갑니다. 새벽의 연대를 필두로 의용병중에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팀 아키라'도 분명 더스크렐름에 있을 것인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남아있던 비루한 파티와 클랜은 힘겹게 싸워야만 했습니다.
계속 몰려오는 더스크렐름의 주민을 상대하며 힘겹게 싸워가던 하루히로 알행에게 그들이 알고 있는 강함이라는 의미를 뿌리 채 흔드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요. 처음 하루히로는 몰랐습니다. 상황에 닥치고 나서야 선의라는 가면에 가려진 강함이라는 악의가 하루히로로 하여금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생사의 기로에 서게 했다는 것을... 바로 의용병중에 최강이고 정의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팀 아키라'가 비루한 나머지 의용병들을 이용해 자신들은 도망 갈려는 책략을 펼쳤고 기가막히게 이걸 알아차린 하루히로는 거세게 항의하며 그들을 막아 서지만 사태는 의외의 방향으로 흐르고 급기야 300m짜리 거신에 가로막혀 인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무너지는 아이덴디티, 성장이라는 독(毒)'
4권까지는 이 작품의 색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잿빛을 띄는 세계에서 기억이 지워진 채 이세계에 떨어진 인간군상들이 살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 치고 그 과정에서 동료들은 덧없이 죽어가지만 자신은 할 수 있는건 없다. 그저 슬퍼하고 죽어간 동료를 가슴에 뭍고 앞으로 나아가는 수 밖에는... 여기서 탈출할 방법도 없고 시궁창같은 삶에서 벗어날 방법도 없습니다. 죽으면 그저 재로 돌아가는 세계에서 평범한 사람은 그저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해 살아갈뿐... 그렇게 인생사를 알아가는 암울하고 재빛 세계가 마음에 들어 필자는 이 작품을 선택 하였습니다.
그런데 5권부터 분위기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더이상 잿빛 세계는 펼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 군상들은 저마다 삶의 방식을 찾아 여행을 시작 하였고(이건 좋은 방향이지만), 몬스터 사냥에서 더이상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로인해 찌든 삶을 살지 않아도 되었고 이성을 생각하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건 좋은 현상이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작품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찌끄레기들이 세계를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해야 할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거린다는걸 보여줬던 기존의 이야기가 많이 퇴색이 되어 버렸습니다.
저무는 생명이 있다면 피어나는 생명도 있다는걸 보여줬었는데 이젠 하루히로의 고뇌가 1/3, 상황을 설명하는데 1/3, 긴박감이 없는 전투가 1/3이랄까요. 물론 죽자살자 싸워대는 표현은 있지만 예전처럼 이건 진짜 위기다라는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물론 더스크렐름을 처음 발견할때 하루히로 파티는 전멸할뻔하긴 하였습니다만..) 메너리즘일까요? 아이면 아무리 찌끄레기라도 성장은 한다는걸 보여주기 위함일까요. 가끔식 하루히로 파티가 보여주는 위기 타파 능력은 대단 합니다.
'맺으며'
가슴 먹먹해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며 굵고 짧게 사는 것보다 짧게 오래 살려는 하루히로(개그가 아니고 그의 다짐 같은 장면), 오랜만에 거론되는 마나토와 모구조... 마법을 못 쓰면서도 필사적으로 시호루를 지킬려는 메리, 난전을 펼치며 뿔뿔히 흩어진 파티원을 필사적으로 모을려는 하루히로, 비록 뒷통수 맞긴 하였지만 '팀 아키라'가 비루한 의용병들을 돕기 위해 난전으로 뛰어 들었을때는 좀 울컥 하기도 하였습니다.
란타는 기어이 쓰레기와 똥덩어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습니다. 5권부터는 그의 존재가 안나 때문에 희석 되었는데 타이틀 덕분에 다시 살아날 기미가 보이는군요. 메리와 쿠자쿠는 여전히 밀애를 하고 있어서 하루히로는 멘탈붕괴를 일으켰습니다.(하루히로가 오해중) 시호루는 보호 받으면서도 활약이 대단 합니다. 유메는 바보스러움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여전히 파티 리더로써 회의감과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품고 있는 하루히로지만 이젠 더이상 겁쟁이도 나약한 인간도 아닙니다. 당대 나노라하는 클랜과 파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지략을 펼치며 사태를 헤쳐 나가고 상황을 빠르게 인지하여 파티원들을 적절히 분배하여 전선이 뚤리지 않게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때는 바로 빠지는 빠른 판단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이런 지략은 부족한 전투력을 매꾸기 위한 어쩔 수 없이 짜낸 지략이라는 것이 전형적인 약자가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것이 좀 씁쓸하게 다다온다는 것이군요.
어쨌건 하루히로의 마음도 몰라주고 겉으로 들어난 그의 안목 때문에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소우마와 아키라가 눈독을 들이는 것도 이해가 가지만 결국 이번 에피소드에서 이들(하루히로 파티)은 그냥 고기방패에 지나지 않았다는게 들어 나면서 하루히로는 자신이 살아 남기 위해 인간들은 더러운 짓도 서슴없이 할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히로 파티는 계속해서 새벽의 연대에 남아 있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