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자, 멸망해 가는 세계의 끝까지 - J Novel
요로즈야 타다히토 지음, 호미츠 그림 / 서울문화사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세계적으로 만연한 '상실증'으로 조용히 멸망해가는 세상에서 바이크 하나에 의지해 여행을 떠나는 소년과 소녀가 있다. 목적지는 '세계 끝까지' 영원히 다다르지 못해도 상관 없는, 영원히 여행을 계속 할 것이라는 뜻, 목적지는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 그저 북쪽으로 향할뿐...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과 웃고 우는 일의 연속과 지독한 감기에 걸려 사경에 헤매기도하는 날...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 거린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두려움과 설래임,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 소년과 소녀는 그런 동경과 거리가 멀다. 세상이 멸망해가면서 사람 만나기 힘들어지고 지독한 더위에 고장난 바이크를 몇십키로나 끌며 이동해야만 했고, 먹을 것은 보존식(통조림) 밖에 없으며 주변에 널린게 물이라지만 먹을 수 있는 물은 한정되어 있다. 먹을 것이 한정되어 있어서 까딱 잘못하면 아사(餓死) 할판이다.

 

'상실증' 어느날 갑자기 만연하기 시작한 이 병에 의학계와 과학계는 원인을 찾지 못한다. 맨 처음 이름을 잃어 버린다. 그다음엔 각종 서류의 사진이 흐릿해진다. 그다음엔 몸의 색체가 빠져 나간다. 그리고... 사라짐과 동시에 모두에게 잊혀진다. 말끔히... 소년과 소녀도 이름을 잃어 버렸다. 3개월전 여행은 갑자기 시작 되었다. 생면부지의 소녀의 제안으로 여행을 떠나게된 소년... 그리고 언젠가 그들도 사람들에게 잊혀질 날이 오겠지... 잊혀진다는건 무엇일까? 그것은 떠나는 자나 남겨진 자에게 분명 슬픈일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여기에 있었다는 증거를 남긴다. 소년과 소녀는 일기를, 농사짓는 CEO, 경비행기를 띄우고 싶어하는 공학도, 병약한 미소녀까지...

 

그래도 소년과 소녀는 오늘도 여행을 계속 떠난다. 여행을 하면서 잊혀진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차츰 알아가면서 곁에 있는 소년이, 소녀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걸 깨닫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다. 소녀가 소년이 운전하는 바이크 뒤에 앉아 소년을 마음속으로 고마워하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미어지기도한다.

 

필자가 이 작품은 선택한 이유는 시놉시스가 매우 마음에 들어서였다. 아포칼립스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편이라서 이 작품의 소개가 떴을때 반드시 구입하겠노라고 벼뤘을 정도였다. 전체적으로보면 멸망해가는 세상을 잘 그렸다고 할 수 있다. 소년과 소녀가 여행을 하면서 격는 일상 생활도 호들갑이나 오버스러운 면도 없는 리얼 그자체였다. 하지만 너무 리얼해서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가령 소녀가 밤 늦게까지 술에 만취하는 장면과 소녀가 감기에 걸렸을때는 그녀의 몸 상태를 너무 리얼하게 표현하여 불필요한 장면으로 지면을 낭비하는 모습도 보인다. 후자는 이후 전개에 필요한 장면이었다 치지만 전자는 좀 지나친감이 있었다.

 

멸망이라는 소재임에도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잔잔한 장면들이 인상적이기도하지만 중간중간 다소 깨는 듯한 장면은 몰입도를 방해하고 소년과 같이 다니는 소녀의 말괄량이 기질 또한 약간은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소녀가 보여주는 뚜렷한 자기관과 수긍할땐 확실하게 수긍하는 장면이나 질투하는 모습에서는 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일본에서 나온지 상당히 오래전이라고 하니까 요즘 나오는 작품과는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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