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16 (완결) 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17
바바 오키나 지음, 키류 츠카사 그림, 김성래 옮김 / L노벨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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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엘프 족장 한 명에 놀아나서 별(星)의 에너지를 낭비한 인류, 이대로 우주의 먼지가 되는 날만 남은 인류, 살기 위해 자신들의 책임을 여신에게 뒤집어 씌워버린 인류, 그래도 이런 길가 똥보다 못한 인류를 구하고 싶었던 신(神)도 있었다는 게 작으나마 위안일까? 어쩌면 그 신은 인류보다 사모하고 있었던 여신을 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여신은 그런 인류를 구하고 싶어 했으니까. 그 신은 여신의 뜻을 이루어주기 위해 자기보다 상위 신(神) D에게 별을 구해 달라 청원을 넣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게 이세계 시스템. 중추 핵은 여신. 이 작품에서 우리가 흔히 아는 판타지 먼치킨 스킬 같은 능력치의 도입된 배경은 이렇습니다. 여기서 의문점, 여신은 구원받았나? 마왕은 엘프 족장이 낳은 호문쿨루스입니다. 끔찍한 실험의 산물, 실험실에서 운명을 다 할 날만을 기다리던 마왕은 여신에게 구출되어 그녀가 운영하던 고아원에서 같은 처지였던 아이들과 지냈습니다. 여신은 무뚝뚝하지만 마왕에게 있어서 엄마와 같은 존재였죠.



그 여신은 여전히 시스템의 중추 핵이 되어 기능을 유지시키고 있습니다. 마왕은 여신을 구원하고 싶어 합니다. 고대 시절부터 살아온 마왕은 역사의 산증인이죠. 인류가 어떤 짓을 저질러 왔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에 자비를 베풀지 않으려 합니다. 인류의 반이 희생되더라도 시스템을 붕괴 시켜 여신을 구하려 하죠. 하지만 이렇게 하면 구원받은 여신은 과연 구원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 인류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시스템 중추 핵이 된 여신이 자신을 구하려 인류를 희생 시켰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마왕과 여주가 시스템을 붕괴 시키지 않아도 어차피 이세계 주민들은 저출산으로 멸망의 기로에 서 있죠. 이세계 시스템은 인류의 혼을 소모 시켜 별을 치료하지만, 소모된 영혼은 소멸되어 전생(환생)을 못하여 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없게 됩니다. 사실 D는 인류에게 벌로서 시스템을 도입했고, 저출산이 되기 전에 인류가 힘을 내어 별의 치료를 완료 시킬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습니다. 혼의 소모가 더 빨랐던 것이죠.



시스템을 없애면 영혼 소모도 없다는 거고 느리지만 다시 출산율을 올릴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처음엔 인류를 구하고 겸사겸사 여신을 구하려던 게 지금은 여신이 우선이 되어 버려서 인류가 멸망하든 말든으로 바뀐게 흥미 포인트입니다.. 아무튼 시스템 붕괴 시키는 건 기정사실인데, 가만히 두고 볼 인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끝까지 우둔함을 보이려 하죠. 당장은 많은 사람이 희생되지만 언젠가 다시 번성할 날이 올 텐데도 지금 당장 내가 죽는 건 못 참겠다며 마왕&여주 진영에 결사 항전 의지를 비추고 맙니다. 시스템이 붕괴하면 인류 절반이 죽거든요. 스포일러라 자세한 내막까진 언급이 힘들지만, 여주 일행은 졸지에 악당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것도 D에 의해서요. 별에 있는 모든 생물에게 월드 퀘스트를 내려버린 D. 가만히 있었으면 대다수 사람들은 몰랐을 텐데. 여주 일행의 뜻에 따른다면 그쪽으로, 지금 죽기 싫은 사람은 적대자로. 전쟁이 발발합니다. 시스템을 붕괴 시키려는 자(여주 일행)와 그들을 막고 저출산으로 소멸되려는 인류. 그런데 D가 내린 퀘스트에 숨겨진 의미가 있었습니다. 의미를 알아차린 사람은 다름 아닌 용사. 아니 선생님이던가.



맺으며: 전쟁은 일어나지만 치열한 전투나 동료들이 죽어가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별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사람들이 희생되지 않고 끝낼 수 있을까 같은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 역할을 뜬금없이 용사에게 맡겨 버리는군요. 마지막에 힘 좀 쓰라는 작가의 배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최종 엔딩으로 연결되는 거라 자세히 언급은 안 하겠습니다. 여신을 바라보는 마왕의 지고지순한 마음, 그걸 바라보며 어떻게든 해주려는 여주의 마음은 보답받는다는 것만. 결국 인류는 들러리였습니다. 엔딩을 보고 있으면 얘들 왜 죽은 거야?라는 느낌이 장난 아니죠. 엘프는 죽어 마땅하지만. 처음부터 여주가 달려가서 D를 뚜까패면(단판) 되었을 텐데, 그녀가 십수 년이나 밑 작업한 것도 다 나가리 된 느낌이고. 뭐 그래도 마왕이 구원받았으면 된 거죠. 이것도 스포일러라면 스포일러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뭐 해피 엔딩입니다. 다만 필자가 바라는 엔딩은 아니었군요.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일본식 엔딩은 그들이 먹는 싱거운 라면처럼 후레이크(본 이야기)는 풍부한데 엔딩은 밍밍하기만 하기만 하죠. 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이후 진엔딩은 외전 EX2를 보라는 건지.... 주변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니 여주가 주인공이면서 분량은 코딱지만 한 16권이었습니다. 끝까지 밍밍하게 만든 작품이었군요. 반대로 말하면 무난하게 끝났다고 할 수 있지만, 여운은 글쎄?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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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 여신의 화신 6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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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그렇게 나대지 말라고 어르고 협박하고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책이라면 환장하는 성격은 합계 나이 35살(전세, 현세)이 넘어도 변하지 않았던 로제마인(여주)은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알아선 안 되는 정보까지 얻고 말았죠. 보통 영화라면 사망 플래그로서 악당에게 쫓기든지 초장에 죽어버리든지 그런 역할이었을 테지만 이 작품의 여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아직까지 살아 있습니다. 사실 친부모와 헤어지게 된 것, 이후 죽을 위기를 몇 번 겪은 것, 2년간 식물인간까지 경험했으면 좀 자중이라는 걸 해야 하는데 그녀의 사전엔 그런 거 없습니다. 어릴 때지만 알몸까지 보여주고 전세의 기억까지 보여주는 등 각별한 사이였던 페르디난드가 이웃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가게 된 원인 중 하나가 자신에게 있다면 더더욱 어른으로서 성장해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한마디로 파괴왕입죠 그녀는. 그 변하지 않는 성격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이긴 합니다만, 결국 첸트(왕)의 증거라는 구르트뭐시기(발음이 너무 어려워)를 입수할 수 있는 제일 가까운 인물로 알려지게 되면서 그녀의 영지 에렌페스트에 적잖은 파란을 일으켜 버리고 맙니다.



그 첫 번째로 빌프리트와의 약혼이 파기되고, 두 번째로 1년 뒤 왕의 양녀로 입궁해야 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지금의 첸트(왕)는 왕의 증거인 구르트뭐시기가 없는 쭉정이로서 반란이 끊이질 않는 위태위태한 상황에 놓였고, 구르트뭐시기를 입수에 제일 가까운 인물인 로제마인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던 것이죠. 사실 여기까지 보면 왕의 자리에 집착한 첸트의 발악이라고 여길 수 있으나 구르트뭐시기의 진짜 역할은 국토에 마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넓게는 농산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고, 국토방위(국경선 방어)에도 쓰이는 등 한마디로 이게 없으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죠. 나라를 지키지 못하는 첸트(왕)라니 있으나 마나 한 왕 따위. 그런 때에 로제마인이 구르트뭐시기에 접속(쉽게 말해서) 할 수 있다고 알려지니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실 그녀는 오래전에 이미 접속할 수 있었지만 아닥하고 있었죠. 첸트가 그걸 찾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고 냉큼 알려줄 수도 없는 게 일개 영주의 양녀일 뿐인 그녀가 알고 있다고 알려졌다면 아마 더 큰 영지에서 그녀를 빼앗아 가거나, 적대 세력에게 암살 당했을 것입니다. 결국 왕에게 빼앗기게 되었지만요.



이번 5부 6권에서는 쭉정이라도 왕은 왕이고 왕명을 따를 수밖에 중위 영지인 에렌페스트로서는 감히 저항할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나마 로제마인이 발악에 가깝게 여러 조건을 걸어서 통과시켜준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죠. 그중 하나가 이웃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가 있는 페르디난드의 처우 개선이었고 받아들여졌긴 한데, 그 풍선효과로 이번엔 로제마인의 약혼자인 빌프리트가 약혼자인 자신보다 페르디난드를 더 챙긴다고 질투를 엄청 해댄 끝에 약혼 파기를 아버지(로제마인에겐 양아버지이자 시아버지)에게 진언하는 등 누구 덕분에 지금 살아 있는지 망각하는 그 모습들이 흥미진진하죠. 사실 왕명으로 일찌감치 약혼이 파기되었던지라 뒷북치듯 빌프리트의 발악은 참으로 처량하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빌프리트가 되겠죠. 폐악질을 일삼던 할머니가 뒷배였다는 점, 인격이 형성될 나이에 할머니에게서 안하무인으로 키워졌다는 점이 안 좋았습니다. 원래는 할머니와 같이 숙청되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나 영주의 장남이자 오라비라는 이유로 로제마인이 숨은 붙어 있게 해주었더니....



맺으며: 페르디난드를 향한 로제마인의 마음이 장난 아닌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빌프리트가 오해해도 당연한 수준의, 주변에서 정분난 거 아니냐고 수군 될 만큼 그를 향한 로제마인의 마음이 심상찮죠. 본인은 자각 못하고 있지만요. 아마 최종편을 위한 빌드업이 아닐까 싶긴 한데, 그로 인해 주변에 끼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치 않아 오해를 일으키는 걸 보고 있자면 불륜(아직 빌프리트와 약혼 중일 때)은 아니지만 사귀고 있어요. 뭐 그런 멍멍이 족보(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족보로 페르디난드는 로제마인의 삼촌에 해당) 같은 현 상황이 상당히 흥미롭죠. 아무튼 이번 5부 6권에서는 왕의 왕녀로 가기 전에 해둘 수 있는 일들을 하는 이야기들을 보여줍니다. 신전이나 인쇄업 등에서 인수인계가 이뤄지고, 누가 같이 갈지 등 상당히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있다는 것도 단편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가령 루츠와 친언니 투리의 성장이라든지. 그런데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웹 버전과는 다르게 진행이 되는군요. 이쯤에서 이웃 아렌스바흐에 에렌페스트로 쳐들어오는 얘기일 텐데 서적화하면서 아마 뒤로 밀리거나 삭제된 듯합니다. 웹 버전에서는 양어머니가 출산하기 전에 전쟁이 일어난 거 같던데. 아무튼 로제마인은 왕의 양녀가 된다면 페르디난드를 빠앗아간 이웃 아렌스바흐를 분해 시켜버리겠다고 벼르고 있던데, 이후가 상당히 재미있어질 듯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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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15 - L Books
바바 오키나 지음, 키류 츠카사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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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왕과 여주의 이세계 구하기도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인족을 속이고, 같은 전생자들을 이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냉혈함으로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해온 여주는 만반의 채비를 마치고 인족을 꼬드겨 엘프의 마을로 쳐들어 갔었죠. 이에 엘프 족장은 고대 시절 병기로 대응하며 치열한 접전을 펼쳤으나 인족을 갈아 넣고, 여주의 활약으로 엘프들은 궤멸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마왕은, 그동안 스포일러라 언급은 안 했습니다만. 마왕은 만들어진 존재였습니다. 어떤 실험에서 실패에 가까운 결과물이 되어버린 그녀는 끊임없이 몸을 좀먹는 독소와 싸워왔고, 실험체로서 생을 마감할 뻔한 걸 여신 사리엘의 도움으로 간신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세계 시스템이 도입되던 날. 어머니와 같았던 여신 사리엘은 재물이 되어 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 중추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엘프 족장에게 있었죠. 온갖 비인간적 실험을 해대고 사람들을 꼬드겨 별의 에너지를 소모 시킨 장본인. 여신을 시스템 중추라는 재물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 그리고 마왕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장본인. 마왕의 삶을 망가트리고, 인연을 빼앗아간 장본인. 마왕은 질기고 질긴 인연을 끊기 위해, 그리고 이세계를 구하기 위해 뒷일은 여주에게 맡긴 채 엘프 족장을 찾아갑니다.



마왕은 마왕이 되면서 수명이 사실상 무한에 가까워졌었습니다. 이세계 시스템은 스킬이나 능력을 쓸 때마다 혼을 열화 시킵니다. 여주가 시스템을 없애려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죠. 혼이 열화 된다는 건 생명으로서 유지를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마왕의 육체는 무한에 가까운 생명력을 가졌으나 혼은 계속해서 망가져 갔었습니다. 엘프 족장과의 싸움에서 마왕은 혼을 갈아 넣었습니다. 현재 마왕은 마치 알을 낳고 보호하고 부하 시킨 어미 물고기가 생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최후의 숨을 물아 쉬는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마왕은 생명이 사그라지기 전에 이제 단 하나 남은 소원을 이루려 하죠. 이 작품에서 가장 슬픈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마왕일 것입니다. 본인은 그렇지 않은 척 밝게 행동하고 있지만 여주의 눈은 속이지 못합니다. 마왕이 그토록 염원했던, 어머니나 다름없는 여신 사리엘을 시스템과 분리하여 구해내는 것. 여신 사리엘도 오랜 시간 시스템 중추 역할을 하며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이제 마왕을 가족(여주에겐 할머니)으로 인정한 여주는 이세계 사람들 모두 갈아 넣더라도 이세계 시스템을 붕괴 시키려 합니다. 남은 시간 가족과 함께 하기를, 흘러 들어온 별에 애착을 가졌고 마왕 같은 아이들을 위해 헌신을 마다하지 않았던 여신에게 안식을.



그러나 이걸 두고 볼 D가 아니었습니다. 이세계 시스템을 설계하고 만들었던 존재. 자신의 오락과 재미를 위해서라면 가혹한 시련을 내리는 걸 마다하지 않는 존재. D는 월드 퀘스트를 발동합니다. 대상은 이세계 모든 주민. 클리어 조건은 여주가 하려는 일을 방해하거나 도와주는 것. 여주는 이세계 사람들을 갈아 넣어 시스템을 붕괴 시키려 하죠. 이게 들통났습니다. 그동안 측근과 일부 사람들만 알고 있었거든요. 사람들이 가진 에너지를 회수해서 붕괴된 시스템을 대신하게 하는 것. 이 말은 이세계 주민들은 죽어줘와 같은 것. 이미 엄청 갈아 넣었지만, 그동안 모른 채 죽어 갔고 이제 알게 되었으니 누가 좋다고 죽어줄까요. 여기서 D의 악질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죠. 운명을 상대에게 고르게 한 다음 그 행동들을 보며 재미를 느끼는 마조히스트. 이세계 시스템도 결국은 밑장 빼서 위에 올리는 격이었죠. 혼이 망가질수록 전생(환생) 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전생을 통해 그 사람의 능력치를 회수해서 별의 에너지로 환원했기에, 결국 미래는 파탄만이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이 시스템을 붕괴 시키면 더 이상 혼의 열화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댓가(시스템 붕괴에 따른)는 이세계 주민들은 납득하기 힘든 것. 이제 선대(현 주민)가 희생(여주에 의해)해서 후대를 살릴 것인가, 선대는 살지만(시스템 붕괴 막아서) 후대는 저출산(전생을 못하니)으로 망할 것인가라는 기로에 섰습니다.



맺으며: 반 친구들은 하는 게 없군요. 여주의 성격을 보면 구해주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래도 거미에서 인간화가 되면서 인간성도 눈을 떴는지 구해주고 보호해 주고, 상황 설명은 망했지만 인간의 도리는 다하는 모습들이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여주가 해온 일들을 보면 D가 사신(死神)으로 부르는 게 이해가 될 정도(자세한 건 스포일러라서). D는 악질적으로 오락을 추구할 뿐 실질적으로 위해는 가하지 않는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D가 오락을 위해 설계하는 범인이라면 여주는 실행범. 그러니 월드 퀘스트를 발동하는 D를 욕하지 못하는 게 웃기기도 합니다. 아무튼 여주를 비롯해 반 친구들이 몰살된 원인은 이전에도 나왔고, 이번에도 구체적으로 좀 더 세밀하게 나오지만 이 역시 스포일러니까 본편을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도입부에 스포일러 주의라고 써두지만, 이게 면죄부가 되진 않으니까요. 여주의 진짜 정체도 조금은 놀랄 실 수도 있습니다. 용사가 된 반 친구는 예전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입만 산 발암이니까 주의하시고요. 여전히 여주 파트 부분만 지리멸렬한 설명으로 때워서 좀 짜증 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다음 16권이 마지막이군요. D의 개입으로 이세계 시스템 붕괴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기는 하는데, 이걸 이렇게까지 끌 얘기인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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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비탄의 망령은 은퇴하고 싶다 09 - ~최약 헌터에 의한 최강 파티 육성술~, S Novel+ 비탄의 망령은 은퇴하고 싶다 9
츠키카게 지음, 치코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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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얼마 전에 하늘을 떠다니는 레벨 10(사실상 神급) 보물전(던전) 길 잃은 여관에 불시착했던 주인공 배에 숨어들었던 여동생 여우. 그녀는 아직 미숙한 조무래기 팬텀(쉽게 말해서 마물)일지라도 출신이 출신인지라 지상에서 날뛰기라도 하면 재앙이 도래할 아주 무서운 존재죠. 몰래 따라온 그녀의 무서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인공 시키는 사막에 토지신으로 만들어 버리고, 싫증 나서 주인공을 찾아왔을 때는 유부 튀기는 비정규직 자리에 취직 시키는 만행을 저질렀었습니다. 이것도 실증이 나서 땡깡을 부리던 여동생 여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을 벅벅 긁는 말만 해대는 것도 모자라 드디어 자신의 위치를 자각한 그녀에게 여전히 경외라곤 눈곱만치도 없이 대한 끝에 그가 받은 건 사상 최악의 저주 아이템. 내기에도 지고, 말빨에도 지고, 동네 지나가는 똥개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았던 여동생 여우. 프라이드에 금이 갈대로 가버린 그녀는 길 잃은 여관에서 보관하고 있던 어떤 아주아주 강력한 저주 아이템을 주인공에게 줘버립니다. 이걸로 적을 무찌르라는 게 아니라 저주받아 뒈져버리라고 준 것인데요. 사실 주인공은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지만 어찌 된 일인지 주인공과 대화를 하는 상대는 그의 동료를 빼고는 모두 화(火)를 불러오는 특이 체질이죠.



이번 9권은 여동생 여우에게서 받은 저주 아이템을 어떻게 처리해야 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주는 발동되고요. 도시가 나아가 세계가 멸망하게 생겼지만 주인공은 운 하나는 끝빨나게 좋은지라 세계가 멸망하는 일은 없습니다. 여동생 여우는 끝까지 내기에서 진 것이죠. 주인공의 멍청함이 불러온 화가 운이 상쇄해버린, 그 과정은 이 작품 특유의 착각으로 진행되지만 딱히 중요한가? 사실 중요하긴 합니다. 주변이 주인공의 행동과 말을 착각해서 우러러 보고 자기들이 알아서 해결해버리는 통에 주인공의 가치를 끌어올려 주는 형국이죠. 정작 주인공은 토하고 싶은 심정이지만요(그럴 마음으로 행동과 말한 게 아닌데). 지능도 떨어지고, 상황 판단력도 떨어지고, 사람들의 행동을 곡해해서 좋은 쪽으로 해석하며 사태를 키우지만 운 하나는 타고나서 세계가 멸망하게 생겨도 착각력(?)으로 해결되는 그런 작품이거든요. 주인공의 황당한 행동으로 스스로 다시 아이템으로 돌아간 저주. 이 저주 아이템을 어찌해야 되나. 알고 봤더니 아주 역사가 깊은 아이템이고 정령인(쉽게 말해서 엘프)들이 1천 년 넘게 찾아다녔던, 정령인들의 근원이 되는 아주 중요한 아이템이지 뭡니까. 이걸 주인공이 가지고 있으니 난리가 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죠. 근데 왜 저주의 아이템이 된 거야?



그건 본편을 보시길. 본 작품을 출판한 출판사에서 리뷰 작성시 작중 내용 인용은 전체 10% 이내에서만 하라고 해서 제약이 좀 있습니다. 무시했다가 고소라도 당하면 피곤해질 테니 따라야죠. 아무튼 저주의 아이템을 처리하기 위해 정령인들의 마을을 찾아갑니다. 이게 본 이야기입니다. 아니 하나 더 있군요. 저주 아이템이 발동되었을 때 휘말려버린 동료가 석상이 되어 버렸거든요. 이것도 해주해야 되는데, 주인공은 딱히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듯. 어쨌거나 저주로 세계가 박살 날 줄 알았더니, 그래서 주인공을 없애면 세계에 평화가 찾아온다는 공익 방송으로 갔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만큼 세계에 불행을 불러오는 사나이가 주인공이죠. 강한 헌터들이라도 감당이 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주인공이 어찌해줄 거라는 기대를, 정작 주인공은 왜 날 보는 거야?라는 멍청함을 탑재 중. 웃긴 건 불행한 일들이 주인공발(시작점)이라는 걸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 주인공이라고 뾰족한 수가 없으니 얼버무리게 되고, 그걸 또 착각한 사람들이 이것도 시련인 거냐?라며 절규하는 사이클이 계속됩니다. 사실 이번 소동의 시작점은 여동생 여우지만, 그렇게 만든 건 주인공이니까. 이걸 자각 못하는 주인공 놈은 문제가 뭔지도 모른 채 휩쓸려 가고, 오로지 이 사태를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어 할 뿐인 게 압권이죠.



맺으며: e북 리더기 구입해서 처음으로 본 작품이 되겠습니다. 다행히 리더기 가독성이 좋아서 읽는데 무난했군요. 다만 필자는 리뷰할 때 다시 체크하기 위해 특정 페이지를 필기 해놓는 버릇이 있는데, 리더기에서는 페이지 숫자가 안 나와서 조금은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만. 사소한 거니까 넘어가고요. 아무튼 이번 9권도 여전히 주인공의 불행으로 사건은 시작되고 강운(强運)으로 해결되는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아니 아직 해결된 건 아니고, 이야기는 10권으로 넘어갑니다. 저주 아이템으로 촉발된 사태는 여전히 세계에 위협이 되고, 위기감이 없는 주인공이 압권이죠. 불행을 몰고 다니는 주인공만 없애버린다면 세계가 평화로워질 텐데, 근데 없애버리면 그의 강운을 받지 못한 세계가 멸망하지 않을까 하는 이중적인 느낌을 들게 하는 희한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주인공 동료들은 주인공을 대단한 사람이라 치켜세우고, 주변인들은 주인공 행동과 말에 열받아하는 일상이 펼쳐지죠. 주인공은 주변에 대한 배려를 한다고 하는데, 어쩌다 보니 밤길 뒤통수 조심해야 될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게 웃깁니다. 주인공은 무능하다는 핵심을 찌르는 주변인도 있지만, 주인공이 가진 강운이 그걸 곡해해버리니 사실 제일 피곤한 건 주인공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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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간은 가열해라 4 - Shift Novel
사카이 타쿠마 지음, 토사카 아사기 그림, 이경인 옮김 / YNK MEDIA(만화)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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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제스(메인 히로인)'와 돼지는 북쪽으로 여행 중에 있습니다. 북쪽 끝에 떠오른 붉은 소원의 별을 손에 넣은 자는, 어쩐 소원이든 이룰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스는 기다리다 못해 드디어 돼지를 인간으로 만들려나 하는 기대를 안게 하지만 정작 돼지는 제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고 있죠. 그렇게 때문일까요. 돼지는 여행 자체에 심드렁한 분위기입니다. 제스는 너무 들떠서 밤에 잠도 못 이룰 정도지만 돼지는 알아주지 않습니다. 한번 지구로 귀환했다가 제스를 도와주기 위해 다시 이세계로 왔던 돼지는 암약하는 술사를 제압하면서 내전을 종식 시켰음에도 다시 지구로 돌아가지 않고 있죠. 제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 거면 냉큼 돌아가버리던지, 추억을 곱씹고 현재의 생활을 하나하나 보물로 간직하려는 제스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돼지 오타쿠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높은 곳의 꽃인 제스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리를 두고, 연인이 주고받을 만한 대화에는 찬물을 끼얹으며 매사 이야기 주제를 돌려 버리면서 발암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제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을 부딪혀 가는 모습들이 못내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돌려 말하면 제스는 돼지를 향한 의존증이 날로 커져간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4권은 북쪽으로 여행하며 겪는 일들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포도농장에서의 유령 소동, 온천 마을에서 금단의 사랑 이야기를, 자식과 부인을 잃은 어느 사과농장 할아버지의 이야기. 그 과정에서 숨겨진 진실에 다가갈수록 비참한 현실이 있다는 걸 깨달아 가죠. 그렇다고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이들이 도와주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가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해결되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죠. 때론 마차를 타고, 걷기도 하고, 배를 타고, 제스를 납치하려는 불한당도 만나고, 제스를 어떻게 해보려는 양아치도 만나지만 이들의 발길을 세우진 못합니다. 뭣보다 제스에겐 강한 소망이 있으니까요. 그러기 위해 처절하다시피 마법을 배웠고 그걸 근간으로 해서 용기를 얻고 어떤 목적을 위해 홀로(!) 여행길에 오른 것입니다. 북쪽에 가면 소원을 들어주는 별이 있다고 하니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에게도 숨겨진 진실이 있다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예스마가 아니게 되었지만 한창때의 여자애가 홀로 여행을 한다는 의미를 모르지는 않을 텐데, 제스는 왜 북쪽으로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나를 곳곳에 북선으로 숨겨놓고 있죠. 돼지는 그저 따라갈 뿐입니다. 감성 충만한 제스의 말을 흘려듣고, 왜곡하며 시종일관 지금의 생활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도착한 최북단 마을.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돼지가 제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돼지는 제스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제스는 모든 것을 허락할 준비가 되어 있을 정도로 돼지에게 푹 빠져 있었는데도요. 그렇담 돼지의 입장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세계에서는 돼지의 몸이지만, 지구에서는 코마에 빠진 진짜 몸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돼지는 지구의 생활에 미련을 가지고 있죠. 이 작품은 흔치않게 지구와 이세계 간 자유자재 이동이 가능하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동 방식이 좀 괴랄(이거 진짜 스포일러라서 언급 불가) 하다는 것이지만요. 남은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내전도 일단락 시키고, 제스에게 왕자라는 근사한 약혼자도 있고, 더 이상 이세계에는 미련이 없을 테죠. 그래서 돼지는 선택한 것입니다. 이것이 이번 여행의 진실이 되죠. 문제는 제스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이고, 그렇게 마음을 부딪혔는데도 알아주지 않고 제멋대로 구니 제스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북쪽으로 가자고... 제스는 다시 한번 마음을 부딪힙니다. 맨날 야한 생각만 하는 돼지를 어디가 좋다고. 머리는 좋으면서 연애에서는 젬병인 돼지, 삼겹살이나 되라지.



맺으며: 영화 식스센스를 모티브로 했는지 반전이 좀 있습니다. 그런데 야한 장면들이 더 많아서 묻혔습니다. 허구한 날 제스 다리 할짝대고, 팬x 보겠다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슴가가 어떻니 등. 간도 쓸개도 다 줄 거 같은 제스도 그런 돼지의 모습에는 기겁을 하죠. 그래서 청춘 러브 드라마 같은 이야기임에도 싸구려 같은 야한 이야기를 끼워놔서 감정이입이 잘 안됩니다. 제스가 한창 이 순간을 추억하고 고이 간직하려는 감성을 보이는데 거기다 대고 팬x가 어떻니 슴가가 어떻니 등 엇나간 모습을 보여 버리니까. 돼지를 돼지 자체가 아닌 마음으로 대하는 제스에게 내가 돼지라서 실망했겠네 같이 자기 비하나 비아냥도 해대서 비호감이 장난 아니죠. 사실 이런 모습들은 제스를 향한 마음을 애써 숨기려는 행동의 일환일 수는 있습니다만. 제스는, 제스만이 아니라 예스마(였던)는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가 있죠. 그래서 그녀 앞에서는 허투루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긴 한데, 그렇다면 냉큼 지구로 돌아가버리던지. 그런 필자의 마음이 통했는지 이 돼지 삼겹살이 해선 안 될 일을 저질러 버리는 게 이번 4권의 핵심이 됩니다. 제스의 마음은 통했을까. 그건 스포일러니까 직접 보시는 걸 추천하지만, 사실 이것만 놓고 추천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작품인지라. 그만큼 야한 잡설이 너무 많아요. 이러니까 라노벨이 부정적이 되는 요인이 되는 것인데, 좀 자중해 줬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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