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15 - L Books
바바 오키나 지음, 키류 츠카사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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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왕과 여주의 이세계 구하기도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인족을 속이고, 같은 전생자들을 이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냉혈함으로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해온 여주는 만반의 채비를 마치고 인족을 꼬드겨 엘프의 마을로 쳐들어 갔었죠. 이에 엘프 족장은 고대 시절 병기로 대응하며 치열한 접전을 펼쳤으나 인족을 갈아 넣고, 여주의 활약으로 엘프들은 궤멸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마왕은, 그동안 스포일러라 언급은 안 했습니다만. 마왕은 만들어진 존재였습니다. 어떤 실험에서 실패에 가까운 결과물이 되어버린 그녀는 끊임없이 몸을 좀먹는 독소와 싸워왔고, 실험체로서 생을 마감할 뻔한 걸 여신 사리엘의 도움으로 간신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세계 시스템이 도입되던 날. 어머니와 같았던 여신 사리엘은 재물이 되어 시스템을 구성하는 핵심 중추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엘프 족장에게 있었죠. 온갖 비인간적 실험을 해대고 사람들을 꼬드겨 별의 에너지를 소모 시킨 장본인. 여신을 시스템 중추라는 재물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 그리고 마왕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장본인. 마왕의 삶을 망가트리고, 인연을 빼앗아간 장본인. 마왕은 질기고 질긴 인연을 끊기 위해, 그리고 이세계를 구하기 위해 뒷일은 여주에게 맡긴 채 엘프 족장을 찾아갑니다.



마왕은 마왕이 되면서 수명이 사실상 무한에 가까워졌었습니다. 이세계 시스템은 스킬이나 능력을 쓸 때마다 혼을 열화 시킵니다. 여주가 시스템을 없애려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죠. 혼이 열화 된다는 건 생명으로서 유지를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마왕의 육체는 무한에 가까운 생명력을 가졌으나 혼은 계속해서 망가져 갔었습니다. 엘프 족장과의 싸움에서 마왕은 혼을 갈아 넣었습니다. 현재 마왕은 마치 알을 낳고 보호하고 부하 시킨 어미 물고기가 생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최후의 숨을 물아 쉬는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마왕은 생명이 사그라지기 전에 이제 단 하나 남은 소원을 이루려 하죠. 이 작품에서 가장 슬픈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마왕일 것입니다. 본인은 그렇지 않은 척 밝게 행동하고 있지만 여주의 눈은 속이지 못합니다. 마왕이 그토록 염원했던, 어머니나 다름없는 여신 사리엘을 시스템과 분리하여 구해내는 것. 여신 사리엘도 오랜 시간 시스템 중추 역할을 하며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이제 마왕을 가족(여주에겐 할머니)으로 인정한 여주는 이세계 사람들 모두 갈아 넣더라도 이세계 시스템을 붕괴 시키려 합니다. 남은 시간 가족과 함께 하기를, 흘러 들어온 별에 애착을 가졌고 마왕 같은 아이들을 위해 헌신을 마다하지 않았던 여신에게 안식을.



그러나 이걸 두고 볼 D가 아니었습니다. 이세계 시스템을 설계하고 만들었던 존재. 자신의 오락과 재미를 위해서라면 가혹한 시련을 내리는 걸 마다하지 않는 존재. D는 월드 퀘스트를 발동합니다. 대상은 이세계 모든 주민. 클리어 조건은 여주가 하려는 일을 방해하거나 도와주는 것. 여주는 이세계 사람들을 갈아 넣어 시스템을 붕괴 시키려 하죠. 이게 들통났습니다. 그동안 측근과 일부 사람들만 알고 있었거든요. 사람들이 가진 에너지를 회수해서 붕괴된 시스템을 대신하게 하는 것. 이 말은 이세계 주민들은 죽어줘와 같은 것. 이미 엄청 갈아 넣었지만, 그동안 모른 채 죽어 갔고 이제 알게 되었으니 누가 좋다고 죽어줄까요. 여기서 D의 악질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죠. 운명을 상대에게 고르게 한 다음 그 행동들을 보며 재미를 느끼는 마조히스트. 이세계 시스템도 결국은 밑장 빼서 위에 올리는 격이었죠. 혼이 망가질수록 전생(환생) 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전생을 통해 그 사람의 능력치를 회수해서 별의 에너지로 환원했기에, 결국 미래는 파탄만이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이 시스템을 붕괴 시키면 더 이상 혼의 열화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댓가(시스템 붕괴에 따른)는 이세계 주민들은 납득하기 힘든 것. 이제 선대(현 주민)가 희생(여주에 의해)해서 후대를 살릴 것인가, 선대는 살지만(시스템 붕괴 막아서) 후대는 저출산(전생을 못하니)으로 망할 것인가라는 기로에 섰습니다.



맺으며: 반 친구들은 하는 게 없군요. 여주의 성격을 보면 구해주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지만, 그래도 거미에서 인간화가 되면서 인간성도 눈을 떴는지 구해주고 보호해 주고, 상황 설명은 망했지만 인간의 도리는 다하는 모습들이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여주가 해온 일들을 보면 D가 사신(死神)으로 부르는 게 이해가 될 정도(자세한 건 스포일러라서). D는 악질적으로 오락을 추구할 뿐 실질적으로 위해는 가하지 않는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D가 오락을 위해 설계하는 범인이라면 여주는 실행범. 그러니 월드 퀘스트를 발동하는 D를 욕하지 못하는 게 웃기기도 합니다. 아무튼 여주를 비롯해 반 친구들이 몰살된 원인은 이전에도 나왔고, 이번에도 구체적으로 좀 더 세밀하게 나오지만 이 역시 스포일러니까 본편을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도입부에 스포일러 주의라고 써두지만, 이게 면죄부가 되진 않으니까요. 여주의 진짜 정체도 조금은 놀랄 실 수도 있습니다. 용사가 된 반 친구는 예전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입만 산 발암이니까 주의하시고요. 여전히 여주 파트 부분만 지리멸렬한 설명으로 때워서 좀 짜증 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다음 16권이 마지막이군요. D의 개입으로 이세계 시스템 붕괴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기는 하는데, 이걸 이렇게까지 끌 얘기인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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