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 여신의 화신 6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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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어릴 때부터 주변에서 그렇게 나대지 말라고 어르고 협박하고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책이라면 환장하는 성격은 합계 나이 35살(전세, 현세)이 넘어도 변하지 않았던 로제마인(여주)은 여기저기 쏘다니면서 알아선 안 되는 정보까지 얻고 말았죠. 보통 영화라면 사망 플래그로서 악당에게 쫓기든지 초장에 죽어버리든지 그런 역할이었을 테지만 이 작품의 여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아직까지 살아 있습니다. 사실 친부모와 헤어지게 된 것, 이후 죽을 위기를 몇 번 겪은 것, 2년간 식물인간까지 경험했으면 좀 자중이라는 걸 해야 하는데 그녀의 사전엔 그런 거 없습니다. 어릴 때지만 알몸까지 보여주고 전세의 기억까지 보여주는 등 각별한 사이였던 페르디난드가 이웃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가게 된 원인 중 하나가 자신에게 있다면 더더욱 어른으로서 성장해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한마디로 파괴왕입죠 그녀는. 그 변하지 않는 성격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이긴 합니다만, 결국 첸트(왕)의 증거라는 구르트뭐시기(발음이 너무 어려워)를 입수할 수 있는 제일 가까운 인물로 알려지게 되면서 그녀의 영지 에렌페스트에 적잖은 파란을 일으켜 버리고 맙니다.



그 첫 번째로 빌프리트와의 약혼이 파기되고, 두 번째로 1년 뒤 왕의 양녀로 입궁해야 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지금의 첸트(왕)는 왕의 증거인 구르트뭐시기가 없는 쭉정이로서 반란이 끊이질 않는 위태위태한 상황에 놓였고, 구르트뭐시기를 입수에 제일 가까운 인물인 로제마인을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던 것이죠. 사실 여기까지 보면 왕의 자리에 집착한 첸트의 발악이라고 여길 수 있으나 구르트뭐시기의 진짜 역할은 국토에 마력을 공급하는 것으로 넓게는 농산물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고, 국토방위(국경선 방어)에도 쓰이는 등 한마디로 이게 없으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죠. 나라를 지키지 못하는 첸트(왕)라니 있으나 마나 한 왕 따위. 그런 때에 로제마인이 구르트뭐시기에 접속(쉽게 말해서) 할 수 있다고 알려지니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실 그녀는 오래전에 이미 접속할 수 있었지만 아닥하고 있었죠. 첸트가 그걸 찾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고 냉큼 알려줄 수도 없는 게 일개 영주의 양녀일 뿐인 그녀가 알고 있다고 알려졌다면 아마 더 큰 영지에서 그녀를 빼앗아 가거나, 적대 세력에게 암살 당했을 것입니다. 결국 왕에게 빼앗기게 되었지만요.



이번 5부 6권에서는 쭉정이라도 왕은 왕이고 왕명을 따를 수밖에 중위 영지인 에렌페스트로서는 감히 저항할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나마 로제마인이 발악에 가깝게 여러 조건을 걸어서 통과시켜준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죠. 그중 하나가 이웃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가 있는 페르디난드의 처우 개선이었고 받아들여졌긴 한데, 그 풍선효과로 이번엔 로제마인의 약혼자인 빌프리트가 약혼자인 자신보다 페르디난드를 더 챙긴다고 질투를 엄청 해댄 끝에 약혼 파기를 아버지(로제마인에겐 양아버지이자 시아버지)에게 진언하는 등 누구 덕분에 지금 살아 있는지 망각하는 그 모습들이 흥미진진하죠. 사실 왕명으로 일찌감치 약혼이 파기되었던지라 뒷북치듯 빌프리트의 발악은 참으로 처량하게 됩니다.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빌프리트가 되겠죠. 폐악질을 일삼던 할머니가 뒷배였다는 점, 인격이 형성될 나이에 할머니에게서 안하무인으로 키워졌다는 점이 안 좋았습니다. 원래는 할머니와 같이 숙청되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나 영주의 장남이자 오라비라는 이유로 로제마인이 숨은 붙어 있게 해주었더니....



맺으며: 페르디난드를 향한 로제마인의 마음이 장난 아닌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빌프리트가 오해해도 당연한 수준의, 주변에서 정분난 거 아니냐고 수군 될 만큼 그를 향한 로제마인의 마음이 심상찮죠. 본인은 자각 못하고 있지만요. 아마 최종편을 위한 빌드업이 아닐까 싶긴 한데, 그로 인해 주변에 끼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치 않아 오해를 일으키는 걸 보고 있자면 불륜(아직 빌프리트와 약혼 중일 때)은 아니지만 사귀고 있어요. 뭐 그런 멍멍이 족보(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족보로 페르디난드는 로제마인의 삼촌에 해당) 같은 현 상황이 상당히 흥미롭죠. 아무튼 이번 5부 6권에서는 왕의 왕녀로 가기 전에 해둘 수 있는 일들을 하는 이야기들을 보여줍니다. 신전이나 인쇄업 등에서 인수인계가 이뤄지고, 누가 같이 갈지 등 상당히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고 있다는 것도 단편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가령 루츠와 친언니 투리의 성장이라든지. 그런데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웹 버전과는 다르게 진행이 되는군요. 이쯤에서 이웃 아렌스바흐에 에렌페스트로 쳐들어오는 얘기일 텐데 서적화하면서 아마 뒤로 밀리거나 삭제된 듯합니다. 웹 버전에서는 양어머니가 출산하기 전에 전쟁이 일어난 거 같던데. 아무튼 로제마인은 왕의 양녀가 된다면 페르디난드를 빠앗아간 이웃 아렌스바흐를 분해 시켜버리겠다고 벼르고 있던데, 이후가 상당히 재미있어질 듯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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