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간은 가열해라 2 - Shift Novel
사카이 타쿠마 지음, 토사카 아사기 그림, 이경인 옮김 / YNK MEDIA(만화)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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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돼지의 생간을 먹고 식중독에 걸려 이세계로 넘어간 20살 오타쿠 청년의 이야기 제2탄입니다. 사실 제목도 그렇고 이야기의 근간이 되는 돼지의 생간도 그렇고 대체 얼마나 가벼운 작품일까 싶기도 합니다만. 결코 가벼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예스마'라는 소녀들이 8살에 각지에 팔려가듯 노예의 삶을 살다 16살에 목숨을 걸고 왕도로 귀환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거든요.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귀환율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그녀들이 차고 있는 목걸이와 신체는 마력의 원천이 되어 아주 비싼 값에 팔리고 있죠. 왕도로 귀환하는 수많은 예스마들은 사냥꾼들에 붙잡혀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이 작품의 메인 히로인 '제스' 또한 예스마로서 16세가 되자 왕도로 가야만 했죠. 그녀는 전날에 기도를 올렸습니다. 같이 가줄 수 있는 사람을 내려 달라고. 눈을 뜨자 그녀의 앞에 돼지로 환생한 주인공(이하 돼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주인공은 돼지인가. 그리고 어째서 예스마는 16세가 되면 왕도로 가야만 하는가. 무사히 도착한 예스마들은 어떻게 되는가. 돼지는 '제스'를 왕도로 인도한다는 임무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돼지는 지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고요.



1권에서 예스마들의 여정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었죠. 어떤 예스마는 조각조각 나서 알콜에 절여지고, 어떤 예스마는 산 채로 내장이 뜯겨 몸이 썩어가면서도 마지막 힘을 짜내어 '제스'를 도와주는 장면들은 처절함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정의 끝. 돼지는 돼지불고기가 되었죠(이건 이 작품 특유의 조크). 그리고 현재. 돼지는 오타쿠 모임(돼지도 오타쿠)에서 이세계 사정을 듣습니다. 흥미롭게도 이세계 전생은 돼지만이 아니었던 것이죠. 돼지가 지구로 돌아오고 나서 이세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제스를 왕도로 인도하는 여정에서 알게 된 이캐맨 '노트'. 한때는 제스와 야한 짓 한 거 아니냐는, 돼지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던 이야기의 주인공. 그놈이 예스마 해방 전선을 꾸려 레지스탕스를 하고 있다는 것. 그로 인해 예스마 사냥에 애로사항이 꽃 핀 사냥꾼들이 북부에 제국을 세워 '노트'와 왕국을 견제하고 나선 것. 예스마를 관리하고 있는 왕국의 왕족. 이렇게 3파전이 되어 자중지란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돼지는 사실 한 발짝 물러서서 제스를 바라보고 있었죠. 건드리면 돌이킬 수 없다는 듯이.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 그럼에도 그는 다시 이세계 행을 택합니다.



돼지는 다시 이세계로 전생했지만 그의 앞에 제스는 없었습니다. 이번 2권 이야기는 이캐맨 '노트'를 도와 예스마들을 구하고, 제스와 재회를 그립니다. 여정은 쉽지만은 않지만 비상한 머리를 가동해 위기를 헤쳐 나가죠. 그러나 북부 제국은 어중이떠중이 사냥꾼들이 모여 나라를 세운 것치고는 힘이 강하여 노트의 해방군과 왕국을 옥죄는 상황이고, 왕국은 오랫동안 평화에 찌들어 제대로 대처를 못하는 상황이었죠. '제스'는... 돼지와 함께 했던 기억을 봉인 당했습니다. 돼지와 이별하던 날. 그녀는 폐인이 되어버렸죠. 예스마가 왜 각지로 팔려가고 나이가 차면 왕도로 귀한 하는가는 핵심 스포일러라서 언급은 힘들지만, 왕국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는 게 밝혀졌죠. 주인공은 그것을 이해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위정자들은 노력보다 편한 길을 택하여 예스마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살아 돌아온 '제스'에겐 어떤 사명이 기다리고 있었죠. 그녀는 마법을 배우며 사명을 다해가면서도 기억 속에 꽂혀있는 책갈피(봉인된 기억)가 무엇인지 알아내고자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럴수록 그녀의 마음은 커져만 가고, 그것이 그녀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돼지는 예스마를 관리하는 이세계의 왕을 다시 만납니다. 예스마들도 엄연한 백성임에도 사지로 내몰아 악덕한 인물인 줄 알았더니 사려 깊은 영감이라는 게 밝혀지죠. 왕에게서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나라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평화를 지키기 위해. 어둠과 타협해온.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왕은 누구보다도 '제스'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제스에게서 예스마의 미래를 보고 있다는 것. 왕은 북부 제국과 싸우며 저주를 받아 곧 죽을 운명입니다. 죽어 가면서도 '제스'를 부탁하는 그의 인품은 좋아서 예스마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북부 제국군의 침공은 제스와 돼지에게도 화가 미칩니다. 전쟁의 한 가운데, 드디어 마주하게 된 돼지와 제스. 제스에겐 주인공에 대한 기억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왕은 그녀 스스로 풀길 바라고 있죠. 그러면 그녀는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거라며. 감동의 재회를 하지만 돼지는 한 발짝 물러서서 그녀를 바라봅니다. '제스'는 기억을 떠올리지 못합니다.



맺으며: 많이 축약했는데 사실 이번 2권 메인 히로인은 '셀레스(표지)'라는 13세 예스마입니다. 이캐맨 '노트'를 사모하여 그를 찾아 돼지(주인공)과 함께 길을 떠나죠. 하지만 필자에게 있어서 중반부터 이캐맨 노트와 더불어 별로 중요치 않아 뺐습니다. 그보다 주인공이 왜 돼지로 전생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좀 충격적이었군요. '제스'는 부정하지만, 예스마들이라고 해서 마냥 착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죠. 사실 그런 것들보다 이번 2권에서 흥미로운 점을 꼽으라면 당연히 제스와 돼지의 재회가 아닐까 하는데요. 좋아하는 여자를 다시 만나도 무언가가 깨지는 거 아닐까 싶어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남자, 그런 남자를 떠올리기 위해 마력 고갈을 일으킬 정도로 결사적인 마음이 되어 가는 여자. 여자를 지키기 위해 아무런 능력도 없으면서 적에게 덤벼들었다 저주받아 죽어가는 남자, 그 남자를 구하기 위해 대신 저주받아 죽어가는 여자. 그리고 여자는 죽음 직전에서 기억을 떠올리는 장면들은 연애 드라마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사실 제목 때문에 약간 외면받는 거 같은데, 작가의 필력이 대단히 좋습니다. 사람의 감정이라든지, 암울해져 가는 상황을 밝게 하려는지 오타쿠 특유의 저질 행동을 펼쳐놓는 솜씨가 좋죠. 그걸 리뷰하는 필자의 필력이 개판이라서 제대로 전달 못하는 게 결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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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 치트가 너무 최강이라 이세계 녀석들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만. 14 - J Novel Next, 완결
후지타카 츠요시 지음, 나루세 치사토 그림, 김경훈 옮김 / 서울문화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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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법 소녀부터 해서 발이 치일 정도로 많았던 용사와 마왕, 신(神)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망라해서 장르를 통합했던 이야기도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현자가 주최한 지저 퀘스트에 참여는 하였습니다만, 대현자가 느닷없이 주인공 없애기 대회로 바꿔버립니다. 주인공은 주인공대로 난처한 게 그동안 모았던 현자의 돌은 어딘가로 가버렸고, 어딘가로 가버렸던 현자의 돌이 무한 증식해서 개나 소나 다 들고 다니는 요상한 일들이 벌어졌죠. 이때까지의 고생은 대체 뭐였을까. 그래도 대회를 통과하면 소원 들어준다고 하니 참여는 했는데, 애초에 자기 죽이는 대회에 왜 참여하고 그럴까. 아무튼 이거 1등은 따놓은 당상(주인공)이 참여하면 이거야말로 밸런스 붕괴 아닌가? 했더니 주인공의 분량은 별로 없고 먼치킨 엑스트라들끼리 지지고 볶고 알아서 나자빠집니다. 여전히 브레이크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개념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능력자들이 북적북적 거리며 자기들이 알아서 솎아내주니 주인공으로서는 손 안 대고 코 풀기. 근데 이것들 대현자에 낚여서 주인공 없애러 와 놓고 왜 지들끼리 싸우는데 동의하는지 의문.



그리고 라스트 보스의 등장. "대현자". 이세계를 만든 장본인이자 이세계는 그가 꾸는 꿈의 세계. 그가 바라는 모든 것이 실현되고 이루어지는 세상. 얼마나 그렇게 살아왔을까, 삶은 지루하고 재미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삶을 재미있게 가꾸면 되겠지. 심심함을 주체 못 해서 다른 세계에서 사람들을 납치해와 똘마니(현자) 만들기 한다며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를 아무렇지 않게 해대고, 남의 여자를 탐하는, 그런 주제에 내가 잘생겨서 여자들이 꼬이는 걸 어떡하라고?라며 그는 남의 집안을 풍비박산 나게 만들고도 죄의식이 없는 후레자식으로 성장하게 되죠. 그가 실수한 게 있다면 주인공을 소환하도록 방치했다는 것. 그에게 뿅간 여신들에게 힘을 받아 무한의 존재가 되어 시야가 좁아진 결과. 주인공을 없앨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바보가 되고, 주인공은 인간의 궤를 벗어났다는 측근의 충고를 무시한 멍청이가 자기 묫자리 파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주인공에게 광역 도발기를 시전한 결과. 그는 평범하게 태어나고 자랐죠. 의붓 여동생과 메이드 여고생, 부잣집 여친등 그대로 살아갔다면 여느 러브 코미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외에 엑스트라들 이야기도 있지만, 언급하면 글이 길어지니까 생략. 여러 장르를 섞어 놓으니 캐릭터들 참 많이 나옵니다. 뜬금없기도 하고, 주인공과 인연을 맺기도 하지만 종착역에 다다랐을 땐 저마다의 길을 가는가 하면 리타이어 되기도 하죠. 기억에 남는 걸 꼽으라면 가령 악역 영애 출연자군요. 보통 여느 악역 영애라면 전생해서 자신의 악평을 바로 잡아가는 반면에 이 작품에서 출연하는 악역 영애는 악평을 더 가속 시킨다든지 같은 게 있습니다. 이게 좀 신선하죠. 여러 종류의 신(神)이 있고, 용사와 마왕이 나오고 SF 우주선과 로봇도 등장하죠.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우주를 지우는 능력을 가졌고, 세계를 넘나들고, 평행 세계가 존재하고, 시공을 넘나드는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이런 세계관에서 사실 단순하게 보면 즉사 치트는 널리고 널렸지만 주인공의 능력은 특별하다는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엔터테인먼트에서 터부로 여기는 걸 아낌없이 투입한다고도 할 수 있죠. 요컨대 망겜 소리 들을만한 소재가 다 들어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만.



맺으며: 이 작품의 특징을 들라면 주인공의 즉사 치트도 있지만, 여러 캐릭터들을 출연시켜 저마다의 인생을 사실적으로 그려간다는 것입니다. 하나하나가 주인공급이죠. 그래서 여러 장르를 넘나들기도 합니다. 근데 문제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기억 못 한다는 것이지만요. 딱히 중요하지도 않고요. 그저 재미를 위한 장치로만 작용하는데, 이는 라스트 보스 대현자가 바라는 '재미'와 '그가 꾸는 꿈의 세계'와 일맥 상통하기도 합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능력치가 나오는 건 꿈이니까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주인공의 능력도 대현자의 꿈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을 수 있으나, 사실 주인공의 능력은 별개라고 그동안 꾸준히 복선이 나왔었죠. 이번에는 주인공의 정체까지 밝혀지면서 대현자 따위는 명함도 못 내민다는 걸 알 수 있고요. 어느 날 대현자의 미모가 빛을 발하게 되었고 그의 미모에 이끌려 여신들이 찾아와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전능이라는 힘을 부여함으로써 평범한 사람이 힘을 얻으면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했습니다. 아무튼 완결입니다. 엔딩까진 언급하는건 그렇고, 그냥 무난하게 끝나는군요. 아쉬운 게 있다면 주인공을 보살폈던 '아사카' 씨의 이야기가 별로 없다는 것. 그녀 덕분에 주인공은 참 올바르게 자랐죠. 마지막으로 사실 나무야 미안해 소리를 듣고 있지만, 머리 아픈 복선이나 계산 없이 보기엔 이보다 좋은 작품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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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7 - L Books
바바 오키나 지음, 키류 츠카사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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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소피아와 그녀의 시종의 처우 문제로 수도로 향하긴 했으나 인간 사회에서 흡혈귀인 소피아가 살아갈 수 있을 리 없었고, 그녀 또한 강력하게 마왕을 따라가 길 원했기에 여정은 마족령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길 벌써 2년이 지났군요. 영원을 살아가는 마왕과 불사가 된 여주에게 있어서 2년이라는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보는 독자들은 기승전결이 마렵거든요? 마왕이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갈 수 있을 텐데, 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지 당췌 모를 일이죠. 소피아는 그새 자라서 아장아장 걷게 되었고, 마왕 직속 부하인 퍼펫 타라텍트(인형 거미)들은 여행의 심심함에 몸 둘 바를 몰랐던 여주에 의해 더욱 소녀다워졌습니다. 지금은 퍼펫 타락텍트 소녀들도 합세해서 소피아 발성 연습을 도와주며 유유자적. 소피아는 한창 말 배울 때거든요. 그동안 염화로만 대화하다가 육성으로 말을 내뱉으려다 보니 혀짤배기가 되는 게 이번 7권에서 유일한 귀여운 포인트니까 놓치지 마시고요. 그걸 또 즐기는 여주.



그리고 가다가 개미집을 습격했는데, 그 아래에 뭔가가 있네요. 그동안 한 가지 밝혀진 게 있죠. 여주가 흥미를 보이면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요. 소피아의 집이 풍비박산 난 것도 같은 전생자라는 흥미에 이끌려 그녀의 집 근처에 둥지를 트는 바람에 여주를 노린 세력에 의해 침략이 발생하고 소피아는 천애 고아가 되어 버렸죠. 아무튼 개미들 학살하고 나니 탐지에 뭔가가 걸리는데 그 뭔가가 뭔지 몰라 두더지처럼 땅을 파고 내려갔더니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떠억... 이번 6권은 고대 시절 무엇이 일어났고, 신(神)으로 통하는 관리자들이 이세계를 관리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해줍니다. 내려갔더니 UFO가 있군요. 커다란 원반 형태의 무언가. 최근의 일이라면 소피아 집을 습격했던 엘프 족장, 그전이라면 관리자 D의 행동 등으로 미뤄볼 때 이거 언젠가 고대 문명인 로스트 테크놀로지 나오겠다 싶었습니다만, 하필이면 지금 고대 문명이 떠억, 여주가 흥미를 보여주는 바람에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고대 시절에는 지구 문명보다 훨씬 앞선 별을 오갈 정도의 기술이 발전해 있었었고, 어느 순간 멸망해서 문명은 쇠퇴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어쩌고저쩌고. 여주가 발견한 UFO는 그 산물, 신비한 나디아에 나오는 그 빨간 우주선처럼 전력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는 것에서 불안감은 증폭,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UFO 시스템은 여주 일행을 덮칩니다. 여기서 의문, 왜 UFO는 여주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나. 단순히 칩입자이니까? UFO 기동에 맞춰 엘프 족장도 찾아옵니다. 이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할 사이도 없이 엘프 족장의 입에서 믿지 못할 말들이 쏟아지죠. 이건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못하지만, 이대로 놔두면 대륙은 멸망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하는데, 나디아의 빨간 우주선을 오마주한 건가? 결국 UFO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이 찾아오는데요. 인족 대표라 할 수 있는 교황. 여주인공의 적. 모든 건 인족을 위해서라면 라는 기치를 내걸었으면서 인족을 갈아 넣는 영문모를 영감도 UFO 퇴치에 힘을 보태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UFO는 여주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했나. 이런 가설을 세워 봤습니다. 고대 문명을 누리던 사람들은 핵 전쟁을 일으킬 만큼 호전적이었고, 거기에 쓰이는 에너지가 별의 에너지였고, 이대로 두면 에너지 고갈로 별이 박살 나버리니까 관리자들이 개입해서 고대 문명을 멸망 시키지 않았나 하는 것. 아니면 자기들끼리 싸우다 멸망한 걸 관리자들이 주워 먹는 것일 수 있고요. 뭐 가설이고 나발이고 누구나 다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여주와 마왕은 관리자 관할 아래에 있죠. 특히 여주는 D라는 상위 관리자의 제어를 받고 있고요. 그러니 고대 문명 입장에서 보면 여주 일행은 적이겠고, 이세계 주민 또한 적이 되겠죠. 관리자가 관리중이니까요. 일단 멸망이라는 활동을 재개한 UFO에 맞서 3개의 세력(여주 일행, 엘프 족장, 교황)이 부딪힙니다. 그런데 UFO에게 마법을 무효화하는 배리어가 있어서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엘프의 비밀이 밝혀지죠. 이것들 세상은 쇠퇴하고 있는데 지들은 고대 문명을 잃어버리지 않았네요?



맺으며: 예전에 선생님이 언급했던 관리자(神)와 대립하는 세력은 고대 문명이었습니다. 지금은 AI만 남았고요. 엘프는 고대 문명의 시다바리인줄 알았더니 갈수록 그 문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메이저 그룹으로 판명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리자와 대립 중인 거 같고요. 선생님은 무엇을 보았기에 관리자들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는지는 아직은 알도리가 없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고대 문명이 별의 에너지를 고갈 시켜 멸망의 길을 걸었다는 것에서 더 나빠 보이는데 말이죠. 선생님의 능력 중 하나인 출석부에 아이들의 수명이 기입되어 있다는데, 그 사망 기일을 보면 관리자들에게 죽임 당하는 게 아니라 엘프 족장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거 아닐까 하는 느낌을 이번 7권에서 느끼게 해주죠. 엘프 족장은 소시오패스의 정점이거든요. 엘프 주민들은 물론이고 자기 딸(선생님) 조차 이용하니까요. 죽든지 말든지, 물건 취급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가치로만 따집니다. 그런 족장에게서 아이들을 지키려는 것일 수 있겠으나 족장의 힘은 마왕에 필적하니까 선생님이 지킨다고 지켜지지가 않을진데, 조만간 여주와 만날 거 같으니 그때 밝혀지겠죠.



아무튼 UFO 퇴치 작전은 좀 지리멸렬합니다. 입구 찾는데만 50페이지 넘게 쓰는군요. 하나의 가정을 놓고 뭔 고찰을 그렇게 해대는지, 하나의 챕터가 끝나도 이야기는 좀처럼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UFO와의 전투가 흥미진진한 것도 아니고요. 거기다 마법 무효화 배리어 때문에 더욱 지리멸렬해집니다. 그나마 퍼펫 타락텍트 소녀들이 활약하는 모습들이 귀엽다는 것이 위안인데 분량은 몇 페이지 되지도 않습니다. 소피아는 일찌감치 대피해서 그녀의 분량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다만 마왕으로부터 엄청나게 보호받고 있다는 것인데, 마왕의 품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군요. 마왕하면 악의 축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소피아를 돌보는 마왕은 한없이 인자한 할머니에 가깝죠(사실 처음엔 여주에게 잘 보이려고). 여주의 위기에도 몸을 던져 지켜주고, 그런 마왕을 보며 잠재적 적 취급했던 자신을 반성해가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며 정이 들었다며 자조하는 것도 흥미롭고요. 그러나 UFO는 그냥 퇴치 당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최후의 발악을 하고, 평소 같으면 전이로 도망가 버렸을 여주가 뜻깊은 행동에 나서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그로 인해 그녀는 이세계 시스템에서 튕겨 나가버림으로써 대 핀치에 몰리게 되는데, 8권이 기대된다고 할까요. 사실 이 부분이 아니었으면 이번 7권에서 하차할 뻔했군요. 그만큼 다른 부분에서 좀 지리멸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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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마검이 지배한다 2 - Extreme Novel
우노 보쿠토 지음, 미유키 루리아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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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1권 리뷰에서 콥스 파티류 신체 절단술 작품인가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그냥 학원물입니다. 마법 수업을 받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마음에 안 드는 녀석과 쌈박질하는 청춘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선생은 말도 안 되는 수업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겁을 주고, 아이들은 죽는소리 하면서도 수업을 따라가고 있죠. 오늘은 빗자루를 고르는 날입니다. 마법이 판치는 판타지하면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는 걸 빼놓을 수 없죠. 근데 생물처럼 살아 있어서 주인을 고른다네요. 자길 고른 학생이 마음에 안 들면 두들겨 패기도 하니까 조심 하랍니다. 맞아서 쌍코피 터지는 애들이 수두룩합니다. 히로인 '나나오'는 그중에서도 가장 사나운 빗자루를 고르게 되고 말하면 통한다는 클리셰로 길을 들여서 두각을 나타내죠. 주인공은? 집에서 개인 빗자루를 가져왔답니다. 낭만 없는 시키. 이후 빗자루는 딱 한 번만 나오고 이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참고로 '나나오'가 선택한 빗자루는 이 작품에서나 주인공에게나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됩니다. 그나저나 학원물 하면 러브 코미디이건만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군요. 나나오가 좀 튀긴 하지만 아직 메인 히로인이 누구인지조차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러브 코미디도 어쭙잖게 쓰면 안 하니 못한 게 이 계통인지라 차라리 빼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전에 2권까지 기준으로 그럴만한 히로인이 없다는 것이지만요. 나나오? 얘는 그냥 사무라이. 그래서 상당히 무미건조하게 흘러갑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선 상당히 쌓이겠죠. 그렇게 쌓이다 4권에서 뭔가 일이 터지는 거 같지만 우리나라 정발본에서 표현해 주려나요. 그 전조증상인지 기숙사 룸메이트(남학생) 신체에 뭔가 변화가 찾아옵니다. 이 룸메이트가 뭔가 해주려나? 작가나 주인공이나 안중에도 없는데요. 아무튼 빗자루 사태가 일단락되고 이번엔 1학년 짱을 뽑자는 일진 같은 놈이 등장하는데, 사실 여기서부터 읽기 싫어졌습니다. 판타지 마법 세계에서 왜 90년대 일본 일진 만화 같은 일이 벌어지냐고요. 1권에서 주인공 일행이 입학식 때 날뛰던 마물을 쓰러트리고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에 질투하여 라는 꼴사나운 전개가 펼쳐집니다.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지? 1학년 전부를 말려들게 하는 일임에도 주인공은 상대의 일방적인 선전포고에 조건을 달지도 않고(가령 주인공이 이기면 퇴학해라 같은) 받아들이며 남일처럼. 웃긴 게 뭐냐면, 싸움 건 놈은 중도 탈락해버린다는 것이군요.



이후 별것 없습니다. 선배까지 하면 히로인은 꽤 많이 나오는데 그냥 여사친보다도 못한 인간관계를 그려 갑니다. 1학년 짱 뽑기 대회도 간간이 일어나지만 이 역시 알고 보면 다들 주인공 일행을 질투해서 싸움 거는 거밖에 되지 않는 싼 티 풀풀. 주인공은 앞으로 나서지 않고 필요할 때만 위에서 내려다보듯,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모습을 할 뿐. 대체 하는 일이 뭔가 싶은 캐릭터를 뽑으라면 당당히 1위 할 거 같은 게 주인공이죠. 싸움 실력은 그럭저럭 되는 거 같긴 한데, 자기주장이 뚜렷하지 않고, 타인의 눈치를 많이 본다고 할까요. 그런 주제에 뭔가 비밀 조직의 수장 역할을 하는 거 같은데 이거에 대한 복선은 거의 내놓지 않습니다. 1권에서 어떤 사건을 일으키고 이번 2권에서 '나나오'가 선택한 빗자루의 정체에 대해 언급하는 걸 보면 학원에 뭔가 감정을 가진 게 아닐까 싶긴 합니다만. 이후 단서라든가 복선은 거의 없다시피 하는지라 대체 목적이 뭐야 같은 느낌만 들 뿐이었군요. 마검에 대해서도 두어 번 언급만 할 뿐이고 이 마검의 정체라든지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등 2권 끝까지 별로 밝혀지는 게 없어서 작가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걸까 싶더라고요.



맺으며: 판타지 귀족 계급에 따른 절도와 절제를 표방하려는지 수업 때나 만날 때나 학생들 부를 때 앞에 '미즈'니 '미스터'니 갖다 붙여서 정떨어집니다. 교육을 편향적으로 받은 귀족 자식은 어디에나 있다는 듯이 타인을 깔보다 주인공에게 줘터지는 클리셰가 더해지니 몸 둘 바를 모르겠더군요. 그냥 330페이지 가량, 이런 일상생활이 흘러갑니다. 뭔가 사건이 터지지만 흥미롭다 단계까진 아니고요. 다만 히로인 중에 환경 보호론자가 조금씩 위험한 영역에 진입해서 생물을 보호해야 한답시고 내편 아니면 다 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있고, 마법 부작용으로 룸메이트가 TS 되어 버리는 영문 모를 일이 생깁니다. 근데 그게 왜 하필 주인공 룸메이트지? 사실 이거에 대해 조금 기대를 했습니다. 룸메이트가 TS를 해서 여자가 되었거든요? 이걸 살리지 못한다고? 주인공은 고자가 틀림없습니다.... 근데 4권에서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아무튼 주인공 포함 6명이 모여 뭔가 청춘을 구가하는 거 같긴 한데 개그라든지, 러브 코미디 같은 소소한 이벤트조차 없다 보니 읽는 내내 지루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1학년 짱 뽑기도 사실 이건 왜 넣었지 싶을 정도로 허망하게 끝나버리고, 그 결과 친구가 되었어요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기승전결이 무엇보다 절실한 작품이 아닐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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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의 주인님 6 - S Novel
히구레 민토 지음, 나포 그림, 이서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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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기껏 사람들 구한다고 싸웠더니 왜 쫓기는 신세냐고. 주인공 일행은 어찌어찌 사람들이 사는 성채에 도착하여 한숨 돌리나 했더니 같은 반 친구였던 '쿠도'가 인간들은 다 죽어야 된다며 대규모로 마물떼를 조정하여 성채를 박살 내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도 '쿠도'랑 같은 마물 조종 능력자라는 게 밝혀지면서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렸죠. 근 5년 만에 6권이 나왔습니다. 하나의 학급인지 학교 전체인지는 이제 와 생각 안 납니다만, 아무튼 주인공이 속한 반 전체가 이세계로 전이를 해버렸죠. 처음엔 다소 당황했어도 문명인답게 누군가가 리더가 되어 마을을 만들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등 나름대로 착실하게 살아가는 듯했었습니다만. 발현되는 치트에는 격차가 있었고, 현대의 법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세계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아이들은 원초의 본능에 눈뜨고 말았습니다. 힘이 있고, 법이 없는 세상이 도래했다면 뻔한 결과만 있을 뿐이라고, 1~2권에서 인간들의 추악한 이면을 참 잘 표현하기도 했었죠.



주인공 '마지마'는 그런 상황의 희생자로서 광기에 찬 아이들에게 두들겨 맞으며 도망은 쳤습니다만, 죽어가며 자신을 먹으려 드는 슬라임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못하는 절망감에 휩싸인 채 기절했다 깨어나 보니 그 슬라임이 테이밍 되어 있었죠. 주인공 능력은 테이밍. 뭔가 대단할 거 같지만 본채인 주인공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노멀 바디. 이후 슬라임에게 '릴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같이 살아가게 되죠. 이제 해피한 치트 생황이 기다릴까 싶지만 아닙니다. 보통 최약 치트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먼치킨이 되어가는 반면에 본 작품의 주인공은 6권이 되어도 여전히 노멀 바디죠. 온전히 테이밍한 마물의 힘으로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하고, 여러 마물을 테이밍 하면서 조금씩 전력을 키워가지만, 문제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적으로 나오는 인물들은 같은 반 친구들이라는 거고, 그 친구들은 하나같이 먼치킨급으로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채 공방전에서도 마음 아픈 상황을 접해야만 했죠.



이번 6권에서는 '릴리'가 주인공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라는 존재까지 버려가며 헌신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성채 공방전 이후 간신히 도망은 쳤습니다만, 이세계로 전이된 후 '용사'라는 칭호를 받은 '이노 유나(히로인)'가 그를 범인으로 보고 잡기 위해 쫓아왔죠. 막강한 그녀의 힘에 거의 자폭에 가까운 반격으로 어느 정도 대미지를 주었으나 그로 인해 주인공과 릴리는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다시 재회하던 순간. 1권에서 언급만 된 '미즈시마 미호(이하 미호)'의 소꿉친구가 '릴리'를 공격하여 기절 시킨 후 납치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미호'는 겁탈 당하고 죽임 당한 여학생입니다. 그리고 릴리는 버려져 있는 그녀를 흡수하였죠. 미호의 소꿉친구는 그녀가 살아 있을 적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그녀를 남겨두고 길을 떠났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도움을 요청하는데 성공은 하였지만, 정작 지키고 싶었던 그녀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죠. 그 상실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헌신하는 릴리와 더불어 6권의 최대 포인트가 됩니다.



다들 미처갑니다. 온전한 아이들은 진작에 다 죽어 버렸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아이들을 사냥했던 '쥬몬지', '쿠도'는 치트가 각성되면서 뭘 봤기에 인간들을 다 죽이고자 합니다. 미호의 소꿉친구는 미호가 죽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그녀의 겉모습을 하고 있는 '릴리'에 엄청나게 집착하게 되죠. 주인공은 세상에 좋아서 악인이 된 사람은 없다고 성선설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달을 일어나게 한 '이노 유나(소꿉친구를 달고 있거든요)'는 말하면 통한다는 마법 소녀가 내뱉을법한 정신 나간 말만 해대고 있죠. 주인공 보고 성채 박살 낸 범인이 아니라면 가서 재판을 받으라 하는데, 주인공이 벙쪄있자, 왜? 쫄? 이러는데 공정한 재판이 내려질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게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죠.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릴리를 되찾아야 하는데, 그 소꿉친구가 여간 강한 게 아니라는 설정을 넣는 바람에 주인공은 사면초가에 빠집니다. 노멀 바디로 가봐야 그냥 양단될 거고, 이노 유나 때문에 현재 다른 권속들은 망가졌거든요.



맺으며: 납치된 상황에서 되레 노멀 바디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릴리의 헌신이 눈물겹습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 그녀의 행동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마물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소꿉친구에게 두들겨 맞는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인간의 영역에 진입하여 치트를 발현 시키면? 어쩌면? 하지만 그녀는 마물이고 인간이 아니죠. 주인공이라는 인간을 사랑하는 마물. 그런 마물을 구하기 위해 노멀 바디를 다 쓴 비누처럼 자신의 몸을 갈아버리는 주인공. 뭔가 막 러브 스토리 영화 한편 뚝딱 나올 정도로 순애를 그립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요.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너무 힘을 썼는지 이야기가 엄청나게 지리멸렬해집니다. 하나의 가정을 놓고 고찰을 몇 페이지나 해대는지 질러 버렸습니다. 그리고 소꿉친구를 퇴치하고 릴리를 탈환하는데 250페이지 넘게 쓰고, 그렇게 쓰고도 기승전결로 이어지지 않는 고구마는 트럭째로 몰려오게 해서 아주 환장하게 합니다. 했던 말 또 하고, 뭔가 고찰하고 설명하고 마음을 표현하는데도 하나의 감정을 두고 몇 페이지나 소모하는지, 지루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학생들이 겁탈당하고 죽임 당한 걸 눈앞에서 보고도 사람은 본디 착하다는 성선설을 입에 올린다는 게, 솔직히 주인공이 제일 미친 거 아닐까 싶었군요. 아무튼 처음엔 재난 등 시리어스를 표방하며 독자의 시선을 끌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하나같이 지리멸렬해지는 공통이 있던데 본 작품도 비슷하게 흘러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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