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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7 - L Books
바바 오키나 지음, 키류 츠카사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소피아와 그녀의 시종의 처우 문제로 수도로 향하긴 했으나 인간 사회에서 흡혈귀인 소피아가 살아갈 수 있을 리 없었고, 그녀 또한 강력하게 마왕을 따라가 길 원했기에 여정은 마족령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길 벌써 2년이 지났군요. 영원을 살아가는 마왕과 불사가 된 여주에게 있어서 2년이라는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보는 독자들은 기승전결이 마렵거든요? 마왕이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갈 수 있을 텐데, 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지 당췌 모를 일이죠. 소피아는 그새 자라서 아장아장 걷게 되었고, 마왕 직속 부하인 퍼펫 타라텍트(인형 거미)들은 여행의 심심함에 몸 둘 바를 몰랐던 여주에 의해 더욱 소녀다워졌습니다. 지금은 퍼펫 타락텍트 소녀들도 합세해서 소피아 발성 연습을 도와주며 유유자적. 소피아는 한창 말 배울 때거든요. 그동안 염화로만 대화하다가 육성으로 말을 내뱉으려다 보니 혀짤배기가 되는 게 이번 7권에서 유일한 귀여운 포인트니까 놓치지 마시고요. 그걸 또 즐기는 여주.
그리고 가다가 개미집을 습격했는데, 그 아래에 뭔가가 있네요. 그동안 한 가지 밝혀진 게 있죠. 여주가 흥미를 보이면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요. 소피아의 집이 풍비박산 난 것도 같은 전생자라는 흥미에 이끌려 그녀의 집 근처에 둥지를 트는 바람에 여주를 노린 세력에 의해 침략이 발생하고 소피아는 천애 고아가 되어 버렸죠. 아무튼 개미들 학살하고 나니 탐지에 뭔가가 걸리는데 그 뭔가가 뭔지 몰라 두더지처럼 땅을 파고 내려갔더니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떠억... 이번 6권은 고대 시절 무엇이 일어났고, 신(神)으로 통하는 관리자들이 이세계를 관리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해줍니다. 내려갔더니 UFO가 있군요. 커다란 원반 형태의 무언가. 최근의 일이라면 소피아 집을 습격했던 엘프 족장, 그전이라면 관리자 D의 행동 등으로 미뤄볼 때 이거 언젠가 고대 문명인 로스트 테크놀로지 나오겠다 싶었습니다만, 하필이면 지금 고대 문명이 떠억, 여주가 흥미를 보여주는 바람에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고대 시절에는 지구 문명보다 훨씬 앞선 별을 오갈 정도의 기술이 발전해 있었었고, 어느 순간 멸망해서 문명은 쇠퇴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어쩌고저쩌고. 여주가 발견한 UFO는 그 산물, 신비한 나디아에 나오는 그 빨간 우주선처럼 전력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는 것에서 불안감은 증폭,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UFO 시스템은 여주 일행을 덮칩니다. 여기서 의문, 왜 UFO는 여주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나. 단순히 칩입자이니까? UFO 기동에 맞춰 엘프 족장도 찾아옵니다. 이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할 사이도 없이 엘프 족장의 입에서 믿지 못할 말들이 쏟아지죠. 이건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못하지만, 이대로 놔두면 대륙은 멸망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하는데, 나디아의 빨간 우주선을 오마주한 건가? 결국 UFO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이 찾아오는데요. 인족 대표라 할 수 있는 교황. 여주인공의 적. 모든 건 인족을 위해서라면 라는 기치를 내걸었으면서 인족을 갈아 넣는 영문모를 영감도 UFO 퇴치에 힘을 보태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UFO는 여주 일행을 공격하기 시작했나. 이런 가설을 세워 봤습니다. 고대 문명을 누리던 사람들은 핵 전쟁을 일으킬 만큼 호전적이었고, 거기에 쓰이는 에너지가 별의 에너지였고, 이대로 두면 에너지 고갈로 별이 박살 나버리니까 관리자들이 개입해서 고대 문명을 멸망 시키지 않았나 하는 것. 아니면 자기들끼리 싸우다 멸망한 걸 관리자들이 주워 먹는 것일 수 있고요. 뭐 가설이고 나발이고 누구나 다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여주와 마왕은 관리자 관할 아래에 있죠. 특히 여주는 D라는 상위 관리자의 제어를 받고 있고요. 그러니 고대 문명 입장에서 보면 여주 일행은 적이겠고, 이세계 주민 또한 적이 되겠죠. 관리자가 관리중이니까요. 일단 멸망이라는 활동을 재개한 UFO에 맞서 3개의 세력(여주 일행, 엘프 족장, 교황)이 부딪힙니다. 그런데 UFO에게 마법을 무효화하는 배리어가 있어서 쉽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엘프의 비밀이 밝혀지죠. 이것들 세상은 쇠퇴하고 있는데 지들은 고대 문명을 잃어버리지 않았네요?
맺으며: 예전에 선생님이 언급했던 관리자(神)와 대립하는 세력은 고대 문명이었습니다. 지금은 AI만 남았고요. 엘프는 고대 문명의 시다바리인줄 알았더니 갈수록 그 문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메이저 그룹으로 판명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관리자와 대립 중인 거 같고요. 선생님은 무엇을 보았기에 관리자들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는지는 아직은 알도리가 없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고대 문명이 별의 에너지를 고갈 시켜 멸망의 길을 걸었다는 것에서 더 나빠 보이는데 말이죠. 선생님의 능력 중 하나인 출석부에 아이들의 수명이 기입되어 있다는데, 그 사망 기일을 보면 관리자들에게 죽임 당하는 게 아니라 엘프 족장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거 아닐까 하는 느낌을 이번 7권에서 느끼게 해주죠. 엘프 족장은 소시오패스의 정점이거든요. 엘프 주민들은 물론이고 자기 딸(선생님) 조차 이용하니까요. 죽든지 말든지, 물건 취급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가치로만 따집니다. 그런 족장에게서 아이들을 지키려는 것일 수 있겠으나 족장의 힘은 마왕에 필적하니까 선생님이 지킨다고 지켜지지가 않을진데, 조만간 여주와 만날 거 같으니 그때 밝혀지겠죠.
아무튼 UFO 퇴치 작전은 좀 지리멸렬합니다. 입구 찾는데만 50페이지 넘게 쓰는군요. 하나의 가정을 놓고 뭔 고찰을 그렇게 해대는지, 하나의 챕터가 끝나도 이야기는 좀처럼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UFO와의 전투가 흥미진진한 것도 아니고요. 거기다 마법 무효화 배리어 때문에 더욱 지리멸렬해집니다. 그나마 퍼펫 타락텍트 소녀들이 활약하는 모습들이 귀엽다는 것이 위안인데 분량은 몇 페이지 되지도 않습니다. 소피아는 일찌감치 대피해서 그녀의 분량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다만 마왕으로부터 엄청나게 보호받고 있다는 것인데, 마왕의 품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군요. 마왕하면 악의 축이라는 인상이 강한데, 소피아를 돌보는 마왕은 한없이 인자한 할머니에 가깝죠(사실 처음엔 여주에게 잘 보이려고). 여주의 위기에도 몸을 던져 지켜주고, 그런 마왕을 보며 잠재적 적 취급했던 자신을 반성해가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하며 정이 들었다며 자조하는 것도 흥미롭고요. 그러나 UFO는 그냥 퇴치 당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최후의 발악을 하고, 평소 같으면 전이로 도망가 버렸을 여주가 뜻깊은 행동에 나서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그로 인해 그녀는 이세계 시스템에서 튕겨 나가버림으로써 대 핀치에 몰리게 되는데, 8권이 기대된다고 할까요. 사실 이 부분이 아니었으면 이번 7권에서 하차할 뻔했군요. 그만큼 다른 부분에서 좀 지리멸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