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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의 주인님 6 - S Novel
히구레 민토 지음, 나포 그림, 이서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기껏 사람들 구한다고 싸웠더니 왜 쫓기는 신세냐고. 주인공 일행은 어찌어찌 사람들이 사는 성채에 도착하여 한숨 돌리나 했더니 같은 반 친구였던 '쿠도'가 인간들은 다 죽어야 된다며 대규모로 마물떼를 조정하여 성채를 박살 내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도 '쿠도'랑 같은 마물 조종 능력자라는 게 밝혀지면서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렸죠. 근 5년 만에 6권이 나왔습니다. 하나의 학급인지 학교 전체인지는 이제 와 생각 안 납니다만, 아무튼 주인공이 속한 반 전체가 이세계로 전이를 해버렸죠. 처음엔 다소 당황했어도 문명인답게 누군가가 리더가 되어 마을을 만들고 아이들을 보호하는 등 나름대로 착실하게 살아가는 듯했었습니다만. 발현되는 치트에는 격차가 있었고, 현대의 법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세계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아이들은 원초의 본능에 눈뜨고 말았습니다. 힘이 있고, 법이 없는 세상이 도래했다면 뻔한 결과만 있을 뿐이라고, 1~2권에서 인간들의 추악한 이면을 참 잘 표현하기도 했었죠.
주인공 '마지마'는 그런 상황의 희생자로서 광기에 찬 아이들에게 두들겨 맞으며 도망은 쳤습니다만, 죽어가며 자신을 먹으려 드는 슬라임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못하는 절망감에 휩싸인 채 기절했다 깨어나 보니 그 슬라임이 테이밍 되어 있었죠. 주인공 능력은 테이밍. 뭔가 대단할 거 같지만 본채인 주인공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노멀 바디. 이후 슬라임에게 '릴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같이 살아가게 되죠. 이제 해피한 치트 생황이 기다릴까 싶지만 아닙니다. 보통 최약 치트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먼치킨이 되어가는 반면에 본 작품의 주인공은 6권이 되어도 여전히 노멀 바디죠. 온전히 테이밍한 마물의 힘으로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하고, 여러 마물을 테이밍 하면서 조금씩 전력을 키워가지만, 문제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적으로 나오는 인물들은 같은 반 친구들이라는 거고, 그 친구들은 하나같이 먼치킨급으로 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채 공방전에서도 마음 아픈 상황을 접해야만 했죠.
이번 6권에서는 '릴리'가 주인공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라는 존재까지 버려가며 헌신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성채 공방전 이후 간신히 도망은 쳤습니다만, 이세계로 전이된 후 '용사'라는 칭호를 받은 '이노 유나(히로인)'가 그를 범인으로 보고 잡기 위해 쫓아왔죠. 막강한 그녀의 힘에 거의 자폭에 가까운 반격으로 어느 정도 대미지를 주었으나 그로 인해 주인공과 릴리는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다시 재회하던 순간. 1권에서 언급만 된 '미즈시마 미호(이하 미호)'의 소꿉친구가 '릴리'를 공격하여 기절 시킨 후 납치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미호'는 겁탈 당하고 죽임 당한 여학생입니다. 그리고 릴리는 버려져 있는 그녀를 흡수하였죠. 미호의 소꿉친구는 그녀가 살아 있을 적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그녀를 남겨두고 길을 떠났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도움을 요청하는데 성공은 하였지만, 정작 지키고 싶었던 그녀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죠. 그 상실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헌신하는 릴리와 더불어 6권의 최대 포인트가 됩니다.
다들 미처갑니다. 온전한 아이들은 진작에 다 죽어 버렸죠.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아이들을 사냥했던 '쥬몬지', '쿠도'는 치트가 각성되면서 뭘 봤기에 인간들을 다 죽이고자 합니다. 미호의 소꿉친구는 미호가 죽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그녀의 겉모습을 하고 있는 '릴리'에 엄청나게 집착하게 되죠. 주인공은 세상에 좋아서 악인이 된 사람은 없다고 성선설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달을 일어나게 한 '이노 유나(소꿉친구를 달고 있거든요)'는 말하면 통한다는 마법 소녀가 내뱉을법한 정신 나간 말만 해대고 있죠. 주인공 보고 성채 박살 낸 범인이 아니라면 가서 재판을 받으라 하는데, 주인공이 벙쪄있자, 왜? 쫄? 이러는데 공정한 재판이 내려질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게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죠.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릴리를 되찾아야 하는데, 그 소꿉친구가 여간 강한 게 아니라는 설정을 넣는 바람에 주인공은 사면초가에 빠집니다. 노멀 바디로 가봐야 그냥 양단될 거고, 이노 유나 때문에 현재 다른 권속들은 망가졌거든요.
맺으며: 납치된 상황에서 되레 노멀 바디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릴리의 헌신이 눈물겹습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 그녀의 행동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마물에서 인간의 영역으로. 소꿉친구에게 두들겨 맞는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인간의 영역에 진입하여 치트를 발현 시키면? 어쩌면? 하지만 그녀는 마물이고 인간이 아니죠. 주인공이라는 인간을 사랑하는 마물. 그런 마물을 구하기 위해 노멀 바디를 다 쓴 비누처럼 자신의 몸을 갈아버리는 주인공. 뭔가 막 러브 스토리 영화 한편 뚝딱 나올 정도로 순애를 그립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요.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너무 힘을 썼는지 이야기가 엄청나게 지리멸렬해집니다. 하나의 가정을 놓고 고찰을 몇 페이지나 해대는지 질러 버렸습니다. 그리고 소꿉친구를 퇴치하고 릴리를 탈환하는데 250페이지 넘게 쓰고, 그렇게 쓰고도 기승전결로 이어지지 않는 고구마는 트럭째로 몰려오게 해서 아주 환장하게 합니다. 했던 말 또 하고, 뭔가 고찰하고 설명하고 마음을 표현하는데도 하나의 감정을 두고 몇 페이지나 소모하는지, 지루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여학생들이 겁탈당하고 죽임 당한 걸 눈앞에서 보고도 사람은 본디 착하다는 성선설을 입에 올린다는 게, 솔직히 주인공이 제일 미친 거 아닐까 싶었군요. 아무튼 처음엔 재난 등 시리어스를 표방하며 독자의 시선을 끌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하나같이 지리멸렬해지는 공통이 있던데 본 작품도 비슷하게 흘러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