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정령환상기 10 정령환상기 10
키타야마 유리 지음, 이은혜 옮김 / S노벨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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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9권에 이어 아직도 왕성. 주인공은 무사히 사츠키를 만나 미하루를 인계했습니다. 둘이 현실 지구에 있을 때 안면이 있었나 봅니다만. 그건 중요치 않고, 이번 10권에서는 중증 주인공 바라기가 되어 가는 미하루와 그런 미하루를 내 여자라며 미친넘이 되어 가는 타카히사의 행동들이 상당히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만나자마자 끌어안으며 독보적인 독점욕을 보여주었던 타카히사는 주인공과 같이 지냈던 미하루에게서 내가 모르는 향기(주인공 냄새)를 느끼며 패닉에 빠져 가죠. 하지만 정작 미하루는 그런 타카히사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지금 눈앞에 7살까지 같이 지냈던, 소꿉친구 '하루(어릴 적 주인공 이명)'가 있거든요. 7살이 뭘 알겠습니까만. 그녀의 뇌리엔 애틋한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7살 이후 둘이 못 만난 듯). 이세계에서 다시 만나 처음엔 긴가민가 했습니다만, 갈수록 맞네 하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죠. 하지만 주인공은 그녀를 거부합니다. 내가 전생 '하루'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건 맞지만 그와는 별개의 인간이라며 선을 그어 버리죠. 이 부분은 이세계 전생물을 재해석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세계에 태어나 자라다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그 사람이 되는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이세계의 '나'는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마치 복제 인간에 원본의 기억을 심은 들, 그게 원본이 되는가와 같은 이치?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츠키를 만나러 왔다가 왕을 알현하면서부터 일이 꼬여버렸습니다. 정치적으로 써먹기 위해 용사 사츠키를 붙잡아 두고자 인질이 필요했던 왕에게 주인공과 미하루는 최대의 먹이로 보였거든요. 미하루는 사츠키의 친구고, 주인공은 미남계로 쓸 수 있으니까요. 그걸 위해 왕과 왕녀가 집요하고 능숙하게 일을 벌여 가는 장면들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사츠키를 둘러매고 후딱 야반도주해버렸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이세계에 떨어진 자신을 돌봐 주었던 왕과 왕족에게 부채감을 가지고 있었던 사츠기의 반대로 도망도 못치고 이리저리 휘둘리고, 급기야 주인공은 명예 기사 작위까지 받아 버렸습니다. 이래서야 도망칠 수 있나. 그런 판국인데 미하루는 하루 종일 주인공만 쳐다보고 있고, 타카히사는 그런 미하루를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고, 그걸 이용하여 주인공 팔짱을 끼는 왕녀. 결국 주인공은 미하루에게 본심을 내비치죠. 같이 살아갈 수 없다고. 타카히사는 미하루에게 고백하죠. 너 좋아한다고, 같이 살자고, 너는 내 여자니까. 그런 타카히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주인공만 쳐다보는 미하루.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사실 주인공은 자기가 한 말(기억이 있다고 같은 인간 맞나)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구실이 필요했을 뿐. 주인공이 살아온 시간에 해답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엄마를 죽인 범인을 쫓고 있습니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려 하죠. 미하루와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야 하니까.



미하루가 더욱 주인공을 향한 마음을 키워갈 때, 타카히사도 미하루를 어떻게 하면 내 여자로 만들 수 있을까 혈안이 되어 갑니다. 주변의 의견과 반대는 안중에도 없는 지경에 빠져가죠. 필자는 누군가에 의해 세뇌 당했나 했더니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취침 시간을 넘긴 한밤중에 미하루를 찾아가고, 미하루가 주인공과 같이 있으면 견디질 못합니다. 나랑 같이 있어야 행복하다는 망상에 사로 잡혀가죠. 이런 장면들이 진짜 소름입니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흥미 관점에서요. 이야기는 주인공 여동생에게로 넘어갑니다. 주인공이 7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아키는 엄마를 따라갔죠. 그때 아키의 나이 4세. 엄마와 둘이 살 때 많이 어렵게 살았나 봅니다. 도와줘야 될 아빠와 오빠가 보이질 않습니다. 마음에 적개심이 커져 갔죠. 친오빠를 없는 사람 취급할 정도로요. 그런데 주인공이 오빠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지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시작합니다. 타카히사는 아키의 이복 오빠입니다. 엄마가 재혼하게 되면서 같이 살게 되었죠. 자라면서 친오빠(주인공)의 자리를 타카히사에게서 찾았나 봅니다. 그게 이번 10권에서 매우 일그러지게 표출됩니다. 타카히사는 내 여자(미하루)를 빼앗은 주인공을 적대시하고 있죠. 아키는 친오빠를 적대시하고 타카히사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키 앞에서 주인공이 친오빠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환생체라고)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맺으며: 주인공이 모든 걸(비난, 매도 등등)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전생을 밝히고, 그럼에도 별개의 인간이라며 주변과 선을 그어 가는 게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주인공과 마음속에 있는 전생의 기억을 같이 좋아하겠다는, 두 개의 마음을 부딪히겠다는 미하루의 다짐은 이보다 일편단심 순애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애틋하였군요. 그걸 시기하듯, 사랑에는 방해가 있어야 제맛이라는 듯, 둘을 갈라놓으려는 타카히사의 투입은 스파이스로 작용합니다. 처음엔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심술을 부리는 느낌이었으나 10권에서는 작정하고 미친넘으로 만들어 버렸군요.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타카히사의 행동과 말들이 가히 소름 그 자체입니다. 당연히 주인공이 맞서서 미하루를 지키는 클리셰가 발동하고요. 클리셰라도 이런 게 카타르시스 아니겠습니까. 10번 찍어 넘어가는 나무(주인공)가 있고, 넘어가지 않는 나무(미하루)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하였죠, 그리고 주인공 여동생 아키. 그동안 주인공 집안 사정은 배일이 가려져 있었으나 이번에 밝혀졌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될 부분이 주인공 부모가 왜 이혼했냐는 점이고, 그 이유가 아키라는 점에서 상당한 충격을 안겨 주었군요. 그 사정을 모르는 아키는 주인공을 적대시하고 급기야 타카히사 편에 서서 해선 안 될 짓을 저질러 버리죠. 얘가 이런 애였나 싶을 정도로 막 나가는 게 좀 충격이었습니다. 오빠를 향한 적개심이 잘못되었고, 부모의 이혼 이유가 자기에게 있다는 게 밝혀졌을 때 얼마나 충격받을지 앞으로가 기대되는 10권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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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정령환상기 09 정령환상기 9
키타야마 유리 지음, Riv 그림, 이은혜 옮김 / S노벨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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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현실 지구에 있을 때 그토록 찾아 헤맸던 '미하루'를 이세계에서 만났지만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정체를 감춰야 했던 주인공. 어릴 때부터 이웃에 살며 소꿉친구로 지내고 고등학교 때까지 같은 학교로 진학하고 그러다 별일 없으면 결혼해서 살아가는 그런 흔한 이야기였겠지만 고등학교 입학하고 어느 날 모습을 감춰버린 미하루. 남친과 야반도주했네 어쩌네 흉흉한 소문이 돌았던, 주인공이 대학에 진학했어도 소식 하나 없던 그녀가 왜 주인공과 같은 이세계에 있는 걸까. 해후의 기쁨은 없었죠. 주인공은 정체를 숨겼으니까요. 이유가 뭐더라 생각 안 나니 일단 넘어가고. 주인공에 대한 미하루의 마음은? 소꿉친구로서의 친분은 있지만 이성으로서의 호감은 있는 걸까. 이세계에 도착하고 주인공을 만나 같이 생활하며 그녀의 마음이 자주 표현되어 왔습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요. 근데 주인공은 고등학교 입학식 때 미하루가 '타카히사(남캐)'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죠. 주인공은 사실 여느 평범한 소년에 불과했던 시절입니다.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남자와 있는 모습을 본다면 주눅들 수밖에 없겠죠. 이 부분은 이번 9권에서 언급이 됩니다. 이걸 또 알아버린 미하루, 마음이 찢어집니다. 주인공은 아마 그때 그 반동 때문에 이세계에서 재회해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참고로 타카히사는 주인공 여동생 이복 오빠입니다. 여동생 대리고 집 나간 엄마가 재혼한 거죠. 그는 이번 9권에서 용사로 등장합니다.



이번 9권은 참으로 애절합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도, 미하루에게 있어서도, 타카히사에게 있어서도. 타카히사 또한 미하루와 인연을 맺고 있었습니다. 주인공 여동생을 자주 보살펴 주었던 게 미하루거든요. 타카히사와는 중학교 때 사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둘이 자주 만난 거 같았습니다(이번 9권에서 언급은 되는데 소문뿐인 듯). 그런 둘이 이세계에서 재회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번 9권만큼 주인공이 불쌍하긴 또 있을까 싶은 일들이 벌어지죠. 주인공은 미하루의 선배 사츠키가 용사로 있는 나라에 가기로 합니다. 학창 시절 미하루 선배기도 하고, 동향 사람이기도 하니까요. 참고로 미하루와 여동생, 남동생(주인공에겐 이복동생)은 사츠키와 타카히사의 소환에 휘말려 이세계로 전이되었습니다. 사실 사츠키에게 가면 안 되었습니다. 만남까진 순조로우나 그 뒤가 문제였던 거죠. 국왕은 주변 나라를 초청해 연회를 개최했고(원래 계획되어 있었던 듯), 주인공 일행도 참여하게 되는데, 거기서 타카히사가 다른 나라 소속 용사가 되어 나타난 겁니다. 그것도 그 나라 왕녀와 여러 여자들을 이끌고요. 그럼에도 보자마자 달려와 장소(연회장)를 분간 못하고 미하루를 끌어안는데. 뭐 이제 못 볼 줄 알았는데 만나게 되었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문제는 그의 마음이었죠. 마음속에는 미하루가 여친이자 와이프로 자리 잡고 있었거든요. 얘가 원래 이랬나 아님 이세계로 소환되며 성격이 변한 걸까. 



주인공은 그걸 보고만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평민 신분이고, 용사는 국왕과 동급이거든요. 그런 용사가 미하루를 끌어안고 있습니다. 지구에 있을 때 몇 년이나 찾아 헤맸던 그녀. 지금 주인공은 어떤 마음일까. 미하루는 현재의 주인공과 지내며 지구에 있을 때의 소꿉친구가 아닐까 계속해서 의문을 품어 왔습니다. 주인공이 전생의 기억을 가졌고, 일본인이었고, 꿈에서 주인공 전생의 기억을 보게 되면서 거의 확증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했지만 한발 내딛는 걸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이세계에 처음 도착해서 노예상에게 붙잡힐 뻔했을 때 구해 주었고, 줄곧 있을 곳을 마련해 주었고, 상냥하게 대해주었고, 덕분에 많은 친구도 만났습니다. 아마 지금의 주인공과 소꿉친구 주인공과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속마음을 내비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느낌을 들게 합니다. 어쨌거나 두 개의 마음이라도 주인공은 하나이고, 그렇담 두 개의 마음을 부딪혀 보는 걸 어떨까. 문득 주인공과 눈이 마주칩니다. 경기를 일으키며 타카히사를 밀치는 그녀. 주인공에게 더 마음을 내비치는 미하루를 보게 되는 타카히사. 작가가 여기서 그래도 주인공에게 좀 더 점수를 주기로 한 한 듯, 내 여자인데?라며 엄청난 독점욕을 보이며 타카히사의 성격을 꼬아 버리죠. 하지만 '여미새 히로아키(개차반 용사)' 보다는 나은, 약간 애들 순수함이 묻은 질투 같은 거라서 좀 많이 당황하게 만듭니다. 그는 주인공에게 대항심을 가지게 되죠.



맺으며: 리뷰 쓸 때 본문 인용에 제약이 있는 출판사의 작품(나쁜 의미 아니니 오해 없길)이라서 많은 걸 생략했습니다. 이번 9권에서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용사에 대해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각 나라에 소환된, 현재 4명이 밝혀졌군요. 미하루의 선배 사츠키, 여미새 히로아키, 미하루의 남친일지도 모를 타카히사, 그리고 히로아키 대신(소환한 나라를 배신함) 소환된..(이름 까먹었다) 어쩌고랑. 재미있는 부분을 들라면 등장하자마자 불쾌함을 부르는 여미새 히로아키겠군요. 예의와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여자들 관심은 혼자 독차지해야 하고, 주제도 자기를 중심이어야 하고, 모두가 날 쳐다봐야 하는, 대화 한두 마디에 성격이 파악돼서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물론 속으로 함) 캐릭터죠. 주인공과 완전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더 돋보이는 역할이기도 하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할까요. 그다음이 독점욕이 대단한 타카히사입니다. 이전까진 지적인 학생회 회장쯤 여겨졌으나 뚜껑 열어보니 아직은 어린애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심술을 부리는 그런 느낌인데, 발전하면 남자판 얀데레가 되지 않을까 무시무시함을 엿보이고 있습니다. 세 번째가 샤를로트 왕녀입니다. 사츠키가 몸담고 있는 왕국의 왕녀죠. 굉장한 수완가로, 순식간에 주인공 곁에서 여자들을 다 갈라 버리고 자기가 그 자리를 꿰차는 솜씨가 대단했군요. 타카히사가 미하루를 좋아한다는 걸 단숨에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미하루를 그쪽으로 붙여 버리고, 주인공 팔짱을 빼앗는 장면도 대단했군요. 사실 주인공과 미하루 사이를 벌여 놓음으로써 더 애틋하게 만드는 역할이기도 해서 전혀 미운 느낌이 없었던 게 희한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미하루의 마음인데, 다음 이야기는 10권으로 이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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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늑대와 향신료 24 늑대와 향신료 24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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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가출한 딸내미 찾으러 나온 지 한참 된 거 같은데 아직도 못 찾고 있습니다. 그 딸내미는 사랑해 마지않는 오라버니 따라다니며 그 옛날 엄마(호로)가 그랬던 것처럼 지혜를 듬뿍 나눠주며 오라버니가 객사하지 않도록 도와주고는 있습니다만. 그것 때문에 부모가 고생하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가는 곳마다 여명의 추기경(콜) 소문이 끊이질 않아 낯간지럽고, 콜의 활약으로 인해 교회는 두 개 파로 나누어져 대립하는 통에 경제가 요통 치는 중이죠. 이교도(호로 같은)와의 전쟁이 끝이 나고 더 이상 먹거리가 없어진 교회는 사람들 등 처먹는 부패의 끝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를 보다 못해 가만히 있으면 온천장을 물려받을 텐데도 굳이 속새로 나와 교회 개혁에 앞장섰던 콜. 순진무구한 오빠가 객사하지나 않을지 몰래 따라간 뮤리. 다행히도 교회 개혁은 순조로워서 많은 교회들이 콜의 진영에 참여는 하였습니다만. 손에 들어온 기득권을 쉽게 놓지 못하는 교회도 많았죠. 어쨌거나 딸내미 부부 뒤를 쫓고는 있는데, 로렌스와 호로도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서 휘말리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관세 문제에 끼여 고생 좀 했죠. 이번 24권에서는 숲을 둘러싼 개발에 끼여 고생하게 됩니다. 17권 이후(18권부터)의 분위기를 설명 하라면, 19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유럽의 분위기와 비슷합니다.



사람들이 모이고 산업이 발달하다보면 그만큼 환경은 파괴될 수밖에 없죠. 언제더라 다람쥐 정령이 광산 개발로 피폐해진 산을 가꾸며 같이 지냈던 인간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에피소드는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군요. 호로는 풍작을 관장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정령이죠. 난개발은 그녀에게 있어서 끔찍한 재앙이나 다름없습니다. 17권 이전에도 이런 난개발로 동료들(정령)이 어딘가로 떠나버려 홀로 남겨졌다는 슬픔을 많이 표현하기도 했었죠. 현대의 환경 규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인식이 그에 미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숲이 벌목되고 길이 뚫리고 황폐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로렌스는 호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를 24권에서 보여줍니다. 비단 지금의 상황에 그치지 않고 언젠가 혼자 남게 되었을 때(정령은 무한히 살아가는 존재) 황폐해진 숲을 바라보는 호로의 마음까지 염두하게 되죠. 식당에서 로렌스는 어떤 의뢰를 받습니다. 풍요로운 숲이 지금 개간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어떻게든 막고 싶다고. 하지만 관활 영지의 영주는 숲을 개간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일이 왜 로렌스에게 넘어왔냐면, 이전에 관세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는데, 그땐 평화롭게 해결했다고 여겼습니다만. 관세를 낮추지 못해 빈궁하게 된 도시에서 숲을 개간하라는 압력이 들어온 것이죠.



관세 받으며 더 낫지 않나? 아뇨. 도시는 받는 쪽이 아니라 지불하는 쪽이거든요. 물건을 그만큼 비싸게 구입하게 되니까 좋지 않죠. 숲을 개간해서 우리에게 싸게 팔고 길을 내서 교역을 더 넓혀라 등등 뭐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여기서 아주 난감한 게, 의뢰자는 숲 개간에 반대하는 중이고 로렌스의 온천장까지 들먹이며 해결하지 않으면라고 들고나오는 데다 호로는 숲이 살아 있는 게 좋다는 입장이죠. 호로가 있어서 협박해 봐야 좋을 거 하나도 없지만 상대는 그걸 모르니까요. 일단 로렌스가 저지른 일 때문이기도 해서 해결에 나서긴 합니다. 숲에 기대어 살아가는 농민을 만나 숲이 내려주는 은혜가 얼마나 큰지 듣고, 영주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었는데 이게 또 불쌍하기 짝이 없습니다. 빚 때문에 3대가 망하게 생긴 영주는 어떻게든 숲을 개간해서 나무를 팔고 길을 내서 교역으로 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고 악덕 영주는 아니고 상식을 가진 좋은 사람이라는 게 로렌스에겐 안 좋았습니다. 흔한 악덕 영주였다면 호로가 한 입에 삼켜 버렸을 텐데. 더욱이 딸내미 부부가 이끄는 교회 개혁파 일원이지 뭡니까. 로렌스는 숲 개간에 반대했다간 천하의 나쁜 놈 될 판입니다. 그렇다고 개간 찬성했다간 농민들이 굶어 죽고(숲에서 여러 가지 얻는지라), 호로의 역성을 사게 될 테죠. 그래서 투입한 게 아직도 살아 있는 '에이브'였습니다.



맺으며: 그냥 숲 개간할지 말지였던 일이 상당히 커집니다. 사실 로렌스와 호로에게 있어서 양자택일이지만 쉽게 생각할 수도 없는 게 개간을 선택하면 호로가 불행해지고, 반대하면 영주가 파산해서 그로 인해 세간의 평판은 내려가겠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을까. 그래서 투입한 게 에이브인데, 에이브는 로렌스가 아직 상인 현역일 때부터 악연이 그득한 여상인이죠. 상인으로서의 솜씨는 일류라서 대상인으로 성장했지만 성격은 반비례하듯 약아빠진 여우이자 대범한 늑대로 표현될 만큼 엮이면 큰일 나는 캐릭터입니다. 로렌스는 현역일 때 에이브에게 진짜 물리적으로 두들겨 맞기도 했죠. 그런 여자가 왜 여기로 찾아와 머리를 들이밀까, 에이브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상당히 극복하게 돌아가고 그녀가 꾸미는 일로 인해 또 고생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에이브는 딸내미 부부가 이끌어 가는 늑대와 양피지에서도 출현했었죠. 직접 엮이기도 했고, 뭔가 또 꿍꿍이를 일으키는 등 사악한 면을 보여주긴 했으나 결국 딸내미 부부와 연을 계속 맺어 갔고, 이번에 딸내미 부부의 친선 대사쯤으로 온 건데 출연만으로 피가 말려 가는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게 흥미 포인트가 되어 버립니다. 아무튼 둘(로렌스와 호로)이 십수년을 같이 살아서 그런지 이제 풋풋한 신혼의 느낌은 없고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재미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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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못 미더운 악녀입니다만 ~추궁접서 교체전~ 04 못 미더운 악녀입니다만 ~추궁접서 교체전~ 4
나카무라 사츠키 지음, 유키무라 카나 그림, 김예진 옮김 / 윙크노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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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영림은 1~2권에서 혜월이 일으킨 사건(영림과 몸 바꿔치기)을 해결하고 황태자와 어떤 약속을 하였죠. 영림과 혜월이 서로 몸이 바뀌었을 때 알아맞히면 영림은 정식으로 황후가 되고 혜월은 벌을 받겠다고. 1권에서 혜월은 영림과 몸을 바꾸고 황태자를 농락하며 이레(7일) 동안 패악질을 저질렀었죠. 근데 사건(몸 바꾸기)의 진상을 파악해 보니 얘(혜월)도 이용당한 거에 불과하고 패악 질도 유도된 결과라는 게 밝혀졌었습니다. 그렇게 유도한 진범은 원래는 거열형에 처해져도 이상하지 않을 중죄를 저질렀지만 성녀 기질이 도진 영림의 변호로 추방으로 끝이 났었습니다. 근데 이게 또 혜월에게 좋지 않게 작용합니다. 대외적으로 죄목을 밝히지 않고(몸 바꾸기 마법을 어떻게 설명함?) 진범을 추방했더니 악녀 혜월 탓이라며 매도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변호해 주고 보호해 주어야 할 주 씨 가문(혜월이 소속된)은 악녀 혜월을 실각 시키고 멀쩡한 추녀(雛女)를 새로 세울 각 보고 있는 중이라서 도와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3~4권 진범인가 했습니다만. 하나의 장치에 불과했습니다. 아무튼 3권에서 풍년제를 지내기 위해 주 씨 가문 소속 농촌에 갔다가 감정이 격해진 혜월의 폭주로 영림과 또 몸이 바뀌고 말았죠. 황태자에게 들키면 영림은 약속을 지켜야만 합니다. 이에 영림(혜월의 모습이 된)은 한 가지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되죠. 일부로 혜월을 노리는 자객에게 납치되어 도망가기로(들키면 혜월은 벌을 받아야 하기에). 이 농촌은 냉해로 인해 농사가 부진한 탓을 혜월에게 돌리고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 유도된 것이죠. 혜월이 모든 재앙(냉해 등)의 근원이고 중앙 정부에서 지원이 적은 것도 혜월 탓이라고 누군가가 주작질을 해댄 것을 마을 사람들은 곧이곧대로 믿어 버리는 순수함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풍년제를 지내러 온 혜월(영림)을 납치해 겁탈하고 오체분시 해버리겠다는 흉악한 계획을 짰었죠. 하지만 겉모습은 혜월이라도 속은 영림이고, 같이 딸려온 오라버니는 전쟁터에서 이골이 난 백전 노장. 거기에 영림은 오라버니의 전투술(?)을 물려받아 한가락 하는지라 쉽게 당해 주진 않습니다. 그렇게 거리를 두고 마을에서 지내보니 사람들은 화가 많지만 순수하다는 걸 알아갑니다. 두령(촌장 비스무리) 대리인 운람(3~4권 남자 주인공)도 입은 험해도 사람 말을 쉽게 믿는 순수함을 보여주죠. 그의 순수함과 마을을 생각하는 마음을 엿본 영림은 마을을 지키기로 마음먹습니다. 범죄자들이 흘러 들어와 형성된 이력을 가진 천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과 그들을 멸시와 차별을 보내는 평민 마을. 영림이 있는 곳은 천민의 마을입니다. 평민 마을에 이용만 당하는 굉장히 좀 안타까운 마을이죠. 여기에 이번 사건의 범인 중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범인은 마을의 이목을 혜월에게 돌리게 하고 뭔가를 저지르려 하죠. 그리고 거기에 편승하는 진범 추녀가 있습니다. 범인과 진범은 왜 혜월을 괴롭히는 걸까. 그것은 혜월이 없어져도 아무도 찾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친구가 된 영림이 있다는 걸 간과한 게 그들의 실수입니다.



한마디로 희생양이죠. 내가 잘 살기 위해, 위로 올라가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고 마침 다들 싫어하는 악녀 혜월이 있으니 이용하자는, 혜월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조리하고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영림과 혜월은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가 이번 4권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영림의 마음에 들어온 운람은 범인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뒷통수 까이고 오늘내일하는 지경에 빠지죠. 3~4권 남자 주인공인데 좀 모양이 안 좋습니다. 이 부분은 아래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고요. 영림의 활약으로 천민 마을 사람들은 혜월이 재앙의 근원이 아니라는 걸 알아가지만 그렇다고 사건을 해결할 힘은 없습니다. 누군가가 혜월을 모함하고 마을을 엮어 없애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영림과 혜월의 반격이 시작되죠. 운람 덕분에 범인들이 누구인지 명확해지고, 혜월은 영림과 천민 마을을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진범을 멋지게 몰아붙입니다. 혜월은 도망가고 싶고, 말발도 딸려서 짜증만 부리지만 영림이 고생하고 있는데 자기만 아무것도 안 할 순 없어서 힘을 내봅니다. 그러한 노력 덕분인지 처음으로 황태자에게서 잘 해주었다는 칭찬을 듣습니다. 영림은 영림대로 활약이 참 흥미진진하죠. 혜월인 척 온 동네를 쏘다니며 마을 사람들을 돕고, 풍년제도 멋지게 해내거든요. 악녀라는 평판이 무색할 정도로 성녀 기질을 보여주니 화는 많지만 순수한 마을 사람들도 감화될 수밖에요. 겉모습은 혜월이지만 속은 성녀 기질의 영림이었던 게 신의 한 수가 됩니다.



맺으며: 3권부터 운람에게 너무 감정이입하는 영림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3권 리뷰가 처참한 이유 중 하나). 그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해서 내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이번 4권에서 크게 다치자 모든 걸 내팽개치듯 그에 매달려 치료하는 모습은 성녀로 보일 수 있으나 만난 지 며칠 밖에 안 된 사람에게 이렇게 감정 이입한다고? 납치 장본인인데?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군요. 반려나 다름없는 황태자가 보고 있는데도, 황태자가 질투라도 보였으면 수라장이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죠. 사실 황태자는 1~2권을 거치며 심적으로 성장해서 관대해져 이런 거에까지 화내지 않게는 되었습니다만. 정작 독자(적어도 필자)에겐 반감이 되지 않을까 싶었군요. 혜월은 할 땐 한다는 모습을 보여 이번 4권에서 장족의 발전을 보인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진범을 마주하고도 도망치지 않고, 째진 목소리로 되지도 않는 논리로 우왕좌왕하지 않고, 담담히 카리스마 있게 몰아붙이는 장면이 일품이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3~4권에서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죠. 3권에서 재앙의 근원이라는 되지도 않는 입발림에 속은 마을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많이 당했으니까요. 영림이 아니었으면 실각하거나 맞아 죽거나 했을 듯. 영림은 타인의 장점을 끌어내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회개 시키는 실력을 가진 성녀의 따뜻함을 보여주지만 되려 이게 단점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당하면 똑같이 갚아줘야 하는 게 라노벨의 특성임에도 웬만해서는 용서와 포용을 택하니까 카타르시스가 약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람을 해치는 악인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클리셰도 있어서 성격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무나 병약한 체질로 인해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복선을 자꾸 깔고 있던데, 회수를 하던지 병명을 명확히 해서 고치든지 하지 분위기만 처지게 만들어서 좀 불편했군요. 황태자는 권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활약을 안 해서 마이너스입니다. 내 사랑(영림) 찾아 강 건너 물 건너 품위도 잊은 채 헤엄쳐 가는 건 흥미로웠지만 이후는, 질투라도 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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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못 미더운 악녀입니다만 ~추궁접서 교체전~ 03 못 미더운 악녀입니다만 ~추궁접서 교체전~ 3
나카무라 사츠키 지음, 유키무라 카나 그림, 김예진 옮김 / 윙크노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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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2권에서 주혜월이 궁으로 불려 들어온 이유가 충격적이었죠. 메인 스포일러라서 언급은 힘듭니다만. 그녀는 쓰고 버려질 말(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주혜월을 궁지로 몰아넣어 악녀로 만들고 미움받게 하여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을 만든 범인은 그녀(주혜월)를 이용해 누군가를 해치려 하였었죠(영림 말고 다른 사람). 하지만 영림의 활약으로 미수에 그치게 되었고 선처로 범인은 목이 달아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한 개의 가문이 멸족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큰 사건이었죠. 이후 영림은 원래의 자기 몸으로 돌아갔고, 주혜월이라는 친구도 얻게 되었습니다만, 문제는 주혜월의 악녀 이미지는 벗겨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3권. 그 악녀 기운 때문에 재앙이 도래하여 농사가 안 되니 어떻게 책임질래?라는 문제에 직면합니다. 천민들이 모여사는 어느 시골 마을이 있습니다. 논에 벼를 심었지만 장마가 오래 지속되고 냉해가 덮쳐 벼가 안 자라니 이 일을 어찌할꼬 하며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한탄을 하는데 글쎄 주혜월이 악녀 짓을 해서 하늘이 노하였고 재앙을 불러와서 이렇게 되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죠. 네, 뭐 상식이 좀 결여되어 있습니다. 정부에서 내려오는 식량이 줄은 것도 니 탓이고, 세금이 3배가 된 것도 니 탓이고, 그동안 안 좋은 일 생긴 것도 죄다 니 탓이라며 주혜월을 괴롭혀 이 사태를 해결하자며 분기탱천하는데 얼탱이가 없습니다. 근데 주혜월은 궁에 있는데 어떻게 괴롭히지?



타이밍 좋게 궁에서 풍년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5대 가문에 속한 농촌 마을 하나를 골라서 열겠다고 합니다. 네, 뭐 당연히 주혜월이 당첨입니다. 사실 주혜월은 주 씨 가문에서 방계에 속하고 가문을 이끌만한 성품도 실력도 안 되죠. 주 씨 가문에 교사 좀 보내 달라고 해도 들은 채 만 채입니다. 어쩔 수 없죠. 주혜월이 그동안 해온 일들이 있으니까요. 당연히 풍년제 치르면서 가문의 도움은 일절 없습니다. 궁 밖으로 나갈 때 필요한 호위 기사도 가문에서 파견 받지 못해 영림 오라버니가 대신 맡는 등 비참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참고로 영림에게는 두 명의 오라버니가 있습니다. 정도를 넘어선 시스콤이죠. 이번 3권에서 둘째 오라비 덕 좀 많이 봅니다. 아무튼 풍년제 치를 농촌에 도착해 보니 주혜월을 괴롭히자고 모의 작당했던 그 마을이네요. 어쩜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는지. 주혜월은 마을 사람들의 괴롭힘을 견딜 수 있을까. 도착 때부터 괴롭힘은 시작됩니다. 매우 매우 음습하고, 무례하고, 가차 없이 진행됩니다. 문제는 곧바로 영림과 주혜월은 몸이 바뀌어 버린다는 것이고, 마을 사람들의 악의를 고스란히 영림이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언제나 마이웨이에 노긍정(무한도전 참조) 상태인 영림은 괴롭힘을 신선한 자극으로 승화 시켜 매우 즐기는 변태로 진화하죠. 괴롭히려고 던져진 벌레를 손에 들고 마을 사람들 맞이하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오라버니와 같이 논에 들어가 농사를 짓고 풀을 뽑는 기행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실 주혜월을 괴롭힌다고 기상이 맑아지나? 같은 물음을 던지고, 그걸 믿을 만큼 마을 사람들은 순진하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뒷일도 생각 못 할 정도로 단순한 이들이 어째서 괴롭힌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을 던집니다. 예비 비(妃)로서 길러지고 있는 추녀(雛女)를 괴롭히다가 들키면 3대가 멸족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죠. 비록 그 대상자가 주혜월이라 해도 황태자는 두 번 다시 같은 일(1~2권 참조)을 반복하지 않겠다 했으니까요. 그렇다면 누군가가 사주한 거 아닐까. 왜? 만인에게 미움받고 있는 주혜월을 괴롭힌다고 이득이 있나? 주 씨 가문에서 혜월이 실각되면 새로운 추녀를 추대할 수 있으니 이득인가? 제일 먼저 의심을 받을 텐데. 사실 3권 초반에 수괴로 보이는 인물이 언급되긴 합니다. 하지만 왜?의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 4권에서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자세한 건 4권 리뷰에서 언급해 보도록 하고요. 이번 3권에서도 영림(혜월의 모습이 된)의 활약이 매우 흥미진진하게 나옵니다. 온 들판을 쏘다니고 마을 사람들을 돌보며 성녀의 기운을 마구 뿜어 대죠. 특히 마을 대표로 괴롭힘에 앞장서고 있는 운람(3권 남자 주인공)과의 관계가 흥미 포인트입니다. 마을을 위해 나쁜 짓도 마다하지 않으려 하지만 본심은 매우 순수한 소년 같은. 영림은 그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하죠. 마치 길들어지지 않은 늑대를 길들여 가는 듯한 야성미와 포근함을 보여줍니다. 



맺으며: 더위 먹었는지 힘이 없어 리뷰가 두루뭉술해졌군요. 할 이야기는 잔뜩 있지만 뭐부터 써야 될지 고민하다 시간 다 가고, 정작 중요한 건 쓰지도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닌 리뷰가 되어 버렸군요. 이번 3권도 작품성은 괜찮았는데, 작위적인 부분이 많아서 역시 라노벨이구나 하는 느낌도 들게 하였습니다. 이번 3권 남자 주인공인 운람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하는데 못하게 되었군요. 4권에서 이어지니까 그때 언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림이 매우 마음에 들어 하는 캐릭터죠. 아무튼 한번 미움받으면 회복하기 정말 힘들다는 메시지 하나는 좋았습니다. 주혜월의 평소 행실 때문에 많은 적을 양산했고, 지금은 접점이 없는 농촌에서조차 미워하니, 사람이 얼마나 악녀짓을 해야 이럴까 싶었군요. 이번 3권은 그 정점이 아닐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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