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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정령환상기 09 ㅣ 정령환상기 9
키타야마 유리 지음, Riv 그림, 이은혜 옮김 / S노벨 / 2019년 3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현실 지구에 있을 때 그토록 찾아 헤맸던 '미하루'를 이세계에서 만났지만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정체를 감춰야 했던 주인공. 어릴 때부터 이웃에 살며 소꿉친구로 지내고 고등학교 때까지 같은 학교로 진학하고 그러다 별일 없으면 결혼해서 살아가는 그런 흔한 이야기였겠지만 고등학교 입학하고 어느 날 모습을 감춰버린 미하루. 남친과 야반도주했네 어쩌네 흉흉한 소문이 돌았던, 주인공이 대학에 진학했어도 소식 하나 없던 그녀가 왜 주인공과 같은 이세계에 있는 걸까. 해후의 기쁨은 없었죠. 주인공은 정체를 숨겼으니까요. 이유가 뭐더라 생각 안 나니 일단 넘어가고. 주인공에 대한 미하루의 마음은? 소꿉친구로서의 친분은 있지만 이성으로서의 호감은 있는 걸까. 이세계에 도착하고 주인공을 만나 같이 생활하며 그녀의 마음이 자주 표현되어 왔습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요. 근데 주인공은 고등학교 입학식 때 미하루가 '타카히사(남캐)'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죠. 주인공은 사실 여느 평범한 소년에 불과했던 시절입니다. 나보다 잘나 보이는 남자와 있는 모습을 본다면 주눅들 수밖에 없겠죠. 이 부분은 이번 9권에서 언급이 됩니다. 이걸 또 알아버린 미하루, 마음이 찢어집니다. 주인공은 아마 그때 그 반동 때문에 이세계에서 재회해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군요. 참고로 타카히사는 주인공 여동생 이복 오빠입니다. 여동생 대리고 집 나간 엄마가 재혼한 거죠. 그는 이번 9권에서 용사로 등장합니다.
이번 9권은 참으로 애절합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도, 미하루에게 있어서도, 타카히사에게 있어서도. 타카히사 또한 미하루와 인연을 맺고 있었습니다. 주인공 여동생을 자주 보살펴 주었던 게 미하루거든요. 타카히사와는 중학교 때 사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둘이 자주 만난 거 같았습니다(이번 9권에서 언급은 되는데 소문뿐인 듯). 그런 둘이 이세계에서 재회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이번 9권만큼 주인공이 불쌍하긴 또 있을까 싶은 일들이 벌어지죠. 주인공은 미하루의 선배 사츠키가 용사로 있는 나라에 가기로 합니다. 학창 시절 미하루 선배기도 하고, 동향 사람이기도 하니까요. 참고로 미하루와 여동생, 남동생(주인공에겐 이복동생)은 사츠키와 타카히사의 소환에 휘말려 이세계로 전이되었습니다. 사실 사츠키에게 가면 안 되었습니다. 만남까진 순조로우나 그 뒤가 문제였던 거죠. 국왕은 주변 나라를 초청해 연회를 개최했고(원래 계획되어 있었던 듯), 주인공 일행도 참여하게 되는데, 거기서 타카히사가 다른 나라 소속 용사가 되어 나타난 겁니다. 그것도 그 나라 왕녀와 여러 여자들을 이끌고요. 그럼에도 보자마자 달려와 장소(연회장)를 분간 못하고 미하루를 끌어안는데. 뭐 이제 못 볼 줄 알았는데 만나게 되었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문제는 그의 마음이었죠. 마음속에는 미하루가 여친이자 와이프로 자리 잡고 있었거든요. 얘가 원래 이랬나 아님 이세계로 소환되며 성격이 변한 걸까.
주인공은 그걸 보고만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평민 신분이고, 용사는 국왕과 동급이거든요. 그런 용사가 미하루를 끌어안고 있습니다. 지구에 있을 때 몇 년이나 찾아 헤맸던 그녀. 지금 주인공은 어떤 마음일까. 미하루는 현재의 주인공과 지내며 지구에 있을 때의 소꿉친구가 아닐까 계속해서 의문을 품어 왔습니다. 주인공이 전생의 기억을 가졌고, 일본인이었고, 꿈에서 주인공 전생의 기억을 보게 되면서 거의 확증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했지만 한발 내딛는 걸 주저하고 있었습니다. 이세계에 처음 도착해서 노예상에게 붙잡힐 뻔했을 때 구해 주었고, 줄곧 있을 곳을 마련해 주었고, 상냥하게 대해주었고, 덕분에 많은 친구도 만났습니다. 아마 지금의 주인공과 소꿉친구 주인공과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속마음을 내비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느낌을 들게 합니다. 어쨌거나 두 개의 마음이라도 주인공은 하나이고, 그렇담 두 개의 마음을 부딪혀 보는 걸 어떨까. 문득 주인공과 눈이 마주칩니다. 경기를 일으키며 타카히사를 밀치는 그녀. 주인공에게 더 마음을 내비치는 미하루를 보게 되는 타카히사. 작가가 여기서 그래도 주인공에게 좀 더 점수를 주기로 한 한 듯, 내 여자인데?라며 엄청난 독점욕을 보이며 타카히사의 성격을 꼬아 버리죠. 하지만 '여미새 히로아키(개차반 용사)' 보다는 나은, 약간 애들 순수함이 묻은 질투 같은 거라서 좀 많이 당황하게 만듭니다. 그는 주인공에게 대항심을 가지게 되죠.
맺으며: 리뷰 쓸 때 본문 인용에 제약이 있는 출판사의 작품(나쁜 의미 아니니 오해 없길)이라서 많은 걸 생략했습니다. 이번 9권에서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용사에 대해 많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각 나라에 소환된, 현재 4명이 밝혀졌군요. 미하루의 선배 사츠키, 여미새 히로아키, 미하루의 남친일지도 모를 타카히사, 그리고 히로아키 대신(소환한 나라를 배신함) 소환된..(이름 까먹었다) 어쩌고랑. 재미있는 부분을 들라면 등장하자마자 불쾌함을 부르는 여미새 히로아키겠군요. 예의와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여자들 관심은 혼자 독차지해야 하고, 주제도 자기를 중심이어야 하고, 모두가 날 쳐다봐야 하는, 대화 한두 마디에 성격이 파악돼서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있는(물론 속으로 함) 캐릭터죠. 주인공과 완전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더 돋보이는 역할이기도 하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할까요. 그다음이 독점욕이 대단한 타카히사입니다. 이전까진 지적인 학생회 회장쯤 여겨졌으나 뚜껑 열어보니 아직은 어린애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심술을 부리는 그런 느낌인데, 발전하면 남자판 얀데레가 되지 않을까 무시무시함을 엿보이고 있습니다. 세 번째가 샤를로트 왕녀입니다. 사츠키가 몸담고 있는 왕국의 왕녀죠. 굉장한 수완가로, 순식간에 주인공 곁에서 여자들을 다 갈라 버리고 자기가 그 자리를 꿰차는 솜씨가 대단했군요. 타카히사가 미하루를 좋아한다는 걸 단숨에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미하루를 그쪽으로 붙여 버리고, 주인공 팔짱을 빼앗는 장면도 대단했군요. 사실 주인공과 미하루 사이를 벌여 놓음으로써 더 애틋하게 만드는 역할이기도 해서 전혀 미운 느낌이 없었던 게 희한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미하루의 마음인데, 다음 이야기는 10권으로 이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