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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정령환상기 10 ㅣ 정령환상기 10
키타야마 유리 지음, 이은혜 옮김 / S노벨 / 2019년 7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9권에 이어 아직도 왕성. 주인공은 무사히 사츠키를 만나 미하루를 인계했습니다. 둘이 현실 지구에 있을 때 안면이 있었나 봅니다만. 그건 중요치 않고, 이번 10권에서는 중증 주인공 바라기가 되어 가는 미하루와 그런 미하루를 내 여자라며 미친넘이 되어 가는 타카히사의 행동들이 상당히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만나자마자 끌어안으며 독보적인 독점욕을 보여주었던 타카히사는 주인공과 같이 지냈던 미하루에게서 내가 모르는 향기(주인공 냄새)를 느끼며 패닉에 빠져 가죠. 하지만 정작 미하루는 그런 타카히사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지금 눈앞에 7살까지 같이 지냈던, 소꿉친구 '하루(어릴 적 주인공 이명)'가 있거든요. 7살이 뭘 알겠습니까만. 그녀의 뇌리엔 애틋한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7살 이후 둘이 못 만난 듯). 이세계에서 다시 만나 처음엔 긴가민가 했습니다만, 갈수록 맞네 하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죠. 하지만 주인공은 그녀를 거부합니다. 내가 전생 '하루'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건 맞지만 그와는 별개의 인간이라며 선을 그어 버리죠. 이 부분은 이세계 전생물을 재해석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세계에 태어나 자라다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그 사람이 되는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이세계의 '나'는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인 물음을 던집니다. 마치 복제 인간에 원본의 기억을 심은 들, 그게 원본이 되는가와 같은 이치?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츠키를 만나러 왔다가 왕을 알현하면서부터 일이 꼬여버렸습니다. 정치적으로 써먹기 위해 용사 사츠키를 붙잡아 두고자 인질이 필요했던 왕에게 주인공과 미하루는 최대의 먹이로 보였거든요. 미하루는 사츠키의 친구고, 주인공은 미남계로 쓸 수 있으니까요. 그걸 위해 왕과 왕녀가 집요하고 능숙하게 일을 벌여 가는 장면들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사츠키를 둘러매고 후딱 야반도주해버렸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이세계에 떨어진 자신을 돌봐 주었던 왕과 왕족에게 부채감을 가지고 있었던 사츠기의 반대로 도망도 못치고 이리저리 휘둘리고, 급기야 주인공은 명예 기사 작위까지 받아 버렸습니다. 이래서야 도망칠 수 있나. 그런 판국인데 미하루는 하루 종일 주인공만 쳐다보고 있고, 타카히사는 그런 미하루를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고, 그걸 이용하여 주인공 팔짱을 끼는 왕녀. 결국 주인공은 미하루에게 본심을 내비치죠. 같이 살아갈 수 없다고. 타카히사는 미하루에게 고백하죠. 너 좋아한다고, 같이 살자고, 너는 내 여자니까. 그런 타카히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주인공만 쳐다보는 미하루.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사실 주인공은 자기가 한 말(기억이 있다고 같은 인간 맞나)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구실이 필요했을 뿐. 주인공이 살아온 시간에 해답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엄마를 죽인 범인을 쫓고 있습니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려 하죠. 미하루와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야 하니까.
미하루가 더욱 주인공을 향한 마음을 키워갈 때, 타카히사도 미하루를 어떻게 하면 내 여자로 만들 수 있을까 혈안이 되어 갑니다. 주변의 의견과 반대는 안중에도 없는 지경에 빠져가죠. 필자는 누군가에 의해 세뇌 당했나 했더니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취침 시간을 넘긴 한밤중에 미하루를 찾아가고, 미하루가 주인공과 같이 있으면 견디질 못합니다. 나랑 같이 있어야 행복하다는 망상에 사로 잡혀가죠. 이런 장면들이 진짜 소름입니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 흥미 관점에서요. 이야기는 주인공 여동생에게로 넘어갑니다. 주인공이 7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아키는 엄마를 따라갔죠. 그때 아키의 나이 4세. 엄마와 둘이 살 때 많이 어렵게 살았나 봅니다. 도와줘야 될 아빠와 오빠가 보이질 않습니다. 마음에 적개심이 커져 갔죠. 친오빠를 없는 사람 취급할 정도로요. 그런데 주인공이 오빠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지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시작합니다. 타카히사는 아키의 이복 오빠입니다. 엄마가 재혼하게 되면서 같이 살게 되었죠. 자라면서 친오빠(주인공)의 자리를 타카히사에게서 찾았나 봅니다. 그게 이번 10권에서 매우 일그러지게 표출됩니다. 타카히사는 내 여자(미하루)를 빼앗은 주인공을 적대시하고 있죠. 아키는 친오빠를 적대시하고 타카히사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키 앞에서 주인공이 친오빠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고(환생체라고)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맺으며: 주인공이 모든 걸(비난, 매도 등등) 받아들이겠다는 듯이 전생을 밝히고, 그럼에도 별개의 인간이라며 주변과 선을 그어 가는 게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주인공과 마음속에 있는 전생의 기억을 같이 좋아하겠다는, 두 개의 마음을 부딪히겠다는 미하루의 다짐은 이보다 일편단심 순애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애틋하였군요. 그걸 시기하듯, 사랑에는 방해가 있어야 제맛이라는 듯, 둘을 갈라놓으려는 타카히사의 투입은 스파이스로 작용합니다. 처음엔 초등학생이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심술을 부리는 느낌이었으나 10권에서는 작정하고 미친넘으로 만들어 버렸군요.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타카히사의 행동과 말들이 가히 소름 그 자체입니다. 당연히 주인공이 맞서서 미하루를 지키는 클리셰가 발동하고요. 클리셰라도 이런 게 카타르시스 아니겠습니까. 10번 찍어 넘어가는 나무(주인공)가 있고, 넘어가지 않는 나무(미하루)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도 하였죠, 그리고 주인공 여동생 아키. 그동안 주인공 집안 사정은 배일이 가려져 있었으나 이번에 밝혀졌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될 부분이 주인공 부모가 왜 이혼했냐는 점이고, 그 이유가 아키라는 점에서 상당한 충격을 안겨 주었군요. 그 사정을 모르는 아키는 주인공을 적대시하고 급기야 타카히사 편에 서서 해선 안 될 짓을 저질러 버리죠. 얘가 이런 애였나 싶을 정도로 막 나가는 게 좀 충격이었습니다. 오빠를 향한 적개심이 잘못되었고, 부모의 이혼 이유가 자기에게 있다는 게 밝혀졌을 때 얼마나 충격받을지 앞으로가 기대되는 10권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