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 6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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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괴짜 여자에게 필이 꼽혀서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일 줄이야. 누구의 이야기냐면,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진시'를 말합니다. 처음엔 재미있는 장난감이 궁에 들어온 줄 알았는데 얘가 가면 갈수록 남들은 하지 않는 짓(가령 독을 먹고 죽지도 않고 황홀해 한다던지)을 서슴없이 해대고, 머리는 또 어찌나 비상한지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어 보였던 사건들이 그녀(마오마오)의 손을 거치면 하나의 거대한 사건으로 연결되니 슬슬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죠. 덕분에 목숨을 건지기도 했고, 거기다 남들은 자기(진시)에게 머리 숙이고, 나의 말에 기를 기울이고, 나를 처보다고 황홀해 하는데, 어째서 이 애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일까. 누구의 이야기냐면, 이 작품의 히로인 '마오마오'를 말합니다.

 

반란 사건(1~4권)으로 인해 궁에서 쫓겨난 마오마오는 다시 기루(창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요. 선제(선대 황제)의 여성 편력이 낳은 비극은 후대에 이르러 폭발해버렸고, 마오마오는 그 반란이나 다름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말았죠. 진시는 그녀를 구하기 위해 평온한 생활을 더 이상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가짜 신분을 버리면서까지 그녀를 구출하러 갔었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결국 반란 사건은 진시와 마오마오에게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삶을 살지 못하게 해버리죠. 진시는 황제의 아우(동생)라는 진짜 신분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고, 그 일로 인해 진시는 원하지도 않는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신부를 맞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되는데요.

 

그 일환으로 그러니까 신부 찾아 3만리? 서도(쉽게 말해서 서쪽 지방)로 가게 된 진시와 어찌 된 일인지 너도 신부 후보라며 마오마오도 끌려가게 되었죠. 세상이 다 무너져도 저놈(진시)의 신부만큼은 사양이라는 마음을 품고 있었던 마오마오 입장에서는 서도로 가는 여행 자체가 한심스러웠고, 가는 곳마다 사건이 터지니 골머리를 앓습니다. 그런 마오마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물 먼저 마시는 격으로 진시는 분위기 파악 못하고 그녀에게 프러포즈 했다가 대차게 까이는 시원한 팥빙수를 선사해줬었죠. 그런데 사실 진시와 마오마오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는 어찌 되든 상관없는 일이고 진짜는 나라가 뒤집어질지 모르는 사건의 연속에 있었습니다.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는 탐정물답게(이 작품도 탐정물의 일종) 마오마오가 기루(창관)으로 돌아오고 나서부터 또 기묘한 사건이 꼬리를 물어댑니다. 독과자 사건부터 해서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선녀인지 무녀인지가 보여준 기묘한 연극을 빙자한 범죄, 서도로 여행하면서 얽힌 아편 관련 사건, 어찌 된 일인지 아둬 비와 리슈 비가 서도로 오면서 도적의 무리에 습격을 받은 일까지. 그리고 서도에서 리슈 비가 사자의 공격을 받은 일, 이 모든 게 이전 반란 사건과 유사하게 하나하나 놓고 보면 별개로 보이나 이걸 합쳐놓고 보면 이어지게 되고, 마오마오는 그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면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갑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리슈 비(표지 상단 모델)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죠. 선제(선대 황제) 시절에 10대 초반이라는 나이에 상급 비로 들어와 성은을 입지 못하고 왕위가 아들에게 넘어갈 때 궁 밖으로 출가했으나, 아들이 황제가 되고 다시 불려와 상급 비가 되었지만 여전히 황제의 성은은 입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선제의 비였던 아둬 비가 그녀를 불쌍히 여겨 그녀를 감추다시피한 덕분이긴 한데, 참고로 덕분이라고 한 건 선제의 영향 때문이라고만, 어쨌건 처음 등장할 때부터 세상 모든 불행과 괴롭힘을 모두 모아 리슈 비에게 줬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그녀(리슈 비)의 생활 환경은 처참함 그 자체였습니다. 어머니가 부정을 저질러 낳은 자식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아버지에게 버림받다시피 커왔고, 이복 언니는 그녀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상태였죠.

 

아버지의 야욕으로 정치의 도구가 되어 상급 비로 다시 입궁은 하였지만, 가족에게조차 하대 받는 그녀를 어여삐 여길 시종 따윈 없었던 게 그녀의 불행을 더욱 가속화 시켜 갔었습니다. 결국 시종들에 의해 독살 당할뻔하는 등 그녀의 삶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으니, 이번에 진시의 신부 후보가 되어 서도로 왔지만 여전히 아버지와 이복 언니는 그녀를 두들겨 패는 게 일입니다. 거기에 잔칫날 구경거리로 가져온 사자의 난동에 희생될뻔하는 등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죠. 그러니 마음이 망가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입니다. 그 틈을 비집고 모든 사건의 흑막이 치고 들어오니 그녀의 목숨은 풍전등화나 다름없게 되죠. 이번에 서도에서 궁으로 돌아왔을 때 주변에서의 괴롭힘은 정점을 찍는데 정말 제상 불쌍하다는 게 이런 건가 싶습니다.

 

마오마오는 사실 그녀의 안위 따위 상관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독살 미수 사건이 있은 후 그녀의 생활환경을 알게 되었고 모른척할 수 없어 그녀를 도와주기로 하였는데, 그러려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죠. 그리고 사건을 따라가면서 어떤 연관성을 발견하게 되고 흑막에 가까워지는데... 덕분에 진시의 등장은 별로 없습니다. 서도에서 대차게 까인 후 둘의 사이는 서먹서먹해져 버렸고, 사건은 마오마오 혼자서 풀어가는데 하필 친아버지 집안까지 사건의 사정권에 들어가는 통에 거기서 할아버지와 큰어머니와 더불어 친아버지가 저지르는 못 볼 꼴을 엄청 봅니다. 마오마오가 현실 사람이었다면 내가 전생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나한테 왜 이래라는 상황이랄까요.

 

맺으며, 마오마오는 사실 진시와의 관계를 진전시킬 마음이 없습니다. 그저 서로가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입장으로 끝내려 하고 있죠. 아니 애초에 약(그것도 독약) 이외엔 관심조차 없어요. 남이든 자이든 연애사는 더 그렇고, 하지만 이번에 제대로 콩깍지가 씐 진시가 자꾸 들이대는 통에 결국 싫지 않다는 소리를 내뱉고 말아요. 이번에 진시가 어디서 듣고 왔는지 마오마오의 약점(나쁜 의미의 약점이 아니라 신체적 약점)을 잡아 그녀를 꼼짝 못하게 하고 그게 어쩐 일인지 싫지 않은 그녀, 결국 둘은 맺어질 수밖에 없나 하는 훈훈한 분위기도 감지되었군요. 그리고 메인 내용인 세상 모든 불행과 괴롭힘을 한데 뭉친 듯한 리슈 비가 '어느 남자'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기사회생하는 장면에서는 결국 진시와 마오마오가 가야 될 길이 무엇인지 비추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스포일러라서 쓰지 않으려 했는데, 어머니가 죽었는데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마오마오도 참 어지간하다는 느낌을 받았군요. 그로 인해 친아버지가 실성한 채 미치광이가 되었음에도 귀찮아하는 것에서 사실 그녀가 품었을 한이 얼마나 깊은지 알게 되는 대목이 아니었나 싶긴 했습니다. 어쨌건 다 자기 팔자려니 하며 사건들을 집중해서 파헤쳐 가는 이야기다 보니 이전에 보여주었던 이 작품 특유의 개그가 좀 많이 줄어 버렸습니다. 특히 중후반 리슈 비에게 초점을 맞추고 나서는 이야기가 상당히 시리어스해집니다. 읽는 내내 흑막 뒤에 또 다른 흑막이 있을 거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재주가 상당히 좋았는데 이번 이야기는 6권에서 끝을 낼려는지 작가가 급하게 끝내버려서 끝이 좀 허무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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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세계에서 부여마법과 소환마법을 저울질한다 5 - S Novel
요코츠카 츠카사 지음, 신동민 옮김, 마냐코 그림 / ㈜소미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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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민족을 이끄는 '린'이라는 족장을 만나 내일 세계가 멸망한다는 말을 들어 버렸습니다. 한 학급을 넘어 중고등 모든 클래스가 이세계로 전이되고 이제 3일이 지났군요. 첫날 습격해오는 오크 무리들에 의해 학교는 유린당한 끝에 대부분의 남학생은 사망, 여학생은 극히 일부만 빼고 대부분이 레이프 당해버리는 라노벨계에 있어서 초유의 사태를 보여 주었는데요. 그렇게 유린 당하다 2일째 반격의 실마리를 잡아 오크들을 무찌르기 시작하고 3일째 몰아내는데 성공했었습니다. 하지만 남은 건 상처투성이로 점철된 몸뚱어리뿐, 어찌 되었건 이제야 한숨 놓나 했는데 근처에 살던 수인족(빛의 민족) 족장 린(무려 고양이 귀가 돋아난 무녀)이 내일 세계가 멸망하니 좀 도와주지?라고 하니 사람 좋은 주인공은 네! 그럴게요!라고 해버리고 말아요.

 

오늘 하루 살아가는 데만 해도 급급하였는데 졸지에 세계를 구해야 하는 특명까지 받아 버렸습니다. 사실 근처에 학교가 떨어진지 몰랐다고는 하지만, 아니 신탁을 받을 정도로 실력 있는 무녀가 대규모 전이 사태를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되고(작가가 정신을 딴데 판 듯), 학생들이 유린당할 동안 구조도 안 해줘놓고 이제 와서 세계를 구해 달라니 이런 미친x이 있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주인공 입장에서는 해줘도 되고, 안 해줘도 되지만 내일 당장 이세계가 멸망한다는데 손놓고만 있을 순 없었겠죠. 린이라는 무녀도 말하는 뉘앙스를 보자면 '너희들 동귀어진 해볼 테냐?'이니 참 거식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주인공 일행과 만난 후 이들을 도우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정말로 전이 사태를 몰랐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무튼 내일 멸망 전조인지 계속해서 마물들이 쳐들어 와요. 대규모 아라크네 부대를 만나 이세계 주민을 고기 방패로 쓰며 내가 살기 위해 주변 모든 것을 이용해주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주인공의 사이코패스 성격은 여전했습니다. 아무리 후위직인 부여마법과 소환마법 뿐이라지만 여자애들만 앞세워 죽도록 싸우게 하는 건 양심에 좀 찔리지 않나 싶은데 그딴 거 없어요. 초반엔 이놈 명령 때문에 어떤 여학생은 오크가 내리치는 칼에 두 동강 나버렸죠. 이번에도 그래요. 여자애들을 구해준 건 내가 살기 위해서 지 자선으로 구한 게 아니라고, 사실 주인공이 하는 행동은 카르네아데스의 판자와 유사하긴 합니다. 일단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나라도 살아야지 같은, 하지만 적어도 죄책감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좀 비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자위할 뿐이죠.

 

이런 말 늘어놓을 거면 왜 보냐는 말이 나올 거 같군요. 필자는 어딘가 M기질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만큼 이 작품은 S기질이 강해요. 어딘가 성격이 파탄 난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어미새 따르듯 하는 히로인들, 희망이라고 떠들면서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하는 거라든지, 오크 떼 공격에서 살아남은 일부 남학생들이 보여주는 마물보다 더 심각한 원초적 본능을 무기 삼아 여학생들을 노예화하려 했던 거라든지, 이세계 주민은 잘도 고기 방패로 썼으면서 적대하는 학생들을 죽이는데 망설이는 주인공의 이중성, 이런 것들이 복합이 되어 짜증을 불러 오면서도 한편으로는 흥미를 불러오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이번엔 4권만큼 욕하면서 읽지는 않았군요.

 

맺으며, 이제 와 생각해보면 이 작품도 나름 잘 짜여진 구석이 있긴 합니다. 이세계로 전이 당한 것도 모자라 대부분의 학생들이 죽어 버리고 거기에 도덕적 해이까지 곁들어지니 아포칼립스의 진수를 보여주었죠. 주인공의 내가 살기 위해 주변 모든 것을 이용한다는 파탄 난 성격하며, 그걸 좋다고 따르는 히로인들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역설합니다. 그럼에도 내일을 살기 위해 기어서라도 나아갈려는 모습이 참 애잔하죠. 사실 이런 아포칼립스적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이긴 합니다. 돌이켜보면 작가는 그걸 잘 풀어내고 있다고 할까요. 4권에서 뜬금없는 진행 때문에 다소 산만해지긴 했지만 일단 6권이 나오면 읽어는 봐야겠군요. 마지막으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1~3권은 8점, 4권은 3점, 5권은 6점 정도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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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외전 : 이어 원 2 - SL Comic
사카에다 켄토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외 그림, 박경용 옮김, 카규 쿠모 원작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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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다투고 해어진 그이가 신경 쓰인다. 언제나 사람은 지나간 뒤에 그때 잘할 걸이라는 후회를 하지. 그 주박에 붙들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는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때 해어진 그이를 다시 만났다는 기쁨, 지금이라면 그때에 맺힌 응어리를, 지금까지 안고 살아왔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을까. 소치기 소녀와 고블린 슬레이어가 살았던 마을이 고블린에게 유린 당하고 전멸해버린지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 다투고 해어졌던 소꿉친구는 고블린 성애자가 되어 눈앞에 나타났건만 그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소치기 소녀는 모릅니다. 그동안 어디에서 살다가 왔는지 모를 그를 목장에 받아들였긴 한데 마음의 벽은 좀처럼 넘을 수가 없군요. 

 

오늘도 고블린 고블린 거리며 길드 접수원 누님을 난처하게 하는 고블린 슬레이어, 제대로 쉬고 있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몰골이 처참하건만 정작 당사자는 그런 거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블린 거리고 있으니 보다 못해 인생의 선배(아마도)로써 한마디 해주며 어깨에 뽕을 넣는 길드 접수원 누님의 언동이 재미집니다. 하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고블린 퇴치, 막 모험가가 된 신참들에게 맡겼더니 무사히 돌아오는 파티는 자꾸만 줄어가고 그게 접수원 누님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죠. 그때 나타나 군말 없이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아주니 접수원 누님으로써는 한숨 놓는 것과 동시에 걱정거리가 늘어나고 맙니다. 그래서 참견쟁이가 되어 이러쿵저러쿵 조언을 하지만 언제나 '그래, 그런가?'라고만 대꾸를 하니 이거 무슨 소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어요.

 

아무튼 이 작품의 특징은 사람의 목숨이란 덧없는 거라는 걸 들 수가 있는데요. 주로 고블린에게 유린 당하는 모험가들이 그렇고, 가벼운 기분으로 들어갔던 동굴(던전)에서 잠깐 한눈판 사이에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는 걸 모른 채, 그걸 직시하라는 것처럼 세상은 잔혹함을 들어냅니다. 몬스터 록 이터를 만나 동료와 자신의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 현실을 직시하는 신참 모험가에게서 이 작품이 얼마나 암울한지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암울한 상황과 맞닥트리며 그대로 망가질 것이냐 그걸 극복하고 일어서는 강인함을 보일 것이냐의 현실을 들이대며 세상은 또다시 잔혹함을 선사하죠. 그걸 극복했을 때 모험가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그걸 극복했기에 고블린 슬레이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표현하는 장면에서 조금은 소름이 돋았군요.

 

자, 오늘도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고 변경 마을로 향하는 고블린 슬레이어는 운명의 만남을 가지죠. 훗날 용사로 불리게 되는 소녀와의 만남, 이때 소녀는 고블린 슬레이어를 만나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자신의 마을을 지켜주는 그에게서 그녀도 사람들을 지킨다는 용기를 얻었을까. 하지만 실상은 눈만 뗐다 하면 말썽을 부리는 천방지축 말괄량이였으니, 그녀는 호기심에 못 이겨 고블린 퇴치 작업 준비하는 그를 찾아가죠. 마을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원장 수녀의 말도 무시한 채 그를 마중 나갔던 그녀, 그의 곁을 얼쩡 거리며 그의 행동 하나하나 눈여겨보는 모습이 참으로 귀여운 게 사람 흐뭇하게 하는 뭔가가 있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본편 코믹은 물론이고 외전 코믹까지 캐릭터 디자인 하나는 참으로 잘 뽑혔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랄까요.

 

맺으며, 라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많은 코믹 중에 정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작이지 않을까 합니다. 내용도 본편의 스킵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표현력이 좋죠. 스포일러라서 자제하고 있었지만 표현력 하니까 후반 비 오는 날 마을을 습격하는 고블린 떼의 장면은 정망 생동감이 넘친다고 할까요. 거기에 접수원 누님의 여러 표정과 예비 용사 소녀의 발랄한 모습이 잘 뽑혔습니다. 사실 이런 것만이 아니라 생사를 오가는 모험의 긴장감도 제법 잘 표현하고 있어요. 특히 동료의 죽음을 통해 신참 모험가의 좌절과 일어서는 모습이 참 인상 깊죠. 소치기 소녀의 고뇌도 그렇고요.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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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연금술사는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4 - J Novel Next
노노하라 우사타 지음, OX 그림, 이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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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 마리엘라를 놔두고 어디론가 사라졌던 스승이 돌아왔습니다. 고아였던 마리엘라를 주워다 기르며 연금술을 가르쳤던 그녀의 등장은 미궁 도시에 일대 파란을 불러오게 되는데요. 등장부터 범상치 않게 눈에 거슬리는 마물들을 불로 다 구워 버리면서 내가 여기에 있다는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미궁 도시를 발칵 뒤집어 놓아요. 이 작품이 이세계 전생 먼치킨이었다면 그녀(스승)가 주인공이었을 테죠. 200년 전 염제 어쩌고라는 이명으로 불리며 세간을 공포(?)에 떨게 했던 그녀가 어째서 200년 후에 나타난 것일까. 흔히 마녀라면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마녀는 아니고요. 그녀도 마리엘라처럼 가사에 빠졌다가 깨어난 것뿐이라는군요. 개인적으로는 그녀(스승)의 복선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진행되길 바랐었습니다만.

 

아무튼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에서 오는 우월감인지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하고, 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마리엘라가 아주 골치를 썩습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제자(마리엘라)가 맨땅에 헤딩으로 일군 약방에 쳐들어가서 객식구를 자처하니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떠억 벌리게 하는 제주에서 남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줍니다. 버는 것 없이 먹기만 하고, 걸핏하면 술을 달고 사니 내가 기둥서방을 들인 것인지 스승을 모시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해요. 그래도 마음 착한 마리엘라는 군말 없이 스승을 잘 보살핍니다. 어릴 적 고아였던 자신을 주워 주었고, 연금술까지 가르쳐 주어서 입에 풀칠을 하게 해주었으니 그 고마움이란 이루 말할 수는 없겠죠. 작중엔 표현이 안되어 있지만요.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스승은 단순히 술주정꾼이 아니라는 걸 역설하기 시작하죠.

 

어릴 적부터 그녀(마리엘라)를 보살폈습니다. 그러니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도 있을 테죠. 작중엔 묘사가 안 되어 있지만요. 마리엘라가 생활하는데 있어서 위협이 되는 모든 걸 배제한다. 이쯤 미궁 도시를 관할하는 귀족은 미궁을 공략하기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을 하고 다른 곳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계획을 진행하는데요. 그 떡밥으로 포션을 제작해 배포한다고 공표를 함으로써 일단 성공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하죠. 마리엘라가 처음 미궁 도시에 왔을 때 연금술사라고 밝히지 않은 이유가 소리 소문 없이 붙잡혀 가서 죽어라 포션만 찍어내다가 객사할까 봐 비밀로 했는데 일단 정체는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포션을 찍게 한다지만 결국 미궁 도시에 왔던 그날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니까 포션을 힘닿는 데까지 만들어라라고...

 

참고로 이 시대는 연금술사가 귀해서 포션을 만들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 뭐 뻔한 미래가 기다리는 그런 시대입니다. 그리고 그 사단이 일어나죠. 연금술사를 노리는 괴한의 침입은 미궁 도시를 들쑤시고, 마리엘라는 또다시 좋아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라는 마음 아픈 일에 봉착하게 되죠. 자, 이럴 때 나서야 되는 백마 탄 기사님은 누구인가. 스승인가, 지크인가. 사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런 일련의 과정은 마리엘라가 미궁 도시로 오고,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보다 끈끈하게 하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 '지크'와의 관계를 더욱 가속화 시켜 가죠. 결국은 새로운 남자 주인공 없이 '지크'라는 이미지로 보면 절대 주인공같이 생기지 않은 그런 사람과의 인연을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랄까요.

 

그래서 필자는 집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건 아니지만 남자 주인공으로써 그는 임팩트가 매우 낮았거든요. 노예인 자신을 주워주고 병을 고쳐주고 있을 곳을 마련해준 그녀에게 호감을 품고 나아가 사모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마치 사극의 마님과 돌쇠의 관계를 보는 듯한? 이게 굳어져 버리니까 왠지 몰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4권은 구입하지 않으려 했어요. 작품 자체가 주체할 수 없는 가벼움이 있고, 연금술로 포션을 만들어내는데 의의를 두고 있으니 흥미 포인트 찾기가 많이 힘들죠. 그래서 그런지 주변 인물 집안 사정도 마구 비춰대서 이야기가 중구난방이 되기도 합니다. 대체 이 이야기가 마리엘라랑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질 때가 많았군요.

 

그렇게 포션 양성화 계획이 발동되고 미궁 도시가 활성화되어 가면서 뜻하지 않게 200년 전 스탬피드가 왜 일어났는지 하는 느닷없는 전개가 펼쳐집니다. 왕국을 쫄딱 망하게 하고, 마리엘라로 하여금 가사에 빠져들게 한 사건. 이야기가 줄곧 주체할 수 없는 가벼운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이야기기 진지해지는데요.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언급 못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람의 이기심과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에서 결국 신선함은 없었군요. 아닌 게 아니라 희귀한 연금술사라는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살리지를 못한다고 할까요. 스탬피드는 복선이 가져온 무게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는데, 거기다 '지크'의 선조까지 들먹이며 남자판 신데렐라를 연출하는 것에서 정말 이 작품을 구입한 것에 급 후회를 들게 하였습니다.

 

맺으며, 지크의 출신에서 황당함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지크에 대한 필자의 인식이 낮았던 것도 원인이긴 한데, 일러스트가 그 작품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작품이랄까요.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어딜 봐서 지크가 남주에 맞는지 도통 모르겠더군요. 자존감은 한없이 낮아, 자신을 주워준 고마움에 기사를 자처하지만 능동적인 행동은 거의 없어, 그래서 보다 못한 스승이 그를 한 명의 남자로 만들기 위해 엄청 굴리는 것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군요. 여기에 작중 주체할 수 없는 가벼운 분위기까지 합쳐지니까 나무야 미안해로 귀결 되는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히로인 마리엘라에게도 문제점이 많아 보입니다. 자신을 이성으로 좋아해 주는 링크스를 그렇게 떠나보내고도 성장이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죠. 링크스가 그렇게 된 원인도 마리엘라의 잘못이 일부분 있는 만큼 앞으로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다짐한다거나 포션으로 신체를 강화한다거나 그런 것보다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흘러가면 흘러가는 데로만 사는 모습을 보이죠. 이번에 미궁 도실 활성화를 위해 포션을 대량 제조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을 때도 기득권에 의해 스승이 아니었으면 납치되거나 죽었을 텐데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뭐 이런 희로인이 다 있나 싶더군요. 뭐, 결국 친구가 대신 끌려갔다는 이야기에서 그제야 정신 차리긴 합니다만. 왜 갑자기 지크를 의식하냐고요. 애가 정신을 못 차립니다. 요점은 작가의 능력 부재가 불러온 참사랄까요. 3권에서 하차하려 했는데 스승이 나온다고 해서 구입했더니 이 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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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님의 스승님 3 - L Novel
미츠오카 요 지음, 김보미 옮김, 코즈믹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용사를 길러낸 스승의 가치를 모르는 우매한 인간들 때문에 위기에 빠질지도 모르는 나라를 구하고자 왕자와 왕녀가 나서서 스승을 높은 자리에 앉히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라고 해도 너 님 왕녀 호위 기사 될래?가 다고, 사상검증인지 청문회인지를 열어 과거 용사 래티와 그녀의 스승 윈이 모험가로서 어떤 일을 처리할 때 보고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어찌 된 일인고?를 물어오자 윈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윈이 9살, 래티가 7살일 때 막 모험가로 등록하고 변두리 농장에서 없어지는 농작물을 누가 가져가는지 해결하라는 의뢰를 받아 가게 돼요. 거기서 천사의 날개를 가진 익인족을 노리는 마족이 나타나고 익인족 마을이 궤멸된 상태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녀를 구한다는 내용인데 어째서 이런 이야기를 메인으로 보여주는지 의문이 들게 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이번 리뷰는 딱히 쓸게 없군요. 용사의 약점으로 부각된 윈을 보호하고자 왕자와 왕녀가 나서서 그를 보호하려는 것과 주변국에서 윈의 가치를 높게 사 그를 노린다는 것, 근데 정작 자국에서의 윈은 '평민 주제에 + 어쩌다 용사와 소꿉친구인 주제에' 콤보를 당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용사는 연신 오빠 오빠 거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펼쳐 놓습니다. 윈이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떤 고뇌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노래나 하고 자빠진 용사라니, 기사가 되고 싶었던 윈은 결국 꿈을 접어야 될 판입니다. 평민인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나마 용사의 스승이라는 점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았을 뿐 정작 그의 실력은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고 있죠. 그 점이 못내 아쉬운 윈, 하지만 래티를 지키기 위해선 자신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 가요.

 

그리고 끝입니다.라고 쓰고 싶은 심정이랄까요. 그만큼 이번 이야기는 크게 쓸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마족에게서 익인족 소녀 '이페리나'를 구하는 과정도 흔히 영웅물에서 볼법한 내용뿐이죠. 그나마 건질만한 게 있다면 던만추 벨이 미노타우로스와 격전을 펼치는 장면과 버금가는 싸움을 윈이 보여준다는 것일까요. 래티의 버프를 받아 어른들도 어찌할 수 없었던 마족과의 싸움은 제법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9살때부터 이미 어른의 영역을 넘어섰음에도 가치를 알아봐 주지 않는 불합리란. 하지만 진정으로 그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기에 그의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왕자와 왕녀가 대표적이죠. 물론 용사를 다른 나라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타산이 깔려 있지만요. 그래서 윈은 고뇌를 합니다. 자신의 실력보다 용사의 고삐를 쥘 수 있는 유일함이 자신의 가치라고 모두가 여기고 있기에...

 

아이고 여기까지 쓰는데 3시간 걸렸군요. 아무튼 이 작품의 문제점을 좀 언급해보자면요. 기승전결이 없습니다. 이번만 해도 마족과의 싸움을 그리는데 상당한 양의 페이지를 잡아먹어요. 그럼에도 제2라운드를 기대하시라며 이야기를 종결 시키지 않고 다음 챕터로 넘깁니다. 3분 카레처럼 이야기가 뚝딱 해결 되는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도가 지나칠 만큼 이야기를 쭉쭉 늘려요. 가령 어제 먹은 밥이 어떻게 소화되는지, 영양분을 어떻게 얻어지는지, 소장을 지나 대장을 거쳐 떵이 되는 과정은 또 어떻다느니, 하나의 장면을 놓고 다각도로 설명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전부터 이런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소재가 좋아서 애써 외면을 하였더랬는데요. 근데 이번엔 상황이 꽤 심각합니다. 마법이 어떻게 발동되고, 이 사람이 과거 어떤 일을 했고 등등 세세하게 정말 지리멸렬하다는 게 이런 건가 싶더라고요.

 

맺으며, 역시 이 작품도 용두사미가 되는 것일까요. 1~2권에서 복선을 그렇게나 투하 해놓고 왜 갑자기 과거 이야기로 이번 분량 전부를 써버리는 것인가. 맥을 끊는 것도 유분수랄까요. 7권으로 단명한 이유가 다 있다는 느낌을 받아 버렸습니다. 뭣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지리멸렬한 상황 설명은 솔직히 학을 떼게 하였군요. 필자가 말주변이 없어서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그나마 내용이 알차다면 참고 보겠습니다만. 불필요한 정보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요. 필자가 혐오하는 1순위가 이런 내용인데 세상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진리를 보여준다고 할까요. 소재는 참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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