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블린 슬레이어 외전 : 이어 원 2 - SL Comic
사카에다 켄토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외 그림, 박경용 옮김, 카규 쿠모 원작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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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릴 적 다투고 해어진 그이가 신경 쓰인다. 언제나 사람은 지나간 뒤에 그때 잘할 걸이라는 후회를 하지. 그 주박에 붙들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는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때 해어진 그이를 다시 만났다는 기쁨, 지금이라면 그때에 맺힌 응어리를, 지금까지 안고 살아왔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을까. 소치기 소녀와 고블린 슬레이어가 살았던 마을이 고블린에게 유린 당하고 전멸해버린지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 다투고 해어졌던 소꿉친구는 고블린 성애자가 되어 눈앞에 나타났건만 그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소치기 소녀는 모릅니다. 그동안 어디에서 살다가 왔는지 모를 그를 목장에 받아들였긴 한데 마음의 벽은 좀처럼 넘을 수가 없군요. 

 

오늘도 고블린 고블린 거리며 길드 접수원 누님을 난처하게 하는 고블린 슬레이어, 제대로 쉬고 있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몰골이 처참하건만 정작 당사자는 그런 거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블린 거리고 있으니 보다 못해 인생의 선배(아마도)로써 한마디 해주며 어깨에 뽕을 넣는 길드 접수원 누님의 언동이 재미집니다. 하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고블린 퇴치, 막 모험가가 된 신참들에게 맡겼더니 무사히 돌아오는 파티는 자꾸만 줄어가고 그게 접수원 누님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죠. 그때 나타나 군말 없이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아주니 접수원 누님으로써는 한숨 놓는 것과 동시에 걱정거리가 늘어나고 맙니다. 그래서 참견쟁이가 되어 이러쿵저러쿵 조언을 하지만 언제나 '그래, 그런가?'라고만 대꾸를 하니 이거 무슨 소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어요.

 

아무튼 이 작품의 특징은 사람의 목숨이란 덧없는 거라는 걸 들 수가 있는데요. 주로 고블린에게 유린 당하는 모험가들이 그렇고, 가벼운 기분으로 들어갔던 동굴(던전)에서 잠깐 한눈판 사이에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는 걸 모른 채, 그걸 직시하라는 것처럼 세상은 잔혹함을 들어냅니다. 몬스터 록 이터를 만나 동료와 자신의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 현실을 직시하는 신참 모험가에게서 이 작품이 얼마나 암울한지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암울한 상황과 맞닥트리며 그대로 망가질 것이냐 그걸 극복하고 일어서는 강인함을 보일 것이냐의 현실을 들이대며 세상은 또다시 잔혹함을 선사하죠. 그걸 극복했을 때 모험가는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그걸 극복했기에 고블린 슬레이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표현하는 장면에서 조금은 소름이 돋았군요.

 

자, 오늘도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고 변경 마을로 향하는 고블린 슬레이어는 운명의 만남을 가지죠. 훗날 용사로 불리게 되는 소녀와의 만남, 이때 소녀는 고블린 슬레이어를 만나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자신의 마을을 지켜주는 그에게서 그녀도 사람들을 지킨다는 용기를 얻었을까. 하지만 실상은 눈만 뗐다 하면 말썽을 부리는 천방지축 말괄량이였으니, 그녀는 호기심에 못 이겨 고블린 퇴치 작업 준비하는 그를 찾아가죠. 마을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원장 수녀의 말도 무시한 채 그를 마중 나갔던 그녀, 그의 곁을 얼쩡 거리며 그의 행동 하나하나 눈여겨보는 모습이 참으로 귀여운 게 사람 흐뭇하게 하는 뭔가가 있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본편 코믹은 물론이고 외전 코믹까지 캐릭터 디자인 하나는 참으로 잘 뽑혔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랄까요.

 

맺으며, 라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많은 코믹 중에 정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작이지 않을까 합니다. 내용도 본편의 스킵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표현력이 좋죠. 스포일러라서 자제하고 있었지만 표현력 하니까 후반 비 오는 날 마을을 습격하는 고블린 떼의 장면은 정망 생동감이 넘친다고 할까요. 거기에 접수원 누님의 여러 표정과 예비 용사 소녀의 발랄한 모습이 잘 뽑혔습니다. 사실 이런 것만이 아니라 생사를 오가는 모험의 긴장감도 제법 잘 표현하고 있어요. 특히 동료의 죽음을 통해 신참 모험가의 좌절과 일어서는 모습이 참 인상 깊죠. 소치기 소녀의 고뇌도 그렇고요.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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