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연금술사는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4 - J Novel Next
노노하라 우사타 지음, OX 그림, 이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년 전 마리엘라를 놔두고 어디론가 사라졌던 스승이 돌아왔습니다. 고아였던 마리엘라를 주워다 기르며 연금술을 가르쳤던 그녀의 등장은 미궁 도시에 일대 파란을 불러오게 되는데요. 등장부터 범상치 않게 눈에 거슬리는 마물들을 불로 다 구워 버리면서 내가 여기에 있다는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미궁 도시를 발칵 뒤집어 놓아요. 이 작품이 이세계 전생 먼치킨이었다면 그녀(스승)가 주인공이었을 테죠. 200년 전 염제 어쩌고라는 이명으로 불리며 세간을 공포(?)에 떨게 했던 그녀가 어째서 200년 후에 나타난 것일까. 흔히 마녀라면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하지만 마녀는 아니고요. 그녀도 마리엘라처럼 가사에 빠졌다가 깨어난 것뿐이라는군요. 개인적으로는 그녀(스승)의 복선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진행되길 바랐었습니다만.

 

아무튼 자신의 실력에 대한 믿음에서 오는 우월감인지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하고, 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마리엘라가 아주 골치를 썩습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제자(마리엘라)가 맨땅에 헤딩으로 일군 약방에 쳐들어가서 객식구를 자처하니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떠억 벌리게 하는 제주에서 남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줍니다. 버는 것 없이 먹기만 하고, 걸핏하면 술을 달고 사니 내가 기둥서방을 들인 것인지 스승을 모시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해요. 그래도 마음 착한 마리엘라는 군말 없이 스승을 잘 보살핍니다. 어릴 적 고아였던 자신을 주워 주었고, 연금술까지 가르쳐 주어서 입에 풀칠을 하게 해주었으니 그 고마움이란 이루 말할 수는 없겠죠. 작중엔 표현이 안되어 있지만요.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스승은 단순히 술주정꾼이 아니라는 걸 역설하기 시작하죠.

 

어릴 적부터 그녀(마리엘라)를 보살폈습니다. 그러니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도 있을 테죠. 작중엔 묘사가 안 되어 있지만요. 마리엘라가 생활하는데 있어서 위협이 되는 모든 걸 배제한다. 이쯤 미궁 도시를 관할하는 귀족은 미궁을 공략하기 위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을 하고 다른 곳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계획을 진행하는데요. 그 떡밥으로 포션을 제작해 배포한다고 공표를 함으로써 일단 성공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하죠. 마리엘라가 처음 미궁 도시에 왔을 때 연금술사라고 밝히지 않은 이유가 소리 소문 없이 붙잡혀 가서 죽어라 포션만 찍어내다가 객사할까 봐 비밀로 했는데 일단 정체는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포션을 찍게 한다지만 결국 미궁 도시에 왔던 그날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니까 포션을 힘닿는 데까지 만들어라라고...

 

참고로 이 시대는 연금술사가 귀해서 포션을 만들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 뭐 뻔한 미래가 기다리는 그런 시대입니다. 그리고 그 사단이 일어나죠. 연금술사를 노리는 괴한의 침입은 미궁 도시를 들쑤시고, 마리엘라는 또다시 좋아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라는 마음 아픈 일에 봉착하게 되죠. 자, 이럴 때 나서야 되는 백마 탄 기사님은 누구인가. 스승인가, 지크인가. 사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런 일련의 과정은 마리엘라가 미궁 도시로 오고,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보다 끈끈하게 하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 '지크'와의 관계를 더욱 가속화 시켜 가죠. 결국은 새로운 남자 주인공 없이 '지크'라는 이미지로 보면 절대 주인공같이 생기지 않은 그런 사람과의 인연을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랄까요.

 

그래서 필자는 집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건 아니지만 남자 주인공으로써 그는 임팩트가 매우 낮았거든요. 노예인 자신을 주워주고 병을 고쳐주고 있을 곳을 마련해준 그녀에게 호감을 품고 나아가 사모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마치 사극의 마님과 돌쇠의 관계를 보는 듯한? 이게 굳어져 버리니까 왠지 몰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4권은 구입하지 않으려 했어요. 작품 자체가 주체할 수 없는 가벼움이 있고, 연금술로 포션을 만들어내는데 의의를 두고 있으니 흥미 포인트 찾기가 많이 힘들죠. 그래서 그런지 주변 인물 집안 사정도 마구 비춰대서 이야기가 중구난방이 되기도 합니다. 대체 이 이야기가 마리엘라랑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하는 물음을 던질 때가 많았군요.

 

그렇게 포션 양성화 계획이 발동되고 미궁 도시가 활성화되어 가면서 뜻하지 않게 200년 전 스탬피드가 왜 일어났는지 하는 느닷없는 전개가 펼쳐집니다. 왕국을 쫄딱 망하게 하고, 마리엘라로 하여금 가사에 빠져들게 한 사건. 이야기가 줄곧 주체할 수 없는 가벼운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이야기기 진지해지는데요. 스포일러라 자세히는 언급 못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람의 이기심과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에서 결국 신선함은 없었군요. 아닌 게 아니라 희귀한 연금술사라는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살리지를 못한다고 할까요. 스탬피드는 복선이 가져온 무게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는데, 거기다 '지크'의 선조까지 들먹이며 남자판 신데렐라를 연출하는 것에서 정말 이 작품을 구입한 것에 급 후회를 들게 하였습니다.

 

맺으며, 지크의 출신에서 황당함을 감출 길이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지크에 대한 필자의 인식이 낮았던 것도 원인이긴 한데, 일러스트가 그 작품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작품이랄까요.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어딜 봐서 지크가 남주에 맞는지 도통 모르겠더군요. 자존감은 한없이 낮아, 자신을 주워준 고마움에 기사를 자처하지만 능동적인 행동은 거의 없어, 그래서 보다 못한 스승이 그를 한 명의 남자로 만들기 위해 엄청 굴리는 것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군요. 여기에 작중 주체할 수 없는 가벼운 분위기까지 합쳐지니까 나무야 미안해로 귀결 되는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히로인 마리엘라에게도 문제점이 많아 보입니다. 자신을 이성으로 좋아해 주는 링크스를 그렇게 떠나보내고도 성장이라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죠. 링크스가 그렇게 된 원인도 마리엘라의 잘못이 일부분 있는 만큼 앞으로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다짐한다거나 포션으로 신체를 강화한다거나 그런 것보다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흘러가면 흘러가는 데로만 사는 모습을 보이죠. 이번에 미궁 도실 활성화를 위해 포션을 대량 제조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을 때도 기득권에 의해 스승이 아니었으면 납치되거나 죽었을 텐데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뭐 이런 희로인이 다 있나 싶더군요. 뭐, 결국 친구가 대신 끌려갔다는 이야기에서 그제야 정신 차리긴 합니다만. 왜 갑자기 지크를 의식하냐고요. 애가 정신을 못 차립니다. 요점은 작가의 능력 부재가 불러온 참사랄까요. 3권에서 하차하려 했는데 스승이 나온다고 해서 구입했더니 이 꼴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