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2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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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살이 되어 인생의 꽃이 핀다면, 남자라면 당연히 가야 되는 길이라 여기며 모험가라는 꿈을 좇아 호기롭게 도시로 나갔지만 누구나 다 성공한다면 이 세상은 지옥이겠지라는 것마냥 세상은 남자에게 너의 길은 여기까지라고 선언해버렸습니다. 한쪽 다리를 잃고 태어났던 고향인 한적한 시골 마을로 내려와 남은 여생을 보내는 남자에게 다가온 따스한 봄날에 핀 들꽃 같은 만남. 숲속에 버려진 아이를 만났을 때 남자는 어떤 마음으로 그 아이를 키우려 했을까. 남은 청춘을 그 아이를 위해 모두 써버렸던 그, 그런 아버지였기에 딸은 아버지를 세상 둘도 없이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모험가였던 아버지를 동경해 자신도 모험가의 길을 걸었던 딸은 겨우 얻은 휴가를 이용해 아버지가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청춘을 받쳐 자신을 길러주었고, 올바르게 세상을 살아가게끔 모든 걸 가르쳐 주었고, 모험가로서의 능력을 곁에서 지켜봐왔던 그녀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우상 그 자체였죠. 그렇기에 그녀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었고,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모험가로써 훌륭하게 자랐습니다. 그리고 5년 만에 귀성, 이 작품은 가족 간 유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비록 피가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가족의 유대는 누구도 헤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안젤린은 그런 아버지를 과할 정도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아버지는 그런 딸의 응석을 받아줍니다. 평온한 일상, 아빠가 있고 내가 있어서 세상은 아름답다는 분위기를 마구 풍겨대는데 솔직히 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만. 삭막해져가는 세상에서 부녀가 보여주는 가족애는 훈훈함을 선사하죠.

 

그리고 안젤린의 동료 아넷사와 밀리엄까지 안젤린의 영향과 온화한 벨그리프(안젤린 아버지)의 성격에 녹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도 흐뭇하게 합니다. 특히 밀리엄은 인간들에게서 괄시를 받는다는 수인족(고양이)이라는 정체를 벨그리프에게 털어놓는데요. 그럼에도 그가 딸과 똑같이 대해주는 모습에서 오늘 처음 만났음에도 저를 양녀로 삼아주세요라는 분위기를 풍기니 벨그리프는 부모로서의 능력은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남자로서의 매력은 꽝이라는? 참고로 벨그리프는 42살 먹은 총각인데요. 보통 이런류의 작품에서는 아무리 나이차가 심하다고 해도 연애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런 눈살 찌푸려지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여느 판치라물 같이 걸핏하면 속옷 보여주고, 우연을 가장해 알몸을 보여주고, 그런 싸구려를 과감하게 버림으로써 얻는 훈훈함이 있다고 할까요. 그래서 안젤린이 조금 과도하게 스킨십을 한다던지, 한 이불 덮고 자는 모습에서도 가족으로써의 자연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남자 주인공이 헤프지 않은 것에 오는 히로인들의 호감의 한 형식이라고도 할 수 있죠. 볼을 부비부비 해도, 남자의 가슴팍에 뛰어들어도 흑심을 품지 않으니 안심하고 몸을 맡길 수 있는 존재. 바꿔 말하면 주인공은 둔감형이라면 좋은 말이고 고자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는데 나이차를 보면 사실 손대는 건 범죄죠. 아무튼 그래서 그럴까요. 고을을 다스리는 백작가의 영애조차 그에게 대시를 해대면서 벨그리프의 인생은 파란만장해지기 시작합니다.

 

안젤린이 아버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적귀]라는 있지도 않은 전설을 부풀려 온 대륙에 다 퍼트리는 바람에 아버지는 사면초가랍니다. 가는 곳마다 영웅보다 더한 대접을 받으니 이보다 난처한 일이 또 있을까요. 그동안 수련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지만 그(벨그리프)의 모험가로서의 생명은 일찍이 끝났고 마지막 모험가였을 때의 등급도 E랭크, 조무래기 그 이상은 아닌 그가 어찌 된 일인지 딸의 명성과 함께 최강 전설을 흩뿌려대고 있었으니. 당연히 아버지는 마음고생을 많이 하게 되죠. 도로 정비를 위해 찾아간 백작가의 영애 헬베티카는 눈이 반짝반짝, 사샤는 스승님이라며 달라붙고, 안젤린은 헬베티카가 새엄마가 되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 상황은 벨그리프의 명성은 진짜라고 쐐기를 박듯 1권에서 처치했다고 여긴 마왕 동조자들의 내습은 벨그리프의 주가를 몇 단계나 끌어올리고야 맙니다.

 

하다못해 [적귀]라는 명성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 한다. 딸내미 뒤치다꺼리하느라 아버지는 오늘도 힘들답니다. 뼈는 마디마디가 삐거덕, 마왕 동조자라는 적들을 맞이해 아빠는 힘들어 죽겠는데 딸은 한다는 소리가 아빠 멋져~~~ 그녀의 머릿속엔 아빠는 대체 어떤 이미지일까. 성인에 가까운 17살이 되어도 마냥 어린애 같은 안젤린의 순수함은 어린아이의 그것과 동일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아빠는 힘을 내봅니다. 딸내미가 훨씬 더 강하지만, 자신은 힘이 없다 해도 최선을 다해 손을 뻗어 사람들을 지키려는 중년 아저씨의 고군 분투가 상당히 눈부시죠. 그렇기에 히로인들은 그와 나이차가 있든, 그의 몸에 장애가 있든 전혀 상관하지 않고 대시하는 모습에서 으레 인간으로서 나아가야 될 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맺으며, 70여 개체나 있다는 마왕과 그 마왕을 부렸다는 솔로몬의 복선, 그걸 추종하고 동조하는 자들의 출현, 그리고 안젤린의 정체가 조금 밝혀지면서 전체적인 이야기 윤곽이 보였습니다. 사실 마물이 서식한다는 숲에서 갓난 아이가 홀로 있었다는 게 의아한 부분이었죠. 이게 조금 해소가 되었습니다. 결국은 가족 간의 유대를 보여주며 어떤 위협이 들이닥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 했군요. 그 아이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요. 마치 역할이 바뀐 '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의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그건 그렇고 하루 종일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역설하고 부비부비 과도한 스킨십을 하는 통에 사실 좀 질립니다. 하지만 작가가 이런 이야기들을 감성적이고 파스텔톤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식상하거나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요. 가령 초봄 아침 서리가 내린 언덕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는 장면을 설명하는 부분의 디테일은 대단하다 할 수 있었군요. 마치 잃어버린 듯한 어린 시절을 떠 올리게 해서 가슴 한켠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아련함을 느끼기도 하였군요. 다만 기승전결이 좀 아쉽게 다가옵니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적과의 싸움도 그렇고... 잠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개그가 좀 있었다면 9점까지도 줄 수 있었겠는데 거의 없다시피 하니 아쉬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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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제로 2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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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에 이어 나이즈까지 무사히 영입을 하면서 밀레디는 세계정복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되었습니다. 망할 민폐X으로 요약할 수 있는 그녀의 활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고구마를 트럭째 선사해주었죠. 마왕(신)을 쓰러트리러 가면서 동료는 모아야겠고, 힘 좀 쓴다는 남정네에게 말을 걸었더니 앞가림이나 잘 하시지라는 말을 듣는다면 며칠은 삐질 수 있겠건만 우리의 철면피 밀레디는 내뱉는 말은 있어도 들어오는 말은 죄다 블랙홀에 집어넣는지 세상 철면피가 따로 없다는 것마냥 불굴의 의지로 들이밀은 결과 성공적으로 하렘을 만들었군요. 아닌 게 아니라 셋이 노닥거리는 분위기가 좋습니다. 상업지를 너무 봤나 싶은 게, 필자의 심정을 대변하듯 여관 겸용 식당에 들렀을 때 여급이 그런 관계(3ㅍ)인 줄 알고 얼굴을 붉히는 거 보니 작가도 노린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런데 3명으로는 레이드 뜨기엔 뭔가 모자라는 감이 있군요. 그래서 서쪽 바다에 있다는 성녀의 소문을 주워듣고 그녀를 영입해볼까 합니다. 안디카라는 섬에서 전해져오는 [서쪽 바다의 성녀]라... 이들은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길을 떠나요. 필자는 밀레디가 이번엔 또 어떤 민폐짓을 보여줄까 가슴이 두근두근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상대의 입장 따윈 개나 줘버리고 프리티 한 밀레디랑 함께 레이드 뜨러 가자고? 밤낮없이 찾아오고 뚜뚤겨 패서 쫓아내도 다음날이면 아무렇지 않게 찾아온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고약한 건 밀레디의 마법적 능력은 신대 마법 사용자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게 출중하니 이쪽이 아무리 능력으로 내쫓아도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기뻐하며 달라붙으니 진심 스토커에게 쫓기는 기분이 과연 이런 걸까 싶었을 겁니다.

 

그 기분의 희생양이 될 새로운 존재를 찾아 3만 리가 시작되는데...

 

세상 모든 깐족거림은 다 모아놓은 듯 밀레디의 깐족거림은 더욱 진화해서 읽는 독자조차 혀를 내두르게 하는군요. 서쪽 바다의 성녀를 찾아 여행을 하며 오스카를 먹잇감으로 삼아 밀레디가 선보이는 깐족거림은 미친X 그 이상은 아니라는 듯 거침이 없습니다. 그녀의 깐족거림은 나이즈도 비켜가지 못해 그의 약점을 잡아 깐족거리는 모습은 죽을 때 곱게 죽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낳아 버리죠. 이미 본편에서 이들의 여행 종착지는 정해져버렸으니 아마 이들의 끝을 고하게 되는 원인의 9할은 밀레디의 깐족거림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밀레디를 제외한 그녀의 동료들이 처한 현실은 비참하다 할 수 있습니다. 노파심에서 쓰자면 굴욕적이고 시산혈해의 비참함이 아니라 뭔가 말싸움에서 진 기분의 비참함이라 하겠군요.

 

그렇게 밀레디의 깐족거림으로 고구마가 트럭째 오가는 끝에 안디카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는 교회에서 낙인찍은 이단자의 낙원, 동시에 신에게 버림받은 지옥, 신앙 없는 자의 유배지, 이단자로 몰려 도망친 끝에 다다른 망망대해의 섬, 그곳에서 밀레디를 위시한 오스카와 나이즈는 성녀를 수소문해봅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블랙뻘의 해적선에 관한 소문은 이들에게 있어서 길조일까 흉조일까.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의지' 아이들이 마음 놓고 웃고 떠드는 세상, 그것을 위해 여행을 떠났던 밀레디를 맞이하는 건 무엇. 처형인의 일족으로써 묵묵히 이단자들을 처형 해왔던 그녀의 눈을 뜨게 만들었던 벨타라는 여성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에피소드가 시작됩니다.라고 했지만 작가가 자신은 중2병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이 작품에서 심각함은 찾아볼 수 없군요.

 

이대로 리뷰를 끝내기엔 뭔가 허전하니 이 작품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제일 많이 차지하는 밀레디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해보자면요. 그녀는 신입생을 동아리에 입부 시키려는 선배의 끈질김과 유흥점 삐끼처럼 집요함을 겸비하였죠. 남의 말을 안 듣습니다. 정중히 거절하고 갈려는데 자꾸만 소맷자락을 붙잡아요. 그래서 약간 성질내며 놔주세요. 해도 안 놔줘요. 울컥해서 한대 때리면 그때부터 말려들어가게 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죠. 근데 이런 깐족거림과 민폐 덩어리의 클리셰라고 해야 될까요. 이야기는 그녀의 이런 행동 뒤에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사는 세상을 위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자유로운 의지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짊어지고 있기에 나오는 행동이라고 역설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그런 그녀의 이면을 들여다본 오스카와 나이즈는 그녀의 뜻을 같이 하고자 하죠.

 

그녀의 깐족거림 이면에 무엇이 있을까. 읽는 내내 이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가족을 참살하고 홀로 세상에 나와 [해방자]의 리더가 되어 십자가를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투쟁은 험난하기 그지없죠. 작디작은 소녀가 홀로 세상에 맞서 가야 되는 외로운 투쟁, 꺾일 거 같은 마음을 애써 웃음으로 감추려는 연약한 모습, 그런 처절함을 감추기 위해 그녀는 깐족거림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그걸 봤기에 오스카와 나이즈는 그녀를 위해 목숨을 던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걸 중2병으로 분위기 다 말아먹는 작가의 센스는 덤이고,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라는 듯, 밀레디 강화판의 등장은 그녀(밀레디)를 궁지로 몰아넣죠. '메일'이라는 해적 소녀(20대를 소녀라 불러도 되는지)의 등장은 깐족거림의 대명사 밀레디를 격침 시켜버리는게 상당히 통쾌합니다.

 

뭐, 그렇습니다. 성녀 찾아 3만 리의 끝에서 쉽게 쉽게 일이 끝난다면 오죽 좋겠습니까. 블랙뻘의 저주가 시작된다고 할까요. 성녀 찾아 머나먼 바다 한복판까지 와서 이들이 본 것은... 과연 밀레디는 무사히 성녀를 찾아 동료로 맞아들일 수 있을까. 그전에 밀레디의 깐족거림을 못 견디고 성녀는 자/살 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찾아오는 교회 신자들과의 싸움, 이미 본편에서도 이골이 났지만 중2병식 마법과 대사가 엄청 날아다닙니다. 오글오글. 갑자기 가족적 분위기도 이어지고 남의 가정사도 뒤지고 참 바쁘게 450여 페이지의 분량을 허투루 쓰지 않는 작가의 능력이 좋습니다. 부끄러움은 읽는 자의 묷이라는 것마냥, 라이트 노벨의 정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과 합쳐진 앙상블은 다음 권은 오글거려서 못 보겠다 싶을 정도죠.

 

맺으며, 하도 가볍게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이러니까 종국에 그 꼴 나지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더군요. 이런 흐름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애니메이션 보다 보면 여자애를 찬양하며 마지 텐시(진짜 천사) 같이 오글거리는 거 있잖아요. 밀레디의 깐족거림과 합쳐져 거의 300여 페이지 가깝게 이런 오글거림이 이어지다 보니 읽기가 참 힘들었군요. 나쁘다는 건 아닌데, 본편에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긴 한데, 밀레디의 깐족거림과 어우러지니 민트 케이크처럼 접하기가 겁난다고 할까요.

 

하아...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입니다. '메일'의 에피소드가 잔잔한 가족물 분위기여서 집중은 할 수 있었는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재미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라고 헷갈리실 텐데 필자는 웬만해서는 재미있다고 하지 않습니다. 재미는 주관적이기에... 그건 그렇고 초반에 세계정복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그냥 흥미를 끌까 해서 써놓은 것이고 진짜 목적은 신들과의 싸움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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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1 - 마오마오의 후궁 수수께끼 풀이수첩
쿠라타 미노지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유유리 옮김, 휴우가 나츠 원작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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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코믹을 먼저 접하고 라노벨을 평가 하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원래 라노벨을 원작으로 한 코미컬라이즈화가 진행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스킵은 피할 수가 없어요. 코믹계에서 제일 완성도가 높다고 하는 늑향만 하더라도 스킵이 상당히 이뤄졌죠. 던만추(외전 포함)나 소아온 프로그레시브등 내로라하는 코믹들 역시 스킵은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건 그걸 느끼지 못하게 하는 코믹 작가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어떠한가를 논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본론부터 말하자면 1권만 읽고 2권은 주문하지 말걸 그랬다는 후회였군요.

 

늘 코믹화되면서 내용이 얼마나 충실하느냐도 있지만 작화도 그에 못지않게 평가 기준이 되죠. 사실 이런 건 주관적이라서 누군 잘 그렸네, 누군 못 그렸네 등 설왕설래할 수 있는 부분이고 필자는 사실 중립을 지키려고 끊임없이 노력 중이지만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서슴없이 말하곤 하는데요. 필자 주관적으로 언급해보자면 '노력 좀 하셔야겠습니다.' 원작의 인기에 편승해 묻어 갈려 하지 말고 작가 본연의 힘과 느낌으로 밀고 나가야만 살 수 있겠다.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었는데요. 사실 만화라는 취미에 발을 들이고 남들보다 조금 더 봐왔던 필자로써는 초창기엔 어쩔 수 없는 작화여도 갈수록 일취월장하는 작가들을 많이 봐왔던지라 이 작품도 그걸 가능성을 보이긴 하였군요.

 

아무튼 국내에서도 꽤나 인기작이어서 이미 많은 분들이 원작인 라노벨을 보셨겠지만, 그래도 조금 언급해보자면요. 유곽(창관)에서 약사인 양아버지를 도와 약사의 길을 걷고 있었던 '마오마오'라는 소녀가 인신매매되어 후궁에 팔려가 허드렛일을 하다가 약사로써 능력을 인정받아 생활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거기에 천재는 아니지만 수재에 버금간다는 비상한 머리를 이용해 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해나간다는 것도 가미되어 있죠. 요컨대 명탐정 코난이 장래 취직할 자리를 약사로 정했다고 보시면 되려나요. 다만 마오마오의 본업은 약사이고 부업이 탐정이지만요.

 

후궁에서의 삶, 딱히 왕의 눈에도 들 일도 없이 그저 빨래나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그녀에게 후궁은 감옥 그 이상은 아니었군요. 그런 그녀에게 앞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도록 강요하는 중요한 사건이 터지는데요. 상급 비(妃)인 코쿠요와 리화의 갓난 자녀들이 원인 모를 병을 앓고 있는 걸 발견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꼬여만 가게 되죠. 화장을 위해 얼굴에 바르는 어떤 하얀 가루가 일으킨 왕자와 공주의 죽음의 위기. 나서는 걸 싫어했던 마오마오는 그녀만의 표현 방법으로 두 상급 비에게 해결 방법을 적은 연통을 넣으나 한쪽의 아이는 살고, 한쪽의 아이는 죽어버리는 행운과 비운을 동시에 맞고 맙니다.

 

여기까지라면 영아 사망률이 높은 시대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살 수 있었던 아이는 천운이고, 죽은 아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게 이 시대의 평범한 인식이었죠(이 부분은 원작인 라노벨에서만 표현된). 그렇게 끝났으면 마오마오도 그냥 빨래나 하며 계약 기간이 끝나는 1년하고 수개월 뒤에 다시 유곽으로 돌아갈 수 있었건만. 해결 방법을 알려준 은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는 모친의 의뢰를 받은 고자 환관 '진시'가 그녀를 찾아오면서 평온했던 마오마오의 후궁에서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리죠. 사람은 첫인상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했던가요.

 

이쪽의 의향은 아랑곳하지 않고 실실 웃으며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어 희희낙락하는 진시의 첫인상은 그녀로 하여금 언젠가 그 면상을 할퀴어 줄 테다라고 할 만큼 최악이었으니. 질이 나쁜 건 그저 평범한 고자 환관이 아니라 나름대로 권력을 부릴 수 있는 고위 관리라는 것에서 마오마오가 그(진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차갑기만 하다는 게 이 작품의 최대 포인트인데요. 평민 입장에서는 잘못하면 목과 몸통이 분리될 수 있는 상황 가령 사건 해결이라던가 약을 만든다던가를 진시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에게 들이밀며 마치 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통에 조용히 살고 싶었던 마오마오는 죽을 만큼 그가 미울 수밖에 없게 되죠.

 

그렇게 마오마오는 진시에게 불려가 살아남은 아이의 모친의 독 시식 담당이 되어 후궁에서의 남은 생활을 이어가게 됩니다. 문제는 단순히 그런 생활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마치 그녀를 기다렸다는 것마냥 사건이 일어나요. 그리고 진시는 마오마오를 닥달해서 사건을 해결하려 하죠. 자기도 나름대로 머릴 굴리면서도 마오마오를 그냥 재미있는 장난감 취급하며 일일이 그녀의 반응을 즐기는, 그런 기질 때문에 더욱 미움받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정신병 환자랄까요. 이게 훗날 그런 인연으로 흘러갈지 지금은 몰랐겠죠. 궁금하면 원작을 보시길, 필자의 추천작입니다.

 

맺으며, 스킵이 장난 아니게 심하군요. 원래 코믹화되면 스킵은 피할 수 없다고 위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미약 사건은 통으로 편집된 듯한 그냥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알리는 수준이고(사실 원작 라노벨 1권에서 최대 포인트중 하나이죠), 마오마오의 비이상적인 독 오타쿠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왼팔 사연도 그냥 미친X 수준으로만 표현되었군요. 이것으로 인해 오해를 사버린 비취궁의 시녀들의 호들갑도 개그로써 흥미로운데 생략되었고, 리화 비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에피소드는 말 못할 정도로 처참하군요. 리화 비의 애절한 대사는 이 작품의 백미였는데... 작화는 1권인데도 뒤로 갈수록 나아지고 있어서 앞으로 기대는 되는데 스킵 부분에서는 암담하네요. 이러다 추리 부분에서도 스킵이 일어나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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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 8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이경인 옮김, M다 S타로 일러스트 / 서울문화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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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 부활해버렸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깨끗할 거 같았던 성녀의 지저분한 과거와 탐욕에 의해 부활은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걸 막으려 했던 다나카는 국제적으로 역적이 되어 있군요. 본 작품의 작가의 차기작인 '니시노'라는 작품에 보면 세계는 이케맨 위주로 돌아간다고 역설하기도 하는데 누가 같은 작가가 아니랄까 봐 여기서도 신랄하게 외모지상주의를 까데기 하기 시작합니다. 간장 얼굴과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성녀의 말 중에 누구의 말을 더 믿냐는 뭐 계급과 정치적 발언력을 떠나서라도 후자에 귀를 기울이는 건 뻔한 것. 그래서 다나카는 위기를 맞아 갑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다나카에겐 심각한 고민이 있었는데요. 몇 달 만에 수도로 돌아왔더니 부하의 와이프가 글쎄 바람이 나버렸던 것, 유능한 부하를 잃을 수 없었던 다나카는 발 벗고 그(부하)를 도와주게 되는데 마왕은 토벌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이미 세계는 쑥대밭이 되어 가고 페니 제국(다나카가 체제 중인 나라)도 마왕의 공격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아주 심각하게 흘러가는데 말입니다. 그걸 반증하듯 대성국(성녀가 사는 나라)은 다나카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고 페니 제국은 성녀의 말을 외면 못하여 다나카를 잡아다 투옥을 해버려요. 절체 절명의 위기 속에서 어떻게 해야 되나, 사실 다나카야 모가지가 몇 번을 잘리더라도 그에겐 그닥 아무런 일도 아니긴 합니다만.

 

일단 마왕은 마왕이고 지금은 부하 와이프 불륜을 더 시급히 해결하고 싶은데 이야기는 요상하게 흘러갑니다. 그가 노력하면 할수록 어찌 된 게 다나카의 여난(女難)은 어디까지 흘러갈까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할까요. 그동안 간간이 얼굴만 비추고 특수한 성벽이 있다는 복선을 투하했던 왕녀의 등장은 다나카를 마왕 이상으로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분코로리 작가에게 걸리면 멀쩡한 히로인이 없다는 걸 이 작품과 니시노를 통해 잘 표현되어 있는데요. 왕녀도 가세합니다. 에스텔만 해도 버거워 죽겠는데 왕녀는 그보다 더 심한 성벽으로 들이대니 동정의 멘탈은 견딜 수가 없어요.

 

게다가 학원도시에서 구해줬던 오토코(여장 남자 애)까지 막대기를 들이대면서 에스텔 버금가는 짓을 해대고 있으니 다나카로써는 사면초가가 아닐 수 없게 되었죠. 이젠 히로인만이 아니라 낭자애까지 섭렵하는 글로벌하게 판이 커진다고 할까요. 문제는 일이 안되려면, 항상 세상은 좋은 쪽보다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라는 듯 주변에서 오해를 사버리는 통에 온통 고추밭을 경험하게 된다는 거죠. 평소에 그렇게 외치던 섹X 망상에 벌을 내리려는 듯 거침이 없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는 거야말로 주인공의 본분, 마왕 타도를 조건으로 왕과 협상을 하며 다나카는 실낱같은 생명 연장의 꿈을 꾸기 시작하죠.

 

그런데 괜히 러키 스테이터스가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것마냥 주변에서 도와주지를 않네. 특히 에스텔은 리타이어 된 줄 알았건만 기사회생해서는 다나카가 일궈놓은 실낱같은 기회를 묵사발로 만들어 버리면서 그녀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기억은 이미 오래전에 돌아왔고, 아닌척하고 돌아다니긴 했는데 골수 다나카빠인 그녀가 그의 곁에서 이전 성격을 연극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 하느님 같은 다나카를 비난하고 감옥에 처박히게 해줬던 성녀를 그녀가 가만히 내버려 둘 리는 만무하죠. 에스텔의 특징은 특이한 성벽만이 아니라 행동력도 들 수가 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일관된 행동을 보여줬던 그녀가 관심사가 바뀐다고 해서 수그러지진 않을 터, 그렇다면 행동만이 있을 뿐이죠. 문제는 그 뒷감당을 그녀가 하지 않는다는 것.

 

이런 판국에 에스텔만 해도 버거워 죽겠는데 왕녀까지 완전히 S가 되어서 이놈 저놈 가리지 않고 설치면서 히로인들이 어디까지 망가질까를 두고 대회를 열기 시작합니다. 이에 질세라 로리곤 크리스티나에 이르러서는 그 정점을 찍어주는데요. 띠지에도 쓰여 있었으니 여기서 언급해보자면, 작품 내에서 마왕 혹은 그 이상이라고 일컬어지는 에이션트 드래곤인 크리스티나가 글쎄 임신을 하였다고, 아빠는 뭐 들으나 마나죠. 거기다 소피아가 대성국에서 몰래 들고 온 하얀 가루를 먹고 완전히 뽕쟁이가 되어 버리면서 이야기는 난장판이 되어 갑니다. 참고로 노파심에서 쓰자면 이게 싫다는 게 아니라 이 직품의 핵심 흥미 포인트라는 것입니다.

 

아무튼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졸지에 국제적 역적이 되어 평생을 감옥에서 썩을뻔하였지만 괜히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마냥 실낱같은 희망을 끄집어내는 게 참 흥미롭죠. 사실 머릿속엔 온통 섹x라든지 성희롱 밖에 생각이 없는 주인공이라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만. 그걸 밖으로 표출하지 않으니 크게 태클 걸 여지는 없어 보이는 게 이 작품만의 특징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사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예전만 못해지기도 했죠. 문제는 주인공이 나대지 않는 반면에 히로인들이 설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요. 특히 에스텔과 왕녀는 거침이 없습니다.

 

맺으며, 기승전결이 아쉽군요. 사실 돌이켜보면 뭐하나 제대로 된 게 없죠. 다나카가 귀족이 되고 마을을 건설하긴 했지만 이건 하나의 흐름일 뿐이고요. 여타 히로인들과는 걷 돌고 에스텔과는 엇갈리고, 다나카는 지레짐작으로 넝쿨째 들어온 호박을 발로 뻥 차버리면서 본인은 그걸 자각하지 못하는 둔함. 그런 주제에 여자로 하여금 배려 받는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화술은 여전. 그로 인해서 히로인들에게 미친 영향은 막대해서 에스텔이라는 괴물을 낳아 버렸다는 자각은 없어요. 에이션트 드래곤조차 처녀 임신하게 만드는 실력은 가히 난봉꾼 엘렌을 뭐라 할 입장은 아니라는 것에서 질이 더 나쁘다고 할까요. 하지만 상황적인 개그는 그걸 상쇄하고도 남으니까... 그러니까 필자는 하차하지 못하고 보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군요.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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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노 2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마타논키 그림, 원성민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여전히 글도 깁니다.

 

 

 

뭐, 확실히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있긴 합니다. 비단 픽션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비싼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사이에 38선이 생기는 거 보면 이 작품에서 표현하고 있는 카스트도 허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 내 외모지상주의 사상에 찌든 고등학교라는 자그마한 사회를 이룬 곳에서 외모 중위권 이하는 인간 취급도 안 해주는 모습을 보면 참 씁쓸해요. 외모와 제력을 동일선상에 두고 인간을 판단하는 건 좀 그렇긴 하지만, 넓은 면에서 본질은 같은 거니까요. 사실 이런 부분은 픽션이니까로 치부해버리면 그만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전적으로 읽는 사람에 달렸다고 하겠죠.

 

니시노는 그냥 송충이는 솔 잎만 먹고살아야 된다는 진리를 계속 실천했더라면 어땠을까.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타인과의 접점을 만들지 않고 나아 갔다면 적어도 비참한 현실은 직시하지 않아도 되었을 터. 하지만 그래서는 재미가 없겠죠. 그래서 터부시 혹은 배덕감을 얼마나 충실히 표현하느냐에 따라 집중도의 높 낮이가 정해지고, 그 높 낮이에 따라 작품의 선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그런 표현력에 있어서 매우 충실하다 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터부시 되는 인간의 존엄을 살살 건드려 집중도를 높이고, 양심을 저버리면서까지 타인의 존엄을 짓밟는 모습은 현실이나 픽션이나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군요.

 

아무튼 니시노는 오늘도 커뮤니 장애에서 오는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문화제를 준비 중인 A반(니시노 학급)에서 그는 오늘도 걸레를 들고 바닥을 열심히 닦고 있군요. 그의 곁에서 반장 '시미즈(여학생)'는 마치 오물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니시노에게 작업 지시를 내리고 있고요. 사실 반에서 왕따 당하게 된 시초는 시미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합니다. 문화제 준비 첫날에 자기의 위치를 모르고 설치는 니시노가 못마땅하게 느껴져서 하대하듯 대한 게 시작이었죠. 그전에 송충이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니시노에게도 잘못은... 없겠죠. 왕따 당한 사람이 잘못이 아니라 왕따시킨 사람이 잘못이니까요.

 

그렇게 니시노의 카스트 등급은 반을 벗어나 전교에서도 최하위에 이르게 되고 말아요. 갈수록 그의 학원 라이프는 시궁창을 넘어 지옥으로 들어가고 있었는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급기야 문화제 수익금이 도둑맞는 일이 벌어지고 그 도둑으로 니시노가 지목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으레 제일 못난 놈이 범인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카스트 제도이죠. 사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고 있으면 그냥 괴롭힘으로 희열을 느끼는 저급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걸 극복하고 괴롭히는 상대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전형적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고요.

 

하지만 이전 작 '다나카'를 보셨다면 분코 로리 작가의 성향을 알 수 있기도 하죠. 주인공이 빛 보는 일은 없다고, 그리고 멀쩡한 히로인도 없다는 걸 알 수 있고요. 거기에 외모지상주의를 표방하는 이야기에서 내면을 들여다보는 히로인 따위 있을 수도 없습니다. 이 작품에서 그런 대표적인 히로인이 시미즈가 되겠죠. 얼굴로 모든 걸 판단해서 니시노가 범인이 아님에도 몰고 가려는 투철한 준법정신은 정말 눈물을 앞을 가리죠. 이게 다 그의 면상이 찌부러진 개구리 같아서일까요. 근데 니시노의 내면을 보려고 해도요. 입만 열었다 하면 시니컬한 애늙은이같이 말을 해대니 도통 감정이입이나 동조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게 그가 괴롭힘당하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태어나면서 얼굴을 온라인 게임처럼 고를 수도 없는 걸. 그렇다면 찌그러져 있기나 하던지라는 게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모든 히로인이 느끼는 공통점이라 공통점이라는 점에서 니시노의 입장은 정말로 처참하다 할 수 있죠. 근데 사실 외모야 그렇다 처도 말투에서도 누가 커뮤니 장애 아니랄까 봐 듣는 입장에서 짜증을 솟구치게 하는 것도 원인이기도 합니다. 정작 문제는 본인은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더 골치 아픈 거죠.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왕따 당하는 원인 제공을 솔선해서 하고 있으니 동정하려 해도 해줄 수 없는 특이한 주인공이랄까요.

 

그런 와중에 등장한 '로즈'라는 금발 로리는 니시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뒷세계 동종 업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경쟁관계라는 입장에서 서로 죽여야 되는 팔자. 얼떨결에 그녀를 구해주면서 인연을 맺은 건 좋은데, 썩어도 준치라고 그녀가 품은 마음을 간파한 덕분에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게 천운이라면 천운이라고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서면서 서술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로즈와는 평범하게 대화를 잘 해요. 그런데 다른 이성과의 대화는 원활하지 않는 이상함. 시미즈라는 여학생도 그런 점에서 많이 의아해하기도 하죠. 아무튼 지구 주위를 도는 달처럼 그가 가는 곳에 은근슬쩍 따라붙는 로즈의 정체는 무얼까.

 

"나는 지금 XXX를 생각하면서 자X하느라 바쁘거든?"

 

1권 리뷰에서 로즈를 머리에 꽃 꽂은 여자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평가가 틀렸으면 어쩌나 했는데요. 사실 전조는 있었습니다. 아무도 거들떠도 안 보는 개구리 면상을 전학 오자마자 어프로치를 해대고 급기야 목숨이 구해지고 본격적으로 대시하는 모습들에서 예사롭지는 않았죠. 주인공이 돼지 체형이든 간장 얼굴이든 내면이 괜찮다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히로인이 붙었는데, 로즈를 보며 이 작품도 그런 계열인가도 생각했었습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그녀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로즈가 죽을 위기에 처한 것도 사실 그녀가 꾸민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언급은 없군요.

 

무슨 말이냐면...

 

중반 이후로 분위기가 급변합니다. 추리물에서 기용하는 해답 편에 해당하는 이야기에서 로즈의 정체가 드러나죠. 이 부분을 보면서 과연 분코 로리 작가답다 했습니다. 이전 작 다나카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멀쩡한 히로인이 없다는 계보를 이 작품에서도 그녀를 통해서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흥미롭게 합니다. 사실 틀에 박힌 클리셰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분코 로리 작가의 손에서 쓰여진다면, 다나카를 보신 분이라면 예상 가능할 겁니다. 제대로 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을요. 노파심에 쓰자면 형편없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표현력에 있어서 거의 동인지 수준이죠. 그렇다고 복수물에서 흔히 보는 그런 동인지 같은 거라면 오산이고요.

 

그리고 니시노가 왕따 당하게 된 원인도 밝혀지죠. 시미즈라는 여학생은 그저 당겨진 방아쇠에 맞춰 목표물을 총알 선상에 갖다 세워 놓은 것뿐, 진정한 흑막이 모습을 드러낼 때 니시노는 어떤 결단을 내릴까. 여기서도 다나카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었군요. 다나카에게 빠져 죽고 못 사던 에스텔을 그대로 옮긴 듯한. 그래서 필자는 1권 리뷰 때 히로인 취급이 좋지 못하다고 언급을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3권을 리뷰를 위해서 범인을 밝히고는 싶지만(눈치 빠른 분이라면 알 텐데?), 이건 그때 가서 다시 언급하도록 하죠. 그저 니시노는 여자복이 없다고만, 그도 이제야 자신을 좋아해 주는 여자는 없다는 걸 눈치 까고 더 이상 청춘을 학교에서 찾지 않겠다는 부분에서 좀 서글퍼지기도 했군요.

 

맺으며, 이 작품이 시사하는 건 분수에 맞게 살자. 송충이는 솔 잎만 먹자.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이 작품에서는 사회적 매장). 얼굴만 보는 사람 중에 멀쩡한 사람 없다. 누명을 쓰면 차분하게 반박하자를 들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성을 기르자. 자신을 괴롭히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면 호구 밖에 되지 않는다를 보여주죠. 그럼에 인생의 승리자는 누가 될까. 부모를 잘 둔 금수저야 아무렇게 놀아도 금수저지만, 흙 수저는 노력하지 않으면 흙 수저일 뿐이라고 역설하는 게 아닐까도 싶었습니다. 벌써 자기 일을 하는 니시노와 노는 것에 정신 팔린 아이들. 니시노는 그 아이들의 허황된 꿈 이야기를 짓밟아 줄 수 있을까.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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