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2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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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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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살이 되어 인생의 꽃이 핀다면, 남자라면 당연히 가야 되는 길이라 여기며 모험가라는 꿈을 좇아 호기롭게 도시로 나갔지만 누구나 다 성공한다면 이 세상은 지옥이겠지라는 것마냥 세상은 남자에게 너의 길은 여기까지라고 선언해버렸습니다. 한쪽 다리를 잃고 태어났던 고향인 한적한 시골 마을로 내려와 남은 여생을 보내는 남자에게 다가온 따스한 봄날에 핀 들꽃 같은 만남. 숲속에 버려진 아이를 만났을 때 남자는 어떤 마음으로 그 아이를 키우려 했을까. 남은 청춘을 그 아이를 위해 모두 써버렸던 그, 그런 아버지였기에 딸은 아버지를 세상 둘도 없이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모험가였던 아버지를 동경해 자신도 모험가의 길을 걸었던 딸은 겨우 얻은 휴가를 이용해 아버지가 계시는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청춘을 받쳐 자신을 길러주었고, 올바르게 세상을 살아가게끔 모든 걸 가르쳐 주었고, 모험가로서의 능력을 곁에서 지켜봐왔던 그녀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우상 그 자체였죠. 그렇기에 그녀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었고,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모험가로써 훌륭하게 자랐습니다. 그리고 5년 만에 귀성, 이 작품은 가족 간 유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비록 피가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가족의 유대는 누구도 헤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안젤린은 그런 아버지를 과할 정도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아버지는 그런 딸의 응석을 받아줍니다. 평온한 일상, 아빠가 있고 내가 있어서 세상은 아름답다는 분위기를 마구 풍겨대는데 솔직히 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만. 삭막해져가는 세상에서 부녀가 보여주는 가족애는 훈훈함을 선사하죠.

 

그리고 안젤린의 동료 아넷사와 밀리엄까지 안젤린의 영향과 온화한 벨그리프(안젤린 아버지)의 성격에 녹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도 흐뭇하게 합니다. 특히 밀리엄은 인간들에게서 괄시를 받는다는 수인족(고양이)이라는 정체를 벨그리프에게 털어놓는데요. 그럼에도 그가 딸과 똑같이 대해주는 모습에서 오늘 처음 만났음에도 저를 양녀로 삼아주세요라는 분위기를 풍기니 벨그리프는 부모로서의 능력은 대단하다 하겠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남자로서의 매력은 꽝이라는? 참고로 벨그리프는 42살 먹은 총각인데요. 보통 이런류의 작품에서는 아무리 나이차가 심하다고 해도 연애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런 눈살 찌푸려지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여느 판치라물 같이 걸핏하면 속옷 보여주고, 우연을 가장해 알몸을 보여주고, 그런 싸구려를 과감하게 버림으로써 얻는 훈훈함이 있다고 할까요. 그래서 안젤린이 조금 과도하게 스킨십을 한다던지, 한 이불 덮고 자는 모습에서도 가족으로써의 자연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남자 주인공이 헤프지 않은 것에 오는 히로인들의 호감의 한 형식이라고도 할 수 있죠. 볼을 부비부비 해도, 남자의 가슴팍에 뛰어들어도 흑심을 품지 않으니 안심하고 몸을 맡길 수 있는 존재. 바꿔 말하면 주인공은 둔감형이라면 좋은 말이고 고자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는데 나이차를 보면 사실 손대는 건 범죄죠. 아무튼 그래서 그럴까요. 고을을 다스리는 백작가의 영애조차 그에게 대시를 해대면서 벨그리프의 인생은 파란만장해지기 시작합니다.

 

안젤린이 아버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적귀]라는 있지도 않은 전설을 부풀려 온 대륙에 다 퍼트리는 바람에 아버지는 사면초가랍니다. 가는 곳마다 영웅보다 더한 대접을 받으니 이보다 난처한 일이 또 있을까요. 그동안 수련을 게을리하지는 않았다지만 그(벨그리프)의 모험가로서의 생명은 일찍이 끝났고 마지막 모험가였을 때의 등급도 E랭크, 조무래기 그 이상은 아닌 그가 어찌 된 일인지 딸의 명성과 함께 최강 전설을 흩뿌려대고 있었으니. 당연히 아버지는 마음고생을 많이 하게 되죠. 도로 정비를 위해 찾아간 백작가의 영애 헬베티카는 눈이 반짝반짝, 사샤는 스승님이라며 달라붙고, 안젤린은 헬베티카가 새엄마가 되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 상황은 벨그리프의 명성은 진짜라고 쐐기를 박듯 1권에서 처치했다고 여긴 마왕 동조자들의 내습은 벨그리프의 주가를 몇 단계나 끌어올리고야 맙니다.

 

하다못해 [적귀]라는 명성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 한다. 딸내미 뒤치다꺼리하느라 아버지는 오늘도 힘들답니다. 뼈는 마디마디가 삐거덕, 마왕 동조자라는 적들을 맞이해 아빠는 힘들어 죽겠는데 딸은 한다는 소리가 아빠 멋져~~~ 그녀의 머릿속엔 아빠는 대체 어떤 이미지일까. 성인에 가까운 17살이 되어도 마냥 어린애 같은 안젤린의 순수함은 어린아이의 그것과 동일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아빠는 힘을 내봅니다. 딸내미가 훨씬 더 강하지만, 자신은 힘이 없다 해도 최선을 다해 손을 뻗어 사람들을 지키려는 중년 아저씨의 고군 분투가 상당히 눈부시죠. 그렇기에 히로인들은 그와 나이차가 있든, 그의 몸에 장애가 있든 전혀 상관하지 않고 대시하는 모습에서 으레 인간으로서 나아가야 될 길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맺으며, 70여 개체나 있다는 마왕과 그 마왕을 부렸다는 솔로몬의 복선, 그걸 추종하고 동조하는 자들의 출현, 그리고 안젤린의 정체가 조금 밝혀지면서 전체적인 이야기 윤곽이 보였습니다. 사실 마물이 서식한다는 숲에서 갓난 아이가 홀로 있었다는 게 의아한 부분이었죠. 이게 조금 해소가 되었습니다. 결국은 가족 간의 유대를 보여주며 어떤 위협이 들이닥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 했군요. 그 아이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요. 마치 역할이 바뀐 '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의 느낌을 받았다고 할까요.

 

그건 그렇고 하루 종일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역설하고 부비부비 과도한 스킨십을 하는 통에 사실 좀 질립니다. 하지만 작가가 이런 이야기들을 감성적이고 파스텔톤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식상하거나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요. 가령 초봄 아침 서리가 내린 언덕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는 장면을 설명하는 부분의 디테일은 대단하다 할 수 있었군요. 마치 잃어버린 듯한 어린 시절을 떠 올리게 해서 가슴 한켠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아련함을 느끼기도 하였군요. 다만 기승전결이 좀 아쉽게 다가옵니다. 인간관계도 그렇고, 적과의 싸움도 그렇고... 잠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개그가 좀 있었다면 9점까지도 줄 수 있었겠는데 거의 없다시피 하니 아쉬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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