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티아 이담 2 - 열사의 레퀴엠, V Novel
타케오카 하즈키 지음, 루나 그림,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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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하시고, 글이 매우 깁니다. 





딱히 보답받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고, 영웅으로 떠받들어지길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소환되었으니 도와주기로 했을 뿐, 11살의 나이에 이세계로 떨어져 대뜸 마신을 쓰러트리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만은. 그래도 나를 보살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힘을 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이슈안'이 걸핏하면 놀려댔던 것도 사실 모르는 땅에 떨어진 '리히토'의 마음이 불안해지지 않도록 분명 신경을 쓴 것이겠지. 엄격하면서도 자상한 검술 스승 '라나'의 가르침과 백발 노승의 지혜의 주머니는 그(리히토)의 마음을 이끌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다. 무서운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마신의 성에서 최후의 결전을 치르며 '이슈안'이 돌아오지 못하는 구멍에 떨어지기 전까진. '살려줘'라는 그녀의 마지막 말은 '리히토'에게 PTSD'를 안겨주기엔 충분하였으리라.


그리고 6년 후, 주인공 리히토는 어째서인지 또다시 6년 전 그 땅에 다시 불려 와 있었습니다. 마신의 부활, 또다시 동료를 모아 마신을 봉인하기 위해 길을 떠나나 6년 전 동료는 더 이상 없습니다. 어째서인지 돌아오지 못하는 구멍에 빠졌을 '이슈안'만이 그와 여행을 함께 하였죠. 그리고 6년 전의 마음을 이어 그녀에게 연심을 품어가는 리히토에게 들이밀어진 진실, 부활한 마신을 쓰러트리는 장소에서 운명의 여신은 리히토에게 가혹한 시련을 내렸습니다. 6년간 줄곧 그녀(이슈안)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살아왔던 그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만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는. 가짜 '이슈안'을 내 손으로 성불 시키는 것, 여행을 하며 현실을 부정해봤고, 가짜의 달콤한 말에 기댈 뻔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만 떠나보내야 할 시간.


이로써 부활한 마신을 다시 봉인하게 되었습니다. 공허한 마음이란 이런 것일까요.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운명의 여신은 시련을 뛰어넘은 자에게 보답을 내리기로 합니다. 이제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나뭇잎처럼 나 자신의 마음을 죽이며 살아갈 일만 남았던 그에게 내려지는 단 하나의 보답. 6년 전 구하고 싶었지만 구하지 못했던 그녀(이슈안)의 생환, 개선하여 민중의 열열한 환영이 무엇이더냐, 공주와 맺어지는 미래 따윈 없어도 된다. 금은보화 따위 없어도 된다. 그저 그녀가 옆에만 있어준다면, 6년이나 마음속에 맺혀져 있었던 응어리를 풀게 된 리히토는 이 상황이 꿈만 같았을 것입니다. 그녀의 정신이 11세에 머물고 있다는 걸 알기 전까진. 이슈안에게 6년이라는 공백은 리히토의 마음에 어떤 작용을 하게 될까.


마신을 무찔렀으니 왕이 치하하겠다며 부릅니다. 왕은 용사의 활약을 칭송의 말로 바꾸어 만인에게 퍼트리고 두둑한 보상을 내리지 않을까? 사람들은 이제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준 용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할까? 원래라면 그래야 정상적인 사회일 겁니다. 도움을 받았으면 고맙다는 말은 기본이죠. 하지만 바라지 않은 도움은 민폐일 뿐이라는 것마냥 주인공 리히토에게 들이밀어진 현실은? 어디서 굴러먹던 야만인일까라는 시선 일색이라는 것에서 이세계는 제대로 된 세계는 아니라고 역설하기 시작하죠. 아니 그전에 용사 일행의 생활상을 보여줬던 1권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내가 겪지 않은 일에서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지 알지 못합니다. 왕궁에서 멀리 떨어진 깡촌에서 벌어진 싸움 따위 내 알 바는 아니죠.


그래서 '제멋대로인 세상'인 것입니다.

마신은 용사만이 무찌를 수 있음에도...


하지만 주인공 리히토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습니다. 왜? 눈앞에 놓인 진상품의 물품 속에서 게임기를 발견해버렸거든요. 이것은 원래의 세계에 있던 물건, 그리고 이 게임기는 같은 학교를 다니던 '미치바 쿄코'의 것이기에. 그녀가 이세계에 와 있나? 원래의 세계에서 도서위원으로 함께 활동하며 리히토의 마음을 붙잡아줬던 유일한 존재인 그녀가 어째서 이세계에? 얄궂게도 운명의 여신은 또다시 그에게 시련을 던집니다. 리히토처럼 용사의 힘을 가지지 못한 그녀가 이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찾지 않으면, 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물리게 되죠. 그래서 길을 떠납니다. 뜬금없지만 이슈안의 애절한 마음을 모른 채 말이죠. 가짜와 사랑의 속삭임까지 주고받은 주제에 진짜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 리히토 덕분에 대환장 파티가 시작됩니다. 


괴리감일까요. 가짜와의 사랑을 진짜에게 대입 시키려니 괴리감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조금 멀리하게 되고, 그게 마음에 안 드는 이슈안과의 대립. 심약한 주인공 리히토 때문에 고구마가 트럭째 몰려 오기도 하죠. 결단을 내리는데 우유부단한 모습, 그리고 당초 이 여행의 목적은 미치바 쿄코를 수색하는 것이었으면서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그녀를 언급조차 하지 않습니다. 갈피를 못 잡는다고 할까요. 가짜와 지냈던 시간과 진짜와 지내는 시간 사이에서 소실한 감정, 가짜에게 속삭였던 마음을 진짜는 알리가 없기에 오는 괴리감, 이것만 해도 벅찬데 새로운 히로인 '우르스라'의 등장으로 리히토의 마음을 더욱 갈피를 못 잡게 합니다. 어찌 보면 참 현실적인 용사라고도 할 수 있죠. 용사라고 마냥 마음이 강한 존재가 아니라는 메시지랄까요.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은 1권에서 끝내야 했습니다. 1권에서는 그나마 주인공 성격에 문제가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2권에 들어서서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더라고요. 야만인이라든지 공을 가로챈 나쁜 놈 등 온갖 비아냥을 들어도 헤실헤실 웃기나 하고, 이슈안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않아 이야기를 난잡하게 만듭니다. 새로운 히로인 우르스라를 만나 그녀의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움직이면서도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우르스라로 하여금 움직이게 하는 미덥지 못한 모습이라던지, 마신을 쓰러트려 더 이상 세상의 혼돈은 없다고 기개 있게 말을 전달하면 좋으면만 우물우물하니 누가 믿어주나. 


제일 황당한 건 우르스라를 책임질 거 같은 행동을 보였으면서 이슈안과 다시 만났을 때 저뇬은 아무것도 아니고 자기가 멋대로 따르는 거라는 뉘앙스를 보였다는 것, 끝까지 미치바 쿄코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 뭐 이런 주인공이 다 있나 싶더군요. 아무튼 이런 주인공도 목숨이 노려지는 복선이 투하되었군요. 제발 판타지의 틀을 깨서 주인공이 죽는 장면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PS: 1권 리뷰를 잘못 쓰는 바람에 이번 2권 리뷰는 망해버렸군요. 1권에서 주인공 리히토와 이슈안의 관계를 보다 직접적으로 썼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번 2권 리뷰 중반부까지를 1권 리뷰에 썼었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2권 히로인 우르스라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언급하지 못했군요. 꽤나 애절하게 하는데... 이걸 다 말아먹는 주인공도 주인공이고... 그러고 보면 아닌 것처럼 행동하지만 이 작품도 은근히 주인공 하나에 히로인이 꽤 들러붙는군요. 이슈안과 우르스라, 그리고 3권에서 나올 미치바 쿄코, 덤으로 이번에 통역으로 등장한 토토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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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4부 귀족원의 자칭 도서위원 5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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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하세요.





이번 표지는 꽤 화려하게 나왔군요. 지금까지 나온 표지 중 제일 마음에 듭니다. 그만큼 '마인'에게 있어서 이보다 어울리는 옷과 색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우중충한 회색빛 세계관과 반대되는 색이랄까요. 그러나 그와 대조적으로 언니 투리의 외모적 성장과 조금은 나이 들어버린 엄마를 보여주며 세월 참 빠르다는 메시지도 던지고 있기도 합니다. 반대로 신식과 2년간 잠들어버린 영향 때문에 마인은 거의 키가 크지 않아서 여전히 외모만은 귀여운 모습을 보입니다만. 하는 행동은 악마가 따로 없지요.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는 명언을 새겨들으라는 것마냥 앞뒤 생각 없이 일을 저질러 놓고는 뒤치다꺼리를 아랫사람에게 다 떠맡겨서 위가 빵구나게 만들어버리는 건 세월이 흘러도 여전합니다. 그렇게 책을 위해 코뿔소처럼 저돌적으로 직진만 했던 나날을 뒤로하고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됩니다. 


종이 만들기와 인쇄가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독에 당해서 2년간 잠에 들었다 깨어났을 때,, 나만 놔두고 모두가 저만치 앞서가버린 세상에 굴하지 않고 더욱 독하게 마음먹은 마인은 영지 곳곳에 공방을 세워 갔었습니다. 참 마음고생이 심했었죠. 무지한 이세계인들을 교육하려니, 그것도 이제 끝입니다. 종이 만들기는 순탄하게 진행되어 실물이 유통되기 시작했고, 인쇄도 책이 유통될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부단한 노력의 결과일까요. 마인이 이세계로 떨어지고 오로지 책이 보고 싶다는 일렴 하에 6년(아마도, 대충)이라는 시간을 들였고, 이웃 소꿉친구(루츠)를 꼬드겨 시작한 나무껍질을 물에 불리기부터 시작한 일이 이렇게나 결실을 맺었는데요. 눈물 한 바가지 뽑아내도 좋으련만 덩실덩실 춤을 추다 기절할 판(체력 고갈)입니다.


자, 이제 책과 인쇄는 본궤도에 올랐고 이야기는 새로운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마인 덕분에 에렌페스트는 마력이 충만해지고 벌이도 좋아져서 이제 사람들이 굶을 일이 적어졌습니다. 귀족원(우리로 치면 사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결과 성적도 올라 영지의 순위도 껑충 뛰었고, 파벌에 신경 쓰지 않고 모두를 포용하는 정신 등 그녀가 지금까지 해온 업적에 감동한 무리들에게서 시작된 성녀 전설도 본궤도에 올라 버렸습니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악마(필자 각색)라는 소문도 함께 퍼져서 왕자(프린스)가 쫄아버리는 사태도 벌어지는 등 참 유쾌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마인이 이런 영향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영주 '질베스터'가 그녀를 양녀로 들이지 않았다면 어쩔뻔했을까. 그건 진짜 가족과 이별이라는 것에서 해답은 잘 나타나 있죠.


마인이 본격적으로 행동하기 전엔 별 볼 일 없는 시골 영지에 불과했던 '에렌페스트'가 갑자기 훅 치고 나옵니다. 그러니 뭔 일이 있었는지, 누가 개발하고 있는지, 우리도 떡고물 좀 받아먹을 수 있는지 기웃거리는 자들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겠죠.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대영지를 가진 영주의 입장에서 에렌페스트의 기행을 보고 있자면 쪼렙주제에 고렙존에 들어왔다고 배알이 꼬이기도 하고, 추월당한 영지 입장에서는 약이 오르겠죠. 그 결과가 마인의 납치였고, 친부모는 마인을 빼앗기지 않으려 하다 목숨을 잃을뻔하였습니다(이 에피소드가 진짜 감동이었죠). 자신이 해온 일들에 대한 반동이 이렇게 나타나면 좀 반성하고 자중하면 좋으련만, 친부모와 생이별을 하면서도 저돌적으로 돌진만 해대는 그녀(마인)의 성격은 참 대단하다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그녀의 업적 덕분에 나날이 발전하는 에렌페스트를 집어삼키기 위한 불온한 움직임이 활발해집니다. 마인과 샤를로테의 납치가 실패로 돌아가고 좀 잠잠해지나 했더니 이번엔 겉이 안 된다면 속에서 무너트려주마라는 일들이 일어나죠. 마인의 이복 오빠 '램프레히트'가 결혼하면서 들이는 신부가 하필이면 에렌페스트와 앙숙 중에 앙숙인 '아렌스바흐' 출신이라는 것, 이전에 아렌스바흐에서 '페르디난드'를 노리는 듯한 복선이 투하되는 것과 맞물려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느낌을 받게 하죠. 더욱이 이 결혼을 기점으로 활발해진 구 베로니카 파의 움직임과 더불어 5부에서 일어날 전쟁의 기운은 착실히 진행되는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아렌스바흐에서  신부는 그런 것과 거리가 먼, 착한 신부였다는 점에서 가슴 아프게도 하죠.


마인과 죽이 척척 맞고, 시어머니(엘비라)와의 관계도 개선하면서 더욱 시가에 대한 애착을 넓혀가는 신부를 보고 있자니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데요. 그도 그럴게 이복동생에게 괴롭힘당하고 있다는 복선이 투하되는 것도 그렇고, 방구석 폐인을 자처하면서 그녀가 에렌스바흐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게 해주는 대목은 꽤 심각하게 다가오죠. 이래서 미래에 다가올 전쟁으로 인해 그녀가 받을 상처와 주변에서 그녀를 바라보는 시각 등, 아렌스바흐가 에렌페스트를 집어삼키기 위해 어떤 짓이든 저지르겠다는 밑밥 같은 존재가 그녀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까운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인과 시어머니가 마음에 들어 하고 있고, 남편도 그녀를 매우 소중히 하고 있어서 불안한 미래만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하나의 위안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맺으며, 문제는 책에 미쳐있는 마인이 올케(새언니) 되는 신부가 처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군요. 그 벌로 4부 7권에서던가에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는 거 같습니다만. 이건 그때 가봐야 알겠죠. 아무튼 이번 이야기도 과반수 이상이 여전히 책과 인쇄에 관련된 이야기 뿐인지라 조금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다가오는 검은 세력이라는 복선으로 그녀와 에렌페스트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꽤 흥미롭게 하죠. 부제목을 저리 지은 건, 마인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잃은 게 많은지라 본문 쓰다가 문득 생각난 김에 써봤습니다. 친부모와의 이별이라든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략혼인이라든지, 그리고 앞으로 잃을 것들. 이번 에피소드를 점수 주라면 10점 만점에 8점 주겠습니다. 이제야 조금 이야기가 앞으로 진행되는 거 같아 점수를 후하게 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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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6 - Novel Engine
아이다 리즈무 지음, nauribon 그림, 박경용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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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꽤 심하게 들어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이번엔 정말로 죽는 줄 알았네. 마법 학원에서 몬스터 대군이 쳐들어 왔을 때도, 흑룡을 만났을 때도 어떻게 해결은 하였지만 보자 보자 하니까 좀비대군은 너무한 거 아닌가? 게다가 나는 죽자 살자 때려잡고 있는데 나를 도와줘야 될, 진(眞)주인공 '슈야'라는 시키는 온 동네를 쏘다니며 고구마를 뿌려대는 통에 의욕이 생기지가 않는다. 미친늠의 시키가 도움이 안 되면 어디 찌그러져 있던가. 그나마 슈야가 가지고 있던 불의 대정령의 힘을 이끌어내 좀비대군을 쓸어버린 건 좋은데 산 넘어 산이라더니 왜 여기에 어둠의 대정령(표지 모델)이 와 있는 거냐고요. 제국 도스톨을 이끌며 북방 영토를 제패한 로리 대마왕 '나나트리쥬'의 데뷔를 목격한 데닝은 절망을 느꼈습니다. 이건 못 이겨. 하지만 나나트리쥬는 싸울 마음이 없군요. 그녀의 등장은 뭔가의 플래그였나?


미궁도시 제네라우스에 닥친 미증유의 사태를 해결하고 복귀했더니 데닝에게 기다리고 있는 건 여왕 폐하의 권유. 말이 권유지 명령이나 다름없잖아. 그 권유란 내 딸의 가디언이 되어 줘, 요컨대 24시간 왕녀의 곁을 지키는 수호기사입니다. 왕권 국가에서 이보다 출세는 없을 테죠. 그래서 dog망나니 아들(데닝)을 눈에 가시로 여겼던 공작가는 냉큼 받들지 않고 뭐 하냐고 으름장을 놓아요. 집안 분위기는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딱 그렇네? 형이라는 놈은 공작가 가주 자리를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 이걸 가족이라고. 데닝은 억울해 죽습니다. 그야 말이 왕녀를 수호하는 가디언이지 평생 결혼도 못하고, 집에서 확실하게 쫓겨나고, 그 왕녀를 사모하는 마음이 있어도 누군가와 결혼하는 왕녀를 지켜봐야 하는 심정, 이걸 견디라고? 뚫린 입을 더 넓혀주랴? 


내가 말이죠. 마법학교에서 학생들을 구하고, 기사들이 떼로 덤벼야 하는 흑룡을 나 혼자 무찔렀거든요? 옆 나라의 왕녀가 잡혀갈뻔한 걸 두 번이나 구해줬고요. 미궁도시 제네라우스에서 세계대전이 일어날뻔한 것도 막았어요. 잘 했다고, 고생 많았다고 칭찬 한마디는 해줘도 되잖아!! 나, 지금 눈물 나려고 하거든요? 근데(발 동동) 이런 공적의 말로가 집안에서 제적이고, 평생을 독수공방하며 살라고? 마왕이 이 세계를 멸망 시키지 않는다면 내가 멸망시켜주마. 뭐,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슬림 돼지에서 드럼통이 되어 칠흑 돼지로 돌아가는 것 외엔 마땅한 복수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니 질이 더 나쁘다. 게다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였는데 하나도 알아주지 않는 망국의 공주 '샬롯'은 데닝이 가디언으로 추천받았다는 것에 매우 기뻐합니다.


절망은 나라가, 세계가 멸망해야 비로소 강림하는 게 아닙니다. 절망은 말이죠. 아무리 노력해도 보답받지 못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상대에 의해 생기는 것입니다. 내가 이 고생을 누구 때문에 한 것인데, 다 샬롯과 평화로운 세상에서 맺어져 살기 위해 노력한 것인데 정작 당사자는 꿈속 꽃밭에서 머리에 꽃을 꼽고 거닐고 있으니 이걸 두고 소귀에 경 읽기라고 하는 건가 싶은. 가디언이 뭘 하는지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고 데닝에게 꼭 되라고 으름장을 놓으니 생각 같아서는 양 볼을 쭈욱 잡아당기고 싶지만 그러지도 못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리오. 그래서 다시 마법학교도 도망가다시피 틀어박혔는데 이놈이고 저놈이고 소문은 왜 이리 빠른지 모르는 놈이 없다. 다들 가디언 된다는 소문을 무기로 삼아 데닝을 공격해대는데 이 세상에 내 편은 하나도 없다.


난 그저, 평범하게 샬롯과 살고 싶은 것일 뿐인데. 정작 당사자에게도 구원받지 못하고, 마침 새로 온 교사에게도 내가 가디언 되려고 했는데 하는 질투를 받아 사면초가가 있다면 바로 여기가 사면초가요, 열받아 초가지붕에 불을 질렀으면 좋겠는데 입장상 그러지도 못하는 이 현실은 스트레스로 대머리가 되지 않는 게 용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나날이 샬롯은 그를 위한답시고 가디언 되세요?라며 데닝을 자꾸 개미지옥으로 몰아넣는데, 자신을 생각해주는 순수한 그녀의 마음을 외면하지 못하는 악순환이란. 이럴 때 치고 나오는 게 서브 히로인이라 했던가. 평소 그의 어드바이스를 받아 마법에 눈을 뜬 평민 '티나'가 그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것에서 이 세상 유일하게 아군을 만난 듯한 데닝. 19금 동인지였다면, 바로 그 장면으로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았으리라.


자, 데닝은 미궁도시 제네라우스에서 도스톨 제국이 자랑하는 3총사 중 하나를 격퇴하였습니다. 물론 이것 때문은 아닌데 '나나트리쥬'는 더이상 남방으로의 진격은 포기하게 되죠. '다리스 왕국'과 국경에서 마주했던 병력들도 철수하며 다리스를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등 전쟁의 기운은 조금식 줄어 갑니다. 하지만 언제나 못마땅해하는 사람은 나오게 마련이죠. 혹시 그놈(데닝)에게 쫄았냐?라며 감히 나나트리쥬를 경멸하는 '꿈팔이 마녀'의 등장은 또다시 데닝에게 있어서 처절한 싸움을 예고합니다. 사상 최강을 자랑하는 어둠의 대정령 나나트리쥬도 제어하기 힘든 '꿈팔이 마녀'는 기어이 데닝과 미팅하기 위해 다리스를 찾아오죠. 그리고 그녀의 전법은 전면전보다 사람 이면에 숨겨진 마음을 파고들어 내부에서 붕괴시키는 전법이었고 차츰 데닝은 궁지에 몰려갑니다.


아무튼 망국의 공주 '샬롯'의 고구마 행진은 최고 정점에 치닫는군요. 데닝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자신(샬롯)을 위해 노력하는지, 얼마나 자신(샬롯)을 좋아하는지 전혀 눈치 못 채고 알아주지도 않는 모습에서 언제까지고 성장하지 않는 히로인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었군요. 나름대로 데닝을 위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걸 전혀 눈치 못 챈다는 것, 가디언으로 들어간다는 건 속세와의 작별이고, 혼자 쓸쓸하게 죽어간다는 것인데, 이걸 축복하고 자빠졌으니 데닝 입장에서는 상어떼가 우굴거리는 바다에 빠지라고 뒤에서 칼로 찌르는 거나 다름없었겠죠. 샬롯은 이 모든 걸 적(에너미)에게서 듣고 겨우 알아채나 했는데 과거는 잊고 하는 장면에서 이건 글렀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세상 천지에 이런 히로인은 없을 것이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결단코.


맺으며, 사실 5권에서 하차하려 했습니다. 근데 인터넷 서점 회원 등급은 유지해야겠고, 구매는 할 게 없고 어쩔 수 없이 구매하게 되었군요. 결국 회원 등급 한 단계 떨어졌지만. 아무튼 발암을 좋아하신다면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특히 히로인 계열들, 아무리 신용 할 수 있는 사람이라지만 아무런 생각도 없이 따라가서 인질이 되어 구해주세요 포지션은 대체 뭘까 싶어요. 한둘이 아니죠. 자기 기분을 타인에게 강요하기 일쑤고, 생각도 없고, 세상 물정 모르고, 사탕 준다고 하면 졸졸 따라갈, 이쯤 되면 주인공도 뭐라 성질낼 법도 한데 그러지 않는 모습에서 위선자 같은 느낌도 받고요. 여자에게 약한 듯, 그래서 그런지 따끔하게 혼이라도 내면 그나마 시원하기라도 할 텐데 그딴 거 내 사전엔 없고. 사람은 실수에서 배운다는데 실수를 저질러도 같은 실수를 반복을 해대는 모습에서 이게 발암이 아니면 뭔가 싶죠.


하지만 그나마 참고 볼 수 있었던 건 귀여운 캐릭터 일러스트 때문이었군요. 이번에 확실하게 모습을 드러낸 로리 대마왕 나나트리쥬와 자기 나라 버리고 남자 찾아 다시 다리스로 온 알레시아의 일러스트도 이번엔 귀엽게 뽑혔습니다. 그리고 '티나'도, 그러고 보면 서브 히로인 포지션도 못 딴 '티나'가 이번에 꽤 치고 나옵니다. 유일하게 이 작품에서 정상인이랄까요. 마법을 못쓰는 평민이라는 인식하에서 마법을 두 종류나 쓸 정도로 노력하는 거하며 이번에 우울증 걸리기 일보 직전이었던 데닝을 위로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진히로인 포지션. 얼른 샬롯을 버리고 티나로 바꾸는 게 어떨까 싶더군요. 그리고 로리 대마왕 나나트리쥬도 앞으로 계속 나올려나 봅니다. 꿈팔이 마녀에 대항해 공동전선을 펼칠 거 같은데... 가만 보면 주인공 곁에 여자는 많은데 여자복이 없다고 할까요. 티나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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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양피지 4 - 늑대와 향신료의 새로운 이야기,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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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만인을 하느님의 뜻으로 보우하사 어렵고 어려운 세상에 그래도 소금이 되고파 속세로 뛰쳐나온 건 좋으나 귀동냥으로 배운 지식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더라. 우물 안의 개구리 심정으로 교회의 악정을 바로잡기 위해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고, 결국 북방의 차가운 바닷물에 빠져 정말로 죽을 뻔도 했건만. 돌아오는 건 '너 때문에 전쟁 나게 생겼다'. '콜'이 가는 곳마다 그 지방에 속한 교회 개혁에 성공을 거두면서 슬슬 교회 총본산은 겉몸이 달기 시작합니다. 교회의 횡포에 맞서 윈필 왕국이 교회 개혁을 주창하며 전면전을 선포한지도 몇 년, 서로가 으르렁거리면서 간만 보고 있었는데 콜에 의해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거죠. 콜이 각 지방 교회의 문을 열게 하고 교회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회개하게 하였으니 교회 총본산 입장에서는 아군이 자꾸만 줄어가는 형국이었습니다.


딱히 교회만 국한된 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힘의 균형이 깨지면 어느 쪽이든 불안에 떨기 마련이죠. 윈필 왕국으로 천칭이 기울자 교회는 특단의 조치를 내려버립니다. 상인조합을 포섭해서 윈필 왕국을 말라 죽이기로 하는데, 이걸 쉽게 표현하면 밀리터리계에서 늘 화두 되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싸우면 누가 이겨요?라는 주제에 꼭 빠지지 않는 답이 있죠. 일본이 항로를 봉쇄하면 우린 굶어 죽는다. 작중에 이 일이 터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라면 대화의 여지는 있어요. 서로가 상대를 끝장낼 기세가 아닌 데다, 윈필 왕국은 그저 교회가 청빈하게만 살아 준다면 그걸로 족하고, 교회도 딱히 하나의 왕국을 적으로 두면서까지 피를 흘리고 싶지는 않은지라. 근데 여기서 그동안 교회가 저질러온 부정이 턱밑 칼이 되어 찌르고 들어오니 상황은 일촉즉발로 발전하게 되는군요.


그동안 양과 고래가 나왔고 이번엔 새가 나옵니다뮤리는 보자마자 '닭'이라고 폄하해버리는 독수리가 그러한데요. 이에 질세라 닭이라고 이명을 얻은 독수리는 뮤리를 보고 '개'라고 폄하해버리고요. 거기에 새가 여자라는 점에서 뮤리의 질투심이 더욱 폭발해서는 사사건건 으르렁대지만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가 딱 그런 상황. 사실 첫 만남은 그리 좋다고만은 할 수 없군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지만 세세하게 언급은 힘들고,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독수리의 등장으로 윈필왕국과 교회 간 전쟁의 빌미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생아라는 말을 많이들 들어 보셨을 텐데요. 왕족이나 귀족이 재미로 마을 처녀를 탐하고 애를 낳게 하고는 나 몰라라 하는 이야기도 자주 접해 보셨을 것이고요. 


독수리는 교회 권력자의 사생아.


이 정도만 표현해도 뭔 일이 터지는지 예감을 하셨을 겁니다. 당연히 버려진 쪽은 버린 쪽을 증오할 수밖에 없죠. 뭔가 호소하기 위해 버린 놈들을 만나러 가도 만나 주지 않고, 삶이 팍팍해 도움을 바라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란. 그렇담 그런 놈들의 눈길을 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비수를 들이미는 수밖에 없죠. 독수리가 교회에 대한 적개심은 실로 대단합니다. 이 적개심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콜에 의해 왕국과 교회 간 천칭이 무너졌는데, 교회 총본산 측에서는 독수리의 적개심과 더불어 콜에게 보내는 만인의 인기에 위기감을 느껴 버린 것이죠. 남은 건 전쟁의 기운. 그리고 이때다 싶어 치고 들어오는 괴물이 있었으니, 그 옛날 로렌스를 죽도록 패고 그것도 모자라 배신까지 서슴지 않은 주제에 로렌스에게 구해지는 수모를 당했던 '에이브'의 등장으로 사태는 새로운 양상을 띄어 갑니다.


이번엔 콜을 시험에 들게 하는 에피소드라 할 수 있겠군요. 본편 5권부터 약 12권까지에서 로렌스가 에이브 때문에 고통받은 걸 거의 그대로 콜이 받게 돼요. 오직 돈만을 위해, 돈을 위해서라면 사람 목숨도 파리 목숨으로 만드는 에이브가 여명의 추기경으로 사람들에게 추앙을 받고 있는 콜을 이용해 뭔가를 꾸미고, 그게 틀어지자 서슴없이 왕국과 교회 간 전쟁을 일으키려 하죠. 그 중간에 독수리가 끼게 되는데, 뮤리와 콜은 전쟁을 막는 것과 동시에 시대의 피해자인 독수리를 구원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섭니다. 하지만 콜은 로렌스만큼이나 세상을 알지 못하고, 강단도 없죠. 배운 게 우물 안이고 에이브의 감언이설에 놀아나는 등, 결국 뮤리가 변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까지 오게 돼요. 콜은 뮤리가 아니었으면 어쩔뻔했을까.


맺으며, 이번 이야기는 옳은 일을 할수록 반대편도 보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권선징악형 이야기에서 악은 자신이 정의에게 짓밟히는 걸 이해하지 못하죠. 정의는 왜 악이 악인지 분간 시켜주고 악은 옳지 않다는 걸 역설해야만 합니다. 콜은 그것을 설파하긴 했습니다. 그의 마음에 감복해 많은 사람들이 동조를 하였고, 하지만 그로 인해 잃는 것이 있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했죠. 그래서 에이브가 콜 앞에 나타난 것이고, 콜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쓴맛을 봐야만 했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았다는걸. 이번엔 이야기가 얽히고설켜서 이번엔 두뇌를 풀가동해서 읽어야만 했군요. 적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 편이고, 내 편인 줄 알았는데 적이고, 방심했다간 목 따인다는 메시지를 던지는데, 기억력이 3초 붕어 머리인 필자로서는 앞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이야기는 알차다고도 할 수 있군요.


그건 그렇고, 엄마보고 악당이라느니 뮤리의 말주변과 활약이 대단합니다. 동네방네 떠돌이 개들을 내 편으로 만들고, 독수리와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꽤 귀엽습니다. 질투심은 엄마 뺨칠 만큼 커서 삐지는 것하며. 본편에서는 로렌스에게 시다바리 다 시키고 정말 위급할 때만 변신해서 도와주던 엄마에 비해 대놓고 전면에 나서서 콜을 호위하는 모습이란. 사실 뮤리가 아니었으면 콜은 진즉에 죽었지 싶을 만큼 뮤리의 도움을 많이 받는데 남자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그래도 실수하면서도 같은 실수를 안 하는 면하며 넘어져도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려는 의지를 보고 있으면 꽤 대단하다고 할 수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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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위의 서브캐릭터 육성 일기 1 - ~폐인 플레이어, 이세계를 공략 중!~, L Books
사와무라 하루타로 지음, 마로 그림, 이승원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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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을 하다 보면 과금으로 수천만 원은 예사고, 억대 그 이상을 쓰는 사람을 종종 보잖아요. 그렇게 투자해서 캐릭터를 강하게 키워 상위 랭커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인생과 돈을 게임이라는 데이터에 투자하다니 바보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일종의 취미로 존중해주시나요. 흑자는 이렇게 묻곤 합니다. 그렇게 게임에 인생과 돈을 투자해서 남는 건 무어냐고, 그럼 게이머들은 이런 말을 하죠. 꼭 남는 게 있어야 의미가 있는 거냐고, 인생에 있어서 무언가를 하며 즐기는 방식은 개개인 다 다름에도 왜 게임에만 유독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는 걸까라고 필자도 한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죠. 물론 필자는 과금이라고 해봐야 월 이용료 낸 게 다지만요. 아무튼 이 작품은 온라인 게임에서 폐인 짓을 하던 유저가 죽어서 이세계로 환생해 살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뭐든지 과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죠. 주인공 'seven(사토 시치로)'은 인생을 받쳐 온라인 게임 세계 1위 랭커가 되었습니다. 과금을 얼마나 했는지는 안 나오지만 세계 1위를 할 정도니 엄청나게 들이부었을 테죠. 그 정도를 들이부으면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것이고요. 덕분에 그는 각종 타이틀도 1위를 지키는 등 세계가 주목하는 게이머라 할 수 있습니다. 자부심도 대단하겠죠. 그것과 맞바꾸듯 현실 28세라는 인생을 몽땅 게임에 투자하면서 방구석 폐인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되었지만요. 근데 이 작품에서 그가 방구석 폐인이었다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죠. 만약에 말입니다. 현실의 인생을 포기하면서까지 애정을 들여 키운 캐릭터가 한순간에 없어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분신 같은 캐릭터가 말이죠. 


남들이 날 어떻게 보든, 노력이라는 형태는 비록 다를지언정 캐릭터 키우는데 있어서 감 나와라 뚝딱한다고 세계 1위 캐릭터가 하루아침에 툭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은 사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일이죠. 그런 캐릭터가 삭제되어 버렸습니다. 뭥미?!라는 말이 나올만하겠죠. 게임사에 항의해도 '그건  복이고' 라고 하니 미치고 졸도할 노릇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충격을 받다 못해 인생(the 자/살)을 포기해버립니다. 잘 읽다가 뜬금없는 전개에 황당하기 그지없더라고요. 뭐, 하기야 28살이나 되어서 기술 하나 없는데 지금부터 사회에 나간다고 변변찮은 일자리를 얻는 건 무리가 있겠죠. 근데 현실에 남겨질 시체는 어떡하라고, 부모님은 언급이 없지만 부모님 생각은 안 해봤나 하는 오만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주인공급이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건 사실 전대미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깨어나 보니 내가 하던 온라인 게임 속이네? 꿈은 이루어진다고 현실에서 그렇게 게임질을 하다가 진짜로 게임 속으로 들어오니 이 얼마나 기쁘겠어요. 근데 세계 1위 캐릭터는 어디 가고 창고로 쓰던 캐릭터네? 일명 서브 캐릭터라고 하죠. 일부 온라인 게임은 캐릭터의 숫자에 따라 창고 용량이 늘어나기도 하는데요. 주인공이 하던 게임도 그랬나 봅니다. 어쨌거나 창고 캐릭터라도 지금부터 키우면 되지라고 긍정적이 된 주인공 '세컨드(네이밍 센스가 괴멸적)'는 이세계에서도 세계 1위를 노리고자 합니다. 여기서 참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하는 작품답다 싶을 정도로 스킬 트리와 스테이터스에 목숨을 겁니다. 짜증이 날 정도로 세세하게 표현하는데, 꼭 이래야만 했냐고 오태식이 이 작품에 출연한다면 딱 그런 말을 했지 않을까 싶을 정도랄까요.


사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이세게 전생 치트물이다 보니 노력이라든가 고생이라는 단어는 전혀 찾을 수가 없습니다(물론 주인공 한정). 이전 생에서 습득한 게임 지식을 이용해 남들은 모르는 치트로 별 어려움 없이 강해져 가는 이야기죠. 한마디로 식상, 게다가 주인공이 게임폐인에다가 자/살이라는 전대미문을 저질러 주면서 자칫 작품 이미지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기도 한데요. 그래서 이 작품을 읽고자 한다면 초반을 잘 넘겨야 합니다. 이 작품의 진짜배기는 중반쯤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이 자기가 저지른 일들에 대한 죄책감과 살아온 인생이 잘못되었다는걸, 게임을 하는 순간은 재미있었을지언정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인생이라고 자조하는 장면은 여느 치트물하고는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본론, 얼간이 여기사와 반푼이 고양이 수인 여학생을 영입해서 이들을 훌륭하게 성장시키는 장면도 눈여겨볼만하죠. 성장의 방향을 잘못 잡아 낙오자 인생을 걷고 있던 이 두 여자애들에게 주인공이 가진 지식을 이용해 성장시켜가는 장면들은 참 눈물겹다 할 수 있어요. 특히 고양이 수인 '에코'의 경우엔 마법학교에서 끔찍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죠. 고향 마을에서 기대를 받아 학교에 입학은 했는데 기대와 다르게 마법 실력은 영 신통찮고, 그러면 노력을 해서 인정받으면 되겠다 싶어 누가 봐도 괴롭힘임이 뻔한 일에도 뭐든지 노력하려는 에코의 모습은 정말 애잔하기 그지없죠. 부질없는 노력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을 외면하며 노력을 하고, 그 노력조차 인정받지 못해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마는, 원래는 주인공이 해야 될 노력을 에코가 보여주면서 이 작품에 대한 필자의 평가는 급상승하게 되었군요.


맺으며, 처음엔 주인공이 자/살하는 등 뭐 이런 작품이 다 있나 했군요. 거기에 치트로 노력과 고생은 하나도 안 하고 쑥쑥 커가는 거라든지, 이세계 주민들은 이것도 모르는 하등한 종족이라는 뉘앙스 하며(그 예가 얼간이 여기사와 고양이 수인 에코), 어딜 봐도 나무야 미안해라고 밖에 되지 않는 작품이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얼간이 여기사와 고양이 수인 에코가 성장하기 위해 보여주는 노력과 고생(라고해도 주인공이 쓰는 치트와 별반 차이 없지만), 그리고 성장에 있어서 이끌어 주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기 시작하는데 초반의 나무야 미안해라는 느낌은 쏙 들어가게 되더군요. 주인공도 방구석 폐인치고는 자신의 잘못을 잘 알고 있다는 것에서 여타 작품과 차별을 두고 있다 할 수 있고요. 다만 역시 치트물이라는 것과 그놈의 스킬 트리와 스테이터스 열거는 학을 떼게 만듭니다. 장장 9페이지에 걸쳐 쉬지도 않고 떠드는 건 좀 아니잖아요? 게다가 뭐? 미남? 여자들이 다 돌아봐? 그놈의 외모지상주의는 진심 토하게 만듭니다. 이런 것들만 빼면 괜찮은 작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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