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일기 10 - L Novel
코토부키 야스키요 지음, John Dee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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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분명, 하던 온라인 게임이 폭발해서 이세계로 날아왔고, 이왕 온 거 시골에서 슬로 라이프 지내는 아저씨의 일상생활을 그리는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그에 맞게 약초밭도 만들고 집도 만들고 이웃 고아원 수녀랑 눈도 맞고 전투 닭도 몇 마리 키우며 달걀 얻고 가끔 드워프 영감에게 끌려가 공사판 노가다도 하고, 쌀이 그리워 야생 쌀을 구해다 쌀밥 해먹을 궁리도 하고 그러다 탈곡기였던가 만드는 과정에서 빙글빙글 돌며 탄도탄 미사일처럼 날아가 버리는 그런 이야기 아니었나요. 그런데 어쩌다 이세계 멸망 테크를 타게 되었을까요. 세계를 창조한 신(神)이 산하 관리자를 만들려다 실수로 탄생한 사신으로부터 시작된 세계 멸망을 막자고 성격 개차반 4신을 만들어 대응하게 했더니 사신보다 더한 세계 멸망을 불러올 줄이야. 아저씨는 개인주의, 이기주의, 나르시시스트의 성격으로 똘똘 뭉친 4신을 없애고 그나마 나은 사신을 부활시켜 세계를 관리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떠맡게 됩니다.

여기서 사신의 '사'자가 죽을 사(死)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재 아저씨가 배양기에서 호문쿨루스 만들듯 지금 배양 중인 사신의 모습은 아직 일러스트가 없어서 단정하긴 이르지만 마왕의 느낌이 나는 걸로 보아 死자가 맞지 않나 싶기도 하군요. 아무튼 태초에 신(神)이 만들길 그렇게 만들어 놓고, 만들어진 대로 충실하게 이세계를 부수고 다녔더니 신(神)은 4신을 만들어 자신을 봉인하게 한 것도 모자라 지구에 방기까지 했으니 사신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죠. 거기다 원래 사신이 가지고 있던 이세계 관리 권한까지 4신이 몽땅 가져간 것도 모자라 이 권한으로 용사들을 마구 소환하고 죽든지 말든지 나 몰라라 하고 그러다 보니 용사들은 이물이 되어 이세계 시스템에 버그가 되어버렸고, 그게 쌓이고 쌓여 마치 지금의 기후 변화를 겪는 지구처럼 이상 현상을 일으키며 이세계는 멸망 태크를 타게 되었는데요. 4신은 노는데 바빠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조차 모르고 있고, 관심도 없다는 것에서 사태의 심각성은 더해만 가죠.

아무튼 어디서 주웠는지 모르겠지만 아저씨는 열심히 사신을 기르고 있습니다. 개그물답게 알에서 깨어난 새가 처음 보는 존재를 어미로 착각하는 그런 시추에이션을 사신도 보여줄까 했지만 그런 귀염성은 없어요. 다만 아저씨가 배양기 안으로 넣어준 사탕을 맛있게 먹는 모습은 흐뭇하게는 합니다. 그 옛날 이세계를 멸망 시키려고 했던 그 사신이 맞나 싶기도 하죠. 역시나 올바르게 기르면 인격도 올바르게 형성된다는 걸 보여주려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저씨는 태초의 신(神) 대리로 온 다른 세계의 신(神)의 의뢰로 사신을 길러 4신 타도에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그전에 사신에게 중2병식 성의 없는 이름도 지어주고요. 정신 링크인지 뭔지로 몬스터 잡고 경험치를 공유하면서 나날이 사신은 튼실하게 잘 자랍니다. 참고로 사신은 여자애의 모습이라는데, 사실 이 작품에서 한 가지 안타까운 게 있다면 일러스트에 나오는 인물들 모습들이 바키(만화) 형상화라는 것이군요. 사신은 과연?

맺으며: 이 작품은 일본식 개그물입니다. 네이밍 센스도 그에 걸맞게 온통 중2병식에다 [돼지곰나비]같이 궤멸적으로 유치찬란하기만 하죠. 보고 있으면 내가 다 창피한 그런 거 있잖아요. 물론 이런 점들은 이 작품만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으니 작가의 성향 가지고 뭐라 하기엔 좀 그렇긴 합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개연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느냐죠. 그런 면에서 감정과 성격에 결함을 보이는 신(神)이 만든 세계가 있고, 그 성격으로 만든 관리자(사신, 이후 4신)에게 세계를 관리하라고 하니 제대로 돌아갈 리 없고, 그 결과 이 작품의 주인공인 아저씨가 휘말려 개고생 하게 되었다. 결국 신(神)이 저지래한 일을 아저씨가 치우게 생겼다 뭐 그런 줄거리인지라 이 줄거리만 놓고 보면 개연성은 충분하긴 합니다. 문제는 10권이나 올 동안 이런 이야기들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고, 인간관계에서도 이렇다 할 진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그 흔한 메인 히로인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 비밀이라면서 떠벌리고 신문물을 퍼트릴 생각 없다면서 퍼트리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아저씨의 희한한 성격이 좀 그래요. 일기라면서 이런 일기답지 않은 생활은 이 작품만큼이나 제목과 괴리를 일으키는 작품은 없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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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습격 2 - S Novel+
타케즈키 조 지음, 시라비 그림, 현노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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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이세계인의 지구 침략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구인들은 이세계인의 고도로 발전된 마법을 기반으로 한 물리력 방어에 현대 지구 문명의 무기 체계로는 뜛지 못해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고 있죠. 하지만 이세계에서 탄압을 받던 엘프들이 지구로 망명을 왔고, 그들의 과학력을 바탕으로 '아수라 프레임'이라는 결전 병기를 만들어 대항하기 시작하면서 전쟁은 교착 상태에 빠져듭니다. 이 '아수라 프레임'이라는 건 일본 변신 특촬물의 히어로 같은 거라 보시면 되는데요. 작가도 후기에 특촬물에 영향을 받았다고 했고요. 그래서 주인공은 마치 히어로가 변신하듯, 미국식으로는 아이언 맨이 슈트를 장착하듯 그런 흐름입니다. 근데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이야기 대부분이 이세계인들의 지구 침략보다는 주인공과 그 주변인들, 그리고 폐허가 된 도시와 난민들에 시각을 맞춘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전쟁보다는 재난이 벌어지면 사람들의 심리와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면 인간은 어떻게 변해가나를 보여준다고 할까요.

이번 2권은 어쩌다 '아수라 프레임'의 선택을 받아 장착한 채 계속해서 사람들을 지키며 난민들을 이끌고 일본 방어 중추인 인공도시 '나유타'로 향한 주인공이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권에서 전쟁이 시작되고 가족과 떨어졌는지 자세히 생각은 안 나지만 군대의 보호를 받게 된 주인공은 통제를 벗어난 사람들이 어떤 짓을 저지르는지 몸소 깨닫고 인간 불신에 빠져 있었죠. 거기에 '아수라 프레임'을 장착하고 적들과 싸우면서 인간과 똑같이 생긴 이세계인들을 처치하는 데 거부감을 드러내는 등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윤리성 때문에 갈등을 많이 내비칩니다. 그래서 마치 에반게리온처럼 장착자의 심리에 영향을 받는 '아수라 프레임'은 주인공의 마음에 반응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태까지 벌어지는데요. 어떻게 보면 재난 상황에서의 사람들 심리, 주인공이라고 사람(이세계인)을 함부로 죽이지 못한다는 갈등을 보고 있으면 참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죠.

그래서 전쟁보다는 난민들의 삶과 주인공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더 많이 넣어 놨습니다. 여기엔 살아가기 위해 노점을 펴고 스포츠를 하며 그래도 사람은 살아간다는 식의 밝은 이야기도 있고, 엘프들이 이세계인들과 작당하고 지구 침략하는 거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퍼트리며 어리석은 면도 보이는 등 사람이 사는 세계라면 있을 법한 내용들이 다수 들어가 있는데요. 그런 와중에 난민들은 쥐까지 잡아먹으며 굶어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선택받은 사람들(주인공과 그 일행 같은)은 배양육(합성고기) 밖에 없다고 투정 부리고, 진짜 고기 먹고 싶다고 투정 부리고, 급기야 '아수라 프레임'을 그런데 쓰라고 만든 게 아닐 텐데도 야생동물 잡으러 가는 장면 등 편치 않은 모습도 다수 보여줍니다. 근데 알고 보면 불안정한 마음을 품고 있는 주인공을 케어하기 위한 연장선이라는 것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였군요. 결국 에반게리온의 신지처럼 내가 아니면 누가 싸워 같은 전개를 보여주니 다소 식상하기도 합니다.

맺으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특촬 히어로물로서 그에 따른 중2병식 설정이 많이 나옵니다.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청소년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겠더군요. 특히 13세 하프 엘프 소녀라든지 싸움 잘하는 태닝 여고생이라든지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많죠. 그리고 영웅이라면 당연히 우릴 지켜줘야 된다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든지 그런 말들에 상처를 받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영웅이라도 맞으면 아프고, 찔리면 죽는 평범한 사람이 생사를 걸고 싸우는데도 그런 걸 알아주지 않는 이기적인 면면들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아무튼 이 작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긴 해야 하는데, 위에서 사람들의 심리를 보여준다고는 했지만 이 작품의 타깃이 저연령의 청소년이라서 그런지 심각한 범죄 같은 것보다는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장사하는 그런 장면들을 더 보여주니까 그냥 드라마 같은 그런 분위기입니다. 인간관계에서도 딱히 이렇다 할 건 없고요. 메인 히로인인 '아인'의 경우도 주인공을 남편으로 보고 따라다니지만 일선을 넘거나 애간장 태우는 것도 없고, 하프 엘프 소녀도 고만고만한 성격이고... 그러다 보니 읽는데 고생한 필자는 2권에서 하차할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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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 소녀의 살아가는 길 3 - S Novel+
사토 마토 지음, 니리츠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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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2권 이후 오랜만이라 다시 설정을 설명할까 했지만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생략하고, 대신 이번 분기에서 애니메이션화되어 방영되고 있으니 그쪽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3권은 2권에서 간신히 물러나게 한 4대 인재(人災) '만마전'과 더불어 최악의 인재로 일컬어지는 '꼭두각시 세상 [그릇]'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여주 '메노우(이하 여주)'는 '아카리(히로인)'를 죽이기 위해 소금검(劍)을 찾아 지금은 멸망해버린 서쪽 소금 대륙으로 발길을 서두르고 있으나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며 그녀의 발을 붙잡기만 합니다. 이번엔 인신매매범들에 의해 '아카리'가 납치되어 버리고 찾으러 갔더니 어릴 적, 같은 수도원에서 자란 '사하라(히로인)'도 붙잡혀 있지 뭡니까. 그래서 구출하여 대리고 나왔더니 하는 말이 '나를 처형해 줘', 뜬금없던 이 말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것이 이번 3권의 핵심이 됩니다.라고 했지만 리뷰에선 많이 언급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한 가지 측은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도 그럴게 이세계 전이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세계로 전이 당하거나 차원의 틈에 끼여 이세계로 끌려 들어간 것도 모자라 낯선 환경에 놓여 천애 고아나 다름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야 되니까요. 그 고통은 얼마나 클지는 가늠할 수가 없죠. 고향을 그리워하고, 가족을 그리워하는 건 당연한 것이고, 애틋한 마음을 안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발현된 능력을 쓰다 보면 망가지는 건 자신. 능력 발현의 반동으로 기억을 잃고 있을 자리를 잃고, 인간성을 잃고 껍데기만 남아 능력의 그릇이 되어 폭주하고 위험시 되어 배척 당한 끝에 살해당하는 미래밖에 없는 지구인. 1천 년 전 이세계 전이로 이 세계에 도착한 지구인 4명(5명)에 의해 이세계의 문명은 붕괴하였고, 간신히 문명을 재구축한 이세계인에게 지구인들은 제일 먼저 없애야 될 적일 뿐이죠. 그 선봉이 여주 같은 처형인. '아카리'는 지구인이고, 여주는 자신의 본분에 따라 아카리를 죽여야만 합니다.

그런 여행이긴 한데, 보통 이런 여행에 있어서 결국 클리셰가 되는 건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서로의 마음이 통해버린다는 것이죠. 그래서 문제가 되는 건 처형인이 본분을 잊고 죄수에게 정을 느끼게 되어 보호하게 되는 시추에이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고, 이런 행위가 배신이 되고 이단이 되어 이세계는 여주를 죽이려 들죠. 그러고 보니 마법 소녀 마도카 마기카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이 있었던 거 같은데, 내 능력은 시간 회귀이고 좋아하는 사람이 죽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살아 있는 시간대로 넘어가 상황을 재구축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미래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아카리'의 능력은 시간 회귀이고, 그녀에게 있어서 여주는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미 1~2권에서 아카리는 몇 번이나 마마마의 '호무라'처럼 시간 회귀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 투하되었고, 3권에서 회수되며 여주가 아카리를 죽이기 위한 여정이 아니라 아카리가 여주를 살리기 위한 여정으로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 회귀는 천하무적 만능은 아니었고, 회귀할수록 인과 관계가 틀어져 내가(아카리) 알고 있는 미래와 어긋나는 등, 그로 인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해서 4대 인재 '만마전'의 봉인이 풀린다거나, 사실 2권에서 어떻게 '만마전'의 봉인이 풀려 그녀가 인간계로 나올 수 있었나를 곱씹어 보면 이번 3권에서 아카리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이 부분은 2권에서 언급이 되었는지 지금에서야 기억은 안 납니다만. 여주는 아마도 모르고 있고, 물러나게는 했지만 여전히 인간계에 있는 만마전은 겉모습이 어린 소녀라도 인간성을 잃은 그녀에게 있어서 세상은 어찌 되어도 좋은 상황이죠. 비단 만마전만이 아니라 나머지 3대 인재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고, 그래서 여주에게 빨리 아카리를 죽이게 할 것인지, 아니면 그녀를 보호하고 세상과 맞설 건지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합니다. 하지만 미래는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아카리는 알고 있습니다.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은 이세계 전생물을 정면으로 비튼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인간이 이세계로 넘어와 치트를 받고 능력을 구사하는데도 몸에 무리가 안 가나? 같은 질문에 답을 해주고 있거든요. 모든 행위에는 댓가가 따르기 마련이라는걸, 엔터테인먼트에 비유하자면 강철의 연금술사가 잘 표현하고 있는데요. 등가교환이라고, 불을 때는데도 볼 쏘시개와 발화체가 필요하듯 능력을 쓰는 데 있어서 단순히 마력만이 아닌 무언가, 대포를 쏘는데 포탄도 포탄이지만 추진 화약도 필요하다는 걸 말해주고 있죠. 이 작품에서 댓가는 기억이고 기억이 소실되면 인간성을 잃게 된다는 다소 시리어스적인 설정을 잡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인간성을 잃게 된다는 건 트리거가 잡아 당겨진 채 고장 난 총알이 가득 찬 총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이세계인들은 지구인을 척결 대상으로 보고 있고, 여주는 그런 일을 하고 있죠.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표면적보다는 내면적으로 들어가 보면, 오히려 이세계인들이 지구인들을 이용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는 등 피해자는 이세계인들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지구인들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새로 등장하는 '사하라(히로인)'의 '나를 처형해 줘'는 3권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것도 수도녀라면 궁극의 목표인 처형인으로서 잘나가는 여주에게 질투를 느낀다는 클리셰 범주에 들어가서 언급 안 하려 했습니다만, 처형인으로서 주변의 인정을 받고 있는 여주가 못마땅한,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였음에도 나는 도달하지 못한 결승점. 현실에서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저 자리는 원래 내 자리였는데 같은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거라는 걸 표현한 게 아닐까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노력을 통해 저 자리를 꿰찰 것인지 질투에 사로잡혀 눈이 멀 것인지는 본인 행동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아카리가 여주에게 보내는 감정은 순애라 할 수 있고, 그동안 리뷰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여주 보좌관인 모모가 이번 3권에서 여주에게 보여주는 감정은 스토킹에 가까운 집착이라 할 수 있었군요. 여주를 위해서라면 방해되는 건 무엇이 되었든 목숨까지 바쳐서 없애려 드는 광기는 솔직히 좀 발암이긴 합니다만. 여주를 위한다는 합리적인 부분도 있어서 미워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3권 히로인 사하라가 보여주는 여주에 대한 집착은 결국 언니의 뒤를 쫓아 똑같은 길을 걷고 싶었던 동생의 감정과도 비슷했습니다. 또는 언니만 부모에게 이쁨 받는다는 질투에 언니만 사라지면 내가 이쁨을 받을 텐데 같은 일그러진 애정을 보여줬다고 할까요. 그래서 금기된 능력에 손을 대고, 결국 말로는 비참해질 수밖에 없는.... 이런 식으로 이 작품의 인간 관계는 좀 특이하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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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내 세계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4 - 신벌의 짐승, Novel Engine
사자네 케이 지음, neco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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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런 말까진 안 쓰려 했는데 주인공의 머리가 좀 모자라 보입니다. 주인공은 원래 살고 있던 세계가 덮어쓰기 당해서 동일 세계이자 다른 세계 즉, 평행세계로 넘어가게 되었죠. 거기서 주인공은 원래 세계에 있던 인간족 영웅 '시드'가 평행 세계에도 있을 거라 여겨 찾아서 누가 세계를 덮어쓰기 했나,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나를 조사하고 있었는데요. 자, 여기서 생각해 볼 일은 원래 세계는 진짜 원래 세계가 맞나? 원래 세계도 누군가에 의해 덮어쓰기 당한 거 아닐까? 답은 맞다지만 아직까진 주인공은 모른다. 이쪽 평행 세계로 넘어와 악마족, 만신족(엘프), 성령족(슬라임)과 교류하면서 보아온 주인공의 시각에 이들이 정말로 인간족을 멸망 시킬 정도로 호전적으로 비쳤는가? 답은 '아니다'죠. 물론 주인공이 건너 오면서 그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불가침조약도 맺고 공통의 적이 생겨서 손을 잡기도 하고 시한을 둔 휴전을 성립 시키기도 했지만 그 이후 이들 환수족을 뺀 3종족은 주인공 일행에게 상당히 호의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3종족과 평화 협정을 맺고 일시적 휴전을 이끌어낸 주인공이 남은 환수족(수인)을 찾아가는 내용인데요. 환수족은 3종족과 다르게 상당히 호전적으로 특히 환수족을 이끄는 영웅 '라스이에'는 이때까지 주인공이 만난 그 어떤 적보다 강하여 상당히 고전하게 되죠. 근데 여기서 뜻하지 않게 이세계 즉, 평행 세계의 진실을 '라스이에'에게서 듣게 됩니다. 그동안 주인공이 간과했던 내용들로서 결국 주인공의 원래 세계도 덮어쓰기 당한 세계일 거라는 기정사실이 투하되고, 그 덮어쓰기를 하는 흑막이 존재함을 '라스이에'에게서 듣습니다. 덮어쓰기 하는 흑막은 1권부터 나온 복선이긴 하지만, 이번에 명확하게 드러나는데요. 결국 여기서 진실이 뭐냐면 주인공의 원래 세계에서 인간족을 뺀 4종족은 피해자라는 소리입니다. 흑막에 의해 자신들의 존재가 말살되고 봉인되었거든요(아래에서 설명). 주인공은 평행 세계에서 다른 종족들을 만나 인간과의 융화 가능성을 봤습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이 모든 사실을 깨닫고 환수족과 더블어 나머지 3종족과 손을 잡고 흑막을 깨 부셔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라스이에'는 인간족을 믿지 못하고 있고, 그 이면엔 주인공이 그토록 찾고 싶었던 인간족 영웅 '시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의 세계에서 인간족만 살아남았다는 의미는 영웅 시드에 의해 환수족 포함 4종족은 전멸했다는 뜻이고, 여기까지라면 전쟁에서 패했으니 사라지는 건 당연하다 여길 수 있지만 그 영웅 시드가 흑막에 놀아나고 있었다면? 결국 환수족 입장에서는 절망 속에 죽어 갔다는 소리죠. 그걸 뒷받침하듯 주인공은 앞서 이쪽 평행 세계에서 영웅 '시드'라 자처하는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가 가진 인간 우월 이념을 보았습니다. 그럼 여기서 주인공은 '라스이에'에게 들은 정보를 취합해 가장 이로운 해답을 도출해야 하잖아요? 누가 진짜 적인지. 그런데 해결할 머리 회전은 고사하고 흑막을 불러내 사태(덮어쓰기)를 해결하려는 '라스이에'를 막아서는 기행을 터트려 버립니다.

물론 라스이에가 너무 호전적이라 막을 시간이 부족했고, 주인공의 머리 회전율은 작가가 이렇게 의도를 했으니까 그럴 수는 있겠죠. 그것으로 인한 흥미도를 이끌어 내고, 적(에너미)이지만 말은 새겨듣자 같은 메시지도 던지기도 합니다만. 그래서 말을 새겨듣지 않은 주인공은 원래 세계에는 있지도 않은 새로운 종족 제6종족과 싸워야 하는, 가스통 들고 용광로에 뛰어드는 형국을 맞이하게 되죠. '라스이에'는 주인공에게 흑막을 처치해서 덮어쓰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경고를 분명히 했고, 그 경고를 무시한 댓가는 세계 멸망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영웅 시드만 찾아대고 3종족과 소풍이나 다니며 덮어쓰기를 해결할 의지는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없었던 게 확실하군요. 뭐 '라스이에'는 갑자기 등장하자마자 주인공 일행을 죽이니 마니 하며 주인공과 이야기할 생각도 없었으니 주인공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교섭력과 이해력을 보여주지 않은 시점에서 뭔 변명을 한들....

사실 주인공 입장에서는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라스이에'를 만난 시점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얻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집필하면서 이점을 간과한 거 같더군요. 되레 라스이에를 없애야 될 적으로 인식시켜 버립니다. 흑막을 없애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고, 주인공보다도 강한 라스이에를 이때까지 히로인들을 구워삶았듯이 구워삶으면 그보다 든든한 아군도 없을 텐데 왜 이런 설정으로 가는지 모르겠군요. 뭐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런 흐름이 식상하긴 합니다. 이렇게 흘러갔다면 필자는 또 따지고 들었겠죠. 작가 입장에서는 뭐 어떡하라는 심정일 테고요. 그래서 그런지 라스이에의 성격을 상당히 극단적으로 만들어 놨는데요. 흑막을 불러내기 위해 희생을 얼마든지 치를 태세고 그 희생은 유사 세계 덮어쓰기를 단행하여 또다시 새로운 세계로의 전이를 말하는 것이었고 주인공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막아야 되는 사태였죠.

맺으며: 아무튼 세계 덮어쓰기의 전말이 완전히 공개되었습니다. 결국 흑막은 세계를 자기 마음대로 가지고 놀고 싶었던 것이고 인간 포함 5종족(이번에 새로 1개 종족 추가해서 6종족)은 희생양이었을 뿐이라는 게 밝혀졌고요. 거기에 주인공이 시드의 목적을 간과하고, 라스이에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세계 멸망이라는 테크를 타게 되었습니다. 좀만 빨리 알아차렸다면 어쩌면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뒤늦게야 겨우 알아차리고 고함이나 치는 꼬라지라니... 정작 이걸 해결해야 될 인간 영웅 시드는 흑막에 놀아나는 등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어지는군요. 그건 그렇고, 자잘하게 납짝 엘프라느니 히로인들의 만담도 꽤나 재미있습니다. 원래 인간과 적대 관계였던 엘프녀는 백치미를 동원해 메인 히로인 자리로 치고 올라왔고, 주인공에게 자기(엘프녀) 약점이 될 수 있는 총알을 만들어주는 기행까지 엘프녀를 보고 있으면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할까요. 싫은 게 아니라 꽤나 흥미롭죠. 슬라임 양의 귀여움도 독보적이고요. 이건 진짜 보고 느껴 보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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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공간이라고 말을 함부로 하는 인간이 있군요.




자기 생각과 맞지 않다면 논리적으로 설명 할 일이지 원색적인 비난만 한다면 자기 인성이 개차반이라는 걸 알리는 것 밖에 더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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