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와 사냥개 2 - Novel Engine
카미츠키 레이니 지음, LAM 그림, 한신남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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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결말에 해당하는 매우 강한 스포일러 주의,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2권을 정의한다면...

"넌 최선을 다했으니까 이제 쉬어도 좋아, 뒷일은 걱정 말고 편히 쉬렴. 너의 의지는 내가 이어받을게"

주군이 생전에 하고자 했던 일, 7명의 마녀를 모아 대륙을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아멜리아 왕국에 맞선다.

주군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델리리움(주군의 딸, 히로인)을 부탁한다, 나라의 미래는 너에게 달렸다.

가신에 배신자가 섞여 있다는 것을, 기사의 나라 뢰베가 아멜리아 왕국 수중에 떨어진 것을 모른 채, 마녀 '테레사리사'를 확보하려 기사의 나라 뢰베로 떠났던 영주 '버드'의 꿈은 사그라졌습니다. 처형되고 효수되어 저잣거리에 내걸린 주군(영주 버드)의 머리를 보며 주인공 '롤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59명이나 되는 사절단 대부분이 죽고 간신히 '델리리움'만을 대리고 기사의 나라 뢰베를 탈출한 주인공에게 천청 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주군 '버드'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나라는 이미 아멜리아 왕국 수중에 떨어졌다는 것을요. 그래도 그런 암울한 상황에서 주군의 딸을 보호하고, 마녀 '테레사리사'를 구슬려서 아군으로 확보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일 것입니다.

주인공에게 남은 것은 이제 주군의 뜻을 이어받아 마녀를 모으고 아멜리아 왕국을 물리쳐야 하는 실현 불가능한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제어 불가능하고, 제멋대로 살아가는 마녀들을 규합할 수 있을까. 마녀 '테레사리사'는 기사의 나라 뢰베에서 왕비(메인 히로인이 유부녀)가 된 몸으로 나라가 아멜리아 왕국에 접수됨과 동시에 유폐된 것을 주인공이 구슬려 빼돌린 것입니다. '테레사리사'는 마치 늑향의 호로처럼 도도하면서 외로움을 타고 그러면서 거만하고 먹는 것에 약한, 주인공이 약속한 먹을 것에 낚여 그와 여행길에 오르지만 약속한 음식은 나올 기미가 없고, 적이 나타날 때마다 싸워야 하는 손해만 보는 히로인이 되고 맙니다. 그럴 때마다 주인공은 사죄의 말을 올리고, 먹을 것을 약속하지만 그 약속은 끝끝내 이뤄지지 않습니다.

주군을 잃고, 나라를 잃고, 집에 돌아오니 집은 잿더미로 변해있고, 가족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기사의 나라 뢰베에서 싸우다 중상 입은 건 아직 다 낫지도 않았고, 델리리움은 아멜리아 왕국의 마술사에 의해 혼수상태고, 마녀(테레사리사)는 먹을 것만 찾고, 주군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지키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태생이 암살자로서 먼치킨처럼 무쌍을 찍을 수도 없는 리얼 로봇계 같은 주인공으로서는 하늘이 노랗다는 건 지금의 상황이 아닐까 하는 그런 시추에이션인 것입니다. 누군가가 케어해주는 것도 없고, 열심히 했다고 칭찬해 주는 이도 없고, 고생했다고 애썼다고 위로해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기사의 나라 뢰베에서 지켜야 될 주군을 지키지 못했고, 구해야 될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메이드가 울며 '동생을 왜 구해주지 않았는데'라는 말은 주인공의 미래를 결정짓는 거와 같았습니다.

"마음이 마모된다는 것"

두 번째 마녀 '눈의 마녀'를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주인공 일행은 북쪽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아멜리아 왕국에서 '아홉 사도'라는 마술사 한 명도 쫓아옵니다. 마술사는 그 한 명만으로도 커다란 힘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강한 아홉 사도는 재앙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아멜이아 왕국이 대륙을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는 그 이면엔 아홉 사도가 존재합니다. 영주 버드는 이런 마술사에 대항하기 위해 마녀를 모으려 했습니다. 이제 그 꿈은 주인공이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주인공과 마녀 '테레사리사'는 눈의 마녀를 만나 교섭을 합니다. 그런데 약간 클리셰적이지만 쫓아온 아홉 사도가 난입하여 교전에 들어갑니다. 여느 이야기라면 간신히라도 악의 축을 물리치고 정의를 구현할 것입니다. 이쯤에서 밝히지만 이 작품은 꿈도 희망도 기대도 없습니다. 그저 가슴 먹먹함과 슬픔만이 존재하죠. 처절함이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이미 기사의 나라 뢰베에서 마음이 꺾였습니다. 재앙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아홉 사도와의 전투에서 손쓸 사이도 없이 주군의 목숨을 빼앗겼습니다. 주군의 딸 델리리움은 혼수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암살자로 키워지고 주군에게 헌신하도록 교육받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를 묻습니다. 이제 주인공의 종착역은 그리 멀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7명의 마녀를 모아 아멜리아 왕국에 대항하고 나라를 되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주군의 뜻이기에, 주인공은 용사가 될 수 있을까? 아홉 사도는 마녀 '테레사리사'와 눈의 마녀가 합세해도 중과부적입니다. 이건 못 이깁니다. 아홉 사도는 세상의 이치를 벗어났습니다. 주인공은 고립무원에서 그래도 아홉 사도에 맞서 열심히 싸웁니다. 열심히 했다고, 고생 많았다고, 애썼다고 말은 듣지 못해도 주군이 마지막으로 남긴 "부탁(델리리움을 보호하고 나라를 구하는 것)"을 관철하기 위해....

"못다 핀 꽃"

주인공은 꽃봉오리입니다. 꽃봉오리는 끝끝내 피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 힘껏 싸웠다. 애썼다. 이제 됐겠지. 용서해 주시겠지. 부디, 칭찬해 주세요. 버드(주군) 님.

마지막으로 뻗은 손은...

주인공의 의지는 마녀 '테레사리아'와 '눈의 마녀'가 이어받습니다.

맺으며: 한 며칠 가슴 먹먹해서 일이 손에 안 잡힐 듯합니다. 아니 꿈도 희망이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1권 리뷰를 다시 써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작품이었나 싶을 정도로 암울하기 그지없습니다. 모든 것을 떠안고도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고 오로지 주군이 남긴 마지막 부탁을 관철하기 위해 불가능한 승리에 도전하지만 끝끝내 그 벽은 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정신적인 충격이 장난 아닙니다. 주인공의 마지막 장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주인공은 주인공이 아니었던 것일까요.

그럼 마녀 테레사리사가 주인공이었던 것일까요. 주인공이 자신의 나라를 되찾는 것처럼 마녀도 기사의 나라 뢰베를 되찾기 위해 주인공과 손을 잡았지만, 매번 적이 나타날 때마다 주인공에게 휘둘리면서도 마음 약하게 도와주는 그 이면엔 주인공이 안고 있던 고뇌와 망가진 마음을 엿봐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솔하게 부탁하고 가진 거 하나 없으면서도 무리한 약속을 하는 그에게서 연민을 느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의지를 이어받아 여행길에 올랐을 때는 가슴이 미어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이번 2권을 읽고 있다 보면 잃어버린 감수성을 되찾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 뒷받침하듯 작가의 필력이 매우 수준급입니다. 아멜리아 왕국의 마술사들을 언급할 때는 일본 특유의 가령 원피스 같은 느낌을 받게 하지만, 주인공이 북쪽으로 향하면서 연출하는 장면들은 미국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웅장함이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머리에 그려지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이 좋다고 할까요. 거기에 주옥같은 대사가 몰입도를 엄청나게 올려줍니다. 그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스포일러이기도 하고, 귀차니즘도 좀 있어서 일일이 언급하기 힘든 점을 양해 바랍니다. 필자의 리뷰를 많이 봐온 분들이라면 필자가 이렇게 추어올리는 작품은 몇 없었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러니까 발매사는 어서 빨리 3권을 내놓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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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비지팽 레이디 2 - 사상 최강의 용병은 사상 최악의 잔학 영애가 되어서 두 번째 세상을 무쌍한다, Novel Engine
아카시 칵카쿠 지음, 카야하라 그림, 이승원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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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시중에 풀려 있는 악녀 시리즈나 전생을 통해 과거로 가는 작품 중 대부분이 여자가 여자의 몸에 깃드는 것에 반해 본 작품은 남자가 여자에 깃드는 다소 신선한 소재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신체 구조가 다른 것에서 오는 좌충우돌을 보여줄까 그런 기대를 했었죠.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체 구조가 다른 것에서 오는 트러블(가령 속옷이나 화장실 문제)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여자가 된 것을 즐기는 거 아닐까 하는 느낌까지 받게 합니다. 물론 필자의 생각처럼 진짜로 이런 소재(신체 차이에서 오는 좌충우돌)를 썼다면 그야말로 라노벨에서나 볼 수 있는 저렴함이라는 지탄을 받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만. 그래서 그런지 복장에 대해 약간 답답함을 토로할 뿐 그 이상의 이야기는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가령 목욕탕에서의 서비스씬이나 남자처럼 행동하느라 치마를 휘날리는 판치라를 여과 없이 보여주지 않을까 그런 기대는 하지 말아 주세요.

그런 것보다는 나름대로 이름을 날리던 용병이 당대 악녀로서 전쟁의 발단이 되었던 '밀레느'의 몸에 깃든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씩 풀어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밀레느'는 신(神)의 총애를 받을 정도임에도 어째서 악녀가 되어 세계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을까, 밀레느 몸에 깃든 용병은 끊임없이 그 의문을 품어 가죠. 이 시대의 신(神)은 인간을 풍요롭게 이끄는 이로운 신으로서 절대적인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신이 악녀를 총애한다? 그리고 용병이 죽자 과거로 보내 그녀의 몸에 깃들게 한 이유가 무얼까. 여기까지 보면 대단한 이야기가 시작되는 서막쯤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2권에서 미약하게나마 미래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단초가 무엇인지 조금씩 밝혀지기도 하죠. 그 예로 마법으로 인격을 조종하는 마법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미래의 밀레느가 악녀로 변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가능케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밀레느가 미래에서 전쟁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인가. 이미 1권에서도 밝혀진 흑막으로서 [달의 신들]이라는 사교에 의한 인류 멸망 프로젝트 일환으로 조종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그럼 용병을 과거로 보내 밀레느의 몸에 깃들게 한 신(神)의 의도는? 결국 미래를 보고 겪은 용병에게 [달의 신들]이라는 흑막과 싸워 미래를 바꾸라는 매우 심플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근데 이거 매우 심각한 스포일러 아닌가? 할 텐데 사실 이 작품의 진짜 이야기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군요. 필자가 열거한 설정처럼 그렇게 흘러간다면 성공한 대하드라마가 탄생했을 수도 있었겠죠. 근데 실상은 그냥 "학원 라이프"입니다. 학원 라이프만 쓰기엔 뭔가 밋밋했는지 서브 이야기로 그런 설정을 넣어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좀 많이 허술합니다. 뭔가 위기감을 조성하는 흑막이 있고, 그걸 해결하는 주인공이 있으면 멋있잖아요?

이번 2권에서는 용병이 살았던 시대에 전쟁의 시발이 되었던 무녀 '멜리사'가 등장하는데, 멜리사는 미래의 밀레느에게 사형 당하여 전쟁이 일어나게 하는 키포인트 격인 인물입니다. 미래를 잘 알고 있는 용병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죠. 그런데 멜리사는 밀레느 몸에 용병이 깃들기 전부터 그녀(밀레느)의 포악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던지라 용병이 깃든 지금의 밀레느 온순해진 성격에 의문을 품으며 주위를 맴돌며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입막음으로 멜리사를 요단강 건너로 보낼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본 작품은 판타지를 끼얹은 학원 라이프입니다. 그것도 현대식이라는 거죠. 거기에 1권 리뷰에서도 조금 언급했지만 백합물이기도 하고요. 얼마 못 가 결국 밀레느(용병) 하렘에 동참하면서 지리멸렬한 학원 라이프를 보여줄 뿐입니다. 이번엔 학원제를 열면서 카페 메이드를 하기도 하는데 보수적인 판타지 세계에서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맺으며: 라노벨에서 다소 먹혀 들어가는 설정(위에서 필자가 열거한 것들)을 마련했으면 거기에 좀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을, 기껏 일러스트도 수준급으로 만들어 내고 있으면서 아깝게 남자가 여자 몸에 깃드는 전생이라는 다소 신선한 설정만 있을 뿐 내용 자체는 어디에나 있는 여자애들의 학원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흑막을 끼얹어 이야기의 목표를 설정해두지만 메인은 아니고요. 그렇다면 청춘 학원 라이프면서 풋풋한 내용이라도 좀 넣어주던가 그런 건 전혀 없고 이야기가 상당히 지리멸렬합니다. 내청코처럼 상류층과 하류층과의 불균형과 불건전한(?) 이성 관계를 꼬집는 하치만식 어록이 등장하는 것도 없으며, 판타지 위계질서에 따른 트러블(내가 누군지 알아? 같은)도 없으며, 이웃나라 황녀가 밀레느(용병)에게 푹 빠져서 기숙사 방 배정을 임의로 바꿔 밀레느(용병)와 한 방에서 지내는 이야기에서 뭘 건져야 되는지도 모르겠더군요.

학원제를 열면서 카페 메이드를 한답시고 여러 가지 준비하는 과정도 지리멸렬하고, 위계질서가 확립되어 있고 보수적인 판타지에서 허벅지 위에 오는 메이드 복장으로 접대를 한다? 이럴 거면 뭐 하러 판타지를 끼얹었는가 하는 의문을 느끼게 하죠. 필자가 보수적이라는 게 아니라 오히려 판타지를 끼얹음으로써 제 발목을 잡은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껏 내청코의 토츠카 같은 왕자를 기용했으면 뽕을 뽑던지... 결국 종합하면 작가의 필력이 의심스럽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제목과 일러스트를 잘 뽑아 놓고 내용은 빈약하기 그지없는, 흑막은 흑막답지 않게 들러리로 나왔다 나가리 되고, 세상을 멸망 시킬 정도라면서 이 시대의 위정자들은 다 무능한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주인공(밀레느)이 다 해결할 뿐이죠. 이것도 흥미진진하다면 모를까. 오랜만에 수작이 나왔나 기대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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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양피지 6 - 늑대와 향신료의 새로운 이야기,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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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외전의 주인공인 콜에게 있어서 뮤리는 어쩐 존재인가? 콜 왈: 가족과 그러는 거 아닙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뮤리가 태어날 때부터 기저귀를 갈아주고 온갖 뒤치다꺼리를 다 해준 콜에게 있어서 뮤리는 친동생 그 이상은 아니었죠. 그래서 조숙하게도 신부가 되겠다느니 하며 콜을 쫓아다녔던 뮤리는 결국 빛을 보는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갈수록 경건한 신앙심으로 똘똘 뭉친 콜은 사람이 점점 고리타분해지더니 끝끝내 꼰대가 되어 이것도 하지 말라 저것도 하지 말라 여자애는 얌전히 등 참견만 하다가 언제까지고 이런 삶으로는 둘의 관계가 끝나지 않을 거 같다며 둘만의 기사단을 결성해서는 관계를 완전히 정립하고야 맙니다. 뮤리 입장에서도 부모의 전례에서 같이 있고 싶지만 같이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 이상 신부 운운은 접어둔 채 사랑하는 오라버니를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에만 충실히 하려 하죠. 그래서 동경했다지만 기사가 되어 기뻐하는 뮤리의 언동에서 조금은 서글픈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호로'와 같은 또 다른 늑대의 화신이 있지 않을까 하는 두근거림을 보여줍니다. 교회로부터 전(前) 영주가 이단이라고 의심받는 영지가 왕국 최대의 보리 산지였고, 불과 얼마 전까지는 불모지였던 곳이 어느 날부터 보리의 산지로 올라섰다는 것에서 콜과 뮤리는 호로가 백수십 년을 보리에 매여 풍작에 관여했던 것처럼 하나의 가설을 세우게 되죠. 여명의 추기경으로 세간의 이목을 받는 콜은 보리의 산지로 가 그 지방을 다스렸던 전(前) 영주가 진짜 이단인지를 알아보는 임무를 부여받게 됩니다. 또한 그동안 꾸준하게 복선으로 나왔던 서쪽 대륙에 대한 이야기도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하는데요. 보리의 산지로 간 콜과 뮤리는 그곳을 다스렸던 전(前) 영주를 만나 또 다른 인간이 아닌 존재들에 대한 단서와 서쪽 대륙에 대한 이야기들 듣게 되죠. 그리고 조사를 진행하면서 인간의 무지와 전(前) 영주의 불행했던 과거가 드러나면서 이야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단 중대한 스포일러라서 호로와 같은 늑대의 화신이 또 있나는 언급할 수 없지만, 결국은 전(前) 영주가 이단인지 아닌지를 밝혀야 되는 임무에서 왜 그런 소문이 돌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로 넘어간다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꼬투리를 잡아 왕국에 반격을 가하려 하고, 왕국은 보리의 산지가 이단으로 찍히면 단숨에 형세가 역전될 수 있기에 콜과 뮤리의 임무는 대단히 막중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등장했던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대거 출연하여 이들(콜과 뮤리)에게 힘을 보태주는 등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롭게 흘러갑니다. 그 과정에서 쥐와 새들에게 명령하는 뮤리라든지, 독수리 화신과는 만났다 하면 으르렁거리기 바쁘기도 하고, 양의 화신과는 친하게 지내고, 새의 화신에게서는 그 옛날 로렌스가 그랬던 것처럼 인간(로렌스는 호로)과 살아가기 위해 조언을 들으려는 뮤리의 모습 등 인간이 아니면서 인간다운 모습은 잔잔한 여운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맺으며: 요즘 슬럼프라 리뷰가 엉망진창이군요. 게다가 본 작품은 리뷰하기 까다로워서 더더욱 어려움을 겪는다고 할까요. 전체적으로 보면 앞의 이야기들의 연장선이고 본 이야기는 요점만 간추려보면 별것 아니기에 포인트를 잡기가 많이 힘들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필자만 그럴 수 있지만요. 이번 이야기도 호로와 같은 늑대의 화신이 또 있을까 하는 두근거림을 선사하지만 막상 들춰보면 그거와는 별개로 평범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게 잘못되었거나 재미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필자는 본 작품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작으로 보고 있기도 하니까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실력이 제법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전(前) 영주가 이단인 줄 알고 왔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어디에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에 콜과 뮤리는 그를 도와주며 사태를 매듭지어 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거기에는 이단이라고 불릴 수밖에 없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도 엮여 있고, 아직은 몽상으로 치부되는 서쪽 대륙에 대한 환상을 부풀림으로써 대립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빌미를 제공하여 사태를 꼬이게 만드는 등 사람들의 무지와 이기심을 제법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필자는 사실 그런 것보다 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대거 출연하여 아웅다웅하는 이야기들이 더 흥미로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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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토리 1 - S Novel+
카를로 젠 지음, so-bin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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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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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녀 전기로 유명한 카를로 젠 작가의 신작입니다. 장르는 근미래적인 SF 전쟁 드라마이고 주 내용은 지구가 '상련'이라는 다른 별의 지배를 받는 노예 계급으로 전락한 미래 세계를 그리고 있는데요. 주인공 '아키라'는 폐쇄적인 일본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련의 '행성궤도보병(궤도 강하병)'에 자원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유녀 전기도 그랬지만 이 작품의 특이한 점은 좋아서 어떤 일을 맡는 게 아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하나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떠밀려 선택해야만 하고, 그로 인해 생환율 0%에 수렴하는 궤도 강하병이 되어 대리전쟁을 치러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요컨대 주인공은 좋은 말로 하면 용병이고, 나쁜 말로 하면 고기 방패에 지나지 않는 일을 해야만 하죠. 일본에서 남들이 하는 틀에 박힌 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 했던 주인공은 '이단아'로 낙인찍혀야 했고, 결국 "보호"라는 명목으로 자원이라 쓰고 징집되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주인공에겐 웃을 수 없는 일이지만 설정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신대륙을 발견하던 대항해시대처럼 '상련'이라는 어디에 붙어있는지 모를 행성의 함대에 의해 발견되어 통상(상업) 관계가 될 뻔하였던 지구는 그 가치가 미비하여 버림받다시피 그냥 우주여행 중계기지로 전락하였고 이제는 대리전쟁을 치를 용병 생산 기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 대리전쟁이라는 게 우리 산업의 3D 업종처럼 힘든 전쟁을 대신해라 뭐 그런 것입니다. 물론 강제는 아니고 지원을 받고 있으며, 급료가 좋아 나름대로 지원율은 있는 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생활률 0%일 정도로 극악한 난이도를 자랑하고 있죠. 그래서 주인공처럼 이단아라든지 돈이 궁한 사람들이 몰리는 편이고 그러다 보니 모이는 면면들 개성이 강한 게 특징입니다. 주인공은 스웨덴인, 중국인, 영국인, 미국인 이렇게 4명(주인공 합치면 5명)이 한 팀을 이루지만 애초에 문화도 다르고 성격도 달라서 트러블은 끊이질 않게 되죠.

주인공은 이들 4명과 팀을 이뤄 실전을 치르기 전, 훈련을 통해 이들과 소통을 이끌어 내야 하는데 주인공 자체도 반골 정신이 투철한데다 사회비판적인 성격으로 똘똘 뭉친 문제아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이해하는 건 애초에 무리였고, 팀원들도 저마다 개성이 강해서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기 바쁘다 보니 시종일관 협조성을 바라는 건 요원하기만 하죠. 결국 1권의 요점은 이들과 화합하여 훈련을 통과해야 하는 미션과도 같은 이야기입니다. 물론 유녀 전기 때도 그랬지만 작가 특유의 수직사회에 대한 블랙 개그와 사회 비판도 잔뜩 들어 있으며 그로 인해 독해력도 상당히 높게 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라노벨 특유의 개그는 찾을 수 없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접했다간 초반에 나가떨어지는 난이도를 자랑하죠. 하렘 또한 없으며, 아무리 못생긴 주인공이라도 여친은 생긴다는 라노벨 불문율은 본 작가에겐 통용되지 않으니 이런 점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맺으며: 행성 간 항해라든지, 함대라든지 SF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먹히지 않을까 하는 설정이 제법 있습니다. 유녀 전기가 2차 세계대전에 마법을 접목시켜 다소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본 작품은 근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는 현실성을 보여주는 게 특징입니다. 일러스트 한 장 없어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문제점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작가의 표현력이 좋아 자연스레 머릿속에 상황이 그려지는 것 또한 특징입니다. 다만 주인공과 그 일행에 관련한 트러블과 이들의 성격을 많이 보여주고, 입만 열었다 하면 사회 비판적인 주인공의 분량이 상당해서 실질적인 전투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요컨대 이 작품의 본질은 궤도 강하라는 SF적인 요소보다 인간관계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함대라든지 궤도 강하 같은 장면들도 다수 있기도 한데 찐빵에서 메인은 팥임에도 이 작품은 겉의 빵에 중점을 둔다고 할까요. 적어도 1권은 그런 느낌입니다. 일단 2권이 나와봐야 진짜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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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 전하는 화가 나셨나 봅니다 7 - L Novel
야츠하시 코우 지음, 나기시로 미토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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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게 있습니다. 우선 여주 '레티시엘'은 1천 년 전 전쟁통에 사망하여 전생하였다는 것, 그리고 그녀를 쫓아 같이 전생을 해온 흑막이 있다는 것, 흑막은 여주를 미워하여 그녀 주변에 이상한 현상들을 일으키고 무언가 일어날 거 같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여주가 사망하고 1천 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연대기같이 보여주며 마치 그 중심에 여주가 있고 그녀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역설하기도 하죠. 사실 이런 설정들을 기믹이라고도 하는데, 상품을 팔 때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전략을 짜듯, 이 작품도 여주의 환생 문제부터 해서 흑막과 관련된 복선을 투하하며 독자들의 이목을 끌려는 작가의 노력이 매우 부단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감에 부풀어 상품을 구매했더니 실망한 경우가 있듯이 이 작품도 이번 7권이라는 상품을 뜯어 안을 확인해 보니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단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대충 무작위로 열거해 보면요. 여주가 환생하고 집안이 매우 시끄러웠다는 것, 학원에 입학한 후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일과 현상, 1천 년 전 친구였는지 사제지간이었는지 암튼 여주의 지인이 환생해와서 여주에게 적의를 드러냈다는 것, 그리고 동맹국이었던 이리스 제국은 왜 전쟁을 걸어왔을까. 이리스 제국의 왕이 암살 당하고, 여주가 속한 나라의 왕도 앓아누웠다 것, 정령왕들이 찾아와 경고를 했고, 십수 년 전 어떤 국지전에서 흰 로브를 입을 무리와 꼬맹이의 출연이 시사하는 것은, 여주의 부모와 여동생, 언니가 저질렀던 일들의 배후에 있었던 인물은? 학원에서 일어난 난동 사건은? 이런 일련의 사건 배후를 가리키는 건 단 하나였죠. 그렇담 그걸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야 되지 않을까요. 이전에도 남일처럼 이야기를 진행해왔지만 이번 7권을 읽으며 작가는 기믹이라는 단어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복선과 흑막과의 연결고리로서 이리스 제국과의 전쟁 씬은 필요했다지만 필자는 작가에게 묻고 싶은 게 도서의 분량 중 거의 절반을 할애한 그 전쟁에서 여주는 무엇을 얻었느냐입니다. 그저 먼치킨이 되어 적병들을 쓸어버릴 뿐이죠. 여기엔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결사의 의지도(여주가 속한 나라가 열세), 전술과 전략의 묘미도 그 어떤 것도 없이 그저 지리멸렬한 이야기만 흐를 뿐입니다(이건 이리스 제국 쪽도 마찬가지). 그러다 총사령관인 왕자의 명령으로 잠입 조사에 나가게 되는데, 결국 종합해 보면 여주를 이리스 제국에 잠입 시키기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해 전쟁 장면이 필요했다는 것만 알 수 있고, 이것을 위해 그토록 많은 분량을 할애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작가도 어느 정도 인식은 했는지 중간에 학원 친구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부여하지만 이것도 지리멸렬하다 못해 비밀 임무 중인 여주를 모른 척 좀 해주지 아는 척까지 해서 발암끼를 유발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겨우 이리스 제국에 잠입하고서야 그동안 일어났던 일련의 일들의 배후에 흑막이 있다는 걸 본격적으로 자각하고 그 배후를 쫓기 시작합니다. 이건 또 갑작스럽죠. 그동안 남일처럼 행동해놓고 약간의 단서를 얻은 결과 단숨에 흑막이 있는 장소를 유추하고 쳐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도망간 언니와 재회하는데 도망갈 때 뭔가 대단한 일을 할 거 같이 해놓고 급하게 리타이어 시키는 경우는 또 뭔가 싶군요. 그리고 흑막이 있는 장소에 도착한 여주에게 그동안 일련의 일들과 현상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가에 대해 전해지는데, 작가에게 또 묻고 싶어집니다. 이것 때문에 그렇게 기믹을 난발했습니까? 이 작품 최대 스포일러라서 언급은 힘듭니다만, 뭐 사실 이렇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했었긴 합니다, 그런데 막상 맞아떨어지니 이렇게 허망할 수가...라는 감정을 대체 누구에게 보상받으면 될까요. 다 떠나서 결과가 뻔하면 중간 과정이라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을 보여주던가요. 필자 주관적이지만 그런 거 없어요.

맺으며: 차라리 황당하더라도 "전생 왕녀와 천재 영애의 마법 혁명"을 하차하지 말걸 그랬군요. 이 작품(왕녀 전하)이 더 황당할 줄이야. 기믹이라는 기믹은 다 뿌려대면서 기대하게 하더니 막상 받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일례로 이번 이리스 제국과의 전쟁에서 여주가 속한 군대에 스파이가 있었는데 이것도 무슨 복선에 흑막이 있을 거 같이 하더니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인지 모를 캐릭터를 데려와 이놈이 스파이입니다. 하니 황당하죠. 그리고 남주이자 조만간 여주 남친이 될 '지크' 신상에 관련된 복선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지크와의 관계는 1천 년 전 여주 남편의 환생이 아닐까, 그러해서 여주와 무슨 관계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넣어놓고 아직 손도 못 잡고 있죠. 둘 다 눈이 오드아이라는 점에서 무슨 실험의 산물인가 하는 복선도 나왔었는데 이건 이젠 언급조차 없고, 잊어버린 건가요? 이건 뭐 수단을 위해 목적이 없어져 버린 케이스가 아닌가 싶더군요. 대체 왕녀는 언제쯤 돼야 화가 나는 걸까요. 그동안 지리멸렬해도 참아왔는데 이번 7권을 계기로 못 참게 되어 하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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