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 2 - 마유즈미는 결코 신에게 기도하지 않는다, NT Novel
아야사토 케이시 지음, 이은주 옮김, kona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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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귀신 '마유즈미'와 뱃속에 도깨비를 품고 있는 '오다기리'가 그리는 미스터리 탐정물 제2탄입니다. 마유즈미 가(家) 초대 당주에 버금가는 힘을 보유하여 일족으로부터 살아있는 신(神)으로 추앙받으면서도 신을 믿지 않으며 추앙받는 것도 싫어하는 14살 소녀는 남을 깔보고 도움을 외면하고 가십거리를 즐기지만 미스터리 사건 같은 흥미가 돋는 것에는 친히 앞장서서 달려들어 발을 담그는 통에 조수 오다기리는 매번 죽을 만큼 고생을 합니다.


마유즈미와 다르게 완전판 일반인인 오다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뛰기 싫어하는 마유즈미를 안고 대신 뛰어주는 것, 만난 천날 초콜릿만 먹어대는 그녀의 영양분을 걱정하여 가끔 밥상을 차려주는 것, 월급도 안주는 마유즈미 때문에 지갑이 털리는 일상을 보내는 그의 뱃속에는 어떤 여자가 만들어낸 사념 덩어리(1)인 도깨비 아기가 들어 있습니다. 이름은 '우카'...


2권 주제는 신(神)의 피입니다. 이번 무대는 마유즈미 가(家)와 앙숙 지간인 미나세 가(家)에서 얼어난 배반자 처단에 휘말린 마유즈미를 그리고 있는데요. 자칭 신이라고 추앙받고 있는 마유즈미의 피를 원하여 그녀를 노리는 배반자에게서 그녀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미나세 가(家)는 일족을 총동원하여 그녀를 보호에 나서지만 되려 당하면서 궤멸로 몰리게 될 만큼 배반자의 힘은 굉장했는데 알고 보니 배반자가 미나세 가(家) 전(前) 당주, 어떻게 현 미나세 가(家) 당주 '시라유키'의 활약으로 배반자를 물러나게 하는 데는 성공합니다. 결국 알고 보니 집안싸움이었습니다. 거기에 마유즈미가 휘말려 버렸군요.


여튼 이 과정에서 미나세 가(家)의 이능력(2)으로도 어떻게 하지 못 했던 배반자를 마유즈미가 간단하게 해결해버리는 등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진리를 보여주면서 허탈하게도 합니다. 참고로 마유즈미가 가진 힘은 심에 버금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능력에 있어선 괴물 축에 속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신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본진(몸체)은 일반인과 똑같아서 칼에 찔리거나 하면 죽는 건 매한가지인지라 그녀 자체적으로 만능은 아닙니다. 그래서 고생하는 건 조수 오다기리로 19살에 요통을 불러올 만큼 혹사당하고 있습니다.


지켜준다고 떵떵거리다 패망한 미나세 가(家) 현 당주 '시라유키'가 가세하여 배반자를 찾으러 다니면서 몇 가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한 에피소드가 일어납니다. 오다가리가 베푼 약간의 친절에 기대어 호감을 나타내고 있었던 소녀의 전화에서 시작된 개의 죽음을 조사하면서 소녀의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악의는 전율을 느끼게 합니다. 숙모에게서 받은 개가 밥을 제대로 먹지 않고 자기(개) 발을 물어뜯는 이상 현상을 보고도 소녀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그렇게 개는 야위어 가다가 굶어 죽게 되었습니다.


미련이 남아 이승을 전전하는 것이 아닌 굶어 죽은 것에 원한이 사무친 개의 원혼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는 소녀, 소녀를 탓하는 마유즈미와 오다기리에게 11살 소녀가 보여준 행동은 어른의 이중성(3) 그것을 뛰어넘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절대로 적으로 돌리면 안 되는 타입을 가지고 있는 소녀의 행동은 소름을 돋게 합니다. 필자는 몇 개의 에피소드 중 이것이 가장 인상에 남았습니다.


이거저거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배반자를 찾아가는 이들은 드디어 배반자를 찾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미나세 가(家)가 저지른 과오를 접하게 되고, 마유즈미는 그 중간 과정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미나세 가(家)에서 저지른 일은 천벌받아 마땅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몇 개의 집안이 얽혔을 때의 클리셰인 가문에 인정받지 못해 일어난 사단이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날 놔두고 감히 저 녀석을 인정해? 같은 게 아닌 인연으로 만났지만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운명이 불러온 슬픔이었습니다.


마유즈미 아자카 영능력 사무소, 마유즈미가 왜 사무실을 차렸는지는 잘 모릅니다. 1권을 읽은 지도 오래되었고... 그저 그녀는 따분함을 견디지 못해 사무실을 차려 흥미로운 사건에 뛰어드는 걸 즐기는 건지도 모릅니다. 오빠 아사토에게 반드시 죽임을 당할 운명인 그녀, 죽어가는 오다기리를 주워서 치료해주고 조수로 삼아 맨날 고생시키지만 오다기리가 보상받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오다기리는 마유즈미를 안아들고 죽을 만큼 뛰고 배가 찢기는 등 온갖 고생을 다 하였습니다. 마유즈미와 다르게 오다기리는 사람을 구하는데 망설임이 없는 정의감이 높지만 현실은 시궁창... 하지만 사건을 해결해나가면서 미나세 가(家) 현 당주 시라유키의 마음을 훔치는데 성공하여 장밋빛 미래의 가능성을 열었지만 본인은 무감각하여 굴러들어온 복을 차버립니다.


1권보다 시리어스가 다소 줄어들긴 하였지만 여전히 그로테스크를 넘나듭니다. 억지로 당주가 된 것도 모자라 이능력 강화를 위해 혀가 잘려야 했던 미나세 현 당주 시라유키, 인격이 말살되고 호사가의 금붕어가 되어야 했던 자매는 충격을 던져 줍니다. 그걸 슬퍼해주는 오다기리와 그런 오다기리를 이해하지만 도와주지 않는 마유즈미, 그리고 오다기리 뱃속에 있는 우카의 섬뜩함... 이런 스토리와 어우러져 표현되는 배경 설명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그리고 오다기리는 자신의 뱃속에 있었던 딸 우카를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일본 특유의 가문 이야기는 좀 식상합니다. 가령 애니메이션에서도 간혹 나오는 일본 전통 가옥을 배경으로 하고, 끝이 어딘지 모를 재산과 부동산, 그리고 엄격한 규율, 그리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같은 권력형은 시리어스 한 작품에서 마이너스로 다가옵니다. 그래도 작가의 필력은 꽤 높은 편이어서 몰입도를 높여 줍니다. 사람이 걸어가는 방식과 주변을 빗대어 한 폭의 시와 같은 표현은 좋았다고 할까요.


 

  1. 1, 1권을 읽은지 하도 오래되서 정확히는 모릅니다.
  2. 2, 이 작품은 영능력물이기도 합니다.
  3. 3, 구체적으로 가해자이면서 '난 잘못이 없는데 왜 나한테 그래?' 라며 울며 불며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하여 진짜 피해자를 오히려 가해자로 만드는 종족을 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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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10 한정판 -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김완 옮김, 야스다 스즈히토 그림 / ㈜소미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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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인간의 말을 하고 지능을 가진 '제노스'들과 만난 벨 일행, 용종 소녀 '비네'를 만나 그들이 지상과 인간을 선망한다는 걸 이해하고 몬스터와의 공존을 모색하지만 인간과 몬스터 간의 불변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굴하지 않고 비네를 지상으로 데려와 지내며 어쩌면 서로의 이해 속에서 공존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장밋빛 미래를 예상하지만 돌아오는 건 인간들의 악의에 찬 시선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비네를 던전으로 돌려보내야만 했고, 송충이는 솔잎을, 몬스터는 던전에라는 공식 앞에 또다시 좌절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벨 일행이 비네를 던전에 보내고 무료한 나날을 보낼 때, 말하는 몬스터를 잡아다 밀매하는 이켈로스 파밀리아에 의해 제노스들이 습격 당해 괴멸 상황에 몰리고 비네가 잡혀 가버리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어쩌면 서로가 이해하여 공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인간을 선망하여 인간이 되고자 했던 몬스터 '제노스' 들은 그저 지상으로 나가 진짜 하늘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악의에 찬 시선들뿐...

 

상황은 악화일로를 달리며 잡혀간 동족을 구출하고 싶어 하는 '제노스'들과 이들을 배척하고 잡아가는 인간들 간 이해하지도, 받으려고도 하지 않는 전쟁터 속에 몸을 던진 벨, 그리고 제노스를 지원하러 왔던 검은 미노타우로스에게 괴멸 당해 가는 가넷샤 파밀리아와 벨을 지원하러 왔다가 중상을 입게 된 엘프 '류'가 벌이는 전투는 이제까지 있어왔던 가볍다는 느낌을 단박에 지워버립니다.

 

'공존'

 

판타지물에서 흔히 다뤄지는 주제가 이것입니다. '공존' 판타지에서 인간과 몬스터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언제나 인간은 몬스터를 사냥하여 인간들의 안녕을, 몬스터는 인간을 쓰러트려 자신들의 안녕을 추구합니다. 그것은 공기를 들이쉬고 밥을 먹듯 당연한 자연의 순리라 여겨 누구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이 인간이 아니게 될 때, 몬스터가 몬스터가 아니게 될 때 자연의 순리라 여겨 그동안 쌓아왔던 모래성은 한순간에 무너지게 됩니다. 인간이 몬스터가 되고, 몬스터가 인간이 되어 '벨'의 앞에 나타났을 때 소년은 지금까지 꿈꿔오고 밑어 의심치 않았던 정의가 한순간에 박살이 나버렸습니다.

 

중층에서 인간의 말을 하고 지능을 가지고, 마음을 가진, 같은 몬스터에게도, 인간에게도, 공격받는 몬스터 '제노스'들과 조우한 벨 일행, 그중에 용종 소녀 '비네'와의 만남은 지금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인간과 몬스터의 관계를 뒤집어 버렸습니다. 인간과 똑같이 희로애락을 느끼고 악의 없이 인간 소녀와 같은 느낌으로 벨에게 다가오는 비네를 오라리오 파밀리아 홈에 대려 가는 등 관계를 이어가지만 역시나 인간은 인간이고 몬스터는 몬스터일 뿐, 몬스터가 인간이 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버린 벨 일행은 다시 비네를 던전으로 돌려보내야만 했습니다.

 

인간의 말을 하고 인간의 지능을 가지고 인간의 마음과 똑같은 것을 가진 '제노스'들의 비원은 언젠가 인간과 공존하여 지상으로의 진출이었습니다. 오라리오가 생기기 이전부터의 기억을 전생으로 물려받은 이들은 인간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것이 자기들의 발등을 찍어버릴 줄은 꿈에도 모른 채, 그저 인간에게 다가가고 싶어 했습니다.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알콩달콩한 분위기는 찾을 수 없습니다. 9권 중반부터 그러더니 이번 10권은 처음부터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제노스를 습격한 이켈로스 파밀리아가 자행하는 악의와 그에 맞서는 제노스들의 처절한 분투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저 인간들에게 이해받고 싶었던 제노스,  분위기는 하루 종일 잿빛 하늘처럼 우중충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무언가가 부서졌을 때, 살기 위해 동족을 위해 종을 초월하여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인간에게서 비네를 구하고자 악의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선택한 살아남은 제노스들의 전투는 결코 해피엔딩을 바랄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인간들을 배려하는 제노스들... 인간으로서 벨은 제노스편에 서서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이켈로스 파밀리아와 전투를 치러 갑니다.

 

벨이 쏜 아르고노트도 허망하게 흘러가던 전투 종반, 이켈로스 파밀리아의 딕스에 의해 이마의 보석을 빼앗긴 비네의 폭주가 이어지고 이건 지상으로까지 번집니다. 지상에서 폭주하는 비네를 진정시키려 하지만 때마침 로키 파밀리아와 마주하게 되면서 벨은 인간으로서 있을 것인가 몬스터로써 있을 것인가 기로에 서게 됩니다. 애초에 이해는 바라지 않았습니다. 최종전에 들어가면서 마을은 초토화되기 시작합니다. 비네를 쫓는 사람들을 가로막는 벨에게 쏟아지는 악의... 그리고 벨이 비네를 따라잡았을 때 최후의 순간이 찾아오고 비네는 벨에 안겨 재가 되어 갑니다.

 

'이제까지는 없었던 처절한 싸움'​

 

그동안 전투에 들어가면 알게 모르게 심각한 분위기는 없었으나 이번 10권에서는 자칫 누군가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전투신이 꽤 들어가 있습니다. 제노스를 제압하러 주력을 보냈던 가넷샤 파밀리아는 괴멸, 헤르메스 파밀리아의 아스피는 꼬챙이, 엘프 류도 중상, 벨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벨이야 항상 만신창이가 되곤 하여서 그리 놀라운 건 아니지만 이번엔 유력 파밀리아의 레벨 4~5대의 인간들이 죄다 전멸해버렸다는 것이군요. 특히 로키 파밀리아의 피해가 막심...

 

사실 위에 언급한 건 그동안 있어왔던 전투라서 그리 큰 반향은 없었지만 제노스와 이켈로스 파밀리아 간 전투가 상당히 처절하였습니다. 돈을 위해 제노스를 잡아가고, 거기에 대항하여 싸우는 제노스는 일방적인 유린에 능욕까지 당하는 이 작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표현까지 있어서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종을 초월하여 서로가 이해할 수 있을까'

 

없을 겁니다. 비교적 인간과 가까웠던 비네조차 인간에게 발각되었을 때 오라리오 전체가 발칵 뒤집어 버렸으니까요. 그럼에도 벨은 무던히도 노력합니다. 그런 벨을 보며 딕스(이켈로스 파밀리아)는 위선자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벨은 이때까지 경험치를 위해 돈을 위해 숱하게 몬스터를 죽여왔었는데 어느 날 인간이 인간의 지능을 가지고 인간의 말을 한다는 이유로 보호해야 될까 하는 물음을 ​던집니다.

 

현실에서 어느날 돼지나 소가 인간의 지능을 가지고 말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장 실험의 재료가 된다는 건 차지하더라도 그걸로 인해 다른 말 못하는 소와 돼지를 먹지 말아야 될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된다고 하였을 때... 제노스와 인간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인간의 지능과 마음을 가지고 인간의 말을 하지만 겉모습이 몬스터라 해서 구축해야 될 존재일까? 이것을 두고 벨이 선택한 길은...

 

'맺으며'

 

소책자에 들어있는 토막 만화에 출연한 릴리가 상당히 귀엽습니다. 본편에서는 그리 활약을 하지 않아 아쉬웠군요. 하기사 차원이 다른 전투에 낑겼다가 괜히 죽기라도 하면 작가의 신변이 위태로웠겠지만요(농담). 9권을 읽은 지 거짐 10개월이나 되어서 앞의 내용이 잘 생각 안 나서 좀 고생하였군요. 페이지도 400페이지나 되어서 허투루 읽어선 의미를 알지 못하게 될까 9권을 다시 읽기도 하였습니다.

 

9권 중반부터 느낀 거지만 이야기가 상당히 무겁습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한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걸까 할 정도로 처절한 싸움의 연속이었군요. 그리고 그걸 알아주지 않는 주변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이전부터 이상한(?) 사람을 데려와 파티를 맺더니 이젠 몬스터까지 끌어들이나 해서 좀 나른하게 다가오기도 하였지만 10권을 읽으면서 종을 초월한 이해라는 걸 알았을 때 공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여튼 벨은 싫든 좋든 또다시 파밀리아 브레이커가 되어버렸습니다. 몬스터보다 벨을 어찌하지 않으면 파밀리아가 남아나지 않을 듯한데 누구도 이걸 지적하는 사람은 없군요. 사실 보고 있으면 애처롭습니다. 이해받지 못하는 종(種)을 이해받게 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지만 정작 자신을 이해받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동반하며 이물질이 되어 배척되어야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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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1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덕진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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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구모 하지메'는 반에서 존재감이 별로 없는 그저 그런 게임 오타쿠입니다. 게임으로 인해 날 밤 새우기를 밥 먹듯이 하는 통에 클래스 메이트들은 그를 좋게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처우는 그래도 견딜만했지만 '시라사키 카오리'라는 학교에서 2대(두 명) 여신이자 반 전체에게서 호감을 얻고 있는 그녀에게 맨날 인사를 받고, 그녀가 아는 척을 하는 통에 반 전체에게서 적의를 받고 있습니다.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하지메는 골백번을 죽었으리라... 같은 독백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사실 이런 시츄에이션은 여느 학원물에서 흔히 쓰이는 주제입니다. 별 볼 일 없는 주인공에게 관심을 주는 히로인 때문에 곤란을 겪는 주인공, 여기서 보통 소년 물일 경우 주변 클래스 메이트들은 눈물만 흘리고 나중에는 그냥 받아들이는 이야기로 흘러가지만 청소년 물일 경우 소년 물과 분기가 갈리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적의는 현실성을 띠어 악으로 변질되어 주인공을 괴롭히게 되죠.


날이 갈수록 친근감이 늘어가는 카오리의 선행은 마침내 점심시간 도시락을 나눠주게 되면서 폭발하게 됩니다. 카오리의 악의 없는 선의로 인해 반 전체에서 풍기는 살기를 느낀 하지메가 빌었던 소원이 현실이 되어 반 전체가 이세계로 날아가게 되고, 자기들을 불렀던 교황은 이세계의 위기이니 도움을 달라고 일방적인 이야기를 전해옵니다. 이세계물이 다 그렇듯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위기를 타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면서 현실을 받아들입니다.(사실 꾐에 넘어간 것뿐...)


하지메도 수긍하고 현실을 받아들여 나름대로 재능을 받아 활약을 기대하였으나 그가 받은 천직(재능)은 전투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연성'이었고 평범한 사람에 불과한 스테이트스 수치, 이것으로 인해 이전부터 하지메를 괴롭혀왔던 히야마 패거리의 린치는 더욱 가속화되면서 하지메의 인생은 최악으로 치닫습니다. 보통 이세계로 넘어가면 영웅이나 용사라는 직종은 주인공에게 의례 돌아가기 마련이나 이 작품은 그럴 일 없다는 마냥 주인공을 철저히 매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용사로 선택된 사람은 반에서 수재이자 자신만의 정의에 빠져 사는 카오리와 카테고리는 같지만 하위 폴더가 다른 성격의 '코우키'가 되었습니다. 하지메의 왕따 분위기에 그리 참여하지 않는 중립적 인물이지만 그의 악의 없는 언동은 히야마 패거리보다 더 악의적으로 다가옵니다. 많은 여심을 붙잡고 있는 동시에 많은 여자에게 미움을 받는 흔치않는 캐릭터가 용사로 선택되었고, 그를 중심으로 나름 영사와 그 떨거지들이라는 본분을 충실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메를 반에서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트렸던 카오리는 치료사, 그 외 반 전체는 골고루 좋은 재능과 스테이터스를 받았으나 하지메는 일반인, 주변에서 들려오는 비아냥과 비웃음 그리고 연습이라 쓰고 서슴없이 행해지는 린치... 어느 날 세계를 구할 용사들을 훈련 시킨답시고 던전을 향했던 그날 밤 카오리가 잠옷 바람으로 하지메의 방에 찾아오면서 파국은 시작됩니다. 그 장면을 엿보고 있었던 어느 클래스 메이트는 비통(이라 쓰고 질투)에 빠져 다음날 미궁 심층부에서 보스를 유인하던 하지메에게 그는 마법을 날렸고 하지메는 보스와 함께 낭떠러지로 추락, 미궁(던전)보다 더 아래에 있다는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전날 밤 유약한 하지메를 찾아와 하지메를 지키겠노라고 다짐했던 카오리가 대성통곡하면서 카오리가 하지메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 드러납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하지메를 눈여겨 봐왔던 카오리, 양아치들에게 삥 뜯기는 할머니와 손자를 도와주는 하지메를 바라보며 누구보다 상냥하다는걸, 누구보다 용감하다는걸, 엎드려 비는 하지메를 바라보며 비참함보다 용기의 상징이라는 걸 알게 된 카오리는 세상 모두가 하지메의 적이라고 해도 자신만은 하지메의 편에 서있겠다는 것마냥 그의 참모습에 기대어 자신도 용기를 얻었던... 그래서 하지메가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패닉에 빠지고 몇 날 며칠을 앓아눕게 됩니다.


나락으로 떨어진 하지메, 쫓아오는 마물에게 몸이 뜯기며 연성으로 굴을 파고 들어가 죽기를 기다리던 때 그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클래스 메이트에게 배신 당하고 마물에 쫓기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몇 날 며칠을 굶주림 속에서 남은 건 악입니다. 사람이 악에 받치면 괴물이 됩니다. '나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나도 너희들의 존재를 부정해주겠다.'라는 식으로 살아가기 위해 모든 걸 버리기로 합니다.


오로지 살기 위해 앞을 가로막는 자는 무엇이든 간에 배제하겠다는 것마냥 지금 자신이 살기 위해 우선 자기가 가진 능력을 총동원하여 마물을 사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물을 먹습니다. 인간의 몸에 맞지 않다는 마물의 고기는 머리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선사하지만, 하지메는 잡아먹은 마물의 능력을 흡수하고 주어진 환경을 이용해 자신의 능력, 연성을 갈고닦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면서 나락 심층부에서 어느 방을 발견합니다. 그곳에는 동족에게 배신 당해 300년간 봉인되어 있었던 흡혈귀 소녀가 있었고, 그녀를 그냥 지나치려 했던 하지메에게 소녀는 자신도 배신 당했다며 도움의 손길을 원합니다. 이제 누구도 믿지 않고 오로지 살기 위해 모든 걸 배척해 나가려던 하지메는 '배신 당했다.'라는 말에 그녀를 도와주게 됩니다. 왜 도아줬을까... 동질감? 하지메는 그녀에게 '유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유예를 구출함과 동시에 그녀를 감시하기 위해 배치되었던 유사 전갈의 공격이 시작되고, 하지메는 자신에게 착 달라붙어 있는 유예를 바라보면서 동족에게 한번 당했으면서도 또다시 타인에게 기대는 그녀에게서 이젠 마음속에서 진작에 버렸을 작은 불꽃을 발견합니다. 유사 전갈의 맹공과 공격 무효화로 애를 먹지만 멋진 콤보로 무사히 위기를 넘깁니다. 그리고 12~3살에 불사의 능력이 발현되어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고 마력이 남아 있는 한 불사의 몸이 되는 그녀를 바라보며 300년 넘게 살아오면서도 로리체형을 유지하는 그녀에게 하지메는 로리할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나락이라 쓰고 지옥의 환경 속에서 이들이 만나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날로 번창하는 하지메의 스테이터스는 이미 용사의 그것을 뛰어넘어 괴물 혹은 마왕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친구에게 배신 당해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이젠 복수보다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그, 마찬가지로 동족에게 배신당해 갈 곳이 없어져 버린 유예는 하지메를 바라봅니다. 하지메는 자신의 고향에 대려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왕따 당하는 소년과 분위기 파악 못하는 소녀를 집어넣고 연성하면 어떤 게 태어날까?라는 주제는 이제까지 흔히 있어왔던 주제입니다.(대표적으로 '위치 크래프트 워크스') 학원물의 단골 주제이기도 한, 이런 주제는 학교에서 여신으로 통하는 히로인이 타인이 보기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취미로 인해 왕따 당하는 주인공을 히로인이 순수한 마음으로 감쌌다고는 하나 그걸 모르는 무리로 인해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고 종국엔 좋게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곧잘 있어 왔습니다. 비단 이런 시츄에이션 말고도 왕따 당하는 주인공 혼자일 때도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도 흔합니다.(그런 의미에서 '미스미소우'라는 작품을 추천)


카오리는 만인을 포용하는 성격입니다. 일러스트는 별로던데 어째서인지 여신급으로 표현되면서 이성, 동성을 가리지 않고 그녀에게 호감을 품습니다. 그래서 하지메도 차별하지 않고 대하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그를 나락으로 떨어트렸지만 그녀는 이걸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순박합니다. 용사로 선택된 '코우키'는 암 덩어리 그 자체입니다. 입만 열었다 하면 나오는 악의 없는 그의 말은 비수가 되어 남의 가슴에 꼽히지만 자신은 그걸 자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오루와 성격이 카테고리는 같지만 하위 폴더가 다르다고 언급했습니다.


작가의 필력은 이세계물치고는 괜찮게 나온 듯합니다. 개그도 솔찮게 들어가 있구요. 특히 카오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세계 왕국의 왕자가 그녀에게 어필하는 모습은 가히 가관일 정도입니다. 필자가 더욱 마음에 들었던 건 남, 여 관계에서 질질 끄는 거 없이 기승전결로 끝내버린다는 건데요. 나중에 하렘으로 변질되는 거 같지만 적어도 1권에서 하지메와 유예의 관계에서 후련하다 싶을 정도로 진척을 보여줘 버리는군요. 이것만으로 필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완벽한 건 없다고 할까요. 전체적인 필력은 괜찮은데 중간중간 여러 가지 상황에 부닥쳤을 때를 표현할 때는 약간 신선함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사실 왕따나 모멸을 받고 나락에 떨어 졌다가 죽자 살자 기어 올라와 영웅이 되는 이야기도 흔히 있는 이야기인지라 그렇게 흥미를 끄는 건 아닙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하지메도 나락으로 떨어져 누가 주인공 아니랄까 봐 버프를 받아 초반 이외에는 어렵지 않게 강해지는 편인지라 중반 부분은 좀 식상하기도 합니다. 사기 아이템 하나 얻는 바람에 긴박감이 떨어져 버렸다고 할까요.


하지만 자신을 나락으로 빠트린 인간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닌 오로지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자신을 안식처로 삼아 자기를 따라오는 유예를 바라보며 인간의 온정이라는 한 가닥 끈을 버리지 않고 긍정적과 평온함을 찾아가는 괴물(하지메)의 이야기라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그렇지만 하지메가 나락으로 떨어진 원인 중에 상당 부분을 하지메가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명확하게 나서서 말은 못해도 싫고 좋음을 극명하게 밝혔더라면 고생하는 일은 없었겠죠. 뭐, 그렇게 했다면 이 작품은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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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트 약사의 이세계 여행 1 - S Novel
아카유키 토나 지음, kona 그림, 윤모린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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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자칭 신이 찾아와서 너의 영혼을 우주를 구하는데 필요한 미사일로 사용하겠다고 하면 어떤 기분일까요. 꼭두 새벽에 우주 외 생명체와 조우한 주인공 '유지로'는 그에게서 앞으로 약 130년 후에 우주가 멸망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우주를 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영혼을 매개로 한 백신을 만들어 특정 혹성에 쏘는 것뿐이고 그 영혼을 가진 건 너를 비롯해 275개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필요한 영혼은 1개, 여분으로 두 개 해서 총 3개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벌써 100여 명을 만나왔던 그는 죄다 퇴짜를 놓는 바람에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요청을 수락하게 된다면 다른 세계로 간다는 자칭 신의 말을 고민하는 유지로, 유지로는 누군가가 놓아준 레일 위를 달리는 평범한 인생뿐이라면 한 번쯤 다른 세계에서 살아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수락합니다. 영혼은 주인공이 자연사했을 때 수거하기로 하고(1이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게끔 그에게 용사든 왕이든 온갖 능력을 제시하지만 주인공은 약사를 택하여 이세계에 첫발을 디딥니다.


약사는 사실 이세계물에서 흔히 다루지 않는 주제입니다. 거의 없다고 해야겠죠. 그래서 필자는 작가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방패용사같이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 되어 주인공(유지로)은 자신의 선택에 절망하고 극복해나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딱히 주인공을 배척하지 않았고, 나아가 인정하는 것도 모자라 그가 만드는 약은 불티나게 팔려나가면서 필자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어 버립니다.


이세계로 날아올 때 자칭 신에게서 주입받은 약초와 온갖 약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여 이 시대의 인간은 50살이 넘어야 겨우 만들 수 있는 약을 약관 17세에 순풍순풍 만들어 나가는 것이 작품 이름에 괜히 '치트'가 붙은 게 아니라는 것처럼 이런 약도 있나 싶을 정도로 해괴한 약을 만들어 갑니다. 거기에 영혼 압축까지 받아서 체력도 버프 받아 어른도 버거워하는 몬스터를 아무 거리낌 없이 잡기도 하는 등 이세계물의 정석인 이고깽(2)을 충실히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이고깽이라고 해도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작가의 표현력 부족인지 이야기 진척이 안 나갑니다. 표지모델인 세리에를 만나기 전까지 주인공이 벌이는 약초 감별과 약 조제하는 장면은 엄청 무미건조하게 흘러갑니다. 이런 지식은 이 작품을 읽는 독자가 꼭 알아야 돼? 같은 장면이나 어차피 버프 받은 거 알고 있는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하는 게 136p까지 이어집니다. 그것도 동료를 만나 어울리거나 파티를 만든다거나 하는 것이 없는, 작품 제목답게 약사에 관련된 이야기만 주구장창 나옵니다. 그나마 개미형 몬스터가 마을을 습격했을 때 좀 기대하였지만...


여튼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약초를 뽑으러 들판에 나갔던 주인공 유지로는 들판에 쓰러져 기절해 있는 소녀 '세리에'를 만나게 되면서 한눈에 반했다는 것은 이런 거다는 마냥 그녀를 치료해주면서 엄청난 기세로 대시를 해댑니다. 정신을 차린 세리에는 기가 막힌 것을 떠나 적의를 드러내면서 주인공을 멀리하려고 하는데요. 세리에는 '하프엘프' 입니다.


하프엘프는 정상적인 판타지에서는 박쥐 취급을 받으며 인간과 엘프 사이 어느 곳에도 끼이지 못하고 냉대와 괄시, 때론 적의를 받는 존재입니다. 이 작품도 판타지를 지향하고 있어서 고증(?)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온갖 냉대를 받아오며 커온 세리에에게 인간 유지로 또한 인간과 한통속일 뿐이었고 그런 인간과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유지로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첫눈에 반했다며 일직선으로 대시를 해댑니다. 세리에가 가는 길이라면 나도 가겠다며 따라나서는 유지로...


세리에는 일방적으로 자신을 좋아하는 유지로가 싫지만, 자신을 치료해준 그의 능력을 높이사 당분간 그가 자신에게 질릴 때까지 같이 다니기로 합니다. 이렇게 해서 유지로와 하프엘프 세리에의 세상으로의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근데 이거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레 유지로와 친해져 그렇고 그런 사이로 발전하는 클리셰가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우려(?)는 아쉽게도 1권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세리에가 인간에게 받았던 악의는, 세리에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유지로의 노력에도 좀처럼 없어지지 않습니다. 한 달을 여행하면서 퀘스트를 수행하고 의뢰를 받으며 나름 협조하는 듯하면서도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세리에에게 속된 말로 암 걸린다기보다 애처로웠습니다. 인간을 향해 악의를 들어내며 인간에게 대항하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살아가기 위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세리에, 그녀는 마을에 들어가지 못해 식량은 물론이고 여자에게 꼭 필요한 생필품조차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는 대목에서는 애잔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말하길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고 하였던가요. 발정 난 개처럼 이성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 철저하게 선을 지키며 일편단심 자기를 바라봐 주는 유지로에게 조금식이지만 눈길을 주기 시작합니다. 유지로 덕분에 마을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생필품도 구하고 장비도 새롭게 맞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유추)를 찾는 단서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고마운 일이었지만 아직은 간신히 고맙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츤데레가 아닌 얼어붙은 동토에 봄기운이 스며들어 얼음을 녹여가듯 세리에에겐 그런 현상이었습니다. 세리에가 유지로에게 마음을 여는 것은 아마 3권쯤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필자는 사실 이 작품은 책벌레의 하극상처럼 주인공으로 인해 주변이 변해가고, 지식은 있어도 거기에 크게 기대지 않으면서 자기 스스로 일어서고 주변과 융화되어가는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소소한 삶이지만 뭔가를 발명하고 거기에 기뻐하고 가족들도 동참하면서 훈훈한 모습을 이 작품에서도 기대했던 것이 필자의 관심을 하락 시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도 그런 상황을 만들 여력은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살리지 못하였군요. 뭔 약초가 그리도 많이 나오는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엑스트라는 나오지만 주인공 혼자 주축으로 해서 너무 많이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니 이야기가 많이 식상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리에를 만나고 나서도 주인공의 성격이 많이 밝아지기도 하였지만 앞의 내용에서 세리에가 추가되었을 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약사의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어디서 이야기의 포인트를 잡아야 될지 웃음 포인트가 있는지 진지한 장면이 있는지 감을 못 잡았군요.


그래도 세리에가 조금식이지만 성격이 바뀌어 가고 있어서 2권이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1. 1, 주인공은 인간이니까 앞으로 많이 살아봐야 100년이고, 주인공과 자칭 신은 80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2. 2, 이세계로 날아간 고등학생이 깽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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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탄의 왕과 바나디스 12 - Extreme Novel
카와구치 츠카사 지음, 한신남 옮김, 카타기리 히나타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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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요. 그저 자신의 영지를 지키고 싶었던 티글은 이제 구국의 영웅이 된 것과 동시에 둘도 없는 악이 되어 있었습니다. 티글은 산골짜기 조그마한 지방 영지 알자스를 다스리는 아버지와 평범한 어머니에서 평범하게 자랐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 영지와 백작의 지위를 이어받아 그저 주어진 환경에 욕심을 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줄기 때문에 일어난 이웃 지스터트와 전쟁에서 적으로 엘렌을 만난 게 어쩌면 티글에게는 불운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국가전복을 시도했던 테나르디에와 가늘롱을 제압하고, 남쪽에서 침입 해오던 무오지넬 대군을 무찌르고, 왕녀 레긴을 왕도로 무사히 인도하여 구국의 영웅으로 등극한 '티글'은 지스터트 왕의 밀명을 받아 '아스발'에 내전에 개입하여 무사히 해결하고, 귀환하다가 사고로 기억을 잃는 등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과도 같은 사람을 잃었고, 마지막 불꽃을 휘날리며 산화하는 가슴 아픈 장면도 보았습니다. 우여곡절을 겪고 지금은 서쪽에 위치한 작슈타인의 대규모 침공을 막아서고 있는 중...

 

티글과 엘렌이 이끄는 월광의 기사단은 남쪽으로 침입한 작슈타인 3만 대군을 힘겹게 무찌르고 왕도로 개선하였습니다. 하지만 왕도에 도착한 티글과 엘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왕권을 둘러싼 중상모략이었습니다. 대대로 여제(女帝)를 인정하지 않는 귀족들은 남편이 억울하게 비명횡사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멜리장드(테나르디에 와이프이자 레긴의 사촌 언니)를 중심으로 반란을 꿈꾸고, 티글과 재회한 레긴은 이런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기에 그들에게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재회의 기쁨을 나누지 못하는 처참한 현실을 직시합니다.

 

한낱 지방 영주에 지나지 않는 백작 찌그레기 같은 인간이 구국의 영웅이 된 것에 못 마땅한 인간이 넘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거기에 여제를 인정하지 않는 귀족들에 의해 레긴은 가짜 왕이라 불리고 있는 상황, 이런 이면엔 자신의 입지와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받지 않을까 하는 전전긍긍은 악의가 있었고 이런 악의는 비수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명한 영웅은 공적(功績)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자신은 뒤안길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제 온갖 험악한 말이 난무하는 왕궁에서 티글은 자신과 레긴에게 던져지는 비수를 맞이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한편 사샤의 사망으로 공석이 되었던 쌍검의 용구 '황염'의 발그렌의 주인으로 '피그네리아(표지모델)'가 선택되어 지스터트 왕도에 찾아옵니다. 방년 25세, 22세에 요절한 사샤보다 3살이나 많습니다. 이럴 적부터 용병으로서 전장에 몸담으며 뼛속까지 용병 기질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나이에 걸맞게(1) 깊이 생각하지 않는 현실만을 직시하여 용구가 자신을 선택한 것에 의문을 표하는 등 좀 산만한 느낌을 줘서 그동안 필자가 대충 예상했던 과묵한 성격이 아니라는 것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 주었군요. 그리고 4권 표지 사샤의 모습과 똑같이 그녀도 뒤로 돌아 있는 모습에서 그녀(피그네리아)도 단명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안겨주고 있는데요.

 

사샤는 엘렌에게 있어서 바나디스 스승이자 둘도 없는 친구였습니다. 사샤가 다스리던 영지의 사람들도 엘렌에게 우호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피그네리아는 과거 엘렌에게 있어서 아버지와도 같은 사람을 전장에서 적으로 만나 싸웠고 그 결과 피그네리아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그 일로 엘렌이 몸담고 있었던 용병단은 해체, 그길로 엘렌은 1~2년을 떠돌아야 했습니다. 엘렌에게 있어서 피그네리아는 가족을 부순 원수와도 같은 존재로 발렌티나와 더블어 최악의 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생겨 버렸습니다.

 

다시 티글 이야기로 가서, 결국 멜리장드를 위시한 일단의 무리가 반란을 일으킵니다. 레긴을 폐위하고 멜리장드를 왕위(여제는 안 된다고 하면서)에 올려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귀족들의 반란에 죽었다고 여겨진 가늘롱까지 가세하며 왕궁은 피바람이 몰아칩니다. 간신히 몸을 피하는 레긴의 앞에 멜리장드가 가로막으며 일촉즉발의 위기가 찾아오고, 티글은 결사적으로 그녀를 지켜 나갑니다.

 

그 와중에 서쪽에서는 작슈타인의 본대 4만 대군이 브륀의 왕도로 진격을 시작 하였습니다. 티글과 엘렌은 작슈타인의 4만 대군을 맞이하여 4만보다 적은 숫자로 격전을 펼치며 분전하면서 어찌어찌 전황을 꾸려가지만 아스발의 1만 대군이 적으로 가세하면서 단숨에 티글과 브륀에 일찍이 없었던 대위기가 찾아옵니다. 한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전황에서 필사적으로 지혜를 짜내어 싸워가는 티글과 엘렌...

 

뭐랄까 이번 12권은 쉬어가는 에피소드인줄 알았습니다. 보통 큰 사건을 치르면 다음 권은 쉬는 에피소드로 꾸며지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쉴 틈이 없습니다. 브륀 내전을 평정하고 아스발에서 내전을 진압하고 기억을 잃어서 한동안 방황하고 무오지넬과 작슈타인을 맞이하여 대규모 전쟁을 치러 왔습니다. 거기에 바나디스와 연관이 있는 마물과의 싸움도 간간이 끼어들면서 피폐해져갈 만도 한데 티글은 그럴수록 빛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에겐 어깨를 나란히 할 동료와 그와 뜻을 같이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혼자서 끙끙 앓지 않아도 되었다는 게 뭣보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무얼 할 거냐고 엘렌은 티글에게 물었습니다. 티글은 자신의 영지로 돌아가고 싶어 했지만 레긴의 부탁으로 왕궁에 남길 희망합니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좋은 사람들이 많이 죽었습니다. 온통 적 밖에 없는 왕궁에 레긴을 혼자 내버려 두지 못한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3년간 라이트메리츠에 머물기로 했던 약속을 2년 만에 깨긴 하였지만 엘렌은 그를 놔주기로 합니다. 공녀(바나디스)이기에 이성의 남자를 가까지 두지 못하는 엘렌의 마음은... 참 애달픈 상황입니다. 뭐 이들의 요망은 14권에서 이뤄지니 그때를 기약하기로 하고..

 

이번 12권을 요약하자면 치밀함을 들 수가 있습니다. 티글과 엘렌을 도와주는 척하며 적과 내통하여 전쟁을 부추겨 티글의 가지고 있는 활의 힘을 끌어 내려는 발렌티나의 안면몰수 뻔뻔함과 마찬가지로 티글이 가지고 있는 검은 활의 힘을 알아가고자 하는 마물, 그리고 부처님 손안에서 놀고 있는 인간 군상들이 펼치는 추악한 권력 다툼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는 현실을 보는 거 같아 흥미진진합니다.

 

여담으로 티타는 마스코트가 되어 갑니다. 작가가 상당히 많이 띄워주는군요. 그런데 은근히 비중이 없어서 간신히 공기화는 면한...

 

 

 

  1. 1, 엘렌, 류드밀라, 엘리자베타등 대부분의 바나디스는 어린 나이에 선택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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