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1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덕진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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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구모 하지메'는 반에서 존재감이 별로 없는 그저 그런 게임 오타쿠입니다. 게임으로 인해 날 밤 새우기를 밥 먹듯이 하는 통에 클래스 메이트들은 그를 좋게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처우는 그래도 견딜만했지만 '시라사키 카오리'라는 학교에서 2대(두 명) 여신이자 반 전체에게서 호감을 얻고 있는 그녀에게 맨날 인사를 받고, 그녀가 아는 척을 하는 통에 반 전체에게서 적의를 받고 있습니다.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면 하지메는 골백번을 죽었으리라... 같은 독백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사실 이런 시츄에이션은 여느 학원물에서 흔히 쓰이는 주제입니다. 별 볼 일 없는 주인공에게 관심을 주는 히로인 때문에 곤란을 겪는 주인공, 여기서 보통 소년 물일 경우 주변 클래스 메이트들은 눈물만 흘리고 나중에는 그냥 받아들이는 이야기로 흘러가지만 청소년 물일 경우 소년 물과 분기가 갈리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적의는 현실성을 띠어 악으로 변질되어 주인공을 괴롭히게 되죠.


날이 갈수록 친근감이 늘어가는 카오리의 선행은 마침내 점심시간 도시락을 나눠주게 되면서 폭발하게 됩니다. 카오리의 악의 없는 선의로 인해 반 전체에서 풍기는 살기를 느낀 하지메가 빌었던 소원이 현실이 되어 반 전체가 이세계로 날아가게 되고, 자기들을 불렀던 교황은 이세계의 위기이니 도움을 달라고 일방적인 이야기를 전해옵니다. 이세계물이 다 그렇듯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위기를 타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되면서 현실을 받아들입니다.(사실 꾐에 넘어간 것뿐...)


하지메도 수긍하고 현실을 받아들여 나름대로 재능을 받아 활약을 기대하였으나 그가 받은 천직(재능)은 전투에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연성'이었고 평범한 사람에 불과한 스테이트스 수치, 이것으로 인해 이전부터 하지메를 괴롭혀왔던 히야마 패거리의 린치는 더욱 가속화되면서 하지메의 인생은 최악으로 치닫습니다. 보통 이세계로 넘어가면 영웅이나 용사라는 직종은 주인공에게 의례 돌아가기 마련이나 이 작품은 그럴 일 없다는 마냥 주인공을 철저히 매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용사로 선택된 사람은 반에서 수재이자 자신만의 정의에 빠져 사는 카오리와 카테고리는 같지만 하위 폴더가 다른 성격의 '코우키'가 되었습니다. 하지메의 왕따 분위기에 그리 참여하지 않는 중립적 인물이지만 그의 악의 없는 언동은 히야마 패거리보다 더 악의적으로 다가옵니다. 많은 여심을 붙잡고 있는 동시에 많은 여자에게 미움을 받는 흔치않는 캐릭터가 용사로 선택되었고, 그를 중심으로 나름 영사와 그 떨거지들이라는 본분을 충실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메를 반에서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트렸던 카오리는 치료사, 그 외 반 전체는 골고루 좋은 재능과 스테이터스를 받았으나 하지메는 일반인, 주변에서 들려오는 비아냥과 비웃음 그리고 연습이라 쓰고 서슴없이 행해지는 린치... 어느 날 세계를 구할 용사들을 훈련 시킨답시고 던전을 향했던 그날 밤 카오리가 잠옷 바람으로 하지메의 방에 찾아오면서 파국은 시작됩니다. 그 장면을 엿보고 있었던 어느 클래스 메이트는 비통(이라 쓰고 질투)에 빠져 다음날 미궁 심층부에서 보스를 유인하던 하지메에게 그는 마법을 날렸고 하지메는 보스와 함께 낭떠러지로 추락, 미궁(던전)보다 더 아래에 있다는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전날 밤 유약한 하지메를 찾아와 하지메를 지키겠노라고 다짐했던 카오리가 대성통곡하면서 카오리가 하지메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었는지 드러납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하지메를 눈여겨 봐왔던 카오리, 양아치들에게 삥 뜯기는 할머니와 손자를 도와주는 하지메를 바라보며 누구보다 상냥하다는걸, 누구보다 용감하다는걸, 엎드려 비는 하지메를 바라보며 비참함보다 용기의 상징이라는 걸 알게 된 카오리는 세상 모두가 하지메의 적이라고 해도 자신만은 하지메의 편에 서있겠다는 것마냥 그의 참모습에 기대어 자신도 용기를 얻었던... 그래서 하지메가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패닉에 빠지고 몇 날 며칠을 앓아눕게 됩니다.


나락으로 떨어진 하지메, 쫓아오는 마물에게 몸이 뜯기며 연성으로 굴을 파고 들어가 죽기를 기다리던 때 그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클래스 메이트에게 배신 당하고 마물에 쫓기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몇 날 며칠을 굶주림 속에서 남은 건 악입니다. 사람이 악에 받치면 괴물이 됩니다. '나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나도 너희들의 존재를 부정해주겠다.'라는 식으로 살아가기 위해 모든 걸 버리기로 합니다.


오로지 살기 위해 앞을 가로막는 자는 무엇이든 간에 배제하겠다는 것마냥 지금 자신이 살기 위해 우선 자기가 가진 능력을 총동원하여 마물을 사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물을 먹습니다. 인간의 몸에 맞지 않다는 마물의 고기는 머리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선사하지만, 하지메는 잡아먹은 마물의 능력을 흡수하고 주어진 환경을 이용해 자신의 능력, 연성을 갈고닦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면서 나락 심층부에서 어느 방을 발견합니다. 그곳에는 동족에게 배신 당해 300년간 봉인되어 있었던 흡혈귀 소녀가 있었고, 그녀를 그냥 지나치려 했던 하지메에게 소녀는 자신도 배신 당했다며 도움의 손길을 원합니다. 이제 누구도 믿지 않고 오로지 살기 위해 모든 걸 배척해 나가려던 하지메는 '배신 당했다.'라는 말에 그녀를 도와주게 됩니다. 왜 도아줬을까... 동질감? 하지메는 그녀에게 '유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유예를 구출함과 동시에 그녀를 감시하기 위해 배치되었던 유사 전갈의 공격이 시작되고, 하지메는 자신에게 착 달라붙어 있는 유예를 바라보면서 동족에게 한번 당했으면서도 또다시 타인에게 기대는 그녀에게서 이젠 마음속에서 진작에 버렸을 작은 불꽃을 발견합니다. 유사 전갈의 맹공과 공격 무효화로 애를 먹지만 멋진 콤보로 무사히 위기를 넘깁니다. 그리고 12~3살에 불사의 능력이 발현되어 영원히 나이를 먹지 않고 마력이 남아 있는 한 불사의 몸이 되는 그녀를 바라보며 300년 넘게 살아오면서도 로리체형을 유지하는 그녀에게 하지메는 로리할멈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나락이라 쓰고 지옥의 환경 속에서 이들이 만나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날로 번창하는 하지메의 스테이터스는 이미 용사의 그것을 뛰어넘어 괴물 혹은 마왕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친구에게 배신 당해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이젠 복수보다 고향으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그, 마찬가지로 동족에게 배신당해 갈 곳이 없어져 버린 유예는 하지메를 바라봅니다. 하지메는 자신의 고향에 대려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둘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왕따 당하는 소년과 분위기 파악 못하는 소녀를 집어넣고 연성하면 어떤 게 태어날까?라는 주제는 이제까지 흔히 있어왔던 주제입니다.(대표적으로 '위치 크래프트 워크스') 학원물의 단골 주제이기도 한, 이런 주제는 학교에서 여신으로 통하는 히로인이 타인이 보기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취미로 인해 왕따 당하는 주인공을 히로인이 순수한 마음으로 감쌌다고는 하나 그걸 모르는 무리로 인해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게 되고 종국엔 좋게 끝나지 않는 이야기는 곧잘 있어 왔습니다. 비단 이런 시츄에이션 말고도 왕따 당하는 주인공 혼자일 때도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도 흔합니다.(그런 의미에서 '미스미소우'라는 작품을 추천)


카오리는 만인을 포용하는 성격입니다. 일러스트는 별로던데 어째서인지 여신급으로 표현되면서 이성, 동성을 가리지 않고 그녀에게 호감을 품습니다. 그래서 하지메도 차별하지 않고 대하려고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그를 나락으로 떨어트렸지만 그녀는 이걸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순박합니다. 용사로 선택된 '코우키'는 암 덩어리 그 자체입니다. 입만 열었다 하면 나오는 악의 없는 그의 말은 비수가 되어 남의 가슴에 꼽히지만 자신은 그걸 자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오루와 성격이 카테고리는 같지만 하위 폴더가 다르다고 언급했습니다.


작가의 필력은 이세계물치고는 괜찮게 나온 듯합니다. 개그도 솔찮게 들어가 있구요. 특히 카오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세계 왕국의 왕자가 그녀에게 어필하는 모습은 가히 가관일 정도입니다. 필자가 더욱 마음에 들었던 건 남, 여 관계에서 질질 끄는 거 없이 기승전결로 끝내버린다는 건데요. 나중에 하렘으로 변질되는 거 같지만 적어도 1권에서 하지메와 유예의 관계에서 후련하다 싶을 정도로 진척을 보여줘 버리는군요. 이것만으로 필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완벽한 건 없다고 할까요. 전체적인 필력은 괜찮은데 중간중간 여러 가지 상황에 부닥쳤을 때를 표현할 때는 약간 신선함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사실 왕따나 모멸을 받고 나락에 떨어 졌다가 죽자 살자 기어 올라와 영웅이 되는 이야기도 흔히 있는 이야기인지라 그렇게 흥미를 끄는 건 아닙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하지메도 나락으로 떨어져 누가 주인공 아니랄까 봐 버프를 받아 초반 이외에는 어렵지 않게 강해지는 편인지라 중반 부분은 좀 식상하기도 합니다. 사기 아이템 하나 얻는 바람에 긴박감이 떨어져 버렸다고 할까요.


하지만 자신을 나락으로 빠트린 인간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닌 오로지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자신을 안식처로 삼아 자기를 따라오는 유예를 바라보며 인간의 온정이라는 한 가닥 끈을 버리지 않고 긍정적과 평온함을 찾아가는 괴물(하지메)의 이야기라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그렇지만 하지메가 나락으로 떨어진 원인 중에 상당 부분을 하지메가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명확하게 나서서 말은 못해도 싫고 좋음을 극명하게 밝혔더라면 고생하는 일은 없었겠죠. 뭐, 그렇게 했다면 이 작품은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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