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 약사의 이세계 여행 1 - S Novel
아카유키 토나 지음, kona 그림, 윤모린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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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자칭 신이 찾아와서 너의 영혼을 우주를 구하는데 필요한 미사일로 사용하겠다고 하면 어떤 기분일까요. 꼭두 새벽에 우주 외 생명체와 조우한 주인공 '유지로'는 그에게서 앞으로 약 130년 후에 우주가 멸망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우주를 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영혼을 매개로 한 백신을 만들어 특정 혹성에 쏘는 것뿐이고 그 영혼을 가진 건 너를 비롯해 275개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필요한 영혼은 1개, 여분으로 두 개 해서 총 3개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벌써 100여 명을 만나왔던 그는 죄다 퇴짜를 놓는 바람에 울고 싶은 심정입니다.


요청을 수락하게 된다면 다른 세계로 간다는 자칭 신의 말을 고민하는 유지로, 유지로는 누군가가 놓아준 레일 위를 달리는 평범한 인생뿐이라면 한 번쯤 다른 세계에서 살아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수락합니다. 영혼은 주인공이 자연사했을 때 수거하기로 하고(1이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게끔 그에게 용사든 왕이든 온갖 능력을 제시하지만 주인공은 약사를 택하여 이세계에 첫발을 디딥니다.


약사는 사실 이세계물에서 흔히 다루지 않는 주제입니다. 거의 없다고 해야겠죠. 그래서 필자는 작가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방패용사같이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 되어 주인공(유지로)은 자신의 선택에 절망하고 극복해나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딱히 주인공을 배척하지 않았고, 나아가 인정하는 것도 모자라 그가 만드는 약은 불티나게 팔려나가면서 필자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어 버립니다.


이세계로 날아올 때 자칭 신에게서 주입받은 약초와 온갖 약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여 이 시대의 인간은 50살이 넘어야 겨우 만들 수 있는 약을 약관 17세에 순풍순풍 만들어 나가는 것이 작품 이름에 괜히 '치트'가 붙은 게 아니라는 것처럼 이런 약도 있나 싶을 정도로 해괴한 약을 만들어 갑니다. 거기에 영혼 압축까지 받아서 체력도 버프 받아 어른도 버거워하는 몬스터를 아무 거리낌 없이 잡기도 하는 등 이세계물의 정석인 이고깽(2)을 충실히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이고깽이라고 해도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작가의 표현력 부족인지 이야기 진척이 안 나갑니다. 표지모델인 세리에를 만나기 전까지 주인공이 벌이는 약초 감별과 약 조제하는 장면은 엄청 무미건조하게 흘러갑니다. 이런 지식은 이 작품을 읽는 독자가 꼭 알아야 돼? 같은 장면이나 어차피 버프 받은 거 알고 있는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하는 게 136p까지 이어집니다. 그것도 동료를 만나 어울리거나 파티를 만든다거나 하는 것이 없는, 작품 제목답게 약사에 관련된 이야기만 주구장창 나옵니다. 그나마 개미형 몬스터가 마을을 습격했을 때 좀 기대하였지만...


여튼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약초를 뽑으러 들판에 나갔던 주인공 유지로는 들판에 쓰러져 기절해 있는 소녀 '세리에'를 만나게 되면서 한눈에 반했다는 것은 이런 거다는 마냥 그녀를 치료해주면서 엄청난 기세로 대시를 해댑니다. 정신을 차린 세리에는 기가 막힌 것을 떠나 적의를 드러내면서 주인공을 멀리하려고 하는데요. 세리에는 '하프엘프' 입니다.


하프엘프는 정상적인 판타지에서는 박쥐 취급을 받으며 인간과 엘프 사이 어느 곳에도 끼이지 못하고 냉대와 괄시, 때론 적의를 받는 존재입니다. 이 작품도 판타지를 지향하고 있어서 고증(?)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온갖 냉대를 받아오며 커온 세리에에게 인간 유지로 또한 인간과 한통속일 뿐이었고 그런 인간과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유지로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첫눈에 반했다며 일직선으로 대시를 해댑니다. 세리에가 가는 길이라면 나도 가겠다며 따라나서는 유지로...


세리에는 일방적으로 자신을 좋아하는 유지로가 싫지만, 자신을 치료해준 그의 능력을 높이사 당분간 그가 자신에게 질릴 때까지 같이 다니기로 합니다. 이렇게 해서 유지로와 하프엘프 세리에의 세상으로의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근데 이거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레 유지로와 친해져 그렇고 그런 사이로 발전하는 클리셰가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우려(?)는 아쉽게도 1권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세리에가 인간에게 받았던 악의는, 세리에라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유지로의 노력에도 좀처럼 없어지지 않습니다. 한 달을 여행하면서 퀘스트를 수행하고 의뢰를 받으며 나름 협조하는 듯하면서도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세리에에게 속된 말로 암 걸린다기보다 애처로웠습니다. 인간을 향해 악의를 들어내며 인간에게 대항하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살아가기 위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세리에, 그녀는 마을에 들어가지 못해 식량은 물론이고 여자에게 꼭 필요한 생필품조차 쉽게 구할 수가 없었다는 대목에서는 애잔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말하길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고 하였던가요. 발정 난 개처럼 이성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 철저하게 선을 지키며 일편단심 자기를 바라봐 주는 유지로에게 조금식이지만 눈길을 주기 시작합니다. 유지로 덕분에 마을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생필품도 구하고 장비도 새롭게 맞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유추)를 찾는 단서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고마운 일이었지만 아직은 간신히 고맙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츤데레가 아닌 얼어붙은 동토에 봄기운이 스며들어 얼음을 녹여가듯 세리에에겐 그런 현상이었습니다. 세리에가 유지로에게 마음을 여는 것은 아마 3권쯤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필자는 사실 이 작품은 책벌레의 하극상처럼 주인공으로 인해 주변이 변해가고, 지식은 있어도 거기에 크게 기대지 않으면서 자기 스스로 일어서고 주변과 융화되어가는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소소한 삶이지만 뭔가를 발명하고 거기에 기뻐하고 가족들도 동참하면서 훈훈한 모습을 이 작품에서도 기대했던 것이 필자의 관심을 하락 시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도 그런 상황을 만들 여력은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살리지 못하였군요. 뭔 약초가 그리도 많이 나오는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엑스트라는 나오지만 주인공 혼자 주축으로 해서 너무 많이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니 이야기가 많이 식상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리에를 만나고 나서도 주인공의 성격이 많이 밝아지기도 하였지만 앞의 내용에서 세리에가 추가되었을 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약사의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어디서 이야기의 포인트를 잡아야 될지 웃음 포인트가 있는지 진지한 장면이 있는지 감을 못 잡았군요.


그래도 세리에가 조금식이지만 성격이 바뀌어 가고 있어서 2권이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1. 1, 주인공은 인간이니까 앞으로 많이 살아봐야 100년이고, 주인공과 자칭 신은 80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2. 2, 이세계로 날아간 고등학생이 깽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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