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향신료 7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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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7권은 외전입니다. 항상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원을 살아가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은 의례 과거를 비추는 장면 한둘 정도는 있게 마련이죠. 호로는 로렌스를 만난 후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자 했고 그로 인해 그녀가 살아온 발자취가 어떤 걸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었는데요. 이번에 그 궁금증이 조금은 풀립니다. 수백 년을 살아오며 많은 사람을 만나 여행을 했고 같이 지내기도 했다는 그녀, 여기서 조금 걱정되었던 게 여느 작품이고 간에 히로인이 비처녀라고 비치면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조금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누군가에게서 폭로되는 것이 아닌 자기 입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 왔고 같이 지냈다는 걸 스스럼없이 말하는 히로인은 정상적인 작품에서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호로가 로렌스를 놀리려고 했던 말인지라 사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군요. 어쨌건 필자는 조금 더 19금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지만 미성년도 접근할 수 있는 리뷰라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요.

 

이번 7권은 호로가 로렌스를 만나기 수백 년 전, 어느 남자의 꾐에 빠져 수백 년이나 보리밭에 메어져 있기 전의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린 호로가 만난 어린 소년과 소녀의 여행담으로 시작합니다. 영주의 저택에서 일하던 어떤 소년이 영주가 사망하자 쫓겨나게 되고, 덩달아 영주의 숨겨진 딸로 보이는 연상의 소녀도 쫓겨나게 되자 같이 오른 여행길에 호로를 만나 여러 가지 가르침과 도움을 받고 그렇게 인연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속에서 로렌스와 마찬가지로 연상의 소녀를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하는 숙맥인 소년의 등을 떠 밀어주는 호로가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시키는 일만 하는 소년과 저택에 감금되다시피 자라온 소녀가 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다가 맞이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소년은 그저 소녀에게 바다라는 자기도 못 본 넓디넓은 호수를 소녀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일념 하나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바다를 찾아 떠난 길에 아직 여물지 않은 아이들답게 투정도 부리고 내일 걱정거리는 모른척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이들에게 시련을 던지듯 습격해오는 늑대 무리, 그런 것들에게서 구해주는 호로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년과 소녀가 세상에 먹히지 않게 하기 위해 지금의 호로라면 생각할 수도 없는 행동을 보여주는 것에서 신선함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이젠 기억이 잘 안 나지만 1권 직후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로렌스가 은화 절상인지 절하인지하는 무모한 도박에 나섰다가 과거와 결별하려는 파슬로에 마을 사람들 때문에 위기를 맞이하고 어찌어찌 사건을 해결한 직후 떠나갔다고 여겨졌던 호로가 대량의 물건을 매입해 청구서를 로렌스에게 보내면서 그를 어이없게 만든 사건 직후인데요. 평범한 사람이라는 반년은 먹을 수 있는 돈으로 옷을 냉큼 구입하고도 태연한 척, 다 먹지도 못할 사과를 마차(馬車) 가득 사서 그를 기겁하게 하고, 결국 그 사과를 다 처리한다고 우걱우걱 거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리고 있습니다. 뭐, 사과는 계기일 뿐이고 진짜 이야기는 옷이지만요. 그렇게 심각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는 아니니 패스하겠습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금 밀수 직후의 이야기입니다. 몇백 년이나 하릴없이 보리밭에 메어져 살았고, 로렌스에게 주워져 허구한 날 흔들리는 마차에 시달려야 했던 호로, 이쯤 되면 운동부족이라는 건 누가 봐도 다 알 수 있죠. 작중 언급은 없지만, 노다지 덜컹거리는 마차를 탔더니 엉덩이가 아프고, 금 밀수 때 멍청한 로렌스 때문에 개고생하고, 그동안 먹을 거 사달라고 해도 모른척했던 그에게 앙갚음이다라는양 앓아눕게 되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그녀의 병명은 피로, 중세 시대를 모티브로 하는 이 작품에서 굶주림에 죽어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시대에 이렇게 가냘픈 몸매로 고생이란 고생을 다 했는데 쓰러지지 않으면 이상한 거죠.

 

근데 문제는 은근히 질투심이 강한 호로를 눈치채지 못한 로렌스 때문에 누워 있어도 마음고생은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금 밀수 직후라서 아직 노라와 만나고 있었고 그런 노라의 곁에서 싱글싱글 거리는 로렌스를 보고 있자니 배알이 꼬여가던 호로는 여봐란듯이 열에 쓰려 저 버리고 병석에서 로렌스에게 간호를 받으며 그동안 자신이 지내왔던 일들을 회상하며 이런 인생(견생?)도 괜찮지 않을까, 어린 묘목이 성장하여 거목으로 자라날 동안의 시간을 보리 밭에서 보내야 했던 외로움을 로렌스에게 풀어 버리겠다는 양 그를 놀리지만 이런 쪽엔 영 젬병인 그를 바라보며 망할이라고 혀를 차지만(요건 다소 각색), 한편으로는 순수한 그를 바라보며 이런 인간을 잡아먹는 것도 기쁨이라며 자신의 고집을 꺾는 호로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는 것처럼 병문안 온 노라를 들이는 로렌스, 멍해지는 호로를 보고 있자니 이리도 풋풋한 연애도 다 있나 싶습니다.

 

아마 호로가 로렌스를 바라보며 한 마리의 수컷으로 보이기 시작했던 건 이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금 밀수를 하며 쫓기던 그때 비 오는 숲에서 숲의 주인과 담판을 위해 호로가 건네준 겉옷이 젖을까 품속에 고이 간직했던 로렌스, 지금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서 속상하지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에게 잘 해주는 그를 바라보며, 현랑이라고 불리는 자신과 대등한 위치에 서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지만 언제나 호로에게 역습을 당해 좌절하면서도 아등바등 쫓아오는 그를 바라보며 싫지 않은 감정이 생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것마냥 그에게 호감을 느껴갑니다.

 

맺으며, 과거에서 미래로는 사실 흔한 클리셰이긴 합니다. 로봇물에서도 간혹 쓰이곤 하는 소재이죠. 나만이 나이를 먹지 않는 세상, 사랑하는 사람과 주변 모두가 늙어 죽어갈 때, 나만의 시간은 정체되어 있을 때의 괴로움은 불사는 될 것이 못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이번 7권에서 이런 아련함을 조금 느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냥 밝게 끝내 버리는군요. 못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18권부터 필자가 바라는 현실이 조금식 표현되고 있는 거 같으니까 빨리 정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군요.

 

첫 번째와 두 번째 에피소드는 사실 아무 내용도 없습니다. 첫 번째는 그저 그녀의 인생에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먹는 것과 옷 이야기로 끝, 세 번째가 진짜 이야기로 호로가 노라를 바라보며 질투심으로 포장된 외로움을 단락적으로 표현한 게 조금 아려옵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인연이 있었지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으면 했지 진지한 인연은 없었고, 로렌스를 만나 진지해지는 자신에게서 새로운 인연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앞으로의 여행이 기대되리라.. 같은, 마치 첫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과 기대감이라는 두근거림 같은 게 전해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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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오라토리아 8 -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외전,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하이무라 키요타카 외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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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볼썽사나운 베이트 에피소드 차례입니다. 작품 초반 자기들이 놓친 미노타우로스에 의해 죽을뻔한 벨을 올리는등 강자의 입장에 서서 자기보다 약한 자를 괄시하고 매도했던, '엄마는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건만' 하는 배경음이 들릴법한 그가 어째서 이런 배배꼬인 성격으로 자라났는지 성장 배경과 그의 이면에 감춰진 수많은 죽음이라는, 진실이 한 꺼풀 벗겨집니다.

 

사실 필자는 남정네가 살아온 일생을 그린 일기 같은 건 알고 싶지도 않았어요. 어차피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베이트는 이번 에피소드 이후에도 또 입에 걸래문 것 같은 말만 내뱉는 역할만 할 테니까요. 뭐, 이 이후 '알고 보니 이 녀석 귀여운 구석이 있잖아?' 같은 비호감에서 차도남같이 호감형으로 변하는 웃픈 상황을 연출할지도 모르겠지만요.

 

어쨌건 이번 에피소드는 7권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이블스 잔당을 소탕하려다 되레 분단 되어 [타나토스 파밀리아]에 의해 각개격파 당했던 [로키 파밀리아]는 하급 단원을 대거 잃어야만 했는데요. 소탕전에 들어가기 직전에 '리네'라는 힐러가 베이트에게 고백을 하면서 사망 플래그를 세웠고 종반엔 결국 회수되고 말았죠. 그로 인해 베이트의 약자 배척론은 더욱 가속화되어 버리고 살아남은 단원들과 반목을 형성하기에 이릅니다.

 

어쩔 수 없이 가시방석인 홈을 떠나 거리로 나온 베이트에게 웬 아마조네스 소녀 '레나'가 베이트 앞에 나타나서 느닷없이 고백을 해옵니다. 다짜고짜 안겨 붙으며 애를 낳아 줄게라든지 데이트 하자는 그녀를 떨쳐 내지 못하고 휘둘리기 시작하는 베이트, 사실 이블스 잔당을 비롯하여 [타나토스 파밀리아]를 쳐부수기 위해 어떤 정보를 모으고 있었던 베이트에게 있어서 레나는 중요한 정보를 가진 인물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그녀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런 클리셰라는 것이죠. 다짜고짜 비꼬자면 악의 조직의 중요한 정보를 가진 여자를 보호하며 악의 조직과 맞서는 남자의 이야기, 약속된 전개처럼 레나는 악의 조직의 타깃이 되어 버립니다. 여기서 악의 조직은 [타나토스 파밀리아]와 이블스 잔당이 되겠고요. 자신들의 거처 열쇠를 가진 듯한 아마조네스들을 습격하던 차에 레나도 그들의 마수에 걸리고 맙니다. 당연히 베이트도 엮이게 되고 필사적으로 그들에게서 레나를 지켜가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간간이 비칩니다.

 

레나에게서 과거를 떠 올리는 베이트, 과거 그는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를 지키지 못했다는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좀 더 근원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가족하고도 연관이 있고요. 초원을 누비던 부족의 족장 아들로 태어나 생활하던 어느 날 보스 몬스터의 습격으로 가족과 연인을 잃고, 도시로 나와 다시 싹튼 사랑하는 여자를 던전에서 잃은 그는 약하면 죽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삐뚤어져 약자들을 괄시하고 매도하고 그랬던 거, 약한 것들은 찌그러져 있으라는 그, 돌이켜보면 이건 매도가 아니라 매질이라는 걸 눈치 빠른 사람은 알고 있었다고 서술하기도 합니다. 손은 두 개 밖에 없는데 지킬건 너무나 많았던 그에게서 많은 것들이 떠나갔습니다.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서 겉으론 냉혹하게 속으론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결론은 츤데레라고 로키가 폄하하면서 심각했던 분위기는 한순간 웃음바다가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맺으며, 죽음이 오가고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등 다소 시리어스 한 상황을 연출하긴 했지만 [로키 파밀리아]의 59계층 전투보단 심각한 건 없었습니다. 필자가 감정이 메말라서 그럴 수도 있고 많은 작품을 봐오다 보니 이런 전개에 식상해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고, 보고 있자니 엔딩은 저렇게 흘러갈 거야 했던 게 진짜로 그렇게 흘러갔을 땐 좀 허망했군요. 내용적으로 보면 무난한 흐름이고 해피스러운 결말이긴 한데 말입니다.

 

사족을 더 쓰자면, 작가도 이번 이야기가 클리셰라는 걸 알고 있는지 드물게 개그가 좀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일 예로 '주문은 늑대입니까?'라든지... 후반부는 더 이상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베이트와 [로키 파밀리아' 모두가 모인 촌극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결론은 사람을 겉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던지고 있어서 클리셰면 어떠하리 같은 기분도 없잖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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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향신료 6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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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女) 상인 '에이브'의 꾐에 빠져 호로를 상회에 저당 잡혀 큰돈을 대출받아 모피 사업에 뛰어들었던 로렌스, 결국 호로를 만나고 나서 되는 일 하나 없다는 걸 인증이라도 하듯이 에이브에게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거기에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지는 로렌스에게 에이브는 품속에서 꺼낸 도끼를 들고 '너, 죽여버리겠다'라는 통에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도낏자루에 두들겨 맞아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버린 로렌스의 기구한 삶은 계속되는데요. 부부 사기단의 진면목은 초반뿐이고 뒤로 내리 고생길입니다. 경우에 따라 목숨도 위협받기도 하고 이쯤 되면 호로는 행운의 여신이 아니라 악운의 저승사자가 아닐까 하는군요.

 

좌우당간 이번 에피소드는 상회에서 어찌어찌 호로를 되찾은 로렌스가 에이브를 뒤쫓아 강 하류 마을에 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호로는 사실 로렌스가 에이브와 모피 사업이 잘 되든 안 되든 그의 곁을 떠나려 했습니다. 왜 이런 마음을 먹었는지는 이전에 언급했으니 여기선 패스하고, 그럼에도 로렌스는 그의 본심은 언제까지고 같이 여행이지만 지금은 그녀의 고향까지만이라도 여행을 같이 했으면 하는 마음에 호로를 되찾는 자리에서 그녀에게 '네가 좋다'라고 고백을 했고 호로는 그 말에 결국 울음을 터트리면서 그녀도 매한가지라는 마음을 드러냈었죠.

 

결국은 이런 겁니다. 좋아서 죽고 못 살지만 언젠가 찾아올 권태기가 무서워 같이 못 있겠다는 것입니다. 호로에게 있어선 권태기는 외로움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이번 에피소드는 이런 마음을 조금식 뛰어넘으려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로렌스는 호로를 되찾은 것에 만족하여 에이브를 뒤쫓지 않으려 했으나 여행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로렌스는 물론이고 호로도 마찬가지인지라 뭔가 계기가 필요했던 그녀 또한 애써 말로 표현하지 않고 복수라는 미명 아래 에이브를 쫓자는 그녀에게서 둘 다 모지리들이라고 혀를 끌끌 차게 하는 게 로렌스고 호로고 귀여워 죽을 지경입니다.

 

그렇게 에이브의 뒤를 쫓으며 수로를 지나는 배에 몸을 실은 두 사람(호로는 늑대라서 한 명과 한 마리로 표현해야 하나),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사이가 틀어졌을 때 황화보다 더 넓었던 둘의 간격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습니다. 로렌스의 고백이 주효했던 것이겠죠. 이것조차 호로는 놀림감으로 삼고 있는 모양이지만요. 그렇게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간 이들은 자신들의 미래는 분명한 엇갈림과 이별 밖에 없다는 걸 자각하고 있어도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많은 시간이 흘러 지난 나날을 회상하며 그리워할지라도 지금은 그저 여행을 만끽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로렌스가 홀로 상인을 길을 걷는 추억에선 호로는 그때도 나도 그의 곁에 있었더라면, 같은 아련함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준비된 이별, 머지않아 찾아올 이별을 대비하여 서로가 기댈 수 있는 무언가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트 콜'이라는 소년을 맞이합니다. 이미 완결이 났고 후속편(늑대와 양피지)에서 콜이 이들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인지 다 밝혀졌으니 굳이 새로이 크게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그저 그가 학교에서 쫓겨나고 사기당해서 거지 꼴이 되어 지나가는 로렌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로렌스& 호로와의 인연의 시작이라고만, 미래에 이런 애가 자신들의 사위가 될 줄은 지금은 꿈에도 몰랐겠죠.

 

로렌스가 콜과 잠깐의 여행을 하며 평하길 순한 호로 버전쯤이라고, 그리고 콜의 등장으로 호로가 얼마나 외로움을 많이 타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그녀가 콜을 대하는 게 예사롭지 않아 애가 좋냐는 로렌스의 말에 그(로렌스)에게 안겨들며 거의 환장한 모습을 보인 것에서 쇼타콘이 아닌 진정으로 아이를 원하는 모습을 얼핏 느껴지기도 했군요. 하기야 로렌스와의 사이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졌을 때 아이를 가지면 둘이 되어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니 그녀의 호들갑은 과장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에서 조금은 애처롭기도 했군요.

 

어쨌건 에이브를 뒤쫓으며 수로를 여행하는 게 이번 에피소드의 끝입니다. 다시 예전처럼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한 마디 하면 두 마디로 대갚음해주는 호로를 바라보며 언젠가 저놈의 콧대를 납작하게 비틀어주마 같은 마음을 먹지만 언제나 당하는 게 마치 장난 잘 치는 타카기양을 보는 것처럼 매번 당하는 건 로렌스, 언젠가 저 주둥이를 집게손가락으로 잡고 쭈욱 당기고 싶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다 로렌스가 자신을 바라봐 주지 않고 다른 여자에게 한눈팔면 삐치기도 하고, 말 한마디에 토라져 말을 섞지 않자 이러다 또 이별을 노래하지 않을까 말도 없이 떠나는 게 아닐까 하는 로렌스의 마음은 두 방망이질을 해대고 콜과 부대끼는 호로를 바라보며 애에게까지(지금은 콜은 10대 초반) 질투를 하는 등 로렌스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것이 여간 웃긴 게 아닙니다.

 

서로의 마음을 잘 알았고 이별도 준비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로렌스의 고백 덕분인지 둘은 대놓고 한 이불 덮고자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로렌스의 가슴팍에 기대어 개과지만 고양이가 그루밍 하듯이 뭉그적 비비는 모습을 작가가 참 리얼하게 표현을 해놨더군요. 사실 고백이 아니어도 쑥스러워서 둘 다 표현은 안 하고 있지만 진즉에 둘의 마음은 정해져 있었죠. 이별이라는 분기점을 싫어도 인식하고 있어서 서로가 다가가지 못하고 있을 뿐...

 

맺으며, 이번 에피소드는 둘의 마음을 최종 확인하는 버전입니다. 결국은 호로의 고향까지가 아닌 언제까지고 계속 여행을 하고 싶다가 되겠지만 들려오는 호로의 고향 요이츠에 대한 소문은 좋지가 않습니다. 아마 다음 행선지는 이와 관련 있을 듯하군요. 그런데 현명하다는 수식어가 붙어 있어서겠지만 요망한 짓은 그렇다 치더라고 모든 걸 꿰뚫어보고 있는 호로의 심안(?)을 보고 있자니 살짝 기가 질리기도 했군요. 현실에서 이런 여자를 만나면 아마 견대낼 남자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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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집에 가는 학급전이 1 - Novel Engine
아네코 유사기 지음, 유큐폰즈 그림, 박용국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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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애니화도 될 예정인 방패 용사 성공담을 집필 중인 '아네코 유사기' 작가의 신작입니다. 병 주고 약주고 암 걸리게 하고 항암제를 투여하는 걸로 유명한 방패 용사를 집필한 작가의 신작이라서 꽤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죠.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들려오는 풍문을 보자면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하고 있기도 한데요. 사실 필자는 방패 용사는 알아도 이 작품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방패 용사라는 성공작의 작가라는 것과 풍문에 들려오는 평에 기대반 우려반으로 이 작품을 보게 되었습니다.

 

주 내용은 고등학교 2학년 한 반 전체가 이세계로 전이되어 살아남기 위해,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가장 유사한 작품으로는 '클래스 통째로 인외전생'을 들 수가 있군요.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도 카테고리에 들어가나 이 작품은 그렇게 화려하게(?) 놀지는 않습니다. 이런 작품의 특징이라면 이세계로 전이되면서 모두가 능력을 얻지만 공평한 분배가 아닌 마치 뽑기처럼 누군 화려하고 짱쎈 스킬을 얻는데 반해 누군 쓰레기에 버금가는 스킬도 얻게 되고 하필이면 약속된 상황이라는 것처럼 일진 같은 양아치가 좋은 스킬을 가져가게 되죠.

 

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일진같이 생긴 '타니이즈미'가 자칭 최강이라는 불계열 마법을 습득하게 되면서 반을 휘어잡고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 갑니다. 자신보다 낮은 스킬을 얻은 아이들을 업신여기고 갈수록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강요하기에 이르죠. 물론 거기에 동조하는 세력도 있고요.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하네바시'는 이것도 약속된 전개라는 것처럼 전이라는 별 도움도 안 되는 스킬을 얻었습니다. 그걸 알아버린 반 친구들은 그를 업신여기기 시작하고 카스트 제도가 생기면서 자연스레 천민이 되어 갑니다.

 

날로 흉폭 해지는 타니이즈미의 폭거에 대항해 하네바시는 소꿉친구인 '시게노부'와 힘을 합치고 자연스레 주인공의 마음을 꿰뚫어본 히로인의 포지션인 '히야마'와 '히메노'가 가세하면서 타니이즈미 대항세력을 꾸려갑니다. 그러다 하네바시는 자신이 얻은 스킬인 전이로 자신만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요. 이걸 잘만 이용하면 천민에서 왕이 될 수도 있고 다 내팽개치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서 편안히 살 수도 있었습니다.

 

음, 뭐랄까... 갑자기 리뷰 쓸 의욕이 떨어지는데, 솔직히 이 작품은 클리셰의 표본이라서 뭐 어떻게 표현하며 포장해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이세계로 넘어와 제어할 장치가 없어진 토끼 떼에서 호랑이가 태어났고 토끼들은 호랑이의 폭거에 대항하기 위해 칼을 간다는 게 주요 골자입니다. 거기서 파생되는 각종 불합리, 가령 넌 힘이 없으니 먹는 것도 조금이면 되겠네? 우리가 지켜주니까 우리에게 봉사하는 게 맞잖아? 같은 추악한 본심이 횡행합니다. 그나마 이 작품이 15금 이하라서 그렇지 만약 19금이었다면 끔찍한 장면도 예사로 벌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야 반 전체 중 절반은 여학생들이니...

 

이런 이야기가 전체적이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 일행은 폭거에 대항하기 위해 칼을 열심히 갈아갑니다. 주인공은 매번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지 혼자 따스한 밥 먹고 뜨신 물에 목욕하고, 그걸 동료들에게 알려선 동료들의 부탁을 받아 먹을 것이라던지 필요한 물품 구입해 셔틀을 자청한다던지 파격적인 주인공 포지션이랄지, 이거 얼핏 이지메랑 뭐가 다르지? 같은 상황도 연출됩니다. 기가 막히기도 했군요. 물론 주인공 나름대로 선의에 비롯된 행동이라는 거라고 후반부에 서술하고는 있지만...

 

여튼 언제까지고 계속될 거 같았던 타니이즈미의 폭거는 순식간에 종말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개똥을 피했더니 소똥이 있었군요. 제어할 장치 없이 폭거를 서슴지 않고  친구들을 눌러가며 자신의 왕국을 건설해 갔던 그의 최후에 찾아온 새로운 폭풍은 주인공 일행에게는 새로운 기회이자 뜻하지 않는 이별을 요구합니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 남몰래 수련을 해왔던 이들이기에 이 이별은 다신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낭떠러지와도 같았습니다.

 

맺으며, 아직은 이렇다 할 흥미로운 점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던가요. 주인공 성격은 그 흔한 뒤에서 말뿐인 녀석으로 비치면서 조금식 성장해가는 형식이고, 히로인(히야마, 표지 제일 왼쪽)은 그런 주인공을 바라보며 그의 조그마한 친절에 뭉클해져선 주인공에게 빠져 들어가는 클리셰를 잘 따라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제어 장치가 있는 테두리에서 떨어진 무리가 어떻게 변화 해가는지하는 클리셰도 새삼스럽지 않았고요. 이건 세계가 멸망한 아포칼립스 상황과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제 와 생각하면 딱 이런 상황이랄까요.

 

사실 좀 안 좋게 말하면 정발사인 노블엔진은 무슨 생각으로 이 작품을 정발했을까 싶었군요. 얻어보는 입장에서 나쁘게 말하지 않으려 했지만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알맹이도 없고, 시사하는 것도 진부하고, 주인공 일행의 인간관계도 작위적인 데다 자신만의 색도 미묘하고,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이 말로 더 이상 이벤트에서 제외된다고 해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좋지 않은 평을 주고 싶군요.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1점? 거기에 가격도 비싸서 후속권이 나오려나 모르겠습니다.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영상출판 미디어(노블 엔진)가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영상출판 미디어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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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5 - L Books
CHIROLU 지음, Kei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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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표지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어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써보자면, 신(神)들에 의해 세계가 정체되지 않도록 스파이스 역할로 만들어진 일곱(7명)의 마왕이 세상에 모습을 들어내는 순간 그 마왕들의 폭주를 막을 제어 장치로 여덟 번째 마왕도 모습을 들어낸다. 여덟 번째 마왕은 존재 자체만으로 무한의 시간을 살아가는 마왕들을 유한의 시간으로 속박하며 그 생명을 갉아먹는다. 가 마인족에서 내려오는 구전(?)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두 번째 마왕으로 인해 첫 번째 마왕의 자리가 공석이었는데 마침내 첫 번째 마왕이 모습을 들어낸 순간 일곱의 마왕은 완성되었고 구전(?)에 따라 여덟 번째 마왕도 모습을 들어 냈습니다.

 

이전에 얼핏 복선이 있어 왔으니 다들 아시겠지만 라티나가 여덟 번째 마왕이 되었습니다. 병균 같은 일곱의 마왕을 치료할 백신으로만 존재 가치가 있는 그녀를 해(害) 하기 위해 일곱의 마왕은 그녀를 소환하게 되고,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라티나는 이별의 말도 못하고 데일과 떨어지게 되는데요. 그동안 애써 진실에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라티나의 적극적인 구애와 더불어 자신의 마음을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된 데일은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여 그녀를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는데요.

 

딸에서 연인으로, 누가 보면 막장 집안인 줄 알겠군요. 8년 전 일족에게서 추방 당하고 숲 속에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남아 있던 소녀를 데려와 극진히 보살핌을 베풀었던 데일, 그런 그를 바라보며 진작에 그를 이성으로서 마음을 품고 있었던 소녀, 애틋한 마음이 교차하고 엇갈리고 진실된 마음에 한 발짝 다가가기를 머뭇거렸던 지난 나날을 뒤로하고 드디어 둘은 맺어졌습니다. 이제 남은 건 행복한 시간들뿐이라 여겼는데 운명은 이들에게 새로운 시련을 던지는데요. 마왕들의 폭주를 제어할 기구로써 존재하는 라티나를 죽이기 위해 모두 모인 그 자리에 소환된 라티나가 받아들인 운명은 가혹하기만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아픔보다 그와 자신이 인연을 맺어온 모든 사람들이 마왕들에 의해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걸 두려워한 그녀가 선택한 건 영원한 봉인, 자신의 희생으로 그와 인연의 모든 사람들이 아무 탈 없이 살아가기를 바랐던 그녀의 바람과는 반대로 제세상을 만난 마왕들의 폭주가 시작되고, 세상은 암흑으로 물들어 갑니다. 그.러.나모든 걸 가만히 지켜볼 데일이 아니죠. 용사라는 직업을 가진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판타지의 정석처럼 마왕을 쓰러트리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반려를 데려간 마왕들을 용서하지 않는 것, 지금 마왕보다 더 마왕스러운 용사로 인해 누가 인간족이고 누가 마왕인지 헷갈리는 일이 벌어집니다.

 

사실 마왕들과의 전쟁은 그냥 서브 이야기에 지나지 않아요. 개중엔 얼굴도 못 비추가 산화해가는 마왕도 있고요. 중요한 것은 라티나를 빼앗겼다는 증오만 있을 뿐, 모든 걸 구축해버리겠다는 것마냥 마왕들을 사냥해가는 데일은 오로지 라티나의 탈환만을 생각합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것도 모른다더니 한번 마음에 라티나라는 불을 지펴져버린 데일은 거침이 없습니다. 오히려 마왕들이 불쌍해질 판인데요. 실제로 불쌍한 마왕들도 나옵니다. 모두(마왕들)의 뜻에 따라 영민들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동조했다곤 하나 그 죄는 없어지는 게 아닌지라, 데일이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최대한 편안하게 보내주는 것뿐...

 

그리고 가슴 먹먹해지는 이별과 만남이 교차하는 곳...

 

그렇게 마왕들을 무찌른다.라고 쓰고 도륙해가며 만난 두 번째 마왕, 첫 번째 마왕을 죽이고 첫 번째 마왕의 운명까지 타고난 아이까지 죽여버린 로리 모습 광녀와의 전투 직전에 만난 두 번째 마왕 권속인 '보라색 여신관', 라티나가 '모브'라고 불렀던 그녀는 데일을 두 번째 마왕에게 인도하며 한가지 요청을 합니다. "저를 죽여 주세요."라고.. 이전에 로제를 붙잡은 두 번째 마왕 에피소드 때 로제를 도망치게 해준 그녀에게서 얼핏 라티나의 생모가 아닐까 하는 복선이 나왔었죠. 그러나 그녀는 말하지 않습니다. 라티나가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왜 죽어가면서도 예언에 따라 자신의 앞에 나타난 데일에게까지 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는지 첫 번째 마왕을 만나 그 사정이 드러나면서 정말로 기구한 운명과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며 그녀에게서 사랑하는 소녀의 실루엣을 느낀 데일은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어렴풋이 그녀의 정체를 파악합니다. 두 번째 마왕의 권속이 되어 살아도 산 게 아닌 채로 지옥처럼 살아가던 그녀는 예언 속의 인물을 만나 죽음이라는 구원을 받는 이 장면은 필자가 접한 수백 권의 라노벨과 수천 권을 만화책을 통틀어 제일 크게 가슴 먹먹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여기에 더욱 먹먹함에 박차를 가한 건 일러스트였는데요. 데일이 받쳐 든 손에 기대어 온화하게 숨을 거두는 그녀의 표정을 그린 일러스트는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먹먹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NTR, 모든 마왕들을 도륙하고 마지막으로 대망의 첫 번째 마왕을 대면하는 데일, 어째서인지 이공간에 봉인되어 있을 라티나가 그의 곁에 있었습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니는 잠옷을 입고 무방비 상태로 자고 있는 라티나, 데일의 손길에 눈을 뜬 라티나가 첫번빼로 한 말은 '크리소스?' 크리소스는 첫 번째 마왕의 이름, 데일의 머리엔 ???만 뜹니다. 지금 라티나가 전라나 다름없이 침대에 있는 상황과 사랑하는 소녀의 입에서 자신이 아니라 증오하는 마왕의 이름이 나왔어요.  일반적인 남자라면 제일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추악한 것이겠죠. 사랑하는 반려가 잠자리에서 남의 이름을 불렀다고요. 눈 돌아가지 않으면 이상하죠.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마왕과의 전쟁은 조무래기이자 아무것도 아니고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라는 것마냥, 제목이 그렇긴 하지만  이 작품은 마왕과의 전쟁이라는 암울한 것이 아닌 이런 알콩달콩한 일상물이잖아?라는 것처럼 정말 흥미진진하게 돌아갑니다. 빡 돌아버린 데일은 곧장 첫 번째 마왕의 처소까지 한 다름에 달려가 문답 무용으로 칼을 휘둘렀더니 뭐야 이거? 또 뜻밖의 반전이 일어납니다? 아이고 NTR이 시작되는 줄 알고 정말 몇 안되게 손에 땀 쥐고 봤는데 그럼 그렇지 일상물에서 그렇게 심각하게 흘러가진 않겠지 하며 안도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군요.

 

첫 번째 마왕의 등장으로 라티나의 집안 내력이 공개됩니다. 8년 전 라티나가 왜 아버지랑 같이 숲에 있어야만 했는가는 두 번째 마왕과도 연결이 되어 있어요. 이전 대의 첫 번째 마왕을 죽이고 그 후대까지 죽여버린 상황에다 살육이라는 놀이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마왕에게서 특별한 삶을 살아가게 될 라티나는 두 번째 마왕의 좋은 놀잇감이 될 수 있었기에, 이 모든 걸 내다본 보라색 신관(모브)은 딸을 지키기 위해 두 번째 마왕의 권속이 되어 딸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머나먼 고생이라는 길에 딸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모정이라는 감정을 이리도 훌륭하게 표현한 작품도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카카로트(손오공)의 아비가 죽어가면서 아들이 프리져와 마주하는 장면을 보았듯이 그녀(모브)는 데일과 라티나 그리고 첫 번째 마왕과의 해우를 보았을 것입니다.

 

첫 번째 마왕의 정체는 굳이 밝히지 않겠습니다. 이 작품의 최대 스포일러나 다름없거든요. 다만 해피하게 흘러간다는 것만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일상물이니까 그리 심각하겐 흘러가지 않아요. 다시 만난 라티나와 데일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노라는 듯 서로가 보다듬고 꼭 껴안고 있는 장면은 시기와 질투의 느낌보단 애잔함과 애틋함이 먼저 몰려왔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소녀와 사랑하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 세상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앞으로 달렸던 청년의 이야기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식을 위해 목숨을 마다하지 않는 애틋한 어머니의 마음은 두고두고 먹먹함을 간직하게 했습니다.

 

맺으며, 글이 상당히 길어졌는데 넓게 보면 키잡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이제 와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같은 마음뿐이군요. 데일과 주변 사람들을 걱정하는 라티나의 구구절절한 마음은 한편의 시와도 같고, 그녀를 구하려는 데일에게서는 불새 같은 격정을 느끼기도 하였군요. 물론 라이트 노벨답게 내가 바라는 것처럼 되었네? 같은 마니악 한 부분도 없잖아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다 읽고 나서 가슴에 남은 건 몇 번이나 언급한 라티나의 어머니 관련 에피소드군요. 짧지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었습니다. 데일에게 딸을 맡겼다는 안도감, 그리고 죽음이라는 구원을 받아 숨을 거두는 그녀의 일러스트는 앞으로 상당기간 잊히지 않을 듯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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