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탄의 왕과 바나디스 18 - Extreme Novel, 완결
카와구치 츠카사 지음, 요시☆오 캐릭터 디자인, 카타기리 히나타 일러스트, 한신남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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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한 설명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자신의 영지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시골 청년 '티글' 구국의 영웅이 되어가는 그 결말 편이 되겠습니다. 시작은 옆 나라와 물 길을 놓고 벌인 전쟁이었지만, 거기서 만난 이웃나라 공녀(바나디스) '에렌'의 협력을 받아 자신의 영지를 지키고 나아가 내란을 일으킨 귀족을 처치하며 만천하에 영웅의 탄생을 알렸죠. 사실은 그저 자신의 영지만 지키면 되는, 남자로 태어나 원대한 꿈을 꿔볼 만도 하겠건만 그는 욕심이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영지를 소중히 하고,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하고, 부모님이 그래왔던 것처럼 티글도 그렇게 소박하게 인생을 살려고 했었습니다.


참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사절단으로 다른 나라에 파견되어 돌아오다 풍랑을 만나 기억 상실증에 걸리기도 하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마물과도 싸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픈 이별도 겪어야 했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녀(바나디스)라는 입장이 되어 영지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히로인의 애절한 마음도 보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걸어오길 2년, 간신히 브륀을 안정화 시키고 지스터트로 넘어와 마물 우두머리와 최종전을 펼치기가 무섭게 왕위를 둘러싼 내란이 일어나고 말아요. 좋아하게 된 에렌 등 히로인들이 말려들어 힘들어하게 되자 티글은 또다시 분연히 일어서는 걸 선택하죠.


그리고 에렌의 스승이자 좋은 친구였던 '유젠'의 뜻을 받들어 티글은 지스터트의 새로운 왕이 되고자 합니다.



에렌은 숙적 '피그넬리아'의 싸움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그녀들은 이루고자 했던 뜻은 비슷하지만 방식이 달라 틀어지게 된 이후 앙숙으로 지내 왔었습니다. 그러다 에렌의 양부가 그녀의 손에 죽게 되면서 철천지 원수가 되어 버렸죠. 피그넬리아는 항상 극단적인 성격으로 이번엔 지스터트를 내란으로 몰아가는 발렌티나에게 붙어 자기만의 이상을 이루기 위해 움직였지만, 에렌은 분전한 끝에 그녀를 뛰어넘었습니다. 여기서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가 있는데요. 작가는 용구 '발그렌'으로 하여금 전(前) 주인의 '사샤'의 유지를 받들게 하는, 일부러 새로운 주인으로 피그넬리아를 선택하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피그넬리아가 있는 이상 에렌에게 있어서 평범한 삶은 있을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뛰어 넘어라. 사샤가 원했던 자기는 못하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을 위하여. 이루지 못한 염원을 에렌에게 맡기고 눈을 감은 그녀(사샤)에 대한 보상을 주고자 했던 게 아닐까 하는.


피그넬리아는 12권 표지가 뿌렸던 사망 플래그대로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참 안타까운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용병으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느닷없이 행동이 제약되는 공녀로 선택되었고, 졸지에 에렌의 대척점이 되어서는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었던 캐릭터라 할 수 있죠. 작가가 지면 관계로 표현을 생략했는지 악역임에도 사람 볼 줄도 모르고 부릴 줄도 모르는, 힘으로만 해결하려는 멍청한 악역으로만 등장하다 하직하게 되어버린, 비운의 캐릭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뜻을 이루지도 못하고, 어쩌면 용병인 에렌도 자신의 양부의 소원을 받들어 조금 강박증을 가지고 행동했다면 피그넬리아처럼 되지 않았을까 하는 반면교사 같은, 급조한 캐릭터치고는 꽤 많은 걸 시사하고 떠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걸 뛰어넘은 티글과 에렌은 최종 보스 '발렌티나'를 몰아내고 지스터트에 평화를 가져오고자 합니다. 


발렌티나, 그녀는 선대 왕 빅토르가 사망하고 왕좌가 공석이 되자 차기 왕을 두고 내란에 빠진 틈을 비집고 들어와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되고 싶어 했죠. 그녀의 목적은 단 하나... 알고 보면 발렌티나도 참 안타까운 캐릭터입니다. 다른 공녀와 다르게 어릴 적부터 양호하게 성장해왔지만 음침한 성격 때문에 친구는 하나도 없고, 커서도 따돌림당하는 등(자기가 자초한 일), 현실에 대입 시키면 방구석 폐인 같은 캐릭터인데요. 그런 주제에 포부는 얼마나 심대한지, 문제는 그게 얼마나 구멍이 크고 말도 안 되는 일인지 모른다는 거고, 그로 인해 티글로 하여금 지스터트 왕이 되는 길을 깔아줘버리는 말도 안 되는 캐릭터죠. 자신의 야망에 방해되는 티글을 없애려 했지만 오히려 티글로 하여금 왕이 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준 게 그녀. 적어도 그녀가 다른 공녀들을 괴롭히지만 않았어도(티글 역린 건드림) 야망을 이뤘을지도 모를 일이라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티글은... 이 한마디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고생 참 많이 했습니다. 영웅이 되기 위해선 고생을 필수불가결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하렘 왕국을 건설했으니 고생은 보답받은 거나 다름없죠. 지키고자 했던 고향도 지켰고요. 여느 인기 많은 주인공이 다 그렇듯, 타인을 존중하고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교본 같은 캐릭터가 바로 티글이 아닐까 합니다. 문제는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 지금까지 보면 에렌등 공녀들의 힘으로 전쟁을 치러 왔으니... 좀 안 좋게 평하자면 기둥서방 같은? 사실 이것도 인성이 뒷받침 해줘야 가능한 것이기에 꼭 나쁜 건 아닙니다.



맺으며, 뭐랄까 이번 18권은 작가의 뒷심이 부족하다고 할까요. 마지막답게 화려한 뭔가를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전투는 꽤 처절하게 묘사하는데 어차피 우리 군이 이길건데라는 느낌이 강하고, 몇몇 장면은 개연성이 한창 부족하더군요. 가령 왕의 보좌관 론인지 미론 인지하는 영감이 미쳐가는 과정을 들 수가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그를 미치게 하는가 하는 설명이 부족해요. 밀론이 어린 왕자를 인질로 잡고 뭔가에 씐 것처럼 노망난 부분도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하는 설명도 없고요(뭐 필자가 놓쳤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엔딩 부분은 일본 엔터테이먼트 답지 않게 확실히 끝을 맺는 건 좋았군요. 내란이 끝나고 다시 3년이 흐른 시점에서 지금 누구와 같이 있는가, 지금 그의 곁에는 누가 있는가, 그리고 결실은? 같은, 여운을 남길만한 엔딩을 보여주면서 후련하게 해주는 것만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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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14 - L Novel
와타리 와타루 지음, 박정원 옮김, 퐁칸 ⑧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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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돌부리에 넘어지고 강물에 빠져서 떠내려가는 러브 코미디, 임금 0(제로)에 도전하는 노가다, ​무엇이든 들어 드립니다. 심부름 센터(봉사부), ​서러운 1년 비정규직, ​사장님(히라츠카 선생)이 야반도주를 하였기에 심부름 센터(봉사부)는 폐업 ​합니다.


14권 요약: 홀로 떠나는 여행길,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는 꿈을 꾼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아무도 없는데도, 길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데도, 그럼에도 연어는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다. 상류에 도착한다면 나는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서. 분명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연어는 길고 긴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에서 깨어났을 때...


14권 줄거리: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걸 끝내고 홀로서기에 나서는 유키노는 프롬(학교 축제, 발상지는 미국인 듯)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이것은 나의 의지로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끝낼 때도 나의 의지로 끝을 낸다. 이 축제를 무사히 끝낸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은 채 분명 앞으로 나아 갈 수 있을 테지. 그것이 얼마나 슬픈 것인지 모른 채.


표지 설명: '또 봐~' 표지가 대놓고 스포질 한다.


14권 집중 포인트: '그녀의 소원을 들어 줘' 



스포일러 주의, 장문 주의, 읽기 곤란한 분들은 위쪽 부분만 읽으셔도 됩니다. 밑에 내용을 압축해놓은 거라 보시면 돼요. 


본 리뷰는 이 글을 읽는 분들과 의견과 생각과 느낌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른 부분에 대해 의견을 받겠지만 태클은 사양합니다.





엄마라는 사람은 사자다. 자기 새끼를 낭떠러지에 떨어트려 올라오는 새끼만 기른다. 고생했다고, 이제 안심해도 된다는 말로 새끼를 감싸지 않는다. 살아 돌아온 새끼에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동물의 새끼는 부모로부터 사냥법을 배운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걸까. 유키노는 부모로부터 배우질 못했다. 그저 엄마는 할 수 있을 테니까 해보라고 한다. 할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래서 오기를 부려본다. 못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면, 쓸모없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못한다는 걸 들키는 게 무엇보다 두렵다. 그래서 도도한 척, 아무도 곁에 오지 못하게 한다. 언니는 방관자다.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다. 언니는 무엇이든 척척해내는 사람이다. 언니는 나와 무엇이 다른 걸까. 언니가 걸었던 길을 밟으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가야 할 길은 보이지 않는다. 


이정표는 있다. 저걸 보고 따라간다면 분명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겠지. 하지만 길은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 그야 어디로 가야 할지 배우질 못했으니 길이 보일 리가 없다. '히키가야 하치만'은 호롱 불을 들고 그녀를 지나 걸어간다. 그녀(유키노)의 눈이 호롱 불을 들고 가는 하치만을 비춘다. 저 사람을 따라가면 나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어느덧 유키노는 하치만의 뒤를 따라 걷고 있다. 하치만의 뒤를 따라가면서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길은 내가 가야 할 길. 정말? 구원받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 하나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나에게 있어서 그는 구세주다. 그와 함께 있으면 많은 걸 할 수 있을 테지. 그렇게 그녀는 흘러가면 흘러가는 데로 강물에 몸을 맡기는 나뭇잎이 되기로 했다. 


유키노가 프롬을 개최하는 것에 못마땅해 했던 학부모회는 불건전하다며 딴지를 걸어온다. 유키노의 엄마는 학부모 대표가 되어 학교에 쳐들어와 그만두라고 한다. 보통 자기 자식이 무엇을 하고자 한다면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게 부모의 의무이긴 하다. 그런데 자기들 입장만 생각하며 아이들의 가능성을 짓밟아 버린다. 참견과 관심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무엇이 올바르고 그른지를 알려주는 것보다 민망하고 남사스럽다는 이유를 들어 못하게 한다. 당연히 반발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유키노는 엄마의 말이라면 거부하지 못한다. 그렇게 커왔으니까. 그녀(유키노)의 의존증은 다름 아닌 부모에 의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엄마는 자식이 뭘 하든 참견을 하고, 반론은 철저하게 막아버리는 화법을 쓴다. 엄마와 딸 사이엔 토론이란 무의미하다.


여기가 분기점이다. 프롬을 무사히 마친다면, 나는 더 이상 하치만의 등을 보고 걷지 않아도 된다. 엄마에게 난 쓸모 있는 인간이라고 어필할 수 있다(1). 언제부터인가 자각은 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걸. 의존증을 끊지 않으면 글러먹은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걸. 그래서 그에게 이만 끝내자고, 지난 1년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만 내려놓을 때가 왔다. 빠르든 늦든 언젠가 파탄이 온다면 지금 끝내는 게 좋겠지. 여기서 주저한다면 난 또다시 의존하고 말 테니까. 상냥한 이들에게, 그래서 '그녀의 소원을 들어 줘'라고 승부 조건을 걸은 것이리라. 프롬은 무사히 마칠 것이다. 무대 뒤 프롬을 도와주러 온 하치만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본다. 거리는 가깝다. 하지만 그 간격엔 건너지 못하는 낭떠러지가 존재한다.



유이가하마는 이대로가 좋다. 부실에 가면 언제나 그녀(유키노)와 그(하치만)이 있다. 같이 수다를 떨고 의뢰가 들어오면 힘을 합쳐 해결하고, 하굣길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이 걸어갈 수 있는 이들(둘)이 있어서 좋다. 그녀는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고 이어지기를 바란다. 문득 그녀에게 있어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는 몇이나 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유키노와 하치만을 만나 그녀는 매일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 유이에게 있어서 친구란 무엇인가. 미우라와 에비나가 사교용이라면 유키노와 하치만은? 어느덧 유이에게도 지난 1년간은 어떤 것보다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그래서 잃는 게 무엇보다 두렵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꼬여버린 걸까. 하치만을 두고 유키노와 대립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언제부터 하치만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그가 나에게 의존하면서부터일까?


알고 있었다. 그녀(유키노)도 하치만을 좋아한다는걸, 그녀(유키노)의 집에서 그와 그녀가 다정히 같이 찍은 사진을 봤을 때보다 이전부터. 그래서 미련은 두지 않으려고 했다. 홀로서기를 하며 혼자 걸어가려는 그녀(유키노)는 나의 친구다. 친구의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녀와 제대로 이야기해보자고 하치만에게 말을 건네본다. 이 대화가 어떤 아픔을 몰고 올지, 하지만 견딜 수 있으리라. 왜냐면, 다시 예전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러면 다시 부실에서 그들과 수다를 떨며 지난 1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코마치 생일 케익 만들기를 빙자해 그를 집으로 끌어들여 이거저거 만들어 가는 그녀(유이)의 모습은 어쩐지 처절하게만 느껴진다. 프롬이 끝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찌그러진 캔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치만은 이대로 끝나는 걸 원한다. 누구에게 휘둘리는 것도, 누군가를 의존하는 것도 이젠 지긋지긋하다. 그래서 그럴까 유키노가 홀로서기에 나섰을 때 그는 그녀가 진심으로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 그녀가 프롬을 성공 시킨다면 그녀의 병(의존증)은 고쳐질 테니 자신이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아도 그녀는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모른 채. 하루노(유키노 언니)는 그런 하치만을 불쌍히 쳐다본다. 그리고 진실을 하나 알려준다. 그녀(유키노)가 프롬을 성공 시켜도 병은 고쳐지지 않는다는걸. 연어는 상류로 올라가지 못한다. 왜냐면, 여기가 상류라고 착각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상류라 믿고 웃으려 하고 있다. 무대 뒤에서 손을 흔드는 유키노를 바라보며 하치만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그녀와 나 사이에 펼쳐진 낭떠러지를 건너 그녀에게 다을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그녀(유키노)는 여전히 도도한 척 앞을 보며 걸어가려 한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앞 길에 호롱 불을 들어 비추어주는 이도 없는 길을, 이것이 옳은 길이라고 믿고서, 그제서야 하치만은 자신이 착각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녀가 다다르고자 했던 상류는 여기가 아님을. 그래서 상류로 올라갈 수 있도록 유도를 해줘야만 한다. 혼자 가지 못한다면 내가 같이 가주면 되지 않을까. 웅덩이 속에 움츠려 있는 그녀를 깨워 상류는 여기가 아님을 알려주고 따라오라고, 나랑 같이 가자고 손을 내밀어 본다. 연어는 꿈에서 깨어나 앞장서서 가는 다른 연어를 따라간다. 연어는 무사히 상류에 도착할 수 있을까. 거기에 도착한다면 진정한 웃음을,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까. 



맺으며, 대망의 완결입니다. 장장 8년에 걸쳐 이 작품을 읽어온 필자로서는 후련하기 그지없군요. 엔딩도 이에 못지않은 후련함을 선사합니다. 사실 이미 12~3권에서 이런 엔딩은 예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었군요. 단지 등을 누가 떠밀어 주느냐만 남았었죠. 이번 14권 후반은 분위기가 갑자기 많이 바뀌어 적응이 힘들었다는 분들도 계시던데, 사실 13권(혹은 이전)에서 유키노와 하치만의 관계를 보자면 오히려 이번 14권 후반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원래 이렇게 흘러갈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리고 유키노의 성격이 180도 바뀌는데, 이건 바뀌었다기보다 껍질을 벗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전 13권 리뷰에서 유키노를 '말하지 않는 아픔'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말할 수 없었던 것을 이제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성격이 변하게 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을 테죠. 


그건 그렇고, 그동안 이 작품에 관심을 뒀던 분들은 궁금해하시는 게 하나 있을 텐데요. 그래서 누가 누구와 맺어지는가, 이게 이 작품의 최대 포인트라 할 수 있죠. 입이 근질근질하긴 합니다만. 이걸 알아버리면 14권 읽을 의미가 없어지는지라 애써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누군가와 맺어진다는 것이고, 몰래 사귀는 것이 아닌 소문이 다 날 정도로 작중 공인이 되어 버린 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후반은 분위기가 그냥 달달해서 돌아가실 정도가 되어 버리죠. 그냥 귀여워 죽습니다. 이럴 거면 뭐 하러 그렇게 고민을 하고 폼을 잡고 그랬는지... 문제는 사람이 세명이라는 것, 둘이 맺어지면 하나는 필연적으로 남게 된다는 것. 이것이 또 가슴을 후벼파죠. 사실 관계도를 따지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답이 나오기도 하고요.


  1. 1, 아, 참고로 유키노의 엄마는 딸이 싫어서 학대하는게 아닌 스파르타식 교육을 시킨다고 보면 됩니다. 길은 알려주지 않고 알아차리길 바라는 타입이죠. 딸이 어떤 길을 선택하면 정말로 그걸로 괜찮겠니?하며 걱정과 질책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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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의 시간 2 - S Novel
사카키 이치로 지음, 카츠단소 그림, 김정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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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좀비의 세상 포스트 아포칼립스, 뜬금없는 SF, 종족보존은 중요하지 진정한 하렘 왕국, 누구 나랑 아담과 이브 할래? 아이는 몇명 낳을까? 막장 + 근본 없는 진행, 줏대 없는 주인공, 영문을 모르겠다.


표지 설명: 버린다. 줍는다. 넌, 내 거다. 총 맞은 것처럼~ 1권 표지 설명은 사실상 헛짓거리였다.


특징: 좀비는 새롭게 태어난다. i will be back(다 읽고 나면 무슨 뜻인지 알게 됨).


2권 줄거리: 주인공 히로아키는 건슈팅 온라인 게임 동료 '시노(참고로 여자애)'와 전투 메이드 '우에무라(메이드니까 여성)'와 합류 후 도시 외곽으로 향한다. 강가에서 야영 도중 건물 옥상에서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는 여자애를 발견하는데...



스포일러 주의



다리를 움직이지 못한다. 천재 소녀 '시이코', 그녀의 출생은 빈말로도 축복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아빠는 누구인지 모른다. 엄마에게 있어서 자식은 그저 노후보장을 위한 물건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아이가 엄마의 관심을 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에겐 두 가지의 길이 있다. 하나는 말썽을 부려서 내가 여기 있다고 관심을 끄는 것, 다른 하나는 자신이 쓸모 있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 죽을 둥 살 둥 천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이코는 학업 쪽으로 노력을 해봤다. 난 여기에 있다고, 그러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엄마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아이가 거치적 거린다며 버린다. 아니 팔아 버렸다. 그것이 14살 '시이코'의 인생이다.


히로아키는 게임 동료 '시노'와 그녀의 메이드 '우에무라'와 합류 후 다시 길을 떠난다. 목표는 없다. 그저 현실적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하여 방사능이 유출되기 전에 멀리 도망가는 것만 생각할 뿐, 가다가 들린 쇼핑몰에서 안타까운 좀비도 만난다. 강가에서 야영을 하면서 남자라면 어쩔 수 없는 약간의 소동도 일어난다. 엿보기는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지. 근데 주인공 히로아키 이놈이 어장 관리를 한다. 쇼핑몰에서 좀비에게 물릴뻔한 시노의 상태를 확인하려던 오토와에게 쓴소리를 하며 시노를 감싸주더니, 사실 감싸줄게 있지 좀비에게 물린 걸 가만히 내버려 두면 어떤 참사가 일어나는지 알면서도 시노를 감싼다. 결과적으로 물리지 않았지만. 그런 주제에 야영하면서 오토와에게 작업을 건다. 나 같으면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하며 박차고 나올 것이다.


밥을 하면서 오토와를 흉보고, 속으로지만 시노 귀여워 죽겠다고 노래를 부른다. 시노를 만난 이후 계속 주인공 머리 상태가 저 상황인데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 세상이 멸망해서 병원도 문 닫았는지라 병원 가보라고 하지도 못한다. 상황 파악을 못한다고 해야겠지요. 어디서 좀비가 덮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딴 생각, 오토와의 신경을 건드리는 핀잔과 그녀의 의견 따윈 묵살하는 만행. 현실적으로, 가령 좀비에 물렸을지도 모르니 초동대처가 중요한데 이걸 방해한다. 그래놓고 오토와에게 작업을 건다. 또 그래놓고 시이코를 만나 또 작업을 건다. 이놈은 분명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천재소녀 시이코는 마음을 닫아 버렸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팔려온 곳은 오직 실적만이 그 사람의 가치라는 것마냥 혹사시키는 블랙 기업. 실적을 못 내면 천하의 못쓸 인간이 된다. 뭐 이런 세상이 다 있나 싶다. 그래도 자신을 보살펴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나마 나은 환경이라고 여겼다. 좀비가 창궐하기 이전까지는 말이지. 주변 사람들은 몽땅 사라졌다. 다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먹을 것은 과자 밖에 없다. 뭔가를 구해 오겠다며 나간 돌보미는 소식이 감감이다. 또다시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옥상 난간으로 기어 올라간다. 그걸 발견한 히로아키와 오토와, 그것이 이들의 만남이다.



이 이후는 좀비 탄생의 비화인데 솔직히 리뷰 쓸 가치를 못 찼겠습니다. 완전 뜬금없는 진행으로 혼을 빼놓는데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좀비지만 좀비가 아니랍니다. 어쩌라고.



맺으며, 이보다 황당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군요.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줏대 없는 주인공 성격이 가장 문제입니다. 여러 사람 면전에 상대를 깎아내려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타입이랄까요. 시노 앞에서 초동대처를 역설하는 오토와에게 핀잔을 주는 걸 마다하지 않고, 강변에서 밥하며 오토와를 흉보고, 시노 귀엽다고 노래 부르고, 그러다 불침번 때 오토와에게 작업 걸고,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군요. 거기에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정신줄을 놓아버린 시이코에게 '버림받았지? 그럼 내가 널 주워줄게'라며 막말을 쏟아냅니다. 


그보다 더 황당한 건 좀비 탄생의 비화군요. 작가가 정신줄을 놓아버린 듯합니다. 1권에서 작가 후기를 보면 증쇄가 안 될 정도로 판매가 부진해서 2권에서 끝낸다고 하더니,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필력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고, 등장인물의 성격 조절에 실패하는 등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다고 할까요. 차라리 모럴해저드를 도입해서 필사적인 삶을 조명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혀 없어요. 학원묵시록은 비교적 현실적인 상황을 연출하곤 했는데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할까요. 이 작품은 아무것도 없어요. 


좀비 몇 마리만 잡는 게 고작이고, 보통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좀비나 재난보다 더 위험한 게 인간인데 이런 거에 대한 포커스를 전혀 맞추고 있지 않다 보니 이야기 자체가 무미건조합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에서는 위기감을 찾을 수 없는 어디 소풍 가나 하는 느낌이고요. 최악은 상처받은 아이에게 보다듬어 주면 좋을 텐데 그런 대화는 눈곱만큼도 없고, 버림받았으니 내가 주울게는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좀비물이라고 해서 덥석 물었더니... 결과적으로 좀비도 좀비가 아니더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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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요 근래 들어 리뷰 글씨체가 반말투에 초등학생 독후감 같은 이유는, 저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매너리즘이라고 하죠. 이런 식으로 쓰기 전에는 의자에 앉아 반나절을 고심했는데 결국 리뷰 쓰는 걸 포기한 적도 있었군요. 하면 할수록 느는 게 아니라 저의 경우는 만사가 다 귀찮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쓰는 방법을 이렇게 바꿔 봤는데 그나마 좀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곧 싫증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러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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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의 시간 1 - S Novel
사카키 이치로 지음, 카츠단소 그림, 김정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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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좀비가 세상을 지배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삽으로 맺어지는 인연, ​히키코모리와 좀비 오타쿠가 만나면, 세상은 히키(코모리) 오타쿠가 지배한다. ​부끄럽지도 않나 중2병, ​학원묵시록(HIGH SCHOOL OF THE DEAD)의 주인공 코무로 왈: 무면허는 고등학생의 특권이지, 아가씨 어디로 모실까요.


특징: 만약 당신의 가족이 좀비로 변한다면 당신은 그 좀비(가족)를 죽일 수 있습니까? 

좀비는 어디 가고 하렘과 판치라만 보인다.



표지 설명: 좀 소름 돋는데, 좀비 오타쿠 소녀 '오토와'가 들고 있는 건 삽이다. 그리고 자빠져있는 인영은 좀비고, 여기까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좀비 처치하고 한 컷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을 읽고 나면 저 좀비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저 소녀의 표정을 보라. 저 표정은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지을 표정이 아니다. 고로 작중 세계관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즉, 지금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이 세계가 진짜 세계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는 것이다.


줄거리: 영화 새벽의 저주처럼 일어나 보니 좀비의 세상이다. 히키코모리에 인간 말종 '히로아키'는 영문도 모른 채 좀비로 변한 가족을 피해 도망 나왔다가 삽으로 좀비 머리 날리며 세계를 평정할 기세로 활약하던 좀비 오타쿠 소녀 '오토와(발음하기 은근히 어렵네)'를 만난다. 살려달라는 히로아키를 바라보던 오토와 왈: 신종인가? 다 죽은 줄 알았지. 어쨌건 이왕 이렇게 만났으니 힘을 합쳐 잘 살아 보자고요. 오토와가 생활거점으로 삼은 쇼핑몰에서 둘은 동거 아닌 동거에 들어간다.



어쩌면 스포일러 주의



어째서 좀비가 창궐하게 되었는지 나오지 않는다. 학원 묵시록(HIGH SCHOOL OF THE DEAD)처럼 어느 날 문득 나타났다. 눈치 빠른 사람은 살고, 없는 사람은 죽는다. 근데 거의 다 죽어 버렸다. 주인공 '히로아키'는 건슈팅 게임 오타쿠다. 이것 때문에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히키코모리가 되어 버렸다. 주변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를 왕따시키고, 당사자는 그걸 이유로 삼아 방구석 폐인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게임 삼매경에 빠져 살다 어느 날부터 썩은 밥이 문 앞에 놓인다. 그걸 또 못 참고 엄마에게 한 소리 하겠다고 벼른다. 학교도 안 가고 1~2년 처박혀 살며 게임으로 대성해서 돈 벌겠다는 당찬 포부를 자랑스레 밝힌다. 하지만 주변은 그를 이해해줄리 없다. 자신의 포부를 이해 못하는 주변을 욕해대고 엄마를 욕하고 초반은 인간 말종의 표본이 바로 주인공 히로아키다.


좀비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좀비 오타쿠 '오토와'는 그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언니와 매번 투닥 거린다. 주변에서 자신을 이상하게 여긴다는 건 알고 있다. 여자애가 좀비물만 찾아대니 이상하게 여기는 건 당연하다. 오토와는 알고 있지만 고치려 하지 않는다. 주변은 그녀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항상 사회는 소수보다 다수의 의견에 따라 굴러간다. 그러니 소수파인 그녀는 당연히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앞으로도 변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이게 목숨을 구하는 결정적 차이가 된다는 걸 이때는 아무도 몰랐으리라. 그녀 이외에는. 좀비가 창궐하면서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쇼핑몰 점거였다. 각종 물자가 있는 곳이라면 당분간은 견딜 수 있을 테니까. 이것은 좀비 오타쿠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행동이란다. 더불어 무기는 삽이다. 히로아키와 더불어 초반은 제법 밥맛으로 다가온다.


그런 둘이 만났다. 천생연분이지.


그래서 그럴까 오토와는 만난 지 한나절도 되지 않나 히로아키에게 알몸을 보인다. 어디 물린데 없나 봐줄래? 

이때 히로아키가 압권이다. 당분간 걸을 수 없었지 싶다.



주변 마트를 습격하며 물자를 모은다. 사람은 둘 이외에 아직 나오지 않는다. 물자를 모으는 사람은 더 있는 듯한데, 때문에 아포칼립스에서 흔히 일어나는 모럴해저드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사실 필자는 이걸 기대했다. 이것만큼 인간관계에 있어서 적나라한 게 없으니까. 히로인 오토와를 노리는 불한당을 주인공 히로아키가 구해준다. 소년물에서 흔히 있을 법한 전개지만 그녀를 노리는 건 좀비 밖에 없다. 거기에 애석하게도 오토와가 좀비 척살에 더 뛰어나다. 애초에 불한당이 나온다고 해도 오토와의 삽질 몇 번이면 불한당은 꼼짝도 못 하겠지. 경찰 주머니 뒤져서 권총도 손에 넣었고, 어째 점점 학원 묵시록을 따라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한정적인 물자와 좀비 떼에 둘러싸여 언제까지고 여기에 머물 수는 없다. 고로 탈출, 차가 필요한데 둘 다 면허가 없다. 이때 학원 묵시록 주인공 코무로가 있었다면 이런 말을 했겠지. '무면허는 고등학생의 특권이다'. 일단 그러려면 차가 필요하고, 밖으로 나간다면 권총보다 위력이 큰 총도 필요하겠지. 마침 히로아키가 즐겨 하던 건슈팅 게임 동료의 집에 마땅한 차가 있고 어째서인지 실제 총도 있다고 하니 가지러 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동료의 집에 도착해보니, 집이 억수로 부자네? 게임상에서 같이 지내며 느낌상으로는 분명 남자일 거라 여겼던 동료는 여자였고. 전투 메이드까지 딸린, 총이 있고, 군용 차량의 민수 버전까지.



당신은 좀비로 변한 가족을 죽일 수 있습니까?


갑자기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기 시작한다. 둘은 생전 하던 행동을 죽어서도 되풀이하는 좀비들을 보며 가족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처지와 취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이들, 그런 그들이 좀비가 되었다. 편하게 해줘야 할까 아니면 그대로 둬야 할까. 가족이란 유대의 울타리다. 자신들을 이해해주지 않아도 혈연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고로 묻는다. 좀비가 되었다곤 해도 과연 가족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있을까? 결국은 히로아키는 인간 말종이 아니었을 수 있다. 오토와는 가족을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젠 그러지 못하지만. 그리고 여기 또 한 명 가족이라는 유대에 묶여 별 해괴한 짓을 벌이는 4차원 여자가 등장한다. 전투 메이드를 대동하고.



맺으며: 역시 일본식 아포칼립스답다 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재난 멜로라고 할 수 있군요. 재난에 중점을 둔 게 아닌 그걸 바탕으로 인간의 심리와 성장을 다루고 있다고 할까요. 사회에 주류로 끼지 못하고 소수파(여기선 오타쿠의 삶)로써 이해받지 못한,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 삶이었지만 그래도 가족은 소중하다는 메시지. 그러니까 가족이 좀비로 변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보여줍니다. 소중하니까 죽일 수 없는 마음과, 소중하니까 떠나보내야 한다는 마음. 문득 이런 주제가 과연 좀비 아포칼립스에 어울리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어째 작품이 좀 두서가 없다고 할까요. 갑자기 이 세계는 진짜 세계일까 하는 주제로 추리를 해보라는 듯 복선을 뿌리지 않나, 샷건을 쏴재끼는 전투 메이드도 나오고, 하렘도 그렇고, 판치라에, 영화 이글아이와 비슷한 스릴러 같은 분위기도 뿌리고, 장르를 종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재미적인 부분에서는 영화 새벽의 저주를 보는 듯했습니다. 좀비물을 좋아하면 한 번쯤 읽을만 한데, 모럴해저드나 액션 등은 원활하지 않으니 이쪽을 찾는다면 번지수가 좀 틀리다 할 수 있겠습니다. 총기 관련이라든지에서 중2병을 좋아하신다면 제법 입에 맞을 수 있습니다. 대체 이 작품의 장르는 몇 가지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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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환상의 그림갈 14 ++ - 만약 너와 또 만날 수 있다면,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시라이 에이리 그림, 이형진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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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눈 떠보니 이세계, 현실의 기억은 소실되었다.. 그렇기에 현대 신문물을 이세계에 전파하지 못한다. 신(神)은 산자(狻者)를 버렸다. 자, 지금부터 치트라곤 눈 씻고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시궁창 인생을 시작하지. 때문에 너무나 쉽게 사그라지는 생명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현실, 그렇기에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슬픔. 떠나보낼 땐 말없이, 사람은 어디에 버려지든 어떻게든 살아가기 마련이다. 주저앉아 있다간 굶어 죽는다. 아니면 몬스터들에게 토벌 당하든지...


특징: 시궁창의, 시궁창에 의한, 시궁창을 위한.



14권 ++(더블 플러스)는 두 번째 외전이다. 첫 번째 외전이었던 +(플러스)가 똥 떵어리 란타의 성장이었다면, ++(더블 플러스)는 4차원 유메의 성장물이다. 참고로 란타는 유메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유메는 란타를 똥 떵어리 그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하루히로, 메리, 쿠자크, 시호루도 외전에서 성장을 다루지 않을까 싶은데, 계속 +++가 붙으려나... 대략 난감이다. 불안하고 설득력 있는 게 마지막 페이지에 다음 권에 계속이라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14권 ++(더블 플러스) 대략 줄거리이자 평가이자 리뷰랄지 뭐 그런 걸 쭈욱 써보자면, 외전이라서 몇 가지의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다. 아직 마나토가 살아 있고, 모구조가 살아있던 시절에 똥 떵어리로서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란타와 덩치와 맞지 않게 소심 나약한 모구조가 요리 배틀을 벌인다. 란타는 과연 란타라고 할 만큼 똥 떵어리로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비열하고 졸렬의 끝을 보여준다. 참고로 악의적이라기보단 반항기를 겪는 6~8세의 아동을 보는 듯한 게 바로 란타다. 그러니 관심을 가지고 상냥한 눈으로 지켜봐 주자. 



강물에 띄워진 나뭇 잎처럼, 흘러가면 흘러가는 데로. 


신관으로서 힐러 역할을 했던 '메리'가 제대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미 본편에서도 마음을 닫아 버리고, 아무도 믿지 않고, 프리랜서의 길을 걷고 있었던 그녀가 하루히로 파티를 만나기 전 어떤 생활을 하였는지 보여준다. 광산에서 MP 관리에 실패하면서 동료 3명이나 죽음으로 몰고 갔던 그녀가 자책의 끝에 AT필드를 구사하며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모습이 매우 처절하다.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다른 파티에 들어가기도 한다.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 돈을 벌어야 먹을 수 있고, 잠 잘 곳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있을 곳은 없다. 돌이켜보면 신관으로써 우쭐해한 것도 있었다. 전장에서 힐러의 필요성은 막대하다. 신관이 있나 없나에 따라 파티의 성립을 좌우할 정도로 희귀한 건 아닌데 필요로 한다. 그러니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보내오는 시선은 짜릿한 무언가가 있었겠지라고 메리는 자조한다. 한번 자신의 껍질을 벗기고 보면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인간인지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동료들의 죽음으로 몰고 간 것에 자꾸만 집착하면서 마음이 마모되고 풍화되어 간다. 웃음을 잃어버렸다.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어디엘 가든 적응도 못하고, 입에 풀칠을 해야겠다는 의식에 맞물려 마모된 마음으로 뭔가를 생각한다는 건 무리가 따르기 마련. 무작정 따라 나선 남자들만의 파티에 끼여 간게 마치 철을 갈아대는 사포처럼 그녀의 마음을 더욱 갈아대는 사건(강X미수)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인간을 믿을 수 없게 되고, 남자를 믿을 수 없게 된다. 동성으로부터도 꼬리 치지 말라는 적의가 날아온다. 마음의 벽을 쌓아간다. 사람들에게 정을 주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에 정을 주지 않는다. 왜냐면, 배신 당하니까. 길을 잃어버렸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태풍 한가운데에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유메는 무인도에서 '모모히나'랑 수련 중이다. 아니, 조난 당해서 로빈슨 크루소를 찍고 있다.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어쩌면 영화 '캐스트 어웨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유메에게 있어서 윌슨은 '모모히나'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하루히로 일행과 찢어지고 벌써 2년 반이나 이러고 있다. 낸들 좋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아나. 강해지기 위해 큰 마음먹고 6개월 뒤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였었지. 마나토가, 모구조가 그렇게 떠나버린 건 어째서 일까. 아마 그런 생각도 한몫하였겠지. 강해지자. 자신의 성격이 4차원이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을 테고. 그러니 파티에서 누군가가 없어진다는 슬픔을 알고 있는 그녀가 6개월 뒤에 보자며 파티를 떠날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뜻하지 않게 동기(同期)를 만난다. 그리고 동기의 동료의 죽음을 알게 된다. 그녀도 마나토와 모구조를 잃었기에 죽음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세계니까. 마음이 삭막해진 게 아니라 그걸 넘길 수 있는 마음을 키웠다고 할 수 있겠지. 문득 동료들이 그립다. 6개월 뒤에 보자던 게 벌써 2년 반이나 흘렀다. 다들 잘 있을까. 유메는 모모히나의 지도를 받으며 훌륭하게 성장을 거듭한다. 고블린 한 마리 못 잡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해적들 몇십 명이 덤벼와도 거뜬하다. 4차원인건 여전하지만.


그리고 오르타나에 도착한 유메를 반기는 건...



맺으며, 메리의 처절한 삶이 재조명되었습니다. 한번 실수는 병까지 상사한다고 했던가요. 광산에서 자신의 미스로 죽어버린 동료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품고 나의 잘못이라는 굴레에 빠져 마음을 갉아먹고 닫아가는 모습이 정말 처절하더군요. 그러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으며, 그럴 때마다 더욱 까칠해져만 가는 그녀의 모습은 가련하기 그지없죠. 그러다 하루히로 파티와 만나며 조금식 둥글어지고 웃게 될 때. 아무튼 유메의 성장도 꽤 눈부시다 할 수 있습니다. 모모히나에게서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고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 덕분에 힘든 내색을 안한 덕분인지 이젠 대인전이든 몬스터 토벌이든 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죠. 


성격적으로는... 분명 많은 성장을 하였습니다. 그녀가 보여주는 4차원적인 성격은 어쩌면 잿빛투성이이고 우중충한 그림갈이라는 세계에서 하나의 빛을 보여주기 위한 그녀의 나름대로 배려가 아닐까 하는 모습이 이번에 몇 번 포착이 되죠. 이별을 아파하고, 해어진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는 것에 가슴이 뛰는, 모모히나가 무인도에서 구출되고 지인과 만나는 모습을 본 그녀(유메)의 반응을 보면 어쩌면 이 작품에서 가장 여리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4차원적인 모습은 일부러... 그건 그렇고, 시작의 마을 오르타나에서 굉장히 뜻깊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다음권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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