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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환상의 그림갈 14 ++ - 만약 너와 또 만날 수 있다면,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시라이 에이리 그림, 이형진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눈 떠보니 이세계, 현실의 기억은 소실되었다.. 그렇기에 현대 신문물을 이세계에 전파하지 못한다. 신(神)은 산자(狻者)를 버렸다. 자, 지금부터 치트라곤 눈 씻고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시궁창 인생을 시작하지. 때문에 너무나 쉽게 사그라지는 생명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현실, 그렇기에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슬픔. 떠나보낼 땐 말없이, 사람은 어디에 버려지든 어떻게든 살아가기 마련이다. 주저앉아 있다간 굶어 죽는다. 아니면 몬스터들에게 토벌 당하든지...
특징: 시궁창의, 시궁창에 의한, 시궁창을 위한.
14권 ++(더블 플러스)는 두 번째 외전이다. 첫 번째 외전이었던 +(플러스)가 똥 떵어리 란타의 성장이었다면, ++(더블 플러스)는 4차원 유메의 성장물이다. 참고로 란타는 유메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유메는 란타를 똥 떵어리 그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하루히로, 메리, 쿠자크, 시호루도 외전에서 성장을 다루지 않을까 싶은데, 계속 +++가 붙으려나... 대략 난감이다. 불안하고 설득력 있는 게 마지막 페이지에 다음 권에 계속이라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14권 ++(더블 플러스) 대략 줄거리이자 평가이자 리뷰랄지 뭐 그런 걸 쭈욱 써보자면, 외전이라서 몇 가지의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다. 아직 마나토가 살아 있고, 모구조가 살아있던 시절에 똥 떵어리로서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란타와 덩치와 맞지 않게 소심 나약한 모구조가 요리 배틀을 벌인다. 란타는 과연 란타라고 할 만큼 똥 떵어리로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비열하고 졸렬의 끝을 보여준다. 참고로 악의적이라기보단 반항기를 겪는 6~8세의 아동을 보는 듯한 게 바로 란타다. 그러니 관심을 가지고 상냥한 눈으로 지켜봐 주자.
강물에 띄워진 나뭇 잎처럼, 흘러가면 흘러가는 데로.
신관으로서 힐러 역할을 했던 '메리'가 제대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미 본편에서도 마음을 닫아 버리고, 아무도 믿지 않고, 프리랜서의 길을 걷고 있었던 그녀가 하루히로 파티를 만나기 전 어떤 생활을 하였는지 보여준다. 광산에서 MP 관리에 실패하면서 동료 3명이나 죽음으로 몰고 갔던 그녀가 자책의 끝에 AT필드를 구사하며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모습이 매우 처절하다.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다른 파티에 들어가기도 한다.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 돈을 벌어야 먹을 수 있고, 잠 잘 곳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있을 곳은 없다. 돌이켜보면 신관으로써 우쭐해한 것도 있었다. 전장에서 힐러의 필요성은 막대하다. 신관이 있나 없나에 따라 파티의 성립을 좌우할 정도로 희귀한 건 아닌데 필요로 한다. 그러니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보내오는 시선은 짜릿한 무언가가 있었겠지라고 메리는 자조한다. 한번 자신의 껍질을 벗기고 보면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인간인지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동료들의 죽음으로 몰고 간 것에 자꾸만 집착하면서 마음이 마모되고 풍화되어 간다. 웃음을 잃어버렸다.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어디엘 가든 적응도 못하고, 입에 풀칠을 해야겠다는 의식에 맞물려 마모된 마음으로 뭔가를 생각한다는 건 무리가 따르기 마련. 무작정 따라 나선 남자들만의 파티에 끼여 간게 마치 철을 갈아대는 사포처럼 그녀의 마음을 더욱 갈아대는 사건(강X미수)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인간을 믿을 수 없게 되고, 남자를 믿을 수 없게 된다. 동성으로부터도 꼬리 치지 말라는 적의가 날아온다. 마음의 벽을 쌓아간다. 사람들에게 정을 주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에 정을 주지 않는다. 왜냐면, 배신 당하니까. 길을 잃어버렸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태풍 한가운데에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유메는 무인도에서 '모모히나'랑 수련 중이다. 아니, 조난 당해서 로빈슨 크루소를 찍고 있다.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어쩌면 영화 '캐스트 어웨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유메에게 있어서 윌슨은 '모모히나'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하루히로 일행과 찢어지고 벌써 2년 반이나 이러고 있다. 낸들 좋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아나. 강해지기 위해 큰 마음먹고 6개월 뒤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였었지. 마나토가, 모구조가 그렇게 떠나버린 건 어째서 일까. 아마 그런 생각도 한몫하였겠지. 강해지자. 자신의 성격이 4차원이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을 테고. 그러니 파티에서 누군가가 없어진다는 슬픔을 알고 있는 그녀가 6개월 뒤에 보자며 파티를 떠날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뜻하지 않게 동기(同期)를 만난다. 그리고 동기의 동료의 죽음을 알게 된다. 그녀도 마나토와 모구조를 잃었기에 죽음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세계니까. 마음이 삭막해진 게 아니라 그걸 넘길 수 있는 마음을 키웠다고 할 수 있겠지. 문득 동료들이 그립다. 6개월 뒤에 보자던 게 벌써 2년 반이나 흘렀다. 다들 잘 있을까. 유메는 모모히나의 지도를 받으며 훌륭하게 성장을 거듭한다. 고블린 한 마리 못 잡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해적들 몇십 명이 덤벼와도 거뜬하다. 4차원인건 여전하지만.
그리고 오르타나에 도착한 유메를 반기는 건...
맺으며, 메리의 처절한 삶이 재조명되었습니다. 한번 실수는 병까지 상사한다고 했던가요. 광산에서 자신의 미스로 죽어버린 동료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품고 나의 잘못이라는 굴레에 빠져 마음을 갉아먹고 닫아가는 모습이 정말 처절하더군요. 그러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으며, 그럴 때마다 더욱 까칠해져만 가는 그녀의 모습은 가련하기 그지없죠. 그러다 하루히로 파티와 만나며 조금식 둥글어지고 웃게 될 때. 아무튼 유메의 성장도 꽤 눈부시다 할 수 있습니다. 모모히나에게서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고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 덕분에 힘든 내색을 안한 덕분인지 이젠 대인전이든 몬스터 토벌이든 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죠.
성격적으로는... 분명 많은 성장을 하였습니다. 그녀가 보여주는 4차원적인 성격은 어쩌면 잿빛투성이이고 우중충한 그림갈이라는 세계에서 하나의 빛을 보여주기 위한 그녀의 나름대로 배려가 아닐까 하는 모습이 이번에 몇 번 포착이 되죠. 이별을 아파하고, 해어진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는 것에 가슴이 뛰는, 모모히나가 무인도에서 구출되고 지인과 만나는 모습을 본 그녀(유메)의 반응을 보면 어쩌면 이 작품에서 가장 여리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4차원적인 모습은 일부러... 그건 그렇고, 시작의 마을 오르타나에서 굉장히 뜻깊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다음권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