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전이, 지뢰 포함 2 - S Novel+
이츠키 미즈호 지음, 네코뵤 네코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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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1권 리뷰에서 언급했나 모르겠습니다만.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지뢰'라는 뜻은 별것 없습니다. 연금술의 등가교환처럼 무언가를 이루는 데 있어서 희생물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암시한다는 뜻이거든요. 자, 여러분이 죽어서든 어떤 경우든 간에 이세계로 간다치고, 신(神)이 치트 능력을 줄 테니 골라봐라 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작품은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인가를 묻고 있죠. 눈앞에서 신(神)이라는 작자가 남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능력을 준다는데 마다 할 인간은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만, 아이들은 멋있어 보이고 편리해 보이고 매력적인 능력을 앞다투어 받으려 하죠. 그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주인공 일행 또한 그런 욕망에 휩쓸리기는 하나, [도움말]도 스킬의 일종으로 치부된 것이 주인공 일행에게 천운이나 다름없었죠. 왜냐면 강해 보이고, 매력적이고, 편리해 보이는 스킬들은 죄다 디버프 그 이상의 저주와 같은 능력치가 걸려 있었거든요. 이걸 알아보기 위해선 [도움말] 스킬을 얻어야 했고, 매력적인 스킬을 얻는 데만 해도 빡빡한 포인트를 [도움말]에 투자하는 바보는 없었습니다. 주인공 일행은 바보였죠. 그 바보력(?) 때문에 살 수 있기도 하지만요.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 못하는 아이들이라면 뭔가 있어 보이고 강해 보이는 스킬을 얻을 거라는 건 자명했고, 예상대로 불나방 같은 아이들은 뛰어들고 맙니다.

2권에 들어서면서 이세계로 전이된 후 멋있는 능력을 썼다가 바로 퇴장하는 아이들이 기어이 25%를 넘게 되죠. 여기서 능력에 붙은 리스크이자 '지뢰의 뜻은 이런 것입니다. 가령 '스킬 강탈' 같은 능력은 힘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빼앗을 수 있죠.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잖아요? 이 작품은 그에 따른 댓가를 지불하라고 합니다. 가령 상대에게서 강한 스킬을 강탈할수록 내 수명이 줄어든다면? 가령 취득 경험치 두 배의 능력을 얻었는데 스킬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기존의 10배라면? 영웅의 자질의 능력을 얻었는데 가는 곳마다 트러블에 휘말린다면? 다만 아쉬운 건 이런 이야기는 메인이 아닌 소문으로만 주인공 귀에 들어온다는 것이군요.

어쩔 수 없이 주인공 일행은 소문이라도 상당히 베타적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런 아이들을 동료로 받아들였다 지뢰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욕망을 있는 대로 들어내는 아이들이 도움이 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거기에 변변찮은 아이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회 안전망이 없는 이세계에서 나 살기도 바쁜데 상대가 불쌍하다고 파티에 끼워줬다가 그 상대의 의식주 부담에 질 나쁜 양아치라면? 현실의 지구에서도 무리겠죠. 이런 부분은 참 현실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스킬조차 지뢰일 수 있는 세계에서 매력적인 스킬은 꿈도 못 꾸게 되고 그렇다 보니 주인공 일행은 타인을 멀리 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게 참 매정하고 신랄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집단을 이루려 하고, 이번 2권의 이야기는 그런 아이들(지뢰)을 피해 현실 지구에서 그나마 소꿉친구로서 신뢰할 수 있는 나츠키와 유키라는 두 소녀를 찾아 파티를 키우는 동시에 도시에서 살 집을 찾는 등 태풍 속의 고요처럼 여전히 슬로 라이프를 즐기는 주인공 일행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뢰를 가진 아이들로 인해 뭔가 일어 날 거 같지만, 기본적으로 주인공 일행의 슬로우 라이프만이 메인이고 그렇다 보니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저 살아가기 위해 멧돼지를 잡고 열매를 채집하는 등 2권쯤 오면 던전에 들어가 무쌍을 찍는 여타 이세계물과는 사뭇 다른, 일상생활만 주구장창 이어질 뿐입니다.

맺으며: 본 작품은 머리 아픈 복선이나 누군가가 주인공을 적대하면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메인은 어디까지나 주인공 일행의 슬로우 라이프죠. 멧돼지를 잡아 육포로 만들고, 요리에 진심이고, 열매를 따기 위해 수십 미터 높이의 나무에 오르고, 오늘 일용할 양식을 벌기 위해 사냥한다든지, 사냥을 하기 위해 장비를 맞추고, 그 장비를 맞추기 위해 사냥을 나가고 뭔가 뒤죽박죽 같은 이야기지만 착실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좋은 점은 남녀가 한곳에서 지내면서,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라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판치라 같은 근본 없는 벗겨 먹는 게 없다는 것입니다. 한창때의 남녀가 한 방에서 지내도 사고 나지 않는 이야기를 보여주죠. 단점은 그런 이야기들 밖에 없어서 상당히 지루하다는 것이고요. 하다못해 지뢰를 가진 아이들이 도로에 그걸 깔아서 사람들을 낚는 이야기라도 자주 언급해 주면 좋겠는데 이건 거의 소문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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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노 4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마타논키 그림, 방용국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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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평범남이 평범하게 친구들을 사귀고 일생에 한 번 밖에 없을 학교생활이라는 청춘을 구가하고 싶다는데 이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라고 이 작품은 묻습니다. 하지만 강호동은 1박 2일에서 이렇게 말했죠.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 살아야 한다고요. 사회생활 축소판이라는 학교 카스트 제도에서 평범하게 못생긴 주인공이 친구를 그것도 이성을 사귄다는 건 언감생심. 낯짝 두껍게도 청춘을 구가하겠답시고 이성에게 찝쩍거리다 성희롱 현행범으로 체포당해도 모자를 상황이건만 우리의 주인공은 그런 건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으니 더더욱 왕따 당한다는 걸 모르고 있죠. 입만 열었다 하면 비호감 말만 내뱉는다는 걸 자각도 못 한 채, 평범하게 말 걸고 평범하게 이성과 교류한다는 꽃밭을 머리에 장착하고 있으니 상대에 대한 믿음은 철갑을 두른 남산 같고, 그렇다 보니 떡줄 상대는 생각도 안 하는데(주인공을 벌레 이하 취급) 김칫 국물을 사발로 들이키며 반 친구들을 지키겠다고 설레발을 치니까 한밤중에 모래사장에 파묻혀 죽을뻔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번 4권은 학교에서 인싸중에 인싸인 타케우치가 히로인 로즈를 어떻게 해보겠다고 졸업여행이라는 명분으로 해외여행에 끌고 갔다가 개고생을 경험하는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어쩌다 보니 타케우치가 계획했던 여행지에 임무가 있었던 주인공은 반 친구들과 조우하게 되고, 주인공이라고 하면 너무 좋아서 자다가도 지리는 로즈는 이성에게 눈이 돌아가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하는 "광기"를 그야말로 여과 없이 그대로 풀 HD로 방영하기 시작합니다(후반부는 그 정점). 작가의 전작인 다나카보다 성적 표현이 더욱 강력해져서 합법적인 야설을 보는 듯했군요. 아무튼 위기는 사람을 강하게 하고 유대는 더욱 끈끈하게 사랑은 더욱 두텁게 한다고 했던가요. 근데 영화 스피드에서 위기로 만난 커플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던 거 같은데... 어쨌거나 이번엔 로즈에게 구해진 후 너무 좋아하게 되어서 어찌해보겠다는 고스로리가 등장하여 로즈와 레즈를 찍겠다고 설레발을 치는데, 이들의 물고 물리는 성적 취향은 끝 간 데 없이 치솟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인물관계를 새로 소개하자면, 주인공은 임무 중에 위기에 처한 로즈를 구해주게 되었고 그 이후 주인공에 뿅 간 로즈는 심각할 정도로 얀데레가 되어 주인공에게 어택 중. 주인공은 로즈의 본모습(얀데레, 성적 취향 등등)을 알아버린 후 질색팔색중. 그런데 로즈도 임무 중에 위기에 빠진 고스 로리 소녀를 구해주게 되었는데 그만 고스로리 소녀도 로즈에게 뿅 가서 레즈를 찍으려는 중이죠. 근데 고스 로리 소녀는 주인공을 방해물로 여기는 중으로 요컨대 주인공 <- 로즈 <- 고스로리 이렇게 물린 상황인데요. 고스 로리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로즈를 독차지한 주인공을 죽이려 들고요. 그래서 이번 여행지에서 고스로리는 주인공의 반 친구들을 납치하게 되고, 반 친구들이라 하면 청춘의 한 구절이라고 생각 중인 주인공은 목숨을 걸고 구하려 들죠. 참고로 반 친구들은 주인공을 발톱의 때보다도 못한 존재로 여기는 중이고요. 여기서 바보(주인공)가 신념을 가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여과 없이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런 주인공을 로즈는 더더욱 입맛(작중에 등장하는 성적인 비속어 쓰고 싶지만 차마)을 다시게 되고 급기야 주인공과 내기를 하게 됩니다(이건 3권에서 일어난 일). 3개월 안에 주인공이 로즈에게 반하면 주인공은 로즈의 노예가 된다는 것. 하지만 로즈의 본 모습을 봐버린 주인공으로서는 로즈를 극혐중이라 성사될지는 미지수. 그렇기에 로즈는 주인공의 마음에 들기 위해 사활을 걸게 되지만 그럴수록 주인공의 마음은 멀어져만 가죠. 이성 친구가 필요하다면서 당대 최고의 미녀라는 로즈를 차버린 주인공. 입만 열었다 하면 비호감 말만 내뱉어서 이성으로 하여급 밥맛 취급 당하는데도 자각이 없는 주인공은 여전히 반 친구들이 자신의 청춘의 한 페이지라 믿어 의심치 않는 장면들은 바보가 신념을 가지면 이렇게 위험하다는 걸 보여주죠. 결국 납치된 반 친구들을 구하겠다며 주인공은 로즈에게 댓가로 몸을 팔아버리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로즈가 올타쿠나하고 주인공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그런데 주인공에게 최대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이건 이번 4권을 이끌어가는 중요 요소라서 언급은 힘듭니다만. 엄청나게 강한 주인공이 반 친구들을 구하려다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처맞는 게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게 되죠. 불쌍한 건 이런 희생을 반 친구들은 모른다는 것이고. 여기서 또 흥미로운 건 주인공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흥분하는 로즈가 이때를 기회로 삼아 주인공을 포획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걱정하는 장면들은 있지만요. 그래서 저속한 성적인 이야기들로 매우 저렴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순애가 자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결국은 동정과 동정이 만나 서로 엇갈리는 이야기를 성적으로 풀어놓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 여자라면 다 건드려야 속이 풀리는 타케우치라는 위험 요소를 넣어 분위기를 고조 시키고요. 문제는 로즈의 취향이 너무 강하고 주인공에게 편중되어 있어서 위해 요소는 안중에도 없게 되지만요. 근데 꼭 낚이는 놈은 있기 마련이듯, 로즈와 거사를 치렀다는 타케우치의 거짓말을 주인공이 철석같이 믿으면서 일이 꼬이게 되는 건 포인트.

맺으며: 리뷰가 상당히 두루뭉술하고 주어가 많이 생략되었는데요. 진짜 중요한 스포일러를 안 하려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아무튼 이 작품은 상당히 개방적입니다. 섹x어필 같은 성적인 요소와 묘사가 상당히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죠. 타케우치 같은 남자의 성욕 문제와 여성이 성적으로 흥분할 때 몸의 변화라든지 같은 원초적인 인간의 습성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데 면역 없는 분들은 다소 속이 거북할 수도 있겠고요.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숨기거나 왜곡하지 않고 잘 표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이것이 범죄로 이어지느냐인데, 본 작품에서는 범죄로 이어지는 건 전혀 없습니다. 물론 악당들의 마지막 발언 같은 클리셰적인 건 있지만 적나라하지 않은 어디까지나 동네 양아치 같은 말만 지껄이다 퇴장하는 걸 반복하죠. 포인트가 되는 건 로즈가 주인공을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면서 그녀의 성적 취향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으로 이것도 어느 정도 선을 지켜서 언제나 그녀의 노력은 미수에 그치고 있죠. 물론 아랫도리를 적신다든지 할짝할짝 핥는다든지 주인공에게서 받은 반지를 그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 몸속에 숨기는 장면들은 그야말로 기겁하게는 합니다만. 그러고 보면 주인공에 더해 여주 로즈 또한 신념을 가지게 되면서 광기는 그 두 배가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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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에이티식스 6 - 날이 밝지 않기에 밤은 영원하고, Novel Engine
아사토 아사토 지음, 시라비 그림, 한신남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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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하도 오랜만에 6권이 출간되어서 이전에 어떤 이야기였는지 생각이 안 납니다. 물론 이전 리뷰를 찾아보면 대충 감은 옵니다만. 문제는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내면 그리고 감정에 대해서는 리뷰에서 크게 써놓지 않아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인간관계를 맺어가는지 생각이 안 나고 솔직히 관심도 없지만 그래서 이번 6권을 표현하자면, 하라는 전쟁은 안 하고 사랑 놀음이나 하고 자빠졌네가 되겠습니다. 전쟁은 나의 아이덴티티고 긍지고 이 길 밖에 살아갈 길이 없이 살아온 소년을 향해 미래도 없이 행복해질 수 없이 그저 전쟁터만 누비는 소년이 안타까워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행복해지는 미래를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세뇌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내는 소녀의 정신 공격은 성공해서 주인공은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죠. 경사 났네....

연합왕국 최종 편입니다. 완결이라는 뜻은 아니고, [레기온]의 공격으로 오늘내일하는 연합왕국에 파견 나가서 도와주는 것도 이것으로 일단락된다는 뜻입니다. 주인공은 연합왕국에 와서 정신 공격을 참 많이 당했더랬습니다. [레기온]과 유사한 [시린]이라는 인조인간(왜 하나같이 소녀형인지)들이 요새 공략전에서 보여준 싸움만이 긍지란 이런 것이라는 광기는 주인공에게 주인공으로 하여금 주인공이 가진 긍지가 위선이라는 걸 똑똑히 보여주었었죠. 웃으면서 산화해가는 [시린]들에게서 주인공은 자신의 미래를 보게 됩니다. 언젠가 자신도 그들처럼 전장에서 죽을 것이라는걸. 근데 웃으면서 자폭에 가까운 희생은 주인공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죠. 왜냐면 [시린]들 또한 전투에서 산화하는 게 긍지였으니까요.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고, 에이티 식스는 전장만이 긍지고 그것만 알기에 그래서 [시린]은 곧 [에이티 식스]이고 둘은 동의어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레나'는 그런 주인공을 보며 매우 안타까워합니다. 그런 삶밖에 없는 주인공과 그 일행이 안타까워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모두가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86구 시절 인간의 온갖 악의를 받으며 살아온 에이티 식스들에게 인간들이란 그저 괴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레나는 모든 인간이 그렇지 않다는 걸 역설하려 하죠. 자신의 꿈 -모두가 행복해지면 좋겠다-를 설명하며 '레나'는 주인공의 칼집이 되려 합니다만(바람의 검신에서 켄신과 토오루 혹은 토모에와의 관계). 문제는 1권부터 좀 그런 성향을 보여 왔는데 '레나'는 은근히 흙 발로 타인의 감정을 침범하려 하죠. 그의 삶이 못내 안타까워 행복해지면 좋겠다고는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만 좋은지 해답을 내주지 않은 채 자신의 감정을 밀어붙이다 제 감정을 못 이겨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은 조금 발암적인 요소가 아닌가 하는데요. 이런 그녀니까 걱정 끼치기 싫어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주인공)에게 눈물 공격하는 장면은 그 하이라이트죠.

시시각각 상황은 어려워지기만 하고 연합왕국이 이대로 망하느냐 구사일생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하늘을 뒤덮은 나비형 [레기온] 개떼에 의해 햇빛이 들지 않아 농작물의 피해는 극심하고 그래서 조만간 아사할지도 모를 상황,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몰려오는 [레기온]과의 지상에서의 전투는 난공불락의 요새마저 빼앗기고 전선은 자꾸만 후퇴를 거듭합니다. 인적 소모는 극심해 박박 긁어모아도 1개 여단(대략 2~3천 명)을 겨우 유지할 뿐. 그래서 적의 거점을 공략해 그들의 우두머리 [무자비한 여왕]을 포획하여 이 전투를 종지부 찍으려 합니다. 이들은 더 이상 뒤가 없는 전투를 하려 하죠. [고기동형 레기온]의 내습은 주인공을 핀치로 몰아넣고, 아무렇지 않게 [시린]들이 희생되어 가는 장면들에서는 광기를, 그런 [시린]들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버리는 연합왕국의 왕족에게서 주인공은 세계의 인간의 악의를 접하게 됩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6권에서 키포인트는 [시린]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전장만을 위해 싸움만을 위해 만들어진 [시린]은 곧 [에이티 식스]와 동의어입니다. 레나도 키포인트 격이지만... 그러고 보면 표지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약한 부분을 공격당하면 아무리 금강석 같은 마음이라도 뚫리기 마련이라는 듯, 웃고 있는 모습들에서 어째선지 필자는 가식을 느꼈군요.

맺으며: 사실 이번 6권 리뷰는 악평으로 가득 채우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랬다간 악플이 달릴 거 같아 최대한 자중했군요. 위 리뷰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만, [레기온]과의 전투보다는 저들(주인공과 그 일행)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라든지 레나가 주인공을 바라보는 마음을 지리멸렬하게 표현하고 있는데요. 구구절절이면 좀 낫겠습니다만, 거의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안타까운 감정을 표현한 것들이긴 하나 솔직히 인류 존망을 건 싸움을 하는 건지 사랑 놀음을 하는지 구분이 안 될 지경으로 지분을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그런 그녀의 말에 긴가민가식으로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고 맴돌기만 하는데 이건 이것대로 좀 발암이고, 그나마 러브 코미디식으로 풋풋하게 풀어 놓는가? 그게 또 아니란 말이죠. 웃음기 싸악 빼놓고, 어려운 말 쓰면 있어 보이나? 같은 비아냥 말 한 번쯤 들어 보셨을 텐데 선물세트를 과대 포장하는 것처럼 어려운 말로 굳이 돌아가며 포장해놓는 레나의 마음 풀이는 솔직히 짜증 그 이상이었군요. 시종일관 6권 내내 이러니까 지치고 7권은 구매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작가는 왜 일을 어렵게 만드는가, 스스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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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12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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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빼앗긴 와이프를 찾기 위한 주인공의 여정이 클라이맥스로 진입합니다. 반 친구에게 배신 당하고 나락으로 떨어져 마물에게 팔을 물어 뜯기는 고통과 심연에서의 공포를 견디며 오로지 복수만을 꿈꾸었던 주인공에게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 '유에(히로인)'. 사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유에는 정신적 지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나락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그녀에게서 동질감을 얻었고, 같이 여행을 하며 주인공에게 해를 끼치기는커녕 주인공의 응석을 다 받아주는 마음의 안식처를 제공해 주었으니까요. 사설이지만 그래서 본 작품을 읽다 보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여타 영화나 만화, 소설에서 여자 친구나 와이프를 잃은 주인공이 복수를 이루어가는 이야기들도 그렇고, 진정으로 좋아하는 이성을 잃었을 때 남은 한쪽은 무엇을 해야 하고, 그 길이 옳은 길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주인공은 이런 물음에 언제나 가시밭길을 가며 해답을 제시하죠.

다만 이번 12권은 아쉽게도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왕성에서 유에를 빼앗기고 배에 바람구멍이 났던 주인공은 철저한 준비를 거치고 신(神) 에히트가 있는 신역에 가고자 하는데요. 하지만 이런 액션물이 다 그렇듯, 쫄따구부터 해서 중간 보스들이 나타나 주인공을 막아서게 되고, 그럴 때마다 주인공의 일행들이 여긴 내가 맡을 테니 넌 먼저 가를 시전하죠. 그래서 그동안 질질 끌어왔던 어쩌면 신(神) 에히트보다 더 악랄한 '에리'를 처단하기 위한 반 친구들의 눈물겨운 사투와 그동안 주인공에게 발렸던 마족 '프리드'가 파워 업하여 나타나자 주인공은 먼저 보내고 진짜로 목숨을 걸고 싸움에 임하는 토끼 귀와 변태 용, 이렇게 두 개의 진영으로 나누어져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정말 대단했던 게 작가만의 스킬명이라든지 동작 하나하나에 세세한 정성을 들였다는 것입니다. 텍스트가 마치 살아 있는 듯한, 마치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작가의 필력을 엿볼 수 있었군요.

하지만 너무 힘을 준 것일까요. 얘네들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목표는 있지만 어느새 그 목표보다 싸움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현란한 스킬과 캐릭터들의 움직임 등 표현력은 대단했으나 싸우면서 이 싸움이 무엇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지, 이런 무의미한 싸움을 중단할 생각은 없는지, 만악의 근원 '에리'와 싸우는 반 친구들은 '에리'를 제정신으로 돌린다고는 하지만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팬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주려는 듯 목적(에리를 개과천선 시키기) 보다는 현란한 싸움에 치중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에리'는 가정폭력을 당한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성격이 파탄 나면서 일그러진 성격이 되어 버렸죠. 이세계로 소환되면서 그 일그러진 성격 때문에 많은 반 친구들과 이세계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기보단 너와 다시 대화해 보고 싶다는 둥 다시 친구가 되고 싶다는 둥...

보통 이런 이야기에서 내가 곁에 있어줄게 같은 동질감을 갖게 하거나 공감을 해주기 보다, 상대의 내면에 감춰진 상처를 감싸기보다, 그 상처를 알려고 하기보다, 그냥 그 상처를 싸그리 무시하고, 에리가 저질렀던 범죄 또한 무시하고 예전처럼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내자는 식의 이야기들에서 내가(필자) 뭘 보고 있는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범죄의 이유에서 불우했던 가정이든 과거든 그것은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작가는 자기 캐릭터에게 그런 불우했던 과거를 가지게 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죽인다는 범죄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면 죗값 또한 달게 받게 해야 되지 않을까요. 이것이 올바른 길이고요. 불우했던 과거는 집중 조명하면서 죗값을 치르는 대목은 왜 하나도 없는 걸까요. 서로 이해하려는 모습 또한 없습니다. 결국 흔한 악당의 최후를 그리고 싶었던 걸까요.

근 400페이지 중 절반에 가까운 지면을 할애하고도 에리의 마음을 알려고 하지 않은 채 그저 대화하고 싶다고만(이런 짓 그만두라는 식), 친구니까 등등 위선적인 친구들(주인공 일행)의 모습에서 또 다른 이지메를 보는 듯했습니다. 내(에리) 마음을 몰라주는데 마음을 열리가 없잖아요. 결국 다굴엔 장사 없다고, 반 친구들의 집중 공격에 에리는 최후의 선택을 해야 했고, 그때까지도 마음이 통한다는 메시지보다는 친구 타령만, 근본적으로 상대가 안고 있는 상처를 치유하기 보다, 에리가 왜 그런 길로 가야만 했는지 하는 이해보다는 자기만족을 채우기 위해 대화하고 싶어 하는 반 친구들(주인공 일행)의 모습에서 이기적인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결국 서로 이해하지 못한 채 에리는 사그라져야 했고, 마지막까지도 작가는 무엇을 전하고 싶었던 걸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군요.

맺으며: 요컨대 감정의 이입과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공감은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에리'는 신(神) 에히트보다 더 악랄한 캐릭터면서 되레 이 작품에 있어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로 전락하고 말죠. 중2병에 특화된 작가에게 공감 같은 걸 기대하면 안 되는 걸까요. 아니면... 리뷰에 있어서 정치적인 이야기나 일본인들 특유의 정신문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니 뭐 지면이 부족해서 작가가 표현을 못다 했을 수도 있겠다고만 해두겠습니다. 아무튼 프리드와 싸우는 토끼 귀와 변태 용(드래곤)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액션씬으로 크게 어필할 만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작가가 상상력을 총동원했는지 현란한 싸움을 보여주는데 액션이라면 이게 정석이지 하는 느낌을 받게 하죠. 여기엔 상처받은 마음이나 이념 등은 없고 오로지 강자만의 싸움만을 보여주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어서 무난하게 읽혔습니다. 아무튼 다음 13권이 완결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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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의 팔라딘 3 - 상 - 철녹산의 왕
야나기노 카나타 지음, 린 쿠스사가 그림, 신우섭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이 지구인이고, 부모가 언데드라는 것을 제외하면 정통 판타지 왕도물과 유사한 흐름을 보입니다. 세상에 마왕이 출현했고, 시작의 마을에서 어느 소년이 길을 떠나 동료들을 만나 모험을 하며 용사로 거듭나고 끝끝내 마왕을 무찌르고 세상을 구한다. 그의 많은 무용담은 음유시인의 노래로 세상으로 뻗어 나가고 사람들은 그를 영웅으로 칭송한다. 본 작품도 기본 골자는 이렇습니다. 다만 마왕에 붙잡힌 공주는 없는 듯하고(3권 下편 혹은 4권에서 나올 가능성은 있음), 로도스도 전기처럼 빼어난 미모의 엘프녀 또한 없습니다. 있는 거라곤 쉰내 나는 남정네들밖에 없습니다. 네, 이 작품에서 히로인이라고 불릴만한 여자 캐릭터는 나오지 않습니다. 많이 양보해서 음유시인 '로비나' 정도겠지만 그녀는 대륙을 방랑할 뿐 주인공과는 같이 다니지 않습니다.

그래서 히로인이 엮인 희로애락 같은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없으며, 대신에 사나이의 우정 같은 이야기가 많이 들어가 있죠. 특히 2권에서 만난 하프엘프 '메넬(참고로 남자)'과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주인공 사후(수명이 다하여) 그의 자손을 지켜보고 그의 무덤을 지키겠다는 메넬의 대사들은 브로맨스로서 어째선지 남녀 사이보다 더 애틋한 마음을 들게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늑향의 로렌스와 호로의 관계를 보는 듯했군요. 그래서 안타깝고 아쉬웠던 장면입니다. 메넬이 여자 캐릭터였다면 늑향 다음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감성을 자극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3권 下편 혹은 4권에서 또 다른 하프엘프를 출연 시키려나 본데, 이번에도 남자 캐릭터면 작가의 성향을 좀 의심해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3권 上편은 1권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주인공은 그동안 메넬과 함께 마물을 물리치고 사람들을 구하고 마을을 개척하면서 그 지역 왕(정확히는 왕족)에게서 팔라딘이라는 직함을 하사받고 개척한 마을의 영주가 되었습니다. 변방에 점점이 흩어져 있던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으고, 이민자들도 모여들면서 마을은 성장을 거듭하죠. 그러나 필연적으로 사람들이 모이면 먹을 것과 주거환경 그리고 일자리는 필수이기에 이것들을 해결하느라 주인공은 동분서주합니다. 이세계 전생물이라는 설정답게 편의주의에 입각해 신문물을 퍼트릴 만도 하겠지만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할 수 있는 게 그런 건 일절 없다는 것입니다. 여느 양판소와는 다른 철저하게 이세계 지식만으로 마을을 꾸려 가는 게 특징이죠.

그렇다고 심시티처럼 도시 건설이 주된 이야기는 아니고요. 어디까지나 본 작품은 마왕을 무찌르는 이야기로써, 본 작품에서 마왕은 '데몬'입니다. 그 옛날 대륙에 존재하는 지적 생명체(인간, 엘프, 드워프 등)들을 절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혔던 데몬의 군세가 또다시 준동하여 대륙을 절망에 물들이려 하고 있죠. 이에 주인공은 동료들을 모아 데몬들을 무찔러 간다는 이야기인데 이 과정을 풀어놓는 작가의 유려한 필력은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그래서 칙칙하고 쉰내 나는 남자들로만 구성된 파티라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게 됩니다. 필자의 필력이 똥이라서 작가의 필력을 표현할 길이 없군요. 브로맨스로 접근하면 늑향 느낌이 나고, 고대 신들의 시대라든지 신앙 등 모험담으로는 19금을 뺀 고블린 슬레이어 느낌이 납니다. 그러고 보면 데몬 = 고블린 느낌도 있는...

이번 3권 上편에서는 마을 건설 외에도 데몬에게 박살 난 드워프의 고향을 되찾고 거기에 잠들어 있는 용(龍)을 무찌르러 간다는 이야기 시작점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데몬들이 상대라면 주인공은 절대 지지 않을 만큼 성장은 하였으나 신화 속에 존재한다는 용(서양식으로는 드래곤)이 상대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주인공을 비호하는 신(神) 조차 싸우지 말라며 말릴 정도로 극악무도한 용을 상대로 주인공은 맞서려 하죠. 어쩌면 데몬보다도 더욱 힘겨운 싸움이 될지 모르는, 아무리 주인공이라도 고뇌할 수밖에 없고, 도망가고 싶다는 마음 또한 가집니다. 하지만 절망에 빠져 살아가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주인공은 결국 결심을 굳힙니다. 그런 주인공의 용사적인 모습에 동료들이 모이고 길을 떠나는 장면들은 정통 판타지가 가지는 흥분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군요.

맺으며: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신(神)들의 싸움과 그에 파생된 이야기들 가령 엘프와 드워프 등 탄생 비화라든지 이런 설정들을 세세하게 적어놓음으로써 뭔가 몽환적인 느낌을 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그런 세계에서 영웅으로 자리 잡아간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이세계 전생물이면서 그에 따른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것도 점수를 높게 줄만 합니다. 언데드 부모로부터 보다 인간다운 행동이 무엇인지 배웠고, 그 가르침에 따라 차별과 구별을 하지 않음으로써 만인들로 사랑을 받아 가는, 하나의 신앙(혹은 전설)이 탄생하는 과정을 그리는 듯한? 물론 이런 이타적인 행동들이 어느 정도 노골적으로 비치기도 한다는 게 옥에 티이긴 합니다. 가령 일본인은 이렇게 상냥하다 같은? 필자의 마음이 삐뚤어져서 그렇게 느껴젔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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