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션빨로 연명합니다! 2 - S Novel+
FUNA 지음, 스키마 그림, 김용기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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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지옥이라는 게 있어요. 모래밭에서 깔때기 모양으로 함정을 파놓고 거기에 걸려드는 개미나 기타 벌레를 잡아먹는 곤충이요. 한번 빠지면 엔간해서는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학명 개미귀신이라 불리는 명주잠자리 유충이 파놓은 덫,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카오루는 개미귀신이라 할 수 있어요. 1권에서 이미 악마로 정평이 난 그녀와 엮이는 날에는 좋을 꼴을 못 보죠. 명성은 땅에 떨어지고 없는 죄까지 까발려져서 폐가망신하기 일 수입니다. 그 예로 처음 이세계로 소환되었을 때 그녀를 눈독 들인 남작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포션을 만드는 기계라 속인 시계가 고장 났다고 구라 처서 사람 하나 인생을 조져 놓았죠.

 

망아지 페르난 왕자의 등살 때문에 브란코드 왕국을 탈출한 카오루, 그녀는 그저 자신이 있을 곳과 지킬 수단만 있으면 족했습니다. 하지만 이세계의 상황을 오판해서 포션을 남발하는 바람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죠. 그리고 발모어 왕국에 온 그녀, 여기서도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 귀족끼리 서로 견제시킬 목적으로 포션으로 어떤 귀족을 치료해주고 여신의 친구(혹은 사도)라고 칭한 게 그만 그녀의 발목을 잡기 시작하는데요. 그녀가 이세계로 오면서 받은 능력은 포션 만들기. 하필 포션이 진귀한 세계에서 포션을 다루는 소녀입니다. 그 포션의 힘은 기력이 쇠해 죽어가는 소에게 낚지를 먹여 벌떡 일어나게 하는 수준을 넘어서죠.

 

그럼 당연히 눈독 들이는 사람이 있겠죠? 얘가 참 영악한 게 아무 생각 없이 까발렸던 자신의 주둥이를 원망하기 보다 이걸 기회로 자길 노리는 사람들끼리 싸움을 붙여 버려요. 좀 더 정확히는 견제인데요. 발 없는 소문은 순식간에 천리를 간다고 했던가요. 별 힘이 없어 보이는 그녀를 이대로 놔둘 정도로 이세계는 형편 좋지만은 않습니다. 너도나도 달라붙어서 그녀(포션과 여신의 친구라는 지위)를 이용하려고 하거나 독점하려고 하거나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해부까지 하려고 드니 그녀로써는 위기가 아닐 수 없었죠. 그래서 손 안 대고 코 풀기로 한 그녀는 귀족들 서로가 견제하면서 나를 지키도록 지략을 짜내었지만 오히려 그게 독이 되어 갑니다.

 

우왕 여신님!!!! 이러며 쫓아오는데 식겁 안 할 사람 있을까요.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여신의 친구라는 타이틀을 이용하기로 하는데요. 그녀에게 지금 필요한 건? 허세와 허세 그리고 배짱만 있으면 됩니다. 사실 친구라는 건 거짓말이 아니긴 한데, 허세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입니다. 감히 여신을 단일 종교로 숭상하는 세계에서 여신의 친구가 말하는데 꼬투리를 잡을 인간은 없어요. 기고만장해 하는 인간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천벌을 보여줬고, 이젠 여신의 영약이라 칭하는 포션을 대량 생산해서 팔아재끼기 시작하니 이젠 카오루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주변국들에서도 날뛰지 않을 수 없게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전쟁입니다. 드디어 그녀의 존재는 세계를 파멸로 이끌기 시작하죠. 이쯤 되면 악마라는 수식어는 버리고 마왕급으로 격상 시켜야 합니다. 이웃나라에서 6만의 대군을 이끌고 카오루가 머물고 있는 나라로 쳐들어와요. 그녀를 잡기 위해서요. 그녀를 얕본 거죠. 거기에 중립국인 성국(종교 나라)도 그녀를 모시기 위해 움직이는데... 그럼 그녀가 할 일은? 이제 마왕의 실력을 보여줄 차례라는 겁니다. 지금 누굴 건드렸는지 무덤에서 똑똑히 봐두는 게 좋을 거다. 나라가 멸망합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 게 아니라 나라가 망해요. 괜히 그녀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팩폭 당하고 쫄딱 망해버리게 돼요. 누가? 이웃나라들이...

 

카오루는요. 정론만 들이밉니다.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때론 정론이라도 두리뭉실 애둘러 말해야 할 때도 있잖아요. 얘는 그게 없어요. 그러니까 빵이 사람 숫자만큼 있고 모두 공평하게 나눠야 하는데 넌 왜 두 개? 하필 두 개 가져간 사람이 키왕짱 권력가입니다. 아무도 그걸 지적하지 못하는데 그걸 지적하는 사람, 상대는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시전하지만 그딴 건 모르겠고 공평하게 나누지? 싫으면 신벌이나 받으라고 합니다. 여신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그러면 안 되잖아? 하니까 여신이 단일 종교인 이세계에서 상대는 거기에 대놓고 반론했다간 이단자가 되어 버리죠. 그렇게 나라 하나를 공중분해 시켜버립니다. 난 여신 친구란 말이다!!

 

필자가 설명을 잘 못해서 대충 빗대어 봤는데 뭐 비슷할 겁니다. 요컨대 그녀와 얽힌다기보다 그녀의 성질을 건드리면 폐가망신한다는 거죠. 말 한마디에 나라가 망해요. 다만 내 편일 경우 살뜰히 보살펴 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슬럼가 대모(?)가 되기도 하였죠. 지금도 열혈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기도 하고요. 이번에 정이 조금 든 프란세트라는 여기사가 전쟁에서 죽음 직전까지 몰리자 꼭지가 돌아서 원래는 살상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지옥에서 온 나찰이 되어 버려요. 그냥 조용히 포션이나 팔면서 살려고 했던 그녀, 연약한 여자인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수단을 강구했을 뿐인데 어째서 세계대전이 일어나는지 영문을 모르겠어요. 

 

그리고 몇 년 뒤 그녀는 신랑감을 찾아 세계를 유랑하는데....

 

맺으며, 1부가 1권하고 2권 중간까지군요. 중간 이후는 2부의 시작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런 작품이 재미있나를 논하자면 재미있을 리가 없죠. 흥미는 끌지만요. 이세계를 넘어가면 아무리 히키코모리 돼지 오타쿠라도 치트를 얻고 하렘을 만들고 무쌍을 찍는다를 이 작품은 포션으로 대체했을 뿐입니다. 거기에 여신까지 끌어들이고 그에 준하는 능력도 있으니 이보다 더한 치트가 있을까 싶군요. 신검을 포션 병으로 만들고, 전투 마차도 포션 병으로 만들고, 지구본도 포션 병으로 만들고, 응용력을 이용해서 사실상 그녀의 능력은 무한대라 할 수 있어요. 니트로글리세린인가 뭔가로 폭탄을 만드는 것에선 이게 어딜 봐서 포션이란 말인가를 되뇌게 만들었군요.

 

그래서 그녀의 고생이라면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것뿐인데 이것도 여신의 친구 내지는 사도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그녀의 성질을 건들면 나라가 멸망합니다. 그러다 보니 결혼 적령기를 넘겼음에도 남자가 없어요. 보통은 여자 주인공이라도 역하렘이 만들어지곤 하잖아요. 이 작품은 그런 게 없어요. 얘와 엮이면 좋은 꼴을 못 보거든요. 그래서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지에서도 그녀의 악마 기질은 그치질 않아요. 언변으로 그게 누가 되었든 들었다 놨다 마구 휘두르는데 이세계 사람들은 생각하는 걸 포기한 걸까요. 이 정도면 그 뭐시냐 현실 지구 사람은 똑똑하고 이세계 사람들은 무지하다는 걸 말하는 거 같아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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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오라토리아 10 -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외전,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하이무라 키요타카 외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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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고정관념이란 참 무섭죠. 까마귀의 색은 검은색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 까마귀는 흰색이라고 부르짖는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미친놈이라 하겠죠. 그렇다면 진짜로 흰 까마귀가 있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멜라닌 색소 부족으로 돌연변이 까마귀는 있는가 봅니다만. 여기선 그런 개체 말고 온전한 흰색 까마귀 말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으로 보기 전까진 믿으려 들지 않겠죠. 판타지에서 나오는 몬스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을 습격하는 몬스터가 있으면 그걸 잡는 모험가가 있고, 이런 관계가 형성되면 몬스터는 사람을 해치고 모험가는 몬스터를 잡는다는 통념이 성립되어 버리죠.

 

그걸 뒤집으려 하면 사람들은 악이라 정의합니다. 착한 몬스터가 있다고 해봐야 믿을 사람이 있을까. 벨은 악이 되고자 합니다. 인간의 말을 하고 인간의 감정을 가진 몬스터 '제노스'를 만나버린 벨은 인간과의 공존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 가요. 하지만 통념을 뒤집는다는 건 악이 된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영웅에서 악으로 전락하고 말아요. 그럼에도 소년은 자신이 품은 신념을 믿고 나아가죠. 모든 몬스터와의 공존은 힘들더라도 '제노스'들과는 공존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때 그런 생각을 가졌던 소년은 이 시대에 영웅이라 불리는 핀, 그리고 아이즈를 만나 그게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깨달아 갑니다.

 

소년을 가로막는 [로키 파밀리아]와의 일전, 이것은 공존 이전에 감정의 문제로 발전하게 되죠. 몬스터에 의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 이들 앞에서 몬스터와의 공존을 부르짖을 수 있을까? 하나같이 그런 아픔을 안고 모험가가 되어 몬스터를 잡는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에게 무엇으로 호소해야 그들의 마음에 닿을까. 이번 10권은 이런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모험가들은 자신들의 믿고 있었던 가치관과 고정관념 그리고 통념에 비춰 몬스터는 반드시 죽여야 할 대상일 뿐, 대화의 상대는 아니라고 여기죠. 그럼에도 벨을 필두로 한 [헤스티아 파밀리아]는 작은 걸음을 시작합니다.

 

결코 인간을 습격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 가려는 제노스들의 눈물 나는 여정, 그리고 그걸 가로막는 [로키 파밀리아]와 모험가들, 그 과정에서 벨이 인간들에게 끼치는 영향이라는 고찰이 시작됩니다. 착한 심성과 눈부신 성장을 하며 모험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 있었던 벨의 한순간 추락은 일반 사람들은 물론이고 [로키 파밀라아]에도 적잖은 파문을 던져요. 그 옛날 던전에서 미노타우로스와의 일전을 지켜봤던 [로키 파밀리아]의 수뇌진들이 받은 충격은 크다 할 수 있겠죠. 그렇기에 소년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말리기 보다 당혹감과 이질감에 곤혹스러워합니다. 그들이 믿어왔던 가치관과 고정관념을 벨이 깨버렸거든요.

 

벨에 의해 흰색 까마귀도 있다는 걸 알아 버렸습니다. 고결한 흰색, 하지만 울음소리에서 오는 거부감은 그 새가 까마귀라는 걸 재인식 시켜주죠. 하지만 착하고 올곧기에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무언가 뜻이 있을 거라 여기기 시작하는 사람들. 하지만 경계가 무너지면 망하는 건 우리 인간 쪽이기에 [로키 파밀리아]는 이도 저도 못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통념에 따라 몬스터는 가차 없이 토벌해야 되는 대상이라면 '제노스'들 또한 그러해야 함에도, 흰색 까마귀도 있다는 걸 알아버린 지금 무엇이 올바르고 아닌지를 모르게 되어버립니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헤스티아 파밀리아]와 제노스들을 압박해가는 [로키 파밀리아], 그리고 거길 비집고 들어오는 '이블스'잔당과의 전쟁은 [로키 파밀리아]로 하여금 어느 한쪽이라는 결단을 내리도록 강요하기 시작합니다.

 

이제서야 언급하지만 이번 외전 10권은 본편 11권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본편이 벨의 시각에서 진행이 된다면 외전은 [로키 파밀리아]의 시각에서 진행돼요. 이번 10권도 그렇습니다. 이미 엔딩이 정해져 있기도 하죠. 그래서 작가는 벨이 [로키 파밀리아]에 끼치는 영향에 중점을 뒀더군요. 벨은 통념을 깨부수며 남들이 노할 때 난 예스한다는 것처럼 몬스터와 인간도 공존이 가능하다는 걸 역설해가죠. 당연히 [로키 파밀리아]는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하고요. 하지만 그의 필사적인 노력과 '제노스'들이 인간들을 공격하지 않는 모습에서 점차 통념이 깨어지게 돼요.

 

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좋지가 않다고도 역설하는데요. 던전엔 '제노스'만 있는 것이 아닌 일반 몬스터도 있고 이 몬스터들은 제노스와 달리 인간을 공격을 하죠. 제노스를 알아버린 모험가는 과연 몬스터들을 공격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명확한 답은 없어요. 그걸 판단하는 건 본인이 되겠죠.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날아오는 칼에 몸을 던져 자신을 구해준 제노스를 바라보는 엘프 모험가는 무얼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친구가 되고 싶었다는 제노스를 공격한 자신은 마물 이하가 아닐까. 고뇌하는 엘프에게서 우려와 희망이 교차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분명 첫걸음은 힘들어도 미래는 어둡지만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하죠.

 

결국 던전에서 만남을... 어쩌고 하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니었나 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도서 제목이 큰 스포일러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벨은 던전에서 만남을 이뤘습니다. 그게 원래의 계획인 여자가 아닌 것엔 유감이지만 뭐 릴리와 아이즈를 만났으니 아주 유감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영웅의 탄생이랄까요. 타산과 의도를 벗어나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난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그걸 바라보며 또 다른 영웅이 되고 싶었던 핀은 벨을 동경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베이트에 이어 핀도... 묵념, 그리고 아이즈는 이 작품에서 제일 많이 바뀌게 된 존재가 되었다고 할까요.

 

영웅을 바랐던 그녀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는 영웅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 나섰죠. 어릴 적 몬스터에 의해 마을이 초토화되고 부모님을 잃었던(이게 좀 헷갈리는데) 그녀는 몬스터에 대한 반감이 누구보다 높았습니다. 몬스터라면 그게 누가 되었든 죽이려 드는 아이즈, 하지만 벨을 감싸는 비네에게서 어릴 적 자신을 보게 됩니다. 이쯤 오면 시사하는 건 딱 하나입니다. 겉모습이 다르다고 편견을 가져서는 안된다는걸, 까마귀의 색이 검다 해도 속까지 검지 않다는 걸 이 작품은 이야기하고 있죠. 색이 혐오스럽다 하여 배척하는 건 옳지 않다고, 아이즈는 그렇게 무너져 갑니다.

 

맺으며, 외전이 본편보다 더 재미있는 건 예전부터 그랬지만 이번 10권은 이미 엔딩을 알고 있음에도 재미도에 있어선 최고군요. 특히 제노스를 둘러싸고 겪는 갈등과 해소 그리고 이해를 정말 잘 풀어 놨습니다. 요점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죠. 비율 문제이긴 한데 인간 중에서도 나쁜 놈들은 얼마든지 많고, 몬스터는 쓰러트려야 할 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존재도 있다는 것, 인간과 마찬가지로 선악 구분을 하는 게 좋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벨의 영향을 받아 핀과 아이즈의 심경 변화는 눈여겨볼만했고요. 그리고 제노스로인하여 영웅의 탄생을 알리게 됨으로써 이야기는 종반을 향해 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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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용사는 복수의 길을 웃으며 걷는다 2 - L Books
키즈카 네로 지음, Sinsora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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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 사람 불러다 마왕 좀 쓰러트려 달라고 해서 도와줬더니 토사구팽도 모자라 인종차별을 받는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그래도 뭐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게만 해준다면 퉤! 다신 오나 봐라. 하며 신경 꺼버릴 만도 하겠는데 죽이긴 왜 또 죽이고 G랄이신데요.라는 게 주인공 카이토의 마음, 그런데 용사가 쓰러트려야 할 마왕과의 썸씽이 심상찮습니다? '마오유우 마왕용사'처럼 마왕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용사라니요. 1권에서 느닷없이 마왕 앓이를 해대서 뭐 이런 해괴한 일이 다 있나 했더니 시간 역행 순으로 마왕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풀어가는데 둘이 죽고 못 사는 그런 관계였나 보더라고요.

 

아주 그냥 이부자리 깔아주면 주위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뒹굴 거 같은, 그런 사이를 갈라놓은 데다 자기를 죽여댔으니 주인공이 가졌을 증오는 쉽게 납득이 되고도 남을 겁니다. 그런데 마왕은 쓰러트리지 않고 되레 신혼집 차리려는 건 좀 그렇잖아요. 이세계 사람들 입장에선 얼마나 황당 하겠어요. 그런데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니 이세계의 마왕도 '마오유우 마왕용사'에 나오는 마왕처럼 딱히 인간들에게 위해를 가할 그런 존재는 아닌 거 같더라고요. 참고로 주인공 눈X리에 콩깍지를 씌운 이세계 마왕의 이름은 '레티시아'라고 합니다. 앞으로 이야기 흐름에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그래서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해보자면, 주인공 카이토의 복수 대상자들은 마왕 따윈 딱히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그걸 밑천 삼아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 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컨대 희생양이죠. 그런데 둘이 알콩달콩 거리고 있으니 얼마나 눈에 거슬렸겠어요. 그래서 감언이설 등 착해빠진 주인공을 꼬드겨 마왕과 싸우게 했고 그래서 전부 다 배드 엔딩으로 끝나 버리게 되는, 그래서 주인공이 가지게 되는 증오심은 시장통 뻥튀기 튀기듯 엄청나게 뿔어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왜 이런 추측을 내놓냐면 이 작품에서 제대로 된 인간이 없어요.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길드 접수원과 여관 여주인뿐... 마왕은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요.

 

히로인 미나리스? 그녀도 자신이 나고 자랐던 마을 사람들 때문에 나사가 빠져 버렸죠. 미나리스는 자신을 구해주고 복수자라는 공통분모를 안자마자 주인공을 향한 진성 얀데레로 각성해서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귀기 서린 모습을 보여줘요. 복수를 준비해 가는 과정은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분간을 못하게 해버리죠. 애초에 이 작품에선 선은 존재하지도 않지만요. 지금은 너의 아이를 배고 싶어 전단계까지 갔다고 할까요. 주인공 카이토는 그걸 보고 진심으로 위험을 느끼지만 뭐 어쩌겠어요. 다 지 팔자죠. 여기서 한가지 좋은 점은 회복술사(1)처럼 주인공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녀석 마왕과 신혼집 차릴뻔했으면서도 동정인 듯...

 

이번 이야기는 첫 번째 생에서 주인공을 죽자 살자 쫓아와 목을 따려 했던 모험가 4인방과 직접적인 복수 대상자인 여 마법사 '유미스'의 이야기입니다. 복수와 관련된 건 여느 작품들과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으니 딱히 언급하지 않아도 되겠죠. 가장 잔인하게, 내가 받았던 고통보다 더 끔찍하게, 그리고 절대 편안하게 죽이지 않는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그에 맞는 복수를 해가요. 이 과정에서 복수라는 광기에 먹히지 않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모습은 씁쓸하게도 하는데요. 복수를 하고 싶은 거지 살인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라는 주인공의 말은 가슴에 와닿기도 하죠. 그리고 다친 마물을 치료해주는 모습에서 어긋나고 일그러진 착한 심성을 보게 됩니다.

 

유미스, 그녀를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광기라고 할 수 있어요. 주인공이 복수에 먹히면 이런 모습일까 싶을 정도로 마법 창조에 목숨을 걸고 있는데 첫 번째 생에서 주인공을 잡아다 마법 매개로 쓸려고 했었고, 이번엔 이복동생을 잡아다 어떤 짓을 저지르게 돼요. 이복동생의 이름은 '슈리아' 엘프의 피를 격세유전으로 이어받아 마법에 있어서 상당한 재능을 보였던 그녀는 언니 유미스의 먹이로 전락한 것도 모른 채 꿈과 이상에 젖어 살아가고 있어요. 그러다 주인공인 카이토를 만나게 되고 알마 뒤 세상은 자기가 아는 것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걸 알아 가요. 오로지 마법에 정신이 팔린 언니의 유린극은 세상 물정 모르는 동생까지 집어삼키려 하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에서 제정신인 인간은 길드 접수원과 여관 여주인 밖에 없어요. 아니지, 그러고 보면 위에 언급한 모험가 4인방은 억울하다 할 수 있어요. 주인공 첫 번째 생에서 그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노린 것뿐인데 왜 죽임을 당해야 하지 같은 일이 벌어지죠. 하지만 마왕과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뭉갠 죄, 마음에 들었던 마물을 죽인 죄, 그리고 두 번째 생에서 주인공을 죽이고 미나리스를 노리개로 삼으려 했던 죄, 이거 복수에 해당하는지 진지하게 고찰을 해볼 필요가 있어요. 물론 걸어온 싸움은 털어내는 게 인지상정이긴 하지만 단순히 질 나쁜 모험가일 뿐이잖아요. 그냥 팔 다리 한두 개 잘라내고 끝낼 일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주인공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이죠. 딴에는 공과사를 구분한다는 둥 제정신을 붙잡고 있다고 되내기도 하지만 매사 하는 짓은 어떻게 하면 길게 고통을 주며 죽일 수 있을까 이 생각 밖에 안 해요. 그래서 미나리스는 독수공방만 이어갈 뿐이죠. 주인공 전신 다키마쿠라라도 안겨주면 몇 날 며칠은 방에서 안 나올걸요. 그러니 미나리스 또한 제정신이 아니죠. 물론 얀데레로써도 훌륭하게 제정신이 아니라고 어필하지만 복수에 들어가게 되면 세상에 없는 독이란 독은 죄다 끌어다 주인공을 어시스트 해댑니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있어서 본격적으로 복수 대상자인 유미스 또한 제정신이 아닌 건 두말할 필요도 없어요.

 

맺으며, 첫 번째 생에서 자신을 죽였다고 해서 두 번째 생에서는 아직 아무 짓도 안 한 사람을 죽이는 건 문제 있지 않나 했었는데요. 2권에서는 그걸 상충하듯 모두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요소를 집어넣어 버려요. 모험가 4인방 중 1명은 좀 억울한 면이 있지만 나머지 3명은 사실 뭐 죽어 마땅하긴 했습니다. 미나리스를 노리개로 삼으려 했고 그동안 다른 여자들도 그렇게 먹이로 삼아왔다고 서술하기도 했으니 쓰레기를 치운다는 느낌으로, 다만 첫 번째 생에서 주인공을 목을 따려 했다는 것이나 마왕과의 추억이 깃든 장소를 유린했다고 죽이겠다는 발상은 좀 너무 나간 거 같더군요. 그들이 마왕과 추억의 장소인지 어떻게 알며, 애초에 모험가란 현상금 등을 먹고사는 존재인데...

 

물론 주인공이 이런 점이 잘못되었다는 식으로 언급 비스름하게 함으로써 논란을 원천 차단해버리는 작가가 능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게 어찌 되었든 내 기분이 좀 그래, 어이가 없네? 뭐 그런 기분? 유미스의 경우는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그 뭐시냐 매드 사이언티스트랑 비슷하다고 하면 될까요. 목적을 위해선 사람을 도구와 재료로 이용하는, 그걸 위해선 이복동생도 희생 시키는데 주저하지 않는 그야말로 최악이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유미스에 대한 복수는 좀 개연성이 있어 보였군요. 그전에 마왕전에서 뭔가 저지른 게 또 있는 거 같지만요. 

  1. 1. 회복술사의 재시작 - 츠키요 루이 작가의 라이트 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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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여행 3 - S Novel+
시라이시 죠우기 지음, 아즈루 그림, 이신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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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리뷰에서도 언급 했지 싶은데, 필자만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일레이나의 대사 부분을 성우 '아라이 사토미'의 톤으로 읽으면 집중력이 굉장히 올라가더라고요. 이 성우분이 누구냐면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에 등장하는 '시라이 쿠로코(어마금 포함)'를 맡은 분이신데요. 쿠로코는 중학생이면서 40대 아주머니 같은 괄괄한 목소리가 꽤나 개성적인 게 특징이죠(비꼬는 게 아닙니다.). 사실 처음 들었을 땐 거부감이 있었지만 계속 듣다 보니 미나리(야채)나 '고추냉이 간장 소스'같이 한번 맛 들이면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매력이 있다고 할까요.

 

좌우지간 이 작품은 '환수 조사원(1)'에서 어두운 부분을 뺀 동화 같은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일레이나'는 검은 로브에 삼각모자를 쓰고 세계를 여행하는 마녀이죠. 마녀라고 해서 솥단지에 정체 모를 국을 끓이는 그런 어두침침한 존재는 아니고요. 그냥 마법사 상위 버전쯤이라 보시면 돼요. 대부분의 마녀는 국가에 소속되어 공무원으로 일하거나 일레이나처럼 여행을 합니다. 유유자적 방랑하며 오늘 먹을 양식을 구하고 어떤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고 이상한 나라에서 이상한 사태에 휘말리기도 하죠.

 

일레이나 또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가는 곳마다 요상한 나라에서 요상한 사람들을 만나요. 이번엔 주정뱅이 웨이트리스를 만나 그녀의 하소연을 들어야 했고, 꿈을 먹는 악마라든지, 서로의 포도주가 최고라 부르짖는 마을끼리의 다툼에선 졸지에 아이돌이 되어 포도를 '꾹꾹'을 해야 한다던지, 관광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나라에선 상인들을 골탕 먹이기도 하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라고 해서 마냥 착하지 않다는 것마냥 음습한 일레이나의 성격이 볼만했었습니다.

 

그러다 낭비를 줄이지 못해 거지가 되기도 하는 게 우습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괜히 세계를 떠돌지 않는다는 것마냥 요령있게 치와와 남자에게 사기 쳐서 돈을 뜯어내는 모습에선 기가 막히기도 했었군요. 물론 범죄식으로 사기 치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마시고요. 그렇게 일레이나는 세계를 떠돕니다. 흑자는 그녀에게 왜,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세계를 떠돌까도 하겠죠. 하지만 산이 있으니 오르는 것뿐이라는 등산가처럼 일레이나는 세계가 있으니 방랑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힘든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착한 마녀...는 아닌 거 같은데? 매우 타산적으로 내게 이익이 없으면 잘 움직이지 않아요. 그야 내 몸은 소중하니까요. 멋모르고 들어간 나라에서 평생을 살아 움직이는 물건들 뒤치다꺼리를 할 뻔도 하였고, 알/바를 위해 찾아간 동종업계 마녀에게선 졸지에 살인사건이라는 시리어스를 겪어야만 했었죠. 세계를 여행하면서 이런 일들을 겪다 보니 그녀의 성격이 타산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던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움을 요청하면 외면하지 못하는 성격이 차밍포인트라고 할까요. 그러다 고생하는 건 덤이지만요.

 

맺으며, 이번엔 필자치곤 매우 짧은 리뷰... 라기보다 감상문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군요. 사실 이 작품처럼 옴니버스식으로 진행되는 작품은 리뷰 하기가 좀 힘이 듭니다. 주인공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세계를 떠돌다 보니 인연이 닿는 사람은 별로 없고 늘 새로운 것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내죠. 이세계물처럼 목표를 두고 돌아다니는 게 아닌 데다 동료도 빗자루와 지팡이 밖에 없다 보니 주인공이 겪는 이야기들을 풀어 내다보면 자칫 두루뭉술 해질 수 밖에 없는 게 리뷰어에게 있어선 이런 작품의 단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사하는 게 없는 것도 아닌데요. 세계엔 사람 수만큼이나 가치관이 서로 다르다는 걸 이 작품은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상한 나라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난다고 했지만 그 이상함의 기준이 누구의 기준인가를 이 작품은 묻기도 하죠. 가치관을 자기 기준에서 보지 말고 시야를 넓게 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나 했습니다.라고 해도 그렇게 진지하지는 않습니다. 이번엔 개그도 상당히 들어가 있어서 1~2권보다 몰입도는 굉장히 높았군요. 그건 그렇고 이번 단발머리 일레이나의 표지가 가지는 의미도 좀 의미심장해요. 사람(본인)이 가진 마음이 하나가 아니라는, 보다 근본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걸 의미하죠. 그게 뭔지 쓰고 싶지만 글이 길어지니 지금은 패스...


 

  1. 1, 아야사토 케이시 작가의 라이트 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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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조사원 2 - J Novel Next
아야사토 케이시 지음, lack 그림, 이엽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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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번 이야기는 우리도 아는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드래곤에 잡혀간 공주를 구하는 용사와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인데요. 어느 욕심 많은 드래곤에 잡혀간 공주(라기 보다 지방 영주 딸)는 독설가로써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는 어느 남자처럼 매일을 숲에 들어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불합리를 독설로 풀고 있었더랬죠. 성격 파탄자인 그녀, 가령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뭘 봐! 개구리같이 생겨선(비슷할 겁니다.)' 같이 주변에 적을 잔뜩 늘려가기만 했죠. 그런 자신의 성격을 고치기 보다 주변에서 그런 자신을 싫어한다고 오히려 역정을 내며 오늘도 숲에서 독설을 날려대다 그만 드래곤에 납치되고 말아요.

 

'페리'는 그런 그녀를 구출하려 지나가는 '용사'와 용의 둥지로 가죠. 이대로 뒀다간 용이 토벌될 수 있으니까요. 환수 조사원인 그녀는 인간과 환수가 공존하며 살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래서 다툼을 중재하고 끝끝내 발을 잘못 디딘 환수와 인간을 벌하는 일을 하고  있죠. 여튼 찾아간 드래곤 둥지에서 본 공주는 잡아먹혔을 거라는 우려와 달리 새근새근 자고 있었는데... 가기 싫다고 땡강 부리고 페리에게도 독설을 날려대는 등 10대에 벌써 세상을 다 살은 듯한 모습이 장난 아니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자신을 구하러 와준 지나가던 용사에게 푹 빠져버림으로써 보는 이를 황당케 하기도 하죠.

 

두 번째 이야기는 우리에게 친숙한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입니다. '셀키'라 불리는 바다표범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어리석은 이야기인데요. 어느 날 표범 가죽을 벗어놓고 놀고 있던 셀키에게 푹 빠져버린 남자는 가죽을 숨겨 버려요. 셀키는 가죽을 벗음으로써 인간이 될 수 있어요. 그것도 선녀와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운, 선녀의 옷이 여기선 표범 가죽으로 대체되었다 할 수 있죠. 여튼 가죽을 잃어버린 셀키는 하늘로... 아니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고 남자는 그녀를 집에 데려가 와이프로 삼아 버려요. 그렇게 아이를 낳고 잘 사던 어느 날 선녀 옷을 발견한 선녀처럼 셀키도 가죽을 발견하고 말아요.

 

여기서 시사하는 것, 첫 번째는 동화처럼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지만 드래곤에 잡혀간 자신을 구출한 용사와 공주는 맺어져 정말로 잘 살까? 공주는 마을로 돌아와 드래곤의 둥지가 있는 산을 바라봐요. 자신이 아무리 독설을 날려도 대꾸하나 없고 보금자리를 만들어줬던 드래곤과 자신이 있을 자리가 없어 보이는 마을, 고쳐지지 않는 성격, 그럼에도 좋다고 해주는 용사 사이에서 그녀는 무얼 느낀 것일까. 아무도 모릅니다. 이 작품은 읽는 사람에게 그걸 유추하도록 유도를 하죠. 용사와 드래곤이 싸울 때 드래곤이 미쳐 날뛰던 모습은 마치 이 아이의 존재를 거부하는 마을로 돌려보내기 싫다는 것만 같았군요.

 

두 번째, 흔한 서로 다른 종이 맺어져봐야 좋은 꼴을 못 본다의 전형인데요.. 그리고 나무꾼이 선녀의 옷을 숨기고 그녀를 와이프로 맞아들이는 건 범죄 행위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현대에 들어와 선녀와 나무꾼은 재해석이 되고 있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 벌을 받는 것처럼 나무꾼은 선녀가 있는 하늘로 못 올라가게 되고, 셀키를 잃어버린 남자는 바다만 바라보다 늙어 갑니다. 셀키가 떠난 후 새로 맞아들인 부인에게서 얻은 딸은 그런 아빠가 죽도록 싫었어요. 그래서 저주를 부려 셀키들을 못살게 굴기도 하죠. 페리는 남자의 의뢰를 받아서 셀키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사기당한 셀키는 남자에게 돌아가길 거부하고 말아요.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어떻게 되었나,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남자는 셀키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셀키는 그런 그를 바라보죠. 그리고 페리의 독백만 있을 뿐...

 

그건 그렇고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진짜라는 것마냥 잔잔하게 흘러갔던 동화 같은 이야기는 순식간에 세계 멸망이라는 구렁텅이로 빠져듭니다. '히드라'라는 환수의 등장, 머리가 아홉 개인 뱀이 세상을 멸망 시키기 위해 나타나요.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환수 조사관(페리는 조사원)들이 표면으로 나서면서 엉뚱하게도 환수와 인간 사이 전쟁 발발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번져가요. 페리를 좋아해서 붙어 다니는 어둠의 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불의 왕(환수)을 포박해 히드라에 대응한다는 조사관들의 행위에 반발해 앞을 가로막는 페리, 인간과 환수의 공존을 바라는 그녀에게 있어서 조사관들의 행위는 그야말로 인간과 환수가 가진 균형을 깨트리는 것과 같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인간의 추악한 면이 드러나기 시작해요. 인간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려는, 영역을 넓히며 환수를 몰아내고 그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하는 원인이 인간들에게 있음에도 자신들을 피해자라 여겨 균형을 깨트리려는 인간들과 공존을 바라며 포박이 아니라 불의 왕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해결하려는 페리와의 극단적인 대립은 결국 파국으로 치달아 가요. 페리는 마치 자기 나라에 쳐들어온 외국 군대에 맞서 명분을 주는 것보다 무대응으로 일관해서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 합니다. 어둠의 왕이나 불의 왕이라면 세계를 멸망 시키고도 남을 힘이 있기에 조사관들을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님에도요. 보기에 따라 참 바보 같게 느껴지죠.

 

그러나 바보 같으면 어떻겠습니까. 요점은 평화, 아무도 다치지 않는 세계를 바라는 건 잘못이 아닌 거죠. 하지만 무엇이 그녀를 공존을 바라도록 내몰았는지는 아직 나오지 않습니다. 1권의 결말은 필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어요. 스포일러라서 자세히는 언급 못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다툼을 막으려 해요. 그런 성격이기에 어둠의 왕이 힘을 빌려주는 것이겠죠. 요컨대 폭력을 폭력으로 맞서는 건 잘못이라는 걸 설파하고 있어요. 그리고 예의를 갖추면 설사 그게 환수라도 힘을 빌려준다고, 실제로 페리는 환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빌미가 되어 그녀는 거의 이단자 취급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녀는 자신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그게 아무리 가시밭길이라 해도 자신을 따라와 주는 어둠의 왕 크슈나와 호문쿨루스 박쥐 토르와 함께라면 아무렇지 않다는 것마냥... 참 안타깝고 먹먹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맺으며, 뭐랄까... 후반부는 좀 먹먹해지는 구석이 있습니다. 결국 자신이 해온 일들이 부정 당하고 무엇 때문에 발에 땀나도록 쫓아다녔는지 하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만들죠. 그럼에도 페리는 또 걸어갑니다. 자신을 믿어주는 동료와 함께요. 그게 '몇 번째인지도 모를 생'이면 어떠냐는 식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가려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눈부시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결코 보상받을 일도 없건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란 이런 걸까요. 이세계 전생물에 지쳤다면 이런 작품도 괜찮지 않을까 싶군요. 다소 늘어지는 듯한 전개도 보여주지만 동화같이 때론 잔혹하고 때론 먹먹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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