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의 시간 2 - S Novel
사카키 이치로 지음, 카츠단소 그림, 김정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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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좀비의 세상 포스트 아포칼립스, 뜬금없는 SF, 종족보존은 중요하지 진정한 하렘 왕국, 누구 나랑 아담과 이브 할래? 아이는 몇명 낳을까? 막장 + 근본 없는 진행, 줏대 없는 주인공, 영문을 모르겠다.


표지 설명: 버린다. 줍는다. 넌, 내 거다. 총 맞은 것처럼~ 1권 표지 설명은 사실상 헛짓거리였다.


특징: 좀비는 새롭게 태어난다. i will be back(다 읽고 나면 무슨 뜻인지 알게 됨).


2권 줄거리: 주인공 히로아키는 건슈팅 온라인 게임 동료 '시노(참고로 여자애)'와 전투 메이드 '우에무라(메이드니까 여성)'와 합류 후 도시 외곽으로 향한다. 강가에서 야영 도중 건물 옥상에서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는 여자애를 발견하는데...



스포일러 주의



다리를 움직이지 못한다. 천재 소녀 '시이코', 그녀의 출생은 빈말로도 축복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아빠는 누구인지 모른다. 엄마에게 있어서 자식은 그저 노후보장을 위한 물건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아이가 엄마의 관심을 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에겐 두 가지의 길이 있다. 하나는 말썽을 부려서 내가 여기 있다고 관심을 끄는 것, 다른 하나는 자신이 쓸모 있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 죽을 둥 살 둥 천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이코는 학업 쪽으로 노력을 해봤다. 난 여기에 있다고, 그러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엄마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아이가 거치적 거린다며 버린다. 아니 팔아 버렸다. 그것이 14살 '시이코'의 인생이다.


히로아키는 게임 동료 '시노'와 그녀의 메이드 '우에무라'와 합류 후 다시 길을 떠난다. 목표는 없다. 그저 현실적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붕괴하여 방사능이 유출되기 전에 멀리 도망가는 것만 생각할 뿐, 가다가 들린 쇼핑몰에서 안타까운 좀비도 만난다. 강가에서 야영을 하면서 남자라면 어쩔 수 없는 약간의 소동도 일어난다. 엿보기는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지. 근데 주인공 히로아키 이놈이 어장 관리를 한다. 쇼핑몰에서 좀비에게 물릴뻔한 시노의 상태를 확인하려던 오토와에게 쓴소리를 하며 시노를 감싸주더니, 사실 감싸줄게 있지 좀비에게 물린 걸 가만히 내버려 두면 어떤 참사가 일어나는지 알면서도 시노를 감싼다. 결과적으로 물리지 않았지만. 그런 주제에 야영하면서 오토와에게 작업을 건다. 나 같으면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하며 박차고 나올 것이다.


밥을 하면서 오토와를 흉보고, 속으로지만 시노 귀여워 죽겠다고 노래를 부른다. 시노를 만난 이후 계속 주인공 머리 상태가 저 상황인데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 세상이 멸망해서 병원도 문 닫았는지라 병원 가보라고 하지도 못한다. 상황 파악을 못한다고 해야겠지요. 어디서 좀비가 덮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딴 생각, 오토와의 신경을 건드리는 핀잔과 그녀의 의견 따윈 묵살하는 만행. 현실적으로, 가령 좀비에 물렸을지도 모르니 초동대처가 중요한데 이걸 방해한다. 그래놓고 오토와에게 작업을 건다. 또 그래놓고 시이코를 만나 또 작업을 건다. 이놈은 분명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천재소녀 시이코는 마음을 닫아 버렸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팔려온 곳은 오직 실적만이 그 사람의 가치라는 것마냥 혹사시키는 블랙 기업. 실적을 못 내면 천하의 못쓸 인간이 된다. 뭐 이런 세상이 다 있나 싶다. 그래도 자신을 보살펴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나마 나은 환경이라고 여겼다. 좀비가 창궐하기 이전까지는 말이지. 주변 사람들은 몽땅 사라졌다. 다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먹을 것은 과자 밖에 없다. 뭔가를 구해 오겠다며 나간 돌보미는 소식이 감감이다. 또다시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옥상 난간으로 기어 올라간다. 그걸 발견한 히로아키와 오토와, 그것이 이들의 만남이다.



이 이후는 좀비 탄생의 비화인데 솔직히 리뷰 쓸 가치를 못 찼겠습니다. 완전 뜬금없는 진행으로 혼을 빼놓는데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좀비지만 좀비가 아니랍니다. 어쩌라고.



맺으며, 이보다 황당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군요.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줏대 없는 주인공 성격이 가장 문제입니다. 여러 사람 면전에 상대를 깎아내려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타입이랄까요. 시노 앞에서 초동대처를 역설하는 오토와에게 핀잔을 주는 걸 마다하지 않고, 강변에서 밥하며 오토와를 흉보고, 시노 귀엽다고 노래 부르고, 그러다 불침번 때 오토와에게 작업 걸고,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군요. 거기에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정신줄을 놓아버린 시이코에게 '버림받았지? 그럼 내가 널 주워줄게'라며 막말을 쏟아냅니다. 


그보다 더 황당한 건 좀비 탄생의 비화군요. 작가가 정신줄을 놓아버린 듯합니다. 1권에서 작가 후기를 보면 증쇄가 안 될 정도로 판매가 부진해서 2권에서 끝낸다고 하더니,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필력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고, 등장인물의 성격 조절에 실패하는 등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다고 할까요. 차라리 모럴해저드를 도입해서 필사적인 삶을 조명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혀 없어요. 학원묵시록은 비교적 현실적인 상황을 연출하곤 했는데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할까요. 이 작품은 아무것도 없어요. 


좀비 몇 마리만 잡는 게 고작이고, 보통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좀비나 재난보다 더 위험한 게 인간인데 이런 거에 대한 포커스를 전혀 맞추고 있지 않다 보니 이야기 자체가 무미건조합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에서는 위기감을 찾을 수 없는 어디 소풍 가나 하는 느낌이고요. 최악은 상처받은 아이에게 보다듬어 주면 좋을 텐데 그런 대화는 눈곱만큼도 없고, 버림받았으니 내가 주울게는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좀비물이라고 해서 덥석 물었더니... 결과적으로 좀비도 좀비가 아니더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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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요 근래 들어 리뷰 글씨체가 반말투에 초등학생 독후감 같은 이유는, 저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매너리즘이라고 하죠. 이런 식으로 쓰기 전에는 의자에 앉아 반나절을 고심했는데 결국 리뷰 쓰는 걸 포기한 적도 있었군요. 하면 할수록 느는 게 아니라 저의 경우는 만사가 다 귀찮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쓰는 방법을 이렇게 바꿔 봤는데 그나마 좀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곧 싫증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러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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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의 시간 1 - S Novel
사카키 이치로 지음, 카츠단소 그림, 김정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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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좀비가 세상을 지배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삽으로 맺어지는 인연, ​히키코모리와 좀비 오타쿠가 만나면, 세상은 히키(코모리) 오타쿠가 지배한다. ​부끄럽지도 않나 중2병, ​학원묵시록(HIGH SCHOOL OF THE DEAD)의 주인공 코무로 왈: 무면허는 고등학생의 특권이지, 아가씨 어디로 모실까요.


특징: 만약 당신의 가족이 좀비로 변한다면 당신은 그 좀비(가족)를 죽일 수 있습니까? 

좀비는 어디 가고 하렘과 판치라만 보인다.



표지 설명: 좀 소름 돋는데, 좀비 오타쿠 소녀 '오토와'가 들고 있는 건 삽이다. 그리고 자빠져있는 인영은 좀비고, 여기까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좀비 처치하고 한 컷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작품을 읽고 나면 저 좀비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저 소녀의 표정을 보라. 저 표정은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지을 표정이 아니다. 고로 작중 세계관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즉, 지금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이 세계가 진짜 세계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는 것이다.


줄거리: 영화 새벽의 저주처럼 일어나 보니 좀비의 세상이다. 히키코모리에 인간 말종 '히로아키'는 영문도 모른 채 좀비로 변한 가족을 피해 도망 나왔다가 삽으로 좀비 머리 날리며 세계를 평정할 기세로 활약하던 좀비 오타쿠 소녀 '오토와(발음하기 은근히 어렵네)'를 만난다. 살려달라는 히로아키를 바라보던 오토와 왈: 신종인가? 다 죽은 줄 알았지. 어쨌건 이왕 이렇게 만났으니 힘을 합쳐 잘 살아 보자고요. 오토와가 생활거점으로 삼은 쇼핑몰에서 둘은 동거 아닌 동거에 들어간다.



어쩌면 스포일러 주의



어째서 좀비가 창궐하게 되었는지 나오지 않는다. 학원 묵시록(HIGH SCHOOL OF THE DEAD)처럼 어느 날 문득 나타났다. 눈치 빠른 사람은 살고, 없는 사람은 죽는다. 근데 거의 다 죽어 버렸다. 주인공 '히로아키'는 건슈팅 게임 오타쿠다. 이것 때문에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히키코모리가 되어 버렸다. 주변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를 왕따시키고, 당사자는 그걸 이유로 삼아 방구석 폐인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게임 삼매경에 빠져 살다 어느 날부터 썩은 밥이 문 앞에 놓인다. 그걸 또 못 참고 엄마에게 한 소리 하겠다고 벼른다. 학교도 안 가고 1~2년 처박혀 살며 게임으로 대성해서 돈 벌겠다는 당찬 포부를 자랑스레 밝힌다. 하지만 주변은 그를 이해해줄리 없다. 자신의 포부를 이해 못하는 주변을 욕해대고 엄마를 욕하고 초반은 인간 말종의 표본이 바로 주인공 히로아키다.


좀비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좀비 오타쿠 '오토와'는 그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언니와 매번 투닥 거린다. 주변에서 자신을 이상하게 여긴다는 건 알고 있다. 여자애가 좀비물만 찾아대니 이상하게 여기는 건 당연하다. 오토와는 알고 있지만 고치려 하지 않는다. 주변은 그녀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항상 사회는 소수보다 다수의 의견에 따라 굴러간다. 그러니 소수파인 그녀는 당연히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앞으로도 변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이게 목숨을 구하는 결정적 차이가 된다는 걸 이때는 아무도 몰랐으리라. 그녀 이외에는. 좀비가 창궐하면서 그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쇼핑몰 점거였다. 각종 물자가 있는 곳이라면 당분간은 견딜 수 있을 테니까. 이것은 좀비 오타쿠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행동이란다. 더불어 무기는 삽이다. 히로아키와 더불어 초반은 제법 밥맛으로 다가온다.


그런 둘이 만났다. 천생연분이지.


그래서 그럴까 오토와는 만난 지 한나절도 되지 않나 히로아키에게 알몸을 보인다. 어디 물린데 없나 봐줄래? 

이때 히로아키가 압권이다. 당분간 걸을 수 없었지 싶다.



주변 마트를 습격하며 물자를 모은다. 사람은 둘 이외에 아직 나오지 않는다. 물자를 모으는 사람은 더 있는 듯한데, 때문에 아포칼립스에서 흔히 일어나는 모럴해저드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사실 필자는 이걸 기대했다. 이것만큼 인간관계에 있어서 적나라한 게 없으니까. 히로인 오토와를 노리는 불한당을 주인공 히로아키가 구해준다. 소년물에서 흔히 있을 법한 전개지만 그녀를 노리는 건 좀비 밖에 없다. 거기에 애석하게도 오토와가 좀비 척살에 더 뛰어나다. 애초에 불한당이 나온다고 해도 오토와의 삽질 몇 번이면 불한당은 꼼짝도 못 하겠지. 경찰 주머니 뒤져서 권총도 손에 넣었고, 어째 점점 학원 묵시록을 따라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한정적인 물자와 좀비 떼에 둘러싸여 언제까지고 여기에 머물 수는 없다. 고로 탈출, 차가 필요한데 둘 다 면허가 없다. 이때 학원 묵시록 주인공 코무로가 있었다면 이런 말을 했겠지. '무면허는 고등학생의 특권이다'. 일단 그러려면 차가 필요하고, 밖으로 나간다면 권총보다 위력이 큰 총도 필요하겠지. 마침 히로아키가 즐겨 하던 건슈팅 게임 동료의 집에 마땅한 차가 있고 어째서인지 실제 총도 있다고 하니 가지러 가겠다고 한다. 그리고 동료의 집에 도착해보니, 집이 억수로 부자네? 게임상에서 같이 지내며 느낌상으로는 분명 남자일 거라 여겼던 동료는 여자였고. 전투 메이드까지 딸린, 총이 있고, 군용 차량의 민수 버전까지.



당신은 좀비로 변한 가족을 죽일 수 있습니까?


갑자기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기 시작한다. 둘은 생전 하던 행동을 죽어서도 되풀이하는 좀비들을 보며 가족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처지와 취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이들, 그런 그들이 좀비가 되었다. 편하게 해줘야 할까 아니면 그대로 둬야 할까. 가족이란 유대의 울타리다. 자신들을 이해해주지 않아도 혈연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고로 묻는다. 좀비가 되었다곤 해도 과연 가족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있을까? 결국은 히로아키는 인간 말종이 아니었을 수 있다. 오토와는 가족을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젠 그러지 못하지만. 그리고 여기 또 한 명 가족이라는 유대에 묶여 별 해괴한 짓을 벌이는 4차원 여자가 등장한다. 전투 메이드를 대동하고.



맺으며: 역시 일본식 아포칼립스답다 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재난 멜로라고 할 수 있군요. 재난에 중점을 둔 게 아닌 그걸 바탕으로 인간의 심리와 성장을 다루고 있다고 할까요. 사회에 주류로 끼지 못하고 소수파(여기선 오타쿠의 삶)로써 이해받지 못한,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 삶이었지만 그래도 가족은 소중하다는 메시지. 그러니까 가족이 좀비로 변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보여줍니다. 소중하니까 죽일 수 없는 마음과, 소중하니까 떠나보내야 한다는 마음. 문득 이런 주제가 과연 좀비 아포칼립스에 어울리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어째 작품이 좀 두서가 없다고 할까요. 갑자기 이 세계는 진짜 세계일까 하는 주제로 추리를 해보라는 듯 복선을 뿌리지 않나, 샷건을 쏴재끼는 전투 메이드도 나오고, 하렘도 그렇고, 판치라에, 영화 이글아이와 비슷한 스릴러 같은 분위기도 뿌리고, 장르를 종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재미적인 부분에서는 영화 새벽의 저주를 보는 듯했습니다. 좀비물을 좋아하면 한 번쯤 읽을만 한데, 모럴해저드나 액션 등은 원활하지 않으니 이쪽을 찾는다면 번지수가 좀 틀리다 할 수 있겠습니다. 총기 관련이라든지에서 중2병을 좋아하신다면 제법 입에 맞을 수 있습니다. 대체 이 작품의 장르는 몇 가지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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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환상의 그림갈 14 ++ - 만약 너와 또 만날 수 있다면,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시라이 에이리 그림, 이형진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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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눈 떠보니 이세계, 현실의 기억은 소실되었다.. 그렇기에 현대 신문물을 이세계에 전파하지 못한다. 신(神)은 산자(狻者)를 버렸다. 자, 지금부터 치트라곤 눈 씻고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시궁창 인생을 시작하지. 때문에 너무나 쉽게 사그라지는 생명들,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현실, 그렇기에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슬픔. 떠나보낼 땐 말없이, 사람은 어디에 버려지든 어떻게든 살아가기 마련이다. 주저앉아 있다간 굶어 죽는다. 아니면 몬스터들에게 토벌 당하든지...


특징: 시궁창의, 시궁창에 의한, 시궁창을 위한.



14권 ++(더블 플러스)는 두 번째 외전이다. 첫 번째 외전이었던 +(플러스)가 똥 떵어리 란타의 성장이었다면, ++(더블 플러스)는 4차원 유메의 성장물이다. 참고로 란타는 유메를 짝사랑한다. 하지만 유메는 란타를 똥 떵어리 그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하루히로, 메리, 쿠자크, 시호루도 외전에서 성장을 다루지 않을까 싶은데, 계속 +++가 붙으려나... 대략 난감이다. 불안하고 설득력 있는 게 마지막 페이지에 다음 권에 계속이라고 적혀 있다는 것이다.


14권 ++(더블 플러스) 대략 줄거리이자 평가이자 리뷰랄지 뭐 그런 걸 쭈욱 써보자면, 외전이라서 몇 가지의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다. 아직 마나토가 살아 있고, 모구조가 살아있던 시절에 똥 떵어리로서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란타와 덩치와 맞지 않게 소심 나약한 모구조가 요리 배틀을 벌인다. 란타는 과연 란타라고 할 만큼 똥 떵어리로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비열하고 졸렬의 끝을 보여준다. 참고로 악의적이라기보단 반항기를 겪는 6~8세의 아동을 보는 듯한 게 바로 란타다. 그러니 관심을 가지고 상냥한 눈으로 지켜봐 주자. 



강물에 띄워진 나뭇 잎처럼, 흘러가면 흘러가는 데로. 


신관으로서 힐러 역할을 했던 '메리'가 제대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미 본편에서도 마음을 닫아 버리고, 아무도 믿지 않고, 프리랜서의 길을 걷고 있었던 그녀가 하루히로 파티를 만나기 전 어떤 생활을 하였는지 보여준다. 광산에서 MP 관리에 실패하면서 동료 3명이나 죽음으로 몰고 갔던 그녀가 자책의 끝에 AT필드를 구사하며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모습이 매우 처절하다. 그래도 살아 보겠다고 다른 파티에 들어가기도 한다.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 돈을 벌어야 먹을 수 있고, 잠 잘 곳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있을 곳은 없다. 돌이켜보면 신관으로써 우쭐해한 것도 있었다. 전장에서 힐러의 필요성은 막대하다. 신관이 있나 없나에 따라 파티의 성립을 좌우할 정도로 희귀한 건 아닌데 필요로 한다. 그러니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보내오는 시선은 짜릿한 무언가가 있었겠지라고 메리는 자조한다. 한번 자신의 껍질을 벗기고 보면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 인간인지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동료들의 죽음으로 몰고 간 것에 자꾸만 집착하면서 마음이 마모되고 풍화되어 간다. 웃음을 잃어버렸다.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어디엘 가든 적응도 못하고, 입에 풀칠을 해야겠다는 의식에 맞물려 마모된 마음으로 뭔가를 생각한다는 건 무리가 따르기 마련. 무작정 따라 나선 남자들만의 파티에 끼여 간게 마치 철을 갈아대는 사포처럼 그녀의 마음을 더욱 갈아대는 사건(강X미수)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인간을 믿을 수 없게 되고, 남자를 믿을 수 없게 된다. 동성으로부터도 꼬리 치지 말라는 적의가 날아온다. 마음의 벽을 쌓아간다. 사람들에게 정을 주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에 정을 주지 않는다. 왜냐면, 배신 당하니까. 길을 잃어버렸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태풍 한가운데에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유메는 무인도에서 '모모히나'랑 수련 중이다. 아니, 조난 당해서 로빈슨 크루소를 찍고 있다.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어쩌면 영화 '캐스트 어웨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유메에게 있어서 윌슨은 '모모히나'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하루히로 일행과 찢어지고 벌써 2년 반이나 이러고 있다. 낸들 좋아서 이러고 있는 줄 아나. 강해지기 위해 큰 마음먹고 6개월 뒤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였었지. 마나토가, 모구조가 그렇게 떠나버린 건 어째서 일까. 아마 그런 생각도 한몫하였겠지. 강해지자. 자신의 성격이 4차원이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었을 테고. 그러니 파티에서 누군가가 없어진다는 슬픔을 알고 있는 그녀가 6개월 뒤에 보자며 파티를 떠날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뜻하지 않게 동기(同期)를 만난다. 그리고 동기의 동료의 죽음을 알게 된다. 그녀도 마나토와 모구조를 잃었기에 죽음이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런 세계니까. 마음이 삭막해진 게 아니라 그걸 넘길 수 있는 마음을 키웠다고 할 수 있겠지. 문득 동료들이 그립다. 6개월 뒤에 보자던 게 벌써 2년 반이나 흘렀다. 다들 잘 있을까. 유메는 모모히나의 지도를 받으며 훌륭하게 성장을 거듭한다. 고블린 한 마리 못 잡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해적들 몇십 명이 덤벼와도 거뜬하다. 4차원인건 여전하지만.


그리고 오르타나에 도착한 유메를 반기는 건...



맺으며, 메리의 처절한 삶이 재조명되었습니다. 한번 실수는 병까지 상사한다고 했던가요. 광산에서 자신의 미스로 죽어버린 동료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품고 나의 잘못이라는 굴레에 빠져 마음을 갉아먹고 닫아가는 모습이 정말 처절하더군요. 그러다 사람들에게 상처받으며, 그럴 때마다 더욱 까칠해져만 가는 그녀의 모습은 가련하기 그지없죠. 그러다 하루히로 파티와 만나며 조금식 둥글어지고 웃게 될 때. 아무튼 유메의 성장도 꽤 눈부시다 할 수 있습니다. 모모히나에게서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고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 덕분에 힘든 내색을 안한 덕분인지 이젠 대인전이든 몬스터 토벌이든 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죠. 


성격적으로는... 분명 많은 성장을 하였습니다. 그녀가 보여주는 4차원적인 성격은 어쩌면 잿빛투성이이고 우중충한 그림갈이라는 세계에서 하나의 빛을 보여주기 위한 그녀의 나름대로 배려가 아닐까 하는 모습이 이번에 몇 번 포착이 되죠. 이별을 아파하고, 해어진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만나는 것에 가슴이 뛰는, 모모히나가 무인도에서 구출되고 지인과 만나는 모습을 본 그녀(유메)의 반응을 보면 어쩌면 이 작품에서 가장 여리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4차원적인 모습은 일부러... 그건 그렇고, 시작의 마을 오르타나에서 굉장히 뜻깊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다음권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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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4부 귀족원의 자칭 도서위원 6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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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책에 깔려서 이세계 전생, 책이라면 지옥도 마다하지 않는 책벌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도서관에 눈 뒤집힌 악마女, ​통제 불가능 지뢰 살포기 마인(mine), ​​


​특징: 책의, 책에 의한, 책을 위한.



​6권 줄거리: 책과 도서관에 눈 뒤집혀서 기름을 짊어지고 불로 뛰어든다. 이전에도 그래왔지만 이번엔 좀 심각해진다. 때문에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마인'에겐 더 이상 가족의 의미는 없어져 버린다. 그녀를 지키고 보호하려는 주변을 노력을 씹어 버리며 통제 불가능 수준으로 폭주를 이어가다 결국 주변이 우려한 대로 왕족과 눈이 맞아버렸다. 그것도 두 번이나, 이것은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진짜 가족과 해어질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 과오의 재림이다. 참고로 책 표지에 속아 아기자기한 파스텔톤 판타지일 거 같지만 이세계는 왕권을 둘러싼 숙청(영지가 박살 나는 건 흔함)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귀족이 평민을 농락하고 갖은 이유를 들어 목을 매다는 그로테스크한 세계다.



6권 필자의 한 줄 평: 주변을 스트레스성 대머리로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면 이 작품을 참고하자. 이번 6권은 그 정점. 그렇다고 발암인가 하면 좀 애매합니다. 이 작품의 매력이 이것이군요. 알고 보면 발암의 극치인데 읽으면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조금 강한 스포일러 주의, 글이 본의 아니게 길어짐.



마인은 귀족원 2학년이 되었습니다. 도서관에 눈이 돌아가서 폭주하는 그녀를 억누르기 위해 주변은 여전히 위가 빵꾸날 지경이고요. 결국 도서관 출입금지령이 떨어지고, 가고 싶으면 선생님들이 출제하는 과제를 전부 클리어하라는 엄명이 떨어지죠. 그런데 그녀가 누구입니까. 자신의 폭주를 제어하지 못해 진짜 가족과도 눈물의 이별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까지 몰고 간 게 그녀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그 어떤 과제를 낸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거라는 걸 주변은 간과한 것이죠. 시험에서 받은 과제를 다른 학생들은 전전긍긍인데 보기 좋게 클리어해나가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녀의 고삐를 잡기 위해 신전 등에서 스파르타식 교육을 그렇게 시켜댔는데 오히려 못하는 게 이상한 거죠. 각종 축문(축복 내릴 때 쓰는 주문 같은 것)을 때려 박는 수준으로 암기 시켰고, 마력이 떨어져 골골거리는 그녀에게 지옥의 맛이라는 포션을 처먹여가며 실전 연습이라는 강행군을 시켰어요. 거기에 책이라는 당근을 매달아 마차를 끄는 당나귀처럼 그렇게 앞에 있는 당근만을 보고 달려가게 했죠. 이쯤 되면 당사자(마인)는 포기할 만도 한데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죠. 그녀(마인)가 얼마나 책에 미쳐사는지 잘 아실 겁니다. 문제는 책 이외엔 생각하는 바가 없어서 엄한 곳에서 심각한 일이 터진다는 것이군요.


귀족 간 교류는 절차라는 게 있어요. 서열이 위인 다른 영지와의 교류는 물론이고 왕족과의 교류는 특히 조심해야만 하죠. 그렇지 않으면 순삭 되는 게 이세계, 마인이 속한 에렌페스트는 유겐슈미트(국가)에서 중하위에 속한 영지로 위의 영지와 교류는 신중해야만 합니다. 쉽게 말해서 눈치밥을 먹어야 한다는 거죠. 초반에도 언급했듯이 이세계는 그로테스크한 세계, 타 영지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손에 쥐고 있느냐에 따라, 잡아먹히느냐 잡아먹냐라는 운명이 갈리게 됩니다. 그런 세계에서 마인은 이름대로 지뢰(mine)를 마구 뿌리고 다녀요. 문제는 이 지뢰가 타 영지를 박살 내는 게 아니라 지신의 영지를 박살 내버린다는 것. 


그렇게 타 영지의 귀족(자제, 애들)과 교류에 신중해라. 왕족과의 교류는 더욱 조심해라(왜냐면, 왕권을 둘러싼 내전으로 몇몇 영지가 박살 남, 즉, 줄 잘못 서면 패가망신으로 끝나지 않는, 그게 얼마 전임)라고 측근과 부모, 양부모, 스승(페르디난드, 위 빵꾸남)이 그렇게 주입 시켰는데도 다 까먹고 무시해버리는 통에 에렌페스트는 마인이 뿌린 지뢰로 온통 도배가 되어 버리죠. 이번 6권은 그 정점입니다. 1년 전 둘째 왕자가 앓고 있던 상사병을 치료해주며 그녀의 주변과 에렌페스트를 발칵 뒤집어 놓더니 1년이 지난 후 이번엔 셋째 왕자와 교류를 하면서, 아니하는 건 좋은데 제발 좀 주변과 상의를 하라고. 외전에서 그녀의 아버지, 양아버지, 스승이 그녀 때문에 머리 싸매는 게 압권이죠.



여기서 끝나지 않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랄까요. 1부에서 진짜 가족과 해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영주의 양녀가 되어 지내던 어느 날 이복동생이 납치 미수를 당하고, 자신도 독에 당해서 2년이나 혼수상태에 빠지게 만든 원흉, 과거로 올라가면 에렌페스트를 말라 죽이려 했던 '아렌스바흐'의 출신의 학생에게 그녀가 보여준 태도는 이번 6권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군요. 한마디로 아렌스바흐는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적국이나 다름없어요. 그런 영지의 학생에게 자신의 주변의 정보를 넘겨주려 하는 태도는 올바르게 봐야 할까. 단순히 책과 연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동질감을 느껴가는 마인, 주변을 스트레스성 대머리로 만드는 능력은 여기에 있죠.


그러니까 책이 끼이면 그녀는 눈에 보이는 게 없어요. 측근을 통하지 않고 왕족과 아무렇지 않게 약속을 잡아 버리고(이건 정말 큰일 나는 행동), 위험성을 자각하지 않는(못하는 게 아니라)통에 언제나 살얼음판이죠. 근데 이런 게 또 다른 매력이라면 매력인데요. 그렇게 살얼음판을 이어가면서도 일은 그럭저럭 잘 풀려간다는 게 또 질이 나빠요. 그녀가 저지른 짓을 해결해야만 하는 측근들은 죽어나가고, 그런 측근들을 보며 어머나 '미안해라', 악마가 있다면 그녀겠죠. 한 번쯤 호되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그녀의 부모들과 측근들은 매우 유능하다는 것.


자, 끝이 아닙니다. 그렇게 만나지 말라고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부모들이 주의를 줬는데도 그새 까먹어 버리죠. 다른 상위 영지 자제들을 만나는 건 정보를 모으는 차원에서는 어느 정도 용납이 되는데 왕족은 안된다고요. 왕족은. 왕권을 둘러싼 정쟁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여파로 몇몇 영지가 묵사발이 되어 버렸어요. 그러니 줄을 어디에 서야 될지 간을 보는 에렌페스트 입장에서는 쉽사리 왕족과의 교류를 피해야 할 상황. 그런 상황에서 셋째 왕자를 모셔놓고 다과회 중에 왕자가 왕궁 도서관에 초청하겠다고 하자 그녀는 너무 기뻐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졸도해버립니다. 뒷일이 궁금하시죠?


맺으며, 에렌페스트를 쥐락펴락하며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던 베로니카(양아버지 질베스타의 어머니)를 실각 시키고, 마인이 치고 나오면서 베로니카가 속했던 영지 아렌스바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건 이전부터 나왔었는데요 이번에 더욱 노골적으로 귀족들의 자제들을 노리게 됩니다(이건 필자의 추측). 이 일은 7권에서 마인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지 않을까 싶은데, 문제는 마인이 이걸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군요. 진짜 가족과 지금의 가족들이 휘말릴지도 모름에도요.


그래서 저런 악마 같은 마인에게 벌을 주어야겠죠. 주변이 말려들면서 에렌페스트가 초토화되는 전쟁을 겪는다면 그녀도 조금은 얌전해질까요. 그렇지 않겠죠. 왜냐면, 이번 6권에서 주변은 물론이고 왕족과 왕궁이 혹은 신(神)이 말려들지도 모를 초대형 전차 지뢰 하나를 깔아놨거든요. 마인의 마력은 거의 무한대임에도 절반이나 소모 시켰으니 얼마나 큰 지뢰일지 짐작조차 안 되더군요. 거기에 전쟁의 전조까지 보이게 되면서 굉장히 흥미진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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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빨로 연명합니다! 5 - S Novel+
FUNA 지음, 스키마 그림, 박춘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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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신(神)의 실수로 시작하는 ​이세계 전생, 이 약으로 말씀드릴 거 같으면 약장수, 거짓말은 안 했다 진실도 말 안 했지만 약팔이, 신명(神名)으로 묻는다 죽고 잡냐? 공갈협박, 의미 없는 신랑을 찾아 3만 리 구혼 여행. ​포션으로 연명하려다 집안 다 태워먹고 세계 유랑단.


5권 줄거리: 1~4권에서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카오루'가 저질렀던 온갖 만행이 벌(罰)이 되어 되돌아온다. 가만히 앉아 죽을 수는 없고, 죽고 싶지 않으면(아니 애초에 죽지도 않지만), 이쪽에서 쳐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근데 어째 유도되는 느낌이 드는 게 누군가가 지펴놓은 촛불에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5권 필자의 한 줄 평: 이세계 사람들은 불쏘시개 짊어지고 불로 뛰어드는 똥 멍청이, 사람 말을 안 듣는다. 가족은 건들지 말자. 죽는 수가 있다. 적군이든 아군이든 뒷일이 감당 안 되면 저지르지나 말자. 역시 죽는 수가 있다.


특징: 포션은 만능이다. 때문에 있을 곳을 잃어버렸다.



매우 매우 매우 강력한 스포일러 주의.




결국 사달이 나버렸습니다. 포션이 귀한 세계에서 포션을 마구 쓰고, 여신 세레스가 내 친구입니다.라고 했다가 사도님!! 납셨네라며 온갖 벌레들이 그녀를 이용하고자 꼬여버린 결과 집을 버리고 야반도주를 밥 먹듯이 해서 온 대륙을 싸돌아다니지 않으면 안 되었죠. 그리고 유랑한 끝에 대륙 끄트머리에 다다랐습니다. 여기라면 아는 놈들 없겠지, 안 오겠지 했지만 웬걸, 어떻게 알고 귀신같이 찾아옵니다. 와서 한다는 소리가 '포션 좀 팔아주셈', 다짜고짜 '너의 이름은?' 요기까지라면 그러려니 합니다. 저놈들도 다 자기가 살기 위해 이곳까지 물어물어 찾아온 거니 불쌍한 측면도 있었죠.


근데 말입니다. 가족은 건들면 안 돼요. 


부모에게 버림받고, 상인에 팔려 끌려가던 와중에 인신매매까지 당한 끝에 '카오루'가 구출한 '레이에트'라는 6살짜리 소녀를 상처 입히는 행동은 그 무엇으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단 말입니다. 줄곧 같이 지내며 정이 들었고, 이젠 가족이나 다름없는 레이에트가 또다시 납치미수에 죽을 만큼 두들겨 맞은 모습을 본 순간. 그렇게 그녀(카오루)를 신의 사도로 모셨으면서 신벌이라는 공갈협박을 그렇게 당해놓고, 소문으로도 그녀를 건들면 x된다는 걸 알 텐데도 그녀의 가족인 레이에트를 이 꼴로 만든 이유가 뭘까. 포션을 독점하려는 무리의 무모한 도전일까, 아니면 신의 사도라는 타이틀을 이용하려는 종교집단의 소행일까.


확실한 건 잡히면 뼈와 살이 분리된다는 게 뭔지 알게 된다는 것.



근데 느낌이 심상찮습니다. 카오루와 결판을 낼 거면 직접적으로 찾아오면 됩니다. 대륙 끄트머리까지 도망간 카오루를 물어물어 찾아온 상인들처럼요. 근데 당사자도 아니고 힘도 못쓰는 어린 소녀를 납치하려 했다? 보통 일이 아니죠. 레이에트를 볼모로 잡아 카오루에게 뭔가를 시키려는 건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이런 알기 쉬운 짓(납치)을 할까. 더욱이 그녀(카오루)가 신벌을 내릴 수 있다는 걸 안다면 이러지 못하죠. 즉, 뭔가를 시키려는 게 아니라 원한을 풀기 위해 납치를 해서 이판사판으로 그녀와 동귀어진을 하려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그녀가 원한을 산 일이 뭐가 있을까.


몇 권인지 기억은 안 납니다만. 카오루가 발모아 왕국에 있을 때 이웃 나라 루에다 법국을 궤멸시킨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여신 세레스에 의해 멸망했지만 세간엔 카오루에 의해 멸망한 줄로만 알고 있죠. 이때를 기점으로 그녀는 신의 사도라는 이명이 공고해졌지 않나 합니다. 아무튼 자신들은 정당한 짓거리를 했는데 왜 멸망 당해야 하냐고 부조리하다고 느끼는 놈들이 나오는 건 당연한 거겠죠. 느닷없이 빠른 진행을 보여주는데요. 브란코트 왕국이 왕권을 둘러싼 내란이 일어나고 그 이면에 루에다 잔당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본격적으로 카오루를 끌어들이는 세계대전 발발 직전이라는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여기서부턴 필자의 뇌피셜입니다만. 루에다 법국 잔당이라는 단어가 나오면서 레이에트를 납치하려 했던 목적이 명확해진다고 할까요. 즉, 그녀(카오루)를 세상으로 끄집어 내어 없앤다. 사실 이 부분은 소름이 돋았군요. 뭐냐면, 납치에 성공해도 카오루는 레이에트를 찾으러 갈 것이고, 미수에 그치더라도 열받은 그녀가 쳐들어 올 테니까요. 루에다 법국 잔당들 입장에서는 찔러놓고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죠. 함정을 파 놓고서요. 그리고 소설가가 되자 최신 연재판을 보면 5권 이후 그녀의 행적을 알 수 있어요. 6권이 2부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될 듯한데, 카오루와 법국 잔당들 간 결전은 피할 수 없게 되었죠. 


사실 이 작품은 이세계 주민들은 멍청하고 주인공(카오루)은 똑똑하다의 전형 중 하나입니다. 언제나 주인공이 이기는 형식이죠. 그런데 이번 레이에트 납치 미수를 보면서 루에다 법국 잔당들의 머리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을 받게 합니다. 납치가 성공하든 미수에 그치든 카오루는 법국 잔당들인 자기들 앞으로 올 테고, 그렇게 흘러가고 있기도 하죠. 한때 정을 붙였고, 지인도 많은 발모어 왕국이 잔당들에 의해 침공 받을 위기에 처하자 카오루는 할 수 없어 발모어 왕국으로 길을 떠납니다. 결국 모든 게 루에다 법국 잔당들 뜻대로 움직이는 그런 느낌을 받게 하죠. 


작가가 의외로 꽤 진지하게 글을 썼다고 할까요. 원래 이런 느낌의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맺으며, 사실 이번 5권 대부분은 카오루가 구해준 마리알이라는 여자작의 이야기라 할 수 있군요. 그러니까 마리알이 카오루의 도움을 받으며 본의 아니게 신의 사도(금지옥엽)로 오해받아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리알은 또 다른 카오루라 할 수 있죠. 신의 사도라는, 타입의 눈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가나 하는 실험성이 강한데 정작 작중에서는 이런 느낌은 없고, 그저 마리알을 도와 잘 살게끔 한다는 그런 이야기군요. 그리고 신의 총애나 사도를 이용하려 드는 사람들이 나오고 그걸 밟아갈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물론 악마 짓거리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카오루도 여전하고요. 거짓말은 안 했지만 진실도 말 안 했다고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잔머리 하나는 예술이죠. 여튼 루에다 법국 잔당들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상당히 진지해집니다. 잔당들이 카오루에게 얼마만큼이나 복수심에 불타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까요. 그래서 6권은 개그성보다 시리어스로 점철되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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