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미궁의 최심부로 향하자 1 - S Novel
와리나이 타리사 지음, 박용국 옮김, 우카이 사키 그림 / ㈜소미미디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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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매우 강한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소시오패스는 한마디로 나의 성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걸 일컫는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이세계로 내동댕이 처진 지구인이다. 여느 이세계물이라면 주인공에게 치트라도 내려질 만도 하겠는데 그런 건 받지 않았다. 그런 주인공이 처음으로 눈을 뜬 곳은 던전이었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일반인이 마물이 들끓는 던전에서 패닉에 빠지는 거까지는 사실적으로 묘사가 된다. 주인공은 순진했던 것일까. 이런 캐릭터라고 작가는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주인공은 지나가는 모험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칼에 찔리고 되레 미끼가 되어 마물에게 공격당하는 부조리를 겪게 되면서 그도 이세계의 생태를 깨달은 것인지도 모른다. 남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주저하면 안 된다는 것을. 물론 작중엔 표현되지 않는다. 다만 작가가 이렇게 의도하고 집필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소시오패스다. 처음 이세계로 떨어지고 던전의 위험성을 알게 된 그는 혼자서 던전에 들어가는 걸 주저하게 된다. 이 작품은 현실적이게도 먹고 자고 하는데 돈이 들어간다는 걸 역설한다. 주인공이라고 시작부터 돈이 있는 건 아니다. 던전에는 들어가야 하는데 혼자선 못 들어가고, 보통 이러면 모험가 길드에 가서 파티원 찾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알바하던 가게 앞에 쭈구려 앉아 있는 '디아'라는 소년을 꼬드겨 총알받이, 고기 방패로 써먹을 작전을 짠다. 처음엔 먹을 걸로 낚더니 파티가 되고 그의(디아) 유용성을 알고 나선 온갖 감언이설로 그를 꼬드기며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 없이 행동하는 장면은 정말로 소시오패스를 연상시킨다. 물론 주인공은 힘들게 얻은 파티원이니 쉽게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강박관념도 있었을 것이다.


위에서 주인공은 치트를 받지 않았다고 했는데 역시나 주인공 보정은 어김없이 들어간다. 타인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능력과 생명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면서 상대가 얼마나 강하고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디아'의 능력을 알게 되었고, 남들보다 강한 그(디아)를 이용하면 던전을 보다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리게 된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이용당하는 '디아'는 순진하게도 주인공의 의도를 모른다는 것이고. 자신을 이용해서 보다 쉽게 던전을 클리어하는, 요컨대 기둥 서방질을 당하고 있는데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에서 주인공의 질이 더욱 나쁘게 다가온다. 물론 '디아'로서도 파티를 찾지 못해 노숙을 밥 먹듯이 하는 생활 속에서 자신을 파티에 넣어준 주인공이 무엇보다 고마울 수는 있다.


결정적으로 필자가 주인공을 소시오패스로 단정하게 된 장면은 노예를 이용해서 던전을 클리어하겠다는 장면이다. 돌이켜보면 사실 주인공의 행동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써먹을 수 있는데 써먹지 않는 건 낭비고 손해니까 적재적소에 써주는 게 잘못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걸 당연시 여기고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가에 있다. 주인공은 적어도 1권에서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 사이트에서 주인공의 성격을 이타적이라고 해놨던데 누가 쓴 건지 보는 눈이 없다고 해야겠다. 처음 이세계 던전에 내동댕이 처지고 도움을 요청했던 모험가에게 부조리를 당했으면 거기서 뭔가 배우는 게 있지 않을까. 남에게 이용당한다는 게 얼마나 기분 더러운지 말이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주인공은 그 모험가와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처음으로 돌아가서, 역시나 이 작품도 히로인들을 빼놓을 수는 없나 보다. 사람 말을 안 듣는 히로인 '라스티아라'의 음습함은 혀를 내두르게 하고, 소년인 줄 알았던 '디아'는 사실 여자였다는 기믹 아닌 기믹을 심어놓질 않나. 일반인이 이세계에 떨어져 개고생한다는 아이덴티티였을 텐데 일반인 답지 않게 여자 노예 구입에 아무런 저항이 없고. 하다 하다 말하는 여성형 마물을 등장시켜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주인공에 엉겨 붙는다. 히로인은 아니지만, 초장 던전에서 개고생하며 밖으로 나올 때 도움을 받고자 남자 모험가들을 패스하고 여자 모험가들에게 도움을 받으려는 장면은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러니까 소시오패스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도 싶다. 지구에 여동생도 있다. 독백하는 장면을 보니 예사롭지 않은 관계로 보인 건 필자의 착각일까.


사실 파고들면 제법 이야기 구성에 치밀함도 엿보긴 한다. 주인공이 이세계로 떨어진 이유가 여동생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라든가. 주인공의 여동생이 알고 보니 슈퍼 얀데레이지 않을까 하는 것. 주인공이 이세계에 떨어진 건 처음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기억을 조작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 이걸 생각해내려고 하면 스킬이 강제적으로 주인공 머리를 안정화 시켜버린다는 것. 주인공의 정체를 알고 이용하려 하는 어떤 히로인. 집에서 버려지고 사람들에게 시달려 정신이 망가진 끝에 주인공에게 집착하려는 어떤 히로인. 이 모든 상황을 이용하려 하고, 여동생이 보고 싶다는 일념 하에 클리어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던전 100층으로 향하려는 주인공. 이런 줄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분명한 건 웃기는 장면은 하나도 없고 암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들뿐이라는 것이다. 일러스트 '우카이 사키' 작가가 참여하는 작품은 대개 이렇더라.


맺으며: 결국은 먼치킨물이다. 물론 치트를 받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치트 먼치킨이 아니라고 한 적도 없다고 할 수 있는 게 이 작품이다. 타인(마물 포함)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것과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능력은 이점에 대단히 크다. 이걸 주인공이 가지고 있다. 며칠 만에 누군 몇 년을 고생해야 도달할 수 있는 레벨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순수하게 즐기려는 쇼핑에서 능력을 써서 물건을 고르는 낭만 없는 짓거리를 보여주는 게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이러한 여러 행동들을 합쳐 주인공은 합리적인 성격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계산적으로 살아가서는 올바른 인간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음습함의 대명사가 될 거 같은 '라스티아라'가 관심을 보여오고, 집착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디아' 같은 히로인이 붙게 되는 거 아닐까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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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14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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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고블린 슬레이어가 열심히 고블린을 잡고 다닐 때 왕국은 북쪽 나라를 날름 접수해버린 모양이다. 예전에도 용사가 마신(魔神) 잡으러 다닐 때 고블린 슬레이어는 열심히 고블린을 때려잡고 있었는데, 이 작품은 주인공이 활약하는 모습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대에 일어나는 일들을 간간이 전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이렇게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와 시간축이 겹치게 되어 이들에게도 어떤 의뢰가 내려지기도 하는 게 특징이다. 이번엔 북쪽에 새로 편입된 야만인이 산다는 영토로 가서 모험가 길드를 세울 수 있는지, 모험가란 무엇인지 영업 좀 하고 오라는 의뢰가 떨어진다. 사실 말이 북쪽이지 영구 동토나 다름없는 얼음투성이의 땅에 간다는 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가는 길도 마치 눈이 지천에 깔린 에베레스트를 넘듯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 산을 넘어야 한다. 고생할게 뻔한데 거부하지 않은 건 이들이 그만큼 신뢰를 받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친선대사의 위치란 거다.


아닌 게 아니라 산을 넘는데 얼어 죽을 판이다. 다른 길도 있다는데 굳이 이런 험한 길을 택한 이유가 뭘까. 엘프 궁수는 묻는다. "왜 이 길로 골랐어?" 고블린 슬레이어는 대답한다. "지나가보고 싶었다" 엘프 궁수는 입만 열었다 하면 모험을 하자였다. 고블린을 잡는데 소극적이고 우웩 하던 그녀가 그녀의 말대로 시작부터 죽을 만큼 모험을 하게 되었으니 불만을 비추지는 못할 것이다. 근데 불만이랄 것도 없이 엘프는 정령에 가깝다 보니 추우나 더우나 어차피 자연이 일으키는 현상, 다들 얼어 죽는데 엘프 궁수만은 날아다닌다. 뭔가 손해 본 느낌이 아닐까도 싶다여신관은 고블린 슬레이어와 같이 다니면서 준비성 하나만큼은 철저히 하고 있다. 아마도 첫 모험의 실패가 그녀의 준비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지 않았나 싶다. 아직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간간이 그 편린을 엿 보인다. 실패는 준비를 키우고 성장시킨다고 했던가. 이번 여행에서 아직 솜털은 남아 있지만 제법 중견 다운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치고 북쪽 지방에 도착한다.


번역가가 경상도 사람일까. 같은 경상도 사람이 봐도 모르는 사투리(&방언)를 정말 잘 구사하고 있다. 몇몇 단어는 뭔 뜻인지 몰라서 검색을 통해 정말로 경상도 사투리(&방언)이라는 걸 알게 된 경우도 있다. 무슨 말이야 하면, 좁다란 우리나라의 경우를 봐도 각 지방마다 사투리가 존재한다. 하물며 판타지라고 방언이나 사투리가 존재하지 말란 법이 없다. 번역가는 이번 14권에서 북쪽 지방의 방언이나 사투리를 경상도 사투리나 방언으로 번역을 하였는데 같은 경상도 사람이 봐도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의 일러스트는 완성도가 높기로 제법 유명하다. 부족장의 부인이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을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부인의 일러스트가 정말 잘 나왔다. 그런데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사투리'는 다크 판타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를 완화시켜준다. 그러니까 카나리아 같은 음성을 기대했는데 참새 같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뭐 그런 경우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야만인이 산다고 해서 뭔가 긴장하고 그랬는데 정이 있다. 불시에 찾아온 사람들을 내쫓지 않고 손님으로 환대해준다. 종교가 다르다고 차별도 하지 않는다. 영화에서처럼 경계를 완화시키고 잡아먹는 식인종도 아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술을 좋아하고 유흥을 즐길 줄 안다. 그런 환대 속에서 여신관은 처음으로 바다를 접하게 되어 들뜨고, 부족장의 부인과 성격이 맞아서 친해진다. 서로 믿는 종교가 달라도 그 교리를 인정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새로운 것들을 배워간다. 부족장과 금술 좋은 것에 즐거워하고 부러워한다. 여신관은 세상은 넓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 간다. 사람은 만남에 있어서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왕국은 북쪽 지방에 모험가 길드를 설립하고 모험가란 이런 사람이라고 알리고 싶어 했다. 하지만 북쪽 사람들은 모험가란 도적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은 결코 무뢰한이 아니다. 왕국을 다스리는 왕이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을 북쪽으로 보낸 까닭은 여기에 있다.


자, 그럼 모험가란 무엇인가를 보여줄 차례다. 모험가란 모험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북쪽 지방에도 고블린은 있다. 마신이 이끌던 혼돈의 세력에 속하는 고블린은 북쪽 지방에서 낙오되었다고 한다. 이 고블린 무리들이 마을을 습격하게 되었고, 이를 퇴치하러 갔던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거친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살아가는 북쪽 사람들이 고작 고블린에게 질리는 없다. 바다에는 유귀(幽鬼)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여신관은 말한다. "모험가에게, 맡겨 주세요" 그러해서 다들 배 타고 바다로 나간다. 유귀는 '크라켄'이다. 판타지 신화에서 빠질 수 없는 마물이 있다면 바로 크라켄이 되겠다. 이번에도 고블린 슬레이어는 팔자에도 없는 크라켄을 잡아야 하고, 엘프 궁수는 이것이 모험이라며 입에 귀에 걸리게 되는데 이걸 두고 볼 고블린 슬레이어가 아니다. 심술을 부리려고 했던 것은 아닐 테지만 엘프 궁수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게 되고 결국 엘프 궁수에게 엉덩이를 걷어 차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참 유쾌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왕(王)의 안목대로 고블린 슬레이어의 주변에 왜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지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1~14권 통틀어 가장 극적인 장면이 아닐까 하는데, 고블린들에게 붙잡혀 죽을 만큼 괴롭힘을 당하고 끝끝내 바다에 버려지는 수인 여자를 구하는 장면이 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다다. 빠진다면 금방 죽어버릴 터다. 비록 버프를 받았다곤 해도 망설임 없이 바다에 뛰어들어 수인 여자를 건져 올려 품에 껴안아 구출하는 장면은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이 아닐까 했다. 이것으로 북쪽 사람들에게 모험가란 이런 사람들이라는 걸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용맹함이란, 적을 맞아 목숨을 다해 싸우는 것만이 아니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북쪽 사람들과 연합해 크라켄을 쓰러트려 간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생각하는 것도. 


맺으며: 이번에는 고블린 슬레이어와 엘프 궁수의 티키타카가 꽤 재미있게 다가온다. 산을 넘어가다 동굴에서 고블린과 마주치게 되는데, 엘프 궁수가 말하길 "너랑 모험 나서게 되면 대개 이렇다니까. 책임져줄 거야?"라는 말에 고블린 슬레이어가 말하길 "모른다". 바다에서 엉덩이 걷어 차이기도 하고 이제 몇 년이나 같이 모험을 하다 보니 스스럼없게 된 모습은 꽤 훈훈하게 다가온다. 여신관은 이제 중견으로서 자기 할 일을 늠름하게 해내는 모습 또한 대견하게 다가온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이런 여신관의 능력을 높이 사고 어엿한 동료로서 인정하게 된다. 그건 그렇고 13권에서 시골 소녀를 만난 뒤로 고블린 슬레이어의 행동에 변화가 찾아온다. 들뜨기도 하고, 주위를 산만하게 쳐다보기도 하고 그동안 하지 않았던 행동을 보이게 되는데, 시골 소녀가 앞으로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사뭇 기대가 된다. 그 시골 소녀는 모험가로서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마 지금의 용사 다음 새로운 용사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자꾸 혼돈의 세력을 언급하는 거 보면 무관해 보이지는 않아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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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왕자의 적자국가 재생술 ~그래, 매국하자~ 1 - Novel Engine
토바 토오루 지음, 파루마로 그림, 박수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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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인구 50만의 소국(小國) 나트라 왕국, 자원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북방의 조그마한 나라에 왕이 병으로 드러눕자 왕자가 섭정이 되어 나라를 이끌어 가는 이야기다. 요즘 시대라면 모로코처럼 군사만 다른 나라에 의지하고 자치국가로 살아남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대 사회 이전의 역사를 보더라도 이런 힘없는 나라는 짓밟히는 게 일이다 보니 괜히 다른 나라에 개기는 것보다 잽싸게 흡수 당해서 백성들의 안위를 돌보는 게 위정자로서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한다. 하는 게 이 작품의 주인공(왕자) '웨인'이 가진 대체적인 생각이다. 이왕이면 나라 넘기는 대가로 돈을 받아서 노후 생활 보장받으면 금상첨화다. 반발하는 보좌관에게 국력의 차이로 거역해봐야 쓸데없는 피를 흘릴 뿐이고, 우릴 흡수하려는 나라가 얼마나 강한지 설명 잘하면 국민들도 알아줄 거라고 하신다.


이렇듯 주인공은 자나 깨나 나라 팔아먹을 생각으로 가득하고 딱 매국노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주인공은 단순히 다른 나라에 꾐에 넘어가서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게 아닌, 현실적으로 나라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자금, 인재, 자원 골고루 너무나 부족하기에 결국은 현대 사회에서의 자치국가와 같은 플랜을 짜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말투에서 매국노 냄새를 풀풀 풍기고 있어서 나쁜 놈으로 인식되기 십상이다. 행동으로도 적당히 양념해서 이 정도면 옆 나라가 비싸게 사주겠지 하며 행동하는 터라 대충 읽다 보면 이놈 매국노 맞네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사실 반대로 생각해보면 국민들의 미래를 위해 매국노 소리 듣더라도 총대를 맬려는 성군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나라와 긍지를 팔아먹으려는 매국노 그 이상이 된다. 결국 이걸 조화롭게 풀어가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가 된다.


옆 나라 어스월드 제국은 대륙 통일을 위해 이곳저곳에 싸움을 걸고 있다. 근데 대륙 중간에 커다란 산맥이 있고, 이걸 넘기 위한 지름길이 주인공의 나라에 있다. 여느 이세계물을 보다 보면 주인공이 무능력이면서 먼치킨이라는 요소를 감춰 두듯이, 이 작품도 앞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나라라고 해놓고 이렇게 이야기 흐름에 필요한 요소를 집어넣어 놓는다. 당연히 제국은 주인공의 나라를 눈독 들이게 되고, 주인공은 제국에게 어떻게 하면 나라를 잘 넘길까 고민하게 된다. 나, 알고 보면 비싼 몸이야라며 양념을 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기면 무력 침공 당하고, 그렇다고 그냥 넘기면 국내 반발로 쿠데타 일어나 쫓겨날 테고 그러면 편한 노후생활을 물 건너가게 되니 주인공은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이 작품의, 주인공의 진면목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은 나라를 팔아서 편한 노후를 즐기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아첨도 마다하지 않는다. 제국의 침략을 받지 않고 스무스하게 흡수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제국의 문물을 받아들여서 동화하면 된다. 제국의 자금과 군사 운용의 노하우를 받아 병사들을 제국식으로 키우면 현재 상황(제국 뜻을 따른다)에서나 흡수되었을 때 병사들이 요긴하게 쓰일 테니 제국에게 밉보이지는 않을 터. 자금이 생기고 훈련의 질이 높아지니 국내 여론도 무마할 수 있는 일석 2조나 다름없다. 주인공은 이렇게 매국을 위해 잔머리를 엄청 굴려댄다. 다만 현실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제국의 황제가 죽어버린다. 결과적으로 흡수는 중지되고, 제국의 자금과 훈련을 받았으니 주인공의 나라는 질적으로 힘이 향상되어 버린다. 


이렇듯 주인공이 매국을 하면 할수록 나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구조고, 주인공은 성군이 되어 간다. 주인공의 바람과는 정 반대로 흘러간다고 보면 된다. 제국과의 일이 흐지부지되니까 마덴이라는 나라가 침공해온다. 주인공은 제국에 잘 보이기 위해 마덴과의 전쟁을 치르기로 한다. 여기서도 주인공의 의도와는 사뭇 다른 전개가 펼쳐지고, 주인공은 절규하게 된다. 적당히 하고 끝내려고 했는데 어째 자꾸 나라가 강해지고, 군사들의 사기는 올라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빈국에 바람 훅 불면 날아갈 거 같았던 나라가 이제는 부국까지는 아니지만 강병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러면 제국이 안 좋아할 것이다. 왜냐면, 이렇게 자신감이 붙어버리면 국민들은 제국에 흡수되기 보다 싸우길 원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만다. 군사들은 마덴을 쳐들어 가야 된다고 진언하기 시작한다.


아무튼 요점을 정리하자면, 일종의 착각물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이 정도만 했으면 좋겠는데 주변이 그의 의도와 다르게 힘을 내는 바람에 주인공이 원하는 결과에서 몇 배는 더 좋게 일이 잘 풀려 버린다고 보면 된다. 그럴수록 명성은 더 올라가고, 외교에서도 상대가 알아서 착각해주니 주인공으로서는 편할 뿐이다. 다만 주인공으로서는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이보다 짜증 나는 상황은 없다. 얼핏 행운만 높고 무능한가 싶기도 하지만 제목처럼 천재라는 수식어를 보듯이 주인공의 능력 또한 출중하긴 하다. 전쟁에서 전술을 짜고, 적을 분석해서 허를 찌른다던지 소수의 인원으로 다수의 적을 무찌르는 등 매국할 생각만 아니면 제국이고 뭐고 대륙까지 통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분위기를 보면 그렇게 흘러간다. 


맺으며: 리뷰가 아니라 뭔가 설명만 하다가 끝난 느낌이다. 이런 장르를 거의 접하지 않다 보니 어떻게 리뷰해야 될지 모르겠다. 아무튼 애니메이션화도 된다고 하니 내용적으로는 괜찮은 작품이 아닐까 한다. 보좌관 '니님'과의 러브 코미디 찍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2권에서 '니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언급되지 싶은데, 그녀에 관해서는 2권 리뷰에서 다뤄보겠다. 주인공의 고삐를 쥐고 진짜로 나라 팔아먹고 도망 가려는 주인공을 제어해주는 히로인이다. 주인공이 그녀를 대하는 태도도 심상찮은 게 과거가 밝혀지면 좀 흥미진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거나 주인공이 뭔가 하려면 몇 배는 잘 풀리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나름대로 개그도 들어있고, 상황을 어렵지 않게 풀고 있어서 진입 장벽은 낮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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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전설이 된 영웅의 이세계담 1 - L Novel
타테마츠리 지음, 미유키 루리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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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제목은 뭔가 중2병을 연상케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꽤 탄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이 이세계에 불려가 위기에 빠진 왕녀를 구하고 구국의 영웅이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니까. 틀에 박힌 이야기이긴 한데, 여러 나라가 등장하고 거기에 관련된 인물들을 촘촘히 배치해 둠으로서 인물 관계를 통해 서로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그란츠 대제국의 제6황녀 '리즈'를 만나 그녀의 편에 서서 싸워 나가게 된다. 이 작품에서 적(에너미)으로 나오는 건 큰 틀에서 보자면 이웃나라도 이웃나라지만, 왕권을 둘러싸고 기싸움 중인 그녀의 오빠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피를 나눈 남매의 전쟁에 주인공이 끼여서 고생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약속된 것처럼 주인공이 담당하게 되는 인물(히로인)은 다른 오빠들보다 연약하다. 지지해주는 세력이라곤 백성들 밖에 없고 정치적으로 뒷받침되는 귀족들은 전무하다시피 한 게 이런 작품에서 왕녀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주인공 '히로'는 사실 이번이 두 번째 이세계 소환이다. 첫 번째는 까마득한 과거, 기울어져가는 나라에 소환되어 [군신]으로 불리며 나라를 구하고, 주변 나라를 정복하여 대제국을 건설한 영웅이 되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주인공은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갔고, 다시 3년 후 같은 나라에 소환되나 이번엔 1천 년 후의 세계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은 무엇 때문에 주인공을 이세계로 소환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첫 번째 소환 때도 그저 나라가 위기에 빠졌으니라는 두리뭉실한 이야기뿐이다. 두 번째 소환해서는 얼핏 느끼기로 위기에 빠진 히로인 '리즈'를 도와 나라의 기강을 다시 잡으라는 메시지를 품고 있는 듯한데, 솔직히 주인공을 소환하여 나라를 구하고 어쩌고 할 정도로 나약해진 나라라면 진화와 도태라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그냥 망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 작가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무엇을 시키려는 걸까. 이 작품에서 마왕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에 판타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령이 등장하고, 정령의 가호와 정령의 부산물로 만들어진 무기, 정령이 깃든 정령검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것이 이 작품에서 전장을 이끌어가는 키포인트가 된다. 정령검이 선택한 인물은 왕이 될 수 있으며, 그 가호를 받아 일기당천이 되는 능력을 얻게 된다. 히로인 '리즈'는 5대 정령검중 '염제'의 선택을 받게 된다. 세상의 기준은 정령으로부터 돌아가는 시대에서 그녀는 왕위 계승권 8위이면서 단숨에 상위권으로 뛰어오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오빠들의 견제... 말이 견제지 오빠들은 그녀를 죽이려 군사를 푸는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어쩌면 중세 시대의 고증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네 역사를 봐도 기미 상궁이 괜히 있었던 게 아니니까. 주인공은 오빠들의 계략으로 지방으로 좌천되는 '리즈'를 따라가게 된다. 주인공은 그녀와의 여행길에서 1천 년 전의 기억이 차츰 돌아오게 되고 [군신]이라는 진면목을 보여주며 '리즈'를 돕게 되는 게 1권의 핵심 이야기다.


그런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의 정의(定義)는 무엇인지 1권에서는 명확하지가 않다. 나라의 위기? 그래서 주인공소환? '리즈'의 나라는, 1천 년 전 주인공이 구해준 나라다. 1천 년 후 주인공이 건설한 대제국의 위상은 여전히 건재하며 주변국을 압도하고 있다. 왕권을 둘러싼 자중지란은 어느 나라고 흔히 있는 일이다. 사실 힘이 있는 자가 나라를 이끌어가는 게 중세 시대에서는 나라의 근간을 지키는 일이기에 싸워서 이긴 자가 왕좌에 않는 건 딱히 이상하지 않다. 하물며 그란츠 제국은 이웃나라를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침공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짓밟는 짓을 하고 있다. 문맥상으로 보면 나쁜 쪽(판타지로 표현하면 마왕이 이끄는 마족)은 그란츠 제국이 된다. 이런 나라에 주인공을 소환해서 뭘 하려는 걸까. 히로인 '리즈'는 오빠들에 비해 백성들을 생각하는 어진 왕으로 표현된다. 지지도 많이 받고 있고. 단순히 '리즈'가 오빠들에 의해 위험에 빠져드니 도우라고 주인공을 소환한 걸까?


아니면 1천 년 전에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리즈'와 편먹고 마치 천하를 통일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주인공 보고 이세계를 통일하여 영웅으로 올라서라는 이야기일까. 근데 아무 이유 없이 다른 나라를 침공해서 내 땅이라고 하는 사람을 영웅이라고 칭송해야 되나? 물론 제국(리즈의 나라)이 아니꼬워서 침공해오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국이 하는 짓을 보면 침공 당하더라도 할 말은 없어 보인다. 일례로 제3왕자가 실적을 바라고 옆 나라를 침공하기도 하고, 전리품이랍시고 잡아온 병사들을 노예로 팔아버리기도 하니까 당해도 싸다는 느낌이다. 보통 어떤 작품이고 시작 초기엔 명분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가령 마족이 침공해서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앙갚음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나 이 작품같이 중세 시대를 표방하고 있다면 적어도 나라가 침공 당해서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명분이 필요한데 그런 게 없다. 그저 '리즈'가 위험하니 도우는 형식이다.


계속해서 이 작품의 문제점을 열거해보겠다. 첫 번째 히로인 '리즈'가 주인공을 너무 허물없이 대한다는 것, 흔해빠진 이벤트로 숲에서 목욕하고 나오는 리즈와 그녀를 빤히 보는 주인공과의 조우씬. 보통 뭐 여기서 죽이네 마네라는 연출이 생길 법도 한데 그런 건 없고 만난 지 1초 만에 10년은 같이 산 부부처럼 허물없이 대하는 '리즈'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호위 기사들의 경계에서 주인공을 두둔하는 모습에선 현실미가 떨어진다. 주인공이 누구인 줄 알고 두둔하는 것일까. 지방으로 떠나면서 같은 천막에 하룻밤 보내기. 두 번이나 주인공에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보이고도 태평한 것. 정보 좀 찾아보니 리즈가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을 알게 되었지만 어차피 작가의 머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지라, 이러한 행동들은 상당히 오점으로 다가온다. 


두 번째, 주인공 우상화. 1천 년 전 [군신]으로 표현할 정도로 지략적이든 능력적이든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주인공은 리즈와의 알몸씬과 더불어 현실미가 상당히 떨어진다. 이 작품은 마법 같은 근사한 능력은 없고 정령검으로만 전장의 판도를 가늠하게 된다. 문제는 정령검이 무슨 우주 결전 병기처럼 표현된다는 것인데, 정령검에 선택된 사람은 일기당천이 되어 진짜로 1천 명의 군사들을 도륙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사기템빨이면 전략이든 전술이든 뭐 하러 짜고 많은 군사들이 필요하나 싶다. 혼자서 수천의 군사를 도륙하고, 1만이 넘는 군사를 와해시켜 버린다.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작가는 밸런스라는 말을 모르나? 일반적인 인간 대 인간의 싸움뿐인 이 작품에서 괴리감이 상당하다. 작가는 정령검 들고 주변국을 도륙하라고 주인공을 소환한 것일까? 주인공은 1천 년 전 대영웅(이것도 웃긴 게 다른 나라 침공해서 점령하고 영웅 칭송받는 것)으로 추앙받고, 1천 년 후에 그의 후손이라며 또 칭송받게 된다. 결국은 명분도 없으면서 주인공을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영웅이라며 우상화를 한다는 것이다.


맺으며: 본 리뷰가 옳다고는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1권의 내용과 이를 유추해서 써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후 또 다른 모습이나 내용이 밝혀질 수도 있다. 가령 그란츠 제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침공을 받아 바람 앞에 등불이었다고 나올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주인공 소환에 대한 명분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결국 왕위 계승권 전쟁에서 리즈를 도와 이긴 후 그녀를 왕좌에 앉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러면 신화 전설이니 영웅이니 같은 수식어 쓰기에 민망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영웅이란 적어도 핍박받는 백성들을 구하는 사람을 지칭해야 한다. 그런데 적어도 1권에서 핍박받는 백성들은 나오지 않는다. 정보 좀 찾아보니 왕족이나 귀족들과 연관되어 싸워 나가는 거 같던데. 이런 걸 보면 더더욱 영웅이라는 수식어를 쓸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물론 리즈의 오빠들이 보이는 왕권을 둘러싼 추악한 짓거리를 보고 있으면 이들이 백성들을 보살핀다는 걸 생각할 수 없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이전 다른 작품에서도 히로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작품을 읽다 보면 지금 이 히로인이 주인공과 맺어졌으면 하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 적어도 '리즈'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끼는 부하들이 다 죽어 나가고 절망에 차 있는데 주인공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자마자(이거에 대해선 2권 리뷰에서) 팔짱을 끼며 알랑방귀 뀌는 모습에서는 약간 질리기도 했고. 전장의 판도를 바꾼다는 정령검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부하들이 다 죽어가는데 망가지는 모습을 보인다던지. 적을 맞아 깡다구 있게 대항하는 의식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 작두 위에서 칼춤 추는 주인공에게 너무 기댄다던지 수동적인 모습은 히로인에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리타이어 안 되려나. 그리고 주인공 진심 사기 캐, 너프 시켜야 된다고 본다(이것도 2권에서 언급해보겠다). 이런 설정만 빼고 본다면 대하 서사시를 보는 듯한 웅장한 스토리가 있다. 세계관도 넓고. 사실 위기에 빠진 왕녀를 도와 나라를 일으키는 주제는 판타지의 정서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흥미는 있다. 역시나 주인공 우상화는 좀 자중해줬으면 하는데... 일본에서는 완결되어 버렸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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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8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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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아저씨의 옛 동료 찾기도 종반으로 향한다. 그 옛날 마물에게 다리를 물어 뜯겨 모험가로서의 생명을 잃게 된 아저씨는 폐가 될까 파티 동료들에게 말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왔었다. 이것이 못내 가슴속 상처로 남아 있던 아저씨는 늦게나마 동료들을 찾아 사과하고 묶혀 두었던 응어리를 풀고자 한다. 사실 동료들은 그가 모험가로서 생명을 잃었다고 해서 쫓아내진 않았을 것이다. 우정이란, 유대란 그렇게 가볍지가 않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어린아이들이 모여 파티를 짜고 노력을 하며 모험가로서 조금식 인정받아 가던 세월. 티격태격 하면서도 서로를 챙겨주고, 감싸주고, 보호해줬던 이들의 관계는 아저씨가 없어진 후, 죄책감에 파탄을 맞이하게 된다. 동료들은 아저씨의 다리를 고쳐 주겠다며 세계를 돌아다니고, 다리를 물어뜯은 마물을 잡겠다고 자신을 혹사하지만 다 부질없는 일, 동료들은 폐인의 길을 걷고 있었다.


[대지의 배꼽]에서 '카심'에 이어 두 번째 동료 '퍼시벌'과 해우하게 된 아저씨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게 된다. 파릇파릇하던, 머리에 피도 안 말랐던 애들이 어느새 흰머리 히끗히끗한 중년을 넘어서고 있다. 여기서 눈물 콧물 쏘옥 빼는 상봉씬을 찍어도 좋겠지만 그럴 나이는 이미 지났다. 중년 아저씨들의 커뮤니케이션은 주먹다짐이 정석이니까. 이것은 곧 혈기만은 젊은이 못지않게 아직 왕성하다는 뜻이기도 하. [대지의 배꼽]에서 솟아 나오는 마물과 최전선에서 마주해도 끄떡없는 진면모도 보여준다. 그 옛날에도 이렇게 서로 등을 맞대고 싸웠으리라. 아저씨는 긴 여행의 피로에 몸져 누우면서도 다시 옛 시절로 돌아간 듯한 생활은 싫지만은 않다. 이것도 아빠의 일이라면 뭐든지 하려는 딸아이(안젤린)가 등을 떠밀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제 남은 한 사람, 엘프(여성) '사티'만 찾으면 된다.


그 '사티'는 어디에 있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녀가 판타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목 수려한 엘프라는 것이고, 옛날에 파티를 짜고 있을 때 아저씨랑 매우 친했다는 것이다. 안젤린은 아빠에게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남몰래 내 엄마가 되어 줬으면 하는 플래그를 세우기도 했다. 이번에도 동료들이 아저씨를 띄워주며 또 플래그 세우기도 한다. 그래서 그럴까 앞선 중년 아저씨(동료) 둘을 찾고 해우할 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띈다. 라노벨이든 일반 소설이든 읽다 보면 어느 히로인에게서 주인공과 맺어졌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딱 '사티'가 그런 분위기를 뿜는다. 이전까지 안젤린이 여러 성인 여성을 만나 엄마가 되어줘라며 영업을 했을 때도 이런 느낌의 히로인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히로인은 항상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사티'는 쫓기고 있다. 그녀는 쌍둥이 자매를 보호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세계에는 마왕이 존재한다. 이 작품에서 마왕이란, 정신이 '백지' 상태인 호문쿨루스다. 호문쿨루스는 그 옛날 신(神)과 싸웠다는 '솔로몬'의 유산이다. 이 작품은 부녀(父女)의 유대와 가족애를 다루는 동화 같은 이야기인 것과 동시에 마왕이 등장하는 판타지를 그린다. 이 작품에서 마왕은 나쁜 뜻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안젤린의 고향에 있는 '미토'는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인간의 감정에 상처를 받는 인간과 똑같은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 이전에도 이와 관련 리뷰를 한 적이 있는데 마왕을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인간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이 작품은 역설하고 있다. 그렇담 마왕은 어디서 오나. 그 이야기가 이번 8권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솔로몬과 72명의 마왕'을 추앙하고 연구하는 집단(이후 흑막).


흑막은 호문쿨루스(갓난 아이)를 세상에 뿌려놓고 관찰 중이다. 마왕이 될지 인간이 될지, 그대로 소멸할지. 그리고 나아가 인간의 몸에 호문쿨루스를 심어 태어나게 하는 실험도 하고 있다. 인륜을 저버리는 실험이기에 흑막은 이 작품에서 악당으로 등장한다. '사티'가 보살피는 쌍둥이 자매는 미토와 안젤린과 똑같은 머리색을 가지고 있다. 사티는 솔로몬의 유산인 호문쿨루스를 이용하려는 흑막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미 아저씨와 안젤린은 미토라는 마왕을 보살피고 있고, 나쁜 길에 빠져든 마왕을 물리친 적이 있다. 그렇기에 사티가 쫓기고 있다는 걸 알아가면서 이야기는 차츰 극적으로 바뀌어간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쌍둥이 자매가 참으로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세상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어서 항상 새로운 것에 흥미를 보인다. 


그리고 미토 다음으로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 흐르게 된다. 자매는 죽음을 이해하지 못해 엄마가 죽은 걸 자는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다. "엄마, 여기에서 자", "되게 잠꾸러기야, 언제 일어나는 걸까"하는 장면은 보는 이를 가슴 아프게 한다. 작가는 부녀의 이야기를 그리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다가도 이렇게 가슴을 옥죄는 장면도 서슴없이 집어넣는다. 안젤린과 아저씨는 사티와 쌍둥이 자매를 구할 수 있을까. 여느 때 같으면 실력으로 다 몰살 시켜 가겠지만, 흑막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스케일이 장난 아니게 커지게 된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던 아저씨가 대처하기엔 너무나 강대한 적(에너미)이다. 하지만 중년이지만 아직 쌩쌩한 아저씨 동료들이 있고, 안젤린도 있다. 사티에겐 천군만마를 얻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 아저씨 일러스트와 더불어 "지금, 모험이 시작되려고 한다."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과거의 응어리를 풀기 위해 시작한 여정은 이제 곧 끝난다. 카심과 퍼시벌과 사티는 과거 아저씨의 동료들은 저마다 믿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그러니까 아저씨도 무언가를 지키기기 위해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모험가의 길을 걸으려는 아저씨의 위풍당당한 모습. 쌍둥이 자매부터 시작해서 후반 부분은 뭐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필력을 보여준다. 


맺으며: 다시금 살아난 사물과 주변 환경에 대한 표현력이 대단하다. 특히 산야를 표현할 때는 마치 거기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이래서 이 작품을 끊지 못한다고 할까. 아무튼 이번 사티의 에피소드도 그렇고 아저씨의 결의도 그렇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사티와 아저씨와 안젤린의 장면을 교차 시키며 이들을 언제 만나게 해줄까 하는 두근거림이 있다. 그 사이를 흑막이 파고들어 사티가 위기에 빠져들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아저씨와 안젤린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이야기는 매우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9권에서 결말이 날 거 같은데 언제 나오려나. 이렇게 후속권이 기다려지는 작품은 오랜만이다. 그건 그렇고 또 새로운 히로인이 추가된다. 9권에서 계속 언급되면 그때 리뷰에서 다뤄보겠다. 나름대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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