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블린 슬레이어 14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고블린 슬레이어가 열심히 고블린을 잡고 다닐 때 왕국은 북쪽 나라를 날름 접수해버린 모양이다. 예전에도 용사가 마신(魔神) 잡으러 다닐 때 고블린 슬레이어는 열심히 고블린을 때려잡고 있었는데, 이 작품은 주인공이 활약하는 모습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대에 일어나는 일들을 간간이 전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이렇게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와 시간축이 겹치게 되어 이들에게도 어떤 의뢰가 내려지기도 하는 게 특징이다. 이번엔 북쪽에 새로 편입된 야만인이 산다는 영토로 가서 모험가 길드를 세울 수 있는지, 모험가란 무엇인지 영업 좀 하고 오라는 의뢰가 떨어진다. 사실 말이 북쪽이지 영구 동토나 다름없는 얼음투성이의 땅에 간다는 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가는 길도 마치 눈이 지천에 깔린 에베레스트를 넘듯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 산을 넘어야 한다. 고생할게 뻔한데 거부하지 않은 건 이들이 그만큼 신뢰를 받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친선대사의 위치란 거다.


아닌 게 아니라 산을 넘는데 얼어 죽을 판이다. 다른 길도 있다는데 굳이 이런 험한 길을 택한 이유가 뭘까. 엘프 궁수는 묻는다. "왜 이 길로 골랐어?" 고블린 슬레이어는 대답한다. "지나가보고 싶었다" 엘프 궁수는 입만 열었다 하면 모험을 하자였다. 고블린을 잡는데 소극적이고 우웩 하던 그녀가 그녀의 말대로 시작부터 죽을 만큼 모험을 하게 되었으니 불만을 비추지는 못할 것이다. 근데 불만이랄 것도 없이 엘프는 정령에 가깝다 보니 추우나 더우나 어차피 자연이 일으키는 현상, 다들 얼어 죽는데 엘프 궁수만은 날아다닌다. 뭔가 손해 본 느낌이 아닐까도 싶다여신관은 고블린 슬레이어와 같이 다니면서 준비성 하나만큼은 철저히 하고 있다. 아마도 첫 모험의 실패가 그녀의 준비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지 않았나 싶다. 아직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간간이 그 편린을 엿 보인다. 실패는 준비를 키우고 성장시킨다고 했던가. 이번 여행에서 아직 솜털은 남아 있지만 제법 중견 다운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거치고 북쪽 지방에 도착한다.


번역가가 경상도 사람일까. 같은 경상도 사람이 봐도 모르는 사투리(&방언)를 정말 잘 구사하고 있다. 몇몇 단어는 뭔 뜻인지 몰라서 검색을 통해 정말로 경상도 사투리(&방언)이라는 걸 알게 된 경우도 있다. 무슨 말이야 하면, 좁다란 우리나라의 경우를 봐도 각 지방마다 사투리가 존재한다. 하물며 판타지라고 방언이나 사투리가 존재하지 말란 법이 없다. 번역가는 이번 14권에서 북쪽 지방의 방언이나 사투리를 경상도 사투리나 방언으로 번역을 하였는데 같은 경상도 사람이 봐도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의 일러스트는 완성도가 높기로 제법 유명하다. 부족장의 부인이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을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부인의 일러스트가 정말 잘 나왔다. 그런데 그 입에서 흘러나오는 '사투리'는 다크 판타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를 완화시켜준다. 그러니까 카나리아 같은 음성을 기대했는데 참새 같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뭐 그런 경우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야만인이 산다고 해서 뭔가 긴장하고 그랬는데 정이 있다. 불시에 찾아온 사람들을 내쫓지 않고 손님으로 환대해준다. 종교가 다르다고 차별도 하지 않는다. 영화에서처럼 경계를 완화시키고 잡아먹는 식인종도 아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술을 좋아하고 유흥을 즐길 줄 안다. 그런 환대 속에서 여신관은 처음으로 바다를 접하게 되어 들뜨고, 부족장의 부인과 성격이 맞아서 친해진다. 서로 믿는 종교가 달라도 그 교리를 인정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새로운 것들을 배워간다. 부족장과 금술 좋은 것에 즐거워하고 부러워한다. 여신관은 세상은 넓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 간다. 사람은 만남에 있어서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왕국은 북쪽 지방에 모험가 길드를 설립하고 모험가란 이런 사람이라고 알리고 싶어 했다. 하지만 북쪽 사람들은 모험가란 도적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은 결코 무뢰한이 아니다. 왕국을 다스리는 왕이 고블린 슬레이어 일행을 북쪽으로 보낸 까닭은 여기에 있다.


자, 그럼 모험가란 무엇인가를 보여줄 차례다. 모험가란 모험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북쪽 지방에도 고블린은 있다. 마신이 이끌던 혼돈의 세력에 속하는 고블린은 북쪽 지방에서 낙오되었다고 한다. 이 고블린 무리들이 마을을 습격하게 되었고, 이를 퇴치하러 갔던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거친 바다를 생활 터전으로 살아가는 북쪽 사람들이 고작 고블린에게 질리는 없다. 바다에는 유귀(幽鬼)가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여신관은 말한다. "모험가에게, 맡겨 주세요" 그러해서 다들 배 타고 바다로 나간다. 유귀는 '크라켄'이다. 판타지 신화에서 빠질 수 없는 마물이 있다면 바로 크라켄이 되겠다. 이번에도 고블린 슬레이어는 팔자에도 없는 크라켄을 잡아야 하고, 엘프 궁수는 이것이 모험이라며 입에 귀에 걸리게 되는데 이걸 두고 볼 고블린 슬레이어가 아니다. 심술을 부리려고 했던 것은 아닐 테지만 엘프 궁수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게 되고 결국 엘프 궁수에게 엉덩이를 걷어 차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참 유쾌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왕(王)의 안목대로 고블린 슬레이어의 주변에 왜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지 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마 1~14권 통틀어 가장 극적인 장면이 아닐까 하는데, 고블린들에게 붙잡혀 죽을 만큼 괴롭힘을 당하고 끝끝내 바다에 버려지는 수인 여자를 구하는 장면이 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다다. 빠진다면 금방 죽어버릴 터다. 비록 버프를 받았다곤 해도 망설임 없이 바다에 뛰어들어 수인 여자를 건져 올려 품에 껴안아 구출하는 장면은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이 아닐까 했다. 이것으로 북쪽 사람들에게 모험가란 이런 사람들이라는 걸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용맹함이란, 적을 맞아 목숨을 다해 싸우는 것만이 아니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북쪽 사람들과 연합해 크라켄을 쓰러트려 간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생각하는 것도. 


맺으며: 이번에는 고블린 슬레이어와 엘프 궁수의 티키타카가 꽤 재미있게 다가온다. 산을 넘어가다 동굴에서 고블린과 마주치게 되는데, 엘프 궁수가 말하길 "너랑 모험 나서게 되면 대개 이렇다니까. 책임져줄 거야?"라는 말에 고블린 슬레이어가 말하길 "모른다". 바다에서 엉덩이 걷어 차이기도 하고 이제 몇 년이나 같이 모험을 하다 보니 스스럼없게 된 모습은 꽤 훈훈하게 다가온다. 여신관은 이제 중견으로서 자기 할 일을 늠름하게 해내는 모습 또한 대견하게 다가온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이런 여신관의 능력을 높이 사고 어엿한 동료로서 인정하게 된다. 그건 그렇고 13권에서 시골 소녀를 만난 뒤로 고블린 슬레이어의 행동에 변화가 찾아온다. 들뜨기도 하고, 주위를 산만하게 쳐다보기도 하고 그동안 하지 않았던 행동을 보이게 되는데, 시골 소녀가 앞으로 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사뭇 기대가 된다. 그 시골 소녀는 모험가로서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마 지금의 용사 다음 새로운 용사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자꾸 혼돈의 세력을 언급하는 거 보면 무관해 보이지는 않아 보이는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