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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미궁의 최심부로 향하자 1 - S Novel
와리나이 타리사 지음, 박용국 옮김, 우카이 사키 그림 / ㈜소미미디어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매우 강한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소시오패스는 한마디로 나의 성공을 위해 남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는 걸 일컫는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이세계로 내동댕이 처진 지구인이다. 여느 이세계물이라면 주인공에게 치트라도 내려질 만도 하겠는데 그런 건 받지 않았다. 그런 주인공이 처음으로 눈을 뜬 곳은 던전이었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일반인이 마물이 들끓는 던전에서 패닉에 빠지는 거까지는 사실적으로 묘사가 된다. 주인공은 순진했던 것일까. 이런 캐릭터라고 작가는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주인공은 지나가는 모험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칼에 찔리고 되레 미끼가 되어 마물에게 공격당하는 부조리를 겪게 되면서 그도 이세계의 생태를 깨달은 것인지도 모른다. 남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주저하면 안 된다는 것을. 물론 작중엔 표현되지 않는다. 다만 작가가 이렇게 의도하고 집필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소시오패스다. 처음 이세계로 떨어지고 던전의 위험성을 알게 된 그는 혼자서 던전에 들어가는 걸 주저하게 된다. 이 작품은 현실적이게도 먹고 자고 하는데 돈이 들어간다는 걸 역설한다. 주인공이라고 시작부터 돈이 있는 건 아니다. 던전에는 들어가야 하는데 혼자선 못 들어가고, 보통 이러면 모험가 길드에 가서 파티원 찾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알바하던 가게 앞에 쭈구려 앉아 있는 '디아'라는 소년을 꼬드겨 총알받이, 고기 방패로 써먹을 작전을 짠다. 처음엔 먹을 걸로 낚더니 파티가 되고 그의(디아) 유용성을 알고 나선 온갖 감언이설로 그를 꼬드기며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 없이 행동하는 장면은 정말로 소시오패스를 연상시킨다. 물론 주인공은 힘들게 얻은 파티원이니 쉽게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강박관념도 있었을 것이다.
위에서 주인공은 치트를 받지 않았다고 했는데 역시나 주인공 보정은 어김없이 들어간다. 타인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능력과 생명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면서 상대가 얼마나 강하고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디아'의 능력을 알게 되었고, 남들보다 강한 그(디아)를 이용하면 던전을 보다 쉽게 클리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리게 된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이용당하는 '디아'는 순진하게도 주인공의 의도를 모른다는 것이고. 자신을 이용해서 보다 쉽게 던전을 클리어하는, 요컨대 기둥 서방질을 당하고 있는데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에서 주인공의 질이 더욱 나쁘게 다가온다. 물론 '디아'로서도 파티를 찾지 못해 노숙을 밥 먹듯이 하는 생활 속에서 자신을 파티에 넣어준 주인공이 무엇보다 고마울 수는 있다.
결정적으로 필자가 주인공을 소시오패스로 단정하게 된 장면은 노예를 이용해서 던전을 클리어하겠다는 장면이다. 돌이켜보면 사실 주인공의 행동은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써먹을 수 있는데 써먹지 않는 건 낭비고 손해니까 적재적소에 써주는 게 잘못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걸 당연시 여기고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가에 있다. 주인공은 적어도 1권에서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 사이트에서 주인공의 성격을 이타적이라고 해놨던데 누가 쓴 건지 보는 눈이 없다고 해야겠다. 처음 이세계 던전에 내동댕이 처지고 도움을 요청했던 모험가에게 부조리를 당했으면 거기서 뭔가 배우는 게 있지 않을까. 남에게 이용당한다는 게 얼마나 기분 더러운지 말이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주인공은 그 모험가와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처음으로 돌아가서, 역시나 이 작품도 히로인들을 빼놓을 수는 없나 보다. 사람 말을 안 듣는 히로인 '라스티아라'의 음습함은 혀를 내두르게 하고, 소년인 줄 알았던 '디아'는 사실 여자였다는 기믹 아닌 기믹을 심어놓질 않나. 일반인이 이세계에 떨어져 개고생한다는 아이덴티티였을 텐데 일반인 답지 않게 여자 노예 구입에 아무런 저항이 없고. 하다 하다 말하는 여성형 마물을 등장시켜 인간과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주인공에 엉겨 붙는다. 히로인은 아니지만, 초장 던전에서 개고생하며 밖으로 나올 때 도움을 받고자 남자 모험가들을 패스하고 여자 모험가들에게 도움을 받으려는 장면은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러니까 소시오패스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도 싶다. 지구에 여동생도 있다. 독백하는 장면을 보니 예사롭지 않은 관계로 보인 건 필자의 착각일까.
사실 파고들면 제법 이야기 구성에 치밀함도 엿보긴 한다. 주인공이 이세계로 떨어진 이유가 여동생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라든가. 주인공의 여동생이 알고 보니 슈퍼 얀데레이지 않을까 하는 것. 주인공이 이세계에 떨어진 건 처음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기억을 조작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 이걸 생각해내려고 하면 스킬이 강제적으로 주인공 머리를 안정화 시켜버린다는 것. 주인공의 정체를 알고 이용하려 하는 어떤 히로인. 집에서 버려지고 사람들에게 시달려 정신이 망가진 끝에 주인공에게 집착하려는 어떤 히로인. 이 모든 상황을 이용하려 하고, 여동생이 보고 싶다는 일념 하에 클리어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던전 100층으로 향하려는 주인공. 이런 줄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분명한 건 웃기는 장면은 하나도 없고 암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들뿐이라는 것이다. 일러스트 '우카이 사키' 작가가 참여하는 작품은 대개 이렇더라.
맺으며: 결국은 먼치킨물이다. 물론 치트를 받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치트 먼치킨이 아니라고 한 적도 없다고 할 수 있는 게 이 작품이다. 타인(마물 포함)의 능력치를 볼 수 있는 것과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능력은 이점에 대단히 크다. 이걸 주인공이 가지고 있다. 며칠 만에 누군 몇 년을 고생해야 도달할 수 있는 레벨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순수하게 즐기려는 쇼핑에서 능력을 써서 물건을 고르는 낭만 없는 짓거리를 보여주는 게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이러한 여러 행동들을 합쳐 주인공은 합리적인 성격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계산적으로 살아가서는 올바른 인간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음습함의 대명사가 될 거 같은 '라스티아라'가 관심을 보여오고, 집착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는 '디아' 같은 히로인이 붙게 되는 거 아닐까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