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4부 귀족원의 자칭 도서위원 9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좋아하나? 안 좋아하나. 이 작품도 사실 요점을 찾으라면 신데렐라처럼 신분 차이를 뛰어넘어 맺어질까. 안 될까를 들 수가 있습니다. 히로인이자 주인공인 '마인'은 평민 출신의 여자애고, 상대역으로 나오는 '페르디난드'는 귀족이죠. 마인은 귀족들의 전유물인 마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노려지고 납치당할뻔한 걸 페르디난드가 보호하게 되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이세계 전생물로서 '마인'은 지구에서 책에 깔려 죽어 이세계로 넘어온 케이스인데요. 그녀는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세계에 신문물을 퍼트리면서 개혁을 주도하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지만 그게 또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생각하지 않다 보니 그녀의 보호자가 된 페르디난드는 하루라도 위장에 빵꾸나지 않는 날이 없게 되죠. 하지만 이것도 곧 끝이 납니다.


책에 환장해서 책만 보이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돌격해대고, 평민 시절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몸이 허약해서 걸핏하면 픽픽 쓰러지는 통에 그걸 수습해야 하는 페르디난드의 고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4부 완결편이자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이번 9권에서는 매일 양쪽 관자를 주먹 돌림 당해도 반성은 그때뿐인 그녀의 고삐를 이제 누가 잡아줘야 될까 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왕명으로 '에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게 확정되어 버린 '페르디난드'와 또다시 가족(페르디난드)을 잃어야만 하는 마인의 이야기를 그리는데요아쉬웠던 게 이 부분이군요. 벌써 몇 년이나 같이 생활했으면서 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순 없었을까. 그동안 서로가 호감의 '호'자도 보여주지 않다 보니 이별을 그저 담담하게 그려낼 뿐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인은 책 이외엔 관심이 없고, 페르디난드는 마법 연구 이외엔 관심이 없거든요. 게다가 마인은 '빌프리트'라는 영주의 아들과 약혼한 몸이기도 하고, 페르디난드는 빌프리트의 삼촌이니 자칫 콩가루 삼각관계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죠. 필자 개인적으로는 콩가루가 되어도 좋으니 이 부분을 좀 부각했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실 페르디난드가 마인을 챙겨주는 모습은, 주위에서 보면 마인이 바람피우는 꼴이거든요. 근데 그걸 제일 앞에 서서 지적해야 될 약혼자인 빌프리트는 와이프(마인)가 그러거나 말거나이고 주위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보니 그냥 흘러갈 뿐이죠. 애초에 마인은 지아비가 될 빌프리트는 안중에도 없는 게 원인이기도 합니다만. 이렇게 다소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게 이 작품 특유의 매력이자 흥미 포인트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번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마인과 영주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던 어느 귀족 아줌마의 복수극으로 일으킨 '마인'의 암살 미수 사건과 '페르디닌드'가 아렌스바흐로 떠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아기자기 한 라노벨 특유의 이야기가 아닌 좀 더 묵직한, 중세 시대나 우리의 조선시대처럼 계급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실적인 픽션을 주제로 하는 게 특징입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쉽게 죽어 나가는 등 다소 시리어스 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죠. 그 과정에서 연좌제를 물어 일가족이 모두 사형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파벌 전쟁에서 진 쪽의 귀족은 몰살, 아이들은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는 다소 비참한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러니 마인을 죽이려 했던 암살 미수 사건도 개그성이 아닌 진지하기 짝이 없는 시리어스를 동반하고 있죠.


두 번째로 '페르디난드'가 왜 아렌스바흐에 데릴사위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지도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부분도 참 현실적이라는 걸 보여주는데요. 중세 시대나 우리의 조선시대를 봐도 왕좌를 놓고 가족끼리도 치고받고 싸우는 게 비일비재 했잖아요. 그걸 이 작품에 빗댄다면, 동생이 죽도록 미운 누나가 동생의 영지를 박살 내기 위해 음모를 꾸민 결과 중 하나가 페르디난드 빼돌리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이런 복선은 꾸준히 심어져 왔고,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로 가면서 복선이 회수되는 양상이랄까요. 참고로 페르디난드는 에렌페스트의 주요 전력이라서 그가 빠지면 전력 약화로 에렌페스트는 위험해지고 누나는 그걸 노리고 있죠. 이렇게 박진감까지는 아니지만 꽤나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데요.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점은 에렌페스트 최대 전력이 일부러 적지에 간다는 의미, 그 근원, 그러니까 페르디난드의 가슴에 무엇이 있을까가 이번 9권의 핵심입니다. 아직까진 둘(마인과 페르디난드)은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은 듯하지만 가족으로서 살뜰하게 챙겨주는 서로의 모습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으로는 충분한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에렌페스트를 지켜달라는 페르디난드의 부탁과 그에 호응하는 마인의 모습은 잔잔한 여운을 남기죠. 하지만 아직은 이쪽 방면 눈치가 거의 없어서 서로가 고생을 더 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 장면들입니다. 


맺으며: 여기에서는 단점이자 필자의 개인적인 해석을 좀 써보겠습니다. 이 작품을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한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한글을 반포하라.' 이세계 주민들에게 듣도 보도 못한 현대의 음식을 소개하고, 까막눈 사람들에게 책을 팔아 눈을 뜨게 하는, 일명 이세계 문화 침략 같은 이런 내용이 여전히 들어가 있어서 거부감이 살짝 듭니다. 이런 걸 하지 않아도 다른 이야기로 충분히 분량 뽑아낼 실력이 있음에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군요. 사실 이런 부분, 이세계에서 신문물 전파하는 걸 왜 하는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해석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픽션인데 너무 진지하게 나가는 거 아니냐는 말들이 있어서 자중할 뿐이군요. 지식 쪽도 알고 보면 이세계인은 멍청하다의 계보를 잊는 작품이랄까요.


아무튼 책에 집착하는 마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작가의 노력이라고 해야 할지, 자기(마인)가 암살 당할뻔했는데도 그보다 책에 집착하고, 마인이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고아원 회색 신관 4명이 행방불명 되었는데 그보다 책, 솔직히 이 정도면 분위기 깬다고 할까요. 페르디난드가 아렌스바흐에 가게 된 원인도 알고 보면 마인 때문이고, 종합적으로 보면 마인이 암살되었다면 에렌페스트는 평화로워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랄까요. 이젠 캐릭터를 좀 자중 시킬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필자가 나이가 들어 이상보다는 현실적이 되다 보니 냉정해지게 되는군요. 사실 라노벨이라는게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알고 보는 것이고, 그런 내용이 라노벨의 참맛이겠죠. 싫으면 안 보면 되는데 그게 또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네임드 메모리 1 - ‘푸른 달의 마녀’와 저주받은 왕, NT Novel
후루미야 쿠지 지음, chibi 그림, 장혜영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오랜만에 NT노벨에서 신작이 나왔습니다. NT노벨이라서 후속권이 우려스럽긴 한데, 다 읽어본 필자의 감상은 나와줘도 좋고, 안 나와줘도 그만인 느낌이랄까요. 모처럼 어깨에 힘 넣고 신작을 내주셨는데 초반부터 초 치는 소리를 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요즘 은근히 인기를 끌기 시작하는 '약사의 혼잣말'과 유사한 흐름을 보여주는데요. 왕과 약사의 사랑 이야기를 이 작품에 빗댄다면 왕자와 마녀의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어요. 두 작품의 공통점으로 신분 차이와 도망가면 쫓아가는, 잡힐 듯 말 듯 애틋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이 작품은 어릴 적 저주를 받아 아이(자식)를 낳지 못하게 된 왕자가 마녀를 찾아가, 마녀를 아내로 삼아 자신의 아이(자식)를 낳게 하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 낳지 못하는 저주에 걸렸는데 어떻게 아이를 낳게 한다는 거지?라는 의문이 드실 테지만 그건 아래에서 차차 언급하고, 시놉시스만 봐도 딱 고구마가 트럭째 몰려오는 느낌이죠.


왜냐면, 시놉시스가 딱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고 나의 감정만 들이미는 일방통행식 이야기로 진행될지도 모르는 느낌이잖아요숲속에 탑을 짓고 홀로 살아가는 마녀가 있어요. 이름은 '티나샤(이하 마녀)'. 그녀는 자신이 부여한 시련을 극복하고 탑 꼭대기까지 올라오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왕자는 저주를 풀기 위해 시련을 극복하고 마녀와 대면하게 되는데, 처음엔 그저 저주를 풀고 싶었지만 천하의 난다 긴다는 마녀도 당장은 풀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흉악한 저주로 밝혀지죠. 그리고 자식을 아예 못 낳는 것도 아닌 걸로 판명이 되는데요. 보다 깊게 파고들면 저주란 게 왕자의 씨앗을 커스텀(튜닝)화해서 아무 여자랑 아이 낳지 못하게 해둔 뭐 그런 상황이더라고요. 이야기가 참 마니악 하죠? 이 커스텀 씨앗은 일반 여성으로는 감당이 안 되고 마법적으로 매우 강한 여성이 아니면 아이를 낳기는커녕 죽어버린데요. 그런 상황에서 눈앞에 당대 최강이라는 마녀가 있네요?


이 세계는 마녀가 5명이 있고, 사람들은 마녀의 절대적인 힘을 두려워하며 재앙 덩어리로서 기피하고 있죠. 그러니 왕자에게 있어서 마녀는 신붓감으로 안성맞춤이고, 당장 대가 끊길 판인 왕자는 겉몸이 달아서 눈앞의 마녀에게 무드 있는 청혼이 아닌 대뜸 내 아를 낳아 도를 시전하게 됩니다. 마녀에게 있어서 씨부럴 시키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걸까 싶은 상황이 발생하죠. 시련 돌파하고 꼭대기까지 오면 소원 들어준다며?  입으로 강한 여자가 아니면 애를 낳을 수 없다며? 네, 그렇습니다. 마녀는 밝히지 않아도 될 내용을 나불나불 거리는 바람에 자기 스스로 무덤을 파고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결국 '결혼해줘~ 싫어요!' 공방전이 시작되고, 타협점으로 1년짜리 약속어음처럼 계약을 맺어 왕자의 수호자(보디가드)로서 마녀는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왕자는 1년 안에 마녀를 함락 시키려 하죠. 여기까지 보면 사랑을 위해 쫓아오는 왕자와 그를 피해 도망가는 마녀의 구도 같은 풋풋한 사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가 뭐냐면, 왕자는 마녀를 사랑하고 좋아하느냐?입니다. 그리고 마녀로서 그 자체를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들 수가 있어요. 약사의 혼잣말이라는 작품을 필자가 리뷰 할 때마다 매우 추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진시'는 '마오마오'를 궁녀로서, 약사로서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있죠. 약사를 그만두라 하지 않으며, 행동을 구속하지 않으며, 간섭하지도 않아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녀를 믿는다는 것(가끔 폭주할 때도 있지만), 기이한 사건을 부탁하며 힘들 때 조력해주는 것으로 차츰 마오마오의 마음을 열어가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왕자는 어떠한가, 일단 마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면 간섭하고, 오지 말라는데 따라나서고, 허구한 날 결혼 해달라고 칭얼 거립니다. 그리고 탑에서 잘 살고 있는 애를 데려와 혼자 살아가는 외로움이 크니 내가 보살펴주지 않으면... 이런 분위기여서 필자는 나쁜 의미로 소름이 돋았어요. 스토커인가? 질이 더 나쁜 건 왕자는 마녀에게 천적인 마법 무효 검을 소지하고 있어서 대응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수백 년은 족히 살아온 마녀를 어린애 취급하듯 시종일관 1권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머리를 쓰다듬고, 무릎에 앉혀 쓰다듬고, 뒤에서 포옹하는 등 노골적인 스킨십을 보여주는데 조금 막말로 표현하자면 혐오감이들 정도였습니다. 마녀는 16~7세의 외모를 가지고 있어요. 현실에서 여고생을 무릎에 앉히고 쓰다듬는다고 해보세요. 판타지에서 16세면 성인이라고 치부할 수는 있어요. 그래서 100보 양보해서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는 사이라면 흐뭇한 광경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하지만 마녀는 단호하게 왕자와의 결혼을 반대하고 있죠. 그래서 쓰담든다는 장면 장면에서 이물감이 장난 아니게 돼요. 마녀는 수호자로서 왕자의 곁에 있죠. 근데 청개구리처럼 그녀가 하지 말라는 짓은 다 하고, 자리를 잠깐만 비워도 찾아대고, 급기야 일처리를 위해 탑(마녀의 집)에 간 마녀를 쫓아가서 헉헉대는 모습은 빈말로도 좋은 모습이라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왕자는 마녀를 사랑한다기보다 집착하는 거 아닐까 하는 느낌이 장난 아니게 되죠.


맺으며: 이 작품이 뭐가 문제냐면, 타인의 감정을 무시한다는데에 있습니다. 한마디로 억지 감정을 들이댄다는 것. 마녀를 믿고 맡기면 될 텐데 그런 게 없다는 것. 그리고 마녀는 내숭이 아니라 진짜로 왕자와 결혼을 반대하고 있죠(여기엔 이유가 있지만 언급하면 길어지니 패스할게요). 그럼에도 마녀는 왕자의 저주를 풀어주려 노력하죠. 정작 왕자는 그딴 것보다 나랑 결혼하면 다 해결 이러니 좋게 비칠 리가 없어요. 물론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농담 식으로 하는 말일 수는 있으나 이게 진심인 게 왕(왕자의 아버지)의 면전에서 마녀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마녀를 궁지로 몰아넣는다는 것입니다. 마녀가 왜 반대를 하는지, 마녀가 안고 있는 고뇌가 무엇인지를 알려고 하는 것보다 잘 살고 있는 애를 데려와 '너, 외롭지?' 내가 지켜줄게만 한다는 것이고 정작 해주는 건 없어요. 왜냐면, 마녀가 더 강하거든요. 오래 살기도 했고요. 질투심은 얼마나 큰지 그녀가 바람피우는 줄 알고 마법 봉인구를 채우는 바람에, 결국 후반부에 이런 성격 때문에 마녀는 적(에너미)을 맞아 큰 상처를 입고 말아요. 


결국 요점을 정리하다 보면, 왕자는 마녀 자체를 인정하고 대하는 것이 아닌 여자로 보고 있다는 것에서 상당한 거부감이 든다는 것입니다(그렇다고 필자가 페미인 건 아니니 오해 마세요). 이런 부분이 약사의 혼잣말과 결정적인 차이로 다가와요. 그리고 자잘한 사건은 넘어가더라도, 일본의 엔터테인먼트를 보다 보면 꼭 등장하는 게 나라를 조종하는 흑막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 작가들의 흑막 사랑은 혀를 내둘러요. 이 작품도 마찬가지인데 둘의 사랑싸움에 왜 이런 마녀를 노리는 흑막이라는 설정을 넣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마녀는 흑막과 싸우러 가거나, 흑막이 마녀의 옛 지인이고 옛 지인과의 관계 때문에 왕자를 놔두고 떠난 마녀를 왕자가 탈환 해와 둘의 사랑은 완성!! 이런 느낌이 있더라고요. 물론 이런 설정도 작가가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흥미도는 달라지죠. 그런 점에서 필자의 감상은 글쎄요?군요. 작가가 잘 살려줄까? 왕자의 첫인상이 매우 안 좋다 보니 계속해서 좋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이 생겨버렸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세계, 습격 1 - S Novel+
타케즈키 조 지음, 시라비 그림, 현노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강한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소미에서 이번에 발매된 신작으로 노블엔진에서 발매된 '용사, 그만둡니다'와 공교롭게도 맥을 같이 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일 작가인가 했는데 이름이 다르군요. 그런데도 절묘하게 맥을 같이하게 되는데, 여기서 맥을 같이 한다는 건 두 작품의 공통점으로 '이세계의 지구 침공'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구인의 화성 침공도 아니고 뭔가 코믹스럽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침략자와 맞서 싸우는 자가 있는 전장이 코믹스러울 리가 없잖아요. 두 작품 다 거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수준의 지구 멸망을 그리고 있죠.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용사, 그만둡니다'가 미래를 다룬다면, 이 작품은 그 과거를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용사, 그만둡니다'의 주인공은 이 작품의 주인공과의 설정이 상당히 비슷하더군요. 두 작품의 주인공은 특별한 힘을 받아 멸망해가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이세계에서 쳐들어오는 마법사와 마물들에 맞서 최일선에서 싸우게 되죠.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이세계의 침공으로 인류는 제대로 반격 다운 반격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데 지구인도 노력은 해요. 군함이 나와 미사일 공격을 하고, 전투기가 나와 공중전을 벌이게 되죠. 하지만 이세계에서 파견 나온 대마법사가 부리는 마법에 의해 현대전의 무기는 통용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류는 지구로 망명 온 엘프들과 힘을 합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게 되죠. 수십 년에 걸쳐 전쟁을 치르며 인류는 간신히 반격할 수 있는 수단을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만.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그 수단은 그 작품의 주인공(유우)이 가지게 되죠. 노파심에서 쓰자면, 주인공은 이미 적성 검사를 꽤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었다는 점이군요. 건담류처럼 어쩌다 건담에 올라타 조종하는 민간인 신분은 아닌 것이죠. 그러고 보니 말 안 했는데, 이 작품은 메카닉물로서 SF라는 건 이걸 말하는 것이고, 판타지는 이세계의 지구 침공과 그에 따른 마법도 혼재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주인공은 소년병입니다. 궤멸로 몰려가는 인류는 맞서 싸울 병력조차 조달하기가 여의치 않죠. 주인공은 14살이라는 나이에 징집되어 군대와 엘프 과학자들이 개발한 나노머신을 몸에 이식해 적성검사를 받고 있으며, 그에겐 '이쥬인'과 '아리야(하프 엘프, 히로인)'라는 동료들이 있어요. 이들은 남겨진 민간인들을 보살피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죠. 군대는 이미 궤멸해버렸고, 정부는 도망가 버렸습니다. 여기서 매우 흥미롭고 눈여겨볼 것은 소년병이 징집되고 군대가 나오면서(현재 일본은 공식적으로 군(軍)은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익 성향인가 했더니 그 반대라는 것입니다. 군대는 허접하고, 지켜야 될 민간인들은 나 몰라 하고, 정부는 도망가 버렸죠. 그런 주제에 아직 힘을 비축하고 있는 엘프들의 자치 정부에 빌붙어서 목소리만 낸다며 돌려까기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꽤나 흥미롭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일본 열도는 글자 그대로 특대 마법 맞고 침몰(수몰) 직전까지 몰려 있죠.


그리고 멸망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이 보여주는 연민과 추악함을 잘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군대의 잔존 병력과 민간인들을 보호하고 있는데 이 잔존 병력들은 민간인들을 학대하고 주인공을 괴롭히죠. 멸망의 세계에서 통제를 잃으면 힘을 가진 인간들이 얼마나 추악하게 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과 민간은 들은 그 희생자들로 힘이 없는 자들은 비참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상황을 잘 그리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히로인 '아리야'도 거기에 얽히게 될까 같은, 상당히 조마조마한 상황을 연출해서 몰입도를 높여주는 작가의 능력이 좋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어떤가 싶은데요. 좋아서 군대에 징집된 것도 아니고, 이제 돌아갈 곳도 없습니다. 14살이라는 아직 사물을 제대로 판단하기 힘든 나이에 군에 들어와 잔존 병력들의 노리개가 되어야 했고, 민간인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어야만 했으니 그 고충은 꽤 크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근데 마음이 상당히 여려서 앞으로 이 성격이 그의 발목을 잡는 일이 제법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들게 하기도 합니다.


자, 그럼 대마법사와 마물을 상대할 수단을 이야기해볼게요. 군대와 엘프 과학자들이 힘을 모아 만든 'a형 엑소 프레임',이라고 불리게 될 인류의 결전 병기는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을 뛰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필자는 늙어서 그런 감정은 이제 없지만요. 12대가 만들어져 세계에 배치되었는데 무려 우리나라(한국)에는 5호기가 배치되어 있답니다. 그것도 물의 왕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아 주었는데 작가가 꽤나 파격적이랄까요. 아무튼 그 12대중 3호기가 지금 주인공이 있는 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감이 오시겠지만 이 3호기는 주인공 것이 될 거고요. 마침 3호기 적성자를 찾고 있는데 아무나 못 타요. 또 감이 오겠지만, 여기서 나서야 할 게 마물들이죠. 그 직전, 주인공은 공원에 우뚝 솟은 탑에서 무언갈 발견합니다. 탑 꼭대기 안, 큰 수조에 잠들어 있는 엘프 '아인(메인 히로인)'과의 만남은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리고 마침 공격해오는 마물떼, 희생되는 민간인들, 불바다가 되는 대지.


그리고 히로인 '아리야'의 엄마가 딸을 주인공에게 맡기며 산화하는 장면과 슬퍼할 겨를 없이 적을 맞아 싸워야만 하는 히로인의 고뇌, 주인공이 대지를 박차는 장면들을 담담하면서도 슬프게 풀어내기 시작합니다. 3호기는 결전 병기답게 아주 잘 싸웁니다. 메인 히로인 '아인'은 왜 나왔나 했더니 3호기 내비게이터군요. 근데 왜 수조에 갇혀 잠들어 있었나 하는 건 메인 스포일러니까 직접 보시길 권장합니다. 그녀는 성격이 매우 활달하여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주인공 일행에게 빛을 잃지 않게 하는 묘한 재주를 보여줍니다. 주인공에 딱 달라붙어서 '너만 바라본다'의 전형적인 히로인이지만 싸구려 같은 느낌은 없는, 되레 여왕 같은 모습을 보여 조금은 흥미롭다고 할까요. '아리야'와 '이쥬인'과도 잘 어울리면서 흔히 히로인들이 모이면 그릇이 깨지는 그런 상황은 없어 보였군요. 이렇게 모든 것이 끝나고, 슬픈 이별을 하고, 이들은 힘을 비축하고 있는 엘프들이 모여사는 수상 도시를 향해 길을 떠납니다.


맺으며: 한물간 메카닉 느낌 나서 처음엔 다소 거부감이 들었으나 읽을수록 메카닉에 대해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제법 좋습니다. 여기에 판타지를 가미하고, 이세계 전생물에서 흔히 보여주는 이세계 주민은 똥 멍청이의 반대 상황을 연출하는 것도 꽤나 흥미롭죠. 그리고 군대가 궤멸해서 불타고 있는데 캠프파이어라고 거침없는 표현도 흥미롭습니다. 양아치 병사를 등장시켜 멸망의 세계라는 극중 분위기를 가속 시키고, 그에게 괴롭힘당하는 주인공에게서 인간은 잡초 같은 생명력을 가졌다는, 잡초처럼 반드시 일어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한 라노벨 치고는 조금은 수준이 있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이세계 전생물의 전매특허인 치트 받은 주인공이 되겠군요. 그 어떤 무기도 통용되지 않는데 혼자서 3호기 타고 다 쓸어 버리니 이야기에서 툭 튀어나오는 느낌이 좀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다 죽었는데 동요하지 않는 주인공의 성격과 여리여리한 성격은 매치가 되지 않는다고 할까요. 아무튼 일러스트가 상당히 좋습니다. 그로 인해 몰입도를 더 높여준다고 할까요. 그런 내용에 비해 제목이 너무 수수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세계 전이, 지뢰 포함 1 - S Novel+
이츠키 미즈호 지음, 네코뵤 네코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소미에서 이번에 발매한 신작입니다. 주된 내용은 수학여행 가던 학생들이 사고로 몽땅 죽게 되고 사신(死神)을 만나 그의 배려(?)로 아이들은 이세계로 전이해서 살아간다는 이야기인데요. 여기까지 보면 여느 이세계물과 다를 바 없습니다. 여신에서 사신으로 바뀌었을 뿐, 그동안 학급이 통째로 전이하는 작품이 더러 있었고 이 작품도 궤를 같이 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긴 했습니다만. 시놉시스를 보면 '치트는 없지만 지뢰 스킬은 있는 이세계'라는 구절에서 흥미를 느껴 본 작품을 구매하게 되었군요. 솔직히 이제 치트 하면 식상하잖아요? 아무런 노력도 없이 능력을 손에 넣어 고생도 안 하고 살아가는 인생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요. 그래도 뭐 필자는 로또에 당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그동안 따돌림당하는 주인공이든, 사회 부적응자든 이세계에만 가면 치트를 얻고 근본 없이 강해지는 것에 식상한 독자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작품을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 리뷰 끝!


..라고 하고 싶지만 조금 더 노력해서 써볼게요. 이 작품의 특징을 들라면 일단 치트는 있지만 없습니다. 이 작품이 파격적인 게 이 부분이죠. 이세계하면 치트, 하렘, 미인(미남, 미녀)은 기본이 되는데 작가는 그게 식상했는지 아니면 그런 풍조를 비꼬려는지, 애들이 요구하는 가령 '스킬 강탈' 같은 치트 스킬 전부 들어주게 돼요. 이런 스킬은 사실 이세계 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능력이죠. 이 작품에서는 그런 스킬을 요구하고 선택한 아이들을 과감 없이 탈락 시켜 버립니다(이게 함정). '있지만 없다'의 뜻은 여기에 있어요. 요컨대 이런 부분이 이 작품에서 지뢰가 되는 요소입니다. 노파심에서 쓰자면, 지뢰라고 해서 이 작품 자체가 지뢰라는 뜻은 아니고, 치트 스킬 = 지뢰라는 뜻이니 오해 없길 바라고요. 멋에 취하고, 노력도 안 하고, 편하게 살아 가려는, 남을 탐하고 해하려는 자에게는 벌이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또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노력을 하라는 교훈적인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주인공 '나오'는 '하루카(히로인)'와 '토야'(이하 주인공 일행)와 함께 이세계로 전이합니다. 이들은 물속에 드리워진 낚싯바늘(치트 스킬)에 걸리지 않고 견실하게 무난한 스킬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그 스킬을 바탕으로 이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힘을 합쳐 노력을 하게 되죠. 모험가 등록을 하고, 약초를 채집하고, 열매를 따다가 팔아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여관을 잡고 장비를 장만하는 등 맨땅에 헤딩 수준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사실 치트 이세계물이나 하다못해 온라인이든 PC든 게임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캐릭터 성장물과는 꽤 벗어나는 이런 이야기에 질려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루 종일 약초를 뜯고, 멧돼지를 잡고, 나무에 올라가 열매를 따는 게 재미없을 수도 있어요. 그걸 바탕으로 보존식 만든다고 열매를 말리고, 멧돼지를 회(?) 떠서 육포로 만드는 이야기가 재미있을 리가 없을 겁니다. 스킬과 스테이터스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요. 그럼에도 필자는 이 작품에서 묘한 매력을 느꼈는데요   


우선 치트니 스킬이니 그런 것보다 주인공 일행이 살아가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모습이 참 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고, 돈을 벌지 않으면 노숙을 해야 하고, 사회 안전 보장(보험, 치안 등등) 되지 않는 이세계에서 무사히 살아가기 위한 걱정도 해야 하는 현실 미가 매우 와닿는다고 할까요. 이런 이야기들은 여타 이세계물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는 부분이죠. 또한 현실적으로 이세계에 간다고 의식주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듯, 특히 여자의 경우 잘 곳과 의복은 현대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이세계라면 더욱 가혹하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방 얻을 돈이 없어서 주인공 일행(남자 둘, 히로인 하나)은 방 하나에 같이 묵는다던가, 그런 환경에서 사고(S로 시작하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부분을 제대로 인식 시켜서 그렇고 그런 환경을 차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 꽤나 신선했군요. 그리고 음식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꼬치구이 등 여타 이세계물에서 등장하는 맛있는 음식은 이 작품에서는 없어요. 


그럼 이쯤에서 이 작품의 장점과 단점을 열거해보겠습니다. 장점은 스킬을 받았지만 마구 성장하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아 파워 인플레나 캐릭터간 능력 차이로 오는 괴리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게 좋습니다. 스킬을 바탕으로 주인공 일행은 살아가지만 이걸로 뭔가 마왕을 무찌른다 같은 이야기는 적어도 1권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어요. 드래곤 볼 계열을 싫어하는 분들이라면 딱 맞는 조건이죠. 이들의 당면한 과제는 이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돈을 버는데 있어요. 그러니 강한 몬스터와 싸우고 그 과정에서 치트가 발현되고, 마을에서는 모험가들과 트러블이 일어나는 클리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틀에 박힌 이야기를 배제하고 현실적으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들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왠지 좀 응원하게 된다고 할까요. 주인공 일행은 사이도 좋고, 각자 맡은 역할에도 충실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모범적인 모습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역시나 스킬이 되겠습니다. 치트는 없다고 했지만, 이세계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스킬을 쓰는 주인공 일행은 치트 덩어리라 할 수 있어요. 물론 주인공 일행은 대놓고 사람들에게 밝히지는 않지만, 가령 어떤 열매는 아무나 채집 못해서 상당히 비싸게 팔려요. 근데 주인공 일행은 힘들이지 않고 채집해서 팔아대죠. 약초 구분도 스킬에 의존해서 양질의 약초로 많은 돈을 번다든가, 전생(지구)의 기억을 바탕으로 육포를 만들고 과일을 말리는 등등. 이세계 주민이라면 많은 노력을 해야 겨우 만들 수 있는 것들을 주인공 일행은 이세계에 온 지 며칠 만에 다 해버리거든요. 사실 필자는 한가지 착각을 했던 것입니다. 치트가 없고, 스킬을 받았다곤 해도 현실적으로 이세계에서 살아가려는 이들을 보며, 보다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보여줄까 기대를 했었거든요. 가령 위생문제는 당장 우리네를 보더라도 20여 년 전만 해도 푸세식(재래식) 화장실을 쓰는 가정이 제법 많았고, 시골에는 지금도 정수한 수돗물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많아요.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세계라면 어떨까요. 당장 화장실 문제만 해도 큰일일 것입니다. 수돗물은 언감생심이고 하수도 시설이 잘 되어 있을 리가 없고, 그로 인해 각종 오물이 스며드는데도 우물물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부분은 현실 미가 많이 떨어집니다. 사실 푸세식 화장실과 우물물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의 작가라면 모를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런 점이 아쉽죠. 이런 부분을 조사해서 집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그래서 작가는 스킬로 다 때웁니다. 떼를 없애고 더러움을 '정화'하는 스킬이 있고, 병에 안 걸리는 스킬이 있고, 회복 스킬도 있어요. 이걸로 퉁처버리니 잘 가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인가 싶더라고요. 결국 이런 게 치트지 뭐가 치트일까 싶죠. 그리고 그놈의 쌀, 된장, 간장은 좀 언급 안 하면 안 되나요. 이 작품의 작가는 좀 다른가 싶었는데 여지없이 이런 걸 언급해서 스스로 이세계물 클리셰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는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엔 재와 환상의 그림갈처럼 인생 시궁창 같은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결국 여느 이세계물처럼 스킬로 생활을 개선하고, 채집하는 노력은 있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이세계 주민은 못하는 돈벌이를 하는 등 중후반을 넘어서면 제법 벌이도 좋고 잘 살아가게 돼요. 근데 작가도 양심은 있었는지 스킬 수련에 애를 먹는다 같은 약간은 고생한다의 느낌을 심어주고는 있습니다만. 시행착오를 겪게 하는 것도 있고요. 하지만 이제 그런 시행착오를 겪든 뭐든 돈을 제법 벌게 되어서 스킬을 성장시키지 않아도 이제 주인공 일행은 걱정 없이 잘 살아가게 되었죠. 그리고 이제 여유가 생기니까 이세계물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템 박스(시공간에 무한으로 넣을 수 있는, 도라에몽 주머니)도 언급되고 시작은 다른 라인에서 출발했는데 도착은 같은 라인으로 골인하는 마라톤 같은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고 할까요. 그래도 뭐 일러스트도 잘 나왔고, 그동안 이세계물에서 잘 볼 수 없는 부분도 보여주니까 나쁜 말만은 하지 못하겠군요.


맺으며: 이 작품은 그리 심각한 이야기도 없고, 머리 아픈 복선도 없고, 뭣보다 의미 불명의 하렘이 없다는 것에서 큰 점수를 줄만 합니다. 특정 신체를 부각 시켜 어필하여 눈살 찌푸리게 하는 것도 없어요. 그로 인한 근본 없는 호감도 맥스도 없어서 좋고요. 어째 단점으로 들리지만, 요컨대 이런 요소들을 넣어 날로 먹으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정신건강상 매우 좋다는 뜻입니다. 주인공 혼자 다 해 먹지도 않죠. 주인공 '나오, 토야, 그리고 매인 히로인 하루카' 이렇게 세명이서 각자 역할을 맡아 생활하는 모습이 정겹다고 할까요. 특히 하루카는 누나 행세하며 챙겨주려는 장면들은 귀엽기까지 합니다. 아무튼 스킬과 능력으로 보면 여타 이세계물과 다를 바 없지만, 생활에 있어서 자칫 까딱 잘못하면 시궁창 직행이라는 현실미를 보여주고 있어서 이런 부분으로 접근하면 이 작품은 나름대로 수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여자의 경우 매/춘까지 해야 한다는 언급도 있어서 더욱 현실미를 띄죠.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2권부터는 하루카의 친구 찾기 등 이들의 세계가 조금 확장되지 싶은데, 하필이면 소미에서 발매가 되었을까 싶더군요. NT노벨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사실 잘 팔리지 않으면 후속권을 내줄 출판사는 많지 않습니다만. 부디 잘 팔려서 2권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화 전설이 된 영웅의 이세계담 5 - L Novel
타테마츠리 지음, 미유키 루리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옛말에 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잡는 방법을 알려주라 했습니다. 이 말을 이 작품에 빗대보면 주인공은 고기 잡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고, 히로인 리즈는 고기를 잡아야 되는 입장이죠. 사실 어느 직종이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배우면서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고 좌절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것이죠. 이게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이고, 그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고기를 잡아줄 뿐, 잡는 방법을 알려주지를 않아요. 그래서 히로인 리즈는 엄청나게 고생을 해야만 하죠. 그녀는 페르젠에서 포로로 잡혀, 이 작품이 19금이었다면 그렇고 그런 장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나락으로 떨어졌을 일을 당하게 돼요. 보통 히로인이 이런 일 당하면 주인공이 위로라도 좀 해주고 해야 사람 살아가는 정이 아닐까요? 그냥 히로인도 아니고 주인공이 그녀를 후원해서 황제로 만들려고 하는데도 말이죠.


이번 이야기는 속국 페르젠에서 돌아와 본격적으로 리즈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려고 움직이는 주인공과 이대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생각에 성장하려는 '리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주인공이 왜 리즈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려는 걸까가 되겠고, 그 과정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가 흥미를 유발하게 되겠죠. 근데 이번 5권에서 흥미로운 점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그동안 리즈가 전투만 했다 하면 패배하는 걸 그냥 두고만 보고 있었어요. 이것이 누적되어 결국 리즈는 페르젠에서 고초를 겪는 결말로 이어졌죠. 이런 일이 있으면 이제라도, 아니 황제의 자리에 올릴 거면 제왕학이라던가 하다못해 전략을 짤 수 있는 지식이라도 심어줘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 거 일절 없어요. 참고로 이 작품의 메인 히로인(리즈)은 생각 자체를 안해요. 그리고 주인공은 말로만 계략을 세우고, 계책을 짜고 우주 정복할 거처럼 그러면서 상대의 수는 전혀 읽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짠 계획은 무조건 성공할 거라는 핑크빛 믿음뿐이죠.


이번에 눈에 가시인 중앙 귀족을 몰락 시키기 위해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기만 할 뿐, 정작 그 일(귀족 몰락 시키기)을 리즈의 언니 '로자'에게 다 떠넘겨 놓기만 해요. 이 작품에서 주인공 보정은 하렘에만 국환 되어 있다는 느낌이 아주 강해요. 아무튼 황제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황제를 탄핵하고 눈에 가시인 귀족을 몰락 시키려고 하지만 이미 황제는 주인공과 리즈의 생각을 다 꿰뚫고 있었으며, 황제는 이들이 뭔가 하기 전에 행동을 봉해버리죠. 결과 주인공은 머릿속이 온통 핑크빛뿐인 계획만 짰을 뿐, 황제가 이렇게 나올 거라는 것 자체를 예상하지 않아 공중에 붕 떠버리게 됩니다. 1천 년 전 군신이라 불리며 전략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주인공이 이런 돌머리였나? 싶을 정도로 어이없게 이야기는 흘러가요. 특히 리즈에게 큰 걸림돌인 제1황자의 행동을 전혀 예측하지 않아 후반에서 또 '리즈'로 하여금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는 일을 당하게 하죠. 작가는 대체 뭘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작가는 히로인 굴리는 재미로 이 작품을 집필하는 걸까요.


가장 어이없는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리즈를 황제의 자리에 앉힌다면서 온갖 공작을 다 할 거처럼 표현해놓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 리즈가 맡은 지방 성채로 냉큼 돌아가는 걸 들 수가 있어요. 지금 당장 무우라도 썰 거처럼 뭔가 하는 거 아니었나? 성채로 돌아가다 주인공이 쏘아 올린 공에 의해 황제의 미움을 산 귀족이 반란을 일으키는 일이 일어나요. 다른 귀족들은 다 몸 사리고 주인공이 진압하러 가야 하는데, 부하 병력이라곤 꼴랑 800명 밖에 남지 않았어요. 이걸 가지고 3만 명이나 되는 반란군을 진압하겠다고 합니다. 반란도 주인공이 궁지로 몰아넣어서 피폐해진 귀족이 일으킨 건데 이렇게 자기가 몰아붙여 놨으면 반란도 예측 가능하지 않을까요. 주인공은 이런 건 간과해버리게 되죠. 작중 느낌상으로 보면 반란할 줄 몰랐다는 게 주인공의 인식입니다. 이쯤 오면 군신이라 불리는 똑똑한 주인공 맞나? 싶어져요. 거기에 리즈의 언니 로자가 수도에 3천의 병력을 숨겨 놓지 않았다면 어쩔 뻔? 읽으면 읽을수록 실소를 금할 길 없는 이야기가 계속돼요.


그리고 주인공은 변수를 전혀 예측하지 않음으로써 주변 사람들이 고생을 해야만 하죠. 그 결과가 리즈와 저번에 새로 합류한 '아카아하'를 들 수가 있어요. 반란을 진압하러 가야 하는데 3만 명의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 앞에 아무리 작가가 밀어주는 히로인들이라도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어요. 이게 끝나니까 주인공이 제1황자에 대한 행동을 전혀 예측하지 않은 결과 리즈와 저번에 새로 합류한 '스카아하'는 제1황자에게 진짜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또 두들겨 맞게 되죠. 이런 설정이 재미있나? 가학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장면으로 인한 눈살만 찌푸려져요. 그렇다고 원군이 있나. 리즈의 언니 로자가 이끄는 원군은 제시간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그동안 적만 만들고 아군은 만들 생각도 없었던 주인공의 성격 때문에 주변 다른 귀족들은 도우러 오지도 않죠. 이러니까 사람은 평소 소통을 하며 인맥을 만들어야 하는데 주인공은 리즈를 황제로 만든다면서 그녀를 떠받드게 할 귀족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지를 않았어요. 작가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번 5권의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가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아요. 


맺으며: 이렇게 화딱지 나는 작품은 진짜 오랜만이군요. 2~4권은 나름대로 괜찮았고, 성장의 여지를 보여주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보통 등장인물들은 성장하기 마련이건만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성장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래도 정말 죽을뻔하면서 리즈가 각성을 이뤄내지만 각성하면 뭐 하나요. 힘 하나 못 쓰고 여전히 주인공에게 기댈 뿐인걸요. 그리고 3800명 vs 3만 명이 붙는다면 누가 이길 거 같나요. 동서고금 전쟁에 있어서 숫자의 폭력은 진리죠. 주인공은 포위 섬멸전이 뭔지 보여주려는 것처럼 하더니 혼자서 적장을 치는, 뭐 이런 개그가 다 있나 싶어요. 결국 주인공만 있으면 몽땅 해결이라는 흐름을 보여줘서 더 화가 나요. 전략과 전술과 기만 등 온갖 술수가 난무하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야 될 작가는 그냥 주인공 하나로 해결해버리죠. 반란군은 3800명도 찌부려트리지 못하는 오합지졸이고요. 사죄와 배상(우익성 발언이 좀 있음)은 잘도 언급하면서 주인공은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는 히로인들에게 왜 사과의 말을 하지 않을 걸까. 자기가 미숙해서 일어난 일인데도, 그런 주제에 리즈가 성장하고 있다며 흐뭇하게 쳐다보는 주인공이 제정신인가 싶어요. 5권에서 하차하고 싶었는데 6권을 미리 구매해놓는 바람에 6권만 읽고 하차해야겠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