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게이트 3 - 03. 파르닛드 수연합
카자나미 시노기 지음, 김진환 옮김 / 라루나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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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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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메인 히로인 '슈니'와도 만났고, 그녀를 통해 다른 서포트 캐릭터(NPC) '지라트'가 오늘내일 한다는 소식을 들은 주인공은 그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기로 합니다. 이세계는 주인공이 하던 게임의 세계관으로 일률적이었던 캐릭터(NPC)들이 자아를 가지고 마치 이세계 주민처럼 살아가는 세계입니다. 당연히 수명도 존재하며, 게임 속에서부터 주인공을 서포트 해왔던 캐릭터들도 5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이를 먹어 오늘내일 하게 되었는데요. 죽기 전에 주인공을 보고 싶다는 '지라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주인공은 그의 하렘(슈니, 티에라)과 지라트가 살고 있는 '파르닛드'라는 나라에 가기로 합니다. 


보통 이세계에서 여행이라면 도보나 엉덩이 아픈 마차로 가는 게 정석이잖아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산적을 만나 돈과 하렘 다 내놓고 꺼져라는 클리셰도 발생하는 등 이세계물 하면 빠지지 않는 이벤트가 기다리나 했습니다만. 그냥 차분하게 이어집니다. 앞 전에 머리 아픈 작품을 리뷰 했다가 심신이 지쳐 있었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나니 힐링이 될 정도로 포근하게 이어졌군요(반어법 아님). 좌우 분간도 못하는 산적이 딱 한번 나오지만 결과야 뻔했고요. 주인공이 워낙 강한 데다 글쎄 슈니가 마차 끌 말을 대신한다고 어디서 신수(환상의 동물?)를 잡아와서 끌게 하는 통에 마물이고 뭐고 접근을 안 해서 매우 싱겁게 진행이 돼요.


이번 이야기의 핵심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많은 돈과 능력을 가진 주인공을 상식 밖의 인간으로 취급하며 싸늘한 시선만 보내는 '티에라'인데 처음 만날 때부터 상식 밖으로 행동하는 주인공에게 질려 있었죠. 우리로 치면 억대 수표를 꺼내 부채질하는 꼴을 티에라는 봐야 했으니 짜증이 솟구칠 만도 했었겠죠. 조심하라고 말해도 조심하지 않는 주인공에게 빈정 상할 때도 있는 등 감정 노동을 좀 심하게 하는 히로인이랄까요. 두 번째로는 아기 여우 '유즈하'에 이어 신수 '카게로우'의 합류가 되겠습니다. 유즈하는 일찌감치 주인공과 계약해서 반려동물이 되어버린 지 오래고, 이번에 카게로우가 슈니와 계약하면서 새로운 차밍 포인트로 등극합니다.


그런데 카게로우는 이세계에서 마물 최정점에 서는 신수로서 꼴사납게 마차나 끌다니 자존심은 엊다 팔아먹었나 싶었지만 자기가 좋다는데 누가 말릴까 싶은 상황이 연출되죠. 이런 부분이 역시 라노벨 답다 싶기도 합니다. 네이밍 센스도 어딘가 궤멸적인 게 작가는 센스 좀 길러야겠더군요. 이렇게 주섬주섬 땅바닥에 떨어진 물건 줍듯이 하는 상황을 보고 있으면 참 편하게 산다 싶기도 합니다. 마차도 손수 만드는데 현실의 벤X 마이바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 나와 버리죠. 서포트 캐릭터 찾아간다는 목적보다도 이동할 수단이 더 부각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고 할까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 포인트는 서포트 캐릭터 '지라트'와의 해후군요. 500년 전 주인공이 실종된 이례 줄곧 주인공(주인)만을 찾아왔던 지라트는 나라를 세우고 자식을 낳고 나이를 먹어 죽지도 못하고 주인공만을 기다려 왔던, 어떻게 보면 우리네의 진돗개 같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나저제나 마지막 불꽃이 다 할 때쯤 운명처럼 주인공을 만나게 되었고, 이제 미련 없이 떠나기 위해 주인공에게 대결을 신청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이 장면에서는 무인(武人)으로 자신이 죽을 자리를 찾아 떠나는 장면과도 같아서 조금은 먹먹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맺으며: 새로운 히로인이 둘이나 더 늘어나는데 이 중에 한 명은 주인공과 같은 게임 유저가 아닐까 하는 복선이 나왔군요. 하기야 많은 유저가 게임을 했는데 주인공 혼자만 이세계에 넘어왔을 거라는 법은 없을 테죠. 이후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만. 보이지 않는 흑막이 주인공 인생에 개입하는 거 아닐까 하는 복선도 투하되는 등 자잘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게 되면 돌아갈지 남을지 고민하는 부분은 참 현실적이지 않나 싶었군요. 가족이 기다리는 현실과 이제 가족과도 같은 슈니&티에라를 남겨두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뇌. 이제 저주가 풀려서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티에라도 떠날지 남을지 하는 것등... 사실 주인공이 스킬과 능력 쓰는 것보다 이런 이야기들이 와닿기도 합니다. 다만 사무라이 드래곤이나 일본식 주거공간 등 다소 일본색이 짙어서 거부감을 가지게 되는 독자들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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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 전하는 화가 나셨나 봅니다 4 - L Novel
야츠하시 코우 지음, 나기시로 미토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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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만약 당신이 책을 출판한다고 가정해보자. 일단 흥행의 요소를 뭘로 해야 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가장 저렴하게 먹히는 것은 하렘의 도입이 있겠고, 그 연장선으로 의미 없는 판치라가 있다. 그다음으로는 내가 못하는 것을 주인공이 대신해주는 이세계 치트물이 있고, 하렘과 이세계 치트까지 합쳐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탄생한다. 사실 이런 설정들 때문에 라노벨이 욕먹는 게 아닐까도 싶은데 솔직히 필자 알 바 아니다. 아무튼 저런 장르 외에 다른 장르를 꼽으라면 이 작품처럼 '기믹'을 이용한 트릭이라 하겠다. 하렘과 의미 없는 판치라를 과감히 버리고 독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것은 독자들 스스로 답을 도출할 수 있게끔 재료를 투하하고 작가는 답을 내놓지 않는 것이다. 독자들은 작가가 흘린 복선이나 사건의 개요를 접하고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근데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적당히'라는 것이다.


이 작품의 작가는 '적당히'를 모른다. 이미 3권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 페이지 건너 기믹과 복선과 사건을 투하한다. 거기에 해답 편을 공개하지 않아 독자들을 더욱 발광하게 만든다. 일례로 '11년 전 그 사건'을 들 수가 있다. 이 사건은 작품의 여주인공인 '레티시아'가 깃든 '도로셀'의 과거에 있었던 일로 이 사건으로 인해 도로셀의 현재 입지는 매우 난처한 상황이다. 그러니까 레티시아가 전생을 거쳐 현재 공작가 영애 '도로셀'의 몸에 깃들었고, 도로셀의 기억을 레티시아는 이어받지 못했다. 그래서 레티시아는 왜 학대를 받는지, 사람들에게서 손가락질 받는지 이해를 못한다. 비단 여주인공만이 아니라 읽는 독자들도 그녀가 왜 학대를 받는지 모른다. 이점이 매우 답답하게 흘러가게 되는데, 작가는 그녀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진행하면서 '기믹'을 엄청나게 심어 놓게 된다. 그래놓고 이런 기믹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라고 한다. 이건 코난이 와도 못 풀 거 같은데 말이다.


처음엔 그저 신데렐라나 콩쥐팥쥐처럼 가족에게 학대받는 소녀가 그 시련을 딛고 일어나 자신을 학대했던 가족을 벌하는 권선징악형인가 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 그녀의 전생은 우연이 아니었고, 그녀를 이용해 무언갈하려는 '백의 결사'라는 중2병식 집단에 의한 거대한 그림에 불과했다는 복선이 투하된다. 이 무슨 백합 같은 분위기의 제목을 뽑아놓고 내용은 음모와 스릴러라니 알다가도 모르겠다. 뭐 여기까지는 상업적인 측면에서 독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쓰이는 설정이라고 치부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독자들의 머리가 터지도록 했던 기믹과 복선과 사건의 결말은 매우 단순하다는데 있다. 작가는 4권을 1부 마지막으로 잡고 그동안 여주인공이 왜 학대를 받아야 했는지를 보여준다. 여주인공은 도로셀의 기억을 찾으면서 11년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1천 년 전에도 똑같은 사건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이게 우연일까? 이것도 그녀의 정체는 무엇인가 하는 복선이 된다.


결국 백의 결사라는 흑막이 그녀의 가족과 주변을 이용해 도로셀의 과거에 있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그 사건을 통해 자신(여주인공)의 존재가 무엇인지 깨달아라는 것이 아닐까 싶은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담 이 백의 결사는 뭐 하는 놈들인가라는 의문이 떠오르는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작가는 답을 내놓지 않는다. 그저 여주인공을 노리며 그녀의 어떤 능력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굳이 1천 년 전의 사건과 겹치게 했다는 것은 그때 그녀의 곁에 있었던 누군가가 그녀를 잊지 못해 줄곧 그녀를 찾았고, 마치 스토커처럼 그녀에게 집착하는 게 아닐까 싶다. 도서관에서 책에 끼여 있던 '줄곧 너를 기다렸어' 같은 구절도 있는 걸 보면 1천 년 전 그녀의 남편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남편은 지구에서 이세계로 건너간 전생자), 그녀가 마술을 배울 때 같은 스승에게서 배우던 어떤 소년이 아닐까도 싶은데 지금은 기믹을 너무 많이 심어놔서 쉽게 답이 도출되지 않는다.


결국 4권까지 있었던 일들은 무엇이었나 하는 황망함이 남는다. 위에서 언급했던 기믹을 구체적 언급해보면, 상당한 분량을 소모해서 성녀와 성유물을 보여주며 마치 여주인공이 성녀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거기에 영지에서 그녀의 이름을 딴 성녀 전설도 있어서 결론을 추론해보면 1천 년 전부터 여주인공은 계속해서 전생을 되풀이했고, 그때마다 사람들을 보살피는 등 성녀로서 이름을 날린 게 아닐까 하는 답이 도출된다. 백의 결사는 그런 그녀를 노리는 것이고. 그러나 이건 추론일 뿐 답은 되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기믹이고 현실인지 이제 분간하기도 힘들어진다. 아무튼 여주인공은 11년 전 사건을 조사하면서 백의 결사에 대해 알아가고 그들과 대치하는 형국이 되어 간다. 이번 4권에서는 11년 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자신의 괴롭혔던 동생과의 화해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그녀의 주변에서 암약했던 백의 결사와 본격적인 싸움의 시작을 알린다.

 

맺으며: 이번 4권은 여주인공이 왜 학대를 받아야만 했는지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보면 여주인공의 마음이 너무 여린 것에서 비롯된 주변의 시기와 질투의 산물이었고, 이 시기와 질투가 11년 전 사건과 합쳐지면서 그녀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게 되었다는, 가족이라는 게 가족을 지키지 않고 매도하는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라고 할까. 11년 전 사건은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여주인공에게 있어서 그리고 백의 결사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된다. 결국 그녀가 받았던 학대는 11년 전 사건으로 인해 기인되었고, 그 사건이 밝혀지면서 조금은 황망함이 남는 그런 이야기다. 그 사건을 여주인공은 기억하지 못했고, 그 기억을 찾기 위한 조사를 하면 할수록 마치 거대한 음모가 도사린 게 아닐까 하는 기믹과 복선을 마구 심어 놓는 통에 독자는 된통 속게 된다. 결론을 보면 그동안 심었던 기믹과 복선에 비해 아무것도 아닌 데라는 마음 밖에 안 든다. 그리고 남은 건 백의 결사라는 흑막이다. 일본은 이런 흑막을 정말 좋아하는 듯하다. 보는 입장에서는 지긋지긋하기 그지없는데 5권부터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제 쉽게 추론하지도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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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관리인 1
후타미 스이 지음,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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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은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만화입니다(아마도).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이 라이트 노벨인 줄 알고 구매했어요. 그도 그럴게 가격이 7천 원이나 하니까 상품 설명을 제대로 안 봤거든요. 그렇다고 후회하는 건 아닌데,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 만화는 일부 작품을 빼고는 허접하기 그지없어서 이제 만화는 안 보기로 했었습니다만,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원작이 따로 없는 오리지널이다 보니 그렇게 선입견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이게 뭔 소리인가 싶겠지만 요약하자면 이질감 없이 무난하게 진행이 된다는 뜻입니다.


내용은 굉장히 심플합니다. 어릴 때부터 아빠에게서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수련을 받아온 주인공이 어느 날 사라져버린 아빠를 찾아 던전에 들어갔다가 던전 관리인이 되어버리는 내용인데요. 관리인이라고 해서 던전 보스가 되어 던전 공략하러 오는 인간과 피 튀기며 싸우는 그런 내용은 아니고요. 이 작품의 장르는 개그와 경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던전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를 지옥인지 이계인지에서 섭외하고, 보물상자를 리필하는등 글자 그대로 관리인으로서 던전을 경영한다고 보시면 되겠군요. 


주인공은 9층에서 현 던전 관리인 통칭 '벨'을 만나요. 표지에서 지팡이 들고 있는 여자애죠. 아! 이거 멜로물 혹은 하렘인가? 하겠지만 아쉽게도 주인공도 여자애입니다. 아무튼 주인공을 만난 벨은 대뜸 관리인(부하 직원)이 돼 달라고 하죠. 만성 인력난이라나요. 주인공은 던전에서 실종된 아빠를 찾아 들어왔는데 눈앞의 벨이 아빠를 처치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지만 당장은 어떻게 할 수는 없어요. 어떻게 보면 원수 같은 관계지만 실력은 주인공보다 엄청나게 높아요. 마법 한방 맞고 주인공은 기절하죠.


이렇게 관리인으로 취직해서 보물상자 리필도 하러 다니고, 모험가들 중에 실력으로 1위라는 파티와 싸워 보기도 하고, 던전 몬스터들과 통성명도 하는 등 약간은 동화 같은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 아빠에게 수련은 받았지만 인간관계는 제대로 배우질 못했는지 융통성이 없어서 몬스터들이 질려 하는 장면을 보이기도 하죠. 그런 성격으로 인해 친구 하나 없던 주인공은 던전에서 몬스터들과 친구가 되는, 어떻게 보면 약간은 불쌍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어요.


맺으며: 약간 경제적인 측면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몬스터들도 고용되어 모험가들과 싸우고, 모험가는 몬스터를 쓰러트려 보석을 얻어 연명하는 그런 구조를 보여주죠. 그렇담 몬스터의 목숨은? 이건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그렇게 시리어스 한 이야기는 아닌지라 다 장치가 있더라고요. 다만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데, 권선징악 당하는 것으로 교훈을 주죠. 던전 안에 거주구역도 있고, 식당이라든지 있을 건 다 있는 다소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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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일기 9 - L Novel
코토부키 야스키요 지음, John Dee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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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아무리 못난 돼지라도 반드시 생기는 게 여친이고 하렘이건만 이 작품은 한결같이 그런 건 보여주지 않는다. 애초에 나이 40 넘은 동정 아저씨를 좋다고 할 히로인이 있을까 싶지만서도 그쪽으로 노력도 하지 않으니 생길 리 만무하다. 여느 작품이라면 알아서 히로인들이 들러붙고, 호감도는 개연성 없이 쭉쭉 올라가서 황당하게 만들곤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게 없어서 좋다. 그런데 노력도 안 하고 커플만 보이면 누가 방구석 폐인 아니랄까 봐 악담과 저주를 퍼붓는 것에서 웃기기도 하다. 동정으로 35살 넘으면 대마법사가 된다고 하던데 아저씨가 딱 그짝이다. 아마 동정 잃으면 마법도 잃어서 동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이런 저주 같은 이야기가 이번 9권에 녹아 있다. 이세계로 날려 올 때 게임 동료의 와이프를 찾아주는 에피소드에서 아저씨는 저주와 악담을 퍼붓는다. 자기가 생이별한 부부를 찾아줘 놓고, 이러니까 동정은 안 되는 거야라는 느낌 그 자체다.


이웃나라 성법 신국을 멸망 시켰다면 좋았을 것을 아저씨 뒷마무리가 허술해서 반격 받고 만다. 성법 신국의 작업질로 마물 대군이 아저씨가 있는 나라로 진군해오는데 무려 바퀴벌레 대군이다. 사실 이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아저씨와 그의 동료들은 무척이나 강하기 때문에 게임이 되지 않는다. 근데 동료는 동정이 아닌데도 대마법사다. 그래서 아저씨가 더 날뛰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끝도 없이 밀려오는 바퀴 대군을 무찌르러 출동한 아저씨와 동료는 마물 대군이 몰려오게 된 원흉과 마주한다. 엄청나게 큰 바퀴 같은 녀석인데, 여기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멘탈이 우주 저편으로 날아가 버린다. 본질적으로 이 작품의 장르는 '개그'다. 그래서 사람 죽는 것도 개그로 풍자하고, 요즘은 별로 안 나오지만 아청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내용도 개그로 승화 시켜놓는다. 이걸 서두로 깔아두는 건, 마물의 우두머리 같은 녀석을 쓰러 쓰렸더니 그 마물이 정의의 히로인으로 진화한다는 거다.


그 모습이 무려 드래곤 볼의 쉘을 풍자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냐루코의 니알라토텝도 울고갈 혼돈이 발생한다. 맹랑하고 개그의 표본이 된 4신(신이 4마리라는 뜻이다) 3마리(마리로 칭한 건 정령이기 때문이다)도 등장해서 상황을 혼돈의 도가니로 만드는데 이젠 뭐가 뭔지 영문을 모르게 된다. 쉘과 4신 3마리 그리고 아저씨와 동료 3강 체재다. 쉘은 이상한 특촬물 히어로의 포즈를 취하며 분위기를 냉각 시킨다. 4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아저씨는 사활을 걸고 4신을 없애기 위해 마법을 총동원한다. 자, 이제 개그물 답지 않게 시리어스 혹은 아포칼립스 상황이 되나? 했는데, 잊지 말자. 이 작품의 본질은 개그다. 리뷰를 쓰면서도 이렇게 자괴감이 드는 건 처음이다. 번역가와 편집자는 이번 9권을 접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죽어라 마법을 날렸는데 폭발 마법을 맞고 4신중 한 마리가 아프로 머리가 되어 뱅글뱅글 하늘을 날아 땅에 처박히는 개그를 선보인다. 그걸 보고 모두가 깔깔 웃는다. 이 작품은 이런 식이다. 저렴한 개그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보다 좋은 작품은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본질이 개그여도 마무리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승전결은 작가의 사전에 없다는 듯 4신과 쉘의 전투는 개그물답게 대체 왜 싸웠는지도 모를 정도로 개그로 끝나 버리고, 쉘의 껍질을 벗고 누군가가 나와서 매우 싸구려 중2병을 찍는데 대체 왜 이런 이야기로 흘러가는지 도통 모를 일들이 일어난다. 중2병이라도 고품격 중2병이라면 찬사라도 보낼 텐데,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이 TOP(커피의 일종)라 이 작품은 그냥 커피다. 작가는 흔직세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중2병이 무언지 좀 배우고 왔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하나의 소동이 끝나고 아저씨는 동료의 와이프를 찾아주러 간다. 만삭의 몸으로 이세계로 날려와 남편과 헤어지고 남산만 한 배를 부여잡고 이제나저제나 남편이 오기만이 기다렸다. 이 정도면 뭔가 애틋한 이야기가 꽃 필 거 같아 두근거리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의부증에 걸린 와이프가 여자 동료와 함께 나타난 남편에게 칼부림하는 상황이면?


맺으며: 칼부림하는 의부증을 개그로 승화 시켜놓은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남의 와이프를 탐내는 마을 청년을 미화 한 것도 대단하다(동료의 와이프가 신세 졌던 촌장의 손자가 동료의 와이프에 반해서 미쳐 날뛴다). 초창기 쇼타콘(진짜로 행위까지 함)도 그렇고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윤리의식이 날아가 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심각한 이야기를 개그로 풀어서 읽기 좋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다. 픽션과 논픽션의 분간은 어디까지나 읽는 사람이 해야겠지. 그래서 좋다, 나쁘다라는 말은 못하겠다(필자 개인적으로는 지리멸렬해서 잠이 쏟아졌다), 어쨌거나 분명 몇 권째에서 하차 했음에도 왜 자꾸 집에 다음 권이 있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9권이다. 이번 9권의 내용적인 면에서는 사신(4신 아님, 진짜 신)의 부활의 조짐과 4신과 아저씨의 전초전을 그리고, 용사를 마구 소환한 4신 때문에 이세계의 수명이 1500년인가 밖에 남지 않았다는 등 조금 진전된 이야기를 그린다. 4신을 없애고 이세계를 구해야 하는데 그 임무를 아저씨가 맡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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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양피지 5 - 늑대와 향신료의 새로운 이야기,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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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뮤리'가 '콜'을 따라 나선 이유는 그저 사모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현랑 '호로'의 딸로서, 엄마 '호로'가 행상인 아빠 '로렌스'의 어리바리한 점을 봤듯이 '뮤리'도 '콜'에게서 그런 점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정 부패 썩어가는 교회를 개혁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 세상 밖으로 나와 '여명의 추기경'이라는 이명을 부여받고 교회 개혁에 앞장선 '콜'은 이제 교황도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발밑의 어둠을 못 보는 우를 범하기 일쑤다. 그때마다 그를 구해주는 건 언제나 뮤리다. 로렌스가 장사를 하며 뒤통수를 당하고 정보에 어두워 망할 때마다 그를 구해주었던 건 호로다. 뮤리는 콜이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할 때 그의 미래를 봤을 것이다. 현랑 호로는 고대부터 살아온 정령이다. 그 정령의 피를 물려받은 뮤리 또한 정령에 가깝다 할 수 있다. 뮤리는 걸핏하면 아내가 되고 싶다며 콜에게 들러붙는다. 엄마의 피를 물려받은 뮤리는 콜과 인생을 같이 할 수 없다는 걸 알 텐데도 같이 하려는 이유가 무얼까.


하마터면 교회와 왕국 간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었던 여상인 '에이브'의 음모를 무찌르고 다소 숨통이 트였나 했더니 이번엔 뮤리의 마음을 어떻게 받아줘야 할지 콜은 전전긍긍하게 된다. 교황마저 슬슬 호적수로 보고 있는 콜의 마음을 이리도 뒤숭숭하게 만드는 뮤리의 정체는 뭐냐 싶은 게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다. 엄마를 닮아 먹는 건 오만상 밝히고, 로렌스의 말은 귓등으로 듣지 않았던 엄마를 따라 하듯 콜의 말은 귓등으로 듣지 않으려는 이들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훈훈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오라버니&동생 관계로 지낼 수는 없다. 뮤리는 콜을 장래 남편감으로 확실하게 찍어 놨지만 콜은 성직자로서 가족은 꾸릴 수 없다. 그럼으로 뮤리의 마음은 받아 줄 수 없다. 그래서 둘의 관계를 나타내는 '문장'을 만들어 둘의 관계에서 연결점을 만들고자 한다. 이 부분은 호로가 로렌스와의 생활을 일기로 남겨서 그가 떠난 후 돌이켜보며 그땐 그랬었지 같은 추억을 만들려는 의미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작가가 의도해서 집필했는지는 모른다. 그저 콜이 뮤리의 마음에 답하기 위해 만들고자 한다. 아마 뮤리는 성장해서 콜을 떠나보내고 그 문장을 가슴에 달고 세상을 여행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이 이번 이야기에 많이 녹아 있다. 뮤리는 옛날 이야기와 기사단 이야기를 좋아하고 동경한다. 그래서 '달을 사냥하는 곰'의 이야기에서 그녀의 새로운 여행은 여기서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있다. 달을 사냥하는 곰은 엄마 호로에게 있어서 고향을 파괴하고 동료들을 몰살한 철천지 원수다. 그래서 그 딸인 뮤리도 같은 마음을 품고 있다. 그 달을 사냥하는 곰은 지금 어디에 있나가 뮤리의 인생에 있어서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콜은 먼 곳을 바라보는 뮤리에게서 그녀의 앞날을 예상한다. 보다 넓은 곳으로, 높은 곳으로, 만약 콜이 호로와 로렌스와 만나지 않았고 뮤리를 보살피지 않았다면 뮤리는 엄마 호로처럼 일찌감치 뛰쳐나와 세상을 여행하지 않았을까 그런 느낌이다.


그리고 콜은 자기가 저질렀던 교회 개혁의 대가와 마주한다. 무거운 세금 징수와 부를 축적하며 타락해버린 교회를 개혁하고자 노력했고 그 결실이 맺어 청렴해진 교회도 다수 생겼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실직하게 된 사람들도 있다. 이교도와 전쟁을 위해 파견 나가 있었던 왕국의 정예 기사단이 쫄쫄 굶고 있는 것이다. 기사단은 교회에 소속되어 있다. 왕국은 여명의 추기경으로 추앙받고 있는 콜을 앞세워 교회와 대립 중이다. 세금만 왕창 뜯어갈 뿐 하는 건 없는 교회를 이뻐할 위정자는 없다. 그래서 아무리 자기 나라의 정예 기사단이라고 해도 교회 앞에 서 있는 기사단도 이쁠 리 없다. 돌이켜보면 이들의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사람이 바로 '콜'이다. 콜이 앞장서서 교회를 개혁해야 된다고 했고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교회 소속 기사단에게 지원했다간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 콜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짊어져야만 한다.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기 마련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번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다. 뮤리의 마음에 답해주는 것, 쫄쫄 굶고 있는 기사단을 그들의 긍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들을 구원하는 방법을 찾는 것. 기사단은 신앙심이 깊고 자신들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왕국과 교회의 대립 구도 때문에 지원도 끊겨 버렸고, 교회 측에서는 자신들과 대립하는 왕국(+콜)에서 파견된 기사단이 이쁠 리 없다. 기사단은 중간에 붕 떠버렸다. 사실 콜이 나타나기 전부터 쫄쫄 굶고는 있었지만 콜이 나타나면서 더 박차가 가해진 것이다. 그 기사단이 왕국으로 복귀하면서 콜과 왕국은 난처해진다. 백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기사단을 내칠 수도 없다. 여기서 그 옛날 난감해하던 로렌스를 도와줬던 호로처럼 뮤리의 지혜를 빌리고, 독수리의 화신(뮤리는 닭이라 부른다)에게서 정보를 얻는 등 콜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간다. 사실 이 부분은 뮤리와 문장 만들기 이야기보다는 약간 덜 흥미롭다. 그저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콜이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고 성장하느냐를 다룰 뿐이다.


맺으며: 누가 현랑 호로의 딸이 아니랄까 봐 할 때는 하는 뮤리에게서 호로의 편린을 엿보게 된다. 늑대와 향신료를 흥미롭게 본 분들이라면 약간 향수에 빠지지 않을까. 그리고 달을 사냥하는 곰의 정체가 뮤리의 가설에 의해 밝혀지는데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엄마 호로도 알아채지 못 했는데 역시 젊은 아이의 발상은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앞으로 이 작품의 방향이 조금 잡혔다고 할까. 다시 여행을 떠난 아빠와 엄마와 만난다면 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지 않을까 한다. 어쨌거나 이 작품은 오래 사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삶과 애환 그리고 경제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일반적인 라노벨을 생각하고 접했다간 다소 무거운 소재에 놀라게 되는 작품이다. 행동엔 결과가 따르고, 그 결과가 무엇이 되었든 자신이 짊어져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걸 어떻게 풀어갈지, 그로 인해 성장해가는 모습들을 그리며 그때 누군가가 곁에 있어 준다면 그것만큼 큰 용기가 없을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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