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일기 9 - L Novel
코토부키 야스키요 지음, John Dee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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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아무리 못난 돼지라도 반드시 생기는 게 여친이고 하렘이건만 이 작품은 한결같이 그런 건 보여주지 않는다. 애초에 나이 40 넘은 동정 아저씨를 좋다고 할 히로인이 있을까 싶지만서도 그쪽으로 노력도 하지 않으니 생길 리 만무하다. 여느 작품이라면 알아서 히로인들이 들러붙고, 호감도는 개연성 없이 쭉쭉 올라가서 황당하게 만들곤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게 없어서 좋다. 그런데 노력도 안 하고 커플만 보이면 누가 방구석 폐인 아니랄까 봐 악담과 저주를 퍼붓는 것에서 웃기기도 하다. 동정으로 35살 넘으면 대마법사가 된다고 하던데 아저씨가 딱 그짝이다. 아마 동정 잃으면 마법도 잃어서 동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이런 저주 같은 이야기가 이번 9권에 녹아 있다. 이세계로 날려 올 때 게임 동료의 와이프를 찾아주는 에피소드에서 아저씨는 저주와 악담을 퍼붓는다. 자기가 생이별한 부부를 찾아줘 놓고, 이러니까 동정은 안 되는 거야라는 느낌 그 자체다.


이웃나라 성법 신국을 멸망 시켰다면 좋았을 것을 아저씨 뒷마무리가 허술해서 반격 받고 만다. 성법 신국의 작업질로 마물 대군이 아저씨가 있는 나라로 진군해오는데 무려 바퀴벌레 대군이다. 사실 이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아저씨와 그의 동료들은 무척이나 강하기 때문에 게임이 되지 않는다. 근데 동료는 동정이 아닌데도 대마법사다. 그래서 아저씨가 더 날뛰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끝도 없이 밀려오는 바퀴 대군을 무찌르러 출동한 아저씨와 동료는 마물 대군이 몰려오게 된 원흉과 마주한다. 엄청나게 큰 바퀴 같은 녀석인데, 여기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멘탈이 우주 저편으로 날아가 버린다. 본질적으로 이 작품의 장르는 '개그'다. 그래서 사람 죽는 것도 개그로 풍자하고, 요즘은 별로 안 나오지만 아청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내용도 개그로 승화 시켜놓는다. 이걸 서두로 깔아두는 건, 마물의 우두머리 같은 녀석을 쓰러 쓰렸더니 그 마물이 정의의 히로인으로 진화한다는 거다.


그 모습이 무려 드래곤 볼의 쉘을 풍자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냐루코의 니알라토텝도 울고갈 혼돈이 발생한다. 맹랑하고 개그의 표본이 된 4신(신이 4마리라는 뜻이다) 3마리(마리로 칭한 건 정령이기 때문이다)도 등장해서 상황을 혼돈의 도가니로 만드는데 이젠 뭐가 뭔지 영문을 모르게 된다. 쉘과 4신 3마리 그리고 아저씨와 동료 3강 체재다. 쉘은 이상한 특촬물 히어로의 포즈를 취하며 분위기를 냉각 시킨다. 4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아저씨는 사활을 걸고 4신을 없애기 위해 마법을 총동원한다. 자, 이제 개그물 답지 않게 시리어스 혹은 아포칼립스 상황이 되나? 했는데, 잊지 말자. 이 작품의 본질은 개그다. 리뷰를 쓰면서도 이렇게 자괴감이 드는 건 처음이다. 번역가와 편집자는 이번 9권을 접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죽어라 마법을 날렸는데 폭발 마법을 맞고 4신중 한 마리가 아프로 머리가 되어 뱅글뱅글 하늘을 날아 땅에 처박히는 개그를 선보인다. 그걸 보고 모두가 깔깔 웃는다. 이 작품은 이런 식이다. 저렴한 개그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보다 좋은 작품은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본질이 개그여도 마무리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승전결은 작가의 사전에 없다는 듯 4신과 쉘의 전투는 개그물답게 대체 왜 싸웠는지도 모를 정도로 개그로 끝나 버리고, 쉘의 껍질을 벗고 누군가가 나와서 매우 싸구려 중2병을 찍는데 대체 왜 이런 이야기로 흘러가는지 도통 모를 일들이 일어난다. 중2병이라도 고품격 중2병이라면 찬사라도 보낼 텐데,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이 TOP(커피의 일종)라 이 작품은 그냥 커피다. 작가는 흔직세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중2병이 무언지 좀 배우고 왔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하나의 소동이 끝나고 아저씨는 동료의 와이프를 찾아주러 간다. 만삭의 몸으로 이세계로 날려와 남편과 헤어지고 남산만 한 배를 부여잡고 이제나저제나 남편이 오기만이 기다렸다. 이 정도면 뭔가 애틋한 이야기가 꽃 필 거 같아 두근거리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의부증에 걸린 와이프가 여자 동료와 함께 나타난 남편에게 칼부림하는 상황이면?


맺으며: 칼부림하는 의부증을 개그로 승화 시켜놓은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남의 와이프를 탐내는 마을 청년을 미화 한 것도 대단하다(동료의 와이프가 신세 졌던 촌장의 손자가 동료의 와이프에 반해서 미쳐 날뛴다). 초창기 쇼타콘(진짜로 행위까지 함)도 그렇고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윤리의식이 날아가 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심각한 이야기를 개그로 풀어서 읽기 좋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다. 픽션과 논픽션의 분간은 어디까지나 읽는 사람이 해야겠지. 그래서 좋다, 나쁘다라는 말은 못하겠다(필자 개인적으로는 지리멸렬해서 잠이 쏟아졌다), 어쨌거나 분명 몇 권째에서 하차 했음에도 왜 자꾸 집에 다음 권이 있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9권이다. 이번 9권의 내용적인 면에서는 사신(4신 아님, 진짜 신)의 부활의 조짐과 4신과 아저씨의 전초전을 그리고, 용사를 마구 소환한 4신 때문에 이세계의 수명이 1500년인가 밖에 남지 않았다는 등 조금 진전된 이야기를 그린다. 4신을 없애고 이세계를 구해야 하는데 그 임무를 아저씨가 맡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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