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4 - L Books
CHIROLU 지음, Kei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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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오랫동안 꿈꿔왔던 소녀의 꿈,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는 것,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안고 축제가 열리던 날 밤에 소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에게 고백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벽을 안고 있었던 남자는 외면이라는 말을 쏟아내고 소녀는 큰 상처를 받고야 맙니다. 남자는 그저 이 관계가 끝나질 않길 바라며 소녀가 언제까지고 어린아이인 채로 살아가주길 바랐습니다. 이때 라티나의 나이 14세

 

이전까지는 세상 물정 모르던 딸이 아빠라는 이성을 갈구하며 세상을 알아가고, 살아가는 귀여움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그런 딸의 성장과 남겨진 자의 슬픔 속에서 방황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데일은 나날이 커가는 라티나를 바라보며 언젠가 떠나보내야 한다는 마음과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동시에 품고 있었는데요. 이번 에피소드는 데일이 라티나를 향한 두 가지 마음이 충돌하는 모습을 소름 돋을 정도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데일이 품고 있는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라티나를 이성으로써 좋아하고 있다는 반증이고, 떠나보내야 한다는 마음은 자신의 직책이 그러하니 언젠가 혼자 남겨질 그녀가 성인이 되어 다른 남자를 만나 안정된 마음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의 반증이라는 건데요. 데일은 모험가로써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마인족과의 싸움에 항상 최전선에 서 있었습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거죠. 그런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도록 주변을 정리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그에게 라티나라는 딸이 생겼습니다.

 

데일은 언제까지고 딸이 성인이 되질 않길 바랐습니다. 떠나보내야 하기에, 하지만 이대로 어린애로 놔두면 자신이 먼저 떠나면 남겨진 그녀의 상처는 어쩔 것인가 하는 마음, 그래서 라티나가 고백하였을 때 얼버무렸습니다.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픔이 싫었고, 남겨진 그녀가 받을 고통이 싫었습니다. 하지만 라티나는 이미 7년 전부터 마음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인간보다 오래 사는 마인족으로써의 삶, 주변 사람이 떠나고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떠나도 받아들이겠다고 그날 뿔을 부러트린 시점부터 그녀의 마음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데일이 라티나와 맺어지면 어떨까, 라티나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수명을 받아들인 시점부터, 남은 건 데일의 결단이죠. 그러니까 라티나가 어른이 되어도 떠나보내지 않아도 되는 방법, 그리고 자신이 먼저 떠나도 라티나는 그걸 각오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이 합쳐 졌을 때 데일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자각한 데일이 선택한 것은 도망, 쪽지 하나만 남겨두고 데일은 왕도로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데일은 병에 걸리고 마는데...

 

이런 풋풋한 사랑도 다 있군요. 솔직히 이전까진 어린 라티나를 보며 어린 것이 벌써부터...라는 마음은 있었습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이런 사랑은 금단에 가깝죠. 키워서 같이 산다니요. 하지만 라티나는 미저리같이 편향된 사랑이 아닌 주변과 상의하며 올바른 사랑을 키워 왔다는 것에서 인정을 안 할 수가 없겠더군요. 마인족이라는 시침과 인간이라는 분침은 같이 갈 수 없으나 찰나라도 분명 같이 하는 시간은 있습니다. 라티나에게 그런 찰나라도 데일과 같이 살아가고 싶어 했습니다. 진실된 사랑으로...

 

그리고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어느 날 햇볕이 내리쬐는 광장 한 귀퉁이에서 근사한 팔찌를 내보이며 데일은 라티나에게 프러포즈를 합니다. 이미 5권 내용까지 밝혀졌으니 심각한 스포일러는 아닐 테죠. 라티나와 데일이 만난 지 딱 9년째 되는 날입니다. 이쯤 오면 어린 라티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귀여움에서 성숙한 여자가 된 라티나, 오로지 데일을 바라보며 사랑을 키워 왔고 지금 그 결실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라티나에겐 또 다른 소원이 있었습니다. 여덟 번째 마왕이 되어...

 

사실 데일이 라티나의 교육을 주변에만 맡겨두지 않고 남,여 거리 같은 걸 알려 주고, 거리를 뒀다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겁니다. 필자도 이전에 이런 점을 지적하였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 데일은 그 점을 뼈아파 합니다. 14살이나 된 딸과 한 이불에서 잔다는 건 좀 그렇죠. 과보호로 인해 라티나가 다른 남자들과 만나는 미래를 원천봉쇄를 하였고 그러인해 어린 딸이 아버지라는 이성을 두고 엄마와 싸움질 비슷한 상황이 도래한 것도 사실입니다. 눈 뜨고 하루종일 뵈는 남자 중 데일과 케니스뿐이었는데 케니스는 결혼했고 미혼은 데일 밖에 없었죠.

 

하지만 애초에 처음 만난 시점부터 데일을 남자로 보고 있었으니 교육을 시킨다고 다른 남자를 만날 리도 없었을 겁니다. 거기다 나쁜 남자 거르는 센서도 가동 중이라서 사심으로 만땅된 남자가 다가오면 라티나 쪽에서 도망가 버릴 테고,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데일로 좁혀지는, 처음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군요. 그런 의미에서 개밥에 도토리 된 루디에게 묵념을... 어떻게 보면 루디는 남자 라티나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데일에게 속상한 라티나,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라티나가 속상한 루디...

 

키워서 같이 산다는 속어인 키잡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필자지만 이 작품은 그런대로 잘 꾸려 가고 있습니다. 이전까진 과한 면은 분명히 있었지만 이번 에피소드로 들어서서는 올곧게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꾸준하게 사랑이라는 꽃을 피워가며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고로 피눈물 흘리는 독자들 많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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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 덴드로그램 2 - 불사의 짐승들, S Novel+
카이도 사콘 지음, 타이키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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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레이'가 완전 다이브형 온라인 게임 Infinite Dendrogram에 접속한지 1주일, 게임내에서는 3주일이 지났습니다. 시간 참 안 가는군요. 여튼 무대는 왕도 알테어에서 결투 도시 기데온으로 넘어갑니다. 레이는 레벨 0으로 접속하자마자 NPC 릴리아나 여동생을 구해주며 범상치 않은 실력을 보이더니 알테어에서 퀘스트를 위해 결투 도시 기데온으로 넘어가다 UBM(필드 보스) 갈드랜더를 쓰러 트리며 또다시 쪼랩 주제에 기행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드롭 템으로 얻은 장염 수갑은 2권을 위한 복선이었다는 걸 2권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되는군요.

 

기데온에 도착하여 장염 수갑의 능력을 알아보다가 자기가 발현한 불에 구워질뻔하고 독에 걸리고 그걸 풀어준다고 지나가던 펭귄이 건넨 물약을 먹고 개의 귀가 솟아나는 등 다사다난한 일상을 보냅니다. 그러다 시내에서 우연찮게 남동생을 찾아달라는 어떤 누나의 퀘스트를 받게 된 레이는 또 우연찮게 '유고'와 '큐코'와 파티를 짜고 산적 소굴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하지만 거긴 범의 아가리였고 개미지옥이었습니다. 멋도 모르고 들어가게 된 레이와 유고 파티는 무사히 아이들을 구출하나 싶었으나...

 

이번 테마는 귀여움과 성장, 뜬금없지만 순백의 큐코의 귀여움이 상당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정하고 그렸는지 속 컬러 일러스트에서 만두를 두 손으로 잡고 먹는 장면은 오타쿠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잘 그려놨습니다. 거기다 꽤 지독한 독설가 속성이 더해지다 보니 계속해서 등장한다면 상당한 팬을 거느리지 않을까 했군요. 그런 그녀 옆에서 시비 거는 듯한 칠흑의 네메시스(참고로 네메시스는 대단한 먹보)의 모습도 상당히 귀엽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작가가 이걸 살리지 못합니다. 독설을 내뱉는 큐코와 그게 못마땅한 네메시스가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거리다가도 곧장 죽이 맞아서 같이 행동하는 모습은 초반뿐이라는 것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재와 환상의 그림갈에 나오는 안나처럼 큐코도 손가락 욕도 좀 하고 저질스러운 개그도 좀 했더라면 유쾌할뻔하였는데도 이걸 살리지 못해 엄청 아쉬웠습니다. 중반을 넘어서면 아예 출연도 안 합니다. 그래놓곤 나라의 명운을 거는 복선을 투하하는 등 종잡을 수 없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3권이 꽤나 기대된다고 할까요.

 

그리고 성장, 사실 이게 이번 2권의 핵심입니다. NPC 릴리아나의 여동생을 구해주고 갈드랜더를 쓰러 트리는 등 쪼랩이면서 나름 선방하며 지내 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구출하는 퀘스트는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자랑했고 레이는 빈사 상태에 몰려갑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고립무원에서 레이는 보스와 싸우다 크게 다치게 되고 네메시스가 레이를 지키기 위해 혼자서는 아무런 힘도 없으면서 발버둥 치는 모습은 조금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깨어난 주인공에 의해 보스 처단이라는 클리셰 발동은 덤...

 

타입 메이든의 떡밥, 유저들의 무기가 되는 <엠브리오>는 4가지 타입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메이든 타입입니다. 몹 속성의 인간형이 아닌 글자 그대로 인간형인 메이든 타입은 매우 극소수라고 하죠. 네메시스는 메이든 타입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유저 하나당 하나의 <엠브리오>만을 가질 수 있는 반면에 이 메이든 타입을 받은 유저는 또 다른 <엠브리오>를 습득할 수 있다는 복선이 투하되고 주인공 레이에게 로리 <엠브리오> 출연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와 버립니다. 이 부분에서는 역시 라이트 노벨답다 싶었군요.

 

게임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주인공, 사실 구분 못한다기보다 사람이 여리다고 해야 할까요. 레이는 쪼랩이면서 1주일 동안  벌써 3번이나 큰 퀘스트를 받아 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티안(NPC 총칭)은 유저와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하고 한번 죽으면 유저와 다르게 다신 되살아나지 못한다는 점등을 들어 현실을 빗대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아온의 키리토와도 비슷하다고 할까요. 생명의 소중함은 영혼이나 데이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그걸 인식하는 유저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엠브리오> 타입 메이든이 발현하는 조건이 바로 이런 마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메이든 타입은 극소수라고...

 

어쨌건 이번 2권의 단점을 좀 써보자면, 기승전결 부족을 들 수가 있습니다. 보스급 티안이 두 명이 있었다지만 단순히 엑스트라였던 산적들이 뭉처서 최종 보스가 되고 주인공 레이가 쳐부수는 과정을 지리멸렬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레이의 성장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도서 분량 거의 2/3를 소모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싶더군요.  요컨대 라이트 노벨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입니다. 레이의 과거를 언급하는 부분도 엄청 길어요. 이 부분도 두 번째 <엠브리오> 출연을 위한 복선이자 주인공이 각성하기 위한 재료였다고 해도요.

 

1권이 나름대로 괜찮았길래 2권을 아무 의심 없이 구매했다가 뒤통수 맞은 격이랄까요(필자의 주관적인 느낌). 이런 점은 일본 작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이제 끝났겠지 하며 안심하고 있는 주인공의 뒤통수를 치며 전형적으로 이야기를 늘여가는 타입이라는 것에서 짜증을 불러온다는 것이군요(이것도 필자 주관적인 생각). 이야깃거리가 곤궁했던 것일까요. 작전을 짜고 신중한 것은 좋은데 그 과정을 서술하는 것이 너무 깁니다. 큐코와 네메시스의 귀여움이 좋았긴 한데 후반에 이러니 맥이 다 빠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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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3 - L Novel
타오 노리타케 지음, ReDrop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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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학생 '아야메 코토코' 갱생기 제3권입니다. 3개월 전 위험에 빠졌다 아라미야에게 도움을 받고 나서 한눈에 뿅 가버린 아야메가 평범한 학생이 되어 3차원 여자에겐 관심이 없는 아라미야에게 대시한다는 이야기는 여전하지만 보통 이런 청춘 러브 코미디물이라면 다 그렇듯 주변이 도와주질 않습니다. 총 천연 재료로 만들어진 듯한 '스와마 이브'가 저지른 역강x 사태를 겨우 마무리했나 싶었더니 이번엔 아야메, 하츠바시, 스와마가 백합이 아니냐는 꼬리표가 나붙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소문이 요상하게 변질되기 시작하는데요. 아라미야가 위 소녀 3인방의 백합을 지켜봤다는 둥 부실에서 후기를 설파한다는 둥 불똥이 엉뚱하게도 아야메에게서 아라미야에게로 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소문이 날로 진화해서 급기야 전교 여학생 절반하고 잤다는 소문까지 번지게 되고요. 왜 이런 꼬리표가 붙는지 소문의 진상을 알아보려고 해도 막연하고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 들겠지 했지만 그칠 줄을 모릅니다. 결국 소문은 교실에서 여학생들과 돌아가면서 난잡한 짓도 했다느니 하는 점입가경으로 치달아 갑니다.

 

한편 학생회 회장 '야오타니 아이리'는 2권에서 아라미야가 속한 부실을 짜부러 트리려 했다가 실패한 이후 이번엔 아야메를 자기 여자(백합)로 만들기 위해 거치적 거리는 아라미야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아라미야에겐 자다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고요. 남자는 모두가 적이고 학교에는 온통 여자로만 채우겠다는 회장, 전교 여학생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으며 아야메가 자기에게 와야 비로써 행복해진다는 회장의 말에 그동안의 존댓말이 반말이 될 정도로 아라미야는 충격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회장은 미쳤습니다. 급기야 남자 연인은 아라미야, 여자 여인은 자신이 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회장은 답을 정해놓고 아라미야를 공격 시작합니다. 반론은 용서치 않고요. 여기서 더욱 골 아픈 건 자신만이 정의라고 믿고 있는 회장의 성격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첫 번째로 피해야 될 인물이 바로 자신만의 정의에 사로잡힌 사람이죠. 마치 스토커처럼 나만이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 하며 1차원적인 생각을 부딪혀 오면 이쪽은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선인인 척 학생들의 인망도 두터운 회장의 이런 이면을 고발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고 오히려 역공 당할 우려인 상황에서 아라미야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 방법은... 없어요. 보통 여타 작품에서 권선징악으로 최종적으로 주인공이 이겨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이런 이야기는 이 작품에서는 기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적어도 1~3권은요. 아라미야는 그저 숨은 오타쿠일 뿐이죠. 거기에 용기(勇氣)라는 스파이스를 조금 치고요. 은근히 이런 면에서 현실적입니다.

 

어쨌건 날로 심해지는 소문도 어찌할 수 없는데 아야메를 독차지하기 위한 회장의 집요한 집착은 날로 심해지고, 그럴수록 적이 나타나면 물 처먹고 배를 불리는 복어처럼 '아라미야는 변태다.'라는 소문은 도를 더해 급기야 퇴학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뭐냐고요. 고등학생(또는 고등학교)쯤 되면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이 아니게 되는 걸까요? 피해자는 한 명도 없는데 가해자만 있는 거지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답답한 게 간간이 소문을 뿌리는 듯한 학생을 캐치 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거군요. 나대면 나댈수록 수렁에 빠지는 늪 같은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반격의 실마리를 보여 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군요. 근데 사실 잘 살펴보면 회장이 그랬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마치 회장이 아리야마를 만나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소문만 무성해질 뿐이죠. 아리야마는 회장이 소문을 퍼트리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지만 행동으로 그것을 밝혀내지 않아 또 아쉽게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한편으로는 청춘을 만끽하는 에피소드도 벌어지는군요. 니들이 그럴 상황이 아닐 텐데?라는 느낌일 정도로 여름방학이라는 이벤트를 위해 수영복을 사러 간다던지 아라미야 여동생 키요미의 농간으로 데이트를 한다던지하는 평화로운 일상도 흘러갑니다. 그렇기에 조마조마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군요. 카페에서 밥을 먹고 손을 잡고 바다를 거닐고... 마치 태풍의 눈처럼 고요함이랄지... 이것이 청춘을 주제로 한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라는 것처럼 아련한 일상이 흘러갑니다. 보통 하렘물이었다면 여기서 깽판 치는 히로인들도 있었겠지만 이 작품은 그런 게 없어서 좋았군요.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미로운 에피소드가 생겨납니다. 지금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것처럼 아라미야 패거리를 만나고 나서 비로써 자신의 가치와 있을 장소를 알게 된 스와마, 초등학교 때 아라미야에게 트라우마를 지게 했던 그녀의 진심 어린 사과는 그녀를 다시 보게 한다는 것인데요. 순수하기에 주변의 악의를 느끼지 못했고 그것이 괴롭힘이라는 걸 알지 못했기에 행복했다는 스와마, 가슴 아픈 이야기죠. 여기에 와서 그런 괴롭힘 없이 대등하게 자신을 바라봐 주는 친구들이 있어 기쁘다는 그녀의 모습에서 잔잔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오빠를 동정/밥맛으로 여기던 키요미의 귀여움이 급부상하는데요. 내청코의 코마치가 성장하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했습니다. 아직 중학생이던 코마치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오빠가 밥맛이라는 걸 자각하고 내치면서도 은근히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느낌, 또 내청코의 토츠카처럼 '오토코노코 사이타니'가 본격적으로 출연하면서 재미를 더해갑니다. 사이타니를 바라보는 아라미야의 반응이 딱 하치만이더군요. 이번에 수영복 에피소드에서 급기야 여자 수영복을 입고 마는 사이타니, 토츠카도 이런 경우는 아직 없었는데...

 

여전히 아라미야에게 대시하는 아야메, 해변을 거닐며 너를 3차원으로 끌어 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네가 다른 여자를 선택해도 괜찮다는 아야메, 1권에서 어떻게 단박에 아라미야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냐며 개연성이 부족한 거 아니냐는 말이 많았었죠. 필자도 그중 한 사람이었던 거 같은데... 여튼 한눈에 반한다는 건 남자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비록 상대가 처녀충에 3차원 여자는 흥미가 없다지만 회장 측근에게 개털리면서도 자신을 구하러 와준 그에게서 이전부터 올곧고 상냥한 마음은 진짜라고 느꼈기에 확신했을 겁니다. 3차원으로 나와도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는걸...

 

맺으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 작품은 다 좋은데 기승전결이 아니어서 많이 떨떠름 하다는 것입니다. 하츠바시와 스와마 사태도 그렇고, 회장 때문에 자칫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뻔하였는데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장면은 솔직히 아니었습니다. 엔딩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지만 감정이입을 최고조로 올려놓고 찬물을 끼얹는 행동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군요. 오늘의 적은 내일의 친구?

 

어쨌건 권력을 가진 자(회장)에게 일반인(아리야마)은 맞설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해서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단하고 소문의 진상 따윈 개나 줘버리고 가십거리로 즐기며 내 일 아니면 상관없어 하는 학생 등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어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그로 인해 아리야마와 아야메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는 복선이 몇 개나 나오면서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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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 모르가나의 저택 1 - 당신의 원전에 이르는 이야기, Novel Engine
하나다 케이카 지음, 모야타로 그림, 정대식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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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비쥬얼 노벨 형식 동인 게임입니다. 주 내용은 몇백 년간 저택에서 일어났던 기억을 바탕으로 해서 하녀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야기입니다. 기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해서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더듬어 가며 울고 웃던 시절을 그리는 인생 드라마가 아닙니다. 표지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약간의 호러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요. 마녀의 집처럼 저택을 배경으로 하면서 언제부터 살아왔는지 모를,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하녀가 '죽은자'라 불리는 기억을 잃은 남자를 이끌어 저택에서 일어났던 비극과 참극을 보여주며 남자의 기억과 흔적을 찾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딱히 없습니다. '죽은자'라 불리는 남자일 수도 있고, 그를 이끄는 하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택이 가진 기억을 재생 시키는 것이라서 죽은자와 하녀 이외엔 매번 등장인물이 다릅니다. 즉, 이 작품은 옴니버스식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시 다른 기억을 끄집어 내어 이야기를 진행해가는 형식이죠. 1권에서는 두 개의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로즈 가문의 어느 남매의 이야기입니다. 남매는 우애가 좋았는데요. 어릴 적부터 오빠는 여동생이 무얼 하든 살갑게 오구오구(1)하며 지내왔고 여동생은 그런 오빠를 자신만의 왕자로 여기며 커왔습니다. 이것이 발단이 된 것일까요. 여동생은 오빠를 왕자 그 이상으로 연심을 품어가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폭풍 치던 밤에 백발홍안의 소녀가 찾아오면서 비극은 시작됩니다. 엄마의 시녀가 된 백발홍안 소녀를 본 오빠는 한눈에 반한다는 건 이런 건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여동생은 오빠에게 대시를 시작합니다.

 

여동생은 여자가 맹목적인 연심을 품으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정말로 무섭다는 것 이외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군요. 하지만 오빠에게 동생은 그냥 동생일 뿐 이성으로써 여길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여동생은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한편 오빠는 동생이 그러거나 말거나 백발홍안의 소녀에게 푹 빠져 연심을 품게 되면서 결국 사태는 파국으로 향합니다. 그날 밤 여동생으로부터 시작되는 요xx노 소라의 재림을 우린 보게 됩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백발홍안 소녀의 출생의 비밀이 여동생 입에서 흘러나옵니다.

 

두 번째는 로즈 가문의 남매 에피소드에서 약 100년 후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순간 괴물이 생겨났습니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던 괴물은 마을을 찾아갔지만 자신을 괴물로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쫓겨났고 하는 수 없이 찾아간 곳이 어느 저택, 로즈 가문은 망했는지 사람이 살지 않게 된 저택에 어느 날 남자로 보이는 떠돌이가 들어오는데요. 하녀는 그를 주인으로 모시며 이거저거 가르쳐 주고 잠 잘 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며 그를 인간으로 만들어 갑니다.

 

자신을 괴물이라 철석같이 믿었던 남자는 하녀가 가르쳐준 대로 차츰 인간으로 변해가지만 어느 날 찾아온 상인을 죽이면서 비극이 시작됩니다. 괴물이 괴물로 살아가는 게 뭐가 문제냐는 그의 생각을 마치 들어주는 것처럼 저택 주변으로 유인되어 온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하며 괴물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이어 갑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죽여가던 괴물 앞에 백발홍안의 소녀가 찾아오면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됩니다. 그녀가 보여준 평온함, 자신을 괴물로 보지 않고 인간으로 대해준 백발홍안의 소녀에게서 자신이 있을 자리를 보게 되지만...

 

집착이 낳는 건 무얼까, 그 끝은 어디일까, 집착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비극과 참극으로 끝을 맺습니다. 오빠를 끔찍이 사랑하여 마음이 일그러지게 된 여동생이 저지른 집착, 자신을 매몰차게 내친 마을 사람들을 죽음으로 되갚아준 괴물이라 불린 인간의 집착, 그리고 그 참극 속에서 밝혀진 진실은 한번 엎어진 물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호러를 지양하고 있지만 그렇게 심하지 않으며, 이야기는 평범하게 시작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집착이 생겨나고 비극으로 치닫습니다. 딱히 복선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고(있다면 백발홍안의 소녀의 출생) 자연스레 일이 진행되다 보니 그렇게 큰 몰입감은 없었군요. 하지만 이야기가 딱딱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머리 쓰며 읽을 필요가 없다 보니 술술 읽히는 장점은 있습니다.

 

맺으며, 여동생이 보여준 집착과 결말은 결국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겠지... 하며 씁쓸했고, 괴물의 집착은 뭐랄까...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남자가 보여준 슬픈 이야기였다고 할까요. 그래서 재미있나? 재미는 주관적이죠. 그리고 이 작품은 재미로 보는 건 아닌 거 같더군요.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노블엔진에서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노블엔진에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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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집 잡을 수 없는 러브 코미디 1 - NT Novel
스즈키 다이스케 지음, 김진수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천년을 살아온 여신(女神) '카나루자와 세카이'와 그녀에게 제물로 받쳐진 고고생 '키리시마 유우키'가 벌이는 종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 7살땐가 신(神)에게 제물로 선택되었다는 방문 판매원 아저씨의 말 이래 그런 줄 알고 살아왔던 유우키는 드디어 신(神) 세카이와 대면하는 날을 맞이합니다.

 

뭐, 그렇습니다. 신(神)에게 제물로 받쳐졌다길래 찾아가 보니 여고생 같은 아리따운 여자애가 있습니다. 남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유우키는 냉큼 프러포즈를 하고요. 세카이도 딱히 싫지는 않은지 냉큼 수락하는 세상 물정 어두운 온실초의 모습을 보입니다. 이로써 상큼한 러브 코미디가 시작되나?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세카이는 시가(담배)에 쩔어 있고, 양주를 퍼마시는 등 마치 회사 일에 치여 죽기 직전인 샐러리맨 같습니다.

 

전조는 있었습니다. 필자는 중간쯤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요. 어딘가 삐걱 거리고 있다는 것을, 처음(7살 때) 신에게 제물로 받쳐진다는 소리를 듣고 별 발광을 다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던 유우키 집안은 신의 존재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딱히 눈앞의 여자애가 신이라고 해서 장난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여튼간에 세카이는 그래도 명색이 신인데 세상 돌아가게 하는 일 정도는 하겠죠. 그게 어떤 일인지 관심이 없었을 뿐

 

'나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단순히 일에 치여 사는 샐러리맨이 아니라는 복선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세카이는 유우키가 찾아오는 일상을 소중히 하기 시작합니다. 나날이 어딘가 위태로움을 보여가는 세카이, 위태로움의 근원을 알아 내려던 유우키의 말이 가시였던 것일까요. 티격태격했던 것이 방아쇠가 되어 어느 날 유우키는 세카이가 하는 일을 보게 됩니다.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세카이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그리고 거짓말 같았던 '나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의 의미를 알아 갑니다.

 

음...  이 작품은 마마마의 이케미 호무라 같다고 할까요. 작가는 부정했지만 느낌은 비슷했습니다. 필자는 상당히 오래전에 페르소나 3던가 게임을 바탕으로 한 만화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여주인공인지 서브 히로인인지가 최종 보스전 끝에 죽어서 환생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녀를 좋아했던 남자는 그녀의 환생체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요. 그리고 발견합니다.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애틋하게만 느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이 작품도 그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최종 보스는 나오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균형과 불균형 그리고 조화와 부조화만 있을 뿐이고 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세카이라는 신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언제인지도 모를 과거에서부터 시작된 유우키와 세카이의 여행과 끝나지 않는 고통의 연속과 엇갈림의 연속 속에서 만나기를 반복하는 이 둘은 마치 견우와 직녀와도 같습니다. 이 부조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유우키는 몸을 던집니다. 사랑하는 소녀 세카이를 구하기 위해, 세이브가 되지 않는 게임을 끝내기 위해...

 

달달한 러브 코미디인 줄 알고 찾아봤던 리뷰나 여러 정보는 그렇지 않다는 걸 시사하고 있었기에 필자는 이런류의 이야기를 좋아해서 구입을 하였더랬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좀 애매했다고 할까요. 유우키가 여자애 하나 못 지켜 주는, 여자애 하나에 기대서 살아갈 수 없는 세계 따위 망해버려도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꺼져가는 촛불처럼 생명을 다해 가는 세카이를 위해 행동에 나선 건 높은 점수를 주나 계획 하나 없이 무턱대고 뛰어나가 집안 권력에 기대는 장면은 좀 거식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뤄지지 않는 애틋한 사랑을 그리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밋밋함을 보여주는 초반과 이별의 말을 함부로 입에 담는 중간, 느닷없이 진지함을 뿌리는 후반의 갭이 장난 아니었군요. 대를 끊어버릴 작정인 유우키의 여동생이 오히려 신선하달까요. 여튼간에 개연성이 좀 부족했습니다. 유우키와 세카이의 대화 장면이 별로 없어서일까요. 아니 사실 둘의 대화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는 있는데 그리 인상에 남을만한 일상이나 일화를 남길만한 에피소드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후반에 좀처럼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었군요.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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