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판매기로 다시 태어난 나는 미궁을 방랑한다 1 - S Novel+
히루쿠마 지음, 카토 이츠와 그림, 구자용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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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마니아가 넘어지는 자판기에 깔려 죽었다 깨어나 보니 이세계에서 자판기로 환생했더라.입니다. 예전에 이 작품의 정보가 떴을 때 이젠 하다 하다 자판기로 환생하냐?라고 비꼬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우리나라에도 정발이 되었군요. 뜬금없지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렇담 읽은 소감은 어떠한가라면 일단 읽을만했습니다. 사실 이 작품도 양판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개인적인 견해). 인간의 몸에서 자판기로 바뀌었을 뿐 하는 짓은 여느 이세계 전생물이랑 비슷하거든요. 스킬을 얻고 능력을 얻어 가는 모습이라던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나중에 정부인이 될 히로인과의 만남이라던지...

 

사실 필자는 이젠 이세계물이라면 질릴 때도 되지 않았나 싶었지만 그동안 드래곤이든 슬라임이든 거미든 백곰이든 간에 생물로 환생한 건 그나마 행복했을 것이고 무기질로 환생한 건 어떤 기분일까 하는 궁금증이 동해서 이 작품을 구입하였습니다. 그럼 여기서 한번 더 소감을 밝히자면 여타 이세계물보다 조금 더 인간적인 면과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졌다는 것이고, 아직 1권이라서 속단하긴 이르지만 필자가 매우 마음에 들었던 건 하렘이라고는 애매하고 적절한 히로인들의 출연으로 눈꼴 시려운배제했다는 것입니다.

 

후기 보니까 작가가 고심을 많이 한 거 같던데, 먼치키을 배제하는, 가령 누군가가 옮겨주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다는 설정, 누군가가 물건을 사주지 않으면 포인트가 소실되어 몇 달 뒤 기능 상실에 빠질 수 있다는 설정, 일명 먼치킨이 되기 위해선 엄청난 포인트로를 모아야 된다는 설정, 갖가지 인간 군상들이 늘어놓는 웃고 울고 때론 거무칙칙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주인공을 핫콘이라 이름 지어주고 어딜 가든 짊어진 채 옮겨주는 히로인 랏미스와의 끈끈한 유대는 기존 이세계 전생물과는 차별을 두고 있습니다. 돌려 말하면 이제부터 내가 널 보살펴줄게 같은 미저리 느낌이 나기도 했지만 이건 기분 탓이겠죠.

 

눈을 떠보니 어느 호숫가,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려 봤지만 관심을 가져준 건 개구리 몬스터뿐이었고 이제나저제나 기능 상실에 빠질 거 같은 나날을 보내다 히로인 랏미스를 만난 주인공은 그녀에게 기대어 근처 마을로 와서 자신이 전생에서 격어본 각종 제품들을 진열해 팔면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포인트를 모아갑니다. 이 부분은 역시 음식으로 이세계를 침공한다의 클리셰를 이어가고 있어서 딱히 신선한 건 없습니다. 그 음식 대상이 자판기용 제품으로 바뀌었을 뿐이거든요. 이걸 먹고 우와 하며 감탄하는 클리셰 역시 여느 음식 라이트 노벨이랑 비슷하고요.

 

다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주인공은 정해진 기계적 음성만 내뱉을 뿐 인간의 말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여타 작품들과 가장 큰 차별을 둔 게 아닐까 하는데요. '어서 오세요'나 '감사합니다' 같은,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이런 암호 같은 말을 이용해 예, 아니오로 구분해서 소통하는 모습이 조금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주인공과 랏미스가 이렇게 소통하며 서로가 조금식 이해해 가고, 마음이 통하면 척하면 착이 된다고 주인공이 뭘 하고 싶은지 랏미스가 감으로 알아맞혀가는 장면들은 훈훈하고 사람 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을 꿀꺽 꿀꺽 삼켜대고(자판기에서 제품을 살려면 돈을 넣어야죠), 제품 충전도 안 하는데 계속해서 쏟아지는 자판기를 노리는 무리도 당연히 존재하기 시작합니다. 이게 또 인연으로 이어지 것이어서 강제 이벤트성이 엿보이긴 하지만 랏미스의 친구 휴루미와 이어지면서 또 한 번 인간적인 면을 강조하는데요. 어느 날 도적들에 납치되어 가보니 같은 소굴에 갇혀 이제나저제나 하는 휴루미(참고로 여자)를 도와주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역시 사람은 착하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 위에 인간관계가 성립되는가 보다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군요.

 

맺으며, 기존 이세계 전생물의 틀을 이어가고 있지만 작가가 차별을 두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많이 보였습니다. 주인공을 먼치킨이면서도 그렇게 보이지 않게 하는, 예로 자기가 접한 제품은 무엇이든 꺼낼 수 있지만 도움 없인 움직이지 못한다거나 제품을 팔아서 포인트를 벌지 못하면 기능 상실에 빠진다거나 같은 적절한 제어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다만 이세계로 넘어가면 여지없이 천성이 착해지고 예쁜 히로인을 만난다는 주인공 버프를 이 작품도 도입하고 있어서 이것 때문에 점수를 다 갉아먹고 있기도 합니다.

 

몸 관련 위기 회피 능력이랄지 감이 좋아 관련 위험을 잘 피해 가는 랏미스, 넉살도 좋고 붙임성도 좋은 게 보고 있으면 웃음이 떠나지 않습니다. 그녀의 능력은 400kg이 넘는 주인공을 둘러매고도 아무렇지 않는 괴력, 이것이 또 매력입니다. 괴력으로 인해 다들 파티를 맺어주지 않아 굶어 죽어가다 주인공이 내준 음식에 기사회생하곤 그 뒤부터 주인공을 챙겨주며 나중엔 아예 인간으로 대하는 모습에선 어쩐지 애처롭기도 하였군요. 여기에 후반에 등장하는 휴루미는 독설가이면서도 착한 주인공에 감화되어 그녀 또한 주인공을 인간으로 대하는 모습은 읏프기까지 합니다.

 

좀 더 사설을 늘어놓자면 여느 라이트 노벨에서 비슷한 성(性)에 관련된 것도 나옵니다. 표현도 꽤 적나라하게 되어 있고요. 하지만 이게 노골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올바른 성교육 같은 것도 있어서 제법 흥미가 돋습니다. 이것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군요. 여담으로 일러스트가 잘 뽑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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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을 토하는 소녀 6 - S Novel
나미아토 지음, 케이 그림,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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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일라쟈의 실연이 가져온 충격, 클루는 서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공통점을 가졌던 소중한 친구의 실연에서 무엇을 봤을까. 도적들 소굴에서 철이 들 때부터 배를 차이며 보석을 토해내던 끔찍한 나날에서 자신을 구해준 스푸트니크를 바라보던 그녀는 그에게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봤을까. 따뜻한 안식처와 세상 모든 악의로부터 지켜주는 든든한 등과 팔, 어린 나이임에도 그에게 연심을 품지 않은 건 오히려 이상하다는 식의 나날들. 마치 껍질을 깨고 나온 어린 새끼가 어미를 각인하듯 스푸트니크를 바라보았던 클루, 하지만 이제 참지 않을 거라는 듯 껍질을 벗어던진 소녀의 성장통이 시작됩니다.

 

인간의 DNA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드나?라는 듯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클루는 자연스레 그를 연모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날이 커지는 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마침내 10년 지기 와이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간섭을 해대는 통에 보는 이로 하여금 두통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여자랑 같이 있는 꼴을 못 보고, 허구언날 잔소리가 늘어갑니다. 이것은 그의 행실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내 남자가 밖으로 돌아다니는 것에서 오는 불편함이었다랄까요. 그래서 누가 제발 좀 이 애에게 지금의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좀 가르쳐 주라고!!라고 수없이 되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클루가 이번 에피소드부터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일라쟈의 실연에서 결국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발견하고야 마는데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 그 사람도 날 좋아해 줬으면 하는 마음. 내가 사랑하는 만큼 그 사람도 날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클루, 반면에 좋아하는 남자의 죽은 줄만 알았던 약혼녀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되자 그를 약혼녀의 곁으로 보내주기로 한 일라쟈, 클루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좋아한다면 그것을 관철해야지 왜 보내줄까 하는, 그래서 답을 찾아 온동네를 싸돌아다니고 멍하니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해답을 찾지 못한 그녀는 여행을 떠납니다.

 

체험학교로요. 5일 동안이지만 스푸트니크 없는 나날에서 그녀는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보게 될까. 어른들의 연애관을 이해하지 못해 답을 찾아 타지까지 온 그녀, 여기서 좀 더 많은 것을 배우면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을 좋게 보고 있진 않았습니다. 세상 물정 어두운 건 둘째치고 그녀가 가진 지식에 반해 너무 성숙한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런 그녀가 드디어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되면 틀림없이 그녀도 해답을 얻게 되겠죠.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과 자신은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를...

 

이전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습니다. 클루가 드디어 내면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인데요. 그동안은 가만히 앉아서 나만 바라봐였던 것이 지금부터는 그의 눈을 돌리기 위해 일어나 걷기 시작하는 느낌이랄까요. 아직은 어리지만 언젠가 답을 찾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스푸트니크도 보호자 입장을 넘어서서 조금식 마음속에 자리 잡아가는 그녀를 의식해 갑니다. 필자는 이런 분위기가 좋습니다. 뭔가를 쟁취하려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하라 같은? 조각조각이던 마음이라는 파편이 조금식 모여 형태를 지녀가는 이런 방식을 좋아합니다.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의 장르를 정하라면 시리어스라고 답할 것입니다. 보석을 토하는 주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소재이기도 하고, 어린 소녀의 배를 차서 보석을 토해내게 한다던지, 그런 그녀를 노리고 암약을 펼치는 마법사 무리, 그런 모든 악의로부터 소녀를 지키려는 청년을 놓고 본다면 시리어스가 따로 없죠. 문제는 이물질이 끼여서 논점을 흐리고 있다는 게 이 작품의 큰 티가 아닐까 하는군요. 보석을 토한다는 희귀한 소재임에도 그걸 중심으로 해서 이야기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엄한 러브 스토리나 쓰고 있으니... 어쨌거나 그동안의 이미지와 다르게 호호 할아버지라든지 클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호호 할머니 같은 훈훈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고 힐링은 이런 게 힐링이지 같은 장면도 다수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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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여행 2 - S Novel+
시라이시 죠우기 지음, 아즈루 그림, 이신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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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리뷰가 아니라 감상문을 짧게 써보겠습니다. 사실 리뷰를 쓸려고 두어 시간을 끙끙댔지만 좀처럼 좋은 글이 떠오르지가 않았는데요. 이번 2권은 1권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어서 딱히 새로운 느낌은 없었군요. 이번 2권 역시 세계를 여행하며 들린 나라에서 기묘한 이야기를 접하고 난감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곤 하는 일레이나를 그리고 있습니다.

 

세계를 여행하며 들린 나라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 못 할 풍습을 접하면서 즐기기도 하고, 때론 상식을 벗어난 행동들에 이해 못해도 그러려니 하며, 때론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 주기도 하면서 노잣돈을 벌던 그녀, 이번에 그녀가 접한 이야기 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건 상인들에게 부모를 잃고 사람들에 의해 마을로 내려왔던 수인 자매의 기구하고 슬프고 반전이 서려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담으로 세상에 미련이 남아 토착신이 된 고양이와 고양이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일레이나, 백합을 꿈꾸는 왕녀, 구울의 나라에서 황당한 죽음, 온 나라가 유행을 쫓아가는 무미건조한 이야기, 수인 소녀 엘리제와 같은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잇속은 반드시 챙기는 일레이나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피어나기도 하고요.

 

유유자적 빗자루를 타고 여행을 하나는 마녀, 가끔 판타지 작품들을 읽다 보면 찌든 현실을 벗어나 일레이나같이 여행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질 때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거기에 더욱 부채질한다고 할까요. 황당하고 기묘한 만난을 제외하면 비 내리는 초원이라던지 풍경을 잘 나타내고 있어서 별다른 이야기가 없음에도 끌리는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이 돈값을 하나? 하면 미묘합니다(할인받아서 산다고 해도 8천800원). 근래에 보면 가격은 높은데 7천 원대 작품보다 질이 떨어지는 작품이 상당히 많죠. 출판사에선 종이 질이 다르다고는 합니다만... 어쨌건 이 작품은 심각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웃긴 포인트도 없는, 그저 여행길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고 있어서 흥미 위주인 다른 작품보단 순하게(마일드) 읽히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거 하나만은 높은 점수를 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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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녀전기 8 - In Omnia paratus, Novel Engine
카를로 젠 지음, 한신남 옮김, 시노츠키 시노부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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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이 주변 나라와 전쟁을 시작한 지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7권에서도 언급했지만 타냐의 나이 13~4세가 되었군요. 망할 존재X에 의해 샐러리맨에서 TS되어 여자애가 된 이후 순탄한 인생을 살았다곤 입이 찢어져도 못합니다. 눈을 떠보니 사생아인 것도 모자라 교회에 버려지고 개도 안 먹을 죽을 먹으며 커오다 9살 철이 들면서 군에 입대한 그녀, 이것은 그녀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군도 엄연한 조직 사회, 능력을 과시하면 내 살길 하나는 있겠지 했는데 문제는 이게 그만 돌아오지 못할 강이 되어 버린 것이죠. 능력 과시도 적당히 하지 않으면 이처럼 개고생한다는 걸 유감없이 보여준 게 바로 타냐가 아닐까 하는데요.

 

적당한 무훈을 세우고 후방에서 잘 먹고 잘 살려 했는데 군은 유능한 병사를 놀릴만한 조직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북부전선, 서부 전선, 남부 전선을 거쳐 지금은 동부전선에 왔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고 4년, 연방(소련) 침공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 중인 타냐에겐 모든 게 부족합니다. 이 작품은 2차대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보니 대전 말기 독일의 참상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데요. 먹는 것부터 해서 포탄과 총알까지, 그리고 심각한 인적 자원 고갈은 노동 인구 감소로도 이어져 물자 보급 부족이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타냐에게 내려온 믿기지 않는 명령...

 

'너에게 미끼가 될 것을 명하노라'

 

연방의 남부 자원 지대를 빼앗을 목적으로 대규모 작전을 시행하는 제국, 그 영향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처럼 타냐에게 양동을 걸으라는 직속상관 제투아 중장의 명령이 떨어집니다. 그가 친히 전선에 착임이라 쓰고 좌천되어 와서 한다는 소리가 너 좀 써먹어야겠다. 아랫동네에서 우리가 대규모 작전 중이니 너님이 친히 적진에 고립되어 적 지원부대의 발을 붙잡아라 이럽니다. 뭐 어떻 하나요. 까라면 까야죠. 일부러 적진에 고립되어 버린 타냐, 그리고 이게 웬 떡이냐며 3~4개 사단으로 타냐의 203 마도대대(지금은 레르겐 전투단)을 포위하지 뭡니까. 사실은 타냐가 차지하고 있는 철도선을 노리고 온 것이지만요.

 

그리고 그걸 빌미로 우리 구하러 가자고 동부 군(軍)을 꼬드기는 제투아 중장, 중장이라도 별이 3개입니다. 아무리 좌천되어 낙하산 타고 왔다지만 넓게보면 부하된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죠. 이렇게 모 아니면 도식으로 제투아 중장의 연방군 걷어차기가 시작됩니다. 그렇게 진흙탕 도랑에 빠진 제국을 살리기 위해 제투아 중장의 일발 역전극에 휘말려 고생 꽤 나 하는 타냐, 그 와중에 그녀와 그녀의 부대원들은 질적 향상을 보인 연방군을 맞아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과거의 영광이여~ 하늘은 내 것, 니 것도 내 것이라면서 몰려오는 적들 엉덩이를 신나게 두들겨 줬던 게 엊그제인데 이젠 호각을 보이다 못해 밀리는 사태까지, 거기에 괴물같이 변한 '메어리 수'의 내습은 완전 3배 빠른 빨간 기체라 할 수 있었습니다. 타냐는 물론이고 그녀의 수하 두 개 중대가 온 화력을 쏟아부어도 꿈쩍을 하지 않는 메어리 수를 보고 있자니 이거 i필드(1)도 적당히, 명령불복종을 밥 먹듯이 하고 머리에 피 몰리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지던데 이러다 메어리 수는 최종 보스로 자리 잡지 않을까 싶었군요.

 

어쨌든 간에 여전히 이데올로기라든지 공산주의 배척 주의나 온갖 정치색이 난무하지만 아무래도 좋아요. 중요한 것은 기껏 여자애로 환생 시켜놓고 그에 따른 상황은 전혀 언급을 하지 않는 작가에게 저주를 퍼부을 뿐, 여자들에게 있어서 전쟁은 가혹하기 그지없죠. 전생의 기억과 태어나서 제대로 된 인생을 걷지도 못하고 철이 들자마자 군에 들어와 이때까지 전쟁만을 치러오고 있으니 여자라는 걸 잊어버린 건가 싶기도 합니다. 아마 1권에서던가 이에 관련해서 언급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이제 와 생각나지 않는군요. 그래도 사족을 달자면 일러스트가 13~4세에 맞게 올림머리를 했다든지 같은 약간은 여자다운 모습을 보이긴 합니다.

 

맺으며, 이 작품은 능력도 어지간히 발휘하는 게 낫다는 교훈을 던집니다. 괜히 미래에 잘 살아 보겠다고 있는 머리 없는 머리 풀가동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더니 돌아오는 건 '잘 하네? 저기도 가봐!'라는 소방수 역할뿐,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다가 수단에 얽매어 목적을 잃어버린 것이죠. 그럴 때마다 존재X를 저주하며 망할 망할이라고 욾조리지만 정작 자신은 여차하면 부하들을 방패로 삼는 한이 있더라도 혼자서라도 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이걸 두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1. 1, z건담인가 zz건담인가부터 표현되기 시작한 일종의 사이킥 방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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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모험가 4 - Lezhin Novel
아토 케이이치 지음, bob 그림, 최승원 옮김 / 레진노벨(레진엔터테인먼트)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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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망의 완결편입니다. 사실 1~2권을 읽었을 때 4권이 끝이라고 해서 좀 아쉬웠는데 4권을 읽어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느꼈군요. 참고로 웹에선 계속해서 연재 중이라고 합니다. 여튼 필자는 이 작품의 모토라고 해야 할지 아이덴티티라고 해야 할지 늘그막에 모험가로써 재능이 꽃 피어서 지금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세계를 여행하게 된 주인공을 그린다.라고 느꼈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일단 여행은 합니다. 동료들과 함께요. 세계로의 여행, 말만으로도 두근거리지 않나요. 사실 1~2권은 그 시작을 알려서 조금은 두근거림이 있었죠.

 

여튼 바람의 요정 실프족 '샨디'와 계약하면서 새로운 동료로 맞아들인 이그니스와 두 엘프녀, 그녀를 영입하기 위한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지금은 마법의 나라에 왔습니다. 두 엘프녀와 샨디가 마법에 소질을 보여서 제대로 된 마법을 배우게 해주려는 심산으로 왔긴 한데 오자마자 마치 주인공을 기다렸다는 것마냥 귀족들의 파벌 싸움이, 물론 이그니스는 끼일 마음이 없었겠죠. 그러나 운명은 얄궂게 마을 밖에서 위기에 빠진 '리제로테'라는 귀족 영애를 구해주게 되면서 이그니스는 판타지 정석대로 수라장을 해결해나가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요. 좋은 놈이 있으면 나쁜 놈도 있고, 하늘의 별만큼이나 사람 마음이 다 다를 테니 천국에서라도 악당은 존재할걸요? 당연히 선한 측인 주인공의 활약이 시작되는 것이죠. 그래서 리제로테의 아버지(참고로 대귀족)가 리제로테를 구해준 은혜를 베풀어 너 님에게 일을 하사하노라~ 이러니 판타지 중세 시대 계급사회에서 천민급에 버금가는 일개 모험가가 거기에 대놓고 싫어요.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거기다 모험가에 대한 허황된 환상과 이상향에 쩔어 사는 리제로테까지 보살펴라 이러니 내가 이러려고 모험가가 되었나 하는 자괴감까지 몰려와요.

 

남자라면 일단 돌격이지라는 리제로테(참고로 여자 애입니다.), 그녀의 조상이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하고 나라를 세운 구국의 대영웅이라나요. 그 피를 이어받았으니 몸이 근질근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귀족의 소양 따위 개나 줘버려, 막내딸이라고 오냐오냐로 길렀던 게 화근이었던 걸까. 한 번쯤은 아버지도 그렇게 한탄 하겠건만 그 애비에 그 딸내미, 이걸 봐야 되는 이그니스는 당장에 도망가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위가 빵구날 지경입니다. 닥돌하는 리제로테의 고삐를 잡고 칼 좀 휘둘러 보라 했더니 마을 밖에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체계적인 훈련은 받았는지 폼 하나는 그럴싸해서 이게 또 기가 찰 노릇, 더욱 문제는 실전에서는 써먹을 수가 없다는 것, 그래서 모험가 다운 훈련을 시켜가는 나날이 지속됩니다. 이 과정이 상당히 웃겨줍니다. 단칸방의 침략자를 읽은 분이라면 순식간에 빠져들지 싶군요. 리제로테는 포르트제 왕녀 '티아'와 비슷합니다. 초장에 허황된 생각에 사로잡힌 것도, 일상적으로 말하는 것도, 이그니스와 말싸움하는 것도, 그리고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나선 능글맞아가는 것도, 그렇게 귀족 영애를 모험가로 키워가면서 귀족 파벌 간 싸움도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는데요.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합니다. 분명 리제로테가 상대 파벌에 잡혀가는 플래그가 섰는데 어째서 그녀의 언니가 납치되냐고요. 상황은 개판이 되어 갑니다. 이거 이야기는 꽤나 시리어스한데 왜 이리 웃음이 나올까. 자, 어쨌든 그동안의 훈련의 성과를 보여야겠지? 귀족의 품격 따윈 개나 줘버렸는데 실력이라도 뽐내야지 않겠어? 근데 내(리제로테)가 나설 차례는? 이봐! 작가 양반? 옜다 선심 쓰듯 던져주는 단 한 장면으로 그녀의 잔가가 발휘됩니다. 나도 할 땐 한다고요. 그래도 여전히 훈련과 공부가 필요한 그녀, 이대로 이그니스의 하렘에 동참하는 걸까?

 

맺으며, 대부분의 라노벨에서 주인공과 히로인이 엔딩에서 맺어지는 경우는 있어도 여행 중에 침대에서 뒹구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이건 히로인=처녀라는 공식 때문이기도 한데 이 작품은 그런 거 없어요. 내키는 대로, 사실 이게 잘못되었다기보다 오히려 속 시원해지는 경우라고 할까요. 알몸 다 내 보여주면서 끼약~ 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욕망에 몸을 맡기고 가식적이지 않은 게 이 작품의 장점이지 않나 합니다. 물론 디테일 높은 표현은 없으니 굳이 찾아보진 마세요.

 

그런데 여타 라노벨에서는 남자 하나에 여자 여럿인 파티는 별 볼일 없다는 공식이 자주 비치고 있는지라 이 부분에서는 사실 좀 그렇긴 합니다. 또한 여자 3명 다 이그니스랑 동침하고 있는지라 이 부분에서도 보수적인 독자는 꺼려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더욱이 이번 4권에서는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인물 중 90%가 여자입니다. 3권까지는 그래도 남자들의 비중이 높았는데 4권은 남자 같은 여자애라든지 리제로테와 언니, 이그니스가 초보 모험가 시절의 동료였던 리제로테의 호위 역인 유리에까지...

 

개그도 적절히 들어가 있고 심각한 것도 없어서 부담 없이 읽을만했지만 역시 4권으로 끝낼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시작은 두근거림이 있었지만, 작가의 한계인지 기존 판타지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이번 4권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걸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이 작품만의 색, 가령 실비아 같은 무녀와의 계약에 관련해서 복선을 파헤친다던지 그녀들과의 합체기(침대에서 말고) 같은 걸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어서 무녀와 적성자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하더군요.

 

본 리뷰는 네이버 라노벨 카페 NTN과 출판사 레진노벨이 주관한 리뷰 이벤트 일환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을 제공해주신 라노벨 카페 NTN과 레진노벨에 감사를 드립니다. 

(책 받은지 1년은 넘은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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