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곰전생 2 - 숲의 수호신이 된 전설, Novel Engine
미시마 치히로 지음, 쿠루리 그림, 김민준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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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경고 했습니다.

 

 

 

 

 

번식기가 아니어서 꿈쩍을 안 한다. 1권에서 백곰 '쿠마키치'가 했던 말입니다. 인간이 아닌 곰이라는 1년에 한번 번식기를 맞는 생물의 몸이다 보니 아무리 인간일 적 마음과 지식과 경험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일단은 야생동물인 곰인 이상 자연의 이치를 따라야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에 나오는 히로인들은 정말 불쌍하다 할 수 있어요. 아무리 마음을 전달해도 목석같은 남편이 안아주지 않고 바늘로는 밤을 지새울 수가 없게 되죠. 라지만 일단은 전연령가니까 그렇고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아요. 루루티나는 16년 동안 부모님 밑에서 교육은 받았다지만 교육이 완성되기 전에 부모님의 품을 떠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단편적인 지식과 감정에 휘둘려 남녀 관계에서 조금 일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좀 씁쓸하게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루루티나와 사실상 부부의 연을 맺고 그녀의 여동생들과 생활하던 쿠마키치, 어느 날 숲에서 어떤 조그마한 엘프 소녀를 만나게 돼요. '리코타' 올해 8살입니다. 일러스트가 조금 불만인데 일단은 귀엽게 나왔어요. 성격은 발랑까지고 조숙하고 건방짐의 표본으로서 세상의 무서움을 모르고 방방 뛰다가 호된 꼴을 당하게 된 순간 쿠마키치의 도움을 받아 기사회생을 하죠. 그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이렇게 되면 너에게 시집갈 수밖에 없네'라는 리코타의 황당한 말에 이끌려 간 곳엔 소녀의 어머니가 계셨으니, 쿠마키치 왈: 어머님! 안녕하세요? 날아오는 마법, 리코타의 어머니 '로비올라'와의 만남은 참 극적입니다. 리코타의 괴팍하고 잔망스러운 성격은 엄마에게 물려받았을까, 아무리 천하무적 백곰이라지만 쫄지 않을 수 없었어요.

 

섹슈얼리티가 보강되었습니다. 1권에서 꿈쩍을 안 한다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성숙한 성인 여성과 유부녀라는 조합이 불러오는 숨 막히는 섹슈얼리티, 섹슈얼리티의 뜻이 뭔지 모르면 검색해보세요. 성생활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포괄적으로 나아가면 이 뜻이 의미하는 게 많아집니다. 여튼 1권에선 백곰으로 전생한 것을 두고 루루티나를 구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라 여겼지만 리코타의 어머니 로비올라를 만난 백곰은 지금의 자신이 백곰인 게 너무나 저주스러웠을 겁니다. 그녀(로비올라)는 딸을 구해준 백곰에게 호감을 느껴 어프로치를 단행해요. 루루티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성인 여성의 매력, 눈앞이 아찔해지지만 정작 꿈쩍을 안 하는데 뭐 어떡하라는 심정이 절절하게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나무 아미 타불인 상황이 벌어져요.

 

그런데 왜, 이런 외딴 숲속에 엘프 모녀가 있는 것일까. 아이를 생각해도 로비올라의 나이(20대 초반)를 생각해도 도시에서 살아가는 게 생활적인 면에서 나을 텐데라는 의문이 시작돼요. 곰이라는 짐승이라서 그런지 둔하고 학습이 없는 걸까요. 루루티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제2의 루루티나가 나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세계관이라는 걸 백곰은 망각하고 있어요. 사실 타인의 과거를 캐는 건 상대에게 비수를 꽂는 일이라 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자신이 추측하기 보다 너 님들 왜 여기에 있어요?라고 비수 같은 말을 그녀에게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못된 고자 백곰, 하지만 로비올라는 괜히 어른이 아니라는 것처럼 애둘러 말하며 자신의 과거를 밝히지 않습니다. 백곰은 인간일 때 20대 후반이었는데 나이를 헛 먹은 듯, 리코타의 성화에 못 이겨 집에 돌아가지 못한 백곰은 그녀(모녀)들과 오붓한 소풍을 즐기는데...

 

언제나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난데없이 초절정 미남 엘프 남자로 구성된 전투부대가 들이닥쳐서 로비올라 모녀를 대려 갈려고 하는 극박한 전개가 펼쳐져요. 그리고 드러나는 로비올라 모녀의 과거, 모녀는 물건 혹은 재물(제물 아님)이었습니다. 과거 중앙아시아에선 형이 죽으면 부인은 동생에게 재물로 귀속된다는 풍습이 있었습니다(보다 정확하게 알고자 하면 검색 해보셈). 형수는 동생과 재혼을 하고, 그 동생도 죽으면 또다시 아래 동생과 재혼하는, 이걸 잘 표현한 게 모리 카오루의 '신부 이야기'인데 기회가 되면 한번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여튼 로비올라 모녀는 그런 과거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남편 죽음의 이면에 도사린 추악한 진실, 자신을 노리는 시동생으로부터 도주, 그런데 그녀가 부족의 관습을 깨면서까지 도주한 이유가 무얼까.

 

재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여자로서, 자신의 길은 자신의 발로서, 그리고 남편의 원수나 다름없는 부족 속에서 자신이 있을 자리 따윈 없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세상 밖으로 도주를 꿈꾸죠. 하지만 그 꿈은 오래가지 못해 좌절되고 맙니다. 형수에 집착해 여기까지 쫓아온 시동생, 일찍이 결혼하여 세상의 즐거움을 모르고 성인이 된 반동인지(작중엔 표현되어 있이 않음) 단 하루 쿠마치키와의 즐거웠던 생활에서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인지 로비올라는 깨달아 버립니다. 하지만 그녀는 누구(루루티나)와는 다르게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건 좋지 않다는 걸 어른으로서 자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잔망스럽고 발랄한 리코타, 너그러운 모성과 때묻지 않은 순진한 소녀 같은 모습의 로비올라가 흘리는 눈물을 봐버린 쿠마키치는 모녀를 지키기로 결심을 하게 되죠.

 

백곰은 가족과 도움을 바라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다. 시동생과 그의 부하들 그리고 시동생이 끌고 오거나 자기 멋대로 와버린 엘프족 미치광이 연금술사를 상대로 정말로 목숨을 거는 일전을 펼쳐요. 시동생이나 백곰이나 서로에게 정의는 있습니다. 시동생은 사모하게 된 형수를 되찾기 위해, 백곰은 눈물 흘리며 괴로워하는 사람을 못 본 채 하지 않는다는 결의에 따라. 백곰 이번엔 정말로 위기를 맞아 가요. 하지만 작가는 이딴 건 부차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백곰 힘을 좀 냅니다.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백곰의 근육과 날카로운 손발톱 앞에선 적수 없으리. 백곰 태어나서 진심으로 싸운다. 등이 까지고 불에 타는 한이 있어도 이 여자만큼은 지킨다. 이렇게까지 자기를 지켜주는데 반하지 않을 여자는 없습니다.

 

사실 백곰도 로비올라에게 흑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백곰이라도 꿈쩍을 안 하는 데다 본능도 그럴 시기가 아니라는 유전자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둔감형 주인공이 되어 버리죠. 늘 틈만 나면 이불 펼려는 히로인들을 말리느라 진땀 빠집니다. 여기에 로비올라도 가세하게 되죠. 이런 부분에서 비단 여자만이 아니고 사회생활하면서 타인의 호감을 얻는다는 건 무엇인가를 고찰하게 합니다. 잇속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도움의 손길, 이 사람이라면 인생을 맡겨도 되지 않을까 하는 든든함, '당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이라는 말에 넘어가지 않는 목석같은 마음, 그리고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건 그렇고 백곰 번식기가 여름이라고 하니까 언제까지고 목석으로만 있지 않을 거라는 복선이 떴습니다.

 

맺으며, 더 쓰고 싶지만 글이 길어져서 이만 줄여야 되는 게 안타깝긴 이 작품이 처음이군요. 이번 리뷰는 반도 표현 못했어요. 루루티나의 얀데레 같은 성격과 꼬맹이 세쌍둥이가 펼치는 귀여움은 뇌 속에서 그림으로 그려질 정도로 작가의 필력에 대단했습니다. 이걸 글로 표현할 수 없는 필자의 저질스러운 필력이 이렇게 저주스러울 데가 없었군요. 특히 서열 관련해서 후반부 라로(세쌍둥이중 하나)가 로비올라에게 목걸이를 주는 장면에서는 분명 감동스러운 부분인데도 이제 앞으로 너 님은밑이라는 것 같아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초반에 보면 웨어울프는 서열이 깐깐함으로 라로는 제일 밑이니까 목걸이 줄게 하는 부분이 있죠. 백곰에게 구원받아 울고 있는 로비올라에게 목걸이를 건네는 라로, 물론 작가는 다른 뜻으로 이 장면을 연출했겠지만 초반에 그런 장면 넣어놓고 이러니 감동이 웃음으로 바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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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1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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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라는 작품에 보면 모험가가 모험을 하다가 죽는 일은 흔한 일이라고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다치거나 마음의 상처에 망가진 모험가들이 귀향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도 하고요. '벨그리프'는 고블린 슬레이어에서 흔히 표현되는 어디에나 있는 신출내기 모험가였습니다. 어느 날 던전에서 마물에게 다리를 뜯기기 전까지는요. 모험가로서의 말로, 보통 이런 좌절을 겪는 모험가는 술에 절어 어디 길가에 처박혀 객사할 운명이건만 그는 고향에 내려와 마을 일을 돕고 모험가의 경력을 살려 마을을 마물로부터 지키는 일을 해왔죠. 마을 사람들은 점차 그를 인정하게 되고요. 그러던 어느 날 오늘도 순찰하던 그의 귀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어요.

 

모험가로서는 끝장났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과 신체를 수련하는데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마을 정착 초기 받은 비난과 괄시, 일반 사람들에겐 모험가 = 무뢰한이라는 공식 속에서 그 편견을 깨고 마을에 정착할 수 있었던 건 그의 타인을 돕는다는 올곧은 성품 때문이었죠. 그런 그에게 다가온 어리고 어린 바구니에 담겨 버려져 있었던 아직 말도 못하는 가여운 생명, 그는 그 아이를 목숨 바쳐 열심히 길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모험가로서 경험했던 모든 것을 그 아이에게 가르쳤어요. 그 아이가 12살이 되던 날, 그 아이는 아버지를 본받아 자신도 모험가가 되겠다며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 5년 후 그 아이는 훌륭하게 성장하여 자신을 길러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귀향을 서둘러요.

 

후기에 보면 제목 때문에 대략 난감이라고 작가 스스로 인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실 제목만 놓고 본다면 별 볼일 없는 작품이라 여겨질만하죠. 정발 되기 전 일정 정보를 접한 분들 중 사이에선 근친이니 키잡이니 같은 말도 나오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전혀 그런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음... 뭐랄까 필자는 일찌감치 분가해서 부모님과 살았던 기간이 적어요. 게다가 필자의 아버지는 매우 엄격하셔서 분가 전 십수 년을 같이 살았어도 별다른 대화도 하지 않았고 명령 내린 것만 하는 못난 자식이었죠. 그렇다 보니 아버지에 대한 사랑은 거의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필자에게 있어서 이 작품은 솔직히 좀 고역이었군요.

 

무슨 말이냐면 이 작품은 자신(주인공)을 길러주신 아버지에 대한 주인공의 애정을 그리고 있어요. 파더콤까지는 아니고 부모님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이랄까요.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마냥 보고만 있어도 든든하고 응석 부리고 싶고 며칠 못 보면 그리움에 보고 싶은, 성장하여 분가 후 안부 전화하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눈물을 짓고, 명절 때 귀향하면서 뭐라도 하나 더 챙겨 드리고 싶은, 그런 이야기라 할 수 있죠. 아마 작가는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서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자꾸만 잊혀가는 세태가 안타까워 이 작품을 집필하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안젤린, 바구니에 넣어져 버려졌던 아이의 이름입니다. 줄곧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며 커왔던 그녀는 아버지를 동경하고 있죠. 그녀는 솔선해서 마을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사냥하여 고기를 나눠주고 아이들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등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아버지에게서 자신의 미래를 보게 돼요. 결국 동경의 끝에 그녀도 모험가로서의 길에 들어서죠. 그리고 현재 17살이 된 안젤린은 동경하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귀향을 서두르지만 급격하게 불어나는 마물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몇 번이나 휴가를 내 이번에야말로를 외치며 여행길에 오르지만 그때마다 길드 직원이 나타나 마물이 나타났으니 대응 좀 하는 통에 매번 좌절을 겪어요.

 

곤란을 겪거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말라라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어기는 건 그녀에겐 있을 수 없어요. 이상하게 늘어나는 마물을 상대하며 원인을 찾아간 끝에 마주친 마왕이라는 존재, 1권에서 거하게 큰 복선을 떨어 트려 주더군요. 마법과 검이 난무하는 판타지의 세계에서 마왕은 빠질 수 없는 감초 같은 역할이라면 역할이겠죠. 그러나 한 마리만 있는 게 아닌 무려 70여 마리나 되는 마왕이 존재한다는 복선, 작가는 대체 몇 권을 쓸려고 이런 큰 복선을 떨어 트렸을까요. 자, 아버지를 못 만나게 한 원흉인 마왕을 어떻게 요래해줄까. 그리고 안젤린은 갖은 난관을 돌파하고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동경이 메인이지만 작가가 풀어놓는 몽환적인 이야기가 더 흥미를 돋웁니다. 눈 내리는 장면 설명과 해가 바뀔 때마다 따라 바뀌는 자연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들은 향수를 불러와요. 요즘 도시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그런 감정이랄까요. 시골에서 살며 보았던 뒷동산이나 앞산이 계절을 맞아 변화해가는 모습들,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과 눈으로 덮이는 겨울, 봄의 새싹이 피어나는 파릇한 파랑, 그리고 푸르름이 시원한 여름, 작중에는 이런 표현이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필자 주관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런 느낌이었다랄까요. 거기에 만화 충사에 나올법한 이질적인 존재들과의 만남은 상상력을 자극하죠.

 

맺으며, 나이를 먹어가는 벨그리프를 보고 있으면 데자키 오사무 감독의 보물섬에 나오는 '롱 존 실버'를 떠오르게 해서 가슴 한켠을 아리게 하더군요. 마지막 회 생명이 꺼져가는 앵무새를 다시 일으켜 세워 어깨에 오르도록 하는 장면은 지금도 잊히지가 않는데요. 벨그리프도 그런 인생을 살다 가는 걸까 잠시 생각에 잠겼었습니다. 하지만 열혈 효녀 안젤린이 있으니 인생의 종착점에 다다른다고 해도 쓸쓸한 마감은 하지 않을 거라는 것에 위안을 얻기도 했군요. 거기다 딸의 활약으로 자신이 사는 영지의 젊은 여백작의 눈에 들어 버렸으니 어쩌면 딸 보다 잘 나가는 인생을 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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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 6 - S Novel+
FUNA 지음, 아카타 이츠키 그림, 조민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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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발이 다 떨어졌는지 천x의라x타 패러디가 등장하는군요. 대사도 의미심장하긴 한데 이 작품 자체가 개그풍이다 보니 폼 잡는다고 가오가 살지는 않아요. 하지만 고대 문명 유적과 잊혀진 오버 테크놀로지 복선 때문인지 비중은 꽤 크게 다가옵니다. 이 작품은 옴니버스식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것에 비해 고대 유적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거 보면 이세계의 탄생의 비밀이라던지 결국은 마일도 신(神)이 된다는 복선을 끼우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작가가 은근히 이런 쪽을 좋아하더라고요. 그 예로 6권쯤 오니 포션빨과 세계관이 아주 유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엔 라x타 패러디 비중이 높다 보니 그렇게 큰 이야기는 없습니다. 마일을 위시한 [붉은 맹세]는 여전히 길드 평판을 올리려 의뢰를 받아 해결하는 나날을 보내요. 병을 앓고 있는 귀족 영애를 낫게 해준다거나, 여성들만 이뤄진 파티다 보니 여타 남자 파티들 사이에 아이돌이 되어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그러다 자기들이 이 구역의 아이돌은 우리가 원조라며 라이벌이 등장해서 이젠 씨알도 먹히지 않는 아이돌 파티 간 대결구도라는 고대적 소재를 풀어 놓으려다 작가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바로 접더군요. 결국은 마일을 위시한 [붉은 맹세]를 이길 파티 따윈 없고 상황적으로도 이미 유명해져버린 이들을 더욱 빛내줄 뿐인 그 이상은 아니라는 거죠.

 

뜬금없지만 6권을 읽으면서 그동안 느꼈던 감정이 구체화되어 버렸는데요. 이 작품을 읽고 있다 보면 회사에서 말단 직원들이 상사들의 비위를 맞춰주며 간이고 쓸게고 다 내주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는 겁니다. 말단 직원은 주인공과 그의 파티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이고, 상사는 주인공과 그의 파티라 할 수 있어요. 누군가에게 동경의 대상이 된다. 이제 와 이런 말 쓰는 것도 좀 거식한데 이 작품 특징중 하나가 주인공과 그의 파티를 치켜세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주목받는다는 카타르시스를 대리만족시키려는지 그런 장면들이 꽤 많이 들어가 있죠. 물론 시기와 질투를 양산하는 것보단 낫고 주인공들의 순수 실력을 칭찬하며 동경하는 건 좋아요.

 

문제는 그녀들의 외모라던지로 평판을 내고 그녀들의 실력을 이용해 미래를 설계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은근히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잊고 있었는데 이 작가의 편향적인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좀처럼 익숙해지지가 않는군요. 어쨌건 서브컬처에서 이런 요소들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 중요한 건 사실이긴 하죠. 그리고 물론 작가의 시각이라는 게 작품 한정이고 현실에서도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요. 딱히 필자는 평등을 주창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편향적인 시각을 보면서 편안하다고 느끼지도 않아요. 물론 필자가 잘못 짚었을 수도 있고 열받은 작가가 명예훼손으로 고발해도 할 말 없는 사안이기도 합니다만. 이걸 무서워해서는 리뷰를 쓸 수 없겠죠.

 

어쨌건 그냥 흥미 본위로 보는 서브컬처에서 진지하게 고찰해봐야 손가락만 아플 뿐 얻는 건 없습니다. 싫으면 안 보면 그뿐, 열 내봐야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이나 다 불편할 뿐이죠. 그냥 그동안 읽으며 약간 거슬렸던걸 이제야 좀 풀어 놓아 봤군요. 마일이 선사하는 썰렁 개그도 일품이고, 그러고 보니 이번엔 '요가 파이어' 부분은 정말 허를 찌르는 신의 한수였군요. 유족을 조사하며 만난 마족과의 전투에서 매번 진화를 거치는 '메비스'가 선사한 '요가 파이어(요는 일본어로 나를 지칭, 즉 나의 불을 받아라 뭐 그런 뜻)'는 정말 배꼽이 빠질뻔하였습니다. 거기에 후반부 유적 복선을 진행하면서 요정을 낚으려 낚시질하는 마일의 모습은 개그와 더블어 일품이고요.

 

맺으며, 우리나라에서 나이 조금 먹은 사람들에겐 금기어나 마찬가지인 단어가 나와서 좀 놀랐습니다. 아무리 명사라지만 일반적인 표현을 놔두고 일본인들에겐 신(神)적 존재를 지칭하고 극존칭에 해당하는 단어를 썼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위에서 신랄하게 비꼬아 놓았는데 이거까지 더 했다간 불에 기름 붓는 격이어서 언급은 관뒀군요. 이야기 구성에서 어쩔 수 없는 느낌도 있었기도 하고요. 사실 이거 따지고 저거 따지면 일본 도서 보는 자체가 모순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어쨌거나 필자도 나이가 좀 있다 보니 그 단어를 접하고 기분이 다운되어 이번엔 그렇게 이 작품을 음미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 자체도 쉬어가는 분위기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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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빨로 연명합니다! 3 - S Novel+
FUNA 지음, 스키마 그림, 박춘상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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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판치는 세상에 천사가 강림하다. 이전 도시에서 아이들 전문 인신매매단을 침몰시킨 카오루에게 다가온 '레이에트'라는 조그마한 소녀와의 만남,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개그로 유쾌한 모습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은근히 중세 시대를 표방한 세계관의 어두운 단면도 보여줘요. 고아들이나 부랑아들, 그리고 입을 줄이기 위해 팔려가는 첫째 이하 아이들, 레이에트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인데요. 부모가 입을 줄이기 위해 어린애를 거의 노예나 다름없는 계약으로 상인에게 팔아 버렸어요. 인신매매단을 깨부순 후 다른 아이들은 다 부모 곁으로 갔건만 홀로 남겨진 레이에트, 이대로 부모를 찾아 돌려줘봐야 다시 팔릴게 뻔한 상황에서 카오루가 내린 결단은...

 

'레이에트 아틀리에'가 탄생하였습니다. 카오루가 이세계에 온 지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군요. 현실에서 죽은 후 영체가 되어 부모님에게 이세계에서 가문의 씨앗(증식)을 퍼트리겠다고(하겠다고) 공언했던 그녀, 그 공언대로 신랑감을 찾아 세계를 유랑 중입니다. 처참한 삶을 살아가던 부랑아를 보다 못해 구해준 후 카오루를 신봉하게 된 부랑아 둘을 호위로 들였고 처음 도착했던 나라(맞나 기억이 안 나네)의 왕족과 여기사를 대동하고요. 그리고 지금 '유스랄 왕국'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여기서 아틀리에를 열고 신랑감을 찾기로 했군요. 얘가 보기보다 상당히 본격적입니다.

 

그런데 이전에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녀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복선이 떴지 싶은데 말입니다. 문득 이 복선을 생각하니 끔찍한 생각이 들었군요. 증식하겠다고 공언해 놓은 상태에서 영원을 살아가며 얼마만큼 자손을 남기려고 같은? 하여튼 4년이 지나 19세가 된 지금 처음 그대로 키도 고대로이고 모든 게 고대로인 시점에서 이 복선은 상당한 신빙성을 얻게 됩니다. 아니면 카오루도 신의 영역에 들어 갈려는 걸까요. 이미 능력은 신급 치터로써 손색이 없어요. '포션'이라는 단어와 약물만 포함되면 그 무엇도 가능하게 해버리는 먼치킨, 그래서 그걸 이용해 만든 게 약방 '레이에트 아틀리에'가 되겠습니다.

 

포션을 팔아서 돈을 벌고 겸사겸사가 아닌 진심으로 신랑감을 찾아 유스랄 왕국에서 약방을 개원한 카오루는 레이에트를 보살피며 약을 팔기 시작하였군요. 하지만 늘 그렇듯 잘 팔리는 약의 이권 개입을 희망하는 귀족과 상인의 난입이 시작돼요. 하지만 카오루에게 괜히 악마라는 칭호가 붙은 게 아니죠. 그녀는 주변에 이용할 건 모조리 이용하는 스타일답게 응하는 척하며 난감한 상황을 만들어 버려요. '예로' 어떤 약이 없으면 곤란한 사람이 많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녀는 약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려요. 그럼 사람들은 원인을 찾을 것이고 카오루는 그 원인이 이권 개입자에게 있다고 떠넘겨 버립니다. 즉 원한은 내게 오는 게 아니라 이권 개입자에게 집중 시켜버리는 거죠.

 

난감하네~ 그녀에게 겁 없이 덤볐다가 본전도 못 찾고 도망갈 수밖에 없어요. 이전부터 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나. 작가가 흥미 본위로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곱씹어 보면그렇지마는 않죠. 싸구려 같은 상황을 연출해서 작가에게 뭔 이득이 있을까. 악인을 퇴치해서 읽는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물론 그것도 있겠지만 현실적인 반영도 있지 않나 하는 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이세계에 온 지 4년이나 지났지만 크지 않는 키 변화 없는 신체적 특징 등으로 여전히 15세 이하 취급받는 그녀이죠. 거기에 평민, 그런데 이득이 큰 물건을 판다. 달려들지 않을 사람이 없죠. 이런 부분에서 오히려 현실적인 작가라 할 수 있습니다.

 

겸사 그런 인간들을 멋지게 퇴치한다. 이걸 가미함으로써 현실에서의 부조리를 타파하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작중 상황은 개그 일색이라서 크게 와닿지는 않겠지만요. 여튼 그렇게 군을 상대로 무좀약을 팔고 고아들과 부랑아들을 보살피고 이권에 개입하려는 귀족과 상인을 박살 내주며 유스랄 왕국에서의 생활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녀에게 여기서 안주하는 걸 용납하지 않아요.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카오루의 생활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이제야 자기를 노리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조금은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했는데 또다시 여신 강림이라는 이벤트를 열지 않으면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죠.

 

아무리 악마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눈에 띄지 않는 생활을 하고 싶다고 해도 그녀에게 죽어가는 사람을 못 본 채 할 정도로 마음이 차갑진 않아요. 포션 가격도 적당하게 책정해서 누구나 구입해서 쓸 수 있는 양심적으로 팔고 있고요. 자기에게 적의를 드러내면 그게 누가 되었든 가차 없이 처단하고 악의 없이 도움을 바라는 사람에겐 대가 없이 손을 내미는, 그러해서 자기 있을 곳을 잃어도 개의치 않습니다. 벌써 몇 번이나 이런 일을 반복으로 해왔고 당연히 이권을 노리는 자들에게 쫓기게 되어 어느 한 곳에 정착을 못하는 게 지금의 그녀의 처지죠. 기껏 남편을 찾아 가게를 열고 정착하나 싶었는데 또다시 그녀는 유량을 시작합니다.

 

처음 이세계에 왔을 때 혼자였던 그녀, 하지만 지금은 레이에트가 곁에 있고 부랑아 출신 호위 둘과 카오루를 걱정해 왕족 주제에 자기 위치를 버리면서까지 쫓아와준 사람과 그 사람 호위 기사까지. 표현은 안 되어 있지만 분위기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풍깁니다. 그리고 새로운 대지에서 만났던 여러 사람들. 그리고 지금,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고 이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모 마법소녀의 대사처럼 그녀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들과 동료들에 둘러싸여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길을 떠납니다. 안주할 땅을 찾아 그리고 증식에 필요한 상대를 찾아...

 

맺으며, 여전히 카오루식 '룰은 내가 정한다'를 보여주고 있어서 유쾌합니다. 도움을 주되 오남용은 막으니까 내 멋대로 해도 되겠지? 하는 발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거기에 외모와 계급만 보고 덤비는 귀족이나 상인 나부랭이들에겐 나를 건들면 아주 조떼는 수가 있어 하며 주변 환경과 인맥을 총동원해서 말살해버리는 대범함, 이걸 두고 영악하다고 하던가요. 교묘한 언변으로 신의 천벌이 두렵지 않냐고 협박도 서슴지 않죠. 실제로 이세계엔 없는 니트로뭐시기로 천벌이랍시고 터르려선 구라치는 폼이 일품인 게 그녀의 특기입니다. 뭐 이러지 않으면 진작에 시대에 휩쓸려 노예가 되었거나 객사했겠죠. 이런 부분에서 유쾌함과 현실적이라는 천칭의 추를 중심에 맞추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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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 5 - S Novel+
FUNA 지음, 아카타 이츠키 그림, 조민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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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래라면 벌써 손절해야 될 작품인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7권까지 구매해뒀더군요.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을 찾지 못해서 무심결에 구매했지 않나 싶어요. 적지 않은 금액인데, 아무튼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앞줄에도 썼듯이 우선 어려운 진행이 전혀 없어서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 딱 좋아요. 그리고 하렘이 아니어서 수라장같이 눈살을 찌푸릴만한 구석도 없고요. 여자애들만 구성된 파티라고 해도 무쌍을 찍는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음흉한 생각을 품고 접근했다간 간파 당하고 뼈와 살이 분리되는 걸 볼 수 있기도 하죠. 이게 더욱 진화해서 적을 얼마나 고통을 더 줄 수 있을까 연구해서 실행에 옮기는 악마와 같은 구성도 엿볼 수 있어요.

 

예로 이번 도적들을 상대로 그냥 매운 정도가 아니라 살인급 매운 가루 폭탄을 도적들에게 뿌려서 기어이 그들에게서 악마라는 소리를 듣게 되죠. 사실 이 정도로 그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누가 FUNA 작가 아니릴까 봐 진행에 있어서 참 신선한 걸 많이 넣어 놨는데요. 그냥 선의로 도와줘도 될 상황에서 이러면 선례를 남긴다며 도움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금품을 갈취하기도 하고(나쁜 뜻으로 하는 건 아님), 향신료를 구해 오라는 의뢰를 받아서 힘들게 구하기보다 자기들이 마법으로 엄청 매운 불닭 소스를 만들어 납품하기도 하죠. 그러다 어린애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런 질 좋은 향신료를 어디서 구했는지 출처를 알아내려는 의뢰자에게 공격을 받게 돼요.

 

하지만 뼈와 살을 분리하기를 기쁨으로 느끼는 이들에게 그러한 공격은 나 죽여주세요 같은 거나 다름없게 되죠. 근데 지들도 (향신료를)마법으로 거의 공짜로 만든 주제에 싯가로 구매해 주지 않는다고 파토내고 나가려다 의뢰자에게 반격 당하자 되레 화내는 게 참 기가 막힙니다. 애들(마일과 그 일행)이 참 영악해요. 그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긴 한데, 얼마나 영악하면요. 니들도 잘한 거 없잖아 같은 상황에서 마일이 말하길 '그건 그거,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이죠. 이런 부분에서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여실히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여하튼 그런 이야기들도 있고, 이번엔 마일의 고향인 '브란델 왕국'으로 왔습니다. 마일은 좋은 기억 따위 전혀 없는 나라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지나가는 형식으로 들리려 했는데 어쩌다 '마르셀라, 올리아나, 모니카'와 재회하죠. 이세계에서 각성한 이후 처음으로 사귄 친구들이죠. 1년하고 몇 개월 전(맞나, 3년 전인가 헷갈리네) 야반도주하면서 이별의 말도 못 전한(이후 편지 남김), 하지만 기쁨의 재회도 잠시 레나를 위시한 폴린과 메비스의 '붉은 맹세'와 마일 쟁탈전이 벌어져요. 이 부분은 좀 유치하니까 넘어가도록 하죠. 하여튼 간에 마르셀라에게서 마일의 집안 사정을 듣게 됩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죽인 것도 모자라 가문을 빼앗으려 했다는 죄목으로 사형, 새엄마도 같은 길을 가버렸군요. 새동생은 그래도 아이라는 입장도 있고 어른들에게 휘둘렸을 뿐이라는 선처에 따라 평민 코스, 가문은 마일이 돌아오면 승계해준다는 조건으로 바지사장 내세워 통치 중이긴 한데 정작 마일은 가문과 땅을 팔아서 호의호식을 하려는 악마와 같은 생각을 내보이죠. 이세계로와서 첫 번째로 사귄 친구들과 이별을 아쉬워할 틈도 없이 다음 나라로 떠나는 마일과 그 일행, 브란델 왕에게 들켜봐야 내 의지와 상관없이 며느리로 들어간 끝에 숨 막히는 생활만 기다리는 것에 질려버린 마일은 줄행랑을 놓아 버립니다.

 

FUNA 작가의 특징 중 하나가 현실을 직시하라는 메시지를 잘 던진다는 겁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인 포션빨이나 금화 8만 개를 보고 있으면 동화같이 왕자와 결혼해서 인생역전극을 이끌어내는 소녀와 같은 이야기는 허구라고 공공연히 표현하고 있죠. 특히 포션빨에서는 그 끝판을 보여줍니다. 사실 그런 고리타분한 것보다 내 마음대로 발길 닿는 대로 세계를 유랑하며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하는 이야기는 좋다고 생각해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 중2병적으로 표현하자면 저 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하는 두근 거림, 동료들과 여행을 하며 이런 기쁨을 느껴간다는 건 무엇보다 근사하지 않을까 하는군요.

 

맺으며, 악한이라도 거기에 빠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악인이라면 뼈와 살을 분리해버리지만 이유가 있다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비록 자신들이 당할 처지에 놓여도 타인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는 상냥함, 그러다 자신들을 벗겨 먹으려는 진짜 악인이라면 불... 아니 매운 불닭 소스를 뿌려 버리는 가차없는 행동력, 귀여운 것에 사족을 못 쓰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흥미를 느껴 의문이 풀릴 때까지 발을 담그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하는 게 이들이군요. 이번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입니다. 고양이족 여자아이의 일러스트가 정말 귀엽게 나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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