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션빨로 연명합니다! 3 - S Novel+
FUNA 지음, 스키마 그림, 박춘상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악마가 판치는 세상에 천사가 강림하다. 이전 도시에서 아이들 전문 인신매매단을 침몰시킨 카오루에게 다가온 '레이에트'라는 조그마한 소녀와의 만남,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개그로 유쾌한 모습을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은근히 중세 시대를 표방한 세계관의 어두운 단면도 보여줘요. 고아들이나 부랑아들, 그리고 입을 줄이기 위해 팔려가는 첫째 이하 아이들, 레이에트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인데요. 부모가 입을 줄이기 위해 어린애를 거의 노예나 다름없는 계약으로 상인에게 팔아 버렸어요. 인신매매단을 깨부순 후 다른 아이들은 다 부모 곁으로 갔건만 홀로 남겨진 레이에트, 이대로 부모를 찾아 돌려줘봐야 다시 팔릴게 뻔한 상황에서 카오루가 내린 결단은...
'레이에트 아틀리에'가 탄생하였습니다. 카오루가 이세계에 온 지도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군요. 현실에서 죽은 후 영체가 되어 부모님에게 이세계에서 가문의 씨앗(증식)을 퍼트리겠다고(하겠다고) 공언했던 그녀, 그 공언대로 신랑감을 찾아 세계를 유랑 중입니다. 처참한 삶을 살아가던 부랑아를 보다 못해 구해준 후 카오루를 신봉하게 된 부랑아 둘을 호위로 들였고 처음 도착했던 나라(맞나 기억이 안 나네)의 왕족과 여기사를 대동하고요. 그리고 지금 '유스랄 왕국'에 도착을 하였습니다. 여기서 아틀리에를 열고 신랑감을 찾기로 했군요. 얘가 보기보다 상당히 본격적입니다.
그런데 이전에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녀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복선이 떴지 싶은데 말입니다. 문득 이 복선을 생각하니 끔찍한 생각이 들었군요. 증식하겠다고 공언해 놓은 상태에서 영원을 살아가며 얼마만큼 자손을 남기려고 같은? 하여튼 4년이 지나 19세가 된 지금 처음 그대로 키도 고대로이고 모든 게 고대로인 시점에서 이 복선은 상당한 신빙성을 얻게 됩니다. 아니면 카오루도 신의 영역에 들어 갈려는 걸까요. 이미 능력은 신급 치터로써 손색이 없어요. '포션'이라는 단어와 약물만 포함되면 그 무엇도 가능하게 해버리는 먼치킨, 그래서 그걸 이용해 만든 게 약방 '레이에트 아틀리에'가 되겠습니다.
포션을 팔아서 돈을 벌고 겸사겸사가 아닌 진심으로 신랑감을 찾아 유스랄 왕국에서 약방을 개원한 카오루는 레이에트를 보살피며 약을 팔기 시작하였군요. 하지만 늘 그렇듯 잘 팔리는 약의 이권 개입을 희망하는 귀족과 상인의 난입이 시작돼요. 하지만 카오루에게 괜히 악마라는 칭호가 붙은 게 아니죠. 그녀는 주변에 이용할 건 모조리 이용하는 스타일답게 응하는 척하며 난감한 상황을 만들어 버려요. '예로' 어떤 약이 없으면 곤란한 사람이 많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녀는 약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해버려요. 그럼 사람들은 원인을 찾을 것이고 카오루는 그 원인이 이권 개입자에게 있다고 떠넘겨 버립니다. 즉 원한은 내게 오는 게 아니라 이권 개입자에게 집중 시켜버리는 거죠.
난감하네~ 그녀에게 겁 없이 덤볐다가 본전도 못 찾고 도망갈 수밖에 없어요. 이전부터 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나. 작가가 흥미 본위로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곱씹어 보면 꼭 그렇지마는 않죠. 싸구려 같은 상황을 연출해서 작가에게 뭔 이득이 있을까. 악인을 퇴치해서 읽는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물론 그것도 있겠지만 현실적인 반영도 있지 않나 하는 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이세계에 온 지 4년이나 지났지만 크지 않는 키 변화 없는 신체적 특징 등으로 여전히 15세 이하 취급받는 그녀이죠. 거기에 평민, 그런데 이득이 큰 물건을 판다. 달려들지 않을 사람이 없죠. 이런 부분에서 오히려 현실적인 작가라 할 수 있습니다.
겸사 그런 인간들을 멋지게 퇴치한다. 이걸 가미함으로써 현실에서의 부조리를 타파하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작중 상황은 개그 일색이라서 크게 와닿지는 않겠지만요. 여튼 그렇게 군을 상대로 무좀약을 팔고 고아들과 부랑아들을 보살피고 이권에 개입하려는 귀족과 상인을 박살 내주며 유스랄 왕국에서의 생활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녀에게 여기서 안주하는 걸 용납하지 않아요.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카오루의 생활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이제야 자기를 노리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조금은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했는데 또다시 여신 강림이라는 이벤트를 열지 않으면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죠.
아무리 악마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눈에 띄지 않는 생활을 하고 싶다고 해도 그녀에게 죽어가는 사람을 못 본 채 할 정도로 마음이 차갑진 않아요. 포션 가격도 적당하게 책정해서 누구나 구입해서 쓸 수 있는 양심적으로 팔고 있고요. 자기에게 적의를 드러내면 그게 누가 되었든 가차 없이 처단하고 악의 없이 도움을 바라는 사람에겐 대가 없이 손을 내미는, 그러해서 자기 있을 곳을 잃어도 개의치 않습니다. 벌써 몇 번이나 이런 일을 반복으로 해왔고 당연히 이권을 노리는 자들에게 쫓기게 되어 어느 한 곳에 정착을 못하는 게 지금의 그녀의 처지죠. 기껏 남편을 찾아 가게를 열고 정착하나 싶었는데 또다시 그녀는 유량을 시작합니다.
처음 이세계에 왔을 때 혼자였던 그녀, 하지만 지금은 레이에트가 곁에 있고 부랑아 출신 호위 둘과 카오루를 걱정해 왕족 주제에 자기 위치를 버리면서까지 쫓아와준 사람과 그 사람 호위 기사까지. 표현은 안 되어 있지만 분위기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풍깁니다. 그리고 새로운 대지에서 만났던 여러 사람들. 그리고 지금,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고 이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모 마법소녀의 대사처럼 그녀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들과 동료들에 둘러싸여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길을 떠납니다. 안주할 땅을 찾아 그리고 증식에 필요한 상대를 찾아...
맺으며, 여전히 카오루식 '룰은 내가 정한다'를 보여주고 있어서 유쾌합니다. 도움을 주되 오남용은 막으니까 내 멋대로 해도 되겠지? 하는 발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거기에 외모와 계급만 보고 덤비는 귀족이나 상인 나부랭이들에겐 나를 건들면 아주 조떼는 수가 있어 하며 주변 환경과 인맥을 총동원해서 말살해버리는 대범함, 이걸 두고 영악하다고 하던가요. 교묘한 언변으로 신의 천벌이 두렵지 않냐고 협박도 서슴지 않죠. 실제로 이세계엔 없는 니트로뭐시기로 천벌이랍시고 터르려선 구라치는 폼이 일품인 게 그녀의 특기입니다. 뭐 이러지 않으면 진작에 시대에 휩쓸려 노예가 되었거나 객사했겠죠. 이런 부분에서 유쾌함과 현실적이라는 천칭의 추를 중심에 맞추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할 수 있습니다.